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면 HZ 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투자하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강유리가 눈썹을 치켜뜨며 진지하게 물었다.“내가 신아람이라면 믿을 거예요?”어딘가 익숙한 말이었다.육시준이 JL빌라의 집문서를 그녀 손에 쥐어주면서 물었었다. 만약 그의 성이 육 씨인 그 재벌이라면 어쩌겠냐고 묻던 장면과 겹쳐보였다.그녀는 그쪽으로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돈 때문에 그녀와 결혼한 남자가 서울을 망라한 국내에서 제일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재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이해했어요.”하석훈은 눈을 반짝이고는 자료를 들고 서둘렀다.그때 강유리가 그를 불러세웠다.“잠깐 만요.”하석훈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왜 그래요?”강유리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왜 믿는 거죠? 터무니없지 않나요?”하석훈은 멈칫했다.“그럼, 날 속인 거예요?”강유리가 얼버무렸다.“아니...”“그럼 된 거 아니에요? 나를 믿어 주는 만큼 저도 종래로 의심해 본적 없어요.”“...”그리고 사무실 문이 닫겼다.강유리는 반성했다. 육시준에 대한 그녀의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말을 듣고도 진짜일 거란 생각을 못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이켜 보았다.그렇다면 그녀의 그릇이 너무 작은 탓을 해야지 그가 속인 거라고 뒤집어 씌우면 안 됐다.‘그도 고백하려 하지 않았던가... 잠깐!’강유리는 의심을 떨쳐버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 재벌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들었었다.그녀는 전에 이 얘기를 그의 면전에서 했었다.신분을 숨긴 이유가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과 이혼을 막기 위해서였고 어젯밤에 그녀가 이혼이란 말을 꺼냈을 때 즉시 거절했다고 여겼다.깔끔쟁이 육시준이 생리대를 들고 망설임 없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 왔었다. 같은 이불을 덥고 수많을 밤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유혹에 절대 넘어오지 않았다.반지를 나눠 끼고 결혼식을 올려야만 진정한 부부라는
임강준은 보고가 끝난 뒤에도 우물쭈물하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육시준은 그런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임강준은 진지하게 건의를 했다. “HZ 그룹의 고위 임원 한 명을 손해 봤습니다. 유강 엔터에 대한 의견도 다분합니다. 최근에 그들이 협업을 논의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굳이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혼자 처리할 수 있을 거야.”“......”임강준은 왠지 모르게 이 말에서 분노가 느껴졌다.오랫동안 육 회장님의 옆에서 일하면서 육씨 가문 사람들보다도 임강준이 그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육 회장님은 업계에서는 포부가 당찬 이미지지만, 섬세하지 못했다.상대를 도와야 할 타이밍에는 안 도와주고, 설사 돕더라도 조용히 처리했다.‘이렇게 해서 어떻게 와이프를 달랠 수 있겠는가?’그는 보너스가 깎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의했다. “알아서 처리하는 건 사모님의 능력이지만, 환심을 사려면 먼저 나서서 행동하셔야죠! 여자는요, 반드시 잘 어르고 달래야 합니다! 게다가 사모님 나이도 어리시고, 기댈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전에 사모님을 속여서 큰 돈을 쓰셨잖아요! 그렇게 큰 손실을 보시고, 알아서 나서서 잘 메꾸셔야지요......”말하던 중, 임강준은 회장님의 낯빛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그는 조용히 입을 닫고, 서류를 집어 들고 몸을 돌렸다.“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사무실 문이 닫히자, 육시준은 볼펜을 집어 던지고 의자에 기대 피곤한 듯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질렀다. '도대체 왜 다들 그녀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걸까?’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로열을 제외한 엔터 내부에서는 그녀의 인맥이 아주 넓다. 천재적인 감독, TOP 급 여자 연예인 등등, 지금이라면 신아람도 국내로 불러올 수 있었다.확실히 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어젯밤 안쓰럽게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그는 말하면 지키는 성격이다. 