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이 안정되어 사대 가문의 지위도 태산같이 안정적이니, 자원은 날이 갈수록 풍부해졌다.염옥정은 내실을 다지며 쉽게 드러내지 않았고, 염진의 무도는 천부적으로도 약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모두 무성의 경지에 올랐다. 비록 도천연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힘을 갖추었다.적어도 도천연의 실력으로 짧은 시간 내에 염진을 절대 죽일 수 없다!“어이 늙다리, 감히 손이나 쓸 수 있겠어?”염진은 온몸에 화가 가득 차올라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두 눈은 도천연을 매섭게 노려보며 호기로운 얼굴로 말했다.“우리는 애초에 당신한테 목숨을 걸 필요가 없어. 그저 시간만 끌다가 구준이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먼지가 될 거야!”“겨우 당신이 우리 염가를 멸망시키겠다고? 그야말로 헛된 꿈일세!”도천연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힘을 풀었다. 결국 손을 놓고 고개를 내저었다.‘시간을 끌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염구준은 흑풍 조직의 7성 밀사를 쫓았다. 그 밀사는 존주가 내놓을 수 있는 핵심 역량 전부였고, 염구준의 실력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전멸시키고 염가로 돌아갈 것이다.그럼 그때는......여기에서 1초라도 늦어질수록 위험 요소가 하나씩 늘어난다!“오늘은 당신들 명이 긴 셈으로 치지.”짧은 침묵 끝에 도천연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진의 무리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뒤돌아 문밖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존주님의 계산에는 틀림이 없으니, 나중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야. 그때는 우리 예전 몫까지 한 번에 다 치르자고!”말이 끝나자, 두 발로 땅을 쾅쾅 구르더니 곧 담 위로 뛰어올랐다가 금세 사라졌다.“휴!”도천연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자, 염진은 한시름 놓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큰일 날 뻔했어!오늘은 구준이 마을에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도천연 혼자의 힘으로는 쉽지 않았겠지만, 염가를 뿌리째 뽑았을 수도 있었어.’마침 이때......쓱!또 한 번의 날카로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염가 정당
염구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하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국토 면적이 넓어, 은둔가가 적지 않다.예를 들어 어머니가 계신 ‘고씨 가문’, 대대로 신비로운 곳을 지키고 있는데, 역시 은둔 가문 중 하나이다!“흑풍 존주의 내력은 제가 계속 조사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해요.”염구준은 앞으로 나아가 손가을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려 정당 입구를 보더니, 눈을 점점 가늘게 뜨며 말했다.“당신 생각에 이번 암살의 배후가 누구인 것 같아?”“나한테 죽은 흑풍 조직 7성 밀사가 죽기 직전에 울면서 용서를 빌면서 이름을 말했어.”“오샤나지 그룹, 용하 대국의 대표, 김천성이야!”‘김천성? 김웅신의 아들?!’이 이름을 듣는 순간, 염진의 낯빛이 서서히 변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의 뒤로 다가가 떠보며 물었다.“네가 말한 그 김천성이 블랙호크국 출신이냐?”염구준은 갑자기 뒤를 돌아 아버지의 두 눈을 마주하고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말했다. “맞아요!”“그랬군.”염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문밖의 하늘을 보며 섬뜩한 눈빛을 번뜩거렸다.“그 당시 염가는 큰 재난이 있었고, 김씨 가문도 흑풍 존주의 지배를 당했었지. 그리고 김씨 가문은 나쁜 짓을 하는 데에 앞잡이 역할을 했었어!”“전쟁이 끝나고, 흑풍 존주의 행방은 알 수 없었고, 김씨 가문의 가주 ‘김웅신’은 김씨 가문 전체를 이끌고 해외로 도망쳤다가,나중에 아들을 낳고 블랙호크국에서 아주 성대한 축하 행사를 하기도 했었어.”“이번 생에는 김씨 집안과 다시는 상종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그 도둑놈 심보가 어디 안 가고 아직도 이렇게 흑풍 조직이랑 손을 잡고 또 우리 염씨 가문을 멸망시키려고 하는 거야!”김씨 가문도 예전에는 북방의 명문 가문이었고, 염가와의 원한이 뼈에 사무칠 정도였다!그때의 묵은 원한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지금 또 새로운 원한이 생긴 것이다!“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들이 가을이를 놀라게 했다는 거예
