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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Author: 송언희
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진 씨 아주머니께서는 전화를 받고 고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모님, 오셨어요."

아주머니께서 공경하게 고은영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아 배준우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어디로 갈까요?"

나태웅이 배준우에게 물었다.

배준우는 고은영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태웅은 그 눈빛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 비서는 겁이 많아서 이런 거 감당못할 텐데요."

고은영이 겁이 얼마나 많은지는 동영 그룹 전체가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배준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겁이 많다고? 전혀 안 그런 것 같은데."

나태웅은 의아하게 배준우를 바라보다 그가 왜 갑자기 결혼 소식을 선포했는지 기억이 났다.

어제 량천옥이 하원으로 와 고은영을 괴롭히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은영이 당하기는커녕 량천옥만 잔뜩 화가 나서 별장에서 쫓겨나왔다고 들었다.

나태웅은 량천옥 같은 사람을 고은영이 어떻게 처리했을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동영상도 보신 건가요?"

나태웅이 다시 배준우에게 물었다.

동영상 얘기가 나오자 배준우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나태웅은 그런 그의 반응을 보며 그가 동영상을 이미 확인했음을 알아차렸다.

"설마 정말 고 비서가 그런 겁니까? 고 비서한테 그런 담량이 있다고요?"

두 사람은 2시간 동안 동영상을 봤지만 고은영이 배준우를 데리고 룸으로 들어가는 모습 외에는 복도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나타나지 않았다.

"안지영은 뭐래?"

배준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돌아갔다고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몇 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때 시계를 보지 않았지만 꽤 늦은 시간이라고 하였습니다."

"하!"

나태웅의 말을 들은 배준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꽤 늦은 시간?

"정말 고 비서라면 일이 조금은 수월해지겠는데요. 그 여자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들은 이미 원하던 결과를 얻은 거잖아요."

어느덧 시간도 한 달 반이나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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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74화

    배준우는 자기 세상에 외부인이 있는 것을 싫어했기에 이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고은영은 화장실에서 긴장감에 잘못 깨물어 피를 봐버린 입술을 살피고 있었다. 손이 닿자마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해져왔지만, 정작 당시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많이 아파?"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당황해 손을 떨었고 면봉이 상처 위를 스쳤다. 따끔거리는 고통에 그녀가 반사적으로 면봉을 놓쳤다.그리곤 고개를 돌려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배준우를 바라봤다.배준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긴 다리를 움직여 성큼성큼 고은영에게 다가갔다.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지만, 그녀의 등 뒤에는 바로 세면대가 있어 그녀는 피할 곳이 없었다.고은영은 어쩔 수 없이 두 손으로 세면대 부근을 꽉 잡았다.배준우는 이미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의 거리가 그녀는 그의 뜨거운 온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덥고 습한 숨이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고 고은영은 더욱 긴장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턱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 눈을 피하려고 했다."배, 배 대표님…"조금은 거친 손가락이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말해, 아파, 안 아파?""안 아파요."고은영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아프지 않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그녀는 사실 ㅅ무척 아팠다.다음 순간, 배준우가 힘을 줘 고은영의 입술을 문질렀고 그녀가 신음을 내뱉었다."아, 아파요…"억지로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고은영을 보며 배준우가 다시 물었다."다음에도 거짓말할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CCTV 영상 때문에 배준우가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이런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 괴로웠다.배준우가 다시 고개를 숙여 상처 난 고은영의 발등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가 반응하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75화

