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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작가: 노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03 18:00:00
육경서는 지금 믿을 사람이 의사밖에 없었고 절대 다른 사람의 실험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 앞에 서 있던 간호사 팬이 그의 계획을 깨버리며 말했다.

“서 선생님 수술이 방금 시작되었고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요. 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상처가 짓무를 수 있어요.”

그러자 육경서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이 간호사는 틀림없이 안티팬일 거야.’

“그럼 다른 의사 선생님...”

“내가 정말 조심스럽게 할게. 절대 안 아프게 할 수 있어.”

신주리는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상처가 짓무른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달래며 말했다.

육 도련님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그녀는 잘 알았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려 황산을 막아준 그 순간만 용감했다.

그가 지금 이 상황에서 진짜로 상처가 짓무른다고 해도 의사외에는 누구도 손을 못 대게 할 것이다.

하지만 신주리는 남이 아니기에 육경서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함락되었다.

“정말이지?”

신주리는 자기 수법이 먹힌 것 같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날 믿어.”

육경서는 그렇게 신주리의 꼬임에 들었고 좀 지나니 병실에서 처량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문 앞에 서 있던 간호사는 아이돌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처치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육경서의 모습이 마치 능욕당한 소녀와도 같았다.

신주리는 그런 육경서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옷깃을 여며주고 침대 머리에 앉아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팠어?”

육경서는 반듯하게 누워 공허한 눈빛으로 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절대 모를 거야.”

신주리는 지그시 그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이쪽으로 와 봐. 내가 비밀 하나 말해줄게.”

육경서는 곁눈질로 신주리를 힐끔거리만 하고 꿈쩍하지 않았다.

아마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들을 가치가 있는 비밀인지 저울질하는 모양이다.

“안 올 거야? 버스 가버리면 다시 안 와.”

여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자를 꾀자 끝내는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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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금은...“방금 왜 갑자기 키스했어?”육경서의 예쁜 반달눈이 어리석은 지혜를 반짝이고 있었다. 신주리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답했다.“하고 싶으면 하는 거 아니야? 커플 사이의 정상적인 행위잖아.”육경서가 공항에서 신주리를 품에 안을 때 커플 사이의 정상적인 스킨쉽이라고 했었기에 그 말 그대로 돌려주자 그는 이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나와 다시 사귀겠다는 거 맞지? 그렇다면 내가 전에 제기했던 요구를 들어줘야 해.”신주리는 바보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육경서를 한참 바라보더니 겨우 두 글자를 뱉어냈다.“싫어.”그러고는 육경서가 하던 대로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비록 지금 카메라는 없지만 밖에 관객이 있어. 관객이 있을 때는 커플 신분을 유지해야 해.”문 앞에서 자기 아이돌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있던 간호사 팬의 마음은 무척이나 복잡했고 육경서의 아우성이 끝나고 신주리의 위안 소리가 들리면 그때 병실로 들어가려 했다.육경서의 팬이라면 다들 신주리를 싫어하지만 경서 오빠가 좋다고 하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위안 소리가 몇 마디만 들리고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간호사 팬은 혹시라도 육경서가 까무러쳤을까 봐 완전히 닫히지 않은 병실 문을 빼꼼히 열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경서 오빠, 괜찮죠?”문 뒤로 살며시 나타난 간호사의 머리를 발견하고 육경서가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표정이 짜증으로 가득 찼다.육경서가 현재까지 솔로인 데는 팬들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깊이 숨을 들이쉰 육경서는 마음속으로부터 강렬하게 치밀어오르는 불만을 참으며 물었다.“아직 안 갔어요?”그러자 어린 간호사가 정색해 말했다.“오빠가 아파서 까무러쳤을까 봐서요.”그러자 육경서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죠?”그 말에 간호사는 연신 손사래 치며 말했다.“아니에요. 제가 아직 인턴이라 할 일이 별로 없어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수시로 호출하세요.”그러자 육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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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74화

