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화정화란 자연계의 보물로서 대량의 미네랄과 미량원소가 함유되어 천연 약재로 불렸다.고온만 잘 견디고 한동안 몸을 담그면 외상을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평범한 무술인들은 경외해도 어느 정도 몸을 단련한 염구준에게는 큰 보약이나 다름없었다.“리아성전 주변에 지수화정화가 많아요. 그래서 역대 전주들은 특수한 치료 방식을 장악하고는 이것으로 몸을 단련했어요.”에빈의 설명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라누엘이 극한 육체에 접근한 것과 헤로드의 극한 육체는 모두 지수화정화에 몸을 담근 덕분이었다.“알려줘서 감사합니다. 먼저 치료할게요.”염구준은 공손히 인사를 건네고 그녀를 돌려보냈다.상황이 급변했으니 최대한 빨리 몸을 최복하고 위로 올라가야 했다.이젠 리아성전과 철전지원수가 되었으니 언젠가 헤로드와 결판을 내릴 것이다.에빈이 떠난 후, 염구준은 모든 옷을 벗고 지수화정화에 들어갔다.“스읍!”들어가자마자 숨을 들이마시며 따끔한 통증에 빠르게 적응했다.방금 전에 여러 명의 협공을 당했으니 치료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했다.그는 뼈속까지 스며드는 고통을 견디며 수련 상태로 들어가 지수화정화의 약효로 다친 몸을 회복했다.이 물건은 정말 신기했다.염구준의 인도에 따라 모공을 통해 몸으로 들어오더니 죽은 세포들을 전부 되살리는 것이었다.치료 속도도 평소보다 몇 배는 빨라진 것 같았다.그러나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었다.지수화정화는 좋은 물건이지만 그 속에 함유된 화독까지 뼈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일단 독이 골수까지 들어가면 평생 고질병으로 남아 제거할 수 없게 된다.“일단 시도해보자.”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옅은 황금색 기운으로 장벽을 만들어 화독을 막았다.아까보다 치료 속도가 늦지만 보다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자 염구준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치료에만 전념했다.동굴 안이 평화로운 반면 밖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이 절벽에 떨어졌다는 소식이 일부 은세가문의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전 세계가
“당연히 저놈들에게 복수해야지!”청룡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바로 통신 채널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명령이다! 리아성전에서 반경 10마일 이내를 목표로 전략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탄공을 열어서 발사한다!”싸움은 끝났지만 전신전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리아성전을 불바다로 만들면 전신 경지 아래 무술인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스스슥!“멈춰!”그때 멀리서 호통소리가 들리더니 수백 명 되는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났다.헤로드가 실력이 강한 무술인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청룡 일행은 바로 경계하면서 전신전의 부하들과 함께 헤로드 일행을 포위했다.그래도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하겠지만 말이다.극한 반보천인의 육체는 워낙 강해서 가만히 서서 공격을 당해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쌍방이 대치할 때 청룡은 국주의 명을 받고 격분했다.“구준이 죽으면 안 된다. 반드시 용하로 데리고 와. 내가 모든 무기의 사용 권한을 해제했어. 명심해. 구준은 평생 용하를 위해 싸워왔으니 이젠 용하가 도와줄 차례야!”“알겠습니다.”청룡은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으며 대답하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한참 흐느끼던 그가 뭔가 결심하듯 눈에 힘을 주었다.“비키세요! 우린 들어가서 주상을 찾을 겁니다. 계속 막는다면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쳐들어갈 거예요.”“어디 감히!”헤로드가 버럭 화를 냈지만 청룡을 자극하지 못했다.쌍방은 서로 양보하지 않으며 또 대치 상황에 처했다.한편, 성조국의 국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군사들을 이끌고 전쟁터로 향하고 있었다.이번 싸움은 변수가 너무 많아 이미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비키세요!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습니다!”명령을 받은 청룡은 강적 앞에서 겁먹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국주가 이미 대단한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가했으니 협상할 명분이 생겼다.“네가 만약 무기를 사용한다면 난 성조국의 모든 무술인과 손을 잡아 너희들을 몰살할 거다!”헤로드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입으로만 협박했다.
