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진서안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하지만 강연이 다람쥐처럼 몸을 움츠리는 모습을 본 나이란은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하늘이 이미 어두워졌다.강세윤은 강연과 나이란을 데리고 저녁을 먹은 후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아파트로 데려다주었다. 이곳은 원래 QC엔터가 송예은을 위해 준비한 곳인데 강연은 귀국한 후 송예은의 거처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연이 정식으로 QC엔터와 계약을 한 후 조혜영이 옆에 스위트 룸을 추가해서 임시거처로 배정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요 며칠간 강연이 줄곧 바빠서 아직 이사를 하지 못하고 여전히 송예은과 함께 살고 있었다. 지금은 나이란이 강연의 매니저이기 때문에 둘이 맨날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둘째 오빠, 위층엔 여자애들이 살고 있으니 초대하진 않을 게!” 강연은 차에서 뛰어내려 웃으며 강세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빨리 가! 운전 조심하고.” 강세윤은 손에 든 열쇠고리를 흔들더니 턱을 만지며 강연을 바라보았다. “연아, 나는 왜 네가 날 쫓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아니야.” 강연이 입술을 깨물며 웃자 눈동자가 잔잔한 별처럼 반짝였다. “나는 둘째 오빠가 너무 늦게 들어가면 큰 오빠한테 여자를 괴롭혔다고 꾸지람을 들을까 봐 그러지.” “…….” 강연의 말에 강세윤의 동작과 표정이 굳어지더니 머릿속에는 동생이 말한 화면이 떠올랐다. ‘젠장, 강세훈은 정말 그럴 수 있어.’ “큼큼!” 강세윤은 급히 차로 돌아가 브레이크를 밟고 말했다. “연아, 그럼 오빠 먼저 간다. 새 작품 나오면 또 보러 올 게!” “오빠 잘 가!”강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얌전하게 강세윤과 인사를 했다. 하지만 눈동자 속의 광채가 강연의 마음을 드러냈다. “운전 조심하고!” 하지만 강세윤은 털털해서 강연의 마음을 발견하지 못하고 감동해서 어쩔 불을 몰랐다. ‘감동이야. 여동생이 있으면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다니까!’ “빨리 올라가. 여자애가 너무 늦게까지 밖에 있으면 위험해!” 강세윤은 당부하고 나이
강연은 나이란이 정신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할 줄 알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예리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강연은 나이란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나이란은 내 매니저니까 사실을 알면 일을 처리하기 더 좋을 거야.’“알았어. 내가 다 말할 게.”강연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항복했다.강연은 예전에 진서안과 짧은 접촉이 있었던 일, 그리고 연예계에 진입한 목적 모두 나이란에게 말했다.그러자 나이란의 표정은 점점 확실해졌다.“이게 바로 사랑이구나. 몸을 바쳐 생명을 구한 은혜를 갚으려 하다니!”나이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야말로 로맨틱한 사랑이로구나!”강연은 순간 난감했다.“나이란! 너 무슨 생각하는 거야?”강연은 얼굴을 붉히며 앞으로 달려가 나이란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나는 단지 진서안에게 감사를 표해서 옛날의 아쉬움을 메우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내가 연예계에 진입한 건 가까이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고 싶은 것이지 남자친구 찾으러 간 거 아니야! 그러니까 헛소리 그만해!”“아이고, 너 얼굴 빨개졌는데!”나이란은 배를 그러안고 웃었다. 강연이 난감해하는 모습을 본 나이란은 더 이상 짓궂게 하지 않았다.“알았어, 장난치지 않을게. 내가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줄 테니 그때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 어때?”강연은 입술을 깨물며 약간 망설였다.강연은 성격이 나약했지만 항상 과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집에 있는 마왕들과 싸울 용기도 없었을 것이었다.그러나 강연은 진서안의 일 앞에선 항상 고민하고 망설였다.‘왠지 진서안은 일부러 나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기회를 만들어 단둘이 만난다면 너무 방해가 되지 않을까?’강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결국 고개를 저었다.“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자. 굳이 기회를 만들 필요 없어.”강연이 말했다.“이 드라마 촬영시간이 아직 더 있으니까 기회가 있을 거야.” 실은 강연에게도 속셈이 있었다. ‘촬영 도중에 진서안이 날 기억할 수도 있잖아?’ 그 생각만 하면 강연은 가슴이 두근
