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자리에서 우뚝 선 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향해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날 만나고 싶다면 직접 오라고 해. 너희 둘만으로 날 끌고 갈 능력은 되는 것 같지 않으니까!”아주 매를 버는 애송이구나!두 남자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순식간에 몸을 날려 염구준의 양팔을 잡아챘다. 이들의 손가락 표면엔 미세한 빛이 감싸고 있었는데, 최소 왕자의 경지엔 다다른 고수로 보였다.“약해 빠졌군.”염구준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팔을 비틀어 두 남자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용하국 고대 무학, 금룡수!강인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기운이 굵은 밧줄처럼 두 남자를 몸을 속박해 바바닥에 내리 찍었다. “이정도면 너희 어르신에 대한 선물로 충분하겠지?”염구준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이제 말해봐. 너희 그 어르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밤은 아직 길었다. 향산 로열 저택으로부터 약 5키로정도 떨어진 해안 북쪽 외딴 지역, 검은 가면 남자는 뒷짐진 채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풍화된 조각상처럼 조금의 인기척은 물론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다섯째랑 여섯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느냐?”칠흙 같은 어둠속을 뚫어져라 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언덕 기슭에 있는 검은 인영들을 행해 말했다.“지금쯤이면 도착할 때가….”대답하던 검은 인영의 목소리가 뚝하고 끊겼다. 그의 눈에 일렁이는 그림자 세 개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어둠속에서 한 젊은 남자가 양손에 검은 옷을 입은 두 인영을 매단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어둠속에 있는데도 눈빛이 야명주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저것은 반보천인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만 갖는다는….”그 순간 검은 가면의 얼굴빛이 변했다.“염구준이로군!”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자,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양손에 들고 있던 두 남자를 옆으로 내던졌다.“그쪽이 바로 청홍방의 진짜 방주이자, 김웅신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그 자인가보네? 은둔 가문 출신이면 계속
남자의 골격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원래 180센를 웃돌던 키가 이제는 190센치를 넘었고, 양손의 뼈마디가 굵어진 것은 물론 피부조차 백골처럼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은둔 가문 중 하나, 은씨 가문의 비법 음골맥!“전신의 경지에서 반보천인의 경지로 가려면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하지.”염구준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외형으로 변한 가면 남자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천지와 서로 융합하며 오르는 것이 천인의 경지인데, 은씨 가문에선 편법을 썼구나! 아무리 대단해도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것은 결국 외도! 어디 한번 내 기세를 받아봐!”거기까지 말한 염구준은 온 몸에서 맹렬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천인위압!염풍도에서 흡수했던 천지의 영기가 염구준 아랫배에서 굉음을 내며 놀라운 기세로 주변 100미터까지 퍼졌다.만약 보통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면 아무것도 못 느꼈겠지만, 가면 남자는 마치 등 뒤로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것 같은 위압감을 느꼈다. 동시에 주변 공기가 마치 거대한 진흙덩어리가 된 것처럼, 온 몸을 집어삼키는 듯한 압박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너,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남자는 평정심을 읽은 채,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도 점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는 충격적인 상황에 제대로 정신조차 차릴 수 없었다.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로 영기를 다루다니, 이건 말도 안 되… 어떻게 이런 일이….”남자가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번뜩하고 뭔가 생각났는지 염구준을 향해 삿대질하며 외쳤다.“설마 너 고씨 가문의 후손인 거야? 너, 너 고씨 가문의 옥패를 찾았구나!”고씨 가문은 염구준 모친의 가문이자 용하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신비한 가문이었다.“고씨 가문을 알아?”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가면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고씨 가문에 대해 아는 거 다 말해! 당장!”염구준의 반응을 본 가면 남자는 자신의 추