“저희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주상만 찾으면 바로 떠날 겁니다.”청룡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에 대해 조금도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체면이 구겨진 성조국의 국주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내가 제안을 할게요. 다섯 번 대결하여 용하가 진다면 여기서 물러나고 이기면 마음대로 수색해도 됩니다. 워낙 상황이 촉박해서 이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네요.”“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지금 청룡은 성조국 전체를 상대해야 해서 압력이 배로 늘어났지만 공평한 제안이니 거절하지 않았다.만약 실력이 부족해서 패배하게 된다면 미련 없이 돌아설 것이다.“너희들이 불만을 품을까 봐 난 마지막에 나서겠다.”헤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이번 대결에서 자신을 위협할 상대가 없으니 용하는 반드시 패배할 거라 단정했다.그래도 앞에 네 번의 경기에서 세 번은 이겨야 하니 양측에서 적극적이고 실력이 가장 높은 다섯 명을 뽑았다.“첫 번째 대결은 내가 하겠습니다.”맨 먼저 공무적이 나서면서 성조국의 무술인들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둘러보았다.그는 반보천인 고수이자 극한 육신을 추구하는 길에서 먼 길을 걸어왔었다.헤로드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대결에서 아무도 그를 제압할 무술인이 없었다.“기권합니다.”성조국 측에서 명쾌하게 대답했다.이어서 용하는 연달아 2번 지고 사기가 바닥을 쳤다.네 번째 대결에서 청룡이 나섰는데 중상을 입었어도 간신히 승리했다.마지막 승부는 다섯 번째 대결에 있었다.그런데 용하 측은 벌써 절망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하하. 내 차례야. 누가 나와 겨룰 거야?”헤로드가 앞으로 한 발짝씩 내딛으며 용하 무술인들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들 중에는 적수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용하 측의 반보천인 고수들은 참 난감했다.앞에 나서서 얻어맞는 건 괜찮았지만 패배하는 싸움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누구도 나서지 않자 헤로드가 큰소리로 웃으면서 용하의 무술인들을 비난했다.“흥, 뭘 꾸물거려? 용하는 무술의 고향이라 자칭
염구준도 그렇게 생각했다.싸우고 나서 또 시비도리를 따지거나 귀찮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성조국의 국주가 다시 설득하려고 입을 벌였지만 ‘목숨을 내놓을 각오’라는 말과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말을 삼켜버렸다.생사를 건 일대일 싸움에서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만 같았다.두 고수가 기싸움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싸움에 휘말릴까 봐 멀리 피했다.“어제 이어서 오늘 결판을 냅시다.”염구준은 말하는 즉시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뭐야. 완전히 회복된 거야?’헤로드는 몹시 의아했지만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다.그는 염구준에게 구자검을 꺼내 보였다.“어제 네가 검을 버리고 도망쳤으니, 오늘은 내가 이 검으로 너의 숨통을 끊어줄게.”노인은 말끝마다 큰소리를 쳤다.본래 싸움이란 주먹으로 승패를 가리는 것이기에 염구준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쿵!그의 주변에 기운이 흐르더니 황금색 화염이 감돌았다.초절정 상태의 염구준은 정말 강했다.헤로드는 신중하게 검을 들더니 일련의 어색한 검법을 펼쳤다.그런데 염구준이 교묘하게 피하는 바람에 번마다 허공을 자르고 말았다.염구준은 재빨리 다가가 손끝의 검결로 헤로드의 손목을 찍고는 그의 손에 힘이 풀릴 때 구자검을 빼앗아왔다.검을 되찾은 염구준은 다시 최강 실력으로 돌아왔다.“구자검으로 나를 죽이겠다고요? 실망하겠는데요?”검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헤로드의 말은 생각할수록 우스웠다.“그깟 검이 뭐가 대단하다고, 거추장스럽기만 하지!”헤로드가 심드렁하게 말하면서 등에 메고 있는 둥근 방패를 꺼냈다.방패에 고대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은 보아 리아성전의 보물일 것이다.윙!염구준의 손에 돌아온 구자검은 이명 소리를 내며 일련의 공격을 펼쳐 단번에 우세를 차지했다.반면, 헤로드는 단단한 육체의 장점을 발휘하며 계속 맞기만 했더니 조금은 버티기 힘들었다.공격과 방어가 수없이 교차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팽팽해졌다.이번 싸움도 단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기