염구준은 아내 앞에서 당연히 ‘전신전주’라는 놀라운 신분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 북방 명문 김씨 가문의 유일한 직계 자제 김천성이 지금 북방에 있어.”“그 사람 좀 찾아서 완전히 못살게 만들어서 블랙호크국으로 보내줘!”“김웅신한테 전해, 예전의 묵은 빚이랑 오늘 새로운 빚은 내가 완전히 청산하겠다고!”‘주군이 화나셨군.’전신전 본부, 주작전존은 순식간에 염구준의 뜻을 깨닫고 피가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염 선생님 걱정 마세요. 반드시 전력을 다해서 염 선생님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반드시 김천성을 잡아 잘 처리하고, 이번 생에 병상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김천성 하나를 다루는 것은 이렇게 간단한 일이다!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김천성은 심지어 북방을 벗어날 틈도 없이, 전신전의 특전대원에게 손쉽게 잡혔고, 그대로 사지가 부러지고 다양한 고문을 당하고 블랙호크국 바닷가에 버려졌다.입에는 걸레가 물려져 있었고, 주머니에는 방수 쪽지가 있었는데, 쪽지에는 짧은 글이 적혀있었다.[새로운 원한 묵은 빚, 반드시 청산한다!]......3일 뒤, 블랙호크국, 김씨 가문이 있던 인공 섬.“의사 선생님.”김씨 가문이 수백억 원의 거금을 들여 만든 유럽식 옛 성곽에서 김웅신은 전통 자수 의복을 입고 손에는 염주를 쥔 채, 눈앞의 20여 명의 외과 전문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희망이 있습니까?”의사들은 의기소침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도련님 부상이 심해, 약과 침으로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하늘의 명을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의료진의 인솔자는 김웅신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가주님, 도련님의 온몸의 뼈가 잘게 부서져, 신경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게다가 급소에 큰 타격을 입어, 현재의 의료 수준으로는 생명만 겨우 유지할 뿐입니다. 앞으로...... 사람을 시켜 살뜰히 보살피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김웅신은 말없이 염주알을 깨뜨렸다!그의
“내가 기억하기로는 김씨 가문이 해외로 도망갈 때 안무정을 구했지? 이번에 북방으로 돌아와서 대체 뭘 하려는 거야?!”“북방으로 돌아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5년 전에 조용히 돌아와서 그 여자 묘에 찾아갔다고 들었는데, 머리카락이 하룻밤 사이에 하얗게 변한 것도 그 여자 때문이래. 소문난 냉혈한 살인마가 의외로 다정한 사람이었네...”온 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안무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그건 20여 년 전의 일이었다!당시, 북방의 4대 최상위 재벌 외에 무인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무도 종사는 더욱 드물었다. 안무정은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그는 한 여자를 위해, 맨몸에 검 하나로 북방을 도륙했고, 사흘 안에 연이어 7개의 이류 가문을 잇달아 멸망시키고, 3개의 일류 가문을 다시 일구며,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총 20여 명의 종사를 죽이고, 등급을 건너뛰어 6명의 무도 왕자를 죽였다!결국 북방의 재벌들이 그에게 원한을 품고 함께 그에 대항했다. 많은 돈을 들여 무도 고수를 초청했고, 마찬가지로 도전의 명목으로 여러 자기 함정을 설치하여 결국 안무정을 다치게 했고, 이후 도망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2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크게 변했지만, 아무도 안무정이 어느 정도로 강해졌는지 모른다!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당시 그를 함정에 빠지게 했던 자들이 반드시 큰 재앙을 당할 것이라는 것이다!......“견아, 견아!”하루 뒤, 북방의 새롭게 부상한 일류 가문, 공씨 가문가주 공조는 아들의 시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고, 자신의 몸에도 두 군데 피 구멍이 나 있었다. 가문 정원 곳곳에 널린 사람들의 머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공씨 가문이 멸망했다!10분 동안, 무정 검이 공씨 가문 장원의 뜰에서 끊임없이 반짝였고, 매번 반짝 거릴때 마다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공씨 가문의 6명의 호위, 20여 명의 조카들, 그리고 하인들까지...위아래로 76명의 사람들이 전부 안무정에게 살해당했다!“다음은 양씨 가문
이건... 염 전주님의 신분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그들은 문득 뭔가 깨닫고 재빨리 호칭을 바꾸었다.“염 가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는 염 선생님만 알지, 염 전주님은 모릅니다. 염 가주님, 청해 염구준 선생님을 모셔 오실 수 있습니까?”“안무정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염 선생님뿐일 것입니다!”염진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대대로 내려온 팔찌를 가을이한테 줬고, 구준이도 허락한 눈치긴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라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어… 근데 그 자식에게 도움을 청하라고?’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큰일났어요!”염씨 가문 장원 멀리서, 겁에 질린 비명 소리가 이쪽의 적막을 깨버렸다.“안, 안무정이 쳐들어왔어요!”"