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에 있던 강연은 마지막 신을 찍고 나이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차에 앉은 강연은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느낌이 들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조수석에 앉은 나이란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지만 강연은 한마디도 듣지 않고 실의에 빠진 모습으로 뒷좌석에 기대어 있었다.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는 거야, 맞지?” 나이란은 고소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강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이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란아, 너 김성재의 연락처 알 수 있어?” “당연하지. 뭐? 누구?” ‘김성재라면 진서안의 매니저 아니야?’ 나이란은 조금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강연을 바라보았다. “연아, 너…….” 나이란이 말을 잇지 못하자 강연은 쑥스러워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강연은 진서안을 방해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다만 진서안이 며칠이나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오후에 원정희가 소란을 피운 후 불안한 느낌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강연은 진서안의 소식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진서안의 개인 일정 비밀유지 조치가 잘 되어 있어서 외부인은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 게다가 진서안이 계속 강연을 피하는 태도여서 강연도 방해하기 싫었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김성재에게 연락해서 물어보는 방법 밖엔 없었다. ‘김성재는 진서안의 팬들에게 너그러운 편이니까. 그리고 나에 대한 태도도 혐오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강연도 그냥 시도해 보려는 것이었다. 나이란의 안색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나은 말을 마저 했다. “연아. 나는 네 취향이 그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도한 진서안을 좋아하더니, 이젠 김성재 같이 성숙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 나이란은 턱을 만지며 실실 웃었다. “하지만 예전에 김성재도 인터넷의 매니저 외모 대결에서 우승을 땄었어. 그 얼굴로 데뷔를 하면 김성재도 많은 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이란은 실눈으로 강연을 보며 말했다. “연아, 너 안목 괜찮다.
하지만 진서안은 마치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저항해 의사들을 모두 발로 차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장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김성재가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고 할 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김성재는 화면에 익숙한 번호를 보고 기뻐서 소리쳤다. “진서안 씨! 강연 아가씨께서 전화 왔어요.” 강연의 이름은 주문처럼 진서안이 휘두르던 주먹을 멈추게 했다. 진서안의 혼탁한 두 눈에 드물게 한 가닥의 빛이 스쳤다. 그 모습을 본 김성재는 바삐 핸드폰을 주워 앞으로 다가가 진서안에게 보여주었다. “진서안 씨, 보세요. 정말 강연 아가씨에게서 온 전화예요. 아가씨에게 지금 상황을 들키고 싶으세요?” 김성재의 말에 진서안은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서안의 눈동자는 혼탁이 사라지고 공포만 남았다. 진서안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으려고 했지만, 결국 손을 움츠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받아.” 김성재는 잠깐 멍해졌다. 진서안은 계속 말했다. “내 상황을 알게 하지 마.” 김성재는 이 말이 방금 자신이 물은 문제에 대한 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김성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전화를 받아서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여느 때와 같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성재입니다. 누구시죠?” “김성재 씨, 안녕하세요! 저는 이라는 극 중에서 백연주 역을 맡은 배우 강연입니다.” 핸드폰에서 여자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약간 긴장한 것 같았지만 어조는 가볍고 부드러워 마치 3월 강남 강변의 여인 같았다. “강연 씨? 안녕하세요!” 김성재는 살짝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죠?”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실은 진서안이 나를 도와준 후에 이틀이나 휴가를 내서 걱정돼서요.”강연은 다소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진서안 지금의 몸 상태를 물어봐도 될까요?”이번엔 김성재가 정말 놀랐다.‘진서안의 몸에 문제가 생겼