슈우웅!염구준은 여러 갈래 검기를 발사하여 그의 등에 명중시켰다.그래도 헤로드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역시 평범한 검초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뭐야?”그때 헤로드의 움직임을 보고 의아했다.먼지 않은 곳에 성조국의 국주가 서 있었는데 설마 저 사람을 내세워서 화해하려는 수작인지 알 수 없었다.“가까이 오지 마. 아니면 국주를 죽일 거야!”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헤로드는 경호원을 따돌리고 성조국의 국주 옆에 가더니 갑자기 목을 졸랐다.“…”자기 나라 주인의 목숨으로 협박하다니, 모든 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헤로드! 이게 무슨 짓입니까?”깜짝 놀란 국주가 질문했다.감히 자신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다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닥치고 있어!”솔직히 헤로드도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웠다.이런 행동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지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쫓기더라도 염구준의 검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윙!그런데 염구준은 이런 협박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이명 소리를 내는 검으로 강력한 검초식을 펼치려고 자세를 취했다.“염 전주님! 안 됩니다. 저희 국주님이 잡혀 있어요!”“맞습니다. 국주님이 죽는다면 용하와 성조국은 사이가 틀어지고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거예요.”“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저놈부터 막아!”헤로드가 국주를 납치해 협박하지 않나, 염구준이 두 사람 모두 죽이려고 하지 않나, 순식간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다 꺼져!”짜증이 밀려온 염구준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주변에 검기를 발사했다.“편안히 잠드세요. 헤로드가 국주님을 살해한다면 제가 대신 복수하겠습니다.”납치당한 사람이 용하의 국주가 아니니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여기서 무조건 헤로드를 죽여야 했다게다가 성조국의 국주는 원래 꼭두각시 신분으로 즉위한 것이니 죽어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염구… 전주님. 제발 멈추세요. 우리 양국은 동맹 국가입니다.”성조국의 국주는 죽을까 봐 두려
반보천인이 극한의 육체를 만들면 이처럼 공포스러웠다.쿵쿵!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둘 중에서 한 사람이 죽지 않는 이상 이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중상을 입은 헤로드가 발악하면서 저항했지만 이미 펄펄 끓는 물 속에 들어간 개구리 신세가 되었다.두 사람의 싸움은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그리고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졌다.가장 먼저 지친 사람은 헤로드였다.“이제 끝낼 때가 되었네.”염구준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련의 검초식으로 헤로드를 쓰러트렸다.드디어 고수들의 싸움이 막을 내렸다.그들 주변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었다.“그대로 죽으면 아까우니까 육체를 극한으로 단련하는 방법을 내놔요.”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비법을 요구했다.지금 동굴 내에 아직도 지수화정화가 많아서 극한 육체를 단련하기 좋은 기회였다.“콜록 콜록! 꿈… 깨.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을 거야.”헤로드는 격렬한 기침으로 피를 뱉고는 힘없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켰다.솔직히 말해서 극한의 육체로 중상을 입은 것이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아쉽네.”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 헤로드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단단한 육체에 검이 닿은 순간, 그 충격으로 팔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극한 육체의 방어력은 감탄할 정도로 강했지만 결국 염구준의 검초식을 감당하지 못했다.“전대 전주님! 안 됩니다!”현장에 있던 리아성전의 부하들이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다.불과 이틀 사이에 두 전주 모두 한 사람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지금 리아성전의 나머지 실력으로 예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이대로 명성을 잃게 될 것이다.그와 반대로 용하의 무술인들은 환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주상님, 또 강적을 물리치고 우리 나라를 지켰습니다.”“염 선생은 진정한 영웅이야. 무례한 놈들을 멋지게 죽이다니, 십년 묵은 체중이 다 가라앉는 느낌이야!”“염 선생의 실력은 천인 경지와 비슷할 겁니다.”모두가 칭찬을 늘어놓을
에빈을 구출해 내고, 리아성전도 소탕했으며, 흉악한 범죄자들까지 붙잡았으니 이번 임무는 원만하게 완수한 셈이었다.게다가 염구준은 이번 싸움을 통해 새로운 검식인 검삼을 깨닫고, 육체도 더 강해졌으니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었다.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헤로드한테 육체를 단련하는 비법을 끝내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비법을 손에 넣는다면 허튼 짓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염구준이 기력을 회복하고 있을 때, 사대 전존이 와서 보고를 올렸다.“주상, 항공모함 전투단 네 대 전부 보급을 마쳤으며, 언제든 출항할 수 있습니다.”“주상, 모든 인원이 이미 승선을 마쳤습니다.”...염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단을 둘러본 뒤, 힘차게 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출항한다! 