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리가 입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방귀 낀 놈이 성 낸다더니 이건 무차별 공격인가?”그러자 육경서는 대범하게 승인하면서 말했다.“알면 날 건드리지 마.”그러더니 신주리가 쥐고 있던 걸레를 확 낚아채 대야에 던지고는 대야를 들고 다른 곳으로 향하면서 말했다.“가서 병이나 정리해. 내가 닦을게.”신주리는 육경서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손에 묻은 물기를 털고 병을 줍기 시작했다.댓글 창에는 커플 팬들의 응원 소리가 자지러지면서 육경서에 대한 찬양이 끝없이 쏟아졌다....육경서의 친구가 비록 장난치긴 했지만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고 청소할 범위도 그렇게 넓지 않았다.하지만 가사에 익숙지 않은 게스트들은 기어이 30분을 넘겨서야 겨우 끝냈고 시계를 보니 한시가 넘었다.게스트들이 많이 힘들었는지 밖에 나가기를 거부했고 하는 수 없이 육경서는 거금을 들여 배달을 시켜 점심을 먹고 나서 방을 배정하기 시작했다.“1층과 2층에 각 네 개의 침실이 있어요. 제 생각에는 성별대로 나누면 편하고 좋을 것 같아요.”하지만 육경서의 제의가 당장에서 바로 부결되었다. 프로에 관심이 전혀 없는 심수정이 괜히 시비를 걸었다.“대학교 기숙사도 아니고 왜 성별대로 나누어야 해? 총각, 이건 연애 예능프로야.”그 말에 육경서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럼 아래위층에 각각...”“각자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해서 쓰라고 하면 되잖아.”심수정이 말했다.“그렇게 해요. 그럼 선배님들 먼저 선택하시고 저와 주리는 나중에 선택할게요.”육경서는 자각적으로 자기와 주리 이외의 게스트들을 선배로 통칭했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쿠션을 안고 있던 신주리는 어쩌다 육경서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고 소지석도 이 제안이 마음에 드는지 강미영 측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영 누나는 1층이 좋아요? 아니면 2층이 좋아요?”“제가 2층 서재 옆에 딸린 방을 쓸게요. 잠귀가 밝아서 조용한 걸 좋아해요.”강미영은 거절하지 않고 맨 처음 순서로 제일
넋이 나간 듯 소파에 앉아 있던 신주리는 자기 이름이 들리자 이내 말했다.“전 괜찮...”뒷말을 맺기도 전에 심수정이 계속해 말했다.“제가 주리와 함께 1층에 있을게요.”“...그러셔도 되고요.”“그럼 저도 1층 할게요. 주리와 함께요.”심수정 말에 육경서도 덩달아 말하자 신주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뻔뻔해. 누가 너와 함께하겠다고 했어?”신주리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육경서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옆방을 쓰겠다고 했지 내가 언제 너와 같은 방을 쓰겠다고 했어?”신주리는 눈을 땡그라니 뜨더니 몸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내 말이 그거야. 왜 하필 내 옆방이냐고? 누가 너와 함께 1층에 있고 싶다고 했어?”이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대전이 일어나기 십상이다.그러자 주상현이 생각할 틈도 없이 얼른 2층에 남은 마지막 방을 차지했다.“2층 안방이 비었으니 제가 써도 괜찮겠죠?”그러자 서진태가 이내 멍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아직 선택하지 않았어.’잠깐 늦게 선택하는 바람에 두 꼬맹이와 함께 1층 방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하하하, 어르신들은 이 두 사람과 가까이하는 게 싫은가 봐. 너무 시끄러워.”“서 선생님의 유감스런운 표정 어떡할 거야?”“주상현 씨는 이 커플이 싸워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이러는 게 이상해.”“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수정 언니가 2층 방을 양보한 것도 이상해요.”“일부러 주상현한테 양보한 것 같은데...”“다들 연애하러 왔는데 수정 언니는 중매 서러 온 것 같아요.”“수정 언니가 강미영하고 담판하러 온 것 아닌가요? 우리 주경이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친구가 된 건가?”“어떤 사람 팬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으면 해. 아무리 친엄마라고 해도 뒤치다꺼리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는 법은 없어.”“맞아요. 단순히 놀러 왔을 수도 있잖아요.”“...”방 배정이 끝내고 나서 다들 잠깐 방으로 들어가 쉬면서 기력을 보충하고는 저녁에 여행지
