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넓은 길에 차가 가득했다.밥을 먹을 때 릴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래서 왜 화가 났는지 인터뷰 좀 합시다.”신하균이 릴리를 쳐다보고 차갑게 말했다.“그렇게 오래 반성하고도 뭘 잘못했는지 몰라요?”이 코너는 자백코너지.잘못을 승인하는 코너는 아니다.“릴리씨 같은 한 아가씨가 남자랑 그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요?”릴리는 젓가락을 물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 생각을 하다가 생각이 났다.김찬욱과 말했던 화제가 너무 막 나간 것이다.입만 열면 오른다고 했으니.“그 사람이 먼저 말을 연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반박한 거예요. 아니지, 내가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데요. 내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릴리가 말했다.“아니, 잘못을 했다는게 아니고.”“고작 이 일로 나한테 화를 내고 있었단 말이에요? ”릴리가 오히려 화를 냈다.신하균은 침묵을 했다.그때 좀 화가 났고 릴리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을 인정한다.하지만 문제를 의식했다.신하균은 릴리에게 뭔가를 요구할 만한 입장이 되지 않는다.침묵이 흐르다가 신하균이 먼저 입을 열었다.“화를 내서는 안 됐었어요.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릴리는 이런 상황에 거절을 하면 안 될 거 같았다.하지만 받아들여도 이상한 게 아닌가.이건 뭐 이상한 상황인 것인가.“다른 남자랑 이런 말을 하는 게 싫었어요.”신하균이 이어 말했다.릴리가 신하균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피하고 국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하는 거 봐서요.”신하균은 릴리의 말을 듣고 입꼬리가 올라갔다.단칼에 거절하지 않았으니 좋은 현상이다.야식을 먹고 신하균은 릴리보고 일찍 휴식하라고 당부하고 나왔다.나가기 전, 구석에 준비해 놓은 강아지 집을 보고 무언가 생각을 하는듯했다.욕실에서.릴리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장미잎을 잡아다가 한 잎씩 떨어뜨렸다.신하균은 도대체 무슨 뜻인 걸까.다른 남자랑 그런 말을 해서 화가 난 걸까.하지만 또 화를 내서는 안 됐다고 하니 왜 그러는 걸까.그냥 이
릴리는 앞에 내용을 보고 갑자기 사람이 비꼈나 했다. 그 한번 맞고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했다.뒤쪽을 보고 역시 익숙한 말이었고 여전히 성모 마음이었다.전 세계가 다 억울한 것이었다.뭐라 해도 모든 사람을 용서해 줄 수 있다.자신은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강제로 오르게 된 사람도 자신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그러고는 고정남의 문자였다. 태도는 강하게 나오던 데로부터 부드러워졌다.[너 어디 갔어. 당장 내려와.][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다.][병원에 갔다며. 어떻게 됐어? 요리사는 새로 부른 사람이라서 네 입맛을 잘 몰랐어. 무슨 문제가 있으면 집에 와서 해결하는 거로 하자꾸나.]릴리는 그 검사 결과를 생각하니 눈빛이 차가워졌다.더 아래로 내려가 보니 김찬욱이 보낸 친구추가가 와있었다.생각하다가 추가하지 않았다.더 아래로 내려가 시선은 그 검은색 프사에 고정되어 눌러봤다.제일 이른 문자는 대부분은 릴리가 보낸 문자였다. 그리고 상대편에서 간단하게 응, 네, 그래요, 알겠어요, 이런 문자만 보내왔다.요즘에는 거의 문자를 하지도 않았다.제일 최근은 바로 오늘 저녁, 주동적으로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이다.그리고 오후에 먼저 자신을 데려다주겠다고 한 것도 있다.그때부터 자신이 고씨 가문에 가는지 시험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저 릴리의 대답을 받지 못해 김찬욱더러 고씨 가문에 가라고 해서 자신을 주의하라고 알려주려고 했던 것인가.신하균이 조심스레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 났다.그러니 이후에 이성하고 말을 하는 걸 주의하는 건 고려해 볼 수 있다.[자요?]핸드폰이 울리고 메시지가 떴다.신하균이 보낸 것이었다.릴리는 메시지를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릴리가 메시지에 대답했다.[아니요. 안 졸려서요.]그쪽에서 음성통화가 걸려 왔다.전에 자기 전에 이렇게 메시지를 하던 습관은 없었는데.그리고 신하균이 자신을 아주 철저히 막아내 후에는 게임도 거의
