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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작가: 송언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1-14 18:00:00
고은영이 버벅거리며 말을 했고 조심스럽게 배준우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곧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 배준우가 보였던 다정함과 웃음은 모두 착각인 듯했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고은영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배준우는 잔뜩 겁을 먹은 고은영을 보니 갑자기 흥취가 생겼다.

고은영이 언제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

"먹어."

고은영이 더 이상 숨을 참기가 힘들다고 생각할 때 쯤, 배준우가 그녀를 놓아줬다.

하지만 고은영은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왜?"

배준우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고은영을 잠시 보다가 물었다.

"저, 계란 프라이가 먹고 싶어서요."

고은영이 눈을 감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뜬금없이 말했다.

"또 먹을 거 달라고 하네?"

배준우가 웃으며 말했다.

고은영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린 듯했다.

하지만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네, 먹고 싶어요."

결국 고은영은 그냥 막 나가기로 했다. 심장이 곧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앞으로 나 무서워하지 마."

배준우가 세게 고은영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하지만 고은영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만 해도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을 가진 그를 보았는데.. 어떻게 무서워하지 말라는 건지.

고은영은 긴장한 덕분인지 아니면 어제 배준우가 그녀에게 열을 내려준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감기게 걸리고 말았다.

배준우가 주방으로 들어가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사이, 고은영은 결국 참다못해 화장실로 들어가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

십여 분이 지나 절뚝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고은영을 본 배준우가 물었다.

"어디 불편해?"

고은영은 머리도 조금 아팠다.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어젯밤 그녀의 열을 내려주기 위해 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설마 그때 감기에 걸린 것일까? 열은 내렸지만 감기에 걸렸다니.

"계란 여기 있어, 아주머니께서도 곧 오실 거야."

배준우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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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량천옥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고은영에게 건넸다. “이게 뭐죠?” 고은영은 물었다. “안에 2억 원이 들어있어. 고은지에게 전해줘.” 결국 그녀는 조금씩 무심해졌다. 고은지는 지난 몇 년 동안 조영수와 결혼한 뒤 좋은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이혼한 후에도 제대로 된 직장이 없었고 지금은 구희주를 돌봐야 하니까 돈이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은영은 찡그린 채로 카드를 바라보았다. 량천옥은 그것을 고은영의 손에 강제로 쥐여주었다. “너는 똑똑한 아이니까 분명히 은지에게 잘 전달할 방법이 있을 거야.” 고은영은 카드를 잠시 들고 있던 손으로 다시 한번 확인한 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량천옥의 돈을 받는 것에 대해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고은지를 보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은영이 카드를 받은 것을 본 량천옥은 약간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량천옥이 어떻게 지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병원에서 고은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량천옥은 그 자리에 자신이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함께 란완리조트에 도착했다. 고은영이 차에서 내릴 때 량천옥은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고은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봤고 량천옥은 입가에 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는 안 올라갈 거야.” 지금 그녀가 올라가면 모든 일이 설명이 안 될 것 같았다. 고은지가 자신을 보고 화를 내고 미워할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의 딸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증오를 보고 싶지 않았다. 고은영은 량천옥의 뜻을 이해하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나는 고은영이 돌아오자 정중히 다가가며 말했다. “사모님.” “언니는요?” “희주 아가씨의 병실에 있어요.”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구희주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문을 열자마자 고은지가 혼자 병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어제와 똑같은 자세로 조용히 구희주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9화

