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천강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단지 자기의 예쁜 얼굴을 믿고 그러는 거예요."육 회장님이정말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손 회장의 웃음도 옅어졌다."진심이 아니면,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하는 일이 넷째 도련님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어제 임천강이 그를 찾아와서, 이 계약서에 서명하면 안 된다고 극구 만류했다.그는 강유리가 육 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과 관계가 있었으나, 지금은 사이가 틀어져서 육 씨 가문에서 그녀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가 감히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바로 육 씨 넷째 도련님의 체면을 구기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그가 넷째 도련님 침대로 사람을 보낸다면,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다……."남자라면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하지. 진심이든 아니든, 일단 얻어야 하지 않겠나?"임천강은 차갑게 비웃었다."게다가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지경까지 됐으니, 뒤돌아볼 여지도 없어."이 말은 손 회장에게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강유리가 그를 몰아붙인 탓이었다..LK그룹의 임원 명단에 올라있는 그녀를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오늘이 지나면,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자기 남편의 형제와 놀아난다는 것을 알 것이다!게다가 3년 전의 스캔들까지 겹쳤는데, 육 회장이 그녀 같은 상스러운 여자를 감싸겠는가?’그는 지금 가진 것이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었다. 죽더라도 물귀신처럼 여럿을 데리고 같이 죽기로 마음 먹었다. 손 회장이 할 말을 잃었다.확실히 되돌아갈 여지가 없어 보였다.사실그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임천강은유강엔터 같은 작은 회사가 LK그룹과 합작할 수 있고, LK그룹 장 회장이 경매에서 강유리에게 값을 불러주고, Lk그룹 백화점에서 DH 제품을 내리는 것과 같은 일련의 예시를 들었다. 마침 LK그룹과 합작해야 할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고, 손 회장은 고민 끝에 결국 이 도박에
손 회장은 소파에 돌아가 앉아서 다리를 꼬고, 손이 가는 대로 서류를 넘겼다."유강엔터의 현재 처지를 알고 있지? 나도 숨기지 않고 얘기할게, 성 회장님이 너희 회사가 상장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고 직접 얘기했어.""손 회장님이 저를 불렀으니 이미 결정을 내린 거겠죠. 저는 회장님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거라고 믿습니다."강유리는 담담한 목소리로 아부했다.손 회장은 영리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그것은 당연하지."말을 하며 그는 술잔을 들고 강유리에게 술을 따라 건넸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려면 네가 뭔가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강유리는 앞에 놓인 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떤 표시를 원하십니까?""급하지 않아! 먼저 나랑 한잔 해!""……."불빛은 붉은 와인 잔의 선홍색 액체를 비추었고, 맑고 투명한 모습이 위험함을 비추었다.하석훈은 눈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서 막으려고 했다.강유리는 눈빛으로 그를 제지하고, 바로 술잔을 들어 손 회장과 부딪쳤다."이 잔은 제가 권하겠습니다. 손 회장님이 저에 대한 믿음에 감사드립니다."손 회장은 고개를 젖히며 술을 마셨고, 시선은 강유리 얼굴에 굳게 고정되어 있었다.이 여자는 어제 회사에서 보았던 것과 좀 달랐다. 정갈한 얼굴에 연한 화장을 칠하여 룸의 불빛에 비추어 아름다운 모습이 짜릿하게 마음을 움직였다.남자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LK그룹이 주최한 자선 만찬이 바로 이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연락하자마자 바로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육씨 넷째 도련님과 화해한거라고 여겼다.눈 밑에 서늘한 빛이 스치더니 손 회장은 잔을 내려놓고 탐색하는 말투로 물었다."사실 설령 이렇다 하더라도 모두가 성 씨 가문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지. 너에게 또 다른 선택이 있는 거지?"강유리는 웃겼다."손 회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의 태도는 줄곧 명확했어요. HZ와 협력하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손 회장은 그녀를 몇 번이나 떠보았지만, 강유리는 육 씨 가문에
그녀는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이 늙은 여우는 처음부터 그녀를 적대시 했었기에 그가 건네는 술을 그녀는 기어코 마셨다.가끔은 겉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보다 착한 척, 이해하는 척 관용을 베푸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3년 전 사건을 경험한 뒤로 이런 비열한 플레이에 그녀는 면역이 생긴 상태였다.게다가 아까 영상에서도 주스가 나왔었는데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손 사장이 갑자기 미친 듯이 기침을 하더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이 악랄한 년이! 당장 이년 잡아!”네 명의 경호원이 순식간에 룸 안으로 들어와 강유리를 포위했다.강유리는 사람들 틈에서 임천강을 찾아내고 놀란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네가 왜 여기 있어?”임천강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많이 놀랐어? 강유리 네가….”“내가 돈 주면 네가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로 이미 약속된 거 아니었어? 지금 나를 배신한 거야?”그녀는 앙칼진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다.임천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석훈도 마찬가지였다.‘저게 무슨 소리지?’원래 의심이 많은 손 사장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폭발했다.“임천강, 지금 양쪽을 왔다갔다 저울질 한 거였어?”임천강은 크게 당황하며 변명했다.“아닙니다! 손 사장님, 저 여자가 헛소리하는 거예요!”하지만 손 사장은 그의 변명을 들어줄 생각 따위 없다는 듯이 경호원에게 손짓했다.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경호원이 깔끔한 동작으로 임천강을 제압했다.물론 손 사장은 강유리를 곱게 풀어줄 마음도 없었다.약효가 서서히 퍼지면서 어지럼증도 심해졌다. 손 사장은 다급히 다음 지시를 내렸다.“준비한 거 먹이고 사내새끼들 불러들여! 사진도 찍고!”임천강을 제압한 경호원의 음산한 시선이 강유리에게 돌아갔다.하석훈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입구 쪽은 문제 없겠죠? 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 일단 여기서 나가요!”입구 가까이에 있던 경호원이 그 모습을 보고 입구를 더
