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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자리에 다시 앉은 정 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방금 전의 엄숙함이 사라졌다.

"자네 은영이 요리 실력은 본 적 있는가?"

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 씨 어르신이 다시 말했다.

"은영이가 덤벙거리는 아이라 아무것도 잘 못해서 나는 자네가 이해 못 해 줄 줄 알았는데."

"선생님~!"

정설호의 말을 들은 고은영이 얼른 그의 말을 막았다.

덤벙거린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자신이 다른 이에게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 씨 어르신은 배준우에게 앉으라고 한 뒤, 아주머니에게 밥을 준비하라고 했다.

"너희 결혼 배항준 그놈이 허락 안 할 것 같은데?"

배항준 그놈?

강성에서 배항준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정설호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배준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정설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배준우를 보며 배 씨 집안의 내부 갈등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네가 정말 굳이 은영이랑 살겠다고 한다면, 그 놈한테서 잘 보호해 줘야 해."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우리 은영이를 자네한테 주겠네. 하지만 자네가 은영이한테 잘 대해주지 않는다면, 나도 은영이 할머니 부탁을 저버릴 순 있다는 거 알아두게."

정설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고은영의 할머니는 정설호의 절친이었기에 어르신도 고은영을 자신의 손주로 생각하며 정성스레 키우셨다.

고은영은 할머니 생각을 하니 눈물이 고였다.

배준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설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배준우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은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설림에서 나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떠나기 전, 어르신이 배준우를 보며 경고했다.

"은영이가 비록 내 손주는 아니지만, 내가 키운 손녀나 마찬가지니 누구도 괴롭혀서는 안 돼!"

정설호라는 든든한 할아버지가 있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배준우의 뒤를 따라갔다.

다리가 제법 긴 그녀였지만 고은영은 다친 덕분에 걷는 것이 아직은 불편했다.

배준우는 절뚝거리는 고은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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