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이 몇 초 동안 침묵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아니요, 그래서 필요해요?”1초라도 머뭇거리는 건 신하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릴리에게 대한 불 존중이다.“필요해요.”신하균이 숨을 내쉬는 듯 했다. 신하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번에 듣고 싶다고 했던 그 책을 찾았어요. 그걸 읽어줄까요? 아니면 그냥 대화를 할래요?”릴리는 반응이 왔다.먼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신하균을 쫓았을 때는 욕심이 많았다.신하균의 목소리, 그리고 신하균 본인까지도 탐을 냈다.사람을 쫓지도 못하고 제일 좋아하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그 소리에 잠에 들려고 했다니…“하균 씨.”“네?”릴리는 침묵을 했다가 말했다.“진심이에요?”당황스러웠으나 신하균은 릴리가 말한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확신을 할 수 있었다.“당연하죠.”지금 릴리를 쫓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고 심사숙고를 한 것이다.“왜요?”릴리가 물었다.신하균은 이 물음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한 부류의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어렵다. 상대방에 대해 완전히 이해를 하고 나서야 사랑에 빠진다.신하균이 바로 그 부류의 사람이다.이 시간 동안의 만남을 통해 신하균은 천천히 진실된 릴리를 알게 됐다.신하균이 말했다.“릴리씨랑 달리 그냥 단순하게 하고 싶어서…”기억이 열렸다.전에 신하균도 계속 릴리에게 왜냐고 이유를 물었다.왜 갑자기 첫 만남에 심지어 만나지도 않았는데 관심을 갖게 됐는지.그러고는 온갖 방법으로 신하균의 생활에 참여를 하려고 했다.젊은 아가씨가 머뭇거리지도 않고 그냥 진실된 생각 하나였다. 그냥 하고 싶어서.본심을 따른 것이다.릴리는 이 대답을 듣고 얼굴이 더 뜨거워 났다. 그러고는 낮은 소리 말했다.“변태.”신하균이 당황하다가 릴리가 말했던 하고 싶다가 단순한 뜻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신하균이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한테 이런 적 없어요.”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자세히 들으면 릴리에 대한 총애를 들어낼 수 있었다.릴리는 날아갈
신하균은 중점을 듣고 나서 말투도 가벼워졌다. “그래요. 다들 상업계에서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니까 안심이 될 거예요.”“맞아요. 그 늙은이들 처리해 주니 나도 좀 조용히 지낼 수 있고요.”“행동이 이렇게 빠르니까 고정남이 오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쪽에서라도 릴리씨를 잡으려고 하는 거예요.”신하균이 결론을 내놓았다.릴리가 말했다.“아니요, 절 잡지 못해요.”신하균이 말했다.“이론상에는 그래요. 근데 지주 일을 만드니 성가시잖아요.”“그럼 어떡해요. 아니면 다 체포해 주실래요?”“그것도 좋은 해결 방법이겠네요.”릴리는 신하균이 맞장구를 쳐주는 것을 듣고 웃음소리를 냈다.오늘 밤의 신하균은 아주 달랐다.여전히 진지하지만.물어보는 건 다 대답해 줬다.릴리는 눈을 감고 생각이 나는 대로 다 말했다. 말을 하는 대로 신하균은 다 대답을 해줬다. 조금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었다.잠에 들기 전에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이게 바로 서로 마음이 통한 느낌인 걸까.릴리는 열정적인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신하균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달하는 기회를 주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런 부담 없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거다.전화를 끊었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신하균은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쳐다봤다. 머리속에는 릴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2층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다.비록 결과는 좋지만, 비록 릴리가 상대방을 눈에 두지 않는 것 같았지만.이런 가족하고 같이 있는 건 안전하지 않다.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다른 대화창을 열규 오늘 저녁의 검사 결과를 보냈다.[고씨 가문에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어. 고정남도 이 일에 말려들었고. 지금 심지어 친딸에게, 바론 공작의 딸에게 손을 대려고 해. 조사를 시작해.]조금 더 이대로 놔두고 릴리가 그룹을 손아귀에 완전히 넣으면 그때는 현실 파악을 하게 할 때가 된 것이다.몇 초 동안 가만히 있다가 김찬욱에게 전화를 쳤다.상대편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화를 받는
