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신하균을 올려다보는 표정은 막막함에서 충격으로 변했다.릴리는 앞에 있는 까맣고 못생긴 강아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얘 엄마라고요? 얘 유전자가 이렇게나 좋아요?”신하균은 휴대폰을 끄고 릴리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애꿎은 강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당신은 강아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네요. 강아지를 당신에게 맡기면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 같아요!”“아니! 줬던 물건을 다시 가져가는 법이 어디 있어요.”릴리는 강아지를 품에 안은 채 경계하는 눈빛으로 신하균을 노려봤다.“이 아이는 물건이 아니라 제 퇴역 전우의 후손입니다.”신하균이 진지하게 말했다.“...”수사견과 경찰의 특수한 전우애를 잘 모르는 릴리지만 신하균의 장난같지 않은 표정에 반박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릴리는 몇 초 동안 멍해 있더니 열심히 해명했다. “제가 강아지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제 좋아함과 숭배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신하균의 눈 밑에는 몇 가닥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제가 잘 돌볼 테니까 당신은 저한테 준 이상 다시 가져가지 마세요!”릴리가 덧붙였다.신하균은 잠시 릴리를 냉정하게 쳐다보더니 말했다. “안 믿어요.”“???”‘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안 믿는다고?’릴리는 여태껏 큰소리 친 적이 없다. 할 수 없는 일은 허풍을 떨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식언하지 않는다.“저한테 정기적으로 강아지의 성장 상황을 보고하고 언제든지 답방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는 한이요.”신하균이 담담하게 덧붙였다.“당신도 답방하겠다고요? 전에 입양하려던 강아지의 주인도 답방하겠다고 했었어요!”신하균이 눈썹을 찡긋했다. “네, 답방은 필수죠.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이 강아지에게 잘 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강아지도 그런데 더군다나 이 아이는 신분이 특슈하지 않습니까.”생각해 보니 신하균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게다가 지난번 입양은 답방 요구를 거절해서 무산되였다.이번 기회는 더 이상 놓쳐서는 안 된다.“오케이! 매달 강아
릴리는‘미래’의 멋진 강아지와 신나게 얘기하다가 이 말을 듣고는 잠시 멈칫하고 묘한 눈빛으로 신하균을 바라봤다.신하균은 릴리의 이상한 눈빛에 무의식중에 자신을 점검했다.“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지금 범인 감시하세요? 매일 남의 스케줄은 왜 물어보세요.”“...”신하균은 릴리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릴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제가 스케줄을 꼭 알려줘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성인이고 인권 자유가 있다고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예요!”신하균은 어리둥절했다. “당연히 인권 자유가 있죠. 저는 단지 묻고 싶었을 뿐이예요.”“네~ 당연히 그냥 물어본 거겠죠.”릴리는 비꼬는 말투로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신하균의 얼굴에는 온통 물음표였고 눈빛은 더욱 멍해졌다.지난번에 무슨 스케줄이 있냐고 물었을 때도 릴리는 기분이 별로인 듯 한마디 툭 던졌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예요.’지금처럼 까칠했다.‘하지만 처음 물어봤을 때는 분명 알려줬었잖아.’‘설마...’“혹시 화났어요? 제가 일전에 스케줄만 묻고 데이트 약속은 잡지 않아서요?”신하균이 떠보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누가 당신이랑 데이트 하고 싶대요? 저 되게 바쁜 사람이거든요!”신하균은 릴리의 어색한 표정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놓였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릴리에게 설명했다.“며칠 전엔 고정철 사건으로 야근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릴리의 눈빛이 더욱 부자연스러웠다.릴리는 고개를 숙인 채 품에 있는 강아지를 안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누가 궁금하대?”“그럼, 내일 시간 있어요?”릴리가 대답했다. “아니요.”“토요일은요?”“없어요.”“일요일은?”“...”릴리는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강아지 발톱을 만지작거리며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일요일에는 주아 언니랑 밥 약속이 있어요.”그러자 신하균이 고개를 끄덕이며