    하지만 이 순간, 그녀에게도 하나의 요구가 있었다. “지금은 은지에게 말하지 말아 줘. 나에게 시간을 좀 줄 수 있을까?” 량천옥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지금은 자신의 딸과 만날 수 없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렇게 보살펴 주는 것을 매우 즐기고 있었다. 그녀가 떠날 때 고은지는 아직 어렸었다. 그동안 고은지에게 따뜻함을 전해준 적도 없었고 어머니로서의 사랑을 느끼게 해준 적도 없었다. 그녀는 고은지에 대해 알아봤다. 조보은은 고은지에게 잘해주지 않았다. 고은지는 어릴 때 그 집에서 노예처럼 살았고 고은영보다도 못한 삶을 살았다. 고은영이 조보은에게 쫓겨나고 나서 그녀는 할머니의 사랑을 받았다. 비록 힘든 삶을 살았지만 할머니의 자애로운 사랑 덕분에 마음은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딸, 고은지는 항상 조보은의 압박 속에서 살아야 했다. 량천옥은 고통에 찬 눈빛으로 고은영에게 말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언니에게 말하지 않을게요.” 지금 고은지의 몸 상태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수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녀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고마워, 이전 일들 정말 미안했어.” 이 기간 동안 량천옥은 고은영에게 얼마나 많은 사과를 했던지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고은영에게 그렇게 미안한 점은 없었다. 그녀와 배준우의 모자 관계는 항상 천지 차이였고 그들은 항상 적대적이었다. 고은영은 배준우와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끌어들여졌을 뿐이었다. “아 맞다, 희주를 위해 준비한 것들도 많은데. 언제 가져오면 좋을지 알려줘.” “한 번에 많이 가져오지 마세요. 언니가 의심할 수도 있어요.” 고은영은 차분하게 말했다. 고은지는 세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이 기간 동안 병원에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이유는 첫째로 그녀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였고 둘째로 량천옥이 고은지에게 이를 알려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항상 조심스러웠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8화

    지금 그녀는 고은지에게 말할 수 없었다. 구희주의 아버지가 나태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나태현이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한다는 것조차도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식물인간 상태인 구희주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들에게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언니는 이제 막 수술을 마친 상태니까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해, 알겠지?” 고은영은 부드럽게 말했다. 고은지는 눈을 감고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예전의 구희주가 착하고 성숙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토록 착한 그녀의 아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이 생각에 고은지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 사람을 찾아줘, 꼭 찾고 싶어.” 고은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순간, 그녀는 마치 미쳐버린 사람처럼 그 남자를 바로 찾아가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은영은 고은지를 안았고 자신의 가슴도 아프게 내려앉았다. 고은지는 그 남자, 그리고 량천옥을 미워했다. 그리고 량천옥은 고은지가 퇴원한 이후, 다시는 그녀와 마주할 기회를 잃었다. 어느 날, 고은영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지하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량천옥이 무언가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고은영은 배준우를 힐끗 보며 말했다. “먼저 올라가요.”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량천옥을 잠시 바라본 후,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배준우와 량천옥 간의 이 싸움에는 승패가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상처로 가득 찬 마음뿐이었다. 고은영과 고은지가 얽혀든 것은 량천옥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량천옥은 고은영 앞에 서서 여전히 감추지 못하는 고통을 얼굴에 드러내며 손에 든 것을 고은영에게 건넸다. “이것 좀 전해줘.” “이게 뭐죠?” 고은영은 차갑게 물었다. 고은영은 구희주와 관련된 일에 대해 여전히 량천옥에게 마음속에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량천옥이 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7화

