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팬들은 확실히 본방 사수를 했고 서진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모양이다.팬들은 각자 자기 연예인을 응원했고 그들의 연애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연애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던 커플 팬은 그들의 팬한테 두들겨 맞을까 봐 감히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다. 팬이 없는 일반인은 알아서 뒤로 물러나 세 명의 연예인이 자기 팬들과 인사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줬다. 육경서는 이런 장면을 흔히 봐왔기에 전혀 쭈뼛거리지 않고 당당히 앞으로 걸어가 활짝 웃는 모습으로 팬서비스했다.“다들 고마워요. 오늘 날씨도 안 좋은데 안전에 조심하셔야 해요.”“오늘 너무 추워요. 여기 계시지 말고 빨리 집으로 들어가요.”신주리도 정신 차리고 팬들과 소통했고 그들은 그녀에게 몸은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서진태가 분원에 약을 달여놓았으니 도착하면 받을 수 있다고 했던 육경서의 말이 생각나면서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차는? 연락됐어?”“혹시 아무 교통수단도 없는 것 아니지?”심수정이 온몸으로 못마땅함을 드러내며 물었다. 만일 이때 그녀에게 이런 날씨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한다고 하면 심수정은 아마 이 자리서 하차했을 것이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는데 고생을 사서 할 필요가 없었고 진심으로 짝을 찾으러 온 것도 아니고 말이다. 육경서는 비행기에서 내리고부터 줄곧 신주리와 대화하기를 거부했고 쌀쌀맞기 그지없었으나 그녀가 먼저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신주리는 담요를 접어 팔에 걸치고 있었고 지금은 헐렁한 겉옷만 입고 있어 추운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으며 마스크를 끼지 않아 핏기 없는 작은 얼굴이 여실히 드러났고 눈빛도 힘이 없었다. 그 모습에 육경서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신주리의 팔에 걸쳐진 담요를 보고는 말없이 담요를 펼쳐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러자 담요가 목도리로 변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반쯤이나 가렸고 예쁜 한 쌍의 눈
강미영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도련님이 자기 스케줄도 관리하기 힘든데 이렇게 많은 사람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제의했다. “먼저 택시 타고 호텔까지 가요. 가서 다시 생각해요.”공항부터 호텔까지 너무 멀지 않았기에 택시를 탄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고 줄곧 이렇게 인파 속에 묵묵히 서 있을 순 없었다. 신주리에게 담요를 덮어줬지만 보기 안 좋다고 한사코 벗겨내려고 하자 육경서는 아예 팔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강압적으로 품으로 당겼다. 열애사를 인정한 마당에 팬들의 앞이라고 해도 오해의 소지가 될 일은 없었다. 한쪽 팔로 신주리가 버둥거리지 못하게 꽉 잡고는 한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강미영에게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이모, 잠깐만요. 차 불렀으니 금방 도착할 거예요.”강미영은 미덥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하마터면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네가 차 부를 줄도 알아?’“막혀서 안으로 못 들어온대요. 우리가 밖으로 좀 걸어 나가죠.”육경서가 전화를 받더니 큰 소리로 말하면서 먼저 앞으로 걸어갔고 게스트들도 그를 따라 나란히 걸어나가자 팬들은 한 발짝이라도 놓칠세라 바짝 뒤를 따랐다. 심지어 어떤 팬들은 그들이 교통수단이 없어 자기 차에 타길 기대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섯 대의 빨간색 새 차가 위풍당당하게 대기하고 있었다.카메라가 다가가자 육경서는 품에 안은 신주리의 담요를 잘 여며주고 나서 손을 풀더니 앞으로 몇 발짝 다가가 유창한 말투로 광고문구를 쏟아냈고 잘생긴 얼굴에 득의양양한 표정마저 짓고 있어 다들 그제야 무슨 영문인지 눈치챘다. 육경서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 협찬을 찾아온 모양이다. 댓글 창에서 육경서에 대한 찬사가 끝없이 터져 나왔다. “결정적인 순간에 경서 오빠가 이 한 몸 불살라 게스트를 살려냈네.”“제작진이 사람도 아니야. 어떻게 경서 오빠한테 얼굴을 팔게 할 수 있어?”“어젯밤에 내가 눈치챘어. 반드시 PPL이 있을 거라고.”“피디도 몰랐을까? 게스트들은 전혀 모르는
