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입구 앞, 염구준은 여원지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여씨 가문의 모든 기업, 장원의 소장품, 고정 자산, 유동 자금, 시가 주식 등, 금융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압류한다!”마치 하늘에서 전해오는 소리 같았다.“여씨 가문이 지은 죄를 널리 알려 모든 사람에게 경고가 되도록 해라 !”우르르!주작전존이 장검을 꺼내 들었다. 전존의 위엄에 모두가 눌렸고 12명의 직속 위대 병사가 쏘아올린 총소리가 장원을 감쌌다!이게 바로 전신전의 유일무이한 패기다. 여씨 가문의 실력으로는 절대 전신전을 막을 수 없다!“여씨 가문, 항복하겠습니다!”여원지는 몸이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10살은 늙어버린 것 같았다. 그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말을 하고는 바로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정신을 잃었다.쓰러지기 전까지 그의 머릿속에는 단 이 생각뿐이었다.망했다!...그날 밤은 절대 평온할 수 없었다.북방에 진동이 일어났다!4시간 만에 6대 가족이 모두 조사를 받고 모든 재산이 빼앗겼다. 장원들은 모두 봉쇄되었고 직계 자제들은 모두 집 없는 떠돌이가 되어 밤새 친척들을 찾아 피난했다. 참으로 낭패하기 그지없었다!모든 화살이 염구준을 향했지만 그에 비해 관씨 가문이 더 많은 원망을 받았다.“나 아니야!”새벽 2시, 방금 소식을 들은 관원이 상을 치며 벌떡 일어섰다. 눈은 노여움으로 이글거렸다.그는 전해 들은 정보를 소화하려 애를 썼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일의 전말을 헤아려봤다. 천천히 침대 머리맡에 앉은 관원이 손을 들어 자기의 등을 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누구일까? 얼마나 큰 힘을 가졌기에 순무대감이 직접 나서? 미친 게 아니야? 무슨 생각으로 전신전을 건드려?”“그리고...”그는 등 위쪽 피부를 만지며 눈을 감았다. 그의 눈 밑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누구도 보이지 않는 뒷등, 피부는 거칠었다. 그의 손가락으로만 느낄 수 있는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6대 가족의 가주들 모두
하지만 지금, 신주그룹의 결정권이 염구준 손에 들어갔다!“박아.”전화를 든 관원은 눈빛이 반짝였다. 그가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장원으로 돌아오면 대문을 닫고 누가 와도 만나지 말거라. 나는 나갔다 올건데 늦어도 하루면 돌아온다.”아버지가 집을 나가겠다고?“아버지!”관박은 몸이 움찔해지더니 재빨리 물었다.“어디 가세요? 제가 같이 가요?”말이 뚝 끊겼다!관원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어디 가세요?”장원 거실 입구, 관원이 멀리 북방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긴 숨을 내쉬었다.존주!오직 흑풍 조직의 수령, 존주만이 그를 도와 염구준 손에 들어간 관씨 가문의 잃어버린 주식을 되찾을 수 있다.염구준...그가 염진의 아들이든, 관신주가 좋아하는 사람이든, 손대지 말아야 하는 물건을 건드렸으니 죽어 마땅하다!...그날 밤, 북방의 북쪽 묵암산. 산바람이 씽씽 몰아쳤다!길씨 가문이 숨어 사는 동굴 입구.길가안은 큰 칼을 등에 메고 문밖 암석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어둠 속의 밀림을 바라보며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고 인사하며 낮게 말했다.“흑풍조직의 8대 금강, 가안금강, 존주를 뵙습니다!”우수수...수백 미터 밖에서 잎이 파르르 떨렸다. 검은 옷차림에 복면을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나뭇잎을 밟으며 와서 길가안 앞에 섰다. 허스키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가안금강, 좋은 이름이네.”그는 두 손으로 고금을 안고 완미하듯 길가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낮게 웃으며 말했다.“본좌에게 항복하겠는가?”길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길씨 가문의 직계 자제들은 이 동굴에 숨어있지만 다른 자제들은 외부 활동을 계속해 왔다. 눈앞에 서 있는 이 존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6대 일류 집안 모두 흑풍 조직에 속해있다.“형세를 아는 자가 정말로 걸출한 자라고 했다. 길가안, 본좌를 실망시키지 않았어.”복면의 남자가 그렇게 칭찬의 말을 하고 뒤돌아 길가안을 등졌다. 그는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말투를 바꾸어 살기등등하게 말했다.“관원 그 늙은이가 신주 산업원의 주식을 되돌려받겠다고 고청전, 고 순무를 끌어들여 우리 6대 가족이 모두 차압 당했어!”“60%의 지분이 모두 염구준 손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미 관씨 가문의 것이 되었을걸. 분명 손잡고 나쁜 짓을 한 거야! 똑같이 나쁜 놈이야!”6대 가족이 차압 당했다고?길가안은 흠칫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에게 바깥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오늘 오후의 소식까지만 들었다.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보고를 받지 못해 아직 몰랐다. 그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완전한 참패!