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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한미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분명 경민이가...”

“사과는 이미 했습니다.”

육시준이 불쑥 끼어들었다.

물론 오늘 점심 아버지 육지원이 노발대발하지 않았다면, 병실 문 앞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뭐?”

시원스러운 대답에 한미연은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고집이라면 세계 1위인 아들이 사과라니...

이제라도 철이 든 건가 싶었지만... 바로 이어지는 한 마디에 그녀의 환상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사과하러 간 건데... 자꾸 화를 돋구길래 몇 대 더 때려주긴 했지만요. 사실 오늘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뻔뻔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는 육시준의 모습에 육지원도 한미연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더 이상 사과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하루라도 더 빨리 퇴원하길 바라신다면요.”

“너...!”

참다 못한 육지원이 찻잔을 쾅 하고 내려놓자 한미연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화제를 돌렸다.

“일, 일단 밥부터 먹자. 유리야, 요즘 많이 바빴나 봐? 다들 살 빠진 것 좀 봐.”

육경서도 거들었다.

“엄마도 참. 오늘 형수 처음 보시는 거잖아요. 살 빠진 건 또 어떻게 아셨대?”

“어머, 얘 좀 봐. 사진으로 다 봤지. 해외에서 지내느라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은 거 아니야?”

하지만 이어지는 한 마디에 식탁 분위기는 또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

한편, 식사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육지원을 바라보며 강유리는 몰래 혀를 찼다.

다들 행복한 결혼생활의 최대의 적은 고부갈등이라고 하기에 어떻게든 한미연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거늘...

가장 큰 복병이 육지원일 줄이야.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하지 않았나?’

식사 후, 육시준은 아버지의 호출에 서재로 향하고 육경서는 전화 통화를 위해 베란다로 나간 터라 강유리 혼자 덩그러니 거실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한미연의 손에는 봉투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앉은 그녀가 강유리에게 봉투를 건넸다.

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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