가면 남자는 확실한 실력 차이를 실감했다!진정한 반보천인 앞에선 그의 경지는 뿌리 없는 나무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강호는 강호, 무력이 가장 강한 자는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염구준을 마주한 가면 남자의 유일한 선택은 타협이었다!“염구준 선생님!”한참 고민하던 남자는 결심한 듯, 거만한 태도를 버리고 두 손을 맞잡은 채 몸을 숙였다.“청홍방은 부디 제 손으로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여기까지 말한 남자가 고개를 더 깊숙이 숙이며 간절히 부탁했다.“돌아가면 즉시 청홍방을 수습하고 김웅신을 따르지 않도록 지시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염구준 선생님의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김웅신은 제 목숨의 은인이긴 하지만, 이미 여려 차례 도움을 줬으니, 빚은 다 갚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다시 가문으로 돌아간다면, 다시는 현세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임을 제 목숨을 걸고 약속합니다.”치고 빠질 데를 잘 아는 이가 현명한 사람이라고, 남자는 이 상황에 절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강자가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그럼 돌아가 김웅신에게 전해.”염구준은 처음부터 가면 남자를 제거해버릴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반드시 직접 따러 갈 테니, 목 깨끗이 닦고 기다리고 있으라고.”반보천인을 건드렸으니, 김웅신 이번에는 못 빠져나가겠구나… 남자는 안타까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염구준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자신들의 수하들을 이끌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청홍방은 이제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니, 김웅신의 손에 남은 건 삼죽문 밖에 없겠군.”염구준은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멀리 보이는 블랙호크국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어느새 그의 입가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맺혀 있었다.가면 남자가 청홍방을 수습하고 김웅신의 팔달리를 모두 잘라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또 한바탕 소란스러워질 것 같았다.사흘
앨리스는 머리가 아팠다. 염구준을 배려한답시고 스스로 너무 낮추는 것도 이상했고, 그렇다고 너무 자신만만하게 굴 수도 없었다.진퇴양난!“아무래도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겠어….”한참 고민에 빠져 있던 앨리스가 여 비서를 보며 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우리와 손영그룹의 갈등은 전적으로 김씨 가문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며, 엘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공표해! 그리고 내 이름으로 글로벌 화장품 시장 개발에 함께할 의사가 있다고 손영그룹에 전달하도록! 물론 조건은 최대한 그쪽에 맞춰주겠다고 알리고!”앨리스의 진지한 태도에 여 비서도 덩달아 비장해졌다.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앨리스의 지시사항들을 다시 체크한 뒤, 대답했다.“바로 처리하도록 할게요!”그날 오후 세시, 오샤나지 그룹의 공개 성명은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갔다.동시에 용하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적인 그룹 오샤나지가 이런 성명을 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주도한 사람이 오너 일가의 가장 큰 권력자 앨리스였다는 것이 퍼지면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오샤나지 그룹은 이미 유럽 의료미용 업계에서 상당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다. 그런 그룹의 도움을 받는다면 손영그룹의 해외 진출은 성공을 따 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손영그룹은 확실히 근 일년간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이루어 내긴 했지만, 오샤나지 그룹과는 체급이 비교할 바가 못 됐다. 꿀릴 것이 하나 없어 보이는 오샤나지 그룹의 장녀가 갑자기 손영그룹과 협력을 추진하다니, 대중이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앨리스, 똑똑하네.”손영그룹 본사,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 안, 염구준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경제 채널에 반영되고 있는 오샤나지 그룹의 공개 성명을 바라보고 있었다.“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내칠 이유 없지. 안 그래도 해외 점유율이 높은 오샤나지 그룹의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우리 제품도 더 빨리 해외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겠어. 그렇게 되면 그룹 발전도 더 빨라질 테고.”앨리스는 외모뿐만 아니라 머
이곳은 봉황국의 명성이 자자한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센터이다. 비록 인테리어는 사치스럽지 않지만, 서비스는 견줄 바가 없다.센터는 전반적으로 아시아 각지의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고,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영되어, 그야말로 막대한 수입이 매일 들어오고 있었다.센터에는 가야금, 공후, 비파 등 없는 것 없이 아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리고 전통복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 경쾌한 노래와 춤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었다.“노름꾼들.”센터 입구,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정문 옆의 복고풍 기둥에 기댄 채, 센터 안을 이따금씩 들여다보며, 입가에는 경멸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그녀의 별칭만 알고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올해 40살이 채 되지 않았지만, 눈가에는 잔주름이 자글자글했고, 젊었을 때 오락관 같은 곳을 자주 드나든 것 같았고,세상에 대한 무관심으로 가득 찬 얼굴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실제로 그녀는 일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녀는 아시아주 센터의 관리인이었고, 그 권세는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이며, 눈치는 수준급이어서 봉황국에서 한 이름 날렸었다.