존주가 세워둔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 게 분명했다. 이번에 6대 가족이 같이 찾아온 이유는 손을 잡고 복수하려는 것이다. 관씨 가문과 염구준을 한 번에 치려는 것이다!“가안 형, 길씨 가문은 동굴에 숨어 살아 실력이 여전할 거잖아.”여원지가 실눈을 뜨고 길가안을 바라봤다. 그의 눈길은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비록 우리 여씨 가문이 차압 당했지만 실력은 그대로 보존되었어. 3명의 최강 종사와 1명의 정진왕자가 있어. 이게 우리 가문이 가진 모든 패다!”“우리 7대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밤새 복수를 하면 염구준과 관씨 가문은 무조건 죽어!”길가안이 옆에 서 있는 복면의 남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더러 논의해서 결정하라는 뜻이다.“우리 길씨 가문의 직계 자제가 적지는 않지만 무술을 연마한 자는 거의 없어.”길가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악을 썼다.“내 얼굴을 팔면 옛날의 호위들도 나를 도와줄 것이다. 총 4명의 최강 종사, 그리고 나는 반쪽 왕자다. 이게 우리 가문의 실력이다!”“우리 유씨 가문에도 3명의 최강 종사와 1명의 왕자 초기가 있다!”“손씨 가문에 왕자는 없지만 최강 종사는 6명이다!”“우리 이씨 가문은 막북철사방이랑 사이가 좋아서 그들의 종주와 장로가 우릴 도울 것이다. 그럼 총 1명의
“너무 놀라지는 마라. 본좌가 너희들 복수는 말리지 않는다. 다만...”“관원, 나와라!”관원?7대 가주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빠르게 눈길을 돌렸다.그림자가 바람처럼 빨리 움직였다!멀리 캄캄한 밀림 속에서 7대 가주와 똑같은 옷차림의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뛰어오르더니 사뿐히 복면의 남자 옆에 내려앉았다.그는 바로 관원이었다!“관원!”맞은편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유천봉이 잠시 놀라더니 갑자기 소리쳤다.“네가 감히 여기로 와? 우리 7대 가문은 당신이랑 원수야!”“가주님들, 우리 같이 힘을 합쳐 여기서 관원을 죽이는 거야!”우르르!6명의 가주는 잠시의 주저 도 없이 몸을 던졌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관원을 둘러쌌다. 칼을 든 사람도 있고 맨주먹을 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기력을 뿜어냈다. 그 위세는 장난이 아니었다.“우리 다 속은 거야.”관원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몸에 걸친 검정 두루마기를 찢어버렸다. 그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게 뭔지 봐봐!”씁...숨을 들이마시는 소리!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늦은 밤이지만 모두 무도 강자인 7명의 가주는 관원 등에 새겨진 흑풍 조직의 무늬를 똑똑히 봤다.적색 은행 나뭇잎 문신!“나도 자네들이랑 같아. 나도 이미 존주에게 항복했어. 그게 아니면 자네들이 그렇게 손쉽게 신주그룹 지분을 가져가게 놔뒀을 거 같아?”관원은 윗몸을 들어낸 채 7명의 가주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6대 가족이 당한 일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 나랑 염구준은 아무 사이가 아니다!”“염구준, 그는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아니다. 15년 전, 염씨 가문의 버려진 아이, 염진과 고유란이 낳은 아이라고!”뭐라고?7대 가문의 가주는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모두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15년 전, 염씨 가문은 북방의 패자였다. 옛 가주인 염창은 왕자 지상의 경지에 올랐었다. 조금만
“관원, 네가 한 말이 다 진실이냐? 하지만 염씨 가문에서 이미 여러 번 해명했었다. 염구준은 그들이랑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다만 이름이 같은 사람뿐이라고 했다!”용하국은 너무 큰 나라다!10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염구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100명은 안 되더라도 80명은 넘을 것이다. 그러니 이름이 같은 건 흔한 일이다. 게다가 염진이 한씨 가문의 딸과 결혼한 후 아이를 낳지 않았다. 그러니 염구준은 염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다!관원의 말이 맞다면 그들이 염구준을 공격하게되면 염진이 가만 있을 리가 없다!“내 딸, 관신주의 판단은 절대 틀리지 않아.”관원은 어두운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그 애가 염구준을 여러 번 봤었다. 이상한 건 어릴 때 남긴 상처가 없어졌고 생김새도 조금 달라졌다.”“그렇지만 여자애의 직감은 항상 아주 정확하다. 염구준이 인정하지는 않지만 나는 확신한다. 그는 무조건 염씨 가문의 버려진 아들, 고유란이 남긴 잡종이다!”염구준이 고유란의 아들이고 염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라니...그 소식은 마치 청천벽력 같았다. 7가주의 얼굴에서는 놀라움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일이 복잡해졌다!그들이 묵암산에 모인 건 힘을 합쳐 관씨 가문과 염구준을 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모두 염구준에게 속은 것이다. 관원은 같은 편 사람이다!그렇다면 염구준은 그들 모두의 적이다. 하지만 염구준과 적이 되면 염씨 가문에서 반드시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그렇다면 북방의 대소동이 일어날 것이다!가문 싸움이나 세력 분쟁 정도의 작은 싸움은 상관없다. 용하국에서도 이 정도의 일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커져 버려 지존 용주가 노하게 되면 7대 가족과 관씨 가문에 멸망의 재앙이 들이닥칠 것이다.“걱정하지 마라. 마음껏 염구준을 쳐도 된다. 염씨 가문에서 나설 일은 절대 없다.”그때, 복면의 남자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좌가 모두 준비해 두었다. 염씨 가문 사람은 절대 장원을
