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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육경서가 신주리의 싸늘한 태도에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

“네가 그날 밤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그날 일은 두 사람 모두 취한 상태였기에 술 깨고 나서 네가 혹시 후회했는데 내가 자꾸 끈질기게 물으면 내가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

그러자 신주리는 눈이 휘둥그레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 나한테 물었어? 그리고 또 언제 끈질기게 물었어?’

지나가는 말처럼 휘리릭 묻고 나서 신주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화제로 넘긴 사람이 누군데?

그리고 신주리는 육경서가 두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바로 그 자리서 이별 통보를 내릴 줄 몰랐다.

신주리가 입을 열고 뭐라고 말하려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침묵했다.

육경서도 더는 말이 없었고 오랫동안 침묵하면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병실 안은 순간 미묘한 정적이 흘렀고 병상에 앉은 신주리는 그가 다시 입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신주리는 육경서에게 할 말이 더 남았을 것으로 생각했고 자기 속내를 여실히 보여줬으니 그도 그에 따른 태도 표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육경서가 먼저 이별 통보를 했고 오해인 것이 밝혀졌으면 그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육경서가 말이 없자 신주리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더니 옆에 놓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까이에 있으면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핸드폰을 보니 매니저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있었고 병원 문 앞까지 왔다고 했다.

“뭐 먹고 싶어? 매니저가 오면서 사다 주겠대.”

육경서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야, 나한테 한가지 생각이 있어.”

그날 밤 육경서가 취해서 부른 호칭에 신주리는 갑자기 핸드폰을 쥔 손을 꽉 움켜쥐더니 눈까풀을 파르르 떨면서 이내 고개를 들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건 오해였으니 내가 그 말을 철회하면 안 될까?”

육경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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