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강유리가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이미 점심이었다.강유리는 화도 났고 뒷골이 싸늘해 나기도 했다. 당장 고씨 가문에 찾아가 한바탕 하려고 했지만 육시준이 말렸다.육시준은 이런 일은 이모가 알게 해야 한다고 했다.이모가 얼마 전 퇴원을 하고 계속 집에서 휴양을 하고 있다.딸이 자신이 필요하니 언제든 현장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딸이 필요 없다고 하면 절대로 고씨 가문과 아무런 연락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은 릴리가 필요 없다고 한다고 해도 고정남이 너무 과분한 행동을 했다.강미영이 고정남과 연락을 단절할 때가 된듯싶다.강미영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 표정이 삽시에 변했다.전화를 끊고 숟가락을 들어 국을 휘젓고는 다시 내려놓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고씨 가문에서 옛날일 과 이번 일을 다 함께 해결하고 싶은가 보다.…다른 한편.고씨 가문의 등이 계속 켜져 있었다.김씨 가문을 보내고 난 후 고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어제 일에 대해서 한 글자도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그러고 난 후 집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그 천한 년, 제 어미하고 똑같이 악독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단 말이냐. 김씨 가문에서 삼 일 내에 답장을 달라고 하는데 뭐라고 할 수 있냔 말이다.”고태규가 화를 냈다.고정남이 변박을 해보려고 했다.“아버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미영이만 말하면 욕하는 것 좀 그러지 않으시면 안 되시겠어요?”고태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이 사태가 돼서도 그년 때문에 가문이 타락을 했는데도 감싸주려 하는 게냐. 도대체 머리가 있기는 한 거냐.”고태규는 찻잔을 고정남에게로 뿌렸다.고정남은 움직이지 않고 찻잔에 맞아도 가만히 있었다.고우신은 피로한 모습으로 앉아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다.“됐어요 할아버지, 아빠는 그 뜻이 아니에요. 이번 일도 릴리의 탓이 아니에요.”“팔이 밖으로 굽는 게냐. 고씨 가문에 어쩌다 너 같은 멍청한 자식이 나온 건지.”고태규가 화를
말이 끝나고 집사가 급히 들어와서 말했다.“어르신, 캐번디시 부인이 오셨습니다.”고태규는 몇 초 동안 생각을 하고서야 누군지 반응을 했다.“고씨 가문에서 버린 헌 신짝이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가 하는 게냐.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캐번디시의 명호로 밖에 나든다니.”“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차가 이미 대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문 위가 이미 차를 들여놓은 상태였습니다.”집사가 긴장한 상태로 말했다.고태규가 소리를 쳤다.“뭘 조급해 하는게냐. 오면 또 어쩔 수 있단 말이냐.”문 위가 이렇게 라인을 선걸 봐서 사람을 바꿀 때가 된듯싶다.고태규에 비해 고정남은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이 소식을 들은 고정남의 얼굴에는 격동만 가득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찾았고 찾아가도 거절만 당했는데 드디여 만날 수 있게 됐다.“어서 문을 열고 맞이해.”집사는 고태규를 바라봤다.고태규는 정색을 하고 그렇게 하라고 손을 흔들었다.사람이 왔는데 피하게 된다면 찔리는 것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검은색 차들이 천천히 별장 내에 들어섰다. 줄을 지어 차를 세우고는 제일 앞에 있는 차 문이 열리고 우아한 모습의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고정남은 문 앞에서 그렇게도 그리던 모습을 바라봤다.고정남은 두 사람의 재회를 수도 없이 꿈꿨었다.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그녀 앞에 나타나 고난에서 해방을 시켜주어 다시 행복을 주게 되든.아직도 성격이 세도 아이가 철이 들어 아빠라고 불러 두 사람이 다시 화해를 한다거나. 또 아니면 사업에 성공을 해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다시 자신의 옆에 서게 된다든지.하지만 결혼을 해서 나타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이렇게 낯선 모습으로 말이다.하지만 만나게 된 순간 모든 것은 중요치 않았다.그저 만날 수만 있다면 20년 동안 잠적했던 마음이 다시금 생기를 띨 수 있다.“미영아.”고정남이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걸어갔다.강미영은 낯설고 무심한 태도로 고정남을 훑어봤다.그러고는 눈길을 돌리고 고정남을 피해 앞으로
