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뭐지?당유는 잠시 얼떨떨해하다 바로 UBS를 조수석에 앉아 있는 손가을에게 건네며 떠보듯이 물었다.“두 분, 잠시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좋은 차도 있고, 해외에서 구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염구준은 당유의 얼굴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민상현과 그 뒤에 무릎을 꿇은 경호원 2명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차창은 다시 자동으로 닫혔다. 염구준은 페달을 밟고 포르쉐를 몰고 떠났다.자료도 손에 넣었는데 이런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시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어...”당유는 빠르게 달려가는 포르쉐를 보며 한참동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멍해 있다 다시 정신을 차렸다. 민상현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당유는 얼굴빛이 조금 좋아졌다.“아가씨?”민상현은 당유의 팔을 부축한 채 포르쉐가 떠나가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염... 염구준 이게 무슨 뜻입니까? USB를 가져갔으니 이제 우리 무사하는 겁니까?”당유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낮게 쓴웃음을 지었다.그렇지!당씨 종족에서도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 보니, 염구준의 지위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게 분명하다. 그렇게 높은 분이 어찌 개미 같은 그들을 탓하겠는가?아무리 북방 당씨 가문의 아가씨라고 해도 염구준의 눈에는 보잘것없는 사람일 것이다!“자료를 받았으니 바로 신제품을 개발하겠죠?”민상현이 당유의 눈치를 살폈다. 북방의 정세를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관씨 가문에서 우리가 자료를 손씨 그룹에게 넘겼다는 걸 알게 되면 아마...”당유가 소리 없이 고개를 저었다.관씨 가문도 무섭지만 그들의 목표는 절대 당씨 가문이 아니라 손씨 그룹이다!세상에는 절대적인 비밀이 없다. 염구준과 손가을의 움직임을 관씨 가문에서도 무조건 눈치챘을 것이다. 그들이 벌써 수를 썼을 수도 있다.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북방, 관씨 가문, 신주그룹.관씨 가문과 손씨 그룹의 전쟁이 전면적으로 시작된 후, 관
유홍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이 좋은 기회에 그들은 충분히 손씨 그룹에 바가지를 씌우고 심지어 원자재를 얻을 방법을 없애 속수무책하게 만들 수 있다!하지만 하 부장은 염구준과 손가을을 도와주라고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관씨 가문의 적이다!“자네, 지금 나의 결정을 의심하는 것인가?”하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유홍을 바라봤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다른 건 걱정할 필요 없어!”유홍은 머리가 움찔해지더니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바로 뒤돌아 사무실을 떠나며 문을 받았다.“멍청한 자식!”문이 닫히자 하웅은 손에 쥐어진 안경 닦은 티슈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코웃음을 지었다.손씨 그룹이 그렇게도 무서워?존주의 눈에는 관씨 가문이든 신주그룹이든, 손씨 그룹도 마찬가지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무기일 뿐이다. 존주는 지금 천천히 판을 깔고 있다!30년 전에도 그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이제 곧 판이 바뀔 것이다!”하웅은 입꼬리를 치켜든 채 중얼거렸다. 그는 뒷덜미를 만지작거렸고 입가의 기괴한 웃음은 점점 짙어졌다.뒷덜미 옷깃에 가려진 곳 아래 핏빛의 “단풍” 모양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손씨 그룹은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다.신제품 개발에 전념했고 북방의 원자재도 예상보다 싼 값에 얻을 수 있어 비용을 많이 절약했다. 모든 게 너무 순조로웠다!여론 조사와 빅데이터 근거가 있어 손가을은 이번 신제품의 성공에 자신이 넘쳤다. 신제품에 특수한 한약 성분이 첨가되어 양생 효과가 뛰어났지만 가격은 해외브랜드의 절반에 불과했다.더욱 귀한 것은 이번 신제품이 북방 기후에 아주 적합하다는 것이다. 손가을이 직접 사용한 후에도 효과가 너무 좋아 많이 놀랐다. 해외 브랜드도 이렇게까지 잘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신제품은 무조건 히트상품이 될 것이다!시간이 지나 신제품 홍보도 어느 정도 완료되었고 정식 런칭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
