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 있을 때 다들 그녀를 과소평가했다.하지만 그들의 원한을 제쳐두고 생각한다면 량천옥은 확실히 정말 뛰어난 비즈니스 재능을 갖고 있었다.천의는 현재 영화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게다가 그녀는 패션 사업도 확장했고 심지어 패션 업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예전이었다면 배준우는 량천옥의 손에서 모든 것을 빼앗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배준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혼수는 은영이가 원하지 않을 거예요.”“배준우.”“내가 은영이한테 잘해주는 건 그쪽 때문이 아니에요.”배준우는 바로 량천옥의 말을 끊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여자였고 그만의 것이었다. 그 누구와도 관련이 없었고 누군가 그의 앞에서 고은영을 위해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배준우의 말을 들은 량천옥은 급격히 말이 적어졌다. 하려던 말이 모두 그녀의 목에 걸려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량천옥은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잘해줄 것이라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위층에 고은영은 계속 불안에 떨고 있었다.혜나가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다독였다.“괜찮아요 사모님. 걱정하지 마시고 대표님을 믿으세요.”“그 여자는 준우 씨의 어머니야.”고은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예로부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천적이라고 했고 게다가 전에 배지영과 트러블까지 있었기에 분명 배준우의 어머니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량천옥은 결국 고은영을 만나지 않았다. 전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그녀는 고은영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량천옥은 배준우에게 모든 것을 확인하고서는 돌아갔다.배준우가 위층으로 올라왔을 때 고은영이 이불 안에서 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혜나는 배준우가 올라온 것을 보고 얼른 아기를 데리고 나갔다.배준우는 앞으로 다가가 고은영의 엉덩이를 때렸다.“감기 걸리면 안 되는 거 알지?”방의 온도는 일정했지만 배준우는 고은영이 혹시라도 산후증후군에 걸릴까 봐 아주 조심했다.갑자기 들려오는 배준우의 목소리에 고
그녀는 지금 장선명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빚진 건 아닐까?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이었지만 사실 이건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 그룹을 지주 회사에서 실업 회사로 변경하는 것이었다.비록 큰 차이는 없지만 전에는 지주 회사이고 이제는 실업 회사가 되어도 상관없는 것일까?장선명이 정말 독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지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안열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나태웅 손에 있는 지분이 소용 없어지는 거예요?”안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가치가 사라집니다.”파산을 선포했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이전 법인과 대표는 모두 교체되었다.그러니 나태웅이 매수한 지분인 이제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었다.안지영은 차가운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장선명의 무자비함을 깨달았다.그녀는 왜 이런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 방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태웅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그래 나태웅 어디 한번 당해봐. 네가 화가 나서 죽는 걸 보고 싶네.’안지영은 싹수없는 나태웅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를 끌고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이때 안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니 장선명의 전화였다.안지영은 바로 받았다.“여보세요?”“아래층으로 내려와. 밥 먹으러 가자.”전에는 너무 바빠서 사무실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이제 모든 것이 갑자기 처리되니 안지영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해져 장선명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3분만 기다려요.”안지영은 전화를 끊은 뒤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이를 본 안열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장 대표님께서 데리러 오셨어요?”“네.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거 사야죠.”안지영은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안열이 하늘 그룹에 입사한 후 안지영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안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참. 저 내일부터 하늘 그룹에 출근 안 합니다.”“네? 출근을 안 한다고요?”안지영은 충격받은 것과 동시에 조금 아쉬워하며 말했
“얼마나 썼는데요?”“선물을 주는 것만 해도 이만큼은 썼어.”장선명은 그녀에게 숫자를 보여주었다.순간 안지영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너무 많은데? 하늘 그룹 매출의 10퍼센트야.’원래부터 장선명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더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럼 내가 더욱 감사해야겠네요.”안지영은 헛기침을 두 번 하며 웃었다.“뭘 원해요?”“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줄 거야?”“당연하죠. 선명 씨가 원하는 건 내가 다 해줄게요.”그녀는 장선명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나태웅은 정말 미친개가 따로 없었고 그동안 그녀를 물고 늘어졌다. 이제 마침내 그것을 해결했으니 그녀는 당연히 장선명에게 고마웠다.장선명이 말했다.“진짜?”“당연히 진짜죠.”장선명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빨간 신호등에 걸렸을 때 그는 별처럼 빛나는 두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며 달콤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난 널 갖고 싶어.”순간 안지영은 할 말을 잃었다. 머리가 윙하고 울리면서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음 순간 장선명은 이어서 말했다.“넌 내 약혼녀야. 미래에도 넌 내 것인데 내가 또 너한테 뭘 더 달라고 하겠어?”이 말은 듣기에는 다소 장난스러웠지만 장선명이 지금까지 한 말 중 가장 진지한 말이었다.안지영은 이 말을 듣고 호흡이 가빠졌다.한편 하늘 그룹.안지영과 장선명이 방금 떠났을 때 나태웅이 무거운 얼굴로 찾아왔다.프론트 데스크에서 그를 막았지만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곧바로 사장실로 향했다.마침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안열은 나태웅을 발견하고 눈썹을 꿈틀거렸다.나태웅이 안지영의 사무실로 곧장 들어가려는 것을 본 안열은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나 대표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안지영은?”나태웅은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안열은 정중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얼굴이니 사뭇 정중한 표정을 지어도 엄숙해 보이지 않았다.이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은 선명하
