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온 겁니다!”아무런 예고 없이 젊은 목소리가 염씨 가문 장원에 울려 퍼졌다.염구준이다!그는 마치 한가로이 정원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왔다. 세가 가주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안무정의 얼굴을 한번 훑어본 다음 곧바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염씨 가문 대문으로 들어갔다.안무정은 몸을 굽혀 인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염구준의 뒤를 따라 염씨 가문 장원으로 함께 들어갔다.“이건...”세가 가주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다시 염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염진은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염구준과 안무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차분히 말했다.“여러분, 잠시 물러가 주시기 바랍니다. 염씨 가문은 손님을 접대하지 않습니다."그가 말을 마치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염옥정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서문당과 북궁야를 데리고 나서서 이들을 내보냈다.“염 가주님... 에이!”가주들은 감히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염옥정과 다른 이들은 그들에게 밀려 머리를 숙이고 잔뜩 기가 죽은 채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떠나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염씨 가문 장원 안의 상황을 몰래 살폈다.‘안무정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잘 통했을까? 이번에는 어째서 그들을 죽이지 않은 걸까?그리고 이번에 염씨 가문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염씨 가문의 장원, 뒤뜰의 정자.“염 전주님!”안무정은 정자 돌 벤치에 앉아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시 제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에 북방에서 죄를 지은 것은 염 전주님의 처분에 맡기겠습니다!"이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만약 방금 그 세가 가주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무정이 비록 젊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60이 넘었고, 염구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안무정이 명성이 자자할 때, 염구준은 태어나지도 않았다!안무정이 해외로 도망친 지 수십 년도 넘는데, 염구준이 어떻게 그를
“그래서 4년 전에 김웅신의 곁으로 돌아가 줄곧 복수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까?”잠시 생각한 후, 염구준이 조용히 말했다.“김웅신의 실력이 강력해서 완벽히 복수할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참고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임무를 받아 염씨 가문을 파괴하러 온 겁니까?"역시 염 전주다. 그가 말한 것이 바로 사실이다!“김웅신은 아직 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저에게 임무를 맡길 때마다 항상 동행할 사람을 함께 보냅니다.”안무정은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웅신은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저에게 특별히 조력자를 배정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사실 그들은 저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죠. 제가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 김씨 가문을 향해 복수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그렇군...’“그렇다면 당신이 북방에서 일으킨 소동은 그저 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그리고 예전의 일부 원수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군요?”염구준은 가벼운 말투로 말하며 안무정을 향해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안무정은 침묵했다.잠시 후, 그는 천천히 일어나 염구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염씨 가문의 장원을 떠났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구준은 그의 생각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아내를 죽인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살 수 없다. 승리할 확신이 없어도 김웅신과 결사전을 벌일 것이다!......안무정이 떠났다.불과 며칠 사이에 북방 전체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안무정이 염씨 가문을 떠나면서 그의 관련 소식은 즉시 전면 차단되었다. 염씨 가문의 가주인 염진도 안무정과 염구준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지 못했다.지금 북방 곳곳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안무정이 염씨 가문과 크게 싸워 결국 중상을 입고 도망쳤으며, 그 후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의심할 여지없이, 모두 염구준이 일부러 그렇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문으로 안무정의 행방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증가시
“역시나 김웅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구나!”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청년의 시신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서늘한 눈으로 방금 보낸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김웅신이 이 문자를 받으면 그에 대한 경계를 풀 것이 분명하다.그럼...지금 바로 블랙호크국으로 돌아가, 몰래 기회를 찾아 김웅심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려야 한다!한편, 블랙호크국 인공 섬의 김씨 가문 고성.“가주님!”매우 놀란 모습의 남자가 김웅신의 서재로 빠르게 뛰어 들어오면서 숨을 가쁘게 쉬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북방에 파견된 부하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고, 방금 시체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서재 중앙의 김웅신은 손에 한 조각의 청록색 옥패를 들고 있었고, 아무런 동요 없이 그것을 품속에 넣고 휴대폰을 꺼내 얼마 전에 받은 문자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죽었다고? 