거실.다 안에 들어간 후 고태규가 제일 중앙에 앉고 하인을 시켜 차를 올려오라고 하려 했다.강미영은 먼저 자리에 앉지 않고 우아하게 손목을 돌리고는 뒤에 따라온 사람에게 따귀를 날렸다.짝하는 소리가 울리고 조용해졌다.고태규가 자리에 앉은 채로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고우신은 문 앞에서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우아했던 여인이 갑자기 사람을 때리다니.고정남의 얼굴이 옆으로 비틀어졌으나 반응은 빨랐다. 그러고는 슬픈 표정으로 강미영을 바라봤다.“미영아, 나를 미워하는 걸 알아. 날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 피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 취급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강미영이 비웃었다.고정남을 째려보며 말했다.“자기가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내가 미워할 만한 자격이라도 있는 줄 알아요?”“난…”“이 따귀는 릴리 대신 때린 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은 아빠가 될 자격도 없어요.”“미영아, 난…”강미영은 또 따귀를 때렸다.우아한 모습이었으나 소리는 아주 쨍했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강미영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얼마나 얼굴이 두꺼우면 내 손이 아파 나겠어요. 이 따귀는 당신의 허위함에 때린 거예요. 연기 좀 그만해요. 역겨우니까.”강미영은 봐주지 않았다. 고정남은 입가가 찢어졌고 반쪽 얼굴이 얼얼해 났다. 입안에는 피 맛이 났다.기쁜 마음이 이 두 따귀에 많이 흩어졌다.이성도 돌아왔다.“내가 연기를 한 거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널 찾았겠어? 내가 계속 고씨 가문에 있었다면 고정설이 파고들 틈이 날 일도 없었고 고씨 가문이 이렇게 될 일도 없어.”고정남은 목소리는 높았고 속에 있는 말을 했다.지금의 곤경과 고정설이 한 짓을 모두 강미영의 탓으로 돌렸다.그때 강미영을 쫓아가서 상대방이 파고들 틈이 생겼다고…“날 오랫동안 찾은 일 말이에요.”강미영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또 따귀를 때렸다.“스스로는 엄청 고상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골칫거리를 가져다줬는지 아세요?
고태규는 입을 뻥긋했으나 아무 말도 못 했다.당시 이 별장에 강미영도 살았었다.근데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권력도 권세도 없었고 배경도 없고 인맥도 없으니 고정남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정남도 당시 발언권이 없어 그저 참으라고만 했다.희망하는 사랑을 위해 참았었다.하지만 너무 과분했다. 감금을 해서 아이를 낳게 하고는 쫓아내다니.그때 고태규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고자상한 태도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강미영에게 남아도 되나 아무런 명분을 주지 않는다고 했었다.그리고 강미영을 남긴 이유는 고씨 가문의 핏줄이 밖에 떠돌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아이를 낳고 행동거지를 잘하면 고씨 가문에서 봐줄 수 있으나 만일 넘보지 말아야 할걸 넘본다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었다.살아있는 두 사람의 생명을 마음대로 좌우지하려고 했다니.“기억을 하면 또 어떡할 건가. 지금 나한테 무례하게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네 딸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니 우리 고씨 가문의 말을 듣고 우리 가문을 위해 공헌을 해야 한다고.”조금 찔리긴 했으나 소리를 높이고 여전히 고고자상했다.강미영은 낯빛이 어두웠다. 왼손으로 방금 사람을 때린 오른손을 주물렀다.고정남은 낯빛이 변하면서 고태규의 앞을 막았다.“미영아, 아버지의 성격을 알잖아. 말은 세게 하셔도 속은 그렇지 않으신 거. 조급한 마음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야. 무슨 일 있으면 다 나한테 풀어.”강미영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실망이 너무 많이 쌓여 더는 고정남에게 큰 감정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그저 화만 났다.자신에게 화가 났다.이 남자는 항상 그러했다. 두 사람이 모순이 생겨도 항상 아버지의 편을 들고 그 당시에는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바보같이 고정남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저 어쩔 수 없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어쩔 수 없는 것 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고정남은 강미영은 눈빛을 보고 말했다.“미영아, 난 그럼 뜻이 아니라 그저
