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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작가: 송언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1-10 18:00:00
고은영이 배준우의 다리 위에 앉은 순간, 숨 쉬는 법을 잊은 것 같았다.

"배, 배 대표님…"

"너 원래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어?"

빠르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는 고은영의 말을 들은 배준우가 물었다.

"네, 그럼요. 저 원래 말 잘 들어요."

고은영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을 들은 배준우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만졌다.

"방금 어르신이 뭐라고 했는지 다 들었지?"

배준우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르신이 한 말이 너무 많아 고은영은 순간 배준우가 무슨 말을 가리키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르신께서 너를 나한테 주겠다고 했잖아. 그러니 앞으로 네 보호자는 나야."

"저 이제 보호자.. 필요 없..는데요."

고은영은 배준우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기에 버벅거리며 말했다.

"그 머리를 하고도 보호자가 필요 없다고?"

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 머리라니, 자신이 정말 그렇게 멍청하다는 말인가?

하지만 웃을 듯 말 듯 한 배준우의 눈을 마주하니 고은영은 말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 잘 들어. 뭐가 됐든 나한테 숨기지 말고, 알겠지? 이제 내가 네 보호자니까."

배준우가 보호자라는 말을 강조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고은영은 부정하지도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왜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가짜 결혼을 약속했었던 두 사람이 대체 왜.

앞에서 운전하던 나태웅은 뒷좌석의 두 사람의 말에 집중하느라 몇 번이나 신호등도 못 보고 직진할 뻔했다.

왜 예전에는 배준우가 이렇게 여자를 홀릴 줄 아는 줄 몰랐는지.

고은영이 입술을 물고 강한 척하는 모습을 보던 배준우가 웃었다.

"그 집 열쇠는 받은 거야?"

배준우가 집 얘기를 꺼내자 고은영이 몸을 떨었다.

"아, 네!"

"그 집 계속 가지고 싶어?"

"원래 제 집이에요!"

정 씨 어르신은 고은영 할머니의 부탁을 받아 고은영을 3년이나 돌봐줬기에 그녀는 더 이상 그를 걱정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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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해!” 전화 너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진유경은 고개를 끄덕인 후 전화를 끊었다. 이미 모든 것을 다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휴대폰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은 분도로 인한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고은영, 죽어버려!’ 처음에는 자신의 주식을 진정훈에게 넘겨주면 진정훈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할머니가 가진 주식도 언젠가는 그녀의 것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진정훈은 고은영을 위해 무엇이든 다 버렸고 심지어 진씨 가문과 연락을 끊고 할머니가 가진 주식도 가져갔다. 이제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녀와 진호영, 그리고 할머니의 것까지 모두 고은영의 손에 들어갔다. 그 사실만으로도 진유경은 미칠 것 같았다. 고은영과 함께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이 모든 차이가 그녀를 죽고 싶게 만들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진유경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정했다. 문이 열리고 집사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리고 공손하게 진유경을 불렀다. “아가씨.” “무슨 일이야?” 진유경은 말투는 별로 좋지 않았다. 진씨 가문에서 그녀는 항상 이들을 하찮게 여기며 마치 노예를 대하듯이 대했다. 집사는 진유경의 차가운 목소리에 조금 떨며 말했다. “아가씨, 저희 월급날이 다 되었는데 어떻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사는 진유경의 차가운 분위기에 하려던 말을 멈췄다. 원래 진씨 가문은 월급을 미루지 않지만 이번 달은 이미 반 달이 지나버렸다. 진유경은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쓴 적이 없었고 집사가 월급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엔 다 할머니가 하셨잖아?” “어르신 쪽에서 이번 달은 돈이 조금 부족하시다고 아가씨에게 남는 돈이 있는지 여쭤보셨습니다.” ‘남는 돈?’ 예전엔 진씨 가문의 딸로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쓸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것은 모두 사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5화