집 가자!”‘드디어 가는 건가?’성조국의 국왕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릴 것 같았다.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한 이유는 드디어 마음 놓고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태 못 잔 잠까지 제대로 잘 생각이었다.염구준이 명령을 내리고 함대가 떠날 때까지 성조국의 국왕은 혹여나 상대방이 정말로 가지 않을까 봐 남아서 쉬고 가라는 형식적인 인사말도 하지 않았다.멀어져 가는 함대를 바라보며 성조국의 국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리아성전은 이제 사라졌으니 너는 수습 작업을 맡아라.”그는 이번 기회를 틈타 자신의 세력을 더욱 키웠다.최상위 권력층 사이의 싸움이란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물론 염구준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몰랐다. 관심도 없고 말이다.그는 지금 아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가을아, 이쪽 일은 다 마무리했으니까 이틀 후면 집에 도착할 거 같아.”“잘 마무리 했다니 다행이네. 다친 곳은 없지?”손가을은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하며 말했다. “다치긴, 누가 나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염구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대답했다.그는 리아성
용하국의 강자들도 함께 술잔을 들었다. 그들은 조금 부끄러웠다.술이 한 잔 들어간 뒤, 과거 염구준과 악연이 있던 공무적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저희 사이의 일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습니다.”“언제든 상대해 드리죠. 하지만 오늘만큼은 동료입니다.”염구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공동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용하국의 강자들 대부분이 손을 잡고 적을 상대하길 선택하긴 했지만 위기가 사라진 뒤에는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맞붙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공무적뿐만 아니라, 사대 전존을 제외한 다른 반보천인 강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이건 일종의 균형이었다. 아니, 어쩌면 무림계의 법칙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한 번 겨뤄 보고 싶습니다. 검을 쓰지 않고 순전히 힘만 써서 말이죠.”공무적은 술이 몇 잔 들어가 자신감이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그는 염구준이 그저 검술만 강하다고 생각했다.“좋습니다.”염구준은 흔쾌히 수락하고 공무적의 앞으로 걸어갔다.이윽고 두 사람은 동시에 오른손을 뻗어 진기와 육체의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주변의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환호성과 야유를 쏟아냈다.“주상, 힘내세요!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무적아, 버텨! 지금 이기면 평생 자랑할 거리가 생기는 거야!”...두 사람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었다. 두 명 다 실력이 약하지 않다는 거다. 처음에는 팽팽하게 맞서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무적은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압!”이를 본 염구준은 기세를 몰아 기운을 내뿜으며 공무적을 뒤로 밀어 승리를 거두었다.비록 안 본 사이에 공무적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염구준의 성장은 그보다 훨씬 빨랐다.시합이 끝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누구도 이 시합의 승패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들 처음부터 그저 파티의 흥을 돋구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서였다.축하연은 밤이 깊도록 계속되었고 술에 취해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이 속출되서야 파티가 막을 내렸다. 새벽이 되자,
쾅쾅!혼자 달리던 자동차는 백 미터도 못 가서 절벽으로 추락해버렸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희미한 전조등으로 앞길이 끊긴 것을 확인했다.그를 상대하기 위해 미친놈들은 다른 사람의 생사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이 시각, 산비탈에서 굉장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주변에 있던 장대 같은 푸른 죽순이 쓰러지고 수많은 통나무와 바위들이 도로로 쏟아져 내리며 염구준을 덮치려 들었다.촤아악! 촥촥!염구준은 바로 검을 휘둘러 거대한 용이 포효하듯이 나무와 돌을 산산조각 내버렸다.무기조차 그를 죽일 수 없는데 원시적인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일단 검법이 펼쳤다 하면 나무와 돌은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산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을 때, 염구준은 검을 지고 주변을 살폈다.이렇게 많은 수량의 돌로 한 사람은 물론 한 마을을 묻어도 충분했다.“죽여라!”