관씨 가문의 미래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박아.”지금 이 순간, 묵암산 상공의 한 개인 헬기안에 있는 관원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는데,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기억해. 오늘 밤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 오늘 밤 이후 염구준이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우리는 7대 가문과 함께 손씨 그룹을 나누고 그들의 청해시 기반 사업을 뿌리째 뽑아버릴거야!”관원은 이렇게 말하고는 팍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럼 아버지는 7대 가문과 손을 잡고 밤새 염구준을 습격할 것이란 말인가?“염구준, 우리가 어릴 적 사이가 좋긴 했으나 아버지가 너를 죽이려 한다면 넌 바로 죽어야 할 것이다!”관박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몇 마디 궁시렁 대더니 껄껄 웃으며 돌아서서 서재 입구로 걸어갔다.바로 그 순간.“오빠!”서재 문밖에는 한없이 처연하고 고운 모습의 그림자가 관박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다. “구준 오빠를 정말 죽일거예요? 믿을 수 없어요.”말을 마치자 얼굴의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뛰쳐나갔다.관신주!비틀거리는 여동생의 가냘픈 모습을 보고 관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탄식했다.염씨 가문에 소식을 전하러 간 것일까?존주는 염씨 가문한테는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약 한 시간 후, 북쪽, 염씨 가문.“염아저씨!”고색창연한 염씨 가문의 서재안, 관신주의 얼굴에 있던 눈물 자국은 이미 깨끗해져 있었고, 잠든 염진을 보며 연이어 간청했다. “제발 구준 오빠를 살려주세요. 제발요!”응?관신주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염진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회색 잠옷을 입은채 천천히 눈썹을 찌푸리며 가볍게 웃었다. “6대가족 일 때문이냐? 이미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너한테 이미 말하지 않았더냐. 청해시에 있는 염구준과 너의 ‘구준 오빠’는 이름만 같을 뿐이지, 나의 그 불효자 자식은 이미 죽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라.”그는 말을 마치고 손을 내저었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
노 집사 염옥정은 정자 밖에서 몸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목소리는 노쇠하고 느렸다. “관아가씨가 한 말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도련님께서 위험에 처해 있는게 맞습니다. 혹시 저의 도움이 필요하십니까?”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염진의 얼굴이 약간 파랗게 질린듯 했다. 이렇게 큰 일을 벌려 놓아 곧 재앙이 닥칠 것 같은데 당사자는 전화도 연결되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를 꺼놓은 것인지 비행 모드로 해놓은 것인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이번에 관원이 7대 가문과 손을 잡아서 그런지 아주 기세가 등등해 보이군.”염진은 휴대전화를 정자 아래 돌탁자에 툭 던졌다. 그러고는 어투가 매우 무겁게 말했다. “7대 가족이 전력을 다하면 총 여섯 명의 정진왕자와 스무 명의 종사지상, 그리고 관씨 가문 네 명의 종사호위와 그 농아 하인까지 내 놓을수 있다. 그러니 이 불효자는 도망치는 것 외에 절대 다른 길이 없을거야!”염옥정은 몸을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른 세력이라면 이렇게 강대한 진영에 대해 호랑이를 만난 것처럼 겁을 먹을지도 모르겠지만 염씨 가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오래동안 쌓아온 실력은 더없이 깊었다.특히 주모가 죽기 전에 남긴 그 물건...“그 물건을 절대 다치게 할 수 없어.”염진은 염옥정의 생각을 짐작하고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것은 유란이 세상에 남겨둔 유일한 유품이고 염씨 가문이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야. 그러니 내가 그 불효자를 위해 염씨 가문 전체를 희생시킬 수 없어.”말을 마치고 잠시 묵묵히 생각하다가 염옥정을 향해 가볍게 손을 저었다.“내가 직접 정북에 다녀와야겠군.”그는 멀리 정북시 방향을 바라보며 묵묵하게 탄식했다. “그 불효자도 결국은 내 친아들이니 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으나 구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그 순간,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느 한 소리로 인해 뚝 끊겨졌다. 염진이 막 일어나 정자를 떠나려고 할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문고