    고은영은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짧은 그 몇 마디 말로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배만 채울 수 있으면 된다는 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영이 긴장감에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배 대표님은 배고픈적 적 없으시죠?"면봉을 들고 있던 배준우의 손이 멈칫했다.그리고 그의 눈 밑으로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없어."차가워진 분위기에 고은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약을 바꾸고 나니 고은영의 발등도 훨씬 좋아졌다."오늘은 샤워하지 마."배준우가 약상자를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그래도 세수는 해야죠."샤워를 하지 않는 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뜨거운 물이 데인 상처에 닿는 그 느낌을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결벽증이야?""심하지는 않아요."결벽증을 가진 아이가 물이 그렇게 모자라는 곳에서 자랐으니 참 힘들었겠다고 배준우는 다시 생각했다.화장실로 들어간 배준우는 머지않아 뜨거운 수건 하나를 들고나와 고은영에게 건네줬다."오늘은 이걸로 대충 씻어."고은영은 순간 멍청해져 배준우가 든 수건도 가져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내가 대신 닦아줘?""아, 아닙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고은영이 얼른 수건을 가져오며 말했다.얼굴을 가린 손바닥으로 뜨거워진 볼의 온도가 느껴졌다.그녀는 이는 자신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항상 차갑기만 한 배준우 대표에게도 다정한 모습이 있다니.얼굴을 가린 수건이 차가워질 때쯤, 배준우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언제까지 씻을 예정이야?""아, 이제 다 됐어요."그녀는 배준우가 방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감사합니다, 대표님."고은영이 난감한 얼굴로 수건을 배준우에게 건네줬다.하지만 대표님이라는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순간 내려앉은 분위기에 고은영은 다시 반성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배준우가 화장실로 들어갔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76화

    "왜요?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온몸을 감싸는 한기에 고은영이 순간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배준우는 그저 방으로 들어가며 고은영에게 일찍 자라는 말만 남겼다."네, 알겠습니다."배준우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고은영은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그리고 그녀도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배준우가 다시 나왔다.고은영은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배준우를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를 부르려던 찰나, 배준우가 그녀를 안아 들더니 손님방으로 향했다.그가 일부러 고은영을 데리고 이 방으로 온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은영은 배준우의 가슴에 닿은 얼굴을 붉혔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침대에 눕히더니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일찍 자.""네."고은영이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남겨두고 방문을 닫고 나섰다.그리고 머지않아 밖에서 화가 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또 다시 본가의 사람과 전화를 하고 있는 듯했다.고은영은 자신과 어머니의 사이도 충분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준우와 그의 가족 관계는 더욱 혼란스럽다고 생각했다.그때, 고은영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서정우였다.그 전화번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은영은 머리가 아파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난감해하는 고은지의 목소리가 생각나 끝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누나 결혼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녀는 발달한 인터넷 세상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서정우가 그 멀리에서도 순식간에 그녀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들었으니 말이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을 푹 쉬었다.하지만 서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형부가 정말 강성의 제1 재벌 배준우 도련님이야?""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고은영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왜 나랑 상관이 없어, 누나. 나 누나 동생이잖아, 누나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얼마나 아껴줬는데."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어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77화

    고은영은 담이 작은 것 뿐이지 멍청하진 않다. 옳고 그른 것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조보은이 그때 그녀를 버렸기에 그녀는 더 이상 조보은과 그 어떠한 연관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이건 틀린거이다. 머지않아 밖이 조용해졌고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하지만 발등에 상처를 달고 밖에서 추운 바람을 맞은 데다가 설림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본 덕분에 고은영은 그만 열이 나고 말았다. 목이 말라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러 가려고 했지만, 두 발이 바닥에 닿은 순간, 그녀는 그만 쓰러져 버렸다. 일부러 문을 닫지 않고 잠을 자던 배준우는 요란스러운 소리에 깨어났다.그리고 불을 켜더니 고은영의 방으로 달려갔다.고은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몸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힘을 주려고 해도 몸은 물을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고은영이 다시 쓰러지려던 찰나, 배준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고은영을 안아 들었다."대표님, 저 목말라요..."꺼져갈 듯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배준우는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곧 고은영의 뜨거운 온도를 감지한 배준우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너, 열나?""물, 물 먹고 싶어요."고은영의 목은 마치 바늘을 삼키고 있는 듯 아팠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거실로 나가 컵에 물을 부어줬다.그리고 약상자를 꺼내 온도계를 꺼냈다.배준우가 다시 돌아와 보니 고은영은 물을 다 마시고 빨개진 얼굴을 한 채 다시 잠들어 있었다."고은영, 고은영?"배준우가 그녀를 계속 불렀지만, 고은영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배준우가 고은영의 온도를 재보니 그녀의 온도는 39.8도까지 올라갔다. 그는 얼른 다시 해열제를 찾으러 갔다.하지만 집에는 해열제가 없었기에 배준우는 가정의에게 전화를 걸었다.가정의는 고은영이 39도 이상까지 열이 올랐다는 소식을 듣더니 얼른 몸을 일으켰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제가 지금 가보겠습니다, 그동안 물리적으로 열이 떨어지게 해보시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78화