바로 그때, 염구준이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대나무 숲에서 한 무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잠복해 있던 사냥꾼들이 봇물 터지듯 살기를 뿜으며 몰려오기 시작했다.워낙 주변이 깜깜해서 본인들이 판 함정이 얼마나 효과를 봤는지도 모른 채 전력으로 돌진했다.“미쳐버리겠네.”염구준은 그들의 숨소리로 실력을 감지하다가 또 실망했다.가장 실력이 강한 무술인은 고작 단진 무성으로 여전히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실력이 강한 무술인이 그를 견제하지 않으니 눈앞의 오합지졸과 싸울 의욕도 나지 않았다.윙!청봉은 어둠속에서 섬뜩한 빛을 반짝이며 수많은 사람들을 베고 쓰러트렸다.염구준의 실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도망쳐!”그제야 사냥꾼들은 등골이 오싹해나는 공포를 느끼고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이번 습격 작전에서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시끄러운 도로가 드디어 조용해졌다.차를 잃은 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걸어서 비휴산장까지 가야 했다.이제 절반 밖에 가지 않았는데 벌써 두 차례 습격을 받았다니, 황계웅도 어느 정도 미친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번 작전은
오늘따라 바라해의 밤은 평화롭지 못했다.수많은 용병, 킬러, 사냥꾼들이 소식을 받고 비휴산장으로 향했다.염구준은 강하지만 황계웅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아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당장 나와!”별장에서 떠난 염구준은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다 주변에서 수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최대한 숨소리를 죽인다고 해도 살기는 감추지 못했다.스스슥!순식간에 수많은 그림자가 벌떼처럼 몰려들었다.그들 실력은 각자 다르고 눈에는 오로지 탐욕만이 이글거렸다.윙!염구준은 체내의 기운을 발사하며 구자검을 뽑아 들었다.보이지 않는 위압감과 살기가 사람의 마음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죽여라! 우리는 머릿수가 많아서 이길 수 있어!”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이 순간도 두렵지만 머릿속에 돈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달랬다.눈앞의 사람만 죽이면 아래로 10대 후손까지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인데 마다할 사람이 없었다.“파멸!”염구준은 주변에 몰려드는 애송이들을 보면서 기운을 급상승시켰다.생사를 건 싸움은 피할 수 없으니 전력으로 상대할 생각이었다.촤아악!그는 청봉검을 들고 무리를 향해 돌진하는 동시에 검기를 사방으로 뿌려 적들을 제압했다.아무리 머릿수가 많아도 전신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실력으로 염구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염구준은 우세를 차지하고 곳곳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도망쳐! 저놈은 악마야! 절대 이길 수 없어!”“독한 놈! 대체 얼마나 강하면 아무도 검을 막을 수 없는 거야!”“아! 날 죽이지 마! 나 집에 여든 살 되는…”10분 만에 백 명이 넘는 무리는 죽을 사람은 죽고 남은 사람은 겁을 먹고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다.아무리 돈이 좋아도 먼저 살아야 부위영화도 누릴 수 있는 법이었다.솔직히 말해서 그들도 속임수에 넘어갔다.황계웅이 터트린 소식에 의하면 전신 경지 고수를 죽이면 상금 20조를 준다고 하기에, 생각보다 상금이 후해서 이곳에 매복한 것이었다.“휴, 뇌가 없으니까 평생
“다들 볼일 끝났어?”바로 그때 2층 거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 바람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해졌다.‘염구준이 살아 있었어.’제임스는 익숙한 목소리에 식은땀이 흘렀다.검정 옷을 입은 사냥꾼들도 무기를 들고 경계하면서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이제 보니 빈방에 대고 한바탕 쇼를 한 것이었다.게다가 등골이 오싹해나는 것은 2층에 올라오면서 거실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염구준이 일어서서 일행을 쓱 훑어보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에 자신을 미끼로 삼아 황계웅을 유인하려 했는데 고작 애송들이 온 것이다.황계웅까지 함께 해치울 수 있다면 가장 완벽했을 텐데 말이다.제임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포효했다.“이럴 리가 없어. 파티에서 당신 분명 술을 마셨잖아!”“고래술 맞지? 정말 보기 드문 마취제인데 안타깝게도 술에 타면 약효가 줄어들지.”염구준은 제임스의 수작을 알아채고 마셨는데도 결국은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자신이 당한 것을 알아챈 제임스는 침울해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사냥꾼들은 멀쩡한 염구준을 보고 저도 모르게 벌벌 떨었다.이제부터 그들이 상대할 사람은 반보천인 무술인이었다.“다들 도망쳐!”대장은 바로 결단을 내리고 제일 먼저 아래층으로 도망쳤다.아무리 무성 절정에 도달했어도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도망쳐!”일행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바빴다.하지만 반보천인의 손아귀에 들어온 이상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쿵!염구준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폭발시켜 절반을 죽이고는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뒤를 쫓았다.그의 목숨을 노리고 온 놈들은 절대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헉헉!”어두운 골목까지 도망친 대장은 벽을 짚고 숨을 헐떡였다.그러다 염구준이 쫓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아무리 발악해도 소용없어.”바로 그때, 갑자기 앞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아아악!”깜짝 놀란 대장은 지레 겁을 먹고 엉덩방아를
