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이 방문을 열고 나가자 송예은과 나이란이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강연의 안색이 괜찮은 걸 확인한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연아, 나도 방금 소식을 전해 듣고 온 거야. 아직 나이란이랑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지 못했는데 우리 같이 얘기라도 해볼까?”예은이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그래 강연아! 조혜영 언니도 우리 대답만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뭐라고 언질을 해야 언니도 움직일 수 있다고.”나이란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인터넷 여론이 너무 안 좋게 흘러가고 있어.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괜찮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강연은 두 사람을 다독이며 물었다.“큰 오빠랑 둘째 오빠한테 연락이 온건 있어?”예은과 나이란의 얼굴은 확연히 굳어버렸다.“지금 전정해의 은신처를 찾아내 서안 씨와 둘로 나뉘어 수색 중이라고 하더라고.”그 말에 강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전쟁해가 강연에게 남긴 트라우마는 결코 작지 않았으므로 강연은 전정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서안이 고층에서 추락하는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다행히 강연은 이런 일에 쉽게 무너질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생각을 빨리 정리했다.“어쩐지 여론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더라니. 다들 전정해에게 몰두하고 있었나 보네.”강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이란을 향해 굳건한 표정으로 말했다.“혜영 언니한테 내 신분 공개하는 게 어떻겠는지 물어봐 줘. 나는 이제 상관없거든.”지금까지 신분을 숨겼던 건 첫째로는 가족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고, 둘째로는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제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해결이 되었다. 이런 불편함과 논쟁이 생긴다면 공개를 해버려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그 말에 나이란의 얼굴이 밝아졌다.“좋았어! 이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고!”나이란이 흥분에 겨워서 말했다.“바로 혜영 언니한테 전할게. 그리고 어떻게 네 신분을 공개하면 좋을지 상의해 봐야겠어. 넌 강씨 가문의 가장 소중한 막내딸이잖아!”이 일이 공개되면
각국 유명 인사, 왕실의 공주, 연예계 최고 스타, 평소에 상상치도 못한 유명 인사들이 모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들은 모두 강연을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최고급 연회, 호화 크루즈, 럭셔리 브랜드 쇼장에서 찍힌 사진들도 유출이 되었다.강연은 모든 사진 속에서 센터 자리를 차지했다.그러니 강연의 지위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강연을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누가 한번 떠보려고 애썼다는 건가? 강연의 권력에 사람들이 아부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누가 스포츠카나 타고 다니는 허영심 많은 여자라고 했던가? 이런 차키는 강연의 방에 넘쳐날 것인데.그리고 누가 이성에게 꼬리를 쳤다고 그러는가? 강연의 외모와 몸매에 남자들이 알아서 대시를 해도 모자라지 않는가?강연의 세 오빠를 보면 누가 하나 빠지지 않고 잘생기고 능력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이런 세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강연이 도하경 같은 남자에게 작업을 건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연예계를 모두 뒤져보아도 그나마 어울리는 짝은 전서안 한 사람뿐이었다.가문의 공주님이 겸손하게 제 신분을 숨기고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연기를 하는데 대체 누가 악플을 다는가?이어 네티즌들은 사과글을 연이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씨 형제의 게시물에 사람들은 성지순례 오듯 글을 남겼다.[선생님들 안녕하세요! 혹시 매부가 필요하지는 않으신가요?][매부가 안 된다면 막내 공주님 강아지라도 되고 싶습니다.][공주님 혹시 도우미는 필요하지 않은가요? 제가 더 분발해서 도우미라고 되고 싶네요]....여론은 바로 뒤집어졌다.네티즌뿐만 아니라, 강연을 비웃던 여러 연예계 선배도 깜짝 놀라버렸다.강연이 얼굴 하나만 믿고 세윤을 꼬셔 배역을 따내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강씨 가문 공주님이었다니.이 신분에 못 따낼 배역이 어디 있겠는가?어떤 남자 배우들은 남몰래 강연에게 수작을 부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강연처럼 순진하고 든든한 가정 배경을 가진 사람을 꼬신다면 앞으로 인생은
