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형제의 얼굴에는 검은 먹구름이 꼈다.강연은 속수무책인 상황에 가슴이 답답해졌다.엄마 도예나의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칩에 제어된 엄마가 하마터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를 뻔했고 그 일을 용납할 수 없었던 엄마가 집을 나가고 한동안 실종되었다고 했다.그때의 엄마는 자신을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엄마가 나쁜 사람의 손에 넘어가고 강제로 제왕절개로 출산했으며 3년 동안 인간 혈액 공급처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으나 건강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그래서 아빠는 엄마 도예나와 함께 여행 겸 요양으로 전 세계를 날아다녔다.엄마는 온몸의 피를 바꾸다가 죽을 뻔한 고비를 극적으로 넘겼고 무의식중에서 칩의 제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해 칩의 공제에서 벗어났다.이 일은 강씨 가문이 섣불리 말하지 않는 아픔이었다.‘그런데 서안 오빠에게 똑같은 일이 생기다니.’‘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오빠도 온몸의 피를 바꿔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그래서 전씨 가문이 갑자기 경비를 삼엄하게 했던 거구나. 서안 오빠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우리한테 얘기도 없이 출입을 막았던 거야.’‘그렇다면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할지도 몰라.’진상을 알아버린 강연은 서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강연은 정신없이 세윤의 품에서 나와 문밖으로 걸어갔다.내딛는 걸음이 무거웠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강연아...”나이란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강연을 불렀다.“그냥 보내줘.”제훈이 강연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우리도 같이 가자.”“그래. 우리도 같이 가자.”세윤은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며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애썼다.이를 악문 세윤이 다시 말했다.“감히 누가 배후에서 이렇게 더러운 물건을 만들어내는지 알아내야겠어!”두 형제가 따라나서겠다고 말했고 가장 큰 형인 세훈은 이를 말리지 않았다.제훈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으니 들어갈 방법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그 어떤 기술이라도 제훈을 막아설
전서훈이 대문 밖의 무리를 향해 낮고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서 각자 맡은 일에 집중하세요. 이쪽 일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끼어들 필요 없으십니다.”“제 말을 재차 거역한다면 가주에 대한 불복으로 알겠습니다.”“불복하는 자는 변명도 없이 전씨 가문 가법으로 가문에서 내쫓도록 하겠습니다.”서훈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게가 있었고, 난동을 부리려던 가문 사람들은 바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한편으로 물러섰다.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불복과 분노가 담겨있었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화를 내는 전씨 가문 가주는 발병한 전서안처럼 공포에 질리게 했다.그러니 아무도 서훈을 도발하지 못했다.저택의 문은 다시 세게 닫혔다.집사가 문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여러분, 모두 집으로 돌아가시죠. 이곳을 지키는 것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전씨 가문을 위해 힘을 보태주세요. 그러면 전씨 가문은 또 한 번 위기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권력으로 압박하고 이익으로 경고를 날렸다.현장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이 수를 모두 읽어냈지만, 또 서훈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여전히 심통이 나 있던 사람들도 그렇게 물러났다.드디어 전씨 저택 앞은 깨끗이 치워졌다.다른 한편, 저택 안에서.서훈은 강씨 형제를 이끌고 화원을 돌아 본관으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곧장 지하실로 통하는 입구로 들어갔다.“안에는 두 개의 방이 있습니다. 한 방에는 전정해가 있고, 다른 한 방은 서안이 묵고 있습니다.”이 말을 하는 서훈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세윤이 깜짝 놀라 물었다.“서안을 겨우 이런 곳에 내버려뒀다고요?”전씨 가문도 강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은 조용히 지하실에서 처리했다.그런 의미에서 지하실은 지하 지옥이라고 할 수 있었다.어둡고 습하고 폐쇄적인 이곳에는 창문 하나도 없이 높게 쌓은 벽만 있었다. 방과 이어진 철문에는 아주 작은 문이 달려있었는데 주로 음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이
