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도 그렇게 생각했다.싸우고 나서 또 시비도리를 따지거나 귀찮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성조국의 국주가 다시 설득하려고 입을 벌였지만 ‘목숨을 내놓을 각오’라는 말과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말을 삼켜버렸다.생사를 건 일대일 싸움에서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만 같았다.두 고수가 기싸움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싸움에 휘말릴까 봐 멀리 피했다.“어제 이어서 오늘 결판을 냅시다.”염구준은 말하는 즉시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뭐야. 완전히 회복된 거야?’헤로드는 몹시 의아했지만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다.그는 염구준에게 구자검을 꺼내 보였다.“어제 네가 검을 버리고 도망쳤으니, 오늘은 내가 이 검으로 너의 숨통을 끊어줄게.”노인은 말끝마다 큰소리를 쳤다.본래 싸움이란 주먹으로 승패를 가리는 것이기에 염구준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쿵!그의 주변에 기운이 흐르더니 황금색 화염이 감돌았다.초절정 상태의 염구준은 정말 강했다.헤로드는 신중하게 검을 들더니 일련의 어색한 검법을 펼쳤다.그런데 염구준이 교묘하게 피하는 바람에 번마다 허공을 자르고 말았다.염구준은 재빨리 다가가 손끝의 검결로 헤로드의 손목을 찍고는 그의 손에 힘이 풀릴 때 구자검을 빼앗아왔다.검을 되찾은 염구준은 다시 최강 실력으로 돌아왔다.“구자검으로 나를 죽이겠다고요? 실망하겠는데요?”검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헤로드의 말은 생각할수록 우스웠다.“그깟 검이 뭐가 대단하다고, 거추장스럽기만 하지!”헤로드가 심드렁하게 말하면서 등에 메고 있는 둥근 방패를 꺼냈다.방패에 고대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은 보아 리아성전의 보물일 것이다.윙!염구준의 손에 돌아온 구자검은 이명 소리를 내며 일련의 공격을 펼쳐 단번에 우세를 차지했다.반면, 헤로드는 단단한 육체의 장점을 발휘하며 계속 맞기만 했더니 조금은 버티기 힘들었다.공격과 방어가 수없이 교차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팽팽해졌다.이번 싸움도 단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기
슈우웅!염구준은 여러 갈래 검기를 발사하여 그의 등에 명중시켰다.그래도 헤로드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역시 평범한 검초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뭐야?”그때 헤로드의 움직임을 보고 의아했다.먼지 않은 곳에 성조국의 국주가 서 있었는데 설마 저 사람을 내세워서 화해하려는 수작인지 알 수 없었다.“가까이 오지 마. 아니면 국주를 죽일 거야!”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헤로드는 경호원을 따돌리고 성조국의 국주 옆에 가더니 갑자기 목을 졸랐다.“…”자기 나라 주인의 목숨으로 협박하다니, 모든 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헤로드! 이게 무슨 짓입니까?”깜짝 놀란 국주가 질문했다.감히 자신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다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닥치고 있어!”솔직히 헤로드도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웠다.이런 행동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지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쫓기더라도 염구준의 검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윙!그런데 염구준은 이런 협박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이명 소리를 내는 검으로 강력한 검초식을 펼치려고 자세를 취했다.“염 전주님! 안 됩니다. 저희 국주님이 잡혀 있어요!”“맞습니다. 국주님이 죽는다면 용하와 성조국은 사이가 틀어지고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거예요.”“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저놈부터 막아!”헤로드가 국주를 납치해 협박하지 않나, 염구준이 두 사람 모두 죽이려고 하지 않나, 순식간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다 꺼져!”짜증이 밀려온 염구준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주변에 검기를 발사했다.“편안히 잠드세요. 헤로드가 국주님을 살해한다면 제가 대신 복수하겠습니다.”납치당한 사람이 용하의 국주가 아니니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여기서 무조건 헤로드를 죽여야 했다게다가 성조국의 국주는 원래 꼭두각시 신분으로 즉위한 것이니 죽어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염구… 전주님. 제발 멈추세요. 우리 양국은 동맹 국가입니다.”성조국의 국주는 죽을까 봐 두려
반보천인이 극한의 육체를 만들면 이처럼 공포스러웠다.쿵쿵!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둘 중에서 한 사람이 죽지 않는 이상 이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중상을 입은 헤로드가 발악하면서 저항했지만 이미 펄펄 끓는 물 속에 들어간 개구리 신세가 되었다.두 사람의 싸움은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그리고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졌다.가장 먼저 지친 사람은 헤로드였다.“이제 끝낼 때가 되었네.”염구준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련의 검초식으로 헤로드를 쓰러트렸다.드디어 고수들의 싸움이 막을 내렸다.그들 주변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었다.“그대로 죽으면 아까우니까 육체를 극한으로 단련하는 방법을 내놔요.”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비법을 요구했다.지금 동굴 내에 아직도 지수화정화가 많아서 극한 육체를 단련하기 좋은 기회였다.“콜록 콜록! 꿈… 깨.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을 거야.”헤로드는 격렬한 기침으로 피를 뱉고는 힘없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켰다.