염씨 가문까지 3킬로미터도 남지 않았는데, 속도가 엄청 빨라요...”“그가 왔어요!”안무정이 왔다!염씨 가문 장원안의 가주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고, 수십 명의 호위들은 마치 강적을 마주한 것처럼 가주들을 자신들 뒤에 숨기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탁, 탁, 탁...걸음 소리가 들렸다!염씨 가문 대문 밖, 안무정은 철검을 등에 지고, 흰 머리카락을 뒤로 휘날렸다. 그의 눈에는 깊고 알 수 없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북방에서 언급만으로도 두려운 살신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일편단심인 사람이라는 것이다!“과연 안무정이구나!”멀리 안무정을 바라보는 염옥정, 서문당, 북궁야... 현재 북방에서 가장 인정받는 재벌 가주인 염진조차도 표정이 약간 흔들렸다.전설 속의 인물!몇 세대의 무서운 기억!20년 전의 안무정은 잘생기고 호탕하며 매력이 넘쳤다. 모든 면에서 탁월한 사람이었다. 여러 해가 지나 많은 사람들이 다 늙었지만, 그의 외모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다만 눈썹 사이의 주름이 더해졌을 뿐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예전과 거의 똑같았다.“사람이 많네.”염씨 가문 정원의 광경을 본 안무정은
“나를 찾아온 겁니다!”아무런 예고 없이 젊은 목소리가 염씨 가문 장원에 울려 퍼졌다.염구준이다!그는 마치 한가로이 정원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왔다. 세가 가주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안무정의 얼굴을 한번 훑어본 다음 곧바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염씨 가문 대문으로 들어갔다.안무정은 몸을 굽혀 인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염구준의 뒤를 따라 염씨 가문 장원으로 함께 들어갔다.“이건...”세가 가주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다시 염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염진은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염구준과 안무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차분히 말했다.“여러분, 잠시 물러가 주시기 바랍니다. 염씨 가문은 손님을 접대하지 않습니다."그가 말을 마치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염옥정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서문당과 북궁야를 데리고 나서서 이들을 내보냈다.“염 가주님... 에이!”가주들은 감히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염옥정과 다른 이들은 그들에게 밀려 머리를 숙이고 잔뜩 기가 죽은 채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떠나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염씨 가문 장원 안의 상황을 몰래 살폈다.‘안무정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잘 통했을까? 이번에는 어째서 그들을 죽이지 않은 걸까?그리고 이번에 염씨 가문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염씨 가문의 장원, 뒤뜰의 정자.“염 전주님!”안무정은 정자 돌 벤치에 앉아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시 제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에 북방에서 죄를 지은 것은 염 전주님의 처분에 맡기겠습니다!"이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만약 방금 그 세가 가주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무정이 비록 젊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60이 넘었고, 염구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안무정이 명성이 자자할 때, 염구준은 태어나지도 않았다!안무정이 해외로 도망친 지 수십 년도 넘는데, 염구준이 어떻게 그를
“그래서 4년 전에 김웅신의 곁으로 돌아가 줄곧 복수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까?”잠시 생각한 후, 염구준이 조용히 말했다.“김웅신의 실력이 강력해서 완벽히 복수할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참고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임무를 받아 염씨 가문을 파괴하러 온 겁니까?"역시 염 전주다. 그가 말한 것이 바로 사실이다!“김웅신은 아직 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저에게 임무를 맡길 때마다 항상 동행할 사람을 함께 보냅니다.”안무정은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웅신은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저에게 특별히 조력자를 배정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사실 그들은 저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죠. 