이렇게도 우연히?”“방금 북방의 소식을 나에게 보고했는데, 이렇게 빨리 죽다니. 안무정... 허허!”‘안무정, 안 수장님?’남자는 잠시 멈칫하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가주님, 가주님의 뜻은 그들이 안 수장님에게 살해당했다는 말씀이신가요? 하지만... 하지만, 제가 받은 소식에도 안 수장님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안 수장님은 염씨 가문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고 염진, 서문당, 북궁야, 세 사람에 의해 중상을 입었다고...”김웅신은 시선을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뭔가 이상해!’현재 그 앞에 있는 이 청년 남자는 그가 직접 키운 심복으로, 북방에 많은 정보 요원들을 배치해 주요 세력들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니 정보 출처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그조차 이렇게 말하니, 안무정은 진상을 알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신하지도 않았고 부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서문당과 북궁야, 이들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보 출처에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한 만큼 염씨 가문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다르게 말하면 이 소식은
김웅신은 너무 기뻐서 하마터면 실토할 뻔했다. 흑풍 존주가 꿈에도 얻고 싶어 하던 그 옥패가 지금 자신의 몸에 있으니 말이다!해외가 좋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북방이야말로 김씨 가문 뿌리가 있는 곳이다!만약 흑풍 존주가 정말로 손을 쓴다면, 이 소원은 반드시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존주의 뜻은 제가 이미 전달했습니다. 옥패를 찾지 못했으니 김 가주님께서 계속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도천연은 김웅신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김 가주님, 제가 지금 돌아가서 존주님께 말을 전하겠습니다. 존주님을 실망하게 하지마세요."그가 말을 마치고 양발을 지면에 가볍게 내딛자 몸이 솟아오르며 옆에 있는 창문으로 뛰어내렸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북방으로 돌아간다라, 흑풍 존주...”김웅신은 가슴에 품고 있던 푸른 옥패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오랜 침묵 끝에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누구 없어?”슥슥!두 명의 자객이 재빨리 다가와 김웅신의 앞에 반쯤 무릎을 꿇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명을 전해!”김웅신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힘차게 손을 휘둘렀다.“김씨 가문 전체, 청홍방, 삼죽문을 포함한 모든 구성은 즉시 나와 함께 용하국 북방으로 돌아가 김씨 가문의 명성을 떨칠 준비를 하라고!”‘뭐?!’그중 한 명의 자객이 조금 망설이다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주님, 아까 도천연이 옥패를 흑풍 존주께 전달해야만 북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김웅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옥패 안에 있는 무학은 이미 충분히 연마하였고, 최대 3일 후에는 전신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그는 품속의 옥패를 만지며 무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기억하거라. 이 일은 김씨 가문의 절대 비밀이니 누구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또한... 북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크웹에 현상금을 게시해. 현상금은 100억으로 염구준을 추격해!”‘100억
“내 허락 없이 김씨 가문은 용하국에 발도 들이지 못할 거야!”......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불과 이틀도 안 되어 김씨 가문의 모든 구성원이 준비를 마쳤다. 김웅신의 인솔하에 호화로운 전용 차를 타고 봉황성 국제공항으로 향했다.블랙호크국, 봉황성.여기는 김씨 가문 고성과 불과 20km도 떨어져 있지 않으며, 공항경비가 삼엄했다. 김씨 가문의 귀환을 선포하기 위해 김웅신은 현지에서 유명한 의장대를 고용했고 공항 중심 대형 스크린에 김씨 가문 차량 행렬의 모습을 반복 재생하면서 보여줬다!기세가 대단했다!용하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약 2000명의 김씨 가문 구성원들이 공항의 모든 항공편을 거의 전세 냈다. 수십 대의 민항 여객기가 대기하고, 수하물을 운반하는 차들도 끊임없이 오갔다.“드디어 돌아가는구나!”김웅신은 호화로운 기내에 앉아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밖의 환송 의장대를 바라보며 기쁨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북방으로 돌아가면 우리 김씨 가문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율 주행 중인 수하물 위탁차가 마치 통제를 잃은 듯 급발진하여 여러 명의 공항 보안요원을 잇달아 들이받고 옆 비행기를 들이받았다.펑!불꽃이 치솟고, 짙은 연기가 가득 찼다.200명 이상의 김씨 가문 자제들이 탑승하고 있던 민항 여객기가 불과 3초도 안 되어 곧바로 폭발하며 불타는 화염구가 되었다.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그대로 타버렸다.“안돼!”이 순간, 김웅신은 간담이 찢어지는 듯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두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거의 손바닥을 찌를 정도였다.‘누구야, 누구 짓이야?!흑풍 존주, 염구준, 안무정... 누구인가, 도대체 누가 이번 공격을 계획한것인가! 누가 김씨 가문이 용하로 돌아가는 것을 막으려 하는 거지?김씨 가문... 김씨 가문이 대체 누구를 건드렸기에…’“가주님, 애도하십시오!”기내에서 두 명의 자객이 좌우로 김웅신을 꽉 보호하며, 밖에서 불타고 있는 민항 여객기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가주님,