강연의 모습은 일반 팬이 아이돌에게 가지는 팬심, 혹은 생명의 은인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소녀의 마음 같았다.그 모습을 본 나이란은 걱정하기 시작했다.유쾌하게 강연의 사랑을 구경할 수는 있지만, 전제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달콤하게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연이가 진서안을 향한 마음이 선을 넘었음에도 본인은 알지 못하자 나이란의 마음이 무거워졌다.진서안은 모든 것이 다 좋지만 멀리서 바라보기에만 적합했다. 성격은 괴팍하고 냉담했고, 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인간의 감정이 거의 없어서 연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연이는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모든 사람의 총애를 받아야 하고, 공주처럼 근심 걱정 없이 자라서 적합한 나이에 부드럽고 자상한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평생 사랑받으며 살아야 해.’“이란아, 가자.”강연은 나이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강연은 웃으며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너무 힘들었어. 우리도 얼른 가서 잠을 보충하자.”나이란은 마음속의 걱정을 억누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말을 마친 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그 후로 이틀이 지나도 진서안은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그리고 여주인공 원정희는 이틀 동안 조용하게 지냈다.진서안의 위압감이 사라지자 제작진의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촬영 중 휴식을 취할 때, 원정희는 제작진들에게 다시 한번 음료를 돌렸다. 엊그제의 사건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듯이 사라져 버렸지만, 강연은 진서안이 걱정되었다. 강연은 3년 동안 계속해서 진서안의 스케줄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진서안이 일정한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몸이 불편한 것 같았지만, 촬영 기간 중에 한 번도 휴가를 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날 진서안이 떠날 때 상태가 이상해서 강연은 너무 걱정되었다. 도하경이 다가올 때, 조용하고 정교한 아름다운 여성이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음료를 들고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
“괜찮아.”강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촬영에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 내가 그래도 경험은 있어서 의견을 말해줄 수 있어.”도하경은 웃으며 말했다.“물론 다른 문제로 날 찾아와도 괜찮아. 나는 널 친구로 생각하니까 너도 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도하경의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얼굴을 본 강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 고마워.”도하경은 넋을 잃고 강연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너 왜 이렇게 착해?”‘마치 꿀단지에서 자란 작은 공주처럼 말랑말랑하고 귀여워.’“응?”강연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웃고 싶었다.‘집에 있을 땐 아무도 나보고 착하다고 한 적이 없는데. 엄마와 아빠는 날 교활한 작은 여우 같다고 했고, 언니와 오빠들은 날 보고 달콤한 작은 마왕이라고 했지. 하지만 밖에선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착하다고 하는 것 같아. 이 모든 게 착각인데.’강연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도하경은 격려를 받은 것처럼 주동적으로 많은 화제를 말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조감독이 정한 휴식 시간이 거의 끝나가자 도하경은 그제야 아쉬워하며 말했다.“가서 준비해야겠다. 다음에 또 얘기하자.”강연은 아무런 느낌이 없이 살짝 웃기만 하고 일어섰다.강연은 너무 오래 앉아 이어서 갑자기 일어나니 다리가 저려 순간 휘청댔지만 바로 중심을 잡았다.그러나 줄곧 강연의 표정을 주시하던 도하경은 놀라서 즉시 손을 들어 강연은 팔을 잡았다.강연은 똑바로 선 후 도하경의 표정을 보고 멍해졌다.도하경도 정신을 차리고 손을 움츠리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미…… 미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괜찮아.”강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잡아줘서 고마워.”강연은 외부인과 직접적인 스킨십을 싫어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고였고, 도하경도 적절하게 잡아준 것뿐이어서 강연은 따지고 싶지 않았다.도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연의 눈을 보았다. 강연의 눈빛에 웃음기가 사라