육경서는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너무 창피해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가고 싶었다.“요즘 커플들은 이렇게 연애해요?”한지원은 진짜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고 주상현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연애를 참 재밌게 하네요.”“주리 감기 다 나은 것 같아. 싸움에서 승리했어. ”“그래. 남자 대장부가 굽힐 줄도 알아야 해.”서진태와 소지석도 연달아 말했다. 댓글 창의 반응도 이들과 비슷했고 다들 두 사람의 행동이 지나치게 유치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다른 의견도 섞여 있었다.“두 사람이 자꾸 싸운다고 그렇게 질색하더니 왜 커플의 사적인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래요?”“이게 사적인 얘기에요? 반경 5미터 안팎에 있던 사람들이 육경서의 소박한 찬사를 다 들었을 거예요.”“지출계획으로 화제를 시작했으니 다들 신경 쓰고 들었겠지.”“경서 오빠 말투를 들어서는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야.”“...”비록 입장이 난처했지만 롤모델인 소지석의 말에 육경서는 적지 않게 위안이 되었고 주머니 상황 탓에 악당에게 머리를 숙이는 건 대국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니 갑자기 자긍심이 생기면서 당당히 어깨를 펴고 물었다.“빨리 말해 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듣고 있는데 얼렁뚱땅할 생각 하지 마.”여기까지 말하자 모든 사람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신주리를 바라보았다.인솔자가 있기에 그의 뒤를 따르기만 하면 되지만 다들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닌지라 어느 정도의 팀워크가 있었고 어려움에 봉착하면 함께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다.“골동품 시장에 대해 내가 연구를 해봤는데 그곳에서 천만 이상 소비하면 해성의 모든 여행지의 티켓이 무료라고 했어. 쇼핑하는 비용은 제작진이 부담한다고 했으니 그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나머지 돈으로 우리가 하루 세 끼 식당에서 밥을 안 먹는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해. 지금 우리는 별장에 살고 있고 가전 기구가 갖춰져있으니 우리 직접 밥해 먹는 건 어때?”아주 좋은 생각이었고 이러면 입장권은 쉽게 해결할 수 있으나 식사는...“어떻게 매일
앞서가던 게스트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보니 신주리가 팬들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사람무리에서 검은 그림자가 뛰쳐나오더니 순식간에 그녀를 향해 돌진해 오자 미처 반응할 겨를이 없었다. 사처에서 비명과 고함이 터져나왔다.“손에 병을 들고 있어. 뭐 하려는 거야?”제일 안쪽에 서 있던 육경서도 그가 손에 뭔가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직감적으로 좋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 사람은 신주리의 얼굴을 향해 의문의 액체를 뿌렸고 위험을 느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피했지만 육경서만 거의 무의식적으로 옆에 선 신주리를 와락 품으로 끌어들이고는 몸을 돌려 등으로 액체를 막았다.신주리는 그때까지 멍한 상태로 귓가에서 들려오는 힘 있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었고 갑자기 남자의 몸이 흠칫하더니 ‘스읍’ 하고 호흡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주리가 고개를 돌려 바닥에 떨어진 액체를 바라보는 순간 동공이 배로 커졌고 바닥에 닿은 액체는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부식성이 상당히 강한 액체다...“피해. 황산이야.”서진태가 바로 알아채고 고함을 질렀다.육경서가 옆으로 몸을 비키긴 했지만 장소가 제한되었기에 액체가 날리면서 그의 팔뚝과 어깨에 떨어졌다. 그걸 본 서진태는 재빨리 달려와 육경서의 상처를 응급처치했고 바로 그때 신주리가 황산에 맞지 않은 것을 본 남자는 이내 품에서 과도를 꺼내더니 다시 덮쳐왔다. “신주리 나쁜 년.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아? 허영심에 빠진 뻔뻔한 년. 죽여버릴 거야.”사생팬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위협했다.“...”갑자기 발생한 일이라 다들 무의식적으로 멀리 피했고 제작진이 정신을 차리고 제지하려 할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다들 심장이 철렁했고 과도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신주리를 품에 안은 육경서는 미처 피할 길이 없었고 서진태도 제지할 방법이 없기에 할 수 없이 물러섰다...바로 이때 가녀린 손이 뻗어오더니 사생팬의 손목을 움켜쥐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비틀어버리자 우지직하는 소리와