    "할머니, 제가 말 잘 들을게요, 정말 말 잘 들을게요…"고은영은 무슨 꿈을 꾸는지 같은 말만 반복했다.배준우는 점점 더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그녀의 옷을 벗기기로 했다.옷이 얇아지는 느낌에 고은영은 추위를 느끼곤 몸을 웅크렸다.배준우는 점점 드러나는 새하얀 피부에 목이 말랐다. 예전에는 고은영이 담 작고 잘 먹는 여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게 많이 먹는 것 치곤 몸매가 좋았다.어쩐지 회사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더라니..배준우는 고은영이 왕따를 당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이미 잊은 듯했다.따뜻한 수건이 고은영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고은영의 숨소리도 드디어 한결 편해졌다.그렇게 고은영은 저녁 내내 열이 내렸다 올랐다 반복하다 어렵게 안정을 되찾았다.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눈앞의 낯선 환경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단조로운 색을 가진 방을 고은영은 몇 번이고 훑어봤다.그리고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깼어?"배준우의 목소리를 들은 고은영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삐걱거리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배준우와 눈을 마주한 순간,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아! 씁…"하지만 이불 안에서 발버둥 치다 결국 또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배준우는 금방 잠에서 깬 듯한 얼굴로 일어났다.그 모습을 본 고은영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그것보다 자신이 왜 배준우의 방에 있는 것인지.그리고 입고 있는 옷은 어떻게 된 거지? 그녀가 기억하기론 어젯밤 그녀는 이 옷을 입지 않았다.고열에 시달렸던 고은영은 어젯밤 일에 대해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상황 파악을 위해 머리를 굴리던 고은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배준우를 바라봤다.그런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니 배준우는 당장 그녀를 잡아먹고 싶어졌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옷, 제 옷이 왜…""내가 벗기고. 바꿔줬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79화

    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어지러웠던 머릿속이 더욱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배준우는 멍청한 그녀의 얼굴을 보다 귀엽다는듯 고은영의 볼을 꼬집으며 물었다. "배 안 고파?"고은영이 그런 배준우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배준우가 다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숨이 차가운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뭐 먹고 싶어?"고은영 입술에 맺힌 피를 닦아 낸 배준우가 더욱 다정해진 목소리로 물었다."면, 면이요."고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다정한 배준우를 그녀는 본 적이 없었기에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고은영은 생각했다."그래, 그럼 너 혼자 일어날래? 아니면 내가 안아줄까?"아침부터 이런 다정한 말을 듣고 있으니 고은영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저 혼자 일어날게요.""혼자 할 수 있겠어? 발에 상처도 어젯밤에 보니까 다시 덧난 거 같은데."배준우가 물었다. 고은영이 어제 열이 난 것도 밖으로 나돌아 다닌 덕분에 상처가 덧이 나 그랬던 것이었다."괜찮아요.""그래."배준우가 방을 나섰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침대에 앉아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어젯밤 자신이 언제 배준우의 방으로 온 건지 알 수 없었기에 배준우가 방을 완전히 나선 뒤에야 조심스럽게 자신의 옷무새를 살폈다. 다행히 그녀는 바지도 잘 입고 있었고 몸에도 이상한 흔적이 없었다.방금 전, 그녀는 정말 너무 놀랐다.배준우는 아주머니께서 집에서 자고 가는 것을 싫어했기에 그가 출근한 뒤, 아주머니들이 집으로 와 청소를 했다.예전의 주방에는 거의 모두가 새것이었다.배준우는 아침에 기껏해야 빵조각 2개에 계란 하나, 따뜻한 우유를 먹는 것이 전부였다.하지만 오늘, 그는 처음으로 냄비를 꺼냈다.다른 이를 보살핀 적 없던 배준우는 면이 먹고 싶다던 고은영의 말을 듣고 기꺼이 주방으로 들어갔다.고은영과 비교해 볼 때, 그의 요리 실력이 훨씬 좋다. 고은영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배준우는 이미 면을 다 만들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0화