사람들이 아직 다 오지 않은 것을 보고 강연은 몸을 돌려 촬영장의 화장실로 갔다. 차가운 물로 3 분 동안 씻고 나서야 강연은 마침내 마음속의 불편함을 가라앉혔다. 3 년 전 강연이 순결을 잃을 뻔한 그날부터 낯선 사람, 특히 이성의 접촉에 유난히 예민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이 일을 몰랐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우량한 교양은 강연의 침착함을 유지하게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혐오와 배척은 점점 강해져 심장을 휘감았다. 이번엔 다행히 의외였고, 도하경과도 말이 잘 통하는 친구여서 불편한 느낌이 그리 심각하진 않았다. 물로 씻으면 가라앉힐 수 있을 정도였다. 다시 촬영장소로 돌아온 강연의 표정은 다시 평소와 같이 회복되었다.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촬영이 끝난 후, 강연이 화장실로 걸어가는데 문 앞에서 누군가에게 가로막혔다. 강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질투로 가득 찬 원정희의 눈과 마주쳤다. 원정희의 아름답고 우아한 얼굴은 비웃음과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강연, 네 예쁜 얼굴로 진서안을 꼬셔서 네 백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 진서안의 생각은 물어봤어? 진서안이 이틀 동안 촬영장에 오지 않았는데 슬프지도 않아?” 강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원정희가 계속 말했다. “아, 내가 깜박했네. 너같이 파렴치하고 천박한 년이 슬플 리가 없잖아?” 원정희는 입을 가리고 말했다. “넌 바로 다음 타깃을 찾아 너의 그 단순한 얼굴로 유혹하겠지. 진서안이 없으니 도하경에게 꼬리 치다니, 도하경의 배경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런 거잖아. 너 정말 재수 없다.” 강연의 안색은 완전히 가라앉았다. 강연은 어릴 때부터 사랑과 배려가 가득한 환경에서 자랐고, 만나는 사람도 모두 착하고 부드러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의 질투로 인한 악의를 느끼는 건 너무 낯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연은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연이 턱을 살짝 들어 올리자 원래 얌전하고 부드러웠던 눈동자가 점점 차
원정희는 입술을 깨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원정희는 강연에 대한 악의가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라는 걸 차마 말할 수 없었다.사실 원정희가 먼저 백연주라는 역할이 마음에 들어서 빼앗아 와서 자기 후배에게 주려고 한 건데 강연이 가로채는 바람에 마음에 미움을 품고 있었다.그리고 원정희가 강연을 겨냥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강연이 처음으로 진서안과 촬영을 마친 후 스태프들이 사적에서 한 말 때문이었다.그들은 소탈하고 구속받지 않는 이후안과 성격이 부드러우면서도 확고한 백연주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채윤희의 배역을 맡은 원정희는 너무 늙어서 이후안과 함께 있으면 남매처럼 보인다고 했다.그리고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사람이 용모가 강연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연기도 뒤떨어져 여우주연상이 유명무실하다고도 했다.원정희는 화가 나서 분장실의 물건을 부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원정희는 여우주연상을 받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항상 부드럽고 단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인배우와 따져봤 자 자신의 이미지만 망가질 걸 알기 때문에 매니저를 파견해서 신인에게 작은 벌을 내리게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강연이 화장발이 아니라면 얼마나 평범한 지 알려주고 싶었다.그런데 강연이 산뜻하게 사람들의 시선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원정희의 괴롭힘은 강연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원정희는 신인 배우의 오만한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물며 이렇게 예쁜 강연이 드라마에 방영된다면 자신의 인기에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원정희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강연에게 상처를 가해 제작진이 교체할 수밖에 없게 만들려고 계단에서의 일이 있었던 것이었다.그런데 냉담하고 연예계의 일을 외면하던 진서안이 강연 같은 신인을 위해 나설 줄은 몰랐다.원정희는 자신이 처음으로 진서안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부를 떨 때 진서안의 혐오스러운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서안이 강연을 안고 긴장한 표정을 지을 때 너무나도 눈에 거슬렸다.진서안이 신인배우를 위해 음험한 눈빛으로 원정희를 경고해서