제가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 김씨 가문을 향해 복수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그렇군...’“그렇다면 당신이 북방에서 일으킨 소동은 그저 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그리고 예전의 일부 원수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군요?”염구준은 가벼운 말투로 말하며 안무정을 향해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안무정은 침묵했다.잠시 후, 그는 천천히 일어나 염구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염씨 가문의 장원을 떠났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구준은 그의 생각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아내를 죽인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살 수 없다. 승리할 확신이 없어도 김웅신과 결사전을 벌일 것이다!......안무정이 떠났다.불과 며칠 사이에 북방 전체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안무정이 염씨 가문을 떠나면서 그의 관련 소식은 즉시 전면 차단되었다. 염씨 가문의 가주인 염진도 안무정과 염구준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지 못했다.지금 북방 곳곳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안무정이 염씨 가문과 크게 싸워 결국 중상을 입고 도망쳤으며, 그 후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의심할 여지없이, 모두 염구준이 일부러 그렇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문으로 안무정의 행방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증가시
“역시나 김웅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구나!”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청년의 시신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서늘한 눈으로 방금 보낸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김웅신이 이 문자를 받으면 그에 대한 경계를 풀 것이 분명하다.그럼...지금 바로 블랙호크국으로 돌아가, 몰래 기회를 찾아 김웅심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려야 한다!한편, 블랙호크국 인공 섬의 김씨 가문 고성.“가주님!”매우 놀란 모습의 남자가 김웅신의 서재로 빠르게 뛰어 들어오면서 숨을 가쁘게 쉬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북방에 파견된 부하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고, 방금 시체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서재 중앙의 김웅신은 손에 한 조각의 청록색 옥패를 들고 있었고, 아무런 동요 없이 그것을 품속에 넣고 휴대폰을 꺼내 얼마 전에 받은 문자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죽었다고? 이렇게도 우연히?”“방금 북방의 소식을 나에게 보고했는데, 이렇게 빨리 죽다니. 안무정... 허허!”‘안무정, 안 수장님?’남자는 잠시 멈칫하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가주님, 가주님의 뜻은 그들이 안 수장님에게 살해당했다는 말씀이신가요? 하지만... 하지만, 제가 받은 소식에도 안 수장님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안 수장님은 염씨 가문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고 염진, 서문당, 북궁야, 세 사람에 의해 중상을 입었다고...”김웅신은 시선을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뭔가 이상해!’현재 그 앞에 있는 이 청년 남자는 그가 직접 키운 심복으로, 북방에 많은 정보 요원들을 배치해 주요 세력들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니 정보 출처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그조차 이렇게 말하니, 안무정은 진상을 알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신하지도 않았고 부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서문당과 북궁야, 이들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보 출처에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한 만큼 염씨 가문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다르게 말하면 이 소식은
