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앞 광장에 순백색 마세라티가 천천히 멈췄다. 앨리스는 차 문을 열고 내려 먼저 살기가 가득한 손씨 그룹 경호원을 쳐다보고는 바로 염구준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소개를 좀 하자면, 저는...”“엘 가문의 아가씨, 앨리스 씨.”앨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신분을 말한 후 다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김씨 가문의 일 때문에 온 겁니까? 얘기하세요!”‘염구준이 나를 알고 있다고?’앨리스는 어리둥절했다가 문득 뭔가 깨달은 듯했다.염구준이 혼자 오샤나시 그룹 용하국 분부로 향할 때, 고개를 들어 옥상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일부 실력이 뛰어난 무도 강자는 멀리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그걸 보면 눈앞에 있는 이 염 선생님은 분명 그런 무서운 강자이다!“김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잠시 놀란 후, 앨리스는 다치 침착하게 염구준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무력 면에서 제가 염 선생님과 견줄 수 없지만, 정보 면에서는 제가 예 선생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네요.”‘그래?’“김씨 가문의 휘하에, 청홍방 18타주가 흩어져서 용하국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염구준은 마치 사소한 일인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중 9대 분타는 분산해서 국제 항공편을 이용하여 6시간 후에 용하국에 도착하죠.”“그리고 나머지 9타주는 밀항 크루즈를 타고 해로를 따라 청해시에 접근하고, 오늘 밤 자정 무렵 청해시 연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죠.”“앨리스 씨, 내 말이 맞나요?”앨리스는 완전히 멍해졌다!엘 가문은 김씨 가문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관계다. 철저히 방비된 김씨 가문의 고성에도 엘 가문의 눈과 귀가 있어 일부 정보를 입수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그런데, 눈앞의 이 염 선생님은 어떻게 이러한 소식을 입수한 걸까? 게다가 엘 가문이 얻은 정보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오샤나지 그룹이 용하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제 결정입니다.”염구준은 앨리스의 눈을
“우르르 …”해수면에 물결이 일렁이더니 짐을 가득 실은 화물선 한 척이 천천히 기슭에 이르렀다. 어둠이 짙었지만 배는 불빛 하나 없었다.“왔다!”부두 해안에서 수상한 두 그림자가 슬그머니 바다 위의 화물선을 바라보더니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청해시의 밀수 무리인데 전문적으로 사람들의 밀수를 돕고 암암리에 인신매매했다. 비록 이윤이 어마어마했지만 그만큼 위험했기에 발 뻗고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오늘 받은 의뢰는 블랙호크 국에서 온 한 무리의 거물들을 데리러 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늘 새벽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구체적인 정보를 알 길이 없었으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작전에서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몰락할 지도 모른다.솨솨솨!화물선이 서서히 기슭에 닿자 아홉 개의 음산한 그림자가 줄줄이 드러났고, 그 뒤로는 70여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건장하고 살벌하며 위협적이었으며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기세가 엿보였다.“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무리의 두 졸개가 서둘러 앞으로 나오더니 아홉 그림자를 향해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실례지만 어느 분이 기 선생이십니까? 저희 형님께서......”“아무 말도 할 필요 없어.”9명의 청홍방 타주 가운데 한 명인 기수원은 두 명의 졸개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흉악한 웃음을 짓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쾅!굉음과 함께 두 졸개는 자기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머리통이 날아갔다.“우리가 여기 도착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기수원은 그 둘의 시체를 빤히 쳐다보더니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나서 손을 들더니 입을 열었다.“자! 이제 출발한다. 목표는 손씨 그룹이다.”우르릉!화물선 갑판에 10여 대의 봉고차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기수원과 8명의 타주들은 차례대로 차에 올랐고, 뒤를 따라는 엘리트들도 즉시 손씨 그룹을 향해 갔다.항구를 빠져나오는