팬으로서 강연은 진서안이 신비롭고 강대한 가문에서 자랐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강연은 한 번도 가문 세력을 동원해서 진서안의 배경을 조사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서안 오빠에 대한 강연의 감사와 동경은 단순했기 때문이었다.‘서안 오빠가 밝히기 싫은 문제라면 나도 모른 척하면 돼.’강연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감사인사를 드린 후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김성재가 급히 불렀다.“잠깐만요. 강연 씨.”김성재가 말했다.“카톡 추가할 수 있을까요?”강연은 어리둥절했다.“네?”진서안은 차갑고 소유욕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김성재를 쳐다보았다.김성재를 코를 만지작거리며 어쩔 수 없이 생각했다.‘내가 이러는 게 다 누구 때문인데?’사람을 죽일 듯한 진서안의 눈빛을 무릅쓰고 김성재는 재빨리 말했다.“강연 씨와 진서안 씨는 같은 촬영팀에 있는 파트너인 데다가 진서안 씨가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는 연예인이라 앞으로 잘 부탁드리려고요.”김성재의 말이 끝나자 진서안의 무서운 눈빛이 드디어 좀 풀렸다.강연은 의외였지만 고분고분 대답했다.“네, 좋아요.”침착하고 냉정한 김성주도 강연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연예계에 이렇게 착한 사람이 나타나다니. 마치 길을 잃은 고양이처럼 무해하고 또 태양처럼 부드럽고 따뜻해. 이제야 진서안 씨가 왜 몇 년 동안 그리워했는지 알겠네.’ 전화를 끊은 후, 김성재는 고개를 돌려 진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서안 씨, 저는 강연 아가씨의 카톡을 추가하면 편리하게 연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어요. 허락…… 하시는 거죠?” 진서안은 눈빛을 거두더니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김성재는 의아했다. ‘이렇게 차분하게 허락한다고?’ “내가 추가할 게. 넌 아무 말도 하지마.” 진서안이 말했다. “…….” 김성재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놈의 소유욕.’ 진서안은 핸드폰을 들고 병상에 누워서 휴식했다. 김성재는 더 이상 진서안을 방해하지 않고 의사들을 데리고 병실을 떠났다
짐성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눈동자엔 의혹과 망설임이 떠올랐다. ‘정말 그럴까?’ 강연의 웃음을 머금은 살구 같은 눈, 그리고 진서안을 볼 때 숨길 수 없이 반짝이던 눈을 생각하니 김성재의 마음도 조금 가라앉았다. ‘어쩌면 강연이 이 비극의 유일한 희망일지도 몰라.’ 강연이 돌아간 후 친구추가 요청을 받았는데 위에 YD라는 두 글자만 쓰여 있었다. YD엔터는 진서안의 소속회사며 현재 연예계에서 큰 엔터회사 중 하나이다. YD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절로 진서안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 강연을 추가하는 사람은 아마도 방금 전에 통화했던 진선우의 매니저 김성재였다. 강연은 친구추가 요청을 수락한 후 잠시 생각하더니 인사의 말을 보냈다. 김성재는 진서안의 매니저인 데다 주동적으로 강연의 카톡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강연은 겸손한 말투로 문자를 보냈다. 게다가 강연은 김성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진서안을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강연도 개의치 않았다. ‘김성재는 YD엔터에서 가장 우수한 매니저라 진서안 한 사람의 업무량만 해도 엄청나게 바쁜데 전 회사의 매니저들까지 관리해야 하니 답장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해.’ 강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본을 계속 읽기 시작했다. 강연이 모르는 것은, 핸드폰의 다른 한쪽에서 남자가 활활 타는 마음을 억누르고 강연의 연락처를 추가했는데 받은 메시지는 김성재에게 인사하는 말이었다. 화가 난 남자는 핸드폰을 침대 옆으로 던지고 유치하게 이불로 머리를 덮었다. 다음날, 의 촬영장으로 간 강연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원래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원정희가 뜻밖의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여주인공 역을 포기했다는 것이었다.이 소식이 퍼지자 촬영장의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모두들 웅성거렸다.“원정희가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뼈가 부러졌대.”“사고를 낸 사람을 잡았는데 음주운전이래.”“너무 재수가 없는 거 아니야? 아니면 진서안