    고은영이 버벅거리며 말을 했고 조심스럽게 배준우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곧 다시 고개를 숙였다.방금 전, 배준우가 보였던 다정함과 웃음은 모두 착각인 듯했다."내가 그렇게 무서워?"고은영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배준우는 잔뜩 겁을 먹은 고은영을 보니 갑자기 흥취가 생겼다.고은영이 언제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먹어."고은영이 더 이상 숨을 참기가 힘들다고 생각할 때 쯤, 배준우가 그녀를 놓아줬다.하지만 고은영은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었다."왜?"배준우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고은영을 잠시 보다가 물었다."저, 계란 프라이가 먹고 싶어서요."고은영이 눈을 감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뜬금없이 말했다."또 먹을 거 달라고 하네?"배준우가 웃으며 말했다.고은영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린 듯했다.하지만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네, 먹고 싶어요."결국 고은영은 그냥 막 나가기로 했다. 심장이 곧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앞으로 나 무서워하지 마."배준우가 세게 고은영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하지만 고은영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만 해도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을 가진 그를 보았는데.. 어떻게 무서워하지 말라는 건지. 고은영은 긴장한 덕분인지 아니면 어제 배준우가 그녀에게 열을 내려준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감기게 걸리고 말았다.배준우가 주방으로 들어가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사이, 고은영은 결국 참다못해 화장실로 들어가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십여 분이 지나 절뚝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고은영을 본 배준우가 물었다."어디 불편해?"고은영은 머리도 조금 아팠다."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어젯밤 그녀의 열을 내려주기 위해 했던 것들이 생각났다.설마 그때 감기에 걸린 것일까? 열은 내렸지만 감기에 걸렸다니."계란 여기 있어, 아주머니께서도 곧 오실 거야."배준우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1화

    진 씨 아주머니는 이를 보고 더욱 걱정이 되었다. "어찌 이렇게 심각해요? 제가 도련님한테 전화를 하고 빨리 병원에 가봐야겠어요.""아니요, 그 사람은 아침에 회의가 있어요.""그런데 사모님은 너무 불편하잖아요. 당신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요."진 씨 아주머니는 신 경 안 쓸 수가 없었다.재빨리 전화기를 들고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일정을 알고 있었기에 감히 그를 지체시키지 못해 재빨리 진 씨 아주머니의 휴대폰을 빼앗아 전화를 끊었다.오늘 안지영이 밖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는,"그를 방해하지 마세요. 친구에게 데려가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이게... 도련님께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진 씨 아주머니는 걱정이 많았다.전에 여기에서 해고된 하인을 생각하며 집사는 여기 오기 전에 진 씨 아주머니한테 도련님은 사모님을 아주 아끼고 있다는것을 말했다. 한번 실수하면 배씨 가문을 떠나는 것보다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어 강성에서 직접 쫓겨날 수도 있다.고은영이 말했다. "재가 직접 말할게요!"그녀는 진 씨 아주머니가 과장해서 말할까 봐 걱정했고 배준우를 지체시키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를 계속 사모님이라고 불러도 그녀는 마음 속으로 자신의 위치를 낮게 잡았다. 그녀는 배준우의 말을 결코 잊지 못한다... 가짜 결혼!진 씨 아주머니의 걱정스런 표정 속에 고은영은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때 배준우는 이미 회사 밑에 도착했고 즉시 엘리베이터로 들어갈려고 했다.고은영의 전화를 받자 아까 차 안에서의 차가운 숨결이 살짝 누그러졌다. “진 씨 아주머니 도착했어?”고은영이 말했다."네 도착했어요. 제가 지금 좀 불편해서 안지영과 같이 병원에 가고 싶어요."불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따라오는 나태웅을 힐끗 보았다."많이 아파?"병원에 가야 하는지 아니면 가정의사에게 먼저 가서 보게 해야 하는지 뜻한다.고은영이 말했다. "방금 또 하번 토했어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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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8화