“정 독수님!”여러 번 거절을 당하고 이번에도 3시간을 기다려서야 사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지봉은 이미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웃으며 말했다.“손씨 그룹 북방의 책임자 전지봉이라고 합니다. 허가...”정유평은 손가락을 치켜들어 전지봉을 향해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쉿” 소리를 냈다.뜻은 분명했다. 전지봉더러 입을 닥치라는 것이다!“너...”전지봉은 성질을 누르고 하려던 말을 삼켰다. 반 시간이 지나서야 정유평이 붓을 내려놨다.전지봉은 그제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 독수님, 우리 손씨 그룹의 자질은 모두 요구에 부합됩니다. 왜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까?”정유평은 이마를 찌푸리고 다시 붓을 잡았다. 글 연습을 더 하려는 것이다.“정 독수님!”전지봉이 더는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우며 허가를 안 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손씨 그룹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제가 이 일로 성주님을 찾아가 민원이라도 넣어야겠습니까?”전지봉은 마음이 급했다.신제품 시장 홍보도 거의 끝났고 효과도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배송이 계속 늦어지면 바로 인기를 잃을 것이다. 그러면 판매가 시작돼도 매출과 평판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정북시에서는 계속 투자도 받고 심지어 성주님이 직접 나서서 손씨 그룹에게 이로운 혜택정책도 주었다. 제품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서 이제 남은 건 통관 허가뿐이다. 정유평이 사인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정유평,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무슨 일이든 순서가 중요한 법이다.”정유평이 붓을 들고 화가 난 얼굴로 전지봉을 노려봤다. 그리고 조롱하듯 웃으며 말했다.“내가 처리해야 할 서류가 10개도 넘어. 너희 손씨 그룹 서류를 보기까지는 적어도 3일은 걸려!”“더 빨리 허가를 받고 싶으면 이윤의 30%을 내놔. 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바로 허가를 줄 수도 있어!”“민원은... 넣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 성주댁의 업무 절차대로면 민원을 받고, 증거를 수
그는 방금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하고 자책의 얼굴로 말했다.“제가 일 처리가 서툴러요. 벌을 내려주세요!”그 시각.염구준은 방금 진북 지사에 도착했다. 정북시와는 200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다. 그는 스피커를 통해 전해진 소식을 듣더니 가볍게 물었다.“그 사람, 정유평이라고 했나? 정북시 시장 독수?”전지봉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의 두 눈은 벌게졌다.“이미 4번을 찾아갔지만 3번은 거절당했고 이번에는...”“알겠다.” 염구준은 핸들을 돌려 빨르게 정북시를 향해 달려갔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먼저 지사로 돌아가라.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한 시간 반이 지났다.사무실에 있는 정유평은 붓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글씨 연습을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고급 벽시계를 보더니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퇴근 시간이다!정북시 시장 독수가 된 후 그는 여유롭고 풍족한 삶을 누렸다. 한가롭게 꽃을 기르고 붓글씨 연습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북방의 6명문이 뒤를 봐주고 있고 성주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게다가 직무가 높지는 않지만 실궐을 손에 쥐고 있어 여기저기서 돈을 많이 받았다.이번 손씨 그룹의 신제품 출시도 6명문의 지시를 받아서 시간을 끌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에서 인기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 “아쉽구나, 참 아쉬워!”정유평은 붓을 내려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30% 이윤, 그건 다 핑계일 뿐이다. 손씨 그룹에서 내가 달라는 이윤을 준다고 해도 난 절대 허가를 주지 않을 거다!”“손씨 그룹의 적이 관씨 가문뿐이겠어? 틀렸어! 북방에 명문이 수두룩한데다 6대 명문은 하나의 이익 공동체다. 손씨 그룹의 신제품 출시는 너무 많은 사람을 건드렸어...”펑!큰 소리가 울렸다.정유평의 혼잣말이 끝나기 전, 누군가가 사무실의 문을 걷어찼다. 복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여기저기 20명이 넘는 사람이 쓰러져있었다. 문 앞에 한 젊은이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는 손