다음날강유리가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이미 점심이었다.강유리는 화도 났고 뒷골이 싸늘해 나기도 했다. 당장 고씨 가문에 찾아가 한바탕 하려고 했지만 육시준이 말렸다.육시준은 이런 일은 이모가 알게 해야 한다고 했다.이모가 얼마 전 퇴원을 하고 계속 집에서 휴양을 하고 있다.딸이 자신이 필요하니 언제든 현장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딸이 필요 없다고 하면 절대로 고씨 가문과 아무런 연락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은 릴리가 필요 없다고 한다고 해도 고정남이 너무 과분한 행동을 했다.강미영이 고정남과 연락을 단절할 때가 된듯싶다.강미영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 표정이 삽시에 변했다.전화를 끊고 숟가락을 들어 국을 휘젓고는 다시 내려놓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고씨 가문에서 옛날일 과 이번 일을 다 함께 해결하고 싶은가 보다.…다른 한편.고씨 가문의 등이 계속 켜져 있었다.김씨 가문을 보내고 난 후 고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어제 일에 대해서 한 글자도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그러고 난 후 집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그 천한 년, 제 어미하고 똑같이 악독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단 말이냐. 김씨 가문에서 삼 일 내에 답장을 달라고 하는데 뭐라고 할 수 있냔 말이다.”고태규가 화를 냈다.고정남이 변박을 해보려고 했다.“아버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미영이만 말하면 욕하는 것 좀 그러지 않으시면 안 되시겠어요?”고태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이 사태가 돼서도 그년 때문에 가문이 타락을 했는데도 감싸주려 하는 게냐. 도대체 머리가 있기는 한 거냐.”고태규는 찻잔을 고정남에게로 뿌렸다.고정남은 움직이지 않고 찻잔에 맞아도 가만히 있었다.고우신은 피로한 모습으로 앉아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다.“됐어요 할아버지, 아빠는 그 뜻이 아니에요. 이번 일도 릴리의 탓이 아니에요.”“팔이 밖으로 굽는 게냐. 고씨 가문에 어쩌다 너 같은 멍청한 자식이 나온 건지.”고태규가 화를
말이 끝나고 집사가 급히 들어와서 말했다.“어르신, 캐번디시 부인이 오셨습니다.”고태규는 몇 초 동안 생각을 하고서야 누군지 반응을 했다.“고씨 가문에서 버린 헌 신짝이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가 하는 게냐.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캐번디시의 명호로 밖에 나든다니.”“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차가 이미 대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문 위가 이미 차를 들여놓은 상태였습니다.”집사가 긴장한 상태로 말했다.고태규가 소리를 쳤다.“뭘 조급해 하는게냐. 오면 또 어쩔 수 있단 말이냐.”문 위가 이렇게 라인을 선걸 봐서 사람을 바꿀 때가 된듯싶다.고태규에 비해 고정남은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이 소식을 들은 고정남의 얼굴에는 격동만 가득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찾았고 찾아가도 거절만 당했는데 드디여 만날 수 있게 됐다.“어서 문을 열고 맞이해.”집사는 고태규를 바라봤다.고태규는 정색을 하고 그렇게 하라고 손을 흔들었다.사람이 왔는데 피하게 된다면 찔리는 것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검은색 차들이 천천히 별장 내에 들어섰다. 줄을 지어 차를 세우고는 제일 앞에 있는 차 문이 열리고 우아한 모습의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고정남은 문 앞에서 그렇게도 그리던 모습을 바라봤다.고정남은 두 사람의 재회를 수도 없이 꿈꿨었다.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그녀 앞에 나타나 고난에서 해방을 시켜주어 다시 행복을 주게 되든.아직도 성격이 세도 아이가 철이 들어 아빠라고 불러 두 사람이 다시 화해를 한다거나. 또 아니면 사업에 성공을 해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다시 자신의 옆에 서게 된다든지.하지만 결혼을 해서 나타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이렇게 낯선 모습으로 말이다.하지만 만나게 된 순간 모든 것은 중요치 않았다.그저 만날 수만 있다면 20년 동안 잠적했던 마음이 다시금 생기를 띨 수 있다.“미영아.”고정남이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걸어갔다.강미영은 낯설고 무심한 태도로 고정남을 훑어봤다.그러고는 눈길을 돌리고 고정남을 피해 앞으로