관씨 가문의 사당을 청소하는 그 농아 하인은 손에 들고 있던 낡아빠진 빗자루를 휘둘러 관원의 몸을 가볍게 가린 후 입을 벌리며 손가락으로 몇 가지 수화 동작을 그렸다.“잔백, 여기서 퇴로를 끊으라는 말입니까?”관원은 당연히 수화에 능통했기에 그 농아 하인에게 몇 가지 수화동작을 했다. 그러자 의 눈빛이 갑자기 매서워졌다. 수화동작을 보니 “내 손으로 직접 염구준을 죽겠습니다.”라는 뜻이였다.농아 노복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빗자루를 다시 흔들어 관원을 반보 물러나게 했다. 그러고는 곧 바로 늙고 쇠약한 체구가 아무런 무게도 없는 듯 산 아래로 가볍게 내려갔다.걸음걸이는 느린 듯했지만 속도는 무섭게 빨랐기에 순식간에 어둠속에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가 않았다.“이, 이게 대체 무슨 몸놀림입니까!”산꼭대기에 있던 모든 무도 강자들은 이 농아 노복이 사라진 방향을 보고 처음에는 은근히 놀랐는데 나중에는 미친 듯이 기뻐했다.이 노인이 무슨 연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실력은 이미 왕자지상 경계에 이른 것 같았고 무성경지에까지 닿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이런 강자가 나선다면 염구준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밤은 유난히 긴 것 같았다.캄캄한 어둠 속의 정북시는 비바람이 닥칠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 듯 했다. 밤늦게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사무실 빌딩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이미 퇴근한 사람들은 꿈속에 들어가 도시 전체가 평온했다.손씨 그룹 계열사 사장실 옆 대기실은 아늑하기 그지없었다.“가을아, 이거 좀 봐.”염구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얼굴이 빨개진 손가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오늘 밤의 성과야! 6대 가족을 모두 차압하고 신주그룹의 지분 60%를 가져왔거든. 네가 틀림없이 좋아할거라 생각해.”손가을은 얼굴이 달아올라 앉을 힘도 없이 수줍음이 가득차 보였다. 서로 떨어져 지낸지 꽤 되긴 했으나 그녀가 정북으로 온 지도 며칠이 지났는데 매일 그의 괴롭힘에 녹초가 되었다. 휴대전화의 전원도 끄고 방해받는것을
‘아버지를 찾는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우길은 바로 멍해졌다.‘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목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데리고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니야?’“왜, 싫어?”염구준은 상대방이 망설이는 걸 보자 한 발자국 걸어가 다시 때리려고 했다.우길 같은 쫄보들은 몇 대 맞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거래소에 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우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팔아넘기는 그는 정말 ‘효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고 신호를 주었다.이제는 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와 정식으로 붙게될 테니까 말이다.한편, 양마을의 가축 거래소에는 정수리에 탈모가 온 기름진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두꺼운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띄었다.어울려서가 아니라 개목걸이를 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이때, 늙은 집사가 우호의 앞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그러나 우호는 상대방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태연하게 손을 휘저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길이가 장난꾸러기인 걸 어쩌겠어. 그냥 놔둬.”사실, 우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은 전적으로 그가 우쭈쭈하면서 길러낸 결과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냐오냐하면서 기른 아이일 수록 제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러니 제 아들에게 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었다.집사는 물러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번에 도련님이 건드린 외부인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흥, 됐어. 양마을에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놈이 어디있겠어?”그러나 우호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와인도 홀짝였다.그는 겉으로는 가축
