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진윤은 배준우의 아내 때문에 진정훈에게 경고했었다.저녁에 또 진정훈이 배준우에 관해 물으니 진윤의 말투는 좋을 수가 없었다.“뭘 하고 싶은 건데?”“고은영을 만나야겠어.”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공기가 무거웠다.진윤이 말했다.“너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그렇지?’“형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우리 만나서 얘기해.”진정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야기가 길었기에 전화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진윤이 말했다.“완도로 와.”“알겠어.”만남을 거절하지 않는 말에 진정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아래층으로 갔을 때 진유경은 아직도 할머니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보였고 할머니는 인내심 있게 진유경을 달래고 있었다.진유경은 진정훈이 내려온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할머니 품속으로 돌리며 그를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녀는 진정훈이 다가와 자기를 달래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진정훈에게는 그녀를 신경 쓸 시간이 없었기에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진유경은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진정훈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할머니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진정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더욱 화가 나서 발을 굴렀다.“오빠는?”“갔어.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것 같던데?”할머니도 이유를 몰라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진유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급한 일이 도대체 뭐야? 친여동생이라도 찾으러 갔나?’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자 진유경은 더욱 화가 났다.1시간 뒤 진정훈은 완도에 도착했다.진정훈은 윤설이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보고 이 여자가 아직도 큰형의 옆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윤설이 그에게 말했다.“지금 수영장에 있으니까 바로 그쪽으로 가시면 될 거예요.”진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설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은 5천만 원 때문에 큰형을 배신했다는 것이었다.수영장에 도착했을 때 진윤은 수건을 걸치고 있었고 수영복은 한쪽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바닥에는 와인 병이 굴
진정훈은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화를 냈다.“그 계집애가 우리가 계속 찾던 여동생일 수도 있어.”‘이 정도면 충분히 직접적이지? 이제 알아들을 수 있겠지?’진정훈은 더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나오자마자 공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진윤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을 꽉 쥐며 거의 숨이 막힐 정도로 호흡이 가빠졌다.“너 뭐라고 했어?”“그동안 우리가 계속 찾고 있던 그 아이 말이야. 그 아이가 고은영일 수도 있다고.”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 알지? 배준우의 와이프. 그 여자가 우리 여동생일 수도 있어.”진윤이 이해하지 못하고 또 자기에게 와인을 뿌릴까 봐 진정훈은 말을 아주 명확하게 했다.맞다. 고은영은 배준우의 와이프였지만 동시에 그들의 여동생일 수도 있었다. 사실은 이렇게 간단했다.진정훈은 숨이 목까지 차오른 것 같았다.“여동생? 너 확실해?”“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목뒤에 흉터가 엄마가 그때 말한 것과 같은 위치에 있었어.”진윤은 와인잔을 다시 세게 잡았다.‘엄마!’그동안 진윤에게는 금기 사항과도 같았고 아무도 그의 앞에서 엄마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특히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진윤은 진씨 가문 사람들 입에서 엄마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모두 엄마를 치욕스럽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당시 엄마가 떠나기 전 말했던 그 아이를 진윤은 마음속에 깊이 기억하고 있었고 수년 동안 그 아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한 시간 뒤.저녁 10시쯤. 산후 도우미가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있는 것을 배준우가 지켜보고 있는데 진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진윤은 전화로 말했다.“정훈이가 오늘 저녁에 반드시 네 와이프를 만나야겠다고 하네.”“뭐?”배준우는 깊은 한숨을 쉬었고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진윤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오늘 밤에 만날 수 있을까? 만나지 못하면 정훈이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네.”만약 진윤과의 오랜 우정이 없었다면 배준우는 전화로 욕을 뱉었을 것이다.그는 지금 자신
한편 서재에서.배준우는 진정훈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보고 바로 말했다.“여기서 담배는 안 돼.”진정훈은 손에 담배를 들고서는 멈칫했다.“여기에는 아기도 임산부도 없잖아요.”‘그런데 왜 못 피우게 하는 거지?’진정훈이 마음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배준우가 말했다.“언제든 올 수 있어.”그래서 이제 고은영과 아기가 갈 수 있는 곳에서 배준우는 담배 피우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고 그 역시 피우지 않았다.진정훈은 원래부터 배준우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특히 오늘 고은영이 아이를 낳자마자 퇴원시킨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지금 배준우의 이런 행동들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져 더욱 역겨웠다.그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담배를 껐다.진정훈이 담배를 끄는 것을 본 배준우는 그제야 시선을 진윤에게로 옮겼다.“이 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야?”진윤은 진정훈을 바라보았다.방금 완도에 있을 때 꼭 와야 한다고 아우성치던 진정훈은 정작 배준우를 보자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그는 진정훈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서는 배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영 씨 목덜미에 혹시 화상 있어?”