거실.다 안에 들어간 후 고태규가 제일 중앙에 앉고 하인을 시켜 차를 올려오라고 하려 했다.강미영은 먼저 자리에 앉지 않고 우아하게 손목을 돌리고는 뒤에 따라온 사람에게 따귀를 날렸다.짝하는 소리가 울리고 조용해졌다.고태규가 자리에 앉은 채로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고우신은 문 앞에서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우아했던 여인이 갑자기 사람을 때리다니.고정남의 얼굴이 옆으로 비틀어졌으나 반응은 빨랐다. 그러고는 슬픈 표정으로 강미영을 바라봤다.“미영아, 나를 미워하는 걸 알아. 날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 피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 취급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강미영이 비웃었다.고정남을 째려보며 말했다.“자기가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내가 미워할 만한 자격이라도 있는 줄 알아요?”“난…”“이 따귀는 릴리 대신 때린 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은 아빠가 될 자격도 없어요.”“미영아, 난…”강미영은 또 따귀를 때렸다.우아한 모습이었으나 소리는 아주 쨍했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강미영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얼마나 얼굴이 두꺼우면 내 손이 아파 나겠어요. 이 따귀는 당신의 허위함에 때린 거예요. 연기 좀 그만해요. 역겨우니까.”강미영은 봐주지 않았다. 고정남은 입가가 찢어졌고 반쪽 얼굴이 얼얼해 났다. 입안에는 피 맛이 났다.기쁜 마음이 이 두 따귀에 많이 흩어졌다.이성도 돌아왔다.“내가 연기를 한 거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널 찾았겠어? 내가 계속 고씨 가문에 있었다면 고정설이 파고들 틈이 날 일도 없었고 고씨 가문이 이렇게 될 일도 없어.”고정남은 목소리는 높았고 속에 있는 말을 했다.지금의 곤경과 고정설이 한 짓을 모두 강미영의 탓으로 돌렸다.그때 강미영을 쫓아가서 상대방이 파고들 틈이 생겼다고…“날 오랫동안 찾은 일 말이에요.”강미영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또 따귀를 때렸다.“스스로는 엄청 고상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골칫거리를 가져다줬는지 아세요?
고태규는 입을 뻥긋했으나 아무 말도 못 했다.당시 이 별장에 강미영도 살았었다.근데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권력도 권세도 없었고 배경도 없고 인맥도 없으니 고정남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정남도 당시 발언권이 없어 그저 참으라고만 했다.희망하는 사랑을 위해 참았었다.하지만 너무 과분했다. 감금을 해서 아이를 낳게 하고는 쫓아내다니.그때 고태규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고자상한 태도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강미영에게 남아도 되나 아무런 명분을 주지 않는다고 했었다.그리고 강미영을 남긴 이유는 고씨 가문의 핏줄이 밖에 떠돌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아이를 낳고 행동거지를 잘하면 고씨 가문에서 봐줄 수 있으나 만일 넘보지 말아야 할걸 넘본다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었다.살아있는 두 사람의 생명을 마음대로 좌우지하려고 했다니.“기억을 하면 또 어떡할 건가. 지금 나한테 무례하게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네 딸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니 우리 고씨 가문의 말을 듣고 우리 가문을 위해 공헌을 해야 한다고.”조금 찔리긴 했으나 소리를 높이고 여전히 고고자상했다.강미영은 낯빛이 어두웠다. 왼손으로 방금 사람을 때린 오른손을 주물렀다.고정남은 낯빛이 변하면서 고태규의 앞을 막았다.“미영아, 아버지의 성격을 알잖아. 말은 세게 하셔도 속은 그렇지 않으신 거. 조급한 마음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야. 무슨 일 있으면 다 나한테 풀어.”강미영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실망이 너무 많이 쌓여 더는 고정남에게 큰 감정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그저 화만 났다.자신에게 화가 났다.이 남자는 항상 그러했다. 두 사람이 모순이 생겨도 항상 아버지의 편을 들고 그 당시에는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바보같이 고정남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저 어쩔 수 없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어쩔 수 없는 것 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고정남은 강미영은 눈빛을 보고 말했다.“미영아, 난 그럼 뜻이 아니라 그저