강연은 촬영장으로 돌아가자 나이란이 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강연을 본 나이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연아!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나이란이 물었다.“방금 누가 나한테 너와 여주인공 배역을 맡은 원정희 사이에 갈등이 좀 있었다고 알려줬는데 정말이야?”강연은 의아해서 눈썹을 추켜올렸다.‘벌써 소문이 퍼진 거야?’강연의 표정을 보자 나이란은 모든 걸 알아채고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고 노발대발하며 소매를 걷어붙이려고 했다.“원정희가 또 널 괴롭힌 거야? 너무하는 거 아니야? 연예계에서 지위가 높다고 촬영장에서 위세를 부린 것도 모자라 계속 너한테 시비를 걸고! 내가 가서 본때를 보여줄 거야.”“그런 거 아니야! 난 괜찮아.”강연은 얼른 나이란을 붙잡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원정희가 일방적으로 그런거야. 나는 괜찮아. 그리고 난 정신상태가 이상한 사람과 그렇게 깊이 따지고 싶지도 않아.”강연의 말을 들은 나이란은 그제야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정신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지.”강연은 더 이상 원정희를 물고 늘어지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연에게 있어서 원정희는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강연이 알고 싶은 건 다른 일이었다.“이란아, 너 방금 누가 너한테 알려줬다고 했잖아. 그게 누구야?”“스태프인데 바로…….”나이란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상해서 말했다.“이상하네,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강연은 생각했다.‘대체 어떤 스태프이길래 나와 원정희가 다툼이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제작진이나 원정희 쪽 사람을 찾지 않고 내 매니저를 찾아왔을까? 왠지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아. 우연일까?’“자, 그 얘기는 그만하고 빨리 준비해. 오늘 마지막 씬 만 찍으면 집에 갈 수 있어.” 나이란이 귀띔해 줬다. 강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거두었다. 사람들 뒤로 한 그림자가 재빨리 지나가더니 눈에 띄지 않게 제작진들 사이로 들어갔다. 나이란이 봤다면 그 사람이 바로 방금 자신
촬영장에 있던 강연은 마지막 신을 찍고 나이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차에 앉은 강연은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느낌이 들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조수석에 앉은 나이란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지만 강연은 한마디도 듣지 않고 실의에 빠진 모습으로 뒷좌석에 기대어 있었다.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는 거야, 맞지?” 나이란은 고소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강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이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란아, 너 김성재의 연락처 알 수 있어?” “당연하지. 뭐? 누구?” ‘김성재라면 진서안의 매니저 아니야?’ 나이란은 조금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강연을 바라보았다. “연아, 너…….” 나이란이 말을 잇지 못하자 강연은 쑥스러워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강연은 진서안을 방해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다만 진서안이 며칠이나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오후에 원정희가 소란을 피운 후 불안한 느낌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강연은 진서안의 소식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진서안의 개인 일정 비밀유지 조치가 잘 되어 있어서 외부인은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 게다가 진서안이 계속 강연을 피하는 태도여서 강연도 방해하기 싫었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김성재에게 연락해서 물어보는 방법 밖엔 없었다. ‘김성재는 진서안의 팬들에게 너그러운 편이니까. 그리고 나에 대한 태도도 혐오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강연도 그냥 시도해 보려는 것이었다. 나이란의 안색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나은 말을 마저 했다. “연아. 나는 네 취향이 그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도한 진서안을 좋아하더니, 이젠 김성재 같이 성숙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 나이란은 턱을 만지며 실실 웃었다. “하지만 예전에 김성재도 인터넷의 매니저 외모 대결에서 우승을 땄었어. 그 얼굴로 데뷔를 하면 김성재도 많은 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이란은 실눈으로 강연을 보며 말했다. “연아, 너 안목 괜찮다.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