솔직히 말해서 극한의 육체로 중상을 입은 것이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아쉽네.”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 헤로드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단단한 육체에 검이 닿은 순간, 그 충격으로 팔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극한 육체의 방어력은 감탄할 정도로 강했지만 결국 염구준의 검초식을 감당하지 못했다.“전대 전주님! 안 됩니다!”현장에 있던 리아성전의 부하들이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다.불과 이틀 사이에 두 전주 모두 한 사람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지금 리아성전의 나머지 실력으로 예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이대로 명성을 잃게 될 것이다.그와 반대로 용하의 무술인들은 환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주상님, 또 강적을 물리치고 우리 나라를 지켰습니다.”“염 선생은 진정한 영웅이야. 무례한 놈들을 멋지게 죽이다니, 십년 묵은 체중이 다 가라앉는 느낌이야!”“염 선생의 실력은 천인 경지와 비슷할 겁니다.”모두가 칭찬을 늘어놓을
에빈을 구출해 내고, 리아성전도 소탕했으며, 흉악한 범죄자들까지 붙잡았으니 이번 임무는 원만하게 완수한 셈이었다.게다가 염구준은 이번 싸움을 통해 새로운 검식인 검삼을 깨닫고, 육체도 더 강해졌으니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었다.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헤로드한테 육체를 단련하는 비법을 끝내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비법을 손에 넣는다면 허튼 짓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염구준이 기력을 회복하고 있을 때, 사대 전존이 와서 보고를 올렸다.“주상, 항공모함 전투단 네 대 전부 보급을 마쳤으며, 언제든 출항할 수 있습니다.”“주상, 모든 인원이 이미 승선을 마쳤습니다.”...염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단을 둘러본 뒤, 힘차게 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출항한다! 집 가자!”‘드디어 가는 건가?’성조국의 국왕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릴 것 같았다.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한 이유는 드디어 마음 놓고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태 못 잔 잠까지 제대로 잘 생각이었다.염구준이 명령을 내리고 함대가 떠날 때까지 성조국의 국왕은 혹여나 상대방이 정말로 가지 않을까 봐 남아서 쉬고 가라는 형식적인 인사말도 하지 않았다.멀어져 가는 함대를 바라보며 성조국의 국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리아성전은 이제 사라졌으니 너는 수습 작업을 맡아라.”그는 이번 기회를 틈타 자신의 세력을 더욱 키웠다.최상위 권력층 사이의 싸움이란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물론 염구준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몰랐다. 관심도 없고 말이다.그는 지금 아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가을아, 이쪽 일은 다 마무리했으니까 이틀 후면 집에 도착할 거 같아.”“잘 마무리 했다니 다행이네. 다친 곳은 없지?”손가을은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하며 말했다. “다치긴, 누가 나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염구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대답했다.그는 리아성
용하국의 강자들도 함께 술잔을 들었다. 그들은 조금 부끄러웠다.술이 한 잔 들어간 뒤, 과거 염구준과 악연이 있던 공무적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저희 사이의 일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습니다.”“언제든 상대해 드리죠. 하지만 오늘만큼은 동료입니다.”염구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공동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용하국의 강자들 대부분이 손을 잡고 적을 상대하길 선택하긴 했지만 위기가 사라진 뒤에는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맞붙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공무적뿐만 아니라, 사대 전존을 제외한 다른 반보천인 강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이건 일종의 균형이었다. 아니, 어쩌면 무림계의 법칙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한 번 겨뤄 보고 싶습니다. 검을 쓰지 않고 순전히 힘만 써서 말이죠.”공무적은 술이 몇 잔 들어가 자신감이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그는 염구준이 그저 검술만 강하다고 생각했다.“좋습니다.”염구준은 흔쾌히 수락하고 공무적의 앞으로 걸어갔다.이윽고 두 사람은 동시에 오른손을 뻗어 진기와 육체의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주변의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환호성과 야유를 쏟아냈다.“주상, 힘내세요!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무적아, 버텨! 지금 이기면 평생 자랑할 거리가 생기는 거야!”...두 사람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었다. 두 명 다 실력이 약하지 않다는 거다. 처음에는 팽팽하게 맞서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무적은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압!”이를 본 염구준은 기세를 몰아 기운을 내뿜으며 공무적을 뒤로 밀어 승리를 거두었다.비록 안 본 사이에 공무적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염구준의 성장은 그보다 훨씬 빨랐다.시합이 끝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누구도 이 시합의 승패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들 처음부터 그저 파티의 흥을 돋구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서였다.축하연은 밤이 깊도록 계속되었고 술에 취해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이 속출되서야 파티가 막을 내렸다. 새벽이 되자,