    진씨 가문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진실을 알게 된 진정훈은 이제 그동안 어머니가 고은영에게 남겨준 모든 것들을 되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고은지는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녀는 란완리조트로 와서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는 구희주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쏟았다. 고은영은 다가가며 말했다. “언니, 미안해.” 구희주와 관련된 일에 대해 고은영은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에게 맡겨진 사람인데 이런 일이 생기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고은지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의사는 뭐라고 했어?”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사람이 이런 상태에 접어들면 대부분 기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어. 매일 희주와 많은 대화를 하라고 하시더라고.” 고은영은 매일 시간을 내어 구희주와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침대에 누운 작은 아이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은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의 머릿속에는 나태현과 지신혜가 곧 약혼한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마음 한편이 씁쓸하게 아려왔지만 그럴수록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 아기, 나 대체 어떡해야 돼!” 이 순간, 고은지의 목소리에는 고통만이 가득했다. ‘하늘은 왜 이렇게 나에게 벌을 주는 걸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렇게까지 벌을 받는 걸까?’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가족은 무너지고 자신도 망가졌다. 유일하게 남은 이 아이마저 하늘이 빼앗으려 했다.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술을 움직여 몇 마디 위로를 건네려 했지만 떠오르는 모든 말들은 너무도 무력하게 느껴졌다. 결국, 고은영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고은지는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은영아.” “언니!” 고은영은 한 걸음 다가갔다. 고은지가 말했다. “정말 너무 미워. 그 남자를 천 번 만 번 찢어 죽이고 싶어.” 고은지의 모든 말에는 씻을 수 없는 고통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6화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해!” 전화 너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진유경은 고개를 끄덕인 후 전화를 끊었다. 이미 모든 것을 다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휴대폰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은 분도로 인한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고은영, 죽어버려!’ 처음에는 자신의 주식을 진정훈에게 넘겨주면 진정훈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할머니가 가진 주식도 언젠가는 그녀의 것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진정훈은 고은영을 위해 무엇이든 다 버렸고 심지어 진씨 가문과 연락을 끊고 할머니가 가진 주식도 가져갔다. 이제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녀와 진호영, 그리고 할머니의 것까지 모두 고은영의 손에 들어갔다. 그 사실만으로도 진유경은 미칠 것 같았다. 고은영과 함께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이 모든 차이가 그녀를 죽고 싶게 만들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진유경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정했다. 문이 열리고 집사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리고 공손하게 진유경을 불렀다. “아가씨.” “무슨 일이야?” 진유경은 말투는 별로 좋지 않았다. 진씨 가문에서 그녀는 항상 이들을 하찮게 여기며 마치 노예를 대하듯이 대했다. 집사는 진유경의 차가운 목소리에 조금 떨며 말했다. “아가씨, 저희 월급날이 다 되었는데 어떻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사는 진유경의 차가운 분위기에 하려던 말을 멈췄다. 원래 진씨 가문은 월급을 미루지 않지만 이번 달은 이미 반 달이 지나버렸다. 진유경은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쓴 적이 없었고 집사가 월급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엔 다 할머니가 하셨잖아?” “어르신 쪽에서 이번 달은 돈이 조금 부족하시다고 아가씨에게 남는 돈이 있는지 여쭤보셨습니다.” ‘남는 돈?’ 예전엔 진씨 가문의 딸로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쓸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것은 모두 사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5화

    원래는 상관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한 여자를 이렇게 짓밟는 모습을 보니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니 자신에게 남겨진 것들을 그들이 계속 차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진정훈은 원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고은영의 말을 듣고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걱정 마. 곧바로 찾아서 돌려줄 거야!” 단순히 찾아오는 게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를 짓밟은 그들에게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고은영에게 부탁을 받은 진정훈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 진성택은 상태가 심각해져서 이미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진정훈이 갑자기 나타나자 그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진성택 앞에서도 진정훈의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 감동이 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고은영에게 남긴 것을 이렇게 훼손한 그들을 생각하니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직설적으로 말할게요. 엄마가 고은영에게 남긴 거 지금 바로 은영이에게 돌려줘요.” “네가 이미 유경이와 호영이, 할머니의 것까지 다 가져갔으면서도 아직 만족하지 못하냐?” “왜요? 아직 돌려주지 않는 건 그걸 진유경에게 주려고요?” 진정훈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진성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정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좋은 첫사랑이네요!” 진성택은 잠시 침묵을 하며 말했다. “정훈아, 사람은 길을 남겨야 해. 한 번에 해결하지 말고.” “그 말은 진유경이 제 남은 길이라는 건가요? 걱정 마요, 저는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진성택은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진정훈은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유경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뒤 그는 진유경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본래 이렇게 공격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과연 무엇이 그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갔을까? 진성택은 깊은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진유경은 아무것도 없다.” 그 말을 듣고 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4화