    원래는 상관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한 여자를 이렇게 짓밟는 모습을 보니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니 자신에게 남겨진 것들을 그들이 계속 차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진정훈은 원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고은영의 말을 듣고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걱정 마. 곧바로 찾아서 돌려줄 거야!” 단순히 찾아오는 게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를 짓밟은 그들에게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고은영에게 부탁을 받은 진정훈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 진성택은 상태가 심각해져서 이미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진정훈이 갑자기 나타나자 그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진성택 앞에서도 진정훈의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 감동이 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고은영에게 남긴 것을 이렇게 훼손한 그들을 생각하니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직설적으로 말할게요. 엄마가 고은영에게 남긴 거 지금 바로 은영이에게 돌려줘요.” “네가 이미 유경이와 호영이, 할머니의 것까지 다 가져갔으면서도 아직 만족하지 못하냐?” “왜요? 아직 돌려주지 않는 건 그걸 진유경에게 주려고요?” 진정훈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진성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정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좋은 첫사랑이네요!” 진성택은 잠시 침묵을 하며 말했다. “정훈아, 사람은 길을 남겨야 해. 한 번에 해결하지 말고.” “그 말은 진유경이 제 남은 길이라는 건가요? 걱정 마요, 저는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진성택은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진정훈은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유경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뒤 그는 진유경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본래 이렇게 공격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과연 무엇이 그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갔을까? 진성택은 깊은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진유경은 아무것도 없다.” 그 말을 듣고 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4화

    확실히 고은영은 진씨 가문에 대해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고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어머니를 본 적이 없으니 깊은 감정을 가지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진정훈이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언급했을 때 고은영의 가슴이 갑자기 아팠다. 아이로서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니... 그녀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자신에게 모든 사랑을 주고 싶어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정훈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죽음 앞에서도 아이를 사랑했던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가 그녀에 대해 깊은 감정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슬퍼할까? 갑자기 고은영의 마음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 진정훈은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달랬다. “아, 내가 이런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 너 힘들게 하려고 한 게 아니야. 난 그냥...” 그는 말을 멈췄다. 그저 뭐라고 말하려던 걸까? 어머니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리려던 걸까? 그녀를 위해 남겨진 것들을 지키고 싶어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말하려던 걸까? 진정훈은 엄격하게 말했다. “어쨌든 이건 네가 가져야 해. 이건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야. 그런 사람들에게 절대 넘길 수 없어!” 그녀를 설득하는 그의 말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진유경과 김영희가 지난 몇 년간 이익을 나눠 가진 것을 생각하면 그는 더 화가 났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어머니의 사랑을 가질 자격이 있겠어?’ 처음에는 망설였던 고은영이었지만 진정훈의 말을 듣고 서류를 받아들었다. 이 순간, 그녀는 서류를 들고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진정훈은 그녀가 받아든 것을 보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한 부분만 남았어. 내가 꼭 찾아올게.” 고은영은 조용히 물었다. “마지막 한 부분은 어디에 있나요?” 진정훈은 답했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어.” 그 말을 듣고 고은영의 표정은 굳어졌다. ‘아버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3화

    란완리조트로 돌아온 후 배준우는 서재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그가 다시 나올 때까지 10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고은영은 그의 얼굴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것을 보며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물어보았다. “정말이에요?” “응, 약혼식은 다음 주래.”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본래 좋지 않았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럼 제 언니는 뭐라고 생각할까요?” 고은지는 언젠가는 이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녀에게 숨기고 있는 이유는 언니의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은지가 고희주의 아버지를 찾을지 확신이 가지지 않지만 희주가 조금이라도 그리워하면 그녀는 반드시 사람을 찾아낼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고은지가 나태현이 희주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지신혜에 대한 일도 막 알게 되었고 네 언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모르겠어.” 고은영은 그의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배준우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물어볼까?” “아뇨!” 고은영은 화가 나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그들은 약혼을 하기로 결정했고 지금 그녀의 언니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그에게 뭘 물어볼 자격이 있는 거냐고 생각했다. 그때, 집에 돌아온 진정훈은 고은영이 눈에 띄게 화가 나 눈물이 고인 얼굴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네가 내 동생을 괴롭혔어?” 그는 바로 배준우에게 눈을 마주치며 따지듯 물었고 배준우의 얼굴은 이미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기분이 확실히 나쁘다는 것을 본 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배준우를 쳐다봤다. 배준우는 여전히 얼굴이 좋지 않았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싸우는 것 같지 않았다. 어떤 일에 대해 둘 다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진정훈은 고은영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둘째 오빠한테 얘기해 봐. 내가 해결해 줄까?” “너무 봐주지 마세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2화