“병신 같은 놈, 오스크국이 최고라고? 이 정도 실력은 도와줄 가치도 없어.”모든 걸 지켜보던 흑풍 존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휴대폰을 내치고 말았다.그는 니체르의 손을 빌려 염구준에게 중상을 입히고 어부지리를 챙기려 했는데 결국은 실패했다.흑풍은 가까스로 진정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다른 패는 쓸모가 있어야 할 텐데.”회의장과 못지 않게 밖에서 난리도 아니었다.“안세환! 네 주인이 죽었어. 이제 어떻게 날뛰는지 두고 보자!”용하 대표팀의 소수 팀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단번에 안세환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렸다.그래도 안세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이 손 놔. 승부는 아직 결정 나지 않았어. 니체르 공작이 나오면 당신들 후회해도 늦었어!”지금까지도 그는 환상을 품고 있었다.어떻게 보면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니체르가 부른 반보천인 복면인은 주작과 호찬의 감시를 받으며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도망치지 않을게요. 방금은 오해였어요. 제가 염 선생님한테 직접 가서 설명할게요.”“얌전히 있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거야.”상대방의 말에도 주작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했다.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온 대표들은 손가을을 주시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만약 염구준이 중상을 입거나 죽는다면 그들은 가차없이 노트를 빼앗을 것이다.거대한 이익은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아주 시끌벅적하네요.”그때 염구준이 태연하게 걸어 나오며 한마디하자 현장이 조용해졌다.이것이 그만의 카리스마였다.“구준 씨, 다치지 않았어?”손가을은 염구준이 다치지 않았나 살피며 애타게 물었다.“상처 하나도 없어. 걱정하지 마.”염구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녀를 위로했다.니체르는 잔꾀가 많을 뿐, 염구준에 비하면 실력이 한참이나 뒤떨어졌다.“아니… 니… 니체르 공작은 어디 있어요?”그가 나오자 안세환이 당황했다.어렵게 뒷배를 찾았는데 니체르가 죽으면 그도 끝장이었다.“그런 인간이 이 세상에 살아남
오랫동안 기싸움을 했으니 이제 결판을 내릴 때가 되었다.“목숨을 내놔!”살기가 제대로 오른 니체르는 정면 승부하기로 결정했다.하지만 그의 초식은 허점투성이었다.이미 심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공격을 해대니 염구준의 상대가 아니었다.“컥!”맞붙자마자 니체르는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고 피를 줄줄 흘렸다.그 상태로 전력으로 싸울 가치가 없었다.“아아아악! 죽여버리겠다!”니체르는 미친듯이 포효하며 계속 공격했다.지금 그는 평소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공격할 때마다 되려 반격을 당했다.반면 염구준은 평범한 초식으로도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그래도 습관적으로 검기를 축적했다.일 분 사이에 니체르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겨우 그 정도야? 이제 끝내자.”염구준은 그를 물리치고 검끝을 앞으로 찔렀다.5분을 채울 줄 알았는데 왠지 니체르를 과대평가한 것 같았다.“하하하, 날 너무 우습게 봤어.”미친듯이 웃던 니체르가 기운을 폭증시키자 근육이 부풀어오르면서 옷이 찢어졌다.생명의 잠재력까지 끌어내 목숨을 걸고 싸울 작정이었다.“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방금 축적한 검기를 앞으로 휘둘렀다.쿵!검을 내리친 순간, 이미 기운이 소진된 니체르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필사적으로 싸워도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되었다.검을 든 염구준은 여전히 공포스러워서 일반 반보천인이 당해낼 상대가 아니었다.“말해봐. 네가 나를 현상금에 올렸어?”염구준은 검을 등에 메고 싸늘하게 물었다.“콜록콜록,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어. 40억 자금이 있다면 이런 짓을 왜 하겠어?”곧 죽게 되자 니체르는 피하지 않고 가까스로 대답했다.“그럼 누구야? 너도 만능 전당포와 관련이 있어? 알고 있는 걸 다 말해.”기회를 잡은 염구준은 상대방이 죽기 전에 모든 질문을 던졌다.“휴.”니체르가 탄식하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리아성전에서 현상금을 내걸었어. 만능 전당포와도 관련이 있지만 구체적인 건 나도 몰라.”“그리
니체르는 이 점을 노리고 계속 반박했다.“하하, 길거리에서 주운 걸 우기면 당신 것이 되나?”“이럴 줄 알고 미리 특허를 냈습니다.”손중석은 노트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모든 사람에게 보여준 후 염구준에게 건넸다.“지금 연구 성과를 손씨 그룹에 맡기겠습니다.”각 나라 대표들은 빨간색 도장을 보고서야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니체르는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꿈에서도 원했던 물건이 눈 앞에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는데 그것을 빼앗을 능력이 없었다.“또 뭐가 남았어? 전부 보여줘. 나중에 기회를 주지 않았단 말을 하지 마.”염구준은 손에 특허 문서를 들고 흔들었다.이제 니체르도 손에 든 패를 전부 사용했고 사태를 되돌릴 수도 없었다.그는 마지막 질문을 했다.“손중석의 머리에 심은 폭탄을 어떻게 제거했어?”곧 죽을 사람이니 염구준은 그의 궁금증을 만족시켜주었다.“제거하지 않았어.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만큼 기운을 주입했을 뿐이야. 그 과정은 시간이 필요하지.”손중석은 일반 사람이라 체질이 약해서 대량의 기운을 감당할 수 없었다.그래서 천천히 반복적인 작업을 진행했다.“이제 보니, 내가 자업자득이군.”