    결국 진호영이 다가가서 말했다.“할머니, 지금 이 장소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진윤과 진정훈이 오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오지 않은 이유도 명백했다.진성택이 두 사람을 너무 크게 실망시켰기 때문이다.진유경은 진호영이 진윤과 진정훈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면서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호영 오빠, 진윤 오빠랑 정훈 오빠한테 연락해주면 안 돼요? 적어도 아버지 보내드리는 길은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은영이도요... 아버지는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잖아요.”“그만 떠들어.”진유경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호영이 싸늘하게 얘기했다.다른 건 몰라도 이 상황에서 고은영의 얘기를 꺼내다니.진호영은 진유경에게서 이례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다.진유경은 진호영의 반응에 멍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화제는 이미 고은영으로 넘어가 버렸다.다들 고은영을 불효녀라고, 은혜도 모르는 매정한 여자라고 욕했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진유경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너 때문에 은영이는 집에 돌아오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다고?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네 눈은 장식이야?”예뻐한 적이 있었나?한 번도 없었다.진성택이 고은영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줬다면 고은영이 진씨 가문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아니, 그게 아니라...”“아버지는 남은 주식을 모두 너한테 남겨줬어. 하지만 친딸인 은영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하셨다고?”진호영이 모든 것을 까밝히자 진유경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호영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진유경은 더욱 크게 울먹이면서 눈물을 흘렸다.진유경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호영은 진유경의 편이었는데 지금은 왜...‘이게 다 고은영 때문이야! 대체 무슨 수로 꼬드겼기에 오빠들이 다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는 거냐고!’“왜 이러냐고? 우리 어머니가 은영이에게 남겨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7화

    이윽고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호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이 진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진호영과 고은영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진호영은 보통 직접 찾아와서 문제를 얘기하는 편이기에 전화를 잘 걸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진호영이 전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은영은 잘 알고 있었다.진윤에게 전화하자마자 또 고은영에게 전화하다니.고은영이 전화를 받기도 전에 진윤이 고은영의 전화를 빼앗아갔다.“오빠...”진윤은 바로 전화를 꺼버렸다.“꺼버리면 어떡해요. 혹시 언니가 전화라도 하면...”“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너한테 연락하지 않을 거야.”“...”그렇다고 해도 마음대로 핸드폰을 꺼버리는 건 좀...게다가 고은지가 정말 무슨 일이 생겨서 고은영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진윤은 자연스럽게 고은영의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돌려주지 않았다.“오빠.”“오늘은 나한테 집중해.”그 말투는 아주 강압적이었다.“...”마치 그동안 진윤에게 신경 써주지 않아 삐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고은영도 어쩔 수 없었다.고희주와 고은지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사실 고은영도 알고 있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고희주의 일 때문에 고은지는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었다.“그래요.”“...”“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너한테 뭘 좀 사주려고.”“...”사준다고?고은영은 진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진성택이 죽었다.장례식에 안 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굳이 고은영을 데리고 나와 쇼핑을 하는 목적은 뭘까.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 윤설의 전화가 걸려왔다.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그런 진윤을 보면서 고은영은 진윤이 참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진윤과 비교하면 나태현은 정신병이 틀림없었다....진성택은 오늘 화장하게 된다.김영희, 진유경과 진호영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진윤과 진정훈은 결국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6화