더 중요한 건, 이곳은 김씨 가문이 옛날부터 각계각층에 침투해 있는 봉황국이라는 사실이다.게다가 아시아주 센터는 마침 김웅신의 부하 ‘삼죽문’의 세력 범위 안이었다.삼죽문 삼대 타주 중, 유일한 여성 타주인 별칭 푸른 봉황은 같은 여자로서 미연을 특별히 보살펴주었다.“미연 씨, 무슨 생각 해?”어느새, 정장 차림의 통통한 중년 남자 한 명이 람보르기니를 몰고 미연 앞에 천천히 멈춰 서더니, 헤헤 웃으며 말했다.“어때, 오늘 저녁에 신상 들어왔어? 나 한동안 오늘만 기다렸어!”미연은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이 중년 여자는 말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걱정 마세요. 다 류 선생님께 남겨뒀어요.”그녀는 손을 들어 벨보이에게 람보르기니
류 선생님은 가만히 인사불성이 된 세 여자아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침이 고였다.“ 방해하지 말고 나가, 다 나가, 내가 다 즐기고 나면 다시 얘기해!”‘성질 급한 거 보소...’허미연은 몸을 흔들며 깔깔거리며 웃더니 류 선생님에게 손을 휘젓고는 6명의 건장한 사나이들을 데리고 문을 나섰다.막 문을 나서려는 그 순간.휙!갑자기 나타난 젊은 사람의 실루엣이 쏜살같이 허미연과 6명의 건장한 사나이들 옆을 스쳐 지나가, 푸드 카트에 있던 어린 여자아이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개자식, 너 사는 게 지겹구나!”그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벨트를 풀고 있던 류 선생님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고함을 지르며 발을 들어 세게 걷어찼다.쾅!!류 선생님은 막을 틈도 없이, 심지어 그 사람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가랑이가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 아팠다. 젊은 사람에게 걷어차여 그대로 피범벅이 된 것이었다!“뭐 하는 사람이야? 아...... 류 선생님!!”룸 입구에 있던 허미연과 6명의 덩치 큰 사나이들은 젊은 사람의 모습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류 선생님을 바라보고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류 선생의 바짓가랑이에는 피와 살이 뒤섞여 있었고, 몸은 의식 없이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눈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아파서 죽은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그 젊은 남자는 매섭게 류 선생님에게 침을 뱉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허미연의 눈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허미연, 너 사는 게 지겨워? 감히 왕씨 아가씨까지 납치를 해?”“네 목 좀 만져봐. 머리가 몇 개나 달려있는지!”허미연은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방금 본 장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그의 가슴에 수놓아진 금색의 새 그림을 보고 뭔가를 깨달았는지 ‘아’소리를 내고 말했다. “다, 당신은...... 금오분타의 사람!”삼죽문 3대 분타 중 우두머리, 금오분타!금색의 새,
잠시 정신을 잃었던 허미연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밖에 다니는 우리 선수들이 왕씨 아가씨를 못 알아볼 리가 없는데, 어떻게 왕씨 아가씨는 여기로 데려오겠어요?”“오해예요. 이건 분명 오해가 있어요...... 아니, 오해가 아니에요. 분명 누군가 일부러 함정을 파서 푸른봉황 분타와 금오분타가 서로 죽이게 만든 거예요!”함정을 파? 그게 중요한가?중요한 건, 아가씨를 아시아주에 잡아온 것이다. 그가 바로 오지 않았다면, 방금 누군가에게 순결을 잃을 뻔했다!“오늘 밤의 일은 사실대로 타주님께 알릴 거야!”젊은 남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곯아떨어진 왕조은을 안아들고, 다시 허미연을 노려보며 화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빚은 우리 금오분타가 언젠가 너희 푸른 봉황 분타에 완전히 청산해 주지!”‘처, 청산...’허미연은 젊은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는 더 이상 혈색이 없었다. 몸은 휘청거렸고, 옆에 있던 경호원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큰일 났다!’“우리 사람들은 왕씨 아가씨를 다 알고 있어서, 이런 오해를 만들 리가 없어. 틀림없이 누군가 함정을 파 둔 거야. 분명해!”그녀는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차, 아주 샅샅이 조사해 줘. 도대체 누가 왕씨 아가씨를 우리한테 데려온 건지...... 그리고, 바로 맹 타주님께 방금 있었던 일 다 보고 드려!”“그리고... 나는 CCTV를 찾아볼게. 24시간 내의 모든 CCTV를 뒤져서 찾아내!”우르르!6명의 경호원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휴대폰을 꺼내 보고를 했고, 나머지 5명은 허미연의 뒤를 따라 바닥에 쓰러져 있는 류 선생님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빠르게 CCTV실로 달려갔다.사람들이 떠나고,쓱!갑자기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룸의 천장에 나타났다.염구준이었다!우선 룸의 문이 잘 닫혀있는지 확인한 뒤, 정신을 잃은 두 여자아이들을 보고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 오른