같은 날 밤, 김웅신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끝났어. 정말 끝장났어.”적막이 흐르는 침실에서 김웅신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입술을 덜덜 떨었다. “타주 아홉이 국제선 항공편으로 입국했다가 도착하자마자 세관에 통제돼 반역죄로 총살당하나? 왜 소식 한 통 없고 데려간 사람들도 감감무소식이지? 정말 끝났어......”성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한 격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현실은 이토록 가혹했다.청홍방의 열여덟 타주는 하룻밤 사이에 모두 목숨을 잃었고 손씨 그룹 빌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인님, 몸을 조심하십시오.”김웅신의 곁에는 두 명의 사사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주인님, 옛말에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산이 남아있는 한 땔나무 걱정은 없습니다. 비록 막대한 손실이 일어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열다섯 당주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또 봉황국에 카지노 사업도 크게 하셨잖습니까? 용하국에 다시 가지 못한다고 해도 블랙호크국에서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지 않습니까?”‘용하국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거기는 김씨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곳이라고!’“내려가 있어. 혼자 있고 싶어.”김웅신은 무심코 손짓하고는 잠옷을 걸치고 터벅터벅 침실에서 나와 뒤뜰의 자갈길을 따라 밀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밀실 입구에 막 다다른 순간,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추고는 소리쳤다.“누구야?”그는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더니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찾아왔으면 나와! 왜 비겁하게 숨어있어!”팍, 팍, 팍......들릴 듯 말 듯 한 발소리가 고요한 뒤뜰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백발이 어깨까지 드리운 한 사내가 철검을 등에 메고 있었고, 마치 캄캄한 밤에 걸어 다니는 유령처럼 천천히 걸어 나와 그의 두 눈을 빤히 응시했다.그 백발의 사내는 바로 냉혈하기 그지없는 안무정이었다. 그는 전에 김웅신의 부하였다. 그래서 김웅신은 방금까지 잔뜩 가지고 있었던 경계심을
“정말 웃기지? 아마 그때 진실이 뭔지 알게 됐나 봐?”두 사람의 살벌한 공격과 수비는 한참 동안 계속되었고, 김웅신은 손에 힘을 주더니 안무정의 검 끝을 날려버렸다. 그러고 나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바보라도 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왜 이제 와서 똑똑한 척을 할까? 진실을 알게 된 게 무슨 도움이 되는데? 그 여자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하나? 이 정도 실력으로 그 여자 대신 나한테 복수라도 하고 싶었던 건가?”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웅신의 동작은 훨씬 더 민첩해졌고, 안무정이 들이대는 칼을 끊임없이 쳐냈다. 방어만 하던 데로부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공격 태세로 들어갔다.그의 말에 안무정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그저 필사적으로 그의 목숨을 거둬들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그런 안무정을 보며 김웅신은 비웃듯이 말했다.“그때 그 여자를 죽게 하고 나서 계속 이용했어. 내 부하가 되고 나서 작전에 보낼 때마다 사람들을 붙였었지. 설마 내가 정말 사람을 붙여준 거로 생각하진 않겠지? 그저 검법을 익히고 무예를 연구하기 위해서 사람을 옆에 붙인 거야. 그리고...... 무방비 상태에서도 너 하나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어. 넌 내 손바닥 안에 있다고!”이때, 그의 온몸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손바닥 표면은 검은빛으로 번뜩거리고 육체는 마치 철로 변한 것 같았으며 피부 표면에는 보호막 같은 것이 나타났다. 전신의 위엄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블랙호크국에서 청록색 옥패를 찾은 그 순간부터 그 속에 숨겨진 신기한 무술을 연구하고 수년 동안 노력 끝에 전신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이건 전신 경지에 이르른 건가......” 그 순간, 안무정은 짧은 감격 끝에 다시 한번 칼로 그를 공격했다. 동작이 느린 것 같기도 했지만, 폭발력 있는 공격임이 틀림없었고, 목숨을 건 한 수였다.검술도 뛰어났고, 혼을 담아 공격했으며, 단전에서 끌어올린 힘을 담은 데다가 의지까지 담겼으니,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안무정의 실력 또한 거의
