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모습이 사라진 후….“염구준!”김웅신은 창가에 서서 남자가 떠나간 방향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동안 쌓였던 모든 울분이 한 번에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남자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라면 반드시 염구준을 죽일 수 있으리라!다음날, 용하국 동북 밀림의 외딴 절벽 가장자리.“나와라.”검은 가면 남자가 회색 망토를 두른 채, 절벽 위에서 가볍게 손짓했다.“청홍방의 일여덟 타주들이 죽고 내 은인의 아들이 폐인이 되었다. 원수와 같은 하늘아래에 살 수는 없는 법, 너희들은 나와 함께 청해로 가 염구준의 목을 벤다!”스스슥….그러자 절벽에서부터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왔다. 모두 일년 내내 햇빛을 보지 못했는지 피부가 창백하고 해골을 연상시키는 깡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어르신.”그 중 한 명이 가면 남자를 향해 살짝 몸을 숙이며 말했다.“저희는 은둔한지 오래 되어 속세에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꼭 개입해야 한다면 가능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 가문의 규율입니다.”그 말에 가면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감히 규율 따위를 운운해? 지금 당장 내 명을 받들어라! 즉시 국내 항공편을 타고 청해로 가, 염구준을 척살하라!”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옷 남자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 기운에 못 일제히 한쪽 무릎을 끓으며 답했다.“예!”반면, 아직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염구준은 향산 로열 저택 침실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에메랄드 빛 옥패 세 개를 손바닥에 올린 채 숨을 들이켜고 내쉬고 반복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단전에선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온 침실을 가득 채웠다.얼마나 지났을까, 굳게 감겨 있던 두 눈이 서서히 떠지며 신비한 광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반보천인의 경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반응이었다.염구준의 경지는 이미 보통 사람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그야말로 사람 모양을 한 핵폭탄급 수준이 되었다.
염구준은 자리에서 우뚝 선 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향해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날 만나고 싶다면 직접 오라고 해. 너희 둘만으로 날 끌고 갈 능력은 되는 것 같지 않으니까!”아주 매를 버는 애송이구나!두 남자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순식간에 몸을 날려 염구준의 양팔을 잡아챘다. 이들의 손가락 표면엔 미세한 빛이 감싸고 있었는데, 최소 왕자의 경지엔 다다른 고수로 보였다.“약해 빠졌군.”염구준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팔을 비틀어 두 남자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용하국 고대 무학, 금룡수!강인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기운이 굵은 밧줄처럼 두 남자를 몸을 속박해 바바닥에 내리 찍었다. “이정도면 너희 어르신에 대한 선물로 충분하겠지?”염구준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이제 말해봐. 너희 그 어르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밤은 아직 길었다. 향산 로열 저택으로부터 약 5키로정도 떨어진 해안 북쪽 외딴 지역, 검은 가면 남자는 뒷짐진 채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풍화된 조각상처럼 조금의 인기척은 물론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다섯째랑 여섯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느냐?”칠흙 같은 어둠속을 뚫어져라 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언덕 기슭에 있는 검은 인영들을 행해 말했다.“지금쯤이면 도착할 때가….”대답하던 검은 인영의 목소리가 뚝하고 끊겼다. 그의 눈에 일렁이는 그림자 세 개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어둠속에서 한 젊은 남자가 양손에 검은 옷을 입은 두 인영을 매단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어둠속에 있는데도 눈빛이 야명주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저것은 반보천인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만 갖는다는….”그 순간 검은 가면의 얼굴빛이 변했다.“염구준이로군!”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자,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양손에 들고 있던 두 남자를 옆으로 내던졌다.“그쪽이 바로 청홍방의 진짜 방주이자, 김웅신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그 자인가보네? 은둔 가문 출신이면 계속
남자의 골격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원래 180센를 웃돌던 키가 이제는 190센치를 넘었고, 양손의 뼈마디가 굵어진 것은 물론 피부조차 백골처럼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은둔 가문 중 하나, 은씨 가문의 비법 음골맥!“전신의 경지에서 반보천인의 경지로 가려면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하지.”염구준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외형으로 변한 가면 남자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천지와 서로 융합하며 오르는 것이 천인의 경지인데, 은씨 가문에선 편법을 썼구나! 아무리 대단해도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것은 결국 외도! 어디 한번 내 기세를 받아봐!”거기까지 말한 염구준은 온 몸에서 맹렬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천인위압!염풍도에서 흡수했던 천지의 영기가 염구준 아랫배에서 굉음을 내며 놀라운 기세로 주변 100미터까지 퍼졌다.만약 보통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면 아무것도 못 느꼈겠지만, 가면 남자는 마치 등 뒤로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것 같은 위압감을 느꼈다. 