항상 부드럽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강연의 얼굴에 보기 드문 엄숙함과 정중함이 있었고, 사슴같이 맑은 눈동자에 진지한 분위기를 띄었다. 강연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방금 알아봤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단순한 음주운전으로 원정희 선배를 다치게 한 게 아니야. 두 사람은 이부 남매였는데 원한이 쌓인 지 오래어서 이번 사고 전부터 여러 차례의 분쟁이 있었다고 해. 사고를 낸 사람도 원정희 선배와 목숨을 걸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 경찰서에도 사건 기록이 있어. 그러니 이건 원정희 선배의 가정사일 뿐 진서안과 상관없는 일이야.” 강연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왈가불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 강연이 말을 마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멍해졌다. 그들은 연약하고 귀여운 강연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방금 들은 소문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진서안의 말은 모두 잊었다. 게다가 사람들도 전서안을 건드리면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장의 화제는 재빨리 진서안으로부터 원정희와 이부오빠의 원한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강연은 자신이 이미 촬영장소에 들어갔고, 자신의 맞은편에 촬영장으로 복귀한 진서안이 서 있다는 걸 몰랐다. 진서안을 본 강연은 긴장되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연아, 새 여주인공이 내일쯤 촬영팀으로 들어올 테니까 오늘 먼저 너랑 진서안의 씬을 찍자.” 김준석 감독은 위로하는 말투로 말했다. “긴장하지 말고 컨디션 잘 조절해서 한 번에 끝내자.” “네, 알겠습니다.” 강연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스태프들은 김준석 감독이 여배우에게 이렇게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는 것을 처음 봤다. 하지만 스태프들도 강연이 얼마나 순둥순둥하고 귀여운지 알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착하고 귀여운 여자를 누가 아껴주지 않겠어? 물론 진서안 빼고.’ 진서안은 지금 강연의 맞은 켠
백연주는 이후안에게 부드럽게 웃었지만 눈빛은 확고하고 용감했다. “안 무서워.” 백연주는 미소를 지었다. ‘내 피로 나라를 지킬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어.’ 암울한 세상, 소리 없는 소란, 군중들은 사방으로 도망가고 경찰은 미친 듯이 쫓고 있었다. 이때 총구가 두 사람의 머리를 겨누더니 그들을 땅에 쓰러뜨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 마주 보며 용기를 얻었다. 카메라가 천천히 돌아가자 어두컴컴했던 하늘에 태양이 솟아올랐다. 희망이 다시 타오르고 냉담하고 어두운 사회도 광명이 찾아왔다. ……. 촬영은 아주 순조로웠다. 감독은 컷을 외치고 조감독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모여 세부 사항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강연은 엑스트라들의 부축을 사양하고 일어나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극 중의 굳건하고 열정적인 소년이 지금 차가운 표정으로 홀로 서있었다. 강연은 왠지 안쓰러웠다. 김성재는 손에 묻은 먼지를 닦으라고 물티슈를 건넸다. 진서안은 물티슈를 받았지만 닦지 않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강연이 있는 곳으로 보더니 눈이 마주쳤다. 강연은 얼굴이 후끈거려 얼른 시선을 돌렸다. ‘훔쳐보다 들키다니, 이것보다 더 어색한 일이 있을까?’ 강연은 얼굴을 가리고 싶었다. 이때 눈앞에 갑자기 긴 손이 나타나더니 물티슈를 들고 있었다. 강연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진서안의 숨 막힐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보았다. 진서안은 아무 표정 없이 강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검은 눈동자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강연은 눈을 깜박이며 반응을 하지 못했다.‘진서안이…… 왜 먼저 나한테 물티슈를 주지? 이건 진서안의 스타일이 아닌데!’진서안은 강연과 세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는데 강연의 향기가 진서안의 코로 스며들어 가슴을 설레게 했다.강연은 어리둥절해서 진서안을 바라보았는데 예쁜 큰 눈과 긴 속눈썹이 진서안의 마음을 긁는 것 같았다.진서안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통제할 수 없는 짐승이 또 미친 듯이 요동치기