    숨을 깊게 내쉰 나태현이 얘기했다.“량천옥이 나씨 가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지금...”“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배준우가 나태현의 말을 끊었다.그때 나씨 가문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었다. 게다가 량천옥을 죽이려는 사람도 있었다.나태현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갔고 나태현의 어머니도 그 시기에 돌아갔다.그 모든 모순의 시작은 량천옥이었다.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씨 가문은 여전히 량천옥과 원한이 있었다.다들 그저 그 원함을 꾹 참고 있었는데 고은지가 나타났다.량천옥의 딸이면서 나태현의 딸 엄마인 고은지 때문에 나씨 가문과 량천옥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요.”우정과 사랑 중에서 배준우는 당연히 사랑이었다.게다가 이번 일에는 나씨 가문에서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또 나태현이 회사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보니 프로젝트가 위험했다.나태현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소리를 들은 배준우는 핸드폰을 소파에 툭 던졌다....다른 한편.고은영과 진윤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진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씨 가문과 엮인 프로젝트를 모두 엎어버리라고 명령했다.옆에 있는 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걱정했다. 진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고은영이 진윤의 손을 잡았다.“오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나씨 가문이 밉긴 하지만 진윤의 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진윤이 계약을 많이 해지할수록 진윤에게 영향이 더 클 테니까 말이다.진윤은 본인을 걱정해주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부드러운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윤이 얘기했다.“다 필요 없는 것들이야. 나태현은 지금 당장 귀국해야 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릿속에는 병원에 있는 고은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지는 나태현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눈치채고 얘기했다.“지금 나태현과 량천옥이 해외에서 서로 죽이고 난리가 났어. 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5화

    화가 난 나태범을 보면서 집사는 안절부절못했다.“지금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생각하던 집사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쪽도 걱정해야 합니다.”“진씨 가문? 거기는 왜.”나태현과 량천옥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나태범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이러다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씨 가문에서 계약까지 해지했지...이러다가는 그룹이 파산될지도 몰랐다.“배준우 씨 아내가 진윤 씨와 진정훈 씨의 친여동생입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 다 그 고은지 씨의 동생을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나태범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저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성택이 친딸보다 양딸을 더욱 아낀다는 것까지 말이다.배준우가 고은영과 결혼할 때 강성의 사람들은 배준우가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일반적인 신분으로는 배준우의 옆에 설 수 없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은영이 진짜 진씨 가문의 친딸이었다.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튿날 아침.고은영이 아침을 다 먹자마자 진윤이 도착했다.그리고 조카를 위한 선물도 가득 가져왔다.고용인들이 진윤이 가져온 물건을 보관해주었다.약간 붉어진 고은영의 눈가를 보면서, 진윤이 배준우한테 물었다.“어젯밤 계속 운 거예요?”배준우도 머리가 약간 아팠다.“제대로 자지 못했어요.”진윤이 다가가서 고은영을 마주 보더니 고은영이 입고 있는 귀여운 잠옷으로 눈을 돌렸다.배준우는 정말 딸을 키우는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해주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원래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배준우와 함께 있을 때면 아주 작아보였다.“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 하자.”“정말 나가야 해요?”고은영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진윤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은 병원에 가서 고은지를 보고 싶었다.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진작 알아차렸다는 듯이 얘기했다.“병원 쪽에는 내가 사람들을 깔아놨어. 무슨 일 없을 거야. 가자.”진윤의 말을 들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4화

    하지만 진윤이 내일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는 것의 목적을 떠올리면 고은영은 어쩔 수 없었다.“당연한 거 아닌가요?”진윤이 당당하게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더니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이미 다 들었지?”“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성택은 사망했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장례식에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윤은 장례식에 가지 말고 나가서 쇼핑하자고 했다.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넌 어떻게 하고 싶어?”“안 가도 돼요?”고은영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웃으면서 쇼핑해야 한다니. 고은영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배준우도 짐작하고 있었다.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배준우가 얘기했다.“아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쇼핑이 최종 목적이 아닐 거야.”“위로하는 거예요?”진윤은 배준우더러 고은영을 잘 위로해주라고 했다.“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네 큰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하는 말이야. 단순하게 쇼핑하는 게 목적일 리 없어.”배준우가 확신하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배준우는 허락하는 고은영을 보면서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다 지나갈 거야.”“나씨 가문 쪽은...”거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고희주의 일로 마음 아팠지만 배준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고은영에게 짧게 키스한 배준우가 이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과 협업하는 프로젝트 두 개가 있었는데 이미 계약을 해지했어.”“주주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고은영이 걱정하면서 물었다.“그 두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다들 발을 빼는 분위기야. 아마도 량천옥 씨가 한 일 같은데.”그래서 배준우도 큰 문제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지나간 일에 대해 배준우는 뭐라고 할 수 없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3화