“괜찮아.”염구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 잠시만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요.”이에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아섰다.“하하, 다치지 않았으니까 보상금은 필요 없어.”사타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아량 넓게 말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염구준의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서였다.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년은 오히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헤헤, 안 다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제 소를 죽인 건 배상해줘야죠?”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짜 뻔뻔한 족속이었다. 소가 날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정작 죽으니까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디있나?더 황당한 건, 방금 전에 미친 소 때문에 다친 사람들 모두 지금 감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젊은 청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보아 그의 신분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면 되는데? 금액을 말해.”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2천만원이요! 그렇게 비싸진 않죠?”청년은 교활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면서 금액을 불렀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신의 간계가 먹힌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악행에 이미 불만이 쌓인 시장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양반 또 돈 뜯어내려고 하네. 돈 다 썼나 봐.”“그러니까. 그냥 돈 뜯어내는 거면 모르겠는데, 일부러 미친 소를 풀어놓고 돈 뜯는 건 너무하잖아.”“목소리 낮춰. 우길이 저 녀석, 순하게만 생겼지, 하나도 안 착하니까.”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돈 주고 가자.”이에 사타가 돈을 건넸으나 청년은 돈을 받지 않고 되려 태연하게 값을 올렸다.“아, 제가 잘못 말했어요. 1억 주셔야 할 것 같은데.”염구준이 돈을 쉽게 주는 걸 보고는 그가 돈이 많은 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저 둘은 뭐야?”검문하러 온 사람들은 빠르게 확인을 마치고는, 염구준과 기절해 있는 제이든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이들은 사냥감입니다. 저희가 압송해서 넘기려던 중이었어요.”이 말에 사타가 웃으며 다가가서 담배를 건넸다.팍.하지만 평범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의 담배를 단숨에 쳐내며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이런 짓 하지마. 규칙은 규칙이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사냥감은 반드시 기절 상태여야 해.”그들이 이토록 거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뒤에 있는 게 만능 전당포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강한 세력을 믿고 설치는 자들이었다.만약 여기가 바깥세상이었다면, 사타는 벌써 그를 없애버렸을 것이다.“이거...”사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좀 편의를 봐주시죠. 기절시키나 안 시키나 같으니까요. 전 도망칠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넉넉한 돈뭉치를 건넸다.상대방은 받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해버렸다.“대단한데? 넌 내가 본 사냥감들 중에서 제일 건방진 놈이야. 숨만 붙여놔.”그는 인정은 없고 돈만 보는 자였다. 태도가 바로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손을 대려고 하자, 사타 일행은 염구준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속으로 이 무례한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쾅!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의 한 방에 상대방은 전부 뒤로 날아간 다음 그대로 기절했다.“좋게 말하면 들을 것이지, 꼭 움직이게 만든다니까. 바보 아니야?”이럴 땐 역시 무력만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그 후, 그는 사타 등에게 사람들을 전부 묶어놓은 후, 입을 막아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양마을 안으로 진입했다.가축 시장을 지나갈 때, 주위에서 썩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서 정말로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이 거래되고 있어서였다.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목민으로, 전부 일