“예은아, 어떡하지? 진서안이 정말 좀 이상한 거 같아.” 강연은 책상에 엎드려 막막한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송예은은 팩을 하며 물었다. “진서안이 아직도 널 무시해?” “무시라기보다는 오늘 날 도와줬어. 결벽증인데도 불구하고 먼저 나에게 물티슈를 건네줬어. 그런데 날 신경 쓴다고 하기엔 또 계속 날 피해. 마치 날 싫어하는 것처럼.” 강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억울해서 말했다. “대체 무슨 뜻일까?” “너에게 특별하게 대하면서 또 널 피한다고?” 송예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진서안은 무슨 생각인 거지?” “내가 어떻게 알아? 지금 내 마음이 너무 복잡해.” 강연은 한숨을 쉬며 책상 위에 엎드려 무기력하게 말했다. “나는 연예계에만 들어가면 서안 오빠가 알아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복잡할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내가 언제까지 가족들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 아무 진전도 없이 계속 이 상태에 머물러 있으니 너무 짜증 나.” “아니면 네가 직접 진서안에게 가서 그 일을 설명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 건 어때?” 송예은은 팩을 다 하고 소파에 앉아 진지하게 말했다. “이렇게 고민할 바엔 차라리 직접 말해서 어떤 반응인지 보는 게 낫지 않을까?” “뭐?” 강연은 어리둥절해졌다. “그…… 그래도 될까?” “연아, 예전의 넌 결단력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었는데, 외국에 3년 있더니 왜 이렇게 우물쭈물해졌어? 걱정도 많아졌고.” 송예은이 말했다. “진서안의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 너 이렇게 망설이다가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면 어쩌려고 그래?” “뭐…… 뭐라는 거야?”강연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나는 단지 서안 오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거야. 이상한 생각하지 마.” “알았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부끄러워하지 마. 아무튼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다가 기회 봐서 진서안에게 말해봐.” 송예은은 강연이 부끄러움이 많다는 걸 알고 더 이상 장난치지 않고 화제를 돌렸
겉으로는 아무 생각도 없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강연도 송예은을 도와주려고 했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송예은은 자기만의 자존심이 있었고, 아빠가 마지막 혈육이기 때문에 거절할 순 없었지만 강연 같이 단순한 사람을 구정물속으로 끌어들이기 싫었다. 그래서 송예은이 말하지 않으면 강연은 모르는 척했다. 다만 강연이 암암리에 손을 써서 송예은 아빠의 놀음 범위를 강제로 줄였다. 송예은이 세수를 하러 가자 강연은 핸드폰을 꺼내 비행기표를 사기 시작했다. ‘둘째 오빠는 무조건 언니의 음악회에 참석할 거야. 다만 큰 오빠와 작은 오빠는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회사를 오빠들에게 맡긴 후로 증발해서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가끔씩만 엄마의 SNS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진을 볼 수 있다.’ 강연은 재빨리 독일로 가는 비행기표를 사고 언니에게 자신이 도착할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언니한테서 바로 영상통화가 왔다. 강연은 놀라서 하마터면 핸드폰을 던질 뻔했다. 그리고 얼른 영상통화를 음성으로 바꿔서 받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언니, 나 기숙사에 있는데 애들이 다 자려고 해서 동영상은 받기 불편해.” 상대방은 잠깐 조용하더니 부드러운 묵소리로 말했다. “연아, 비행기티켓 샀어?” 강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언니는 내가 도착하는 것만 기다리라구!” “그래.” 강나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공항에 마중 갈 테니까 도착하면 함부로 뛰어다니지 마.” 언니의 당부에 강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가족들은 아직도 내가 어린아이인 줄 알고 공항에서 유괴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알았어.”강연은 혀를 내밀며 말했다.“공항에 도착하면 목에 언니 연락처가 있는 팻말을 걸게, 됐지?”동생의 말을 들은 강나희는 가볍게 웃었다.“언니, 그럼 우리 그때 보자. 먼저 끊을 게.”강연이 제 발 저려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강나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