도리도 따지지 않고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주먹을 휘두르며 폭력적으로 도장을 찍으라고 하다니? 이건 미친 것도, 용맹한 것도, 난폭한 것도 아니다. 이건 그냥 폭군이다!어떻게 이렇게 난폭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성주님도 눈에 넣지 않을 수 있어?“자네 지금 시간 낭비하고 있는거야.”1초 후, 정유평이 움직이기도 전, 염구준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책상 위에 놓인 벼루를 잡아 던졌다. “펑” 정유평의 머리는 벼루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었다.“1초 지날 때마다 내가 널 칠 거다. 네 머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자꾸나!”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자고?날아온 벼루에 한 번 맞았을 뿐인데 정유평의 머리는 이미 피부가 찢기고 살이 터졌다. 정유평은 눈앞이 깜깜해졌고 머리뼈는 이미 부서질 것 같았다.“찍을게, 당장 도장 찍을게.”그는 두 손으로 책상을 붙잡고 섰다. 두 다리는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였다. 정유평은 더 이상 행운을 바라지 않았다.염구준... 그는 사람이 아니다!그는 마귀고, 폭군이며 도리를 따지지 않는 억지스러운 인물에 법을 업신여기는 무법자다! 살아남아야 훗날이 있는 법이다. 사내대장부는 눈앞의 손해는 피한다. 그러니 허가에 도장은 반드시 찍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죽는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말을 듣지.”염구준은 코웃음을 지으며 손에 쥐어진 벼루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정유평의 머리를 놓아주고 차갑게 말했다. “1분 줄게. 더는 기다리게 하지 말게!”정유평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는 머리에 난 상처를 감싸쥐고 비틀거리며 책상 뒤로 가 떨리는 손으로 금고에서 인장을 꺼냈다.인주를 찍고, 도장을 찍은 후 사인까지 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 모든 수속을 마쳤다!“아니다!”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허가 문서 마지막에 있는 서명을 살피더니 물었다.“통관 6부, 당신은 그중 한 사람일 뿐이다. 나머지 5명은 누구냐?”정유평은 몸이 굳어지더니 한참 머뭇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
“손씨 그룹의 신제품이 곧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촉박해. 난 3일 정도만 더 미뤄두면 될 줄 알았는데 염구준이 이렇게 거치게 나올 줄은 몰랐지. 1초의 시간도 주지 않네!”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차차 노여움을 가라앉혔다.정유평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염구준은 너무 난폭하고 잔인했고 직설적이었다. 그는 화려한 수를 쓰는 대신 가장 간단하고 직설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굴복하게 했다.서명하지 않고 인장을 찍지 않는다고?그럼 목숨을 잃는다!“반드시 되찾아야 해!”시간이 얼마 지났는지 몰랐다. 그때 누군가 한을 품은 말투로 말했다.“조용히 처리해야 해.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아. 우리 반드시 허가 문서를 되찾아야 해. 반드시 손씨 그룹의 신제품 출시를 막아야 한다!”허가 문서를 되찾는다고?정유평은 눈빛이 반짝해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지하?”지하, 당연했다, 바로 지하다!손씨 그룹의 자질은 모두 요구에 부합했다. 악의적으로 허가를 막았으니 성주님에게 보고할 수는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지하 세력을 동원하는 것이다.6대 명문의 정북시에서의 세력은 지하의 여러 유명 인사들보다 컸다. 그들이 사람을 모으면 염구준 정도는 쉽게 제칠 수 있다.아무리 무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는 한 사람이고, 손씨 그룹 진북지사의 직원을 다 합쳐도 고작 20명 남짓했다. 그 정도는 완전히 무시할 수 있다!“정북시, 진북시와 220km 떨어져 있어.”정유평은 머리에 상처를 감싼 채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형제들, 더 늦지 않게 움직입시다. 우리 모두 적어도 인당 승용차 3대의 인원을 모아서 고속도로 입구에서 만납시다. 사람은 많을수록 좋습니다.”“바로 진북시로 쳐들어가 허가 문서를 뺏고 염구준을 죽입시다!”우르르!5명의 책임자는 바로 출발했다. 살벌한 분위기였다.염구준을 향해 복수하고 구겨진 체면을 되찾자!...그때.진북시, 손씨 그룹 지사, 염구준은 마치 사소한 일을 했다는 듯 담담하게 허가 문서를 들고
