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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그런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요.”

순진한 얼굴로 대답한 조보희는 평소와 달리 훨씬 더 어두운 표정의 송이혁의 눈치를 살피다 한 마디 덧붙였다.

“아, 이제 알았으니까 볼일 봐요. 어차피 나도 별로 배 안 고팠어요. 더 기다릴 수 있어요, 나.”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송이혁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조보희 씨, 여긴 조보희 씨 집도 아니고 호텔도 아니고 병원입니다. 지금 조보희 씨가 별로라고 하는 이 병실, 수많은 환자들이 몇 달을 웨이팅해도 못 들어오는 곳이에요. 조보희 씨야 부잣집에서 태어나 평생 고생이라곤 못 해보고 자랐을 테니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겠죠. 이해해요.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병원에서 이런 장난은 치지 마십시오. 조보희 씨 이기심 때문에 진짜 절실한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흘러가자 조보희의 얼굴이 살짝 창백하게 질렸다.

“화상 정도로 1주일을 입원해 있지 않나. 지금 강유리 씨가 퇴원한 틈을 타 바로 그 뒤를 이어받질 않나. 이기적인 거 맞잖아요?”

평소 껄렁대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한 얼굴, 그 모습에 겁을 먹은 조보희는 낯빛도 머릿속도 새하얘지고 말았다.

“그, 그게 아니라... 유리가...”

“강유리 씨가 하는 말이면 다 들을 겁니까? 강유리 씨, 그쪽 길가에 버리고 간 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아직도 거기 붙어있어요?”

“송이혁 씨, 그쪽이 날 무시하는 건 잘 알겠는데 내 친구한테는 뭐라고 하지 말죠?”

하지만, 마지막 말에 조보희도 발끈했다.

“그래요! 가끔씩 유리가 짓궂게 구는 건 맞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상처주지 않게 지켜준다고요. 나 한 번 도와줬다고 내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요. 내가 그쪽 일하는 데 방해된다고 했죠? 그래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누군 병원에 있는 게 좋아서 여기 있는 줄 알아? 누군 배고파 죽겠는데 좋아서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는 줄 아냐고!”

침대에서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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