안무정은 염라탈명단을 김웅신을 향해 세차게 던진 다음, 공중에 몸을 날려 담벼락을 빠르게 넘었다. “이….”곧이어 안무정이 어둠속에 모습을 감췄고 그제야 김웅신은 쫓던 것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바닥에 떨어진 염라탈명단을 보며 분노의 표효를 질렀다.‘빌어먹을 안무정!’그것은 어떠한 가지도 없는 쇳덩어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젠장! 더럽게 센 주먹이네!”김씨 가문 성으로부터 약 20키로 떨어진 외딴 폐품 수거장, 안무정은 창백하게 지친 얼굴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그는 김웅신과 싸우게 된다면, 죽이진 못하더라도 크게 밀리진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김웅신의 실력은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안무정은 정말 허무할 정도로 졌다.“옥패 가진 사람들만 다 불러들인 이유가 있었군! 이미 손에 넣었던 거야! 정말 음흉하기 짝이 없는 놈이구나!”좀 전의 상황을 떠올린 안무정은 충격에, 속에서 핏덩이가 울컥하고 솟구쳤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불길함을 느끼고 김웅신을 감시해 왔으나, 그 어디에도 이러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안무정은 다시 한번 김웅신의 계략에 감탄하는 동시에 두려움이 몰아쳤다. 그는 조심스레 옷을 벗었다. 단 일격만으로 그의 오른손은 물론 갈비뼈까지 부러졌다. 안무정은 지금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모두가 옥패에 담긴 무학을 탐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옥패의 위력은 대단했다!“나로서는 더 이상 김웅신을 상대할 수 없겠어.”그는 잠시 안정을 취한 뒤, 옷을 다시 걸치고 어둠 속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지금 안무정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 은인이자 감히 세계 최고 고수라 칭해도 아깝지 않을 염구준 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용하국 방향으로 향했다. 아무리 김웅신이 옥패를 가졌더라도 염구준의 상대는 되지 않으리! 그는 안무정이 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한편, 청해시 향산 로열 저택.“청홍방을 만만하게 보시면 안 돼요!”염구준의 요청에 원종은 손태석 부부와 염희주를 보호하기 위해 4대 호
“지금 염 방주께서 무력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용하국에서 모습을 들어내지 않은 채 활동하는 은둔 고수들의 실력을 얕봐서는 안 돼요! 그들이야말로 이 용하국의 진정한 용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김웅신이 구했다는 그 인물도 마찬가지로, 최소 염 방주와 비등한 반보천인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 봐도 무방해요!” 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흥미가 돋았다.“원 선배는 청홍방 방주 자리가 원래는 그 인물한테 주어졌어야 마땅했다고 보는 거죠?”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번에 제가 청홍방의 열여덟 타주들을 모두 처리했으니, 이제 청홍방도 옛날만큼 전력을 갖추지 못했을 거예요. 잘하면 그 인물이 직접 나설 수도 있겠네요?”원종도 이 부분이 가장 두려웠다. 그가 신중한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만일 사태를 대비해, 염 방주 식솔들은 가능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원종은 뒷말을 잇지 않았으나, 염구준은 충분히 그 뜻을 알아들었다. 반보천인의 실력을 가진 인물이 만에 하나 무작위로 사람을 도륙하고 다닌다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리라.“그 인물이 실존한다면, 한 번쯤 만나보고 싶긴 하네요.”염구준이 미소를 지은 채, 창문을 통해 보이는 염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 다음, 결심한 듯, 눈빛을 빛내며 호탕하게 말했다.“원 선배님의 말대로, 저 세계 최강이예요. 용하국에 그림자가 드리웠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상대가 누구든, 싸우고자 한다면 전 물러날 생각 없어요. 김웅신이 누구를 등에 업고 오던 모조리 쓰러뜨릴 자신 있어요!”역시 최고의 전사다운 태도였다. 염구준은 진심으로 청홍방 뒤에 있는 그 인물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다.“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요.”원종은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수심이 짙은 눈빛으로 블랙호크국 쪽으로 바라봤다. 이쯤이면 전국에 열여덟 타주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퍼졌을 것이다. 만약 그 미스터리