그 말에 배준우는 다소 혼란스러웠고 무의식적으로 진정훈을 쳐다본 다음 진윤에게 말했다.“늦은 저녁에 찾아온 이유가 나한테 이걸 물어보려고 온 거야?”그 말투에는 명백한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진윤이 말했다.“어. 우리한테는 정말 중요한 일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알려주면 안 돼?”“있어.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흉터가 확실히 있다는 말에 진윤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동시에 눈빛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희망이 나타났다.진윤은 진정훈을 바라보며 더 이상 예전처럼 짜증을 내지 않았다.그래도 이번 일에서 진정훈은 꽤 믿음직했다.진윤은 배준우를 바라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직설적으로 말했다.“나 고은영 씨하고 친자 검사하고 싶어.”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떨려왔다.그는
고은영이 그런 곳에서 자란 건가?비록 아직 그의 여동생인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진윤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는 앞에 있는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는 배준우의 말에 대답했다.“은영 씨 목덜미에 화상이 있는 게 확실하지? 넌 그 흉터가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물어본 적 있어?”어떻게 흉터가 생겼는지 배준우는 물어보지 않았다.하지만 그 흉터가 큰 것을 보고 그 당시 그녀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 느껴져 그는 더 물어볼 수가 없었다.진윤이 말했다.“은영 씨를 만날 수 있을까?”“안 돼. 오늘 금방 아이를 낳았고 지금은 이미 잠 들었어.”어쨌든 배준우는 두 사람에게 고은영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고민하다가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은영이가 너희들 여동생일 리는 없어.”“네가 어떻게 확신해?”진윤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는 아버지가 지금 6개월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이 일을 확인하고 싶었다.만약 고은영이 아니라면 그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여동생의 행적을 찾는 일에 몰두해야 했다.그러니 최대한 빨리 고은영의 정체를 확인해야 했다.배준우가 말했다.“은영이는 량천옥의 딸이야.”순간 진정훈과 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몇 초 뒤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뭐?”‘랑천옥의 딸이라고? 배준우가 그럼.’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그동안 많은 뉴스는 철저히 비공개를 유지했지만 수년 동안 이어진 배준우와 량천옥의 싸움이 마침내 끝났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배준우는 량천옥을 가문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다.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라는 건 장선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지금 배준우는 진윤과 진정훈에게 알려줬다. 이유가 뭘까?진정훈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그걸 그쪽이 어떻게 확신해요?”“내가 그걸 확신할 필요가 있어? 오늘 너도 봤을 거 아니야. 량천옥이 아기 옷들 준비해 온 걸.”진정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건 량천옥
배준우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이 일에 있어서 진정훈은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배준우는 5분이 거의 지나서야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놓고서는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이 일은 내가 먼저 은영이하고 상의해 볼게.”“상의? 이 일을 상의할 필요가 있어요?”진정훈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진윤은 그에게 눈빛을 보냈다.배준우는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었기에 이런 답을 내렸을 때는 분명 그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진윤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았는데도 진정훈은 포기할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진정훈이 말을 멈추는 것을 본 진윤은 배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걱정되는 부분이라도 있어?”그는 배준우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걱정이 없었다면 지금 그가 부탁하는데 배준우가 대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다음 순간 배준우가 입을 열었다.“너희는 은영이가 여동생이라고 생각되면 분명 은영이를 위해 다 해주고 싶을 거야. 은영이를 곤란하지 않게 하고 싶으면 너희도 이 기간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무슨 뜻이에요?”진정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경솔하게 행동한다는 게 도대체 뭐지? 그냥 친자 검사를 할 뿐인데 설마 고은영에게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건가?’배준우는 진정훈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량천옥이 배씨 가문을 왜 떠났는지 이유를 알고 있어?”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지? 몇 가지 소문을 듣긴 했지만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데.’그 일에 관해서는 그의 여동생인 배지영의 능력이 정말 대단했다고 들었다.량천옥처럼 영리한 사람이 배지영의 수에 넘어갔으니 말이다.배준우는 리드미컬하게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량천옥이 배씨 가문을 떠나기 전에 천의를 본인의 명의로 이전했어.”그런 일이 있었다니.이 일은 강성에서 아무도 몰랐다. 모두 량천옥이
