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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고은영은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짧은 그 몇 마디 말로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배만 채울 수 있으면 된다는 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

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영이 긴장감에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배 대표님은 배고픈적 적 없으시죠?"

면봉을 들고 있던 배준우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의 눈 밑으로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

"없어."

차가워진 분위기에 고은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약을 바꾸고 나니 고은영의 발등도 훨씬 좋아졌다.

"오늘은 샤워하지 마."

배준우가 약상자를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그래도 세수는 해야죠."

샤워를 하지 않는 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뜨거운 물이 데인 상처에 닿는 그 느낌을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결벽증이야?"

"심하지는 않아요."

결벽증을 가진 아이가 물이 그렇게 모자라는 곳에서 자랐으니 참 힘들었겠다고 배준우는 다시 생각했다.

화장실로 들어간 배준우는 머지않아 뜨거운 수건 하나를 들고나와 고은영에게 건네줬다.

"오늘은 이걸로 대충 씻어."

고은영은 순간 멍청해져 배준우가 든 수건도 가져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대신 닦아줘?"

"아, 아닙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고은영이 얼른 수건을 가져오며 말했다.

얼굴을 가린 손바닥으로 뜨거워진 볼의 온도가 느껴졌다.

그녀는 이는 자신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항상 차갑기만 한 배준우 대표에게도 다정한 모습이 있다니.

얼굴을 가린 수건이 차가워질 때쯤, 배준우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언제까지 씻을 예정이야?"

"아, 이제 다 됐어요."

그녀는 배준우가 방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고은영이 난감한 얼굴로 수건을 배준우에게 건네줬다.

하지만 대표님이라는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

순간 내려앉은 분위기에 고은영은 다시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준우가 화장실로 들어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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