그의 모습이 사라진 후….“염구준!”김웅신은 창가에 서서 남자가 떠나간 방향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동안 쌓였던 모든 울분이 한 번에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남자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라면 반드시 염구준을 죽일 수 있으리라!다음날, 용하국 동북 밀림의 외딴 절벽 가장자리.“나와라.”검은 가면 남자가 회색 망토를 두른 채, 절벽 위에서 가볍게 손짓했다.“청홍방의 일여덟 타주들이 죽고 내 은인의 아들이 폐인이 되었다. 원수와 같은 하늘아래에 살 수는 없는 법, 너희들은 나와 함께 청해로 가 염구준의 목을 벤다!”스스슥….그러자 절벽에서부터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왔다. 모두 일년 내내 햇빛을 보지 못했는지 피부가 창백하고 해골을 연상시키는 깡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어르신.”그 중 한 명이 가면 남자를 향해 살짝 몸을 숙이며 말했다.“저희는 은둔한지 오래 되어 속세에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꼭 개입해야 한다면 가능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 가문의 규율입니다.”그 말에 가면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감히 규율 따위를 운운해? 지금 당장 내 명을 받들어라! 즉시 국내 항공편을 타고 청해로 가, 염구준을 척살하라!”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옷 남자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 기운에 못 일제히 한쪽 무릎을 끓으며 답했다.“예!”반면, 아직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염구준은 향산 로열 저택 침실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에메랄드 빛 옥패 세 개를 손바닥에 올린 채 숨을 들이켜고 내쉬고 반복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단전에선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온 침실을 가득 채웠다.얼마나 지났을까, 굳게 감겨 있던 두 눈이 서서히 떠지며 신비한 광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반보천인의 경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반응이었다.염구준의 경지는 이미 보통 사람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그야말로 사람 모양을 한 핵폭탄급 수준이 되었다.
염구준은 자리에서 우뚝 선 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향해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날 만나고 싶다면 직접 오라고 해. 너희 둘만으로 날 끌고 갈 능력은 되는 것 같지 않으니까!”아주 매를 버는 애송이구나!두 남자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순식간에 몸을 날려 염구준의 양팔을 잡아챘다. 이들의 손가락 표면엔 미세한 빛이 감싸고 있었는데, 최소 왕자의 경지엔 다다른 고수로 보였다.“약해 빠졌군.”염구준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팔을 비틀어 두 남자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용하국 고대 무학, 금룡수!강인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기운이 굵은 밧줄처럼 두 남자를 몸을 속박해 바바닥에 내리 찍었다. “이정도면 너희 어르신에 대한 선물로 충분하겠지?”염구준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이제 말해봐. 너희 그 어르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밤은 아직 길었다. 향산 로열 저택으로부터 약 5키로정도 떨어진 해안 북쪽 외딴 지역, 검은 가면 남자는 뒷짐진 채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풍화된 조각상처럼 조금의 인기척은 물론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다섯째랑 여섯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느냐?”칠흙 같은 어둠속을 뚫어져라 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언덕 기슭에 있는 검은 인영들을 행해 말했다.“지금쯤이면 도착할 때가….”대답하던 검은 인영의 목소리가 뚝하고 끊겼다. 그의 눈에 일렁이는 그림자 세 개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어둠속에서 한 젊은 남자가 양손에 검은 옷을 입은 두 인영을 매단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어둠속에 있는데도 눈빛이 야명주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저것은 반보천인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만 갖는다는….”그 순간 검은 가면의 얼굴빛이 변했다.“염구준이로군!”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자,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양손에 들고 있던 두 남자를 옆으로 내던졌다.“그쪽이 바로 청홍방의 진짜 방주이자, 김웅신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그 자인가보네? 은둔 가문 출신이면 계속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