젊은 비서가 따라오며 의아해했다. “재계약은 어제 하지 않았나요? 왜 또 오신거죠? 조운 그룹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상대방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릴리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예쁜 눈동자로 비서를 훑어보았다. “새로 왔나요?”“아니요. 저는 비서실에 오래 있었습니다.”“그런데도 아직 쓸데없는 오지랖은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걸 모르는 거예요?”릴리는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목소리에 젊은 비서는 가슴이 철렁했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저는 단지 사장님이 조운 그룹의 중요성을 모를까 봐 걱정되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릴리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네요.”젊은 비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릴리가 별말이 없자 얼른 나갔다.마침 그때 임강준이 사무실로 들어왔다.그는 여비서를 힐끗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문이 닫혔다.임강준이 물었다. “조운 그룹 사람이 왔습니까?”“왔다고 했는데 저도 아직 못 만났습니다.”말하며 릴리는 턱으로 문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저 비서는 무슨 일을 담당하고 있나요? 꽤나 고성그룹을 위하던데.”“양율의 사람입니다. 양율을 해고하겠다고 공시는 했지만 이직 수속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처음에 임강준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생겨야 릴리 곁을 떠날 수 있다고 말했었다.하지만 이런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라인을 잘못 탄 사람을 자기쪽으로 끌어오는 것은 아직 기회가 있다.그래서 전 회장 비서인 양율의 이직 절차는 계속 보류되었고 두 사람 모두 암묵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그런데 지금 릴리는 눈썹을 찡그렸다. 갑자기 이 오지랖을 참기가 싫어졌다. “오지랖이 너무 넓어요. 제 일에까지 간섭하잖아요. 이제는 이직 진도를 재촉할 때가 온 것 같아요.”임강준은 고개를 저으며
임강준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릴리는 잠시 마음이 착잡했다.휴대폰을 꺼내 육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형부, 비서가 너무 완벽해요ㅠㅠㅠ 완전히 해고하고 저희 회사에 양보해 주실 수는 없나요? 저한테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으면서 고성그룹의 많은 사람들은 사석에서 릴리를 비웃었다.릴리는 사실 모두 다 알고 있다.임강준은 거의 만능 비서다. 처음에는 조금 불만이 있는 듯 했지만 곧 적응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릴리가 직장 초보임에도 의견을 존중하고 릴리가 가장 정확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다.동시에 릴리를 속박하지 않고 어려운 처지에서 처하면 억울함을 당하지 않게 했다.예를 들면 어젯밤처럼 말이다.그는 처음에는 릴리가 참기를 바랐지만 못 참겠다는 신호를 받고는 끈질기게 요구하지 않고 덤덤하게 뒷수습을 해줬다.지금도 그는 분명히 양율이 릴리 라인에 서고 싶어하고 일이 순조로우면 릴리 곁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릴리가 믿지 않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대로 하라며 릴리의 생각을 존중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줬다. ‘ㅠㅠ. 완전 감동이야.’릴리는 그날 뇌섹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릴리는 뇌섹남이라면 이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릴리는 자기보다 똑똑한 모든 사람을 좋아한다.이미 신하균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릴리는 분명 다른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잠깐!’‘신하균을 좋아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잖아!’똑똑똑.노크하는 소리가 나다.릴리는 머리를 흔들며 이런 끔찍한 생각을 떨쳐내고 나서 조용히 말했다. “들어오세요.”들어온 사람은 양율이였다. 릴리를 보는 순간 그의 굳은 얼굴이 약간 어색해졌다.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쪽으로 가더니 그를 향해 손짓을 했다.“이리와서 아무 데나 앉으세요.”“...”양율은 릴리의 맞은편에 앉았다.릴리는 소파에 기댄 채 아름다운 눈으로 그를 훑어보고는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임 비서에게 이직 수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양율을 바라보며 그의 말을 들었다."