육시준이 전에 한 위협은 그저 아슬아슬한 고성그룹에 대한 것이었고 고성그룹이 고정설과 함께 무너질 수 있었다.하지만 강미영은 단순히 고씨 가문에 대한 것이었다.고태규가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두 손이 깨끗할 수가 없다. 심씨 가문이 방패가 되어 잘 찾아낼 수 없었지만 고정남과 심수정이 이혼하게 되면 강미영이 뒤흔들게 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고주영의 사생활은 연예계에서 아주 더러웠다.고정남은 이 자료와 사진을 꽉 쥐고 그제야 오늘 강미영은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어떻게 하려는 건데?”강미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간단해요. 내 딸이 뭘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고태규가 자료를 보고 나서 표정 관리를 하기 어려웠다.강미영의 조건을 듣고 난 후 담판을 한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가의 자태를 보였다.“걔가 어떻게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다라. 살인을 하겠다면 우리가 칼이라도 잡아주라는 건가?고태규가 비웃었다.강미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건 괜찮아요. 아직 그럴 생각은 없어서요.”불가능한 게 아니라 그 생각이 없는 것이다.그 말은 만일 진짜 그럴 생각이 있다면 칼이라도 쥐여 줘야 한다는 뜻이다.고태규의 낯빛이 변했다.“너!”“공평하기 거래를 하죠. 협박은 안 해요. 서로 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든지 아니면 그냥 물고 뜯고 디툼을 할지는 그쪽에서 결정하세요. 고성그룹하고 고씨 가문의 사람들을 릴리가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요.”고정남은 강미영의 성격을 잘 안다.마음이 약해졌을 때에는 무엇을 말하든지 다 듣지만 결정을 내린다면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다.지금 한 말은 아무런 담판의 여지가 없고 릴리를 위해 온 것이다.고씨 가문은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그러도록 하지. 이후에 모두 그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간섭도 최대한…”“이후의 일은 나중에 말하고 어젯밤 일을 말해보죠.”강미영은 말을 자르고 사진을 한 장 꺼냈다.“릴리가 어젯밤 두 가지 큰일을 성사시켰는데 시간을 빨리 앞당겼으
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그러니까 눈치껏 행동하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자꾸 끼어들지 말고. 알겠어?”강미연은 아직도 차근차근 타이르고 있다.고우신은 놀라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강미연은 할 말을 다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 “3일 안에 결과를 보여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먼저 손을 쓸 거예요.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강미연은 말을 마치고 곁눈질로 2층 계단 입구 쪽을 쓸어봤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른다.고주영은 흰 잠옷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친 채 서 있었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고 눈빛이 텅 비었다.아래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넋을 놓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강미연은 고주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고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심수정은 강유리의 결혼식에서 강미연을 찾아와 그녀가 고성그룹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떠보았다. 아마도 강미연이 자녀들에게 손을 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강미연은 무고한 후배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하지만 몇몇 후배들이 먼저 도발을 한다면 강미연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당신 딸이 남의 물건은 못 뺏어가서 제 물건을 뺏어갔어요. 염치도 없나요?”고주영은 언성을 높여 강미연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도 똑같아요! 우리 아빠를 버리고 갔으면서 다시 돌아오다니!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주 뻔뻔하시네요!”“지금은 뭐예요? 이제 신분도 지위도 있으니 저희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우리 아버지는 당신에게 그렇게 잘해 주셨는데 당신은 그의 사랑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복수나 하고! 당신은 반드시 천벌을 받을 거예요. 반드시!”“...”강미연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주영을 돌아보았다. “소녀야, 내가 너에게 한 가지 알려주지. 어떤 것들은 오래 가지고 있다고 해서 네 것이 되는 것이 아니야. 내 딸한테는 고성그룹의 피가 흐르고 있어. 릴리는 자신의 몫을 돌려받을 자격이 있어.”“