육경서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고 신주리는 비행기에서의 냉랭한 얼굴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웃음꽃을 만발하며 그와 아웅다웅하던 활력을 되찾은 듯했다. ‘이것도 연기일까? 카메라가 켜졌으니 연기가 다시 시작된 걸까?’그렇다면 신주리의 연기가 확실히 자기보다 한 수 위였고 하마터면 진짜인 줄 알고 착각할 뻔했다.“안 하면 갈 거야.”신주리가 당장이라도 돌아설 듯 몸을 돌리려 하자 육경서는 이내 그녀를 잡아끌면서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장난 그만 쳐. 아프다면서 왜 그래?”“내가 아픈 틈을 타서 너 먼저 네 잇속을 차렸잖아.”신주리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이 자식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신주리가 비행기에서 카메라가 없으니 연기 그만하라고 했다고 카메라가 켜진 틈을 타 죽기 내기로 연기했다.신주리는 방금 육경서의 품에 파묻혀 질식해 죽는 줄 알았고 이 자식이 공적인 일로 사적인 복수를 한다고 생각했다. 육경서가 손을 뻗어 신주리를 막무가내로 차 속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내가 무슨 잇속을 차렸다고 그래? 커플인데 그 정도 스킨쉽이 뭐가 문제야?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타.”신주리가 차에 앉아 고개를 들고 육경서를 흘기며 물었다.“확실한 거지?”뒤따라 차에 오르던 육경서는 신주리의 표정에 움찔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녀가 이별 얘기를 꺼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목소리를 높이며 강하게 말했다.“당연하지. 너도 확인했잖아.”육경서의 뜻은 신주리 너도 열애사를 인정했으니 여기서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신주리는 그의 말뜻을 알아챘으나 시청자들은 이상한 생각에 빠졌다.“두 사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뭘 확인했다는 거야?”“진도가 너무 빨라 미처 못 따라가겠어.”“내가 생각한 그 확인이 맞을까?”“베란다에서 포옹하고 키스하고 그런 확인?”“단순하게 생각해. 그저 일반적인 확인이야. 얼마나 일반적인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신주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를 지그시 쳐다봤고 육경서는 그런 눈빛이 부담스러워 당장 폭발하려고 할 때 그
소지석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강미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게스트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웃는 얼굴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는 강미영의 모습은 그저 심심풀이로 묻는 것 같기도 하고 어른이 아랫사람한테 관심 조로 하는 말 같기도 했다. 강미영의 말투와 물음은 소지석을 당황하게 했고 시청자들도 따라서 당황했다.“아니. 정말 모르겠어요?”“미영 언니 표정 봐요. 그저 심심해서 묻는 말 같아요. 아직 눈치 못 챈 거 아닐까요?”“어떤 팬이 소지석이 아깝다고 하더니 잘 좀 봐. 미영 언니는 아예 그런 뜻이 없어.”“지석 오빠와 유리 언니가 친구야. 미영 언니는 그저 조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슬퍼. ㅠㅠ”“지석 오빠가 당황했어.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어.”“지석 오빠, 여기까지 왔는데 용감하게 고백해요.”“고백 안 하는 게 나을 듯.”댓글 창에서 또다시 갑론을박이 시작했다. 소지석에게 용감하게 고백하라고 다그치는 사람도 있었고 제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전에 소지석이 아깝다는 댓글을 반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지석이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대답했다.“있어요.”지나가는 말로 물어본 것인데 너무나도 진지하게 대답하니 강미영은 금세 흥미가 생겼다.“진짜야? 누구야? 이모가 도와줄까?”그러자 소지석은 웃으며 동문서답했다.“유리와 릴리가 누나를 연애하라고 이 프로에 출연시킨 건데 남의 연애나 돕고 있으면 되겠어요?”강미영은 이내 손을 저으며 말했다.“네가 남이야?”남자는 깊은 두 눈으로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그럼 누나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요?”강미영이 낮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네가 퇴직할 나이 되어보면 알 거야. 내 나이가 되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물건도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아.”뜻인즉슨 없다는 것이고 그저 두 자매의 소원을 이뤄주려고 놀러 왔을 뿐이다. 오기 전에는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가졌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와보니 그런 사람은