강연의 팔로워는 어느새 3천만 명을 훌쩍 넘겼다. 아직 공개된 작품도 없는데 말이다.강연은 제 SNS를 들여다보며 바보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식탁 맞은편의 서안은 이런 강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좋아? 앞으로 팬은 더 빨리 더 많이 생길 거야. 넌 정상에 설 거야.”“헤헤, 기대돼!”강연은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말했다.“자기야, 내 팔로우가 5천만 명이 넘으면 내가 프러포즈 해도 돼?”서안이 조금 놀란 듯 얼어붙은 얼굴로 물었다.“네가... 나한테 프러포즈한다고?”“응!”강연이 서안의 옆으로 넘어가 팔짱을 끼며 눈을 깜빡였다.“언니가 안택 씨한테 프러포즈했던 것처럼. 오빠도 좋아?”서안은 강연의 손을 꼭 잡았다. 너무 벅찬 마음에 힘 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한 서안이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이런 일을 어떻게 너한테 미룰 수가 있겠어?”낮은 목소리로 서안이 말을 이었다.“넌 매일매일 행복하고 아무 고민도 없이 지내면 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그러다가 나 바보 되면 어떡해?”“그럴 리 없어.”서안이 단호하게 말했다.“넌 영원히 내 소중한 보물이야.”진지한 서안의 고백에 강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어디 한번 기대해 볼게!”강연이 새침하게 말했으나 눈에는 기대로 가득 찼다.서안도 입꼬리를 올렸고 강연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테니까. 나도 오래 기다리지 못할 것 같고.”두 사람이 알콩달콩 대화를 이어가다가 강연이 대화 주제를 바꿨다.“참, 전정해는 잡은 거야?”서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입가를 매만지는 서안은 이 대화 주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하지만 강연의 순진한 눈빛을 마주하자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아직.”“우린 이미 전정해의 모든 잔여 세력을 부숴버렸어. 그래서 ‘전정해’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대역이었더라고. 죽음으로 은폐시킨.”“그리고 진짜 전정해는 놓쳤어.”“놓쳤다고?”강연
그 기억을 서안은 떠올리기조차 힘들어했다. 그 시절은 서안이 가장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었다.강연은 서안의 손을 꼭 잡았다. 처음으로 서안이 제 마음속 상처를 꺼내 보여주었다.“나한테 말해줘.”강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혼자 끙끙 아파하지 말고.”아프다.서안은 단 한 번도 자신이 아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서안은 전씨 가문에서 좋은 추억을 쌓기도 전에 정신이 나간 전정해에 의해 납치되어 외딴 시골로 보내졌다.서안의 어머니는 아이를 잃은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아버지인 전정민은 원수 가문이 벌인 짓일 줄만 알고 도처를 찾아 헤맸다.전정해는 그 틈을 타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고, 서안의 어머니가 거대한 전씨 가문을 원망하게 하고 남편이 지독하고 악랄한 사람이라고 세뇌했다.그래서 납치범의 연락을 받고 서안의 어머니는 홀로 돈을 챙겨 아들을 구하러 떠났다. 전정민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타협했다.하지만 다행히 떠나기 전 남겨진 단서로 전정해는 바로 진상을 알아차렸고 구조하러 떠났다.납치범이 사실은 가족 성원이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전정해는 서안의 어머니를 유인해 감금시켰고, 그녀가 남긴 단서를 지우고 조작해 전정민이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전정민은 실망한 아내가 집을 박차고 나가고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은 것으로 생각했다.그리고 십수 년이 지나고 전정민은 아내와 아들을 계속해서 찾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전정해는 나어린 서안을 빌미로 서안의 어머니를 협박하고 이용했다.세 사람은 음습한 동네에서 칩거했으며, 두 사람이 절대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전정해의벌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위해 서안의 어머니는 십수 년을 치욕스러운 나날을 견뎠다.전정해는 자주 정신병이 도졌고, 어린 서안이 이런 그를 자극할까 서안에게 진실을 숨겼다.그래서 서안은 전정해는 제 친아버지처럼 존경하고