고정남의 곁을 떠나고 그들의 미래에 어떤 희망도 품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강미연은 단념했다.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강미연은 남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도리를 그와 헤어진 후에야 깨달았다.그리고 그걸 깨달은 후에야 고정남은 사실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 그 뼈저린 사랑은 강미연의 집착이었을 뿐이다.말이 마치고 강미연은 차에 올랐다.차량 몇 대가 요란하게 떠났다.대문을 나서자마자 강미연은 파란색과 흰색의 경찰차 몇 대와 낯익은 모습이 차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강미연은 기사를 향해 잠시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차창을 내리자 그 사람이 공손히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모님.”강미연은 그의 친숙한 호칭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기서 뭐 하고 있지?”“공무 집행 중입니다.”너무 딱딱하다 여겼는지 신하균이 얼른 보충했다. “고정철 사건에 진전이 있어 고성그룹의 사람들을 조사하는 중입니다.”“고성그룹 사람들? 릴리도 포함되어 있나?”강미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신하균이 고개를 저었다.“릴리는 피해자입니다.”“...”강미연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다.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몇 번인가 신하균을 훑어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그럼 자네한테 맡기고 나는 잠시 손을 뗄까?”무슨 일인지 밝히지 않았는데도 신하균은 알아차린 듯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차가 천천히 떠났다.멀어져 가는 차량을 보던 후배는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진 신하균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선배. 저 사모님과 무슨 비밀 대화를 나누시는 겁니까? 사건을 조사하는데 왜 사모님에게 감사해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저분은 왜 손을 뗀다고 하시는 건가요? 고성그룹이 그녀의 딸에게 손을 댔어요. Y국의 바론 공작도 관련되어 있고...”“그렇게 한가하나? 일이나 하러 가!”신하균은 정신을 차
얼마 전 바론 공작이 뻔뻔스럽게 은하타운에 입주한 후 강미연과 강 씨 어르신은 성씨 별장에 입주했다. 그리고 한동안의 인테리어를 거쳐 별장을 새롭게 단장했다.별장의 간판도 강 씨 가문의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어르신과 강미연이 있으면 강씨 자매는 영원히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다.......일요일인데도 릴리는 종일 쉴 틈이 없었다. 업무상의 일을 처리한 후, 바로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상세한 소개 자료와 QR 코드를 만들었다.일이 마치고 나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릴리는 컴퓨터를 끄고 휴대폰을 보았다.휴대폰은 아무런 문자나 전화도 없이 조용했다.어젯밤 잠들기 전의 음성 통화가 생각이 났다. 신하균은 릴리에게 오늘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릴리는 주말에는 아무 계획 없이 쉰다고 했다.하지만 그 뒤로는 그냥 물어본 말처럼 화제를 바꿨다.“오늘 쉬는 걸 알면서도 별 소식이 없으면 정말 그냥 물어본 건가?”릴리는 입을 삐죽거렸다. “사람을 꼬실 줄도 모르고. 이 나이 되도록 모태 솔로인 이유가 있지!”릴리는 중얼거리면서 휴대폰으로 검사 보고서를 찾아보았다.릴리는 턱을 괴고 열심히 생각했다.“고정남은 지금쯤 골머리를 앓고 있겠지?”어차피 혼란스러운 김에 릴리는 그를 조금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강유리다.릴리는 손가락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일을 다 마쳤다고 들었는데 오늘 저녁은 집에서 같이 먹는 게 어때?”강유리는 바로 본론을 말했다.릴리는 장난스럽게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형부 사람을 쓰니 바로 이런 점이 좋지 않네요. 일거수일투족이 다 들통나잖아요! 퇴근하자마자 저녁 스케줄이 예약되어 있고요!”“그래서 알렉스에게 CEO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거야?”릴리는 재빨리 부인했다. “오, 그건 아니에요! 그건 단순히 켈슨이 잘생겨서예요!”“정말?”“일부 이유는요.”강유리는 그저 물어봤을 뿐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