피디가 전에 이런 유형의 예능프로를 많이 연구한 결과 생소한 사람들을 한곳에 모여놓고 열악한 환경에 처했을 때 그들의 인성이 여실히 드러났고 그에 따른 모순도 발생하면서 이런 모습이 시청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여 피디는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스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이들이 진실한 인성을 드러낼지 아니면 서로 보듬어주면서 함께 고난을 이겨낼지가 알고 싶었다. 어떤 상황이든 볼거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소위 인솔자인 육경서때문에 난항을 겪게 되었다.아무리 재벌 2세라고 해도 유강엔터에 소속된 연예인이기에 피디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반항했고 육경서 또한 피디의 기분을 이해하지만 절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 바로 반발했다. “반칙이 아니에요. 이건 제 별장이 아니에요.”“육씨 가문의 별장도 안 되고 친구, 친척의 것도 안 돼.”피디가 노발대발하자 육경서가 느릿느릿 말했다.“제 설명을 마저 듣고 판단하시는 게 어떻겠어요?”피디는 육경서를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체 무슨 꿍꿍인지 알아보기로 했다.“이 별장은 제 친구 친구가 방치해둔 별장이에요. 지금 여행 시즌이라 단기 임대를 하려고 하는데 제가 임대 맡은 건 아니에요. 저희 여행 경비로는 이런 별장을 임대 못 해요.”육경서는 당장 불이라도 뿜어낼듯한 피디의 모습에 재빨리 설명했다.“이 별장을 비워둔 지 꽤 오래됐기에 임대하기 전에 청소해야 한대요. 하지만 별장 안에 귀중품이 많고 집주인이 외국에 있어 업체를 불러 청소하기는 걱정이 된다고 해서 제가 이 일을 맡기로 했어요.”그 말에 피디가 육경서를 흘기며 말했다. “그래서 경서 씨가 업체를 찾아 청소를 맡기고 이곳에서 감독한다는 거야?”“아니죠. 저희가 청소해주는 대신 3일동안 무료로 사용하는 거죠. 이건 문제없잖아요?”피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네 보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게스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한지원은 그들의 난처함을 알아채고 캐리어를 끌고 가며 말했다.“계획 짜는 건 도움 줄 수 없어도 청소는 저한테 맡기면 돼요. 제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집에서 청소하는 게 취미거든요. 엄청나게 힐링이 돼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그녀는 게스트들이 힘들어할까 봐 위안하기 위해서이다. “저도 할 수 있어요.”한지원이 혼자 하게 내버려둘 수 없어 신주리도 가담하기로 했다.집에서 도우미 아주머니가 청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감기도 낫지 않았는데 넌 빠져.”육경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을 반박하자 신주리는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그럼 네가 할래?”그러자 육경서가 고개를 살짝 쳐들고는 말했다.“내가 못 할 것 같아? 나도 청소할 줄 알아.”그러자 신주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관둬. 할 줄 안다고 해도 네 팬들이 마음 아파서 그 모습을 어떻게 보겠어? 우리 오빠가 왜 계획도 짜야 하고 숙박지도 찾아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해? 신주리는 왜 아무것도 안 해? 고작 감기 걸린 것 가지고 뭐가 그렇게 대단해? 이럴 것 같아.”그 말에 육경서는 어이가 없어 침묵했고 댓글 창도 침묵했다.역시 마법으로 마법을 무찌르는 것이 진리이다. 육경서 팬들의 진실한 속마음을 신주리가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해버리니 그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젠장, 이 여자가 내 속마음을 읽어버렸어.”“신주리가 이렇게 말하면 내가 욕 안 할 줄 알았지? 그런데 말이야. 진짜로 못 하겠어.”“역시 철천지원수가 서로를 제일 잘 알아.”“신주리를 몇 년 동안 욕해왔고 아직 몇 년은 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내가 젠장 할 말이 없잖아.”“주리 겁내지 마. 우리가 대신 욕해줄게.”“감기 걸린 게 죄야? 나도 감기 걸리면 누워 쉬는데 주리같이 연약한 아가씨가 어떻게 버텨?”“...”두 사람의 전쟁이 다시 또 시작할 것 같아 강미영은 바로 도