동시에 주변 공기가 마치 거대한 진흙덩어리가 된 것처럼, 온 몸을 집어삼키는 듯한 압박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너,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남자는 평정심을 읽은 채,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도 점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는 충격적인 상황에 제대로 정신조차 차릴 수 없었다.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로 영기를 다루다니, 이건 말도 안 되… 어떻게 이런 일이….”남자가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번뜩하고 뭔가 생각났는지 염구준을 향해 삿대질하며 외쳤다.“설마 너 고씨 가문의 후손인 거야? 너, 너 고씨 가문의 옥패를 찾았구나!”고씨 가문은 염구준 모친의 가문이자 용하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신비한 가문이었다.“고씨 가문을 알아?”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가면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고씨 가문에 대해 아는 거 다 말해! 당장!”염구준의 반응을 본 가면 남자는 자신의 추
가면 남자는 확실한 실력 차이를 실감했다!진정한 반보천인 앞에선 그의 경지는 뿌리 없는 나무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강호는 강호, 무력이 가장 강한 자는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염구준을 마주한 가면 남자의 유일한 선택은 타협이었다!“염구준 선생님!”한참 고민하던 남자는 결심한 듯, 거만한 태도를 버리고 두 손을 맞잡은 채 몸을 숙였다.“청홍방은 부디 제 손으로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여기까지 말한 남자가 고개를 더 깊숙이 숙이며 간절히 부탁했다.“돌아가면 즉시 청홍방을 수습하고 김웅신을 따르지 않도록 지시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염구준 선생님의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김웅신은 제 목숨의 은인이긴 하지만, 이미 여려 차례 도움을 줬으니, 빚은 다 갚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다시 가문으로 돌아간다면, 다시는 현세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임을 제 목숨을 걸고 약속합니다.”치고 빠질 데를 잘 아는 이가 현명한 사람이라고, 남자는 이 상황에 절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강자가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그럼 돌아가 김웅신에게 전해.”염구준은 처음부터 가면 남자를 제거해버릴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반드시 직접 따러 갈 테니, 목 깨끗이 닦고 기다리고 있으라고.”반보천인을 건드렸으니, 김웅신 이번에는 못 빠져나가겠구나… 남자는 안타까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염구준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자신들의 수하들을 이끌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청홍방은 이제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니, 김웅신의 손에 남은 건 삼죽문 밖에 없겠군.”염구준은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멀리 보이는 블랙호크국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어느새 그의 입가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맺혀 있었다.가면 남자가 청홍방을 수습하고 김웅신의 팔달리를 모두 잘라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또 한바탕 소란스러워질 것 같았다.사흘
앨리스는 머리가 아팠다. 염구준을 배려한답시고 스스로 너무 낮추는 것도 이상했고, 그렇다고 너무 자신만만하게 굴 수도 없었다.진퇴양난!“아무래도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겠어….”한참 고민에 빠져 있던 앨리스가 여 비서를 보며 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우리와 손영그룹의 갈등은 전적으로 김씨 가문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며, 엘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공표해! 그리고 내 이름으로 글로벌 화장품 시장 개발에 함께할 의사가 있다고 손영그룹에 전달하도록! 물론 조건은 최대한 그쪽에 맞춰주겠다고 알리고!”앨리스의 진지한 태도에 여 비서도 덩달아 비장해졌다.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앨리스의 지시사항들을 다시 체크한 뒤, 대답했다.“바로 처리하도록 할게요!”그날 오후 세시, 오샤나지 그룹의 공개 성명은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갔다.동시에 용하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적인 그룹 오샤나지가 이런 성명을 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주도한 사람이 오너 일가의 가장 큰 권력자 앨리스였다는 것이 퍼지면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오샤나지 그룹은 이미 유럽 의료미용 업계에서 상당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다. 그런 그룹의 도움을 받는다면 손영그룹의 해외 진출은 성공을 따 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손영그룹은 확실히 근 일년간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이루어 내긴 했지만, 오샤나지 그룹과는 체급이 비교할 바가 못 됐다. 꿀릴 것이 하나 없어 보이는 오샤나지 그룹의 장녀가 갑자기 손영그룹과 협력을 추진하다니, 대중이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앨리스, 똑똑하네.”손영그룹 본사,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 안, 염구준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경제 채널에 반영되고 있는 오샤나지 그룹의 공개 성명을 바라보고 있었다.“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내칠 이유 없지. 안 그래도 해외 점유율이 높은 오샤나지 그룹의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우리 제품도 더 빨리 해외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겠어. 그렇게 되면 그룹 발전도 더 빨라질 테고.”앨리스는 외모뿐만 아니라 머