니체르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아채고 갑자기 기운을 폭증시켰다.“염구준! 난 죽기를 기다리지 않아. 통쾌하게 끝내자! 다들 공격해!”니체르는 죽기 전에 발악이라도 해보려고 부하들에게 고함을 질렀다.그런데 부하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지금 상황에서 니체르 공작이 죽으면 그들은 다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배은망덕한 놈들! 내가 너희들을 키웠는데 중요한 순간에 후퇴해? 다 죽여버릴 거야!”니체르가 부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염구준이 나타나자 부하들은 용기를 내어 반박했다.“공작 대인, 우리는 당신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일 년 월급을 주지 않았어요.”“맞아요. 공을 세워도 상을 주지 않고 걸핏하면 죽였잖아요!”“이래도 죽고
아슬아슬한 순간에 손가을은 상자에서 청궐검을 꺼내며 중얼거렸다.“구준 씨, 내 목숨은 내가 지킬게.”아무리 실전 경험이 부족해도 정진왕자에 도달한 고수였다.게다가 온몸에 호화로운 장비로 무장하여 전신경과 붙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손가을은 한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회의장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각 나라 대표들은 일이 이 정도로 커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들은 고수들을 데리고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멀리서 관전하기로 했다.윙!니체르의 부하가 손가을을 포위하려 할 때 검 하나가 날아와 그들을 물리쳤다.그리고 따뜻하고 두터운 손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거둬. 싸우는 건 내가 할게.”“알았어.”손가을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청궐검을 거두었다.방금 검의 위력을 감지한 니체르의 부하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뭐야? 염구준이 왔어!”“니체르! 날 죽일 셈이야?”염구준을 단번에 알아본 복면인은 속으로 놀라고 화가 났다.이 싸움에서 피하려고 뒤로 물러났는데 주작에게 잡히고 말았다.니체르가 상대하라던 반보천인 고수가 염구준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일이 이 지경이 되자, 니체르는 물러나지 않고 되려 협박했다.“염구준, 넌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내가 손중석을 폭발시키는 게 두렵지 않아?”하지만 염구준은 심드렁하게 말했다.“그럴 능력이 있으면 어디 한번 폭발시켜 봐.”두 사람의 싸움에서 각자 능력으로 이길 뿐, 약속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워낙 니체르의 수법이 더러워서 규칙을 지킨다면 저 멀리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다.“기폭장치를 눌러!”니체르는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독하게 명을 내렸다.그런데 부하의 입에서 찬물을 끼얹는 대답이 나왔다.“공작 대인, 버튼을 눌렀는데 리모컨이 반응하지 않습니다.”니체르는 마지막 발악을 하려고 했는데 이제 완전히 무너졌다.“뜻밖이지?”염구준이 비아냥거리며 물었다.“하하하.”니체르가 미친듯이 웃으면서 기운을 폭증시켰다.그는
“고작 폐지 세 장을 갖고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요!”“맞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연구 결과는 기껏해야 상상일 뿐 아무도 아닙니다!”“연구자는 누굽니까? 그 사람 나오라고 하세요!”순식간에 의혹의 목소리가 터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솔직히 말해서 연구 성과는 대단하지만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탄압해야 했다.한편, 손가을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입씨름만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니체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분명 뭔가 또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나오세요. 저희 회사 천재 연구원입니다.”니체르가 손을 흔들자 한 그림자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모두의 시선이 용하 대표팀에게 집중되었다.그 사람은 바로 안세환이었다.어제 참교육을 받고도 오늘 상대방 편에 선 것이다.“이 성과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저라면 3개월 내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안세환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그의 인성은 별로지만 신에너지 분야에서 보기 드문 인재였다.그 말에 손가을의 곁에 있던 일행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닥쳐! 배신자야!”“당장 꺼져! 용하 얼굴에 먹칠하지 마!”“개자식! 용하에 돌아가면 너 죽을 줄 알아!”갑작스러운 배신에 일행은 무대로 올라가 죽도록 패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하지만 안세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했다.“염구준을 탓하세요. 그 인간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요.”다들 어처구니가 없었다.기억하기로 두 사람은 몇 번이나 입씨름을 했지만 염구준은 때리지 않았다.더구나 안세환의 살길을 막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자처해서 막다른 길로 간 것이었다.“지금 기회를 줄게요. 니체르를 떠나면 없던 일로 할게요. 아니면 다시는 용하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하지 마세요!”드디어 손가을이 입을 열었다.평소 성격이 좋다고 칭찬을 받던 그녀도 결국 참지 못했다.“위협하지 마세요. 그리고 나 용하에 돌아갈 생각 없어요.”안세환은 제안을 거절하고 말머리를 돌렸다.“하지만 손가을 씨 내 세컨드가 되어