그가 고치겠다고 했던 것들은 강유리도 잘 지켜보고 있었다.게다가 이렇게 정성을 쏟고 있으니, 주차비에 대한 얘기는 꺼낼 수도 없이 그냥 속으로 삼킬 뿐이었다......“나한테 이미 충분히 잘해주고 있어. 사모님 대우도 나한테 영광이야.” 강유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팔뚝을 가슴 앞쪽에 두어 거리를 유지했다.육시준은 눈을 낮춰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했다. “나 내일 아침에 출장 가.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장경호한테 얘기해.”강유리는 온몸이 거부하고 있었지만, 이 말을 들으니, 눈이 반짝였다. “얼마나 가는데?”육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5일 정도.”강유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정도......”“응, 일 최대한 빨리 끝내면 더 일찍......”“아니야, 아니야!”강유리는 급히 손을 저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일은 섬세하게 해야 좋아! 그리고 일 끝나면 거기 구경도 하고 좀 놀다가 와!”육시준은 얇은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 “넌 내가 어디로 출장 가는지도 안 물어보네.”강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어디로 가?”“파주.”사실 파주는 서울에서 멀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육씨 가문에서 파주 여행 도시 조성을 계획 중에 있다. 하지만 이건 단지 계획일 뿐이고, 지금은 아직 미완성의 근교일 뿐이다. 그래서 아직 구경할 곳이나 놀만한 곳이 딱히 없다.강유리는 민망한 듯 웃었다. “너도 며칠 더 있으면서 거기...... 날씨 변화라도 느껴봐.”남자는 냉정하게 결론을 내렸다. “너는 그냥 내가 오는 게 싫은 거잖아, 나 피하고 있잖아.”강유리는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나도 어쩔 수 없네.”드디어 쓰레기 같은 남자들이 이런 말을 할 때의 느낌을 알았다.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그래! 맞아! 난 그렇게 생각해, 그냥 착하게 안 알려주는 것뿐
그가 그녀에게 주는 물질적인 보상, 그녀가 그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 이 결혼이 유지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다.‘딱 좋지 않나?부드럽고 친절한 컨셉으로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힐 필요는 없으니까......’“연기? 네 생각에는 어떤 게 필요 없고 어떤 게 필요한 것들인데?” 남자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방금 네가 한 말들 같은 거 말이야. 진짜 필요 없잖아.”강유리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결혼도 애초에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거였고, 서로 아무 일도 없으면 된 거지. 네 이런 위선적인 친절함, 인위적인 친근함, 계약 위반이야. 난 네 연기에 놀아날 마음도 없고 의무도 없어.”그녀는 말을 하며 이마를 쓸었다. 마치 그의 흔적을 닦아내는 것 같았다.그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육시준은 방금 그 키스를 떠올렸다.‘그녀의 막무가내를 달래고 아쉬운 마음을 키스로 표현했는데, 그녀의 눈에는 인위적이고 위선적으로 보였다고?’“네 생각에 내가 다 연기하는 것처럼 보여?”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그녀의 허리에 있던 손에도 더욱 힘이 들어갔다.강유리는 더 가까워졌고, 아주 얇은 옷 한 겹 사이로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행동이 그녀를 화나게 했다. “아니면? 설마 진짜 안 되는 건 아니겠지?”육시준은 그녀의 턱을 잡고 붉어진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누가 가짜래?”강유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 “내가 눈이 없어? 딱 보면 알잖아! 좀 존중해 줄......”“강유리!”육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만하면 됐어. 내가 너 좋아한다고 그렇게 사람 재면서 막무가내로 굴지 마.”그들은 그동안 이미 가까이 지내왔고, 그 거리를 다시 멀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시작점으로 돌아가고자 차갑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그의 진심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강유리는 애초에 화를 참고 있었고, 그가 화를 내자, 그녀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내가 사람을 잰다고?