하석훈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비서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가 경호원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어마어마한 학력에 격투기와 유도까지 섭렵한 인재였다.유일한 단점이라면 충성도가 너무 과하다는 점이랄까.그가 옆에 있었기에 강유리는 하고 싶은 대로 일을 벌일 수 있었다.물론 임강준이 안으로 박차고 들어온 건 계획에 없던 상황이었다.하석훈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 사장을 바라보며물었다.“그럼 저 인간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강유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이왕 이렇게 온 거, 지장은 찍어야죠.”그녀는 HZ그룹과 협력이 필요했다 손 사장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는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어차피 이번 투자는 그녀의 실력으로 따낸 것이다.그녀가 가진 정보와 녹음파일이 그 증거였다.하석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인주를 들고 손 사장에게 다가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강준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역시 우리 사모님은 남달라.’처음부터 그녀는 원하는 목표가 명확했다.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은 강유리는 복수심도 아주 강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그녀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바닥에 쓰러진 임천강에게 다가가더니 퍼렇게 멍이 든 얼굴을 느긋하게 감상했다.그리고 갑자기 발을 들어 가의 손등을 힘껏 밟았다.“악!”처절한 비명소리가 룸을 뒤흔들었다.평소에 훈련으로 단련된 경호원들도 그 모습을 보고 어깨를 움찔했다.강유리는 그의 손등을 지그시 밟고 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뭐야? 죽은 척했던 거였어? 아직 살아 있네?”임천강은 부들부들 떨며 몸을 일으켰다.“이 미친 년아! 당장 발 치워!”“치워?”강유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여기 왜 나타났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임천강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그는 고개를 들고 절망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그가 가장 싫어하는 게 여자가 남자의 머리 위에서 남자를 통제하고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마치 하
그녀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덮어두거나 그의 미색에 홀려 놓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육시준이 그날 경찰서에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그때 그는 경찰청장과 함께였다.JK 빌라를 구매할 때, 수많은 제약을 뚫고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었다.성신영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거액을 들여 그녀의 옷방을 채워주고 일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고용해서 그녀를 꾸며준 일도 그렇고…모든 정황을 취합해 보면 배후에는 막강한 재력이 있었을 것이다.LK의 방계 가족이라는 신분으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만약 LK의 수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모든 게 그토록 자연스러웠다.그리고 DH 제품의 판매를 중단 시킨 일도 그렇다.그때도 의심했었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의혹을 해소시켜 주었다.육경서와 김찬욱이 서로 합의하에 결정했다는 이유까지 나왔다.강유리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껴졌다. 여태 그의 신분도 모르고 부자처럼 굴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을까?왜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면서 나를 속이려 했지?임천강은 여전히 주절주절 떠들고 있었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발을 들어 그를 힘껏 걷어차 주었다. 그제야 시끄러운 소음이 잦아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임강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인간이 한 말, 사실이죠?”임강준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예상보다는 괜찮은 그녀의 반응에 중요한 사실만 어필하기로 마음먹었다.“LK의 실질적인 집권자는 대표님이시지요. 아무도 그분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육 회장님도 마찬가지예요.”말을 마친 그는 무언가 부족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의 편을 들어주는 한, 아무도 감히 사모님을 손가락질하지 못할 겁니다.”강유리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이게 사실이라는 거군요.”임강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인가요?”말투가 조금 이상했다.강유리는 그를 지나쳐 밖
강유리는 결국 파티 홀로 가지 않았다.각종 정보들을 취합해 봤을 때, 육시준이 LK의 수장이라는 가설은 거의 사실인 것 같았다.그녀가 소문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그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이제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차분한 표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곧장 주차장으로 갔다.그곳에 롤스로이스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차의 양측은 비워져 있었다. 모든 게 조보희가 말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들어맞았다. 강유리는 조롱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조보희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돈이 많은 사람은 항상 신중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던 말. 그녀는 항상 이익을 위해 움직였으니 그가 자신을 경계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었다.하지만 어찌ㅠ됐건 기분이 아주 나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차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분풀이로 힘껏 걷어차 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귓가에서 조보희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미쳤어? 