앨리스는 확실히 블랙호크 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같은 시각, 용하국 청해시, 백공관.100년 전, 외국 사신들의 숙소였던 이곳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청해시 총독의 명령으로 지금의 ‘백공전시관’으로 개조되어 많은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하지만 오늘, 백공관은 문을 닫아 손님을 받지 않고, 입구 밖에 경계선을 설치하고 외부에 영구적으로 폐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왜냐면 새로운 주인이 생겼기 때문이다.블랙호크국 엘 가문의 유일한 아가씨 앨리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수억의 용화국 화폐를 들여 이 유서 깊은 전시관을 직접 사들였다.“폭발했다고?”한때 공관 사무실이 앨리스의 개인 휴식 공간으로 개조되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호화로운 가죽 소파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앞에 서있는 여비서에게 조용히 물었다.“확실해?”여비서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 김씨 가문의 손실이 심각합니다. 200명 이상의 김씨 가문 자제들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가주님께서 빨리 블랙호크국으로 돌아오시라고 하십니다.”“가주님의 추측에 따르면, 이번에 김씨 가문을 공격한 사람은 아마도...”‘염구준!’여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앨리스는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짐작하고는, 생각에 잠긴 듯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창문 앞에 섰다. 창문 너머로 손씨 그룹의 방향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다.‘염구준... 이 신비한 남자를 정복할 수 있다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한편, 청해시, 손씨 그룹 본사.“구준 씨?”맨 꼭대기 층의 사장실 사무실에서 손가을은 놀라움이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블랙호크국 공항 사고로 김씨 가문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어. 그들이 격분해서 우리와 함께 공멸하려 하지 않을까?”‘공멸? 김씨 가문이 감히?’“안심해.”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손을 잡고 평소와 다름없는 강한 자신감이 담긴 눈빛
“안무정... 일단 그냥 내버려둬!”김웅신은 이를 꽉 물고 더욱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청홍방의 18명의 타주를 소집하여 즉시 오라고 해!”슥슥!두 명의 사사는 망설임 없이 즉시 휴대폰을 꺼내 각각 연락을 취했다.약 30분이 지난 후...“가주님!’김씨 가문 휘하의 청홍방에는 총 18명의 방 중 타주가 있고, 모두 왕자 경지의 무도 강자들이다. 그들은 김웅신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말했다.“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가주님, 지시를 내려주세요!”올 사람은 다 왔다......김웅신은 눈앞에 있는 18명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바라보며 살기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다들 오늘 공항에서 일어난 일은 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증거도 없고 단서도 없지만, 단언할 수 있어. 배후의 인물은 분명히 청해시의 데릴 사위 염구준이다!” “전에는 내 아들을 다치게 하고, 이제는 김씨 가문에게 심한 타격을 주었다. 다들 말해보거라, 옛 원한과 새 원한을 어떻게 풀어야하겠느냐?!”피의 원한은 반드시 피로 갚아야 한다!18명의 타주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외쳤다.“싸워야 합니다!”“염구준을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청하시 손씨 가문을 없애고, 도련님의 복수를 하고, 죽은 형제들의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다들 한마음 한뜻이었다......김웅신은 그들의 투지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차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더는 참을 수 없고 참아서도 안돼! 18타주는 명령을 듣거라!”슥슥슥!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 반쯤 무릎을 꿇고 흉악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청홍방 18타주, 전체 분산하여 몰래 용하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해!”김웅신은 이를 갈며 온몸에 살기가 가득했다.“이번 임무는 단 하나, 염구준의 머리를 내게 가져오는 것이다. 손씨 가문을 없애고 염구준을 죽이는 사람은 청홍방의 우두머리가 될 것이고 김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 될 것이다!”18명의 타수들이 동시에 박수를 치자 열정이
사옥 앞 광장에 순백색 마세라티가 천천히 멈췄다. 앨리스는 차 문을 열고 내려 먼저 살기가 가득한 손씨 그룹 경호원을 쳐다보고는 바로 염구준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소개를 좀 하자면, 저는...”“엘 가문의 아가씨, 앨리스 씨.”앨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신분을 말한 후 다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김씨 가문의 일 때문에 온 겁니까? 얘기하세요!”‘염구준이 나를 알고 있다고?’앨리스는 어리둥절했다가 문득 뭔가 깨달은 듯했다.염구준이 혼자 오샤나시 그룹 용하국 분부로 향할 때, 고개를 들어 옥상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일부 실력이 뛰어난 무도 강자는 멀리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그걸 보면 눈앞에 있는 이 염 선생님은 분명 그런 무서운 강자이다!“김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잠시 놀란 후, 앨리스는 다치 침착하게 염구준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무력 면에서 제가 염 선생님과 견줄 수 없지만, 정보 면에서는 제가 예 선생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네요.”‘그래?’“김씨 가문의 휘하에, 청홍방 18타주가 흩어져서 용하국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염구준은 마치 사소한 일인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중 9대 분타는 분산해서 국제 항공편을 이용하여 6시간 후에 용하국에 도착하죠.”“그리고 나머지 9타주는 밀항 크루즈를 타고 해로를 따라 청해시에 접근하고, 오늘 밤 자정 무렵 청해시 연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죠.”“앨리스 씨, 내 말이 맞나요?”앨리스는 완전히 멍해졌다!엘 가문은 김씨 가문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관계다. 철저히 방비된 김씨 가문의 고성에도 엘 가문의 눈과 귀가 있어 일부 정보를 입수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그런데, 눈앞의 이 염 선생님은 어떻게 이러한 소식을 입수한 걸까? 게다가 엘 가문이 얻은 정보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오샤나지 그룹이 용하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제 결정입니다.”염구준은 앨리스의 눈을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