“경서 씨 덕분에 우리 주리가 무사해서 정말 고마워요. 그 자식이 주리 얼굴을 노린 것 같은데 너무 화가 나요.”“너무 악랄하네요. 무슨 원한이 있다고 저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요?”“서 선생님의 신속한 응급구조에 찬사를 보냅니다. 고마워요.”“미영 언니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어. 제압하는 기술로 봐서는 보통내기가 아니야.”“미영 언니 눈에서 살기를 느꼈어요. 카메라가 없었더라면 그 남자를 절대 쉽게 보내주지 않았을 것 같아요.”“미영 언니는 정당방위에요. 절대 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맞아요.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누구라도 당황했을 테고 아무리 유단자라고 해도 겁이 났을 거예요. 한꺼번에 제압 못 해서 반격당하는 날이면 큰일 나요.”“...”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병원 분위기도 긴장감이 고도로 달했다.유강 엔터의 여한영과 로얄 엔터의 장경선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와 응급실 밖에서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고 피디의 얼굴빛이 상당히 흐려있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여행 예능프로가 모험 다큐가 되어버렸고 게스트뿐만 아니라 그도 덩달아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다.이 시각 응급실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이 육경서가 아니라 자기라면 마음이 훨씬 편했을지 모른다.응급실 문이 드디어 열리고 의사 선생님이 걸어 나오더니 문 앞에 서 있는 한 무리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이내 경쾌한 말투로 말했다.“다행히 환자가 긴팔을 입은 덕분에, 그리고 현장에서 응급처치도 빠르게 했기에 화상 면적이 크지 않고 흉터도 남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피디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직장에서 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도했다.그뿐만 아니라 유강과 로얄의 고위층 관리자도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직장을 잃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현장에서 제일 차분한 사람은 서진태였고 그가 말했다.“제가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요. 제가 있는데 중상까지 가게 내버려두겠어요?”신주리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안하던 강미영이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리며 버럭 화를 냈다.“오늘 길에
여러 사람의 설득으로 육경서는 강제로 입원하게 되었고 정작 본인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모두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받으며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육경서는 솔직히 많이 놀란 상태였지만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니 그제야 진정되었는데 또 갑자기 입원하라고 했다...VIP 병실. 육경서는 억지로 밝은 웃음을 지으며 걱정해 주는 사람들을 바래고 나서보니 병상 옆에 신주리만 남았고 그러자 이내 울상이 되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주리야. 솔직하게 말해 줘. 혹시 내가 곧 죽어?”신주리는 그때까지도 아까 전의 악몽에서 완전히 헤쳐나오지 못했기에 어정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육경서는 더욱 당황해하며 물었다.“주리야. 왜 그래? 네 눈빛이 무서워.”신주리는 입술을 깨물고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고 물었다.“왜 나를 막아줬어?”육경서가 흠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헛소리야? 내가 너와 제일 가깝게 있었는데 나 말고 누가 널 막아주겠어?”신주리가 말했다.“만일 다른 사람이라도 막아줄 거야?”그 말에 육경서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갑자기 할 말을 잃었는지 침묵했다.그는 그녀가 왜 이렇게 묻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아무튼 정말 고마워. 다행히 경미한 화상이라고 하니 한시름 놨어. 그런데 장 부장님과 여 이사님이 걱정된다고 이틀 입원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어.”신주리는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육경서의 물음에 대답했다. 신주리의 말투는 온화했고 차분했으며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해버리는 평소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하지만 육경서는 왠지지 이런 신주리가 낯설게 느껴졌고 그와 아웅다웅하며 다툴 때가 훨씬 진실되게 느껴졌다.육경서는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한마디 툭 뱉었다.“나도 모르겠어.”신주리는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말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육경서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진지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이라도 내가 그렇게 할지 모르겠어.