저거 그분 차잖아! 차에 흠집이라도 냈다가 어떻게 배상하려고 그래?”조보희는 립스틱을 차에 놓고 와서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 것이었다.마침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롤스로이스를 발로 걷어차려는 강유리를 목격했다.“나 돈 많아. 이까짓 거도 배상 못할 것 같아?”강유리는 잔뜩 화가 나서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조보희가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그런데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강유리는 그 차를 힘껏 노려보았다. 조보희는 한참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꺼내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차고 싶으면 차. 내가 망보고 있을게!”강유리가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 CCTV와 블랙박스가 있는데 들키지 않을 리가!하지만 굳이 사고 쳐서 비싼 돈 물어줄 필요는 없었다.“면허증 있지?”조보희가 기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10
옆에서 육경민이 발끈하며 눈을 부릅떴다.‘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여기서 내가 왜 나와!’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육시준에게 말했다.“곧 시작인데 다들 안 나가세요? 형, 형수님은 아직이야?”물론 갑자기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가만히 있던 육경서가 이죽거리며 말했다.“그래서 넌 파트너 정했어? 오늘은 누구 데려올 거야? 설마 애인들이 몰려와서 다투는 일은 없겠지?”“무슨 말을 그렇게 해!”“내가 왜?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하도 밖에서 씨를 뿌리고 다녀서 삼촌이랑 숙모가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알아?”육경서는 단 몇 마디로 육경민과 그의 가족들의 기를 확 눌렀다.할아버지한테는 찍소리 못하지만 그렇다고 친척들까지 날뛰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그들이 아웅다웅하는 사이, 육시준의 경호원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와서 그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남자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하니 파티에서 내 이름 좀 빼줘.”말을 마친 그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사람들은 궁금한 얼굴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육시준이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고 그의 직속 경호원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생겼기에?육청수 어르신만 똥 씹은 표정으로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무례한 자식!”그는 지팡이로 땅을 두드려대며 불만을 표했다.“오늘 같은 날에 이 무슨 추태야! 경원이가 이번 파티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이번에 얼굴 드러낸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이렇게 간단히 취소할 문제냐고!”그룹 내에서 육시준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졌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존재감이 적었던 육경원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도 너무 형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겠죠. 어차피 우리 가족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파티도 아니었잖아요.”이번 파티 주최자인 육경원은 인맥을 넓히기 위해 많은 기업인들
현란한 등불이 춤을 춘다. 서울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강남의 한 클럽, 소안영의 아지트였다.룸에 도착한 강유리는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 지난번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다 들켰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그녀는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쟤 왜 저래?”조보희도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실연당한 것 같은데?”“결혼까지 했는데 실연은 무슨.”“남편이 바람난 게 아닐까?”소안영은 재빨리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물론 꽤 신빙성 있는 추측이기는 하지만 강유리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할 문제는 아니었다.지난번에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한 강유리는 하루아침에 초고속으로 결혼했다.이번에 만약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또 무슨 이상행동을 보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들이 걱정에 잠겨 있을 때, 강유리가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내 남편이 억만장자래.”소안영이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그래? 그건 몰랐네.”그녀는 친구가 술 취했다고 생각하고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조보희가 굉장히 흥분한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드디어 인정한 거야? 역시, 내 눈은 못 속여! 그런데 아까 왜 남편 차를 발로 차려고 했어?”“차를 발로 차? 저 깍쟁이가? 수리비 엄청 나올 텐데!”소안영이 끼어들었다.“게다가 그것도 억만장자가 타고 다니는 롤스로이스였어.”소안영이 놀라며 물었다.“그 새로 나온 한정판?”조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강유리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너희는 다 알고 있었어?”소안영과 조보희가 입을 다물었다.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그녀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너희는 내가 아주 속물이라 돈만 보면 막 흥분하는 사람 같지?”강유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애잔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두 친구는 아무 대답도 줄 수 없었다.무슨 그런 당연한 말씀을!소안영은 친구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지난번에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을 때랑은 반응이 조금 달랐다.그때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