강유리는 정신이 아찔한 탓에 뒤늦게 반응했다. ‘이게 그가 말한 한번 해본다는 것인가?’육시준은 움직임을 멈추고 머리를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어 가슴이 약간 굽었다.“우리가 사귀는 동안 우리 서로를 어느 정도 잘 아는 것 같다고 했지? 그럼 넌 내가 굳이 내 시간을 써가면서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랑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혼자 넘겨짚고 떠도는 소문이나 듣고 사형선고를 한다고?”“이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참고 견디면서 이 결혼 유지하느라 힘들었겠네.”“......”그는 말을 끝내고 그녀의 허리에 있던 손을 떼어냈다.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물소리가 들리고, 강유리는 여전히 침대에서 방금 그 자세로 누워있었다. 예쁜 눈동자는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고, 머릿속으로는 방금 한 말들을 되뇌고 있었다.‘그래서,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남자를 좋아한다고 여자한테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자신도 잘 모르는데, 이게 무슨 증명인가?게다가 남자를 좋아하면서, 여자도 좋아할 수도 있잖아!’이런 생각까지 이르자, 그녀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그는 그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그걸 믿고 막 대하지 말라고 했다......‘그래서 진짜 좋아한다고?’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손발은 아직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욕실 쪽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예전에 두 사람이 연애하던 날들을 떠올렸다.한참 뒤, 물소리가 멈췄다.강유리는 갑자기 정신이 들어, 빠르게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했다.발소리가 천천히 가까워지더니, 몸쪽의 침대가 가라앉았다. 그녀는 이 틈을 타 그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굴렸다.두 사람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서로의 손등을 맞대고 있었다.모두 깨어 있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안은 고요하고 어두웠다. 강유리는 고개를 돌려 희미한 빛 자락에 남자의 옆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손등을 콕콕 찔렀다.그러더니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출장 5일 동안 가?”
갑작스러운 사과였다.육시준은 알아들었다.지난번 그녀가 술에 취해 그가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설명을 하고 할 말이 있냐고 물었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했지만, 다시 화를 내고 문을 걷어차고 나갔다......여자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워 보이고, 마치 그냥 지나가듯 말했지만,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니, 긴장한 것 같았다.이제 막 잠에서 깬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애교가 섞인 것 같았다. 긴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파자마도 어깨에 대충걸쳐져 있었다.육시준은 그녀의 이런 무방비한 상태에 자제력을 잃고 손을 들어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강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깊고 검은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잘못한 걸 알고 고치는 착한 어린이에게는 보상이 있는 법이야.” 그가 말했다.“보상?”강유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은 그녀의 작은 얼굴에 고정했다. “위선적이고 인위적인 다정함을 원해?”그녀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고, 곧이어 콧등으로 내려와, 입술에 잠시 멈췄다가 떼어졌다.행동이 아주 조심스러워서 마치 눈송이가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마음도 녹아내렸다.정원에서 차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강유리는 그제야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이불을 덮어 올라간 입꼬리를 감췄다.차 안.기사가 운전을 하고 있고, 임강준은 육시준에게 프로젝트 현황 보고 중이었다.한참 동안 대답이 들리지 않자, 그는 백미러를 통해 살며시 그를 보았다.남자는 뒷좌석에 기대, 손에는 태블릿을 들고 시선은 화면에 고정한 채 입꼬리가 보일 듯 말 듯 치켜 올라갔다.‘이건, 프로젝트 기획이 아주 만족스럽다는 뜻일까?’“일정 조율 좀 하자. 남은 업무는 하남수한테 맡기고, 최대한 빨리 서울로 가자.”“......”‘아, 프로젝트랑 상관없이 사모님이랑 화해하신 거였구나?’강유리가 다시 잠에서 깼다. 휴대폰 알림 소리 때문이었다.송이혁이었다. 그녀는