스슥!황계웅은 그제야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골드 카드를 건넸다.“카드에 150조 있어. 만능 전당포에 가져가서 사냥꾼을 고용해. 이번에 반드시 염구준을 죽여야 한다.”“네.”우호법은 토를 달지 않고 명령에 따랐다.거액의 돈을 내놓은 것을 보니 단단히 각오한 것 같았다.고즈넉한 대청에서 황계웅은 깜깜한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만능 전당포의 사냥꾼으로 염구준을 상대하긴 어림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그들을 고용하는 것은 염구준의 체력이라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한편, 해변 별장.염구준은 환영파티에 참석했다가 중도에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여기에 아는 사람도 없거니와 이런 장소를 특히 싫어했다.짧은 시간이었지만 파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염구준이 직원들에게 황계웅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제임스가 귀신처럼 나타나 대화를 끊어버리는 것이었다.‘제임스, 분명 뭔가 있어.’본래 계획은 황계웅의 거처를 묻고 바로 주둔지에 쳐들어가 한바탕 해결하고 돌아가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실제 상황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왠지 바라해 자사 직원들마저 전부 수상했다.“난 최선을 다했어. 그러니까 실망시키지 마.”염구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휴식을 취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에서 안개 같은 기운이 흘러 나갔다.밤이 깊어지자 어둠이 별장에 드리우고 시끄럽던 바라해 주변도 조용해졌다.스스슥!어둠 속에서 한 무리가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염구준이 투숙하는 별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제임스, 확실히 처리했어?”대장이 다시 확인했다.“걱정 마세요. 염구준의 술잔에 약을 타서 지금쯤 죽은 듯이 자고 있을 겁니다.”제임스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려도 희열에 찬 웃음을 가리지 못했다.이번 작전에 아주 만족했다.그들은 별장 앞까지 도착하더니 망설이지 않고 바로 쳐들어갔다.“어디 있어?”그런데 별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대장은 이쪽으로 오기 전에도 잔뜩 긴장했는데 상대
바라해 자사, 옥상 비행기 착륙장.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 남자가 직원들을 이끌고 착륙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바라해 현지인이고 자사 총책임자였다.멀리서 전투기 굉음이 울리면서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전투기를 탄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그는 전투기를 조종하여 착륙장 위에 도착한 후 수직으로 착륙했다.“염 선생님,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했어요.”염구준이 문을 열고 내리자 다들 이구동성으로 맞이했다.상황을 보니 손가을이 미리 연락하여 전력으로 협조하라고 부탁한 것 같았다.“바쁘신 와중에 감사합니다.”염구준은 인사치레로 한마디하고 제임스를 바라봤다.“다들 볼일 보시고 제임스 부대표님은 나랑 얘기하시죠.”솔직히 그는 이러한 환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러시죠.”제임스는 직원들에게 업무를 맡기고는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본부에서 손 대표님의 남편이 왔으니 조심스럽게 모셔야 했다.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이르자 염구준이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부대표님은 어려서부터 바라해에서 살았죠. 혹시 황계웅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오기 전에 이미 수집한 자료를 보았는데 황계웅이 떠돌이 7인조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의아했었다.흑풍과 편을 먹을 때부터 한통속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었다.“바라해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세력은 알고 있어요. 그런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제임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상하리만큼 확신했다.정말 바라해에 그런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염구준이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스스로에게 물었다.‘내 판단이 틀렸나?’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일 뿐이었다.이곳에 온 이상 한 사람의 말만 듣지 않고 확실하게 조사할 것이다.“알았어요. 그럼 숙소로 안내해주세요.”염구준은 더는 물어보지 않고 투숙할 곳을 요구했다.안전하게 착륙했으니 아내에게 안부도 전해야 했다.“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가시죠.”제임스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옆으