이곳은 봉황국의 명성이 자자한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센터이다. 비록 인테리어는 사치스럽지 않지만, 서비스는 견줄 바가 없다.센터는 전반적으로 아시아 각지의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고,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영되어, 그야말로 막대한 수입이 매일 들어오고 있었다.센터에는 가야금, 공후, 비파 등 없는 것 없이 아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리고 전통복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 경쾌한 노래와 춤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었다.“노름꾼들.”센터 입구,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정문 옆의 복고풍 기둥에 기댄 채, 센터 안을 이따금씩 들여다보며, 입가에는 경멸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그녀의 별칭만 알고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올해 40살이 채 되지 않았지만, 눈가에는 잔주름이 자글자글했고, 젊었을 때 오락관 같은 곳을 자주 드나든 것 같았고,세상에 대한 무관심으로 가득 찬 얼굴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실제로 그녀는 일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녀는 아시아주 센터의 관리인이었고, 그 권세는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이며, 눈치는 수준급이어서 봉황국에서 한 이름 날렸었다.더 중요한 건, 이곳은 김씨 가문이 옛날부터 각계각층에 침투해 있는 봉황국이라는 사실이다.게다가 아시아주 센터는 마침 김웅신의 부하 ‘삼죽문’의 세력 범위 안이었다.삼죽문 삼대 타주 중, 유일한 여성 타주인 별칭 푸른 봉황은 같은 여자로서 미연을 특별히 보살펴주었다.“미연 씨, 무슨 생각 해?”어느새, 정장 차림의 통통한 중년 남자 한 명이 람보르기니를 몰고 미연 앞에 천천히 멈춰 서더니, 헤헤 웃으며 말했다.“어때, 오늘 저녁에 신상 들어왔어? 나 한동안 오늘만 기다렸어!”미연은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이 중년 여자는 말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걱정 마세요. 다 류 선생님께 남겨뒀어요.”그녀는 손을 들어 벨보이에게 람보르기니
류 선생님은 가만히 인사불성이 된 세 여자아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침이 고였다.“ 방해하지 말고 나가, 다 나가, 내가 다 즐기고 나면 다시 얘기해!”‘성질 급한 거 보소...’허미연은 몸을 흔들며 깔깔거리며 웃더니 류 선생님에게 손을 휘젓고는 6명의 건장한 사나이들을 데리고 문을 나섰다.막 문을 나서려는 그 순간.휙!갑자기 나타난 젊은 사람의 실루엣이 쏜살같이 허미연과 6명의 건장한 사나이들 옆을 스쳐 지나가, 푸드 카트에 있던 어린 여자아이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개자식, 너 사는 게 지겹구나!”그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벨트를 풀고 있던 류 선생님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고함을 지르며 발을 들어 세게 걷어찼다.쾅!!류 선생님은 막을 틈도 없이, 심지어 그 사람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가랑이가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 아팠다. 젊은 사람에게 걷어차여 그대로 피범벅이 된 것이었다!“뭐 하는 사람이야? 아...... 류 선생님!!”룸 입구에 있던 허미연과 6명의 덩치 큰 사나이들은 젊은 사람의 모습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류 선생님을 바라보고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류 선생의 바짓가랑이에는 피와 살이 뒤섞여 있었고, 몸은 의식 없이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눈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아파서 죽은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그 젊은 남자는 매섭게 류 선생님에게 침을 뱉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허미연의 눈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허미연, 너 사는 게 지겨워? 감히 왕씨 아가씨까지 납치를 해?”“네 목 좀 만져봐. 머리가 몇 개나 달려있는지!”허미연은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방금 본 장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그의 가슴에 수놓아진 금색의 새 그림을 보고 뭔가를 깨달았는지 ‘아’소리를 내고 말했다. “다, 당신은...... 금오분타의 사람!”삼죽문 3대 분타 중 우두머리, 금오분타!금색의 새,
잠시 정신을 잃었던 허미연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밖에 다니는 우리 선수들이 왕씨 아가씨를 못 알아볼 리가 없는데, 어떻게 왕씨 아가씨는 여기로 데려오겠어요?”“오해예요. 이건 분명 오해가 있어요...... 아니, 오해가 아니에요. 분명 누군가 일부러 함정을 파서 푸른봉황 분타와 금오분타가 서로 죽이게 만든 거예요!”함정을 파? 그게 중요한가?중요한 건, 아가씨를 아시아주에 잡아온 것이다. 그가 바로 오지 않았다면, 방금 누군가에게 순결을 잃을 뻔했다!“오늘 밤의 일은 사실대로 타주님께 알릴 거야!”젊은 남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곯아떨어진 왕조은을 안아들고, 다시 허미연을 노려보며 화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빚은 우리 금오분타가 언젠가 너희 푸른 봉황 분타에 완전히 청산해 주지!”‘처, 청산...’허미연은 젊은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는 더 이상 혈색이 없었다. 몸은 휘청거렸고, 옆에 있던 경호원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큰일 났다!’“우리 사람들은 왕씨 아가씨를 다 알고 있어서, 이런 오해를 만들 리가 없어. 틀림없이 누군가 함정을 파 둔 거야. 분명해!”그녀는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차, 아주 샅샅이 조사해 줘. 도대체 누가 왕씨 아가씨를 우리한테 데려온 건지...... 그리고, 바로 맹 타주님께 방금 있었던 일 다 보고 드려!”“그리고... 나는 CCTV를 찾아볼게. 24시간 내의 모든 CCTV를 뒤져서 찾아내!”우르르!6명의 경호원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휴대폰을 꺼내 보고를 했고, 나머지 5명은 허미연의 뒤를 따라 바닥에 쓰러져 있는 류 선생님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빠르게 CCTV실로 달려갔다.사람들이 떠나고,쓱!갑자기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룸의 천장에 나타났다.염구준이었다!우선 룸의 문이 잘 닫혀있는지 확인한 뒤, 정신을 잃은 두 여자아이들을 보고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 오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