신하균이 몇 초 동안 침묵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아니요, 그래서 필요해요?”1초라도 머뭇거리는 건 신하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릴리에게 대한 불 존중이다.“필요해요.”신하균이 숨을 내쉬는 듯 했다. 신하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번에 듣고 싶다고 했던 그 책을 찾았어요. 그걸 읽어줄까요? 아니면 그냥 대화를 할래요?”릴리는 반응이 왔다.먼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신하균을 쫓았을 때는 욕심이 많았다.신하균의 목소리, 그리고 신하균 본인까지도 탐을 냈다.사람을 쫓지도 못하고 제일 좋아하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그 소리에 잠에 들려고 했다니…“하균 씨.”“네?”릴리는 침묵을 했다가 말했다.“진심이에요?”당황스러웠으나 신하균은 릴리가 말한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확신을 할 수 있었다.“당연하죠.”지금 릴리를 쫓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고 심사숙고를 한 것이다.“왜요?”릴리가 물었다.신하균은 이 물음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한 부류의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어렵다. 상대방에 대해 완전히 이해를 하고 나서야 사랑에 빠진다.신하균이 바로 그 부류의 사람이다.이 시간 동안의 만남을 통해 신하균은 천천히 진실된 릴리를 알게 됐다.신하균이 말했다.“릴리씨랑 달리 그냥 단순하게 하고 싶어서…”기억이 열렸다.전에 신하균도 계속 릴리에게 왜냐고 이유를 물었다.왜 갑자기 첫 만남에 심지어 만나지도 않았는데 관심을 갖게 됐는지.그러고는 온갖 방법으로 신하균의 생활에 참여를 하려고 했다.젊은 아가씨가 머뭇거리지도 않고 그냥 진실된 생각 하나였다. 그냥 하고 싶어서.본심을 따른 것이다.릴리는 이 대답을 듣고 얼굴이 더 뜨거워 났다. 그러고는 낮은 소리 말했다.“변태.”신하균이 당황하다가 릴리가 말했던 하고 싶다가 단순한 뜻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신하균이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한테 이런 적 없어요.”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자세히 들으면 릴리에 대한 총애를 들어낼 수 있었다.릴리는 날아갈
신하균은 중점을 듣고 나서 말투도 가벼워졌다. “그래요. 다들 상업계에서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니까 안심이 될 거예요.”“맞아요. 그 늙은이들 처리해 주니 나도 좀 조용히 지낼 수 있고요.”“행동이 이렇게 빠르니까 고정남이 오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쪽에서라도 릴리씨를 잡으려고 하는 거예요.”신하균이 결론을 내놓았다.릴리가 말했다.“아니요, 절 잡지 못해요.”신하균이 말했다.“이론상에는 그래요. 근데 지주 일을 만드니 성가시잖아요.”“그럼 어떡해요. 아니면 다 체포해 주실래요?”“그것도 좋은 해결 방법이겠네요.”릴리는 신하균이 맞장구를 쳐주는 것을 듣고 웃음소리를 냈다.오늘 밤의 신하균은 아주 달랐다.여전히 진지하지만.물어보는 건 다 대답해 줬다.릴리는 눈을 감고 생각이 나는 대로 다 말했다. 말을 하는 대로 신하균은 다 대답을 해줬다. 조금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었다.잠에 들기 전에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이게 바로 서로 마음이 통한 느낌인 걸까.릴리는 열정적인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신하균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달하는 기회를 주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런 부담 없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거다.전화를 끊었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신하균은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쳐다봤다. 머리속에는 릴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2층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다.비록 결과는 좋지만, 비록 릴리가 상대방을 눈에 두지 않는 것 같았지만.이런 가족하고 같이 있는 건 안전하지 않다.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다른 대화창을 열규 오늘 저녁의 검사 결과를 보냈다.[고씨 가문에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어. 고정남도 이 일에 말려들었고. 지금 심지어 친딸에게, 바론 공작의 딸에게 손을 대려고 해. 조사를 시작해.]조금 더 이대로 놔두고 릴리가 그룹을 손아귀에 완전히 넣으면 그때는 현실 파악을 하게 할 때가 된 것이다.몇 초 동안 가만히 있다가 김찬욱에게 전화를 쳤다.상대편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화를 받는