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육경서가 신주리의 싸늘한 태도에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네가 그날 밤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그날 일은 두 사람 모두 취한 상태였기에 술 깨고 나서 네가 혹시 후회했는데 내가 자꾸 끈질기게 물으면 내가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그러자 신주리는 눈이 휘둥그레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 나한테 물었어? 그리고 또 언제 끈질기게 물었어?’지나가는 말처럼 휘리릭 묻고 나서 신주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화제로 넘긴 사람이 누군데?그리고 신주리는 육경서가 두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바로 그 자리서 이별 통보를 내릴 줄 몰랐다.신주리가 입을 열고 뭐라고 말하려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침묵했다. 육경서도 더는 말이 없었고 오랫동안 침묵하면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병실 안은 순간 미묘한 정적이 흘렀고 병상에 앉은 신주리는 그가 다시 입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신주리는 육경서에게 할 말이 더 남았을 것으로 생각했고 자기 속내를 여실히 보여줬으니 그도 그에 따른 태도 표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육경서가 먼저 이별 통보를 했고 오해인 것이 밝혀졌으면 그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육경서가 말이 없자 신주리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더니 옆에 놓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까이에 있으면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핸드폰을 보니 매니저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있었고 병원 문 앞까지 왔다고 했다.“뭐 먹고 싶어? 매니저가 오면서 사다 주겠대.”육경서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자기야, 나한테 한가지 생각이 있어.”그날 밤 육경서가 취해서 부른 호칭에 신주리는 갑자기 핸드폰을 쥔 손을 꽉 움켜쥐더니 눈까풀을 파르르 떨면서 이내 고개를 들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건 오해였으니 내가 그 말을 철회하면 안 될까?”육경서는
이 여자의 마음은 돌멩이처럼 단단했고 그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자비라곤 전혀 없었다.육경서는 화상을 입은 곳이 어깨가 아닌 구멍이 숭숭 난 자기 가슴인 것 같았다. 자기 속내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거절당하면 자존심이 상할까 바였지만 정작 용기 내 고백한 뒤 거절당하니 자존심이 상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헤어지자고 하지 말았을걸...이럴 줄 알았더라면 흥분하지 말았을걸...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존심을 버렸을걸...“협조해 주는 게 좋겠어. 그냥 소식은 뭐고 나쁜 소식이 뭔지 빨리 물어봐 줘.”신주리는 육경서의 기분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얻어낸 소식을 공유하려고 했다. 그러자 육경서는 마치 AI와도 같이 전혀 감정이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그냥 소식이 뭐야?”신주리가 답했다. “제작팀에서 네가 다친 것을 보상해 주기 위해 여행 경비를 올려주겠대.”육경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도 양심은 있네. 그럼 나쁜 소식은 뭔데?”“나쁜 소식이라면 경비가 많든 적든 우리와 상관이 없게 됐어. 촬영 접고 병원에서 살아야 해.”오랜 침묵 끝에 육경서는 가출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물었다.“요 며칠 동안의 예산만 올려준 거야?”신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 것 같아.”그러자 육경서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핸드폰 줘 봐.”갑작스러운 소식에 육경서는 자기가 다쳤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손을 뻗으려다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스읍’ 하고 호흡을 집어삼켰다.“조심해.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 크게 움직이면 안 돼.”신주리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긴장한 눈빛으로 그의 팔을 바라보았다. 육경서는 눈앞에서 알른거리는 신주리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병원으로 이송할 때 그녀의 걱정스러워하던 표정이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물었다.“병원으로 오는 길에 줄곧 내 어깨를 바라보고 있던데 그때 무슨 생각 했어?”오는 길에 신주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