그는 라도스탄의 최고 권력자이자 발언권이 있는 남자였다.하지만 그런 분이 염구준의 앞에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염 선생, 오랜만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합니까?”“…”국왕의 태도에 무릎을 꿇은 군사들은 물론 현장을 통제하러 온 총사령관마저도 어리둥절했다.그리고 옆에 있던 손씨 그룹의 직원들은 무슨 말로 표현할지 몰랐다.염구준이 얼마나 대단하면 타국의 국왕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할까,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그 와중에 염구준은 검을 거두고 지시하는 말투로 말했다.“이 사람 병원에 이송하고 최고 의료진에게 치료받게 해주세요.”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라도 8세가 잔뜩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뭣들 해? 어서 저 분을 병원에 이송하지 않고!”“네, 바로 이송하겠습니다.”국왕이 대노하니 아랫것들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서 부대표를 받들러 가기 바빴다.팔 한 쪽을 잃은 총사령관은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다.이 일은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이니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염 선생님, 더 도울 일이 있을까요?”라도 8세는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낮추어 말했다.라도스탄처럼 작은 나라에 군사력이 만 명도 초과하지 않았다.어쩌면 전국에서 라도 8세만 염구준의 존재를 알 고 있을 것이다.염구준은 상대방이 모른 척을 하자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오늘 일을 끝까지 따지려고 마음먹었다.“방금 당신의 사람들이 용병과 결탁하여 내 회사를 습격하고 날 죽이려고 했어요.”“뭐라고요?”라도 8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감히 어떤 놈이 염구준을 죽이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이것은 나라를 말아먹는 큰일이었다.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챈 총사령관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반박했다.“당신… 함부로 모욕하지 마세요. 내가 언제 용병들과 결탁했어요?”이런 무뢰한의 말은 손씨 그룹의 직원들도 차마 들어줄 수가 없었다.“확실해. 용병들이 내 직원들을 죽이려고 할 때 오지 않더니 일이 다 끝난 후에 나타났
밖으로 나온 후, 염구준은 원격 제어 장치로 전투기를 옥상에 세우고 나중에 찾으러 오려고 생각했다.타닥타닥!쿵!그때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도로 양측에 장갑차와 무장한 군사들이 나타나 도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들은 라도스탄의 방위군이었다.방금 사무실이 폭격을 당하고 직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그림자도 안 보이다가, 모든 일을 처리하니 수백 명이나 나타났다.“저 전투기, 그쪽 거야?”염구준이 말하기 전에 총사령관이 배를 내밀며 옥상을 가리켰다.‘시비 걸러 왔구나.’상대방의 언행으로 대략 상황을 판단한 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습니다. 지금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해서 길을 내주세요. 사람이 죽는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지금 서 부대표의 다리는 더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었다.나머지 직원들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속으로 오늘따라 재수없는 일만 겪는다며 한탄했다.방위군은 방금 습격한 놈들보다 머릿수도 많고 위험했다.“하하하. 지금 장난해?”총사령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무장한 군사들을 끌고 와서 쉽게 염구준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3일 전에 막 총사령관에 부임해서 조금 건방진 것은 사실이었다.“라도 8세를 만나게 해줘요”염구준은 그와 쓸데없는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조건을 제시했다.“…”그 말에 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외국 사람이 자신의 국왕을 직접 만나게 해달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다.왜냐면 그들도 일 년에 국왕을 만날 기회가 몇 번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흥, 감히 국왕의 존함을 부르다니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총사령관은 버력 화를 내며 부하들에게 체포하라 지시했다.탁!그러자 염구준은 서 부대표를 직원들에게 넘기고 검갑을 바닥에 꽂았다.언제든 싸울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죽고 싶지 않으면 떠보지 마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이 텃세를 부려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총사령관과 방금 죽은