“휴, 일단 들어볼게. 내 앞길을 막았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조건은 내세우지 마.”염구준이 한발 물러서자 니체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 내일 오후까지 여기 있는다면 내가 손중석의 머리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게. 어때?”이 조건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니 크게 손해볼 것도 없었다.염구준은 이튿날에 있는 신에너지 토론회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보아하니 신에너지 토론회에서 또 다른 활약을 펼칠 수작이었다.니체르는 독촉하지 않고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구준아, 날 상관하지 말고 저놈을 죽여. 과학 업계에서 암적인 존재는 남기면 안 돼!”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손중석이었다.그는 염구준 대신 선택했다.그런데 니체르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손에 땀을 쥐며 염구준의 대답을 기다렸다.지금도 그는 도박하고 있었다.한참 뒤, 염구준이 고개를 쳐들자 주변 사람들은 바짝 긴장했다.“알았어. 저기서 하룻밤만 지내고 내일 갈게.”염구준은 로비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어렵게 손중석을 구했는데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휴, 구준아, 정말 어리석어! 나 같은 것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어!”손중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언성을 높였지만 상황을 되돌리지 못했다.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괜찮아요. 제이든이 매일 울면서 아빠 보고 싶어하는 꼴은 못 봐요.”그 말에 감동을 받은 손중석은 더는 말하지 않고 사색에 잠겼다.니체르는 이런 결과에 꽤 만족하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최고 식재료로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손 선생을 치료해 드려.”모든 지시를 마친 그는 이튿날 토론회를 위해 준비하러 갔다.그에 비해 염구준은 여유롭게 지냈다.음식이 올라오면 눈치도 보지 않고 먹기 바빴다.저녁 내내 뛰어다녔더니 진작에 배가 고팠다.하지만 손중석은 마음이 심란하여 물만 마시고 요리에 손도 대지 않았다.어느새 염구준은 손가을에게 전화하여 무사한지 확인했다.이튿날.세계가 주목하는 신에너지 토론회가 열리는 날이 다
제이든은 그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손중석은 연신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촌수를 따지자면 제가 삼촌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말을 편하게 하세요.”염구준은 손사래를 쳤다.그는 손태석이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게다가 지금까지 누굴 도와주면서 한번도 보답을 바란 적이 없었다.“그런 허례허식은 따지지 맙시다. 난 나이만 더 먹을 뿐이에요. 괜찮다면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줘요.”손중석도 성격이 털털해서 윗사람처럼 콧대를 세우지 않았다.“준석 형, 일단 나가서 얘기하죠.”염구준은 검갑을 가슴에 메고 손중석을 업었다.이번 구출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한편으로 손가을이 걱정되었다.만약 니체르가 미쳐 날뛰며 인질로 잡았을까 봐 걱정이었다.“침입자를 막아!”그때 누군가가 CCTV를 통해 염구준을 발견하고 경보음을 울렸다.이어서 경호원들이 봇물이 터진 듯 쓸어 나와 두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구준아, 어떡해. 일행이 더 있어?”손중석은 당황해서 목소리까지 떨었다.“없어요. 혼자도 충분해요.”염구준은 몰래 기운을 오른쪽 다리에 모으고는 힘차게 바닥을 밟아 커다란 구멍을 냈다.여기 경호원들과 시간 낭비할 것도 없이 구멍으로 빠지면 그만이었다.“…”그 장면을 본 경호원들은 괴물을 본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떴다.“쫓아! 저놈이 도망치면 우리 다 죽어!”뒤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다들 정신을 차리고 구멍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염구준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한편, 손중석도 깜짝 놀라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이제 보니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었구나. 태석 형도 참 복이 많아.”“복이요? 저 때문에 장인어른 꽤 고생했어요.”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예전의 일을 떠올렸다.모두 무사히 고비를 넘겨서 다행이었다.일 분도 안 되는 사이에 두 사람은 벌써 1층에 도착했다.하지만 더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입구에서 니체르가 부하들을 이끌고 막