대부분 시청자는 육경서가 친구에게 사기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육경서 열혈 팬은 오랫동안 방치한 별장이기에 정상이라고 기를 쓰고 자기 아이돌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집을 피운다고 해도 현 상황을 바꿀 수 없었다. 육경서도 혹시 바보 친구가 고의로 한 짓이 아닌지 의심되었다. “맙소사, 육 도련님 친구가 보통 부자가 아니네요. 쓰레기 처리장을 금으로 도배했네요. 덕분에 이런 곳에 입주하게 되어 영광이에요.”신주리가 고개를 쑥 들이밀고는 비아냥거리며 말했고 육경서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입 다물어. 안 그러면 너 혼자 청소시킬 거야.”신주리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손을 입 가까이 가져가더니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쓱 그으며 지퍼 닫는 시늉했다....게스트들의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이는 피디는 환한 얼굴로 촬영사에게 빨리 촬영 포인트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게스트들이 호텔로 옮기겠다고 할지도 모른다.게스트들은 캐리어를 안으로 들여놓지 않고 문 앞에 둔 채로 순서대로 입장해 별장 내부를 참관했고 카메라가 찍은 곳곳마다 말 그대로 쓰레기 처리장이었다. 바닥은 먼지로 가득했고 알록달록한 많은 물건이 널브러져있었으며 자세히 보니 대부분 파티에서 사용하고 남은 물품들이었다. 주방 식탁에는 먹다 남은 배달통이 수두룩했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음료수병과 술병, 그리고 먹다 남은 과자 봉투와 말라비틀어진 과일이 놓여 있었다. 카펫에는 여러 가지 물품들이 가로세로 뻗어있었고 옆에 놓은 밀차에는 반만 먹은 케이크가 놓여있었으며 테이블과 식탁에는 케이크 크림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오랫동안 비워둔 것이 아니라 얼마 전에 파티했던 모양이야.”“우리 오빠가 친구한테 당한 것 같아. 누군가가 입주한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어질러 놓은 것 같아.”“아주 잠깐 카드 정지 맞은 재벌 2세를 불쌍히 여겼던 내가 병신이야.”“나쁜 친구네.”
신주리가 입을 삐죽거리더니 말했다.“방귀 낀 놈이 성 낸다더니 이건 무차별 공격인가?”그러자 육경서는 대범하게 승인하면서 말했다.“알면 날 건드리지 마.”그러더니 신주리가 쥐고 있던 걸레를 확 낚아채 대야에 던지고는 대야를 들고 다른 곳으로 향하면서 말했다.“가서 병이나 정리해. 내가 닦을게.”신주리는 육경서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손에 묻은 물기를 털고 병을 줍기 시작했다.댓글 창에는 커플 팬들의 응원 소리가 자지러지면서 육경서에 대한 찬양이 끝없이 쏟아졌다....육경서의 친구가 비록 장난치긴 했지만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고 청소할 범위도 그렇게 넓지 않았다.하지만 가사에 익숙지 않은 게스트들은 기어이 30분을 넘겨서야 겨우 끝냈고 시계를 보니 한시가 넘었다.게스트들이 많이 힘들었는지 밖에 나가기를 거부했고 하는 수 없이 육경서는 거금을 들여 배달을 시켜 점심을 먹고 나서 방을 배정하기 시작했다.“1층과 2층에 각 네 개의 침실이 있어요. 제 생각에는 성별대로 나누면 편하고 좋을 것 같아요.”하지만 육경서의 제의가 당장에서 바로 부결되었다. 프로에 관심이 전혀 없는 심수정이 괜히 시비를 걸었다.“대학교 기숙사도 아니고 왜 성별대로 나누어야 해? 총각, 이건 연애 예능프로야.”그 말에 육경서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럼 아래위층에 각각...”“각자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해서 쓰라고 하면 되잖아.”심수정이 말했다.“그렇게 해요. 그럼 선배님들 먼저 선택하시고 저와 주리는 나중에 선택할게요.”육경서는 자각적으로 자기와 주리 이외의 게스트들을 선배로 통칭했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쿠션을 안고 있던 신주리는 어쩌다 육경서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고 소지석도 이 제안이 마음에 드는지 강미영 측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영 누나는 1층이 좋아요? 아니면 2층이 좋아요?”“제가 2층 서재 옆에 딸린 방을 쓸게요. 잠귀가 밝아서 조용한 걸 좋아해요.”강미영은 거절하지 않고 맨 처음 순서로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