강연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자 전서훈은 바로 하던 말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셋째 도련님의 말이 맞아요. 서안의 몸에 심어진 칩에는 조종 거리가 설정되어 있어요.”“서안이 전정해와 멀어질수록 칩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전정해와 가까이 있을수록 조종에서 편해질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두 사람을 절대 같은 곳에 둘 수는 없었어요. 서안이 원한을 참지 못하고 전정해를 죽이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요.”“전정해는 죽어 마땅하지만, 여전히 칩의 조종권을 가지고 있어요.”서훈의 얼굴에는 강렬한 불복과 원한이 드러났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안이 힘들더라도 이곳에서 머물도록 한 겁니다. 제가 방법을 찾기 전까지 만이라도!”그리고 현장은 조용해졌다.세훈은 입술을 매만지며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한다면 오늘 이곳에 우리 형제들이 함께 찾은 건 첫째로는 제 여동생을 위한 것도 있지만 둘째로는 칩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그게...”서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왜 그러시죠?”“제 어머니가 18년 전 같은 이유로 고통을 겪었습니다.”세훈이 얼굴을 구기고 차갑고 살벌한 눈빛을 드러냈다.“제 어머니가 어떻게 칩의 조종에서 벗어났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세윤은 고통스러운 기억에 눈빛이 흐릿해졌고, 고개를 돌린 제훈의 목에는 핏줄이 세워졌다.그 당시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강연도 이 사건에 대해 들을 때마다 견딜 수 없는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서훈은 예민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캐치했다.방금까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던 서훈이 표정을 굳히고 물었다.“어떻게... 벗어났는지요?”“피를 바꾸셨습니다.”세훈이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다.“인체의 대부분 피를 교체했고 구사일생으로 겨우 목숨을 되찾았습니다.”세훈의 말에 서훈은 무너져버렸다.“피를... 바꾼다구요?”서훈은 어이없어 헛웃음이 새어 나왔는지만 또 얼굴을 굳히고 재차 물었다.“온몸의 피를 모두 바꿨나요?”“네. 잘못 들은
이 자리에는 호락호락한 바보, 착하기만 한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제대로 복수를 해야만 하는 신조를 지녔다.“서둘러야 해요. 아니 지금부터 움직이시지요.”세훈이 셔츠 소매를 우아하게 걷었고 눈에는 살기가 넘쳐 흘렀다.“저희 강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총출동하여 아래쪽 세계를 파보겠습니다. 강씨 그룹은 전 세계에 자회사가 있으니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 겁니다. 정치 쪽이든, 비즈니스 쪽이든 반드시 꼬리를 찾아 찾아내겠습니다.”“칩의 개조는 저한테 맡기시죠. 우리 실험실에 일이 떨어진 지 좀 되었고 제가 관심이 많은 내용이라서요.”세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지었다.제훈도 입을 열었다.“저는 전씨 저택에 남겠습니다. 컴퓨터 하나만 챙겨주시면 그 어떤 작은 증거라도 샅샅이 뒤져낼게요.”강씨 가문 사람들이 각자 할 일을 밝히고 전서훈은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강씨 저택으로 찾아뵈어 제대로 된 사례를 하겠습니다.”서훈은 이 말을 끝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여긴 전씨 가문 구역이었으므로 강씨 가문 못지않은 권력을 발동할 수 있었다.오빠들의 계획을 들으며 강연은 한마디 말도 거역하지 않았다.아무도 강연이 악독하다 손가락질하지 못할 것이다.이렇게까지 된 이상 전정해를 조종하고 서안을 지킬 수 있다면 강연은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전 대표님. 실례가 안 된다면 문 좀 열어줄 수 있을까요?”강연이 낮은 소리로 서훈에게 부탁했다.“제가 옆을 지키고 싶어요.”서훈은 강연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직접 열쇠를 꺼내든 서훈이 문을 열려 걸어갔다.“서안이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저한테 문을 잠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이 문은 밖에서만 열 수 있고 안에서는 절대 열리지 않아요.”강연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철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무겁게 열렸다.