이미 상대방을 속이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야 했기에 제이든은 여전히 포획된 만능 전당포의 타겟 역할을 맡아야 했다.한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서서 염구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지금 현재 자신의 목숨이 염구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멋대로 행동할 담이 없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염구준은 음양쌍살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예! 그곳은 길이 험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남자는 즉시 길을 안내하며 말을 덧붙였다.결국, 음양쌍살, 사타, 사타의 부하들과 함께 염구준은 양마을의 가축 시장으로 향했다.‘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가 가축 시장에 숨어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조심스럽긴.’염구준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가축 시장으로 가는 동안,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염구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했고, 다른 이들은 괜히 입을 놀렸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그들도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 칠 수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염구준 앞에서는 용이든 호랑이든 모두 굽히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시간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넌 끝에 그들은 마침내 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시장을 볼 수 있었다.드디어 양마을에 도착한 것이다.멀리서 보기엔 평범한 장터처럼 보였는데, 이건 그만큼 완벽하게 존재를 잘 숨겼다는 걸 설명했다.이때, 음양쌍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염 선생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그들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이든, 만능 전당포든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반면 눈치가 빠른 사타는 말을 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했다.남자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럼 걸어서 양마을까지 갈지, 아니면 뒹굴어서 이 산을 내려갈지 선택해.”그의 말뜻은 명확했다. 양마을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죽음
반면, 사타는 침을 꿀꺽 삼켰다.이곳은 청해시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그는 염구준을 잘 알고있었다. 더군다나 강호인으로서 소봉산 전투를 직접 목격했기에 그는 상대방을 더욱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낮에 납치나 하는 주제에 당당하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염구준은 화를 내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비꼬았다.“흥! 내 돈줄을 빼앗으려 하다니, 네놈부터 죽여주마!”남자는 포효하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이 모습에 사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전신경 따위가 감히 염구준에게 덤벼드니까 말이다.쾅!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달려들자마자 다시 뒤로 튕겨져 바닥에 처박힌 채 피를 토했다.단 한 방도 버티지 못한 거다.“반보천인이었어?”이 광경을 본 여자는 얼굴이 새파래진채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염 선생님, 전 사타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러나 그녀와는 달리 사타는 눈치 빠르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너희 모두 만능 전당포 소속이야?”염구준은 그의 아부를 신경도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저희는 고급 사냥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당포의 정식 멤버는 아닙니다. 그저 돈을 받고 일하는 처지일 뿐이죠.”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한 사타는 재빨리 만능 전당포와 선을 그었으나 그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어 표정이 심각해졌다.“그렇다면, 네놈들이 잡은 이 타겟은 어디로 넘길 참이었지?”사타는 빙긋 웃으며, 시선을 음양쌍살에게 돌렸다.“그건 제 임무가 아니라서 저도 모릅니다. 돈이 된다기에 저도 방금 전에 물어보고 있었어요.”음양쌍살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반보천인의 눈빛에 식은땀을 흘렸다. “말해. 반항은 쓸모 없으니 할 생각 하지 말고.”염구준은 손을 뻗어 땅에 깊은 구멍을 내며 말했다. “양마을의 가축 거래 시장입니다!”이를 본 음양쌍살의 남성은 망설임없이 거래 장소를 얘기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반항해도 쓸모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염구준은