“아무튼 이런 시기에 량천옥이 만약 고은영이 자기 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량천옥은 고은영에게 더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안겨줄 거야.”“우리가 그 여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진정훈은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 그는 량천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진윤은 진정훈의 말에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만 량천옥은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하는 여자야. 그런 여자가 또 비밀리에 어떤 수를 쓸지 알 수 없잖아.”그렇기에 생각해 보면 당분간은 이 문제에 대해 경솔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진윤의 말을 들은 진정훈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 공개적으로 공격해 오는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지만 등 뒤에 칼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람이 가장 두려웠다.“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아빠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남은 시간 동안 여동생을 꼭 찾고 싶으시다고 하셨는데.”“무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야?”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고 이에 진정훈이 대답했다.“몰랐어? 아빠 3개월 전에 요독증 진단 받으셨어.”진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정말 모르고 있었다. 이 순간 사실을 들었을 때 그는 심지어 가슴에 큰 동요도 느끼지 못했다.그저 충격이 조금 컸을 뿐이었다.진정훈은 진윤이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 말했다.“형은 도대체 왜 아빠를 미워하는 거야? 유경이를 입양해서?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유인 거 알지?”진유경을 입양했어도 여동생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깊은 증오가 있는 걸까?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어머니가 그동안 진유경에게 마음을 의지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진윤은 너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진정훈은 진윤이 또 말이 없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할머니 생신에 올 거지?”“안 가.”진윤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한 마디를 뱉어냈다.진정훈은 가지 않겠다는 진윤의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빠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도 형
아기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배준우가 아기를 데리고 나가기 전에 고은영은 이미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졸린 듯 눈을 뜨며 말했다.“왜? 왜 그래? 또 배고파?”“계속 자. 내가 도우미한테 데려다주고 올게.”“아니에요. 다시 나한테 줘요.”고은영이 중얼거렸다.아마도 모성애 때문인지 아기가 울면 엄마는 매우 수용적으로 변했다.아니면 오늘이 첫날이라 고은영에게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배준우는 그녀를 움직이게 하지 않았다.“그냥 누워있어. 움직이지 말고.’‘이 자식이. 산후 조리하는 동안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해?’배준우는 아기를 데리고 방문을 나섰다.예정일에 가까워졌을 때 라 집사가 4명의 산후 도우미를 구했기에 밤낮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었다.산우 도우미들의 방은 바로 침실 맞은편에 있었기에 아기를 돌보기에 아주 편리했다.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고 산후 도우미는 바로 방을 나왔다.배준우는 아기를 건네주며 말했다.“앞으로 저녁에는 은영이를 깨우게 하지 마세요.”그가 서재에 갔을 때 아기는 산후 도우미가 안고 있었다.산우 도우미는 배준우의 싸늘한 말투에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방금 사모님께서 아기를 안으시겠다고 하셔서 저희가.”“앞으로 내가 없을 때 다들 은영이 옆에 계세요. 혼자 아기를 안게 하지 말고요.”그는 책에서 여자가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에는 많은 힘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아기는 갓 태어났을 때 몸무게가 4킬로가 넘었다. 그래서 고은영의 배가 그렇게 컸던 것이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도우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들은 이곳에 온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배준우가 얼마나 고은영을 신경 쓰는지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더욱 일에 소홀할 수가 없었다.배준우가 몸을 돌렸을 때 고은영이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고은영을 그대로 안고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넌 왜 나왔어? 지금은 잘 쉬어야 해.”“나 안 힘들어요.”고은영이 중얼거렸다.그녀는 아기를 낳은
고은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기가 아주 많이 보고 싶었다.아기의 생각을 하던 그녀는 호흡이 점점 평온해졌다.하지만 그녀를 안고 눈을 감고 있던 배준우는 갑자기 눈을 떴다.어둠 속에서도 배준우의 눈빛은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고은영의 목덜미를 손으로 만져봤고 예전부터 느꼈던 울퉁불퉁한 흉터가 만져졌다.처음에 이 흉터를 발견했을 때 그는 어떤 독한 사람이 그녀에게 이런 화상을 입혔는지 생각했다.배준우는 조보은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지금은 량천옥이든 조씨 가문이든 모두 이 흉터 때문에 고은영을 그들의 혈육이라고 생각했다.그럼 고은영은 도대체 량천옥의 딸인 것일까? 아니면 진윤의 여동생인 것일까?솔직히 말해서 그는 량천옥이든 진씨 가문이든 어느 쪽도 원하지 않았다.진윤이 본인의 아버지를 원망하며 집에도 돌아가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고은영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배준우는 배항준과 유청에게 전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3일 뒤에 모두 알게 되었다.하지만 두 사람 모두 란완리조트에 찾아오진 않았다.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은 배항준이었다. 그는 전화로 얘기를 꺼냈다.“아기 데리고 본가에 좀 오너라.”그리고 고민하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그 아이도 데리고 와.”여기서 말하는 그 아이는 고은영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핸드폰으로도 배준우는 배항준이 얼마나 그녀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은영이 아이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배항준은 여전히 그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물론 배준우는 그 누구도 고은영을 받아줄 필요가 없었다. 그가 받아들이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배준우가 말했다.“안 가요.”“배준우.”“은영이는 지금 산후조리하고 있어요. 제가 그런 사람을 데려가길 바라세요?”“그럼 아기만 데리고 와.”“아기도 마음대로 밖에 데려갈 수 없어요.”배준우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배항준은 바로 화를 냈다.‘이 자식이.’“내가 그 아이의 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