나태웅은 안지영을 만나지 않고서는 떠나기를 거부했기에 결국 하늘 그룹에 남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심지어 계속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안지영은 장선명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있었다.장선명은 그녀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아주 세심하게 스테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라주었다.안지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태웅에게서 전화가 온 것을 보고 바로 핸드폰을 뒤집었다.장선명은 앞에 놓인 와인을 마시며 물었다.“나태웅의 전화야?”“네. 벌써 미쳤어요.”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미칠 때가 되긴 했지. 동지운 손에서 지분을 매수할 때 꽤 많은 돈을 썼을 거야.”그런데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되었으니 나태웅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안지영이 말했다.“안열 씨 정말 똑똑한 것 같아요. 계속 나한테 남겨두면 안 돼요?”“아주 욕심쟁이야.”장선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가 직접적으로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안지영은 그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선명 씨 주변에는 능력 있는 사람 많으면서.”“그렇게 갖고 싶어?”“갖고 싶어요.”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안열이 내일부터 하늘 그룹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많이 아쉬웠다.장선명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짙어졌다. “이걸 네가 나한테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안지영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장선명한테 의지한다고? 생각해 보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피그스에서 돌아온 후 그녀의 아버지가 쓰러지고 하늘 그룹에는 정말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녀를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준 것은 모두 장선명이었다.장선명이 아니었다면 하늘 그룹은 이미 그녀의 손을 떠났을 것이다.안지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안열은 장선명의 사람이었기에 안열에게 의지한 것은 결국 장선명에게 의지한 것과 같았다.그녀의 대답은 장선명에게 아주 효과가 좋았다.“그럼 네가 직접 안열에게 말해 봐.
의외로 나태웅은 인내심이 아주 대단했다. 이렇게 이 시간까지 기다리다니.비서가 조금 당황한 것을 보고 안열은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나 대표님. 안 대표님께서 오늘 돌아오지 않으실 것 같은데 여기서 기다리셔도 소용없을 겁니다.”안지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나태웅은 안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이미 화가 날 대로 나서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나가서 밥만 먹고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어요?”안열이 대답했다.“사장님의 일을 어찌 저 같은 개가 자세하게 물어볼 수 있겠어요? 안 그런가요?”개라는 말에 나태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지금 이 여자가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안열이 말을 이었다.“그만 가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분명 일개 비서일 뿐인데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과 오만함은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로 인호 나태웅은 안열을 다시 보게 되었다.안열이 말했다.“나 대표님께서 필요 없으신가 보네요. 계속 안 대표님을 기다리시려면 회사 문 앞에서 기다려주시겠어요? 계속 여기 계시면 저희 직원들의 퇴근에 피해가 돼서요. 모두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나 대표님 때문에 퇴근이 늦어질 수는 없어서요.”감히 나태웅에게 이 정도로 용감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장선명 옆에서 일하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나태웅은 안지영이 오지 않아서 이미 화가 잔뜩 났는데 이미 텅 비어 있는 사무실을 보고 그는 결국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방금 하늘 그룹 건물을 나왔을 때 왕여에게서 전화가 왔다.“대표님. 안지영 아가씨와 장선명 도련님께서 함께 플라자 온천에 가셨습니다. 별다른 일 없으면 아마 오늘 밤에 돌아오지 않으실 거예요.”“돌아오지 않는다고?”“네. 두 분이 호텔 룸을 예약하셨습니다.”왕여는 불안한 말투로 말했다.그가 알아보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조사를 해보니 두 사람의 진도는 이미 거기까지 발전해 있었다.‘이건 정말 대박 사건이네.’나태웅은 그들이 호텔 룸