어떻게 보면 저는 이미 반은 고씨 가문 사람입니다. 그룹의 최고 이사가 하루 아침에 바뀌고 그것도 사업은 해본적이 없는 젊은이라는데 당연히 마음에 않 들죠. 게다가 회장님도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 있으니 저는 고성그룹의 미래를 위해서 당연히 회장님 편을 들었습니다.”“핑계인가요?”릴리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양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바로잡았다. “설명입니다.”한 것은 한 것이다. 지금처럼 라인을 갈아타려 해도 자신의 과거 행위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진심이야말로 영원한 필살기다.그러나 이러한 진심 어린 변명은 릴리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그래서요?”릴리는 개의치 않는 듯 계속 추궁했다.양율은 릴리를 바라보며 마음의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얇은 입술을 잠시 오므렸다.“앞으로는 고 회장님께 했던 것처럼 당신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당신의 걱정과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당신의 오른팔이 될 것입니다. 단지 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제가 고성룹에 계속 머물 수 있게 해 주세요.”이것이야말로 그가 온 진정한 목적이다.원래 그는 자기가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이용하여 릴리를 협박하여 협상을 타결하려고 했다.그러나 자리에 앉는 순간 그는 마음을 바꾸었다.이 계집애는 그가 상상하는 것보다 고성그룹의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는 솔직하기로 선택했다.릴리는 소파에 기대어 시종일관눈웃음을 지으며 건너편의 양율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살피는 듯했고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한참후에 릴리가 입을 열었다. “고성그룹에서 잘리면 서울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기도 곤란하시죠?”양율은 어리둥절해서 잠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저는 당신이 나이가 많아서 지조도 더 강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죠? 현실에 고개를 숙인 겁니까?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계집애한테 패배를 인정하시는 거
양율은 미간을 찡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릴리를 쳐다보았다.릴리는 여전히 방금 전 산만한 모습으로 소파에 기대어 눈꺼풀을 젖히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눈이 마주쳤다.공기는 갑자기 이상한 고요에 빠졌다.양율은 수십 년 동안 고 회장의 비서였고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경력과 그의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당연히 눈치도 빠르다.그는 릴리의 뜻을 알아차렸다.그가 해임된 것은 그가 제멋대로 결정했고 릴리를 안중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지금 릴리는 일부러 그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어떻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해보려고 말이다.만약 정말로 고성그룹에 남아 이 계집애에게 잘 보이고 싶다면 그는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하지만 이 지시는 유치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조운그룹과 고성그룹이 오랜 사업파트너라는걸 임 비소가 말씀드렸죠?”“네.”“재계약을 안 하실 건가요, 아니면 지금 만나기 싫은 건가요?”양율이 물었다.“...”릴리는 그의 변한 태도가 마음에들었다.적어도 정상적인 비서 같기 시작했다.괜찮은 발전이다.릴리가 대답했다. “재계약할 생각이 없습니다.”양율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더니 결국 설득과 질문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재계약을 원하지 않느냐, 아니면 그냥 만나기 싫은 것이냐고 물은 것은 그의 내쫓는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다.그는 자신이 설득해도 소용이 없을 거란걸 알고 방식을 바꿔 임강준의 말투로 주의를 주었다.조운그룹의 중요성은 임 비서가이미 일깨워줬을테니 릴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분명 그가 모르는 내막이 있을 것이다.양율이 사무실을 나섰다.그는 아래층 경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조운그룹 사람을 쫓아내세요.”심씨 가문이 고성그룹을 억압하고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조운그룹이 심씨 가문과 친하게 지내서 재계약을 안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이미 재계약 하지 않기로