만능 전당포의 두 사자는 삼도 일행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한번 더 신중하게 살핀 후에야 제이든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이 옷들을 입혀.”남자가 몇 벌의 옷을 꺼내 바닥에 던지면서 말했다. “또 나야? 맨날 나만 이런 허드렛일 한다니까.”여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댔다.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소한 갈등들이 많기 쉽상이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달래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말했다.“이건 복덩이야. 상부에 넘기기만 하면 최소 천억은 챙길 수 있다고.”이번 거래로 그들은 순수하게 600억을 벌 수 있었다.“알겠어, 바로 갈아입힐게!”이 말을 들은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난 듯 움직였다.돈의 힘이란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여자는 얼마 걸리지 않아 의식이 없는 제이든의 옷을 다 갈아입혔고, 두 사람은 그렇게 제이든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조심스럽긴한데 방법이 틀렸어.”염구준이 동굴 밖에 나와 밖이 어두운 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따라가기 시작했다.그들이 방금 전에 옷을 갈아입힌 이유는 제이든이 원래 입고있던 옷에 추적 장치나 도청기가 있을까 봐여서였다.그들이 괜한 걱정을 한 건 아니었다. 염구준이 확실히 제이든에게 추적 장치를 숨겨놨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옷에 숨겨놓지 않고 캡슐에 넣은 다음 제이든이 섭취하도록 했다.추적 장치 덕분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염구준은 더이상 그들을 놓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동했고, 염구준 역시 멈추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라 30분 남짓을 거쳐 청해시의 지계를 벗어났다.두 사람은 이동중에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추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곤 했으나 염구준이 몇 킬로미터 떨어져 따라가기도 했고, 거의 진기를 쓰지 않았기도 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해가 뜨기 직전에 두 사람은 걸음을 늦추고 한 모래 벌판에 들어섰다.‘혹시 여기가 만능 전당포 본거지인가?’염구준은 확신이 서지 않아 장애물
염구준은 그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웃으면서 물었다.그의 새계획에 눈앞의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강호에선 저를 삼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저를 삼이거나 도라고 부르시면 돼요.”삼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아무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삼도야, 내가 지금 네 도움이 좀 필요해.”“일이 끝나면 돈을 넉넉히 챙겨 줄 테니까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자.”염구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는데,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져 진짜로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이 말을 들은 삼도는 마치 폭풍이 지난 후 무지개를 보는 듯한,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곧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았다.“염 선생님... 반보천인들의 싸움에 제가 감히 어떻게 끼어들겠습니까?”삼도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다는 거야?”그의 대답에 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되물으며 기운을 다시 내뿜었다.이에 삼도는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염 선생님께서 하시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희 남산사괴가 의리 하나는 알아주거든요.”“그래. 그럼 지금 타겟을 이미 포획했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연락해.”염구준은 이미 마음속으로 대충 전략을 세운 상태였다.‘지금 당장 못 찾는다면 직접 오게하면 되지.’삼도는 염구준의 지시에 따라 즉시 연락을 취했고, 곧 답장이 왔다.[오늘 밤 자정, 소봉산에서 거래. 늦지 않길 바람.]염구준은 답장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좋아, 가서 기다리자.”“네!”삼도는 대답을 하며 그의 뒤를 따랐으나 속으로는 재수 없다며 한바탕 욕을 했다.사실 제이든과 염구준이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그는 멀리하려고 했었다.