    진정훈이 전화를 건 것은 진정훈에게도 계획이 있어서였다.“진유경을 조심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진유경에게 남긴 주식이 있는데 꼭 되찾아올 겁니다.”진유경이라...진정훈은 진유경이 왜 계속 고은영을 끌어내리려는지 깨달았다.그건 바로 진유경이 아직 자기 위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해줘야 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말을 알아듣고 얘기했다.“네. 알겠습니다.”“장례식은 와도 되고 안 와도 괜찮다고 전해줘요.”“네.”진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영의 뜻을 존중해주었다.하지만 장례식에 고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릴 것이 뻔했다.“장례식은 언제입니까.”“이틀 뒤입니다.”“알겠습니다.”이틀 뒤라니. 생각보다 장례를 서두르는 모습에 배준우는 약간 의아했다.진정훈은 그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그래서 그동안 배준우가 고은영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전화를 건 것이다....진정훈과의 통화를 마치고 배준우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데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진정훈이 아닌 진윤이 걸어온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영원히 고은영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고은영을 꼭 안고 있었다.“여보세요.”배준우는 진윤을 존경하는 편이었다.진윤은 정말 가문의 도움 없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은영이는요? 연락이 안 돼서.”“기분이 안 좋아요. 무슨 일이죠?”“왜 기분이 안 좋은 거죠?”“고은지 씨한테 일이 좀 생겨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고은지의 상황을 전해 들은 진윤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고은영에게는 모든 일이 설상가상이었다.“내일 오전 아홉 시에 내가 데리러 간다고 전해줘요.”“내일이요?”“네.”진윤이 대답했다.배준우는 진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진윤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씨 가문이 얼마나 엉망인지 광고할 셈이었다.진윤이 진성택의 장례식에도 나서지 않고 친여동생인 고은영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다닌다면...“어디로 갈 겁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2화

    그 처참한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호영과 진정훈은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았다.두 사람이 달려가 보니 병실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다. 김영희는 눈물을 흘리면서 진성택을 껴안고 있었고 진유경도 진성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침대 위의 진성택은 이미 눈을 감았다.의사와 간호사들도 두 사람의 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5분 후. 의사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게도 환자분은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아버지... 제발 눈 좀 떠봐요! 이대로 가지 마요! 안 돼요!”진유경이 눈물범벅으로 얘기했다.김영희도 눈물을 훔치면서 얘기했다.“성택아, 이렇게 우리를 두고 가면 어떡하니! 나와 유경이는 어떻게 해...”“그러게요, 아버지. 저랑 할머니는 아버지뿐이에요. 제발 가지 마요. 눈 좀 떠보세요.”두 사람은 그렇게 울면서 밖을 흘깃거렸다.진호영이 다가가려고 할 때 진정훈이 진호영의 손목을 잡았다.진호영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진정훈을 쳐다보았다.진성택의 사망에 진호영도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진정훈의 얼굴에는 슬픔보다도 짜증이 더욱 많았다.진성택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김영희와 진유경의 뻔한 연기를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혔다.진성택은 진유경을 평생 아껴왔지만 진정훈에게 있어서 진유경은 아무것도 아니다.진호영은 그런 진정훈을 보고 약간 정신을 차렸다. 진호영은 증오심이 가득 묻은 두 눈으로 진유경을 쳐다보았다.진유경이 눈물을 흘리는 건 진성택의 죽음 때문이 아니다.진성택의 죽음으로 인해 전에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진성택은 죽기 직전까지도 진유경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있었다. 진유경이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하지만 결국 아무도 진유경을 받아주지 않았다.진유경은 양딸인 데다가 진윤과 진정훈에게서 호감을 사지 못했기에 다른 가문에서는 진유경과 혼사를 맺고 싶지 않아 했다.유일하게 진유경을 받아들이는 허씨 가문은 진유경이 싫어했다.이젠 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1화