    쇼핑몰의 매니저는 공손하게 배준우에게 다가갔다. “배 대표님, 오셨군요. 오늘 어떤 것을 보시겠습니까?”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보여줘요.” 배준우가 말했다. 쇼핑몰은 매우 크고 그들은 그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이곳의 매니저가 잘 알고 있으니 바로 그들을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 주기를 원했다.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배준우와 고은영은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걸어갔다. 그들이 지나가던 중, 한 남성 맞춤양복 가게 앞에서 고은영이 무언가를 보았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유리창을 응시했다. 배준우는 그녀가 멈추자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고은영은 한쪽을 집중해서 봤고 그가 보고 있는 방향을 따라 배준우도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바로 나태현이었다. 그는 한 정장을 입어보고 있었고 그 앞에는 긴 웨이브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넥타이를 매어주고 있었다. 배준우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매니저는 두 사람이 뒤처져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돌아와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을 쳐다보았다. 나태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씨 큰 도련님 이제 곧 약혼할 예정이에요. 결혼식 드레스와 예복도 우리 가게에서 맞췄습니다.” “약혼?” 고은영은 충격에 빠져 매니저를 쳐다보았다. ‘나태현이 약혼한다고? 그 사람은 희주의 아버지 아닌가? 이건...’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셨죠? 저 여성분은 지씨 가문의 딸, 지신혜씨입니다.” 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고 그의 굳어버린 얼굴을 보자 조심스레 물었다. “준우 씨도 이 소식을 들었어요?” 배준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오늘은 일단 선물을 고르지 말고 돌아가자.”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곧장 고은영의 손을 잡고 가버렸다. ‘나태현이 약혼한다고? 지신혜 씨와 결혼한다고? 그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1화

    고은영은 얼굴에 난 상처를 걱정하며 안지영을 지켜보았다. 손을 뻗어 상처를 만져보려 했지만 혹시 더 아프게 만들까 봐 주저했다. 안지영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갑자기 고은영의 작은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대었다. “봐, 안 아파!”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안지영을 더 아프게 할까 봐 걱정했다. “빨리 놓아줘.” 안지영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안 아프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왠지 차가운 기운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배준우가 자신을 노려보며 시선이 날카롭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지영은 당황해서 살짝 손을 놓았다. ‘배준우는 정말 질투가 나면 누구에게나 그런 건가? 나는 여자인데? 질투도 성별을 가려야 하지 않나?’ 고은영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정말 안 아파?” “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안지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고은영도 조금 안심한 듯 보였다. 안지영은 그런 고은영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 바보는 진짜 내가 뭐라 해도 다 믿네.’ 그렇게 순진한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그녀를 보호하게 만들었던 이유였다. 그 순수함이 누구에게도 악용당할 수 있을 만큼 여렸기 때문이다. “아기는 어때?” 안지영은 조용히 물었다. 고은영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기는 정씨 어르신이 데려갔어. 며칠 동안 함께 지내기로 했대.”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씨 어르신은 고은영의 선생님으로서 그녀에게 엄청 잘해주었다. 안지영은 고은영을 잘 챙겨주려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에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고은영은 참 순수했고 그런 그녀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안지영을 보고 하늘 그룹에서 나온 고은영은 배준우의 몸에서 이상한 기운을 내뿜는 것을 느꼈다. 고은영은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살펴보고 자연스럽게 조금 거리를 두었다. 그 모습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80화

    “너...!” 그 말은 안지영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하준성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였다. 이미 화가 나 있던 하준성은 나태웅의 이 냉정한 태도에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 ‘이 녀석은 진짜 예사롭지 않은 놈이었다!’ 나태웅은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간단히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러자 하준성은 또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럼 적어도 주원이에게 사과라도 시키지. 나태웅, 너도 알잖아, 나는 내 가족이 괴롭힘당하는 걸 못 참아!” 그 말은 명백히 나태웅을 비꼬는 말이었다. 집 밖의 사람을 위해 집안사람은 못 챙기고 오히려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하준성은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나태웅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지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하준성은 또 물었다. “안열 그 여자는 너와 관계가 없지? 그거라도 확실히 해야겠어. 내 딸이 이렇게 맞았는데 그대로 참고 있을 순 없잖아! 남자로서 체면이 있지 않냐!” 안열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나태웅의 눈에 서늘한 기운이 번뜩였다. 그 후, 그는 짧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상관없습니다.” 그 말은 안열과의 관계는 없으며 하준성이 그 여자를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화가 난 하준성은 나태웅의 말에 조금은 위안을 얻은 듯했다. ‘상관없다니, 그럼 괜찮겠군.’ 한편, 안지영의 상황은 달랐다. 고은영이 안지영이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고은영은 안지영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울지 마. 나 안 아프다니까.” 안지영은 황급히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정말로 안지영은 이 세상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가 그녀를 동영 그룹에 보내고 모든 카드를 끊어버린 일도 그녀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은영이 울면 다르다. 고은영이 울면 안지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예전에 절에 갔을 때 스님이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아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79화