서안은 공포 속에서 전씨 가문으로 돌아왔다.그의 아버지인 전정민은 아내와 자식의 실종으로 오랫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러한 충격을 받게 되자 정말 무너져버렸다.침대에 누워 서안의 손을 서훈에게 맡긴 전정민은 영원히 눈을 감았다.아직 장례를 마치지 않은 서안 어머니의 관은 여전히 전씨 저택 안뜰에 놓여 있었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울부짖는 소리에 정신이 곤두섰다.그리고 서안은 처음으로 발병 증세를 보였다.짐승처럼, 미친개처럼, 피를 보면 환장하는 괴물로 가족들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겨우 스무 살을 넘긴 서훈은 큰 슬픔을 견디며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고, 충격에 미쳐가는 동생을 보살폈다.또한 비바람에 휘청이는 전씨 가문을 이어받고 강대한 세력을 가진 전정해를 뿌리째 뽑아 가문 밖으로 내쫓았다.그 시간은 전씨 가문 모든 사람에게 있어 가장 고달픈 시간이었다.다행히 치료를 마친 서안은 점점 이성을 되찾았다.총명한 서안은 빠르게 전씨 가문을 파악하고 형을 도와 친척들을 안정시키고 가문을 다시 일 떠 세웠다.지금까지 아무도 이 시절에 대해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서안은 이러한 이야기를 천천히 강연에게 말해주었다.시간은 점점 흐르고 방안에는 훌쩍이는 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강연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어버렸다.다른 아이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온전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때, 서안은 이런 말 못 할 비참한 동년을 보냈다.“울지마. 이미 지난 일인 걸.”서안은 슬피 우는 강연이 마음 아파 다정하게 말했다.“하느님도 마음이 약해지셨는지 선물 같은 너를 나한테 보내주셨잖아. 난 그걸로 만족해.”“내가 먼저 오빠를 알아봤으면 좋았을 텐데.”강연이 흐느끼며 겨우 말을 이었다.“내가 오빠를 빨리 알았다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오빠를 구해줬을 거야. 오빠 어머님을 구하고 하루빨리 가족을 만나게 해줬을 텐데.”“바보같긴...”서안은 강연을 품에 안고 이마에 키스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넌 예전부터 나의 구원이었어.”“뭐... 뭐
강연의 문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강연이 이런 물음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싶었다.조금 뜸을 들인 세훈이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스스로 놀라게 하지 말고 빨리 세수나 하고 와.”세훈의 말에 강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난 또...’다행히 아까는 악몽일 뿐이었어.’강연은 얌전히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나타났다.아래층 거실은 따스한 느낌의 무드등이 켜져 있었다.강연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전서안과 관련이 있는 건 맞아.”세훈이 대답했다.“전정해가 잡혔어.”강연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전정해가... 잡혔다고?’‘그렇게 오랜 세월 밖을 떠돌던 사람이 정말 잡혔다고?’강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 지금 전씨 가문 저택의 지하 창고에 갇혔다고 들었어.”세훈이 말을 이었다.“서안이 직접 심문 중이라고 그러더라고.”강연이 고개를 번쩍 들었고 걱정에 얼굴을 찡그렸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연은 서안에게 있어 전정해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았다.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전정해를 아버지로 알았고, 어머니가 자살한 뒤 전정해는 늘 서안의 악몽 같은 존재였다.그러니 전정해를 마주하면 서안이 다시 발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안돼!”강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오빠, 나 지금 전씨 저택으로 가야 해요. 내가 직접 서안 오빠를 봐야 할 것 같아요.”“전씨 가문의 경비가 너무 삼엄해. 모든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전씨 가문 가족들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야.”세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대가문의 가법이 얼마나 엄격한지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가문 자손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건 가문의 생존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설명해.”그 말에 강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강씨 가문의 자손으로 강연이 세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어떻게 이럴