    고은영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을 때 진정훈과 진호영이 돌아왔다.두 사람은 고은영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은영아, 뭐라고 하셨어?”진정훈이 먼저 물었다. 진호영은 어두워진 고은영의 표정을 보면서 감히 물을 수 없었다.고은영은 진정훈을 보고 또다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지금 고은영의 표정은 진호영이 고은영을 끌고 올 때보다 더욱 어두웠다.“나한테 진유경을 부탁한다고 하셨어.”“...”“...”두 사람은 고은영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렸다. 진정훈은 싸늘한 눈으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중요한 얘기라는 게, 저런 거였어?”고은영에게 진유경을 맡기는 것. 그게 죽기 직전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니.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진호영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진호영은 고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미안해. 난 아버지가 그런 일로 널 부를 줄 몰랐어.”고은영은 진호영의 사과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진정훈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주었으니 진유경의 주식을 정훈 오빠한테 빼앗기지 않게 챙겨주라고 했어.”“...”“...”두 사람은 또 그대로 얼어붙었다.정말 진유경 때문에 고은영을 부른 것이었다니.도대체 얼마나 진유경을 아끼기에 죽기 직전에도 친딸을 불러 양딸을 맡기려 하는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먼저 갈게.”“그래. 잘 가.”진정훈이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고은영은 그대로 떠났다.진씨 가문에 아무 기대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공허하고 적적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진호영은 떠나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다.진정훈이 진호영을 보면서 말했다.“이제야 안 거야?”“난 전혀 몰랐어... 아버지가 진유경의 일로 은영이를 부른 걸 알았다면 은영이를 불러오지 않았을 거야.”진호영은 정말 후회했다.진호영은 그저 고은영이 진성택의 친딸이니까... 친딸에게 해줄 말이 있을 줄 알고 데려온 것인데.결국 진성택은 모든 것을 진유경에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0화

    거기까지 들은 고은영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다.진성택도 그걸 알아차리고 잠시 말을 끊었다.그리고 어두워진 고은영의 눈을 보면서 이어서 얘기했다.“나도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만. 하지만 은영아, 난 정말 유경이가 걱정돼. 그러니 네가 유경이를 잘 챙겨줘. 그럴 수 있지?”진성택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은영을 되찾아온 다음부터 진성택은 고은영 앞에서 진유경을 잘 챙겨주라는 말을 했다.죽기 전까지도 말이다.“나한테 부탁하는 거예요, 준우 씨한테 부탁하는 거예요?”그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전에 김영희가 진유경을 데리고 배준우를 찾아왔을 때도 고은영은 그저 묵묵히 참았다.하지만 진성택이 또 이런 말을 꺼내다니.뭘 어떻게 챙겨주라는 건지.고은영이 무슨 능력으로 챙겨주라는 건지.“은영아, 그게 아니라...”진성택이 말을 더듬었다.고은영은 손을 빼내고 얘기했다.“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게 진유경이 걱정되면 데려가면 되잖아요. 죽어서도 계속 돌봐주면 되겠네요.”“...”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성택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내 말을 오해한 것 같은데... 배준우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 아니야.”“...”“전에 정훈이 뭐라고 해서 네 엄마가 남겨준 주식을 너와 유경이한테 나눠줬잖아. 정훈이가 유경이 몫을 빼앗아가지 않게 잘 좀 챙겨줘.”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화가 끓어올랐다.죽기 직전까지도, 진성택은 진유경을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영은 그 정도로 마음 약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무리 고은영이 나약해 보이고 연약해 보여도 마음만은 단단한 사람이었다.“제가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정훈 오빠가 진유경의 주식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시는데... 그건 원래 진유경 몫이 아니었어요.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진성택이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뒀을 줄은 몰랐다.진정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은영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은영아, 잠깐만...”진성택은 밖으로 나가려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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