강연은 내부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지하실은 이미 개조를 마친 뒤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익숙한 모습은 전서안이었다.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서안의 얼굴이 창백했다. 잠든 그 모습이 너무 평온하고 얌전해 마음이 이상했다.팔다리는 침대 네 쪽에 비단으로 꽁꽁 묶여있었다.강연은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이건 서안이 스스로 요구한 것이라는 걸 강연은 알고 있었다. 서안은 행여나 자신이 조종당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을 방지하고 싶었을 것이다.늘 오만하고 천하 무인이던 서안이 범죄자처럼 이곳에 손발이 묶여 자유를 잃게 된다니.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강연은 전정해가 점점 더 원망스러웠다.자신의 집념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아파하는가?서안의 부모님을 죽이고, 서안의 어린 시절을 망쳐버리고, 서훈이 홀로 모든 짐을 짊어지게 했다.이런 화를 부른 전정해는 반드시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강연은 창가에 앉아 젖은 물수건으로 천천히 서안의 얼굴을 닦았다.늘 깔끔하던 서안이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지낸다는 건 지옥과 다름없을 것이다.서안이 무슨 마음가짐으로 버텼을지를 생각하면 강연은 눈물이 흘렀다. 서안의 손목을 조심스레 닦는데 누군가 강연의 손목을 잡았다.“서안 오빠?”잠에서 깬 남자는 강연을 확인하고 잠시 당황해하다 눈시울을 붉혔다.“깼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서안은 강연의 얼굴을 바라만 보아도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으니까 울지마.”서안의 목소리는 잠긴 듯 갈라졌다.강연은 빠르게 옆 텀블러의 따뜻한 물을 따라 서안이 물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왔다.야윈 서안의 얼굴을 보며 강연은 할 말이 많았지만, 한마디도 쉽게 꺼내지 못했다.그러나 서안은 이런 강연을 보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뭘 웃어요?”강연은 어이없어 되물었다.“이 방에 아기 고양이가 몰래 들어온 것 같아서.”“...”강연은 서안을 살짝 노려보며 말했다.“지금 이 몰골을 하고도 웃음이 나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릴 걱정하고 있는지 알기나
“그렇다면 서안 도련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제 동생을 이만 불러내야겠네요.”“그만하시지요.”티격태격하던 서훈과 제훈이 어느새 싸움으로 번지려던 참이었다.옆을 지키던 전씨 가문 부하들은 감히 말리지도 못하고 난처해했다.각자의 위치에서 크게 한몫하는 남정네들이 유치하게 다투는 모습이 참 볼품없었다.점점 싸움이 커지려는데 지하실 문이 안에서 벌컥 열리고 강연이 걸어 나왔다.“셋째 오빠, 서안 오빠가 들어오래요!”강연은 천천히 눈앞의 두 사람의 상태를 살피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지금... 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제훈이 바로 몸을 바로 세우고 허리를 꼿꼿이 폈다.주먹 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마른기침을 연신 해대던 제훈이 말했다.“서안 씨가 잠에서 깬 거야? 나를 찾는다고?”마찬가지로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은 서훈이 물었다.“강연 씨, 서안이가 저를 찾는 게 아니라요?”‘내가 친형인데?’“큼큼... 제훈 오빠를 찾는 게 맞아요.”서훈의 얼굴이 확연하게 굳어졌다.제훈은 더 당당하고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강연아, 넌 밖에 있어. 내가 안으로 들어가 볼게.”그리고 제훈은 뒷짐을 척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싸움에서 이긴 어린아이 같았다.강연은 이런 제훈을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서훈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제훈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문은 다시 닫혔다.서훈의 얼굴은 정말 볼품없이 구겨졌다.부하들은 아예 몸을 돌렸고 감히 그곳을 바라보지 못했다. 이어 서훈은 벽을 향해 주먹을 세게 내리쳤다.“젠장.”부하들은 몰래 몸을 부르르 떨었다.‘우리가 대표님의 이런 모습을 봤다고 우릴 혼내지는 않겠지?’하지만 빠르게 이성을 되찾은 서훈은 주먹을 빠르게 내리고 다시 오만한 자태로 돌아왔다. 어느새 대가문 가주의 모습으로 회복한 듯싶었다.아까 욕을 뱉은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듯 모른 척 행동했다.그리고 다시 지하실 안에서.침대에 사지가 묶인 서안은 여전히 평온한 모습이었고 제훈은 눈썹