사람들이 수군대고 있는데 검은색 코트를 입은 제훈이 바람처럼 성큼성큼 걸어왔다.“셋째 오빠...”강연은 조금 놀란 듯싶었다.세윤도 갑작스러운 제훈의 등장에 의아해 물었다.“제훈아, 무슨 일로 온 거야?”“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돌아오지 않을 수가 있겠어.”제훈이 덤덤하게 말하며 코트를 벗었고 도우미가 바로 옷을 건네받았다.사람들의 앞으로 다가가 세훈을 마주한 제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형, 나도 전정해를 계속 추적하고 있었어. 단서가 생겨서 급히 돌아온 거야.”“무슨 단서인데?”“전서안의 병.”제훈이 강연의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서안의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어. 누군가 전서안의 몸에 손을 댄 것 같아.”“뭐라고요?”강연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세훈과 세윤도 바로 얼굴을 굳혔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에 이어 의심의 눈초리까지 더해졌다.“세훈아,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송청아는 세훈의 감정 변화를 빠르게 눈치채고 물었다.나이란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세윤을 살폈다.늘 당당하고 세상 두려울 것 하나 없어 보이던 세윤이 이렇게나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자 나이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거야?”세윤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제훈의 시선이 세윤을 향했다. 날카로운 입술을 꾹 다문 제훈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세윤은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몸을 일으켜 강연을 넘어서서 문밖으로 향했다. 온몸에서 냉기가 흘렀다.“세윤아!”세훈이 바로 그 뒤를 따라가 세윤의 어깨를 잡아당겼다.제훈도 세윤의 앞을 막아서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세윤을 살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야?”청아와 나이란은 어리둥절한 상태였다.강연은 조금 눈치를 챘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강연이 앞으로 다가가 세 오빠를 향해 서서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세훈 오빠... 세윤 오빠... 제훈 오빠...”“서안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짐작이 가는
강씨 형제의 얼굴에는 검은 먹구름이 꼈다.강연은 속수무책인 상황에 가슴이 답답해졌다.엄마 도예나의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칩에 제어된 엄마가 하마터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를 뻔했고 그 일을 용납할 수 없었던 엄마가 집을 나가고 한동안 실종되었다고 했다.그때의 엄마는 자신을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엄마가 나쁜 사람의 손에 넘어가고 강제로 제왕절개로 출산했으며 3년 동안 인간 혈액 공급처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으나 건강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그래서 아빠는 엄마 도예나와 함께 여행 겸 요양으로 전 세계를 날아다녔다.엄마는 온몸의 피를 바꾸다가 죽을 뻔한 고비를 극적으로 넘겼고 무의식중에서 칩의 제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해 칩의 공제에서 벗어났다.이 일은 강씨 가문이 섣불리 말하지 않는 아픔이었다.‘그런데 서안 오빠에게 똑같은 일이 생기다니.’‘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오빠도 온몸의 피를 바꿔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그래서 전씨 가문이 갑자기 경비를 삼엄하게 했던 거구나. 서안 오빠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우리한테 얘기도 없이 출입을 막았던 거야.’‘그렇다면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할지도 몰라.’진상을 알아버린 강연은 서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강연은 정신없이 세윤의 품에서 나와 문밖으로 걸어갔다.내딛는 걸음이 무거웠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강연아...”나이란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강연을 불렀다.“그냥 보내줘.”제훈이 강연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우리도 같이 가자.”“그래. 우리도 같이 가자.”세윤은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며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애썼다.이를 악문 세윤이 다시 말했다.“감히 누가 배후에서 이렇게 더러운 물건을 만들어내는지 알아내야겠어!”두 형제가 따라나서겠다고 말했고 가장 큰 형인 세훈은 이를 말리지 않았다.제훈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으니 들어갈 방법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그 어떤 기술이라도 제훈을 막아설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