한편, 봉황국 남서쪽, 삼죽문 푸른 봉황 분타 총 거점.우르르!살기 넘치는 중년 남자가 손에 검은 쇠로 된 정글 칼을 들고, 200명 이상의 우람한 부하를 거느린 채,아주 거침없이 그대로 푸른 봉황 분타로 쳐들어 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맹월, 당장 나와!”맹월은 삼죽문의 유일한 여성 타주이고, 별칭은 푸른 봉황이었다.“왕종서, 나는 당신 나이가 나보다 몇 살이나 많은 걸 고려해서 이미 충분히 양보했어. 네 분수를 알아!”푸른 봉황 분타 로비, 맹월의 손에는 합금 장검을 들고 있었고, 허리에는 은백색의 칼 두 자루를 차고 있었다.그녀는 부하 150여 명을 데리고 왕종서와 대치하며 차갑게 말했다. “허미연이 다 얘기했어. 이건 오해야!”“당신 딸이 잡혀온 건 우리도 조사하고 있어. 우리가 책임지고 말할 수 있어.분명히 누군가 중간에서 방해해서 우리 두 분타의 관계를 불태워버리려고 하는 거야.만약 당신이 계속 여기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다른 사람의 계략에 걸린 거야!”왕종서는 손에 든 칼을 휘둘렀다. 얼굴에는 흉악함이 가득했다.“맹월,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시아주는 당신 구역이고, 내 유일한 딸이 여기로 잡혀왔어, 이게 사실이야!”“내 부하들이 소식을 듣고 전달하지 않았다면, 내 딸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더렵혀졌을거야...... 맹월, 네가 대붕과 한통속인 거 알아. 오늘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야. 오대붕, 당장 나와!”삼죽문의 마지막 타주, 대붕타주, 오대붕!맹월은 거의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그리고 오대붕은 일찍 아내를 여의고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김웅신은 연맹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맹월과는 부부라는 사실만 가지고, 외부에는 밝히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왕종서 앞에서 들통났으니, 완전히 체면을 구긴 것이었다!“왕씨, 당신이 감히 이 일을 폭로하다니, 당신 목숨을 가져갈 것이야!”로비 위에서 분노의 불길에 휩싸인 남자의 포효가 웅장한 기운과 함께 왕
"끄아악!"브루언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겁에 질린 채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야.""퉤,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백호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브루언을 채 해결하기도 전에 동굴에서는 또다시 욕설이 들려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달무 일행이었다."X발, 브루언 그 새끼가 사람이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이에 배신을 때려?""그 새끼가 계획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진짜 내 눈에 들키지만 마라. 보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여버릴 테니까."말만 들어서는 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이윽고 달무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멀리서 서 있는 염구준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지금 달무 쪽 일행은 총 여섯으로, 손실이 매우 막심했다. "살려줘!"그들의 모습을 본 브루언은 바닥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도움을 구했다.'뻔뻔하면 무적이라더니.'탕!달무는 앞으로 걸어가 일격으로 그를 죽인 뒤 웃으면서 염구준 등을 바라보았다."저희 대신 배신자를 처리해주신 거, 감사합니다."그는 전에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감사인사를 했다.상대방이 손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염구준은 그를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호, 네 일이나 잘해. "이 말을 들은 백호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문에 대고 팔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었다."하압!"이 거대한 힘에 문 위에 있던 얼음은 전부 갈라져 땅에 떨어졌고 얼음이 없어지자 두꺼운 대문 역시 반응을 보였다.끼익.대문은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양쪽으로 움직였다.이 두 문은 가볍지 않았다. 백호조차도 이마에서 땀이 나올 정도로 힘이 들었으니까 말이다."후!"문이 완전히 열리자 백호는 힘을 거두고 탁한 기운을 토해냈다.안에는 약간의 빛이 있었는데, 내부 장식은 고대의 궁전처럼 보였다. 비록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장소지만 이곳은 사람들에게 위엄있
가족들은 모두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염구준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였다.이에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비록 행복하긴 하지만 이건 모두 환상이야. 그림의 떡과도 같은 거지. 현실이 잔혹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살아가야 해.'무척 뛰어난 환각술이고 모두 그가 바라던 모습이긴 했지만 마음이 굳건한 사람만이 반보천인이 될 수 있던 탓인지 그는 환각술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깨져라."염구준이 작게 읊조리자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며 눈앞의 화면을 지웠다."구준아, 꼭 앞을 보며 달려야 한다."고유연은 점차 사라지면서 웃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그는 텅 빈 대문을 향해 대답했다.비록 환각술 때문에 마음속의 상처가 더 깊어지긴 했지만 오래된 바람을 이루었으니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그러나 그와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확고한 마음이 없어 전부 혼잣말을 하며 동굴 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제발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제발요.""아, 계속 채굴할 테니까 때리지 마세요.""전주님, 영원히 당신을 따를 테니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이렇게 보니 염구준의 환각술만 아름다운 화면이고 나머지는 모두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큰 일 나겠네.'"깨어나!"염구준이 크게 소리 지르자 체내의 진기들이 사람들을 뒤덮었고, 이에 사람들은 몸을 떨다가 곧바로 눈이 맑아졌다. 그들은 전부 망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대단한 환각술이야."백호는 조금 두려워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전신 위 경지의 자신도 버티지 못한 걸 보아 방금 전의 환각술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작은 방금 전에 한 말들이 생각 나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전주께서 분명 다 들으셨을 거야. 아, 창피해.'"다들 빛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어져서 환각술에 걸린 걸 거예요."염구준은 이렇게 설명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 빛은 커녕 그저 얼어버린 굳게 닫힌 문 밖에 보지 못했었다. 동굴 안에 들어온