또 나태웅의 일이라는 말을 듣자 배준우는 별생각 없이 바로 말했다.“와이프가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갈 시간 없어요.”피그스에서 있었던 일도 아직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는데 나태웅은 이번에 또 무슨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일까?지금 나태웅이 플라자 온천에 가서 무슨 짓을 벌일지 배준우는 말하지 않아도 나태현을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만약 맞아서 나태웅이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배준우는 오히려 장선명이 그를 때려주길 바랐다.어떻게 된 일인지 나태웅은 동명그룹을 떠나 낙천그룹으로 돌아가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배준우는 플라자로 가지 않을 것이다. 고은영의 산후조리가 끝나서 그녀를 데리고 함께 가나면 모를까 지금은 가지 않을 것이다.지금 량천옥과 진씨 가문의 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에 그는 반드시 조심해야 했다.하지만 그는 전화를 끊은 뒤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장선명과 일행들은 방금 온천에서 나와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가 전화를 받았을 때 배준우에게도 카드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장선명은 배준우의 전화인 것을 보고 바로 받았다.“준우야 올 거야? 플라자 온천인데 요즘 물이 아주 좋네.”배준우가 말했다.“난 안 가. 나태웅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대.”“뭐?”나태웅이 온다는 말에 장선명은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도 나태웅이 무슨 짓을 하러 이곳에 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배준우가 말했다.“적당히 때려.”장선명은 바로 쭛하며 혀를 찼다.배준우의 말은 마치 그를 양아치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어떻게 내가 사람을 때릴 거라고 생각하지? 난 문명한 사람인데.’장선명은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준우야 아직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데. 지금 나태웅이 날 때리러 오는 거야.”그러니 배준우는 지금 장선명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왜 지금 그가 나태웅을 때릴까 봐 걱정하는 것일까?배준우가 말했다.“아무도 널 때릴 사람은 없어.”“날 너무 높이
하지만 동영그룹을 떠난 뒤로 왜 사람이 저 모양이 된 걸까?주연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몰랐기에 카드 게임에만 집중했다.안지영이 카드를 내밀었을 때 주연이 외쳤다.“내가 이겼어요.”안지영은 게임을 두 번 연속 패배하자 마음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 재수 없는 놈 때문에 정말 화가 나네.’하지만 안지영과 장선명은 나태웅이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 모두 육범수가 룸을 2개 예약했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밤 10시가 되도록 나태웅은 도착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피곤했던 안지영은 이제 자고 싶었다.그녀는 룸 카드를 받으러 프런트에 가서야 자기가 장선명과 같은 방을 써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바로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룸을 하나 더 체크인 할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고객님. 지금은 온천이 성수기라 남은 룸이 없습니다.”안지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비어있는 룸이 없다니. 그럼 어떻게 하지?’안지영은 무의식적으로 뒤에 있는 장선명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선명 씨하고 육범수 씨가 한방을 쓰고 나하고 주연 씨가 같이 쓸게요.”오늘 오후에 그녀는 주연과 꽤 재밌게 얘기를 나눴기에 주연과 함께 방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장선명은 이 순간 육범수가 참 일 처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다.그는 한지영의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그건 좀 그렇지 않아? 범수는 분명 자기 여자 친구와 쓰고 싶을 텐데. 두 사람도 모처럼 놀러 왔는데 우리 때문에 분위기 깨지는 건 좀 아니지 않아?”“그럼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지금 남은 룸도 없대요.”안지영은 조금 고민하며 말했다.장선명은 프런트 직원을 향해 물었다.“룸에 소파는 있나요?”“있습니다. 저희는 각 룸에 모두 소파가 놓여 있습니다.”안지영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육범수도 이제 육씨 그룹을 물려 받기 시작했기에 이렇게 나와서 놀 기회가 적을 것이다.어렵게 여자 친구와 놀러 왔는데 그녀가 분위기를 깨트리는 건 확실히 좋지 않을 것 같았다.그녀는 고민하다
입사 2년 차 고은영은 동영그룹 비서실 직원으로서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거대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잡고 살짝 뒤집었다. 알몸 상태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남자의 넥타이를 잡고 방탕한 여자처럼 유혹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아직 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헉!”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장면이 꿈이 아니라니! 어떻게 직속 상사를 상대로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거지?배준우, 동영그룹 대표이자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너무도 큰 충격에 고은영은 자신도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재빨리 일어나서 옷부터 입었다.그리고 배준우가 깨기 전에 이 끔찍한 범죄현장에서 도망쳤다.떨리는 다리로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써 어젯밤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그런데 화장 중이던 안지영이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어제 대표님 방까지 모셔다드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전화해도 안 받던데 어떻게 된 거야?”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말까지 더듬었다.“나? 바람 좀 쐬고 좀 늦게 돌아왔는데 너 자고 있길래 조용히 들어왔어. 아침에 대표님 호출이 있어서 나갔다 이제 들어온 거야!”조금 긴장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대답이었다.대표실 직속 비서로서 수시로 호출을 받는 일도 잦았고 지금은 출장 중이라 밤에 바람 좀 쐰다고 나갔다 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안지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화장에 집중했다.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가서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서 대충 아침을 먹고 회의실로 바로 직행했다.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고은영은 평소의 진지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돌아왔다.가방에서 핸드폰 진동음이 들리고 발신자에 찍힌 “대표님”이라는 글자를 확인했을 때, 그녀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지금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