    신주리와 육경서가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라이브는 계속되었다. 이어진 이틀 동안 나머지 게스트들은 골동품 시장에 갔고 그곳에서 주상현은 의외로 아주 희소한 골동품을 세 점 발견해 두 점은 정부의 감정 기구로 감정받으러 보냈고 한점의 유명한 고화는 훼손이 심한 관계로 복원작업을 해야 했다. 하여 주상현은 남은 프로그램 일정을 취소하고 고화 복원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그런 주상현의 모습에 댓글 창에서는 끝없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역시 우수한 사람은 일이 우선이야. 주 선생님이 짝을 찾으러 온 것 같아? 아니야. 주 선생님은 일감 찾으러 왔어.”“이게 바로 장인 정신이고 골동품 복원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야. 주 선생님이 본업으로 복귀하는 것을 응원합니다.”“엥?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차한다고요? 나의 ‘상원 커플’이 이로써 막을 내린단 말인가요?”“주 선생님, 이대로 지원 언니 버리고 가실 거예요?”“버린다는 표현은 좀... 단지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거지 죽는 건 아니잖아요? 사적으로 연락하겠죠.”“맞아요. 주 선생님이 호감이 있다면 사적으로 지원 씨와 연락할 거예요.”“주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원 언니는 그런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오는 길에 육경서, 신주리 커플 얘기만 줄곧 하잖아요.”“맞아요. 이 커플은 언제 돌아와요?”댓글 창에서 여러 가지 댓글이 난무할 때 강미영이 빨리 끝내고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말하자 제작진도 병문안 갈 예정이었다고 끝나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러자 팬들이 갑자기 미친 듯이 댓들 창에서 떠들어댔다.“라이브 끝내면 안 돼요. 우리도 보고 싶어요.”“맞아요. 라이브로 중계방송해 줘요. 저희도 오빠가 걱정돼요.”“입원을 해있으면서도 프로에 출연해야 한단 말이야?”“어떤 사람 팬들은 너무 한심해. 그건 단지 님들의 요구이고 제작진은 아직 허락하지 않았어.”스태프가 이런 댓글을 발견하고 곧바로 피디에게 전달하자 그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며 골똘히 생각했다.피디는 아픈 육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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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75화

    피디는 문득 마음이 피곤해졌다. 협상 초기에 승낙했더라면 사기당할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협의 시간이 길어지자 시청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고 댓글 창에서 아우성을 지를 때 피디는 육경서가 오늘 저녁 병원에서 병문안하는 과정을 촬영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알렸다.하지만 병원 측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촬영사를 반으로 줄이고 다른 게스트들의 출연 장면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이런 건 작은 일이었기에 다들 의견이 없었다...오후 6시, VIP 병실 문 앞에 도착한 일행은 병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를 듣고 다들 발걸음을 멈췄다.“주리야. 물 따라줘.”“자기야. 물이 너무 뜨거워.”“자기야. 이모랑 좀 있다 오신다고 했는데 이 모습으로 괜찮겠어? 화장이라도 할까?”“여자 게스트도 있는데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주리야. 마이크가 삐뚤어졌어. 바로 잡아줘.”“자기 오늘 너무 예쁘다. 사과 깎는 모습이 천사같아.”“...”촬영사와 문 앞에 선 게스트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이었다.찰영사: ‘대박! 이 커플이 사적으로는 이런 모습이야? 좀 더 듣고 싶어!’일행: ‘낯부끄러워.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없나?’맨 앞에서 걷던 피디는 한 손으로 패드를 잡고 댓글 창의 다양한 댓글을 확인하며 문 앞에 서서 전혀 노크할 생각이 없었다...“방금 오빠 목소리 맞아요?”“맞아요. 목소리를 들어서는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요. 천만다행이네요. 이틀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겠어요.”“경서 오빠 보고 싶었어요. 드디어 목소리를 듣게 되었네요.”“아니야. 오빠 목소리도 말투도 이상해.”“육경서 뭐야? 우리 주리를 하인처럼 부려 먹고 있어.”“저래도 되는 거야? 너무 심해.”“세상에. 저 커플 너무 달콤해.”“...”문 앞에 서 있던 강미영도 더는 들을 수 없는지 피디가 잡고 있던 패드를 힐끗 곁눈질해 보고 다시 피디를 째려보더니 손을 들어 노크했다.“똑똑똑.”“들어오세요.”아까부터 별로 말이 없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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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76화

    댓글 창이 지금 확실히 난리법석이었다.“피디님 미안해요. 이왕 칼 뽑은 바에 적군의 옷이라도 입혀 묻어야겠어요.”“피디가 그나마 양심이 살아있었네.”“맞아. 여행이라면 소비도 즐겁게 해야지. 각 영역의 보스들을 모셔다 놓고 짠내투어가 말이 돼? 제작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체면이고 뭐고 다 버렸어.”“여러분, 피디님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 그러다 여행 경비 안 올려주면 다음 스케줄을 우리 주리가 담당했는데 끝장나요.”“...”피디는 행여 신주리가 카메라 앞에서 엄청난 발언을 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육경서가 신주리를 제대로 설득했는지 몰라도 카메라 앞에서 하차를 선포하는 날이면 큰일이다.신주리는 사과를 다 깎고 나서 먹기 좋게 작은 조각으로 잘라 접시에 놓고는 포크로 한 조각 찍어서 그의 손에 쥐어 주웠다.육경서는 그런 신주리의 모습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옛날 버릇이 도져버렸다.“이렇게까지 세심하게 할 필요가 없어. 나같이 거친 사내대장부한테 이런 게 어울리기나 해? ...”“그래? 밥을 떠먹여 줘야 하고 씻겨줘야 하고 처치하면 울고불고 난리 하는 화장실 갈 때 부축하는 걸 빼곤 1부터 전부 내가 도와줘야 하는 사내대장부 말이야?”병실 안의 공기가 갑자기 싸늘해지면서 육경서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고 신주리의 말을 격하게 반박하고 싶지만 그녀의 담담한 표정에 그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카메라 맨은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인지 두 사람이 출연하지 않은 이 이틀 동안 무료하기에 그지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익숙한 분위가 형성되자 카메라맨은 친절하게 클로즈업을 당겼다...“하하하, 카메라 맨이 어떻게 우리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경서 오빠 얼굴을 클로즈업할 생각을 했다니?...”“방금 문 앞에서 육경서 말을 들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우리 주리가 또 얼마나 욕을 들었을지 몰라.”“맞아요. 어떤 사람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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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77화