    나태웅은 자신이 오늘 하늘 그룹에서 벌인 일로 인해 안지영과 장선명이 진지하게 동거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병원에서는 하주원의 손목이 마치 만두처럼 부풀어 올라서 아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소식을 들은 하준성은 급히 병원에 도착했고 자신의 딸이 이렇게 다친 모습을 보고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이게 안씨 가문 그년이 한 거냐?” 자신의 유일한 딸이 병원에 누워 있는데 그녀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대담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장씨 가문이냐? 지금 그 여자는 장씨 가문의 며느리가 아니지 않나!’ 하주원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를 한 번 보고 그 후 나태웅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태도는 이미 너무나도 분명했다. 하준성은 나태웅을 보며 다가가서 물었다. “태웅아, 너는 안씨 가문 그년과 친한 거냐?” 나태웅은 대답 없이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하준성은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년에게 전해라. 이번 일에 대해서 나는 반드시 해명 받아야 한다고.” “주원이를 다치게 한건 안지영이 아니에요.” 나태웅은 차갑게 말했다. 하준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누구냐? 너는 그 여자 편을 든 거냐?”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이제 나씨 가문 사람들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동안 나태범은 그 일 때문에 거의 병원에 실려 갔을 정도였으니 하준성이 모를 리 없었다. 하준성은 나태웅이 안지영를 감싸고 있다는 뉘앙스로 얘기했고 나태웅은 말없이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말했다. “손목에 있는 상처는 장씨 넷째 도련님 옆에 있는 안열이 한 거예요.” “안열? 안칼?” ‘그 배경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냉혹함과 장씨 가문의 후원 덕분에 강성에서 입지를 다진 여자가? 그 여자 감히 하씨 가문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 아니, 강성에서 몇 년 동안 장씨 가문의 면전에서 아무도 그 여자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그녀가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몇 분의 자리가 있다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78화

    ‘다음에 또 하주원 같은 사람이 찾아오면 내가 적어도 한 방은 먹여줘야지. 지금처럼 겨우 맞대응만 하다 끝나는 건 싫어. 하지만 싸움에서 이긴다는 건 쉽지 않은데.’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결심한 듯 말했다. “오늘 밤부터 저도 킹덤 타운에서 살 거예요!” 안열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안 대표님 원래도 킹덤 타운에서 살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가끔 장선명 씨랑 일 얘기할 때만 잠깐씩 갔던 거예요. 하지만 오늘부터는 제대로 이사해서 살려고요!” 안열은 그녀의 결연한 표정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왜 갑자기 킹덤 타운에 살겠다는 거예요?” “다음에 하주원 같은 사람이 오면 제가 다시는 제 얼굴에 상처 입는 꼴은 못 보겠거든요!” 안지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안열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그게 이유라면야 나름 진지한 거긴 하네요. 근데 진짜 킹덤 타운으로 가실 거예요?” “당연하죠!” “근데 넷째 도련님의 운동 스케줄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선명의 악명 높은 운동 루틴을 떠올리며 안열은 몸서리를 쳤다. 그녀 자신도 근육이 제법 붙은 편이었지만 그의 훈련 강도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안지영은 잠깐만 달려도 숨이 차는데 장선명의 훈련 강도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안지영은 의문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심하게 운동해요?” 안열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전에 부하 중 한 명이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뛰었다는데, 어떨 것 같아요?” 안지영은 말을 잃었다. ‘다리가 부러질 정도라고?’ 순간, 그녀의 마음속 결심은 산산조각 났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아무래도 포기해야겠어. 내가 체력으로 장선명과 겨룬다고? 웃기지도 않아.’ 하지만 장선명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안열이 방을 나간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장선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지영이 전화를 받았다. “비밀번호.” “무슨 비밀번호요?” 갑작스러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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