육시준이 전에 한 위협은 그저 아슬아슬한 고성그룹에 대한 것이었고 고성그룹이 고정설과 함께 무너질 수 있었다.하지만 강미영은 단순히 고씨 가문에 대한 것이었다.고태규가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두 손이 깨끗할 수가 없다. 심씨 가문이 방패가 되어 잘 찾아낼 수 없었지만 고정남과 심수정이 이혼하게 되면 강미영이 뒤흔들게 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고주영의 사생활은 연예계에서 아주 더러웠다.고정남은 이 자료와 사진을 꽉 쥐고 그제야 오늘 강미영은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어떻게 하려는 건데?”강미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간단해요. 내 딸이 뭘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고태규가 자료를 보고 나서 표정 관리를 하기 어려웠다.강미영의 조건을 듣고 난 후 담판을 한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가의 자태를 보였다.“걔가 어떻게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다라. 살인을 하겠다면 우리가 칼이라도 잡아주라는 건가?고태규가 비웃었다.강미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건 괜찮아요. 아직 그럴 생각은 없어서요.”불가능한 게 아니라 그 생각이 없는 것이다.그 말은 만일 진짜 그럴 생각이 있다면 칼이라도 쥐여 줘야 한다는 뜻이다.고태규의 낯빛이 변했다.“너!”“공평하기 거래를 하죠. 협박은 안 해요. 서로 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든지 아니면 그냥 물고 뜯고 디툼을 할지는 그쪽에서 결정하세요. 고성그룹하고 고씨 가문의 사람들을 릴리가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요.”고정남은 강미영의 성격을 잘 안다.마음이 약해졌을 때에는 무엇을 말하든지 다 듣지만 결정을 내린다면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다.지금 한 말은 아무런 담판의 여지가 없고 릴리를 위해 온 것이다.고씨 가문은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그러도록 하지. 이후에 모두 그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간섭도 최대한…”“이후의 일은 나중에 말하고 어젯밤 일을 말해보죠.”강미영은 말을 자르고 사진을 한 장 꺼냈다.“릴리가 어젯밤 두 가지 큰일을 성사시켰는데 시간을 빨리 앞당겼으
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그러니까 눈치껏 행동하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자꾸 끼어들지 말고. 알겠어?”강미연은 아직도 차근차근 타이르고 있다.고우신은 놀라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강미연은 할 말을 다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 “3일 안에 결과를 보여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먼저 손을 쓸 거예요.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강미연은 말을 마치고 곁눈질로 2층 계단 입구 쪽을 쓸어봤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른다.고주영은 흰 잠옷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친 채 서 있었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고 눈빛이 텅 비었다.아래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넋을 놓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강미연은 고주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고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심수정은 강유리의 결혼식에서 강미연을 찾아와 그녀가 고성그룹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떠보았다. 아마도 강미연이 자녀들에게 손을 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강미연은 무고한 후배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하지만 몇몇 후배들이 먼저 도발을 한다면 강미연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당신 딸이 남의 물건은 못 뺏어가서 제 물건을 뺏어갔어요. 염치도 없나요?”고주영은 언성을 높여 강미연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도 똑같아요! 우리 아빠를 버리고 갔으면서 다시 돌아오다니!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주 뻔뻔하시네요!”“지금은 뭐예요? 이제 신분도 지위도 있으니 저희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우리 아버지는 당신에게 그렇게 잘해 주셨는데 당신은 그의 사랑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복수나 하고! 당신은 반드시 천벌을 받을 거예요. 반드시!”“...”강미연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주영을 돌아보았다. “소녀야, 내가 너에게 한 가지 알려주지. 어떤 것들은 오래 가지고 있다고 해서 네 것이 되는 것이 아니야. 내 딸한테는 고성그룹의 피가 흐르고 있어. 릴리는 자신의 몫을 돌려받을 자격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