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 잠깐 망설인 게 화근이 돼서 지금 도망도 못 치잖아.’소봉산은 여전히 음산하고 황량해 모험을 즐기는 이들도 기피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흉지일지 몰라도, 염구준에게 있어서 이곳은 길지였다.이곳에서는 그가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사실 전 어제 장필립을 말렸었습니다. 그 놈이 제 말을 듣지 않고 간 거예요. 그러니 이 일은 저희랑 아무 상관 없습니다.”무리의 우두머리가 연신 빌면서 엮이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염구준이 정말로 화가 나면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게 뻔하니까 말이다.“장필립은 이미 죽었어. 그리고 일어나서 말해.”그의 말을 듣고난 뒤,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장필립이 같은 목표를 가진 다른 조직이라는 걸 눈치채서였다.‘이쪽이 그나마 이성적인 건 다행이지만.’“저... 그냥 무릎 꿇고 있겠습니다. 다리가 너무 떨려서 못 일어나겠어요.”우두머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딱 한 가지만 물을게. 누가 너희를 보냈지?”염구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어보는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풀어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그건...”이 말을 듣고난 후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할지 말지를 망설였다.쾅!그러나 염구준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기운을 더욱 강하게 풀어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람들을 짓눌렀다.“염 선생님, 말할 테니 제발 멈춰주세요!”이에 우두머리가 겁에 질려 외쳤다. 그는 지금 뭘 더 숨길 마음이 없었다. 더 이상 말을 안 하면 죽을 게 뻔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 난 인내심이 많지 않으니까. 아, 그리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장필립도 도망가려다 죽었거든.”염구준은 사람들에게 경고하며 그들에게서 쓸모있는 정보를 들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아...”우두머리는 한숨을 쉰 뒤, 업계의 도덕성 문제를 뒤로 하고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다. “저희는 만능 전당포에서 임무를 받았습니다.”“임무 내용은 제이든을 반드시 생포해서 데리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현상금으로는 600억을 내걸었고요.”‘만능 전당포?’염구준은 생소한 이름에 흥미를 느꼈다.‘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조직인데, 어디서 굴러온 놈들이지?’그는 고개를 돌려 제이든을 쳐다보았
“그걸 어떻게 알아요?”제이든이 궁금해서 물었다.“거기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염구준은 설명하지 않았다.대답하면 또 새로운 질문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 뻔했다.차는 질주하여 바로 부두에 도착했다.거기서 일군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차에서 내리더니 제이든을 데리고 이동 만두 포차에 갔다.아침에 밥을 먹고 왔는데 여기는 왜 왔는지 제이든은 이해되지 않았다.“사장님, 장사 잘 되네요.”염구준은 만두는 사지 않고 먼저 말을 건넸다.“작은 장사라 많이 벌지 못해요. 대표님 덕에 먹고 살 수 있어요.”사장님은 염구준을 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마중 나왔다.딱 봐도 손이 큰 손님이 온 것을 눈치챘다.염구준이 봉투를 건네며 나지막하게 물었다.“하룻밤을 지켜봤는데 뭐라도 나왔어요?”사장님은 웃으면서 봉투를 받고는 안에 얼마 들어있는지 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저놈들의 활동 기록입니다. 30분 전에 목표 인물 한 명이 저한테서 만두 한 박스를 사갔어요.”염구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고생하셨어요.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서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가 직접 나서야 했다.그 모습을 본 제이든은 입을 떡 벌였다.“삼촌의 정보통이 만두 가게 사장이었네요.”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네가 정보통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사장님이 신분을 잘 감췄다는 걸 설명해.”청해에서 그의 정보통은 수없이도 많았다.대부분 각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파트타임으로 정보를 제공했다.“하긴 그렇네요.”제이든은 머리를 긁적거렸다.두 사람은 일군들의 거처로 향해 갔다.거처는 이동식 마루방이었다.염구준은 정보에 따라 곧바로 목표를 찾았다.상대방 숙소 앞에 도착한 그는 제이든에게 말했다.“넌 멀리 떨어져 있어. 아니면 다쳐.”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대방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끼익!제이든이 멀리 가자 염구준이 문을 슬며시 밀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