누가 먼저 입을 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무실 직원들 모두가 호응하며 흥분된 마음으로 소리쳤다.“염 부장!”전지봉은 바로 염구준 곁으로 다가가 허가 문서를 바라봤다. 그는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북방 5대 관문 중에 아직 손에 넣지 못한 건 남주와 북릉뿐입니다, 이제...”뭐지?염구준은 웃음 가득한 얼굴을 감췄다. 그는 귀가 살짝 움직이더니 손을 들어 전지봉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는 바로 사무실 창가로 다가가 조용히 밖의 분주한 거리를 바라봤다!전지봉은 염구준 곁에 서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염 부장, 이상한 게 없는데 뭘 보세요?”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사무실의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그는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전지봉은 그냥 보통 사람이다. 그가 이상한 걸 눈치챌 수 없었다.방금, 20여 대의 승용차가 빠르게 다가왔다. 차 한 대에 적어도 6명의 무인이 타고 있었다. 실력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내진을 갖춘 사람들이다.기사를 포함하면 모두 130명이 넘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명확했다. 바로 염구준이 있는 이 곳, 지사 빌딩이다.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정북시에서 밤새 달려온 것이다!쾅, 쾅, 쾅!지사 빌딩과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한적한 골목, 정북시에서 달려온 승용차 20여 대가 멈췄다. 100명이 넘는 건장한 만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손에 쇠 파이프, 탈, 비수를 쥐고 있었다...모두 살기가 넘쳤고 분위기가 살벌했다!“거기가 손씨 그룹 지사다!”“들어가면 아무 말 하지 말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잡아!”“유평 형님이 말씀 하셨다. 반드시 허가 문서를 돌려받아야 한다. 절대 손씨 그룹 제품이 북방에 흘러 들어가게 할 수 없어!”“가자!”사람들은 거침없이 골목을 빠져나가 손씨 그룹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거리에 설치되어있는 CCTV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난장판이었다!마침
그 건장한 우두머리는 완전히 노하여 손에 든 칼을 휘두르고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형제들, 당장 덤벼. 부술 수 있는 건 다 부수고,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다 잡아! 그리고 허가 문서를 반드시 찾아내!”우르르!그의 뒤에 있던 사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모두 손에 무기를 들고 지사 직원들을 향해 달려갔다.바로 그때...“누가 감히 여기서 호들갑이야?”갑자기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안내 데스크 뒤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캐주얼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계단을 내려와 로비로 걸어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내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눈빛은 냉철했다!그의 눈길이 스쳐 지나가는 곳은 마치 얼음구덩이처럼 한기가 맴돌았다. 건장한 우두머리도 참지 못하고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그가 바로 염구준이다!“그 녀석, 바로 그 녀석이다!” “유평 형님이 잡으라고 한 사람이 바로 그 사람, 염구준이다!”“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잠깐 가슴이 두근거리던 우두머리는 바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손에 든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우린 사람이 100명도 넘어. 그 사람은 혼자인데 무서울 게 뭐야?”“설사 강철로 만든 몸이라고 해도 우리가 고철로 만들어 버릴 거야!” “덤벼!”130명이 넘는 우람하고 건장한 사내들이 동시에 돌격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장면인가?지사 로비가 넓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 많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다.게다가 지사 직원, 안내원, 청소부... 사람이 200명은 넘었다.그리고 분명하게 편이 갈렸다!로비 입구에 서있는 사내들은 모두 무기를 들었다. 단검은 무서운 빛이 번쩍였고 쇠 파이프는 범상치 않았으며 칼은 살기가 넘쳤다.그리고 그들의 맞은편, 직원들은 모두 고개 숙여 자기가 할 일에 몰두했고 눈앞의 아찔한 상황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음이 든든했다!그들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손씨 그룹 대표 손가을의 남편, 경호원 부장 염구준이다. 그는 모든 사람을 뛰어넘는 무도 강자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