“그만 짜증내고 재료를 갖고 가자. 니체르 공작께서 이번 연구를 엄청 중시한단 말이야.”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곳은 연구 기지 같았다.다행히 제대로 찾아왔다.끼익!그때 문이 열리면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자 염구준은 감쪽같이 숨어버렸다.전등이 켜졌을 때 주변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적지 않은 폭발물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아 이곳은 창고 같았다.두 남자는 누가 침입했는지 심지어 천장에 구멍이 난 것도 모르고 진열대에서 물건을 챙기고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염구준은 어느새 문으로 다가가 밖으로 빠져나갔다.이곳을 한바퀴 돌아본 결과 대부분 연구원과 경호원들이었다.연구원들은 억지로 여기 잡혀 왔는지 다들 툴툴거리면서 일했다.이런 환경에서 아무리 복지가 좋아도 살아나갈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그가 구석의 방을 지날 때 안에서 엄숙한 남자의 소리가 들려왔다.“빨리 나머지를 작성해. 아니면 네 아들을 죽여버릴 거야.”그러자 다른 남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개새끼야, 먼저 제이든을 보여줘. 아니면 한 글자도 안 써!”촤아악!“빨리 써. 영상을 봤는데도 부족해? 설마 시체를 보고 싶어?”남자가 다그치더니 뺨을 때리며 소리를 질렀다.염구준은 밖에서 두 남자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협박을 당하는 남자는 입안에 피가 가득 고이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었다.그는 몸을 파르르 떨며 고민에 빠졌다.전에 직접 아들을 용하에 보내서 상대방이 겁을 준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영상 속 배경은 농장이 확실했다.퍽!그때 누가 심문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드디어 당신을 찾았네요.”염구준은 환하게 웃으면서 심문을 받는 남자를 쳐다봤다.이 사람이 바로 손중석이다.제이든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가족 사진을 설정해서 알고 있었다.“넌 누구야? 왜 본 기억이 없지?”심문하던 남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그들은 이곳에서 외부와 왕래를 끊고 지낸 지 한 달이 되었다.그러니 공항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 전혀 몰랐다.“살고 싶으면 빨리 꺼져!”염구준
“저까지 나서겠다면요?”그 남자는 바로 호찬이었다.‘반보천인이 더 있었어?’니체르는 상대방의 기운을 느끼고 확신했다.“호찬 씨, 청해에 있지 않았어요? 어떻게 왔어요?”손가을은 익숙한 얼굴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이 위험할까 봐 용필 형과 상의하고 따라왔습니다. 멋대로 따라왔으니 달갑게 벌을 받겠습니다.”호찬은 앞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말했다.예전에 그는 다른 사람이 키운 종이었다.그런데 염구준을 따른 후 그의 종이 되기로 자처했다.“호찬 씨, 일어나세요. 뭐 하는 거예요?”손가을은 바로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현장에 있던 무술인들은 그 장면을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떳떳한 반보천인 고수가 손가을에게 무릎을 꿇다니, 그제야 그녀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손가을은 실력을 숨긴 고수라고 생각했다.다시 위험을 느낀 니체르는 어쩔 수 없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흑… 목, 어디에 있어요? 로얄 층에 와서 도와줘야겠어요.”그가 찾는 사람은 바로 흑풍 존주였다.상대방의 반보천인 2명과 붙어서 손가을을 붙잡으려는 수작이었다.염구준이 정말 손중석을 찾으러 갔다면 바로 손가을을 인질로 삼을 것이다.“난 지금 폐관 수련하는 중이에요. 이만 끊을게요.”흑풍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휴대폰을 꺼버렸다.염구준이 있는 곳이라면 목숨이 10개라도 가고 싶지 않았다.“젠장!”열받은 니체르는 매너고 나발이고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바닥에 내팽개쳤다.자신을 돕겠다고 맹세를 하던 흑풍 존주는 중요한 순간에 도와주지도 않았다.“저 이만 가도 되죠?”손가을의 편에 반보천인 두 명이 있으니 이미 절대적인 주도권을 장악했다.“편한대로 하십시오.”니체르는 그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2대1 싸움에서 호찬의 기운은 그보다 조금 약하지만 승산이 없었다.“갑시다.”손가을은 인파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다.한 사람이 퇴장하니 적지 않은 사람들도 작별 인사를 하고 전쟁터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