육시준은 한 마디로 바로 릴리의 정곡을 찔렀다.릴리는 바로 장난끼를 거두고 답장했다. 【아직 양율이 있으니 형부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나는 귀찮지 않아. 신하균도 귀찮지 않을 걸.】【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그냥 임 비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말해본 거예요. 다시는 장난 안 칠게요.】【응. 별일 없으면 문자 보내지 마. 바쁘니까.】릴리는 이 문자를 보고 눈을 뒤집었다.신혼여행에 회사도 내팽개쳤다. 그러니 릴리 회사는 더 신경 쓸 기분이 아닐 것이다. 이해한다.릴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메일을 봤다. 거기에는 소안영이 보낸 메시지가 와있었다. 김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 김옥에 대한 모든 자료가 들어 있었다.조운그룹과 고성그룹의 재계약 실패 소식은 곧 서울 상권에 퍼져나갔다.모두가 고성그룹은 이제 끝난 셈이라고 구경거리를 봤다.사장자리를 어린 계집애에게 준 것은 원래 터무니없는 일이다. 게다가 심 씨 가문의 미움을 사다니 끝난 것이다.경제 뉴스에 빠르게 보도되었다.이 소식이 삽시간에 새어 나가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통쾌합니다! 우리 주영이를 괴롭히더니. 외국의 짝퉁 공주주제에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조운그룹 사장님, 화풀이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주영단’이 영원히 당신을 지지할 겁니다!”“무슨 일이죠? 조운그룹과 고성그룹이 재개역을 하지 않은게 어떻게 고주영과 상관이 있죠?”“아뢰옵건대, 고주영은 고성그룹의 큰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심 회장의 외손녀이기도 합니다! 심 씨 가문은 평생을 성실하게 일했고 국민을 위해 봉사했는데 딸과 외손녀가 고성그룹에 밟히는 걸참겠습니까?”“윗댓 이 일은 심 씨 가문과 무관합니다. 단지 어르신께 선한 인연을 많이 맺어서 다른 사람들이 그의 손녀가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못마땅해 할 뿐입니다!”“맞습니다! S가까지 끌어들이지 마세요!”“고주영이 김씨 집안의 바보에게 시집가는 날 고성그룹은 파산할거야.”“...”고주영의 팬들은 이 소식을 듣고 환호하며 통쾌함을 느꼈다.마침내
원래 고주영 팬이 우세한 판국에 육시준과 강유리를 끌어들여 불똥이 튀었다.강유리와 육시준의 팬은 인플루언서 블로거들이 많아서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그들은 잇달아 나타나 마구 날뛰는 ‘주영단’들을 짓밟고 그들의 계정을 신고했다.순식간에 전세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고성그룹 별장.짝!고정남이 뺨을 한 대 때리며 고주영을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이 년아!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너 조운그룹이 고성그룹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오랜 동맹과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순간에 정리할 수 없다.그도 조성운 그 이익만 챙기는 늙은이가 이 망할 계집애 때문에 고성그룹과 협력을 끊을 줄은 전혀 몰랐다.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다.고성그룹과 조운그룹은 가장 든든한 파트너였지만 사실 두 집안은 모두 심가라는 큰 나무에 의지하고 있었다.그가 이렇게 통쾌하게 고성그룹을 버린 것은 틀림없이 심가가 그에게 더 큰 혜택을 준 것이다.그리고 심가가 이렇게 한 것은 틀림없이 이 망할 계집애가 한 짓일 것이다.“당장 심가에 전화해 조성운을 말려라.”고정남이 목소리를 낮추었다.고주영은 바닥에 엎드려 얼얼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다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제가 일부러 이렇게 하라고 한 건데 지금 왜 전화를 걸어서 말리죠?”“너...”고정남은 굳은 얼굴로 온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우신이 그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버지! 진정하세요. 이 일은 분명 오해가 있을 거예요! 저와 주영이는 어려서부터 심가와 친하지도 않고 연락도 자주 하지 않았는데 심가가 어떻게 우리를 위해 모험을 할 수 있겠습니까?”게다가 이혼할 때 그들 남매는 지지하지 않아서 더욱 심가와의 사이가 틀어졌다.심가가 그들을 위해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여론 앞에 나타날 리 없다.고정남도 물론 알고 있지만 소식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화를 풀데를 찾았을 뿐이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고주영을 응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는 경고했다. “너 요 며칠 얌전히 있어라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