“그럴 수도 있지, 넌 주차비도 안 내잖아.”“......”조보희는 목이 메었다.“됐어, 나 바빠서 끊는다.” 강유리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잠시만, 나 아직!” 조보희가 급히 그녀를 불렀다.조보희가 강유리에게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을 밝히고자 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우리 지금 친구 맞지?”강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뒷말을 기다렸다.“내일모레 언니 생일이다. 저녁에 집에서 파티할 건데, 너 꼭 와야 해!”“......”유강 엔터는 운 좋게 신아람과 장기 협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있다.업계는 떠들썩했다.신아람은 업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1인 투자자였고, 단 한 번도 회사와 협업을 하지 않았으며, 국내 행사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유강 엔터가 《마음의 문》의 종방연을 하니 신아람이 온다고?’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이 창피를 당할 것이라 생각했다.소수의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기도 했다.어쨌든 강유리는 강덕준과 사이가 좋으니, 게다가 강덕준은 신아람의 오랜 파트너 이기도 하고......각종 의견이 남발하는 가운데, 신아람의 SNS 공식 계정에 컨텐츠가 업로드 되었다. 【본 적 있어! 몰입감이 대단했지.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요! @유강 엔터】이 말은 마치 시그널 같았다. 업계 전체에 빠르게 소문이 돌았다.많은 엔터테인먼트의 거물들이 사적으로 토론하기 시작했다.“강유리가 최근에 새로운 거 많이 따냈던데, 마침 신아람이 마음에 든 거지. 협업 시작하려나?”“내 생각엔 강 감독 영향이 큰 것 같은데? 강 감독이 요즘 유강 엔터 먹여 살리느라 바쁘잖아. 신아람은 요즘 뜸했지!”“누구 신아람이 어떤 IP 선호하는지 아는 사람? 좀 알고 싶은데.”“......”이때 유강 엔터 역시 아주 바빴다.하석훈은 효과가 이렇게 바로 나타날 줄 상상도 못했다.반나절 만에 5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그는 강유리가 일러준 대로 최근 회사에서 런칭한 각종 일들로 바쁘다고 완곡히
저녁 7시.조씨 가문 별장에 불이 훤히 밝았다.정원에는 각종 샴페인과 음식, 과일, 디저트 등이 놓여있었다. 형형색색의 전구가 나뭇가지에 걸려있었고, 은은한 바이올린 선율이 별장에 흐르고 있었다.조씨 아가씨는 집안의 유일한 딸이어서, 조명휘는 그녀를 아주 아꼈다. 그래서 매년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다.올해는 스무 살 생일이니 더욱 특별했다.조씨 가문에는 조보희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업계의 유명인들도 많이 초대되었다.나이가 적지 않은 도련님들까지 더해져 마치 소개팅 자리 같았다......조보희는 관심조차 없었다. 연보라색의 유럽풍 공주 드레스를 입고, 손목에는 팔찌 여러 개를 해, 움직일 때마다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그녀의 손에는 샴페인 잔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시선은 계속 입구를 향해 힐끗거렸다.“조보희, 또 누구 기다려! 사람들 다 왔어, 빨리 와서 케이크 썰어야지!” 관계를 위해 사귀어 둔 친구 한 명이 급히 그녀를 불렀다.조보희는 사람들 다 왔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불쾌해, 매섭게 고개를 돌려 노려보고는 말했다. “내 친구 아직 안 왔거든! 기다려!”그 친구는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다른 친구가 있어? 누구?”조보희는 대답하지 않았다.“우리 언니 기다려? 요즘 둘이 아주 가깝게 지낸다던데, 언니는 이런 행사 별로 안 좋아해.” 재촉하는 목소리들 속에서 아주 이해심 깊어 보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보희가 고개를 돌리자, 작고 동그란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성신영? 네가 여기서 뭐 해?”성신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한테 초대장 보냈잖아, 기억 안 나?” “......”‘헐, 진짜 역겨워.’왕씨 아저씨한테 성씨 가문에 초대장 보내지 말라고 한다는 것을 까먹은 것 같았다.예전에는 매년 생일에 성씨 가문에 초대장을 보냈지만, 매번 성신영만 오고 강유리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강유리가 해외에 있던 3년 동안에도, 왕씨 아저씨는 성씨 가문에 평소처럼 초대장을 보냈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