    확실히 고은영은 진씨 가문에 대해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고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어머니를 본 적이 없으니 깊은 감정을 가지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진정훈이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언급했을 때 고은영의 가슴이 갑자기 아팠다. 아이로서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니... 그녀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자신에게 모든 사랑을 주고 싶어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정훈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죽음 앞에서도 아이를 사랑했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가 그녀에 대해 깊은 감정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슬퍼할까? 갑자기 고은영의 마음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 진정훈은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달랬다. “아, 내가 이런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 너 힘들게 하려고 한 게 아니야. 난 그냥...” 그는 말을 멈췄다. 그저 뭐라고 말하려던 걸까? 어머니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리려던 걸까? 그녀를 위해 남겨진 것들을 지키고 싶어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말하려던 걸까? 진정훈은 엄격하게 말했다. “어쨌든 이건 네가 가져야 해. 이건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야. 그런 사람들에게 절대 넘길 수 없어!” 그녀를 설득하는 그의 말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진유경과 김영희가 지난 몇 년간 이익을 나눠 가진 것을 생각하면 그는 더 화가 났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어머니의 사랑을 가질 자격이 있겠어?’ 처음에는 망설였던 고은영이었지만 진정훈의 말을 듣고 서류를 받아들었다. 이 순간, 그녀는 서류를 들고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진정훈은 그녀가 받아든 것을 보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한 부분만 남았어. 내가 꼭 찾아올게.” 고은영은 조용히 물었다. “마지막 한 부분은 어디에 있나요?” 진정훈은 답했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어.” 그 말을 듣고 고은영의 표정은 굳어졌다. ‘아버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3화

    란완리조트로 돌아온 후 배준우는 서재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그가 다시 나올 때까지 10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고은영은 그의 얼굴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것을 보며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물어보았다. “정말이에요?” “응, 약혼식은 다음 주래.”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본래 좋지 않았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럼 제 언니는 뭐라고 생각할까요?” 고은지는 언젠가는 이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녀에게 숨기고 있는 이유는 언니의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은지가 고희주의 아버지를 찾을지 확신이 가지지 않지만 희주가 조금이라도 그리워하면 그녀는 반드시 사람을 찾아낼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고은지가 나태현이 희주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지신혜에 대한 일도 막 알게 되었고 네 언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모르겠어.” 고은영은 그의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배준우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물어볼까?” “아뇨!” 고은영은 화가 나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그들은 약혼을 하기로 결정했고 지금 그녀의 언니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그에게 뭘 물어볼 자격이 있는 거냐고 생각했다. 그때, 집에 돌아온 진정훈은 고은영이 눈에 띄게 화가 나 눈물이 고인 얼굴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네가 내 동생을 괴롭혔어?” 그는 바로 배준우에게 눈을 마주치며 따지듯 물었고 배준우의 얼굴은 이미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기분이 확실히 나쁘다는 것을 본 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배준우를 쳐다봤다. 배준우는 여전히 얼굴이 좋지 않았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싸우는 것 같지 않았다. 어떤 일에 대해 둘 다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진정훈은 고은영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둘째 오빠한테 얘기해 봐. 내가 해결해 줄까?” “너무 봐주지 마세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2화

    쇼핑몰의 매니저는 공손하게 배준우에게 다가갔다. “배 대표님, 오셨군요. 오늘 어떤 것을 보시겠습니까?”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보여줘요.” 배준우가 말했다. 쇼핑몰은 매우 크고 그들은 그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이곳의 매니저가 잘 알고 있으니 바로 그들을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 주기를 원했다.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배준우와 고은영은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걸어갔다. 그들이 지나가던 중, 한 남성 맞춤양복 가게 앞에서 고은영이 무언가를 보았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유리창을 응시했다. 배준우는 그녀가 멈추자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고은영은 한쪽을 집중해서 봤고 그가 보고 있는 방향을 따라 배준우도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바로 나태현이었다. 그는 한 정장을 입어보고 있었고 그 앞에는 긴 웨이브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넥타이를 매어주고 있었다. 배준우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매니저는 두 사람이 뒤처져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돌아와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을 쳐다보았다. 나태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씨 큰 도련님 이제 곧 약혼할 예정이에요. 결혼식 드레스와 예복도 우리 가게에서 맞췄습니다.” “약혼?” 고은영은 충격에 빠져 매니저를 쳐다보았다. ‘나태현이 약혼한다고? 그 사람은 희주의 아버지 아닌가? 이건...’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셨죠? 저 여성분은 지씨 가문의 딸, 지신혜씨입니다.” 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고 그의 굳어버린 얼굴을 보자 조심스레 물었다. “준우 씨도 이 소식을 들었어요?” 배준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오늘은 일단 선물을 고르지 말고 돌아가자.”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곧장 고은영의 손을 잡고 가버렸다. ‘나태현이 약혼한다고? 지신혜 씨와 결혼한다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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