제훈의 눈빛은 차갑고 위험했지만, 서안은 여전히 침착하고 덤덤했다.서안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죄송합니다. 강씨 가문의 비밀을 염탐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연이 어린 시절 가문 밖에서 지낸 사유를 찾다 보니 무심코 알게 되었습니다.”“전정해가 제 몸에 칩을 심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바로 사모님의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 저희 두 가문은 모두 피해자이지요. 저뿐만 아니라, 강연이 어머님, 그리고 앞으로 또다시 이러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린 손잡고 뿌리째로 뽑아내야만 합니다.”제훈은 한참을 서안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경계를 풀었다.“조사를 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새롭게 얻은 단서는 있는가?”“네!”서안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전정해가 제 몸을 조종하려 시도할 때 배후 사람들과 연락하던 단서를 찾아냈습니다.”“그런 단서들을 찾아냈다면 스스로 조사를 할 것이지, 아니 전 대표한테 부탁해도 될 텐데 왜 굳이 강씨 가문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가?”제훈이 다시 차갑게 말을 뱉었다.“의도가 뭔가?”제훈이 이토록 경계 태세인 건 대가문의 비밀은 절대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다른 외부인이 알게 된 지금 서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의심을 거두지 못한 제훈을 보며 서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 정보는 이틀 전에 알아낸 겁니다. 제훈 도련님은 알고 계시겠지만 상대는 제가 뭘 찾아냈는지 곧 눈치채게 됩니다. 조사를 마치고 형에게 말하기도 전에 잠에 들어버렸죠.”“지금 강연과 도련님을 만난 이 시간은 제가 하루 중 얼마되지 않은 맨정신인 순간입니다.”그 말에 제훈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고 마음이 동요한 게 느껴졌다.제훈은 늘 서안을 강력한 라이벌로 생각했었다. 강하고 교활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서안 역시 칩의 피해자였다. 칩의 피해자는 자신을 제대로 조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의지가 강했던 어머니가 조종당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했다. 그렇게 강하던 아버지도 속수무책이었다.그러니 고작 스
‘망했다, 망했어. 설마 제훈 오빠 단단히 화가 난 거야?’강연이 고개를 돌리자 잔망스러운 서안과 마주쳤다. 서안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나 잘했어?”강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제훈 오빠가 서안 오빠를 미워할 거예요.”불필요한 동정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내가 왜 서안 오빠가 참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두 사람은 그 후에도 한참 동안 얘기를 주고받았으나 갑자기 서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자기야, 이만 나가줄래? 너무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피곤해요? 어디 아픈 데는 없고요?”강연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괜찮아.”서안이 고개를 저으며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자기야, 이만 나가줘. 우리 형이랑 제훈 도련님이 아직도 싸우는지도 확인해 봐. 우리 형 다치지는 않았겠지?”“알겠어요.”강연이 서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바로 날 불러요. 옆에 있어 줄게요.”“그래, 알겠어.”강연이 방을 나서는 순간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문이 닫히는 순간 표정을 굳혔다.다른 사람이 의식하기도 전에 강연은 다시 몸을 돌려 철문에 몸을 붙였다. 강연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늘 웃는 얼굴의 서안이었지만 단 한 순간 긴장을 풀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서안의 팔다리를 잡고 있던 비단이 어느새 팽팽해졌다.서안은 온 힘을 다해 참고 있었다.두꺼운 철문 뒤로 강연도 서안의 헐떡이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강연은 조급해졌다. 그래서 전씨 가문 경호원들을 향해 빠르게 말했다.“전 대표님은요? 빨리 전 대표님과 제훈 오빠를 불러오세요!”경호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빠르게 움직였다.다른 경호원이 옆의 철문을 확인하고 얼굴을 굳혔다.“강연 씨, 전정해가 깨어났습니다.”강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역시 이럴 줄 알았어!’‘전정해! 이 개 같은 자식!’강연이 얼굴을 굳히고 전정해의 철문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문 열어요.”“하지만...”경호원이 머뭇거리자, 강연이 다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