다음날강유리가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이미 점심이었다.강유리는 화도 났고 뒷골이 싸늘해 나기도 했다. 당장 고씨 가문에 찾아가 한바탕 하려고 했지만 육시준이 말렸다.육시준은 이런 일은 이모가 알게 해야 한다고 했다.이모가 얼마 전 퇴원을 하고 계속 집에서 휴양을 하고 있다.딸이 자신이 필요하니 언제든 현장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딸이 필요 없다고 하면 절대로 고씨 가문과 아무런 연락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은 릴리가 필요 없다고 한다고 해도 고정남이 너무 과분한 행동을 했다.강미영이 고정남과 연락을 단절할 때가 된듯싶다.강미영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 표정이 삽시에 변했다.전화를 끊고 숟가락을 들어 국을 휘젓고는 다시 내려놓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고씨 가문에서 옛날일 과 이번 일을 다 함께 해결하고 싶은가 보다.…다른 한편.고씨 가문의 등이 계속 켜져 있었다.김씨 가문을 보내고 난 후 고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어제 일에 대해서 한 글자도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그러고 난 후 집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그 천한 년, 제 어미하고 똑같이 악독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단 말이냐. 김씨 가문에서 삼 일 내에 답장을 달라고 하는데 뭐라고 할 수 있냔 말이다.”고태규가 화를 냈다.고정남이 변박을 해보려고 했다.“아버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미영이만 말하면 욕하는 것 좀 그러지 않으시면 안 되시겠어요?”고태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이 사태가 돼서도 그년 때문에 가문이 타락을 했는데도 감싸주려 하는 게냐. 도대체 머리가 있기는 한 거냐.”고태규는 찻잔을 고정남에게로 뿌렸다.고정남은 움직이지 않고 찻잔에 맞아도 가만히 있었다.고우신은 피로한 모습으로 앉아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다.“됐어요 할아버지, 아빠는 그 뜻이 아니에요. 이번 일도 릴리의 탓이 아니에요.”“팔이 밖으로 굽는 게냐. 고씨 가문에 어쩌다 너 같은 멍청한 자식이 나온 건지.”고태규가 화를
말이 끝나고 집사가 급히 들어와서 말했다.“어르신, 캐번디시 부인이 오셨습니다.”고태규는 몇 초 동안 생각을 하고서야 누군지 반응을 했다.“고씨 가문에서 버린 헌 신짝이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가 하는 게냐.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캐번디시의 명호로 밖에 나든다니.”“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차가 이미 대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문 위가 이미 차를 들여놓은 상태였습니다.”집사가 긴장한 상태로 말했다.고태규가 소리를 쳤다.“뭘 조급해 하는게냐. 오면 또 어쩔 수 있단 말이냐.”문 위가 이렇게 라인을 선걸 봐서 사람을 바꿀 때가 된듯싶다.고태규에 비해 고정남은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이 소식을 들은 고정남의 얼굴에는 격동만 가득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찾았고 찾아가도 거절만 당했는데 드디여 만날 수 있게 됐다.“어서 문을 열고 맞이해.”집사는 고태규를 바라봤다.고태규는 정색을 하고 그렇게 하라고 손을 흔들었다.사람이 왔는데 피하게 된다면 찔리는 것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검은색 차들이 천천히 별장 내에 들어섰다. 줄을 지어 차를 세우고는 제일 앞에 있는 차 문이 열리고 우아한 모습의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고정남은 문 앞에서 그렇게도 그리던 모습을 바라봤다.고정남은 두 사람의 재회를 수도 없이 꿈꿨었다.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그녀 앞에 나타나 고난에서 해방을 시켜주어 다시 행복을 주게 되든.아직도 성격이 세도 아이가 철이 들어 아빠라고 불러 두 사람이 다시 화해를 한다거나. 또 아니면 사업에 성공을 해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다시 자신의 옆에 서게 된다든지.하지만 결혼을 해서 나타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이렇게 낯선 모습으로 말이다.하지만 만나게 된 순간 모든 것은 중요치 않았다.그저 만날 수만 있다면 20년 동안 잠적했던 마음이 다시금 생기를 띨 수 있다.“미영아.”고정남이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걸어갔다.강미영은 낯설고 무심한 태도로 고정남을 훑어봤다.그러고는 눈길을 돌리고 고정남을 피해 앞으로