죽어도 남자답게 영광스럽게 죽고 싶었다.“서 부대표님!”그때 직원들이 앞을 막으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하하하.”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새빨간 혀로 입술을 핥았다.“나 결정했어. 너희들 앞에서 여자들을 강간할 거야.”정말 미친 놈이 따로 없었다.“짐승보다 못한 새끼!”“누가 우리를 도와줘요!”겁을 먹은 여직원들은 뒤로 물러나며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지사 직원들은 단지 여기 월급이 높다고 해서 온 것인데 이런 봉변을 당할 줄은 몰랐다.“도와달라고? 여기 군사들도 오지 않았어. 이제 무슨 상황인지 판단되지?”남자는 광기를 뿜으며 여직원들에게 다가갔다.옆에서 지켜보던 남자 직원들은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말았다.쿵!그때 굉음이 울리면서 사무실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더니 뽀얀 먼지 뒤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위에 ‘구주’라는 글자가 새겨진 전투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하늘에서 바로 착지한 것 같았다.“염구준!”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는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당황했는지 잔뜩 긴장해 있었다.예전에 우연한 기회에 멀리서 그가 용병을 도륙하는 장면을 봤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그 후로 염구준에게 용병 킬러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스스슥!염구준은 순식간에 주변의 용병들을 쓰러트리고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정진 왕자 주제에 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려?”무술인도 아닌 용병들은 그의 평범한 주먹도 당해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가엽게도 죽기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용서해 주십시오! 이 회사가 당신과 관련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는 삼릉칼을 멀리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더니 비굴하게 살려달라 애원했다.염구준의 앞에서 전혀 반항할 용기조차 없었다.쿵!하지만 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으로 그를 벽에 밀어붙이며 싸늘하게 물었다.“누가 지시했어? 네가 알고 있는 거 다 불어.”남자는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고 다리는 이미 힘이 풀렸는지 일어서지도 못했다.
“에휴, 그쪽으로 가서 협상이라도 하자. 좋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손가을은 한숨을 쉬며 양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뜻밖에 해외 지사가 습격을 당해서 청해의 본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내가 갈게. 귀찮은 일은 내 전문이잖아.”염구준은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직접 먼 길을 떠나려고 결정했다.황계웅은 능구렁이라 흑풍 못지 않게 위험한 인물이었다.동시에 손씨 그룹의 해외 지사들을 습격했다는 것은 수법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하던 대로 내가 청해에서 가족들 지키고 있을게. 당신은 안전에 주의하고 빨리 돌아와.”손가을은 남편을 꼭 안아주는 것으로 동의했다.솔직히 그녀도 가고 싶었지만 부모와 딸을 지켜야 하고 회사도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서 남기로 했다.“그래. 알았어.”염구준도 아내를 꼭 안아주며 작별 인사로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이번은 긴급 상황이라 직접 구주호 전투기를 조종하며 바라해로 향했다.5배 속으로 날아간다면 만리라도 몇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목적지까지 천 킬로미터 남았을 때, 단톡방에서 아내의 메시지를 받았다.[라도스탄 지부가 공격당함. 근처에 있는 자사에서 당장 지원 요청 바람.] 염구준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보고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갈게. 10분 후 도착 가능.]전투기가 갑자기 속도를 내더니 하늘을 가르며 두 줄기 배기가스를 발사했다.대체 어떤 놈들이 소란을 피우는지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현재 라도스탄 국도, 손씨 그룹의 자사 사무실.“쳐들어가서 돈이 되는 물건과 여자들을 전부 납치해!”사무실 밖에 서른 명 되는 무리가 대문을 부수도 들어가고 있었다.“힘 더 써! 밥 안 먹고 왔어?”백인 무술인과 노란 수염을 기른 남자가 뒤를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들 피부색을 보아 전부 해외에서 고용한 용병이었다.쿵! 쿵!두터운 철문은 충격을 받을 때마다 묵직한 소리를 내더니 기둥에서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