'도안?'설씨 가문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벽을 쳐다보았고 곧 정말로 얼음층 뒤의 돌멩이에 아주 옅은 색으로 새겨져 있는 도안을 발견했다.도안이 양 끝으로 뻗어진 걸 보면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 들어올 때부터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뭐야?"도안을 보면 볼 수록 낯이 익어 염구준은 끊임없이 회상하기 시작했다.'옥패!'이 도안들은 전에 복제판 옥패에서 본 것과 매우 비슷했다.이곳에 정말 옥패의 단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염구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한참 동안 들여다 보아도 무언가 확실한 걸 보아낼 수가 없어 그는 결국 안에 더 깊이 들어가 탐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가죠. 이건 이따가 다시 나와서 보고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전부 뒤를 따랐고 또 한참을 앞으로 걸어가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다왔어요, 바로 앞에 있습니다!" 설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염구준 등은 크게 기뻐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바로 빛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바로 이때, 공간이 갑자기 변하더니 주위의 환경도 변했고, 같이 온 사람들도 전부 모습을 감추었다. '염씨 가문의 저택?'염구준은 주위의 환경을 보면서 곧바로 이곳이 그가 어릴 때 생활했던 곳이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까지는 그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그의 어머니도 살아계셨다."구준아, 빨리 들어와서 밥 먹지 않고 뭘 멍 때리는 거니?"이때, 고유연이 안에서 나오며 자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엄마?"이에 염구준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목이 멘 채로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왜 갑자기 말도 제대로 못해?"고유연은 관심 어린 어투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가 그의 손에 든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염구준은 그제야 반응이 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을 쳐다보았다. 그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염호 그룹 회장이라고 적혀 있
"미친."염구준은 감탄하고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펭귄들을 막으면서 제때에 도와주기 위해 대오 쪽으로 붙었다.'여기가 펭귄 집이야 뭐야. 끝도 없네. 무엇보다 이 펭귄들 너무 괴상해. 피냄새만 맡으면 포악해지면서 미친듯이 달려들잖아.'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그는 바닥에 뿌려진 피들이 피안개로 변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안에 대단한 게 있는 게 분명해.'염구준은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을 지키면서 달려오는 펭귄들을 물리쳤다."아악, 난 죽고 싶지 않아!"그러나 이때 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겁에 질려 갑자기 진형 밖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싸우고 있었던 터라 막지도 못하고 그저 그 사람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X발, 괜히 말썽만 피우기는." 백호는 욕을 읊조리고는 도망친 사람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내가 갈 테니까 진형을 유지해."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앞으로 돌진해 방금 뛰쳐나간 사람을 공격하는 펭귄들을 물리쳤다.겨우 잠깐 사이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걸 보면 펭귄들의 공격력이 매우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가!"염구준은 뛰쳐나간 사람의 옷깃을 잡고는 팔을 휘둘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굴 입구에 던졌다.'이상해. 이 펭귄들 피냄새를 맡고 동굴 입구까지 쫓아갔으면서 정작 도착한 뒤에는 한 눈 보고 다시 돌아가잖아. 안에 있는 걸 이 펭귄들이 꺼리는 건가 보군.'염구준은 사람을 구하고 나서 다시 대오의 앞부분으로 돌아간 후 길을 열어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동굴 입구쪽에 도착하게 도와주었다.동굴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그들은 안전한 셈이었다."너 이 자식, 네가 무모하게 뛰어다닌 바람에 하마터면 진형이 무너질 뻔 했잖아. 진형이 무너지면 다들 죽을 수도 있었어!"설구는 방금 전에 도망친 사람을 보자마자 발로 차버렸다.이미 오기 전부터 그는 말을 했었었다. 죽어도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도망친 사람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