    “아무튼 경서 너 작작 해. 주리 그만 괴롭혀.”강미영이 낮은 소리로 육경서를 나무라자 소지석도 이내 곁들어 말했다.“맞아.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그러자 심수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금 웃는 만큼 울 날이 있을 거야”심수정의 말에 육경서가 뿔났다.“수정 이모는 입에 독을 발랐어요?”“솔직한 말은 듣기 싫은 법이야.”그러자 육경서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경서는 이 사람들이 병문안을 온 것인지 잔소리하러 온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이 중에서 서진태만 직업의식 때문인지 몰라도 자기가 병원으로 온 목적을 기억하고 인사치레로 몇 마디 문안하고는 일상적인 주의 사항을 설명해 줬다.다른 사람도 그제야 자기가 뭐 하러 왔는지를 알아차리고 육경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화제가 드디어 정상적인 궤도로 진입하자 다들 자연스럽게 이틀 동안의 수확에 대해 말했다.“이번 스케줄이 끝나면 저는 더는 출연 못 할 것 같아요. 남은 분들 여행 잘하시고 다들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나길 바라요.”주상현이 먼저 말을 꺼내더니 이내 육경서와 신주리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두 사람은 그만 다퉈요. 적절하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서로의 감정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다고 또 지나치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라는 건 아니에요. 너무 한심하게 굴면 상대가 도망갈 수 있어요.”마지막 말은 육경서를 겨냥해 한 말인 것 같았다.그러자 시청자들이 이내 댓글 창에서 먼저 주상현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고는 선배가 후배에 대한 훈훈함을 찬양했다.하지만 그중에 허를 찌르는 가혹한 댓글도 들어있었다.“주 선생님이 아직 솔로이면서 이중 유일한 커플에게 사랑 강습을 하시는 거예요?”“하하하, 주 선생님 말씀이 정확하긴 하지만 솔로의 신분으로는 설득력이 없어요.”“주 선생님 고마워요. 먼저 선생님 혼인 대사부터 걱정하셔야 할 것 같아요.”“...”이런 댓글이 지금 육경서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했다.특히 주상현의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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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278화

    옆에서 두 사람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신주리는 주상현의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눈으로 불이라도 뿜을 듯한 육경서의 모습이 보였고 그제야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피식 웃으며 주상현의 말에 응했다.그러고 나서 육경서의 노기등등한 눈빛도 무시한 채 계속해 말했다.“주 선생님은 2부부터 하차하시는 거죠? 1부는 마저 녹화하시고 가실 거죠?”그러자 주상현이 답했다.“당연하죠. 오늘 저녁에도 여러분과 함께 숙소로 돌아갈 거예요.”신주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1부가 끝나려면 뭐가 더 남았죠?”주상현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피디를 바라보자 그는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프로그램이 비록 정해진 일정도, 목적지도 딱히 없지만 상징적인 코너가 있어요. 매번 투어가 끝나면 게스트들이 자기 마음에 드는 게스트의 이름을 적어 제작진에게 발송하면 제작진이 그(그녀)의 연락 번호를 가르쳐줘요. 그러면 그 번호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했죠?”신주리는 확실하게 모르겠다는 말투로 피디를 바라보자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마음에 드는 분한테 메시지를 발송하면 제1부가 완전히 끝난 셈이죠. 그리고 며칠 쉬면서 재정비하고 2부 시작할 거예요.”그 말을 듣고 신주리는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방금 주 선생님이 사적으로 연락하겠다고 말하지 않으셨더라면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우리가 아직 전화번호를 공유하지 않았잖아요. 그럼 오늘 밤 주 선생님 메시지 기대할게요.”주상현이 어색하게 입을 열더니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했다.육경서는 왼쪽을 보고 다시 오른쪽을 보더니 그제야 주상현이 일부러 자기를 자극한 것임을 알아차렸다.역시 인간은 사랑에 빠지면 IQ가 대폭으로 하강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이틀 동안 관찰한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는 병원 측의 말에 육경서는 강제로 퇴원하게 되었다.신주리가 육경서를 강제로 퇴원시키려 하자 그는 퇴원하는 조건으로 부당한 요구를 잔뜩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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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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