거실.다 안에 들어간 후 고태규가 제일 중앙에 앉고 하인을 시켜 차를 올려오라고 하려 했다.강미영은 먼저 자리에 앉지 않고 우아하게 손목을 돌리고는 뒤에 따라온 사람에게 따귀를 날렸다.짝하는 소리가 울리고 조용해졌다.고태규가 자리에 앉은 채로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고우신은 문 앞에서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우아했던 여인이 갑자기 사람을 때리다니.고정남의 얼굴이 옆으로 비틀어졌으나 반응은 빨랐다. 그러고는 슬픈 표정으로 강미영을 바라봤다.“미영아, 나를 미워하는 걸 알아. 날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 피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 취급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강미영이 비웃었다.고정남을 째려보며 말했다.“자기가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내가 미워할 만한 자격이라도 있는 줄 알아요?”“난…”“이 따귀는 릴리 대신 때린 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은 아빠가 될 자격도 없어요.”“미영아, 난…”강미영은 또 따귀를 때렸다.우아한 모습이었으나 소리는 아주 쨍했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강미영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얼마나 얼굴이 두꺼우면 내 손이 아파 나겠어요. 이 따귀는 당신의 허위함에 때린 거예요. 연기 좀 그만해요. 역겨우니까.”강미영은 봐주지 않았다. 고정남은 입가가 찢어졌고 반쪽 얼굴이 얼얼해 났다. 입안에는 피 맛이 났다.기쁜 마음이 이 두 따귀에 많이 흩어졌다.이성도 돌아왔다.“내가 연기를 한 거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널 찾았겠어? 내가 계속 고씨 가문에 있었다면 고정설이 파고들 틈이 날 일도 없었고 고씨 가문이 이렇게 될 일도 없어.”고정남은 목소리는 높았고 속에 있는 말을 했다.지금의 곤경과 고정설이 한 짓을 모두 강미영의 탓으로 돌렸다.그때 강미영을 쫓아가서 상대방이 파고들 틈이 생겼다고…“날 오랫동안 찾은 일 말이에요.”강미영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또 따귀를 때렸다.“스스로는 엄청 고상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골칫거리를 가져다줬는지 아세요?
고태규는 입을 뻥긋했으나 아무 말도 못 했다.당시 이 별장에 강미영도 살았었다.근데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권력도 권세도 없었고 배경도 없고 인맥도 없으니 고정남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정남도 당시 발언권이 없어 그저 참으라고만 했다.희망하는 사랑을 위해 참았었다.하지만 너무 과분했다. 감금을 해서 아이를 낳게 하고는 쫓아내다니.그때 고태규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고자상한 태도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강미영에게 남아도 되나 아무런 명분을 주지 않는다고 했었다.그리고 강미영을 남긴 이유는 고씨 가문의 핏줄이 밖에 떠돌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아이를 낳고 행동거지를 잘하면 고씨 가문에서 봐줄 수 있으나 만일 넘보지 말아야 할걸 넘본다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었다.살아있는 두 사람의 생명을 마음대로 좌우지하려고 했다니.“기억을 하면 또 어떡할 건가. 지금 나한테 무례하게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네 딸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니 우리 고씨 가문의 말을 듣고 우리 가문을 위해 공헌을 해야 한다고.”조금 찔리긴 했으나 소리를 높이고 여전히 고고자상했다.강미영은 낯빛이 어두웠다. 왼손으로 방금 사람을 때린 오른손을 주물렀다.고정남은 낯빛이 변하면서 고태규의 앞을 막았다.“미영아, 아버지의 성격을 알잖아. 말은 세게 하셔도 속은 그렇지 않으신 거. 조급한 마음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야. 무슨 일 있으면 다 나한테 풀어.”강미영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실망이 너무 많이 쌓여 더는 고정남에게 큰 감정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그저 화만 났다.자신에게 화가 났다.이 남자는 항상 그러했다. 두 사람이 모순이 생겨도 항상 아버지의 편을 들고 그 당시에는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바보같이 고정남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저 어쩔 수 없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어쩔 수 없는 것 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고정남은 강미영은 눈빛을 보고 말했다.“미영아, 난 그럼 뜻이 아니라 그저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