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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약 30분 뒤, 육시준 부자가 차례로 서재에서 나왔다.

여유로운 얼굴의 육시준과 달리 육지원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 이었지만 말이다.

한미연은 어떻게든 두 사람을 하룻밤이라도 집에서 재우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육지원은 중요한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2층으로 불렀다.

그렇게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아들 부부를 떠나 보낸 한미연이 안방에 들어오자마자 남편을 향해 눈을 흘겼다.

“아니, 당신 도대체 왜 그래요? 아들 부부가 처음 집에 온 거잖아요. 살가운 시아버지까진 아니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할 거 아니에요! 표정은 다 썩어서는!”

아내의 말에 육지원이 흠칫했다.

“내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았나?”

뻔뻔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는지 한미연이 코웃음을 쳤다.

“당신의 그 복잡한 집안 사정, 난 이해하길 포기한 지 오래예요. 그리고 난 유리가 마음에 드니까 괜히 반대할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당신 아들한테 화를 내세요! 괜히 시댁까지 와서 잔뜩 기죽어 있는 애한테 화풀이 하지 말고.”

수십 년간 부부로 살다보니 이제 척하면 척.

한미연은 딱 봐도 아들과의 말싸움에서 한방 먹은 게 분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편을 향해 쏘아붙였다.

‘하여간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들어.’

“그래.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나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육지원이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 최대한 빨리 올리라고 해. 당신이 애들 준비 좀 도와줘.”

남편이 갑자기 이 결혼에 이렇게 적극적인 데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 한미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따져물었다.

“아니, 식사 내내 뚱해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변덕이에요? 솔직히 말해 봐요. 아까 시준이랑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예요?”

“...”

의심 가득한 아내의 질문에 육지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아들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니, 나도 유리 마음에 든다니까. 그러니까 얼른 결혼식 올리라고 해.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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