전신전의 전력이 용하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데다, 누군가가 염구준이 사망했다는 소문을 퍼뜨린 덕에 그동안 숨어 지내던 불한당들이 거리낌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놈들을 전부 진압해드릴 테니까요.”염구준에게 이건 모두 사소한 문제였기 때문에 그는 자신있게 답했다.과거에 이 무리들의 본거지를 직접 쓸어버렸었기 때문에 지금 살아남은 자들은 그때 운 좋게 도망친 잔당에 불과했다.‘그 놈들이야 뭐, 아무것도 아니지.’통화를 마친 염구준은 전신전 내부 통신망을 통해 명령을 하달했다.“청룡, 너는 서북으로 가서 변경에 자리 잡은 서북 늑대를 처리해.”“백호, 너는 북방 설국으로 가서 한바탕 혼쭐 좀 내주고 협상하고.”...모두 어렵지 않은 명령들이었다.이번 상대들은 리아 성전 같은 강력한 세력이 아니었기에, 대대적인 작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명의 전존 씩만 보내도 충분하다는 거다.한편, 염구준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해적들을 처리하기 위해 항공모함 전투단을 이끌고 북빙안으로 향했고, 나머지 용하국의 반보천인들도 조급하게 내리지 않고 그와 함께 이동했다.북빙안 해역은 용하국이 대외 무역을 하는데 중요한 수상 통로로, 상선이 많은 편이었다.한때 해적들이 창궐했었던 적이 있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염구준에게 소탕 당하고 해적들의 왕이라고 불리우던 사이런조차 목숨을 잃었었다.‘요즘 조용하길래 사라진 줄 알았더니 숨어있었을 줄이야.’한편, 북빙안 해역에 있는 거대한 상선 위.선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었고, 해적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걸핏하면 선원들을 때리면서 건방을 떨었다.“다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바다에 던져서 상어 밥이 되게 해 줄 테니까.”선장은 깊게 베인 배를 움켜잡고 이를 악물고 외쳤다.“우리는 용하국의 상선이야. 어떻게 감히 우리를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풋, 해적이 나라 따지는 거 봤어? 그리고 여기 국제 해역인 거 몰라?”해적들의 두목인 하이샤는 선장의 뺨을
“쓸데없이 겁 먹긴. 우리 손엔 인질이 있잖아. 겨우 함대 하나로는 어림도 없지.”하이샤는 손에 들고 있던 야자수를 내려놓으며 천천히 일어섰다.너무나도 자신만만해서 그는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도, 망원경으로 대충 훑어보기만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푸훗!”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항공모함 전투단을 제대로 확인한 순간, 하이샤는 크게 놀라 입안의 야자수를 그대로 뿜어버렸다. 상황이 너무 심각했다. 이렇게 강한 함대들이 지키고 있으면 전멸할 게 분명했고, 설사 본거지로 도망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게 너무나도 뻔했다.“멍청한 놈!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왜 미리 보고하지 않은 거야?”그는 크게 화를 내면서 보고한 이를 걷어찼다.말을 하는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저 배에 탑승한다!”이때, 염구준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퍼지더니, 곧 요트를 타고 이동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이미 충분히 경고를 했지만 상대방이 아무런 반응도 없으니 그는 직접 움직일 생각이었다.쾅쾅!하이샤는 빠르게 다가오는 요트를 보며 무언가 떠올라 다급하게 협박했다.“멈춰! 다가오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여버릴 거니까!”배에 있는 인질들은 그의 최후의 카드였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몇몇 해적들이 인질들을 끌고 앞으로 걸어가 피가 묻은 칼을 그들의 목에 가져다댔다.조금이라도 손에 힘을 준다면 인질들은 바로 죽을 게 뻔했다.“살려주세요! 전 죽기 싫어요!”“다음달이면 아빠가 될 예정이에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뭐든 다 드릴게요! 그러니 죽이지만 말아주세요!”선원들은 공포에 질려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면서 애원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에 그들은 모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작전 개시해.”그러나 염구준은 해적들과 협상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명령을 내렸고,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요트 위에 있던 사람들은 동시에 상선을 향해 이동했다.십여 명의 반보천인이 함께 구조에 나선 건 아마 용하국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일
“멈춰! 네가 알고 싶은 건 뭐든지 말해줄게.”1분도 지나지 않아, 하이샤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갑판에 머리를 박으며 용서를 빌었다.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고통을 그는 차마 더 견딜 수가 없었다.휙.염구준은 손을 저어 기운을 거두고는 차갑게 하이샤를 노려보았다.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속임수를 쓰려 한다면 다시 한 번 고통을 맛보게 할 생각이었다.어차피 기운은 충분하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바... 바로 집게 선장, 블런드야!”“몇 년 동안은 이 해역이 위험하다며 약탈을 하지 말라고, 특히, 용하국의 상선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어.”“하지만 며칠 전에 갑자기 이 해역에서 무차별적으로 약탈하라고 하더군. 이 바다를 지키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말이야.”하이샤는 감히 더 숨기지 못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이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는 그도 잘 몰랐다. 다만 상사에게 복종할 뿐이었다.“블런드?”염구준은 가볍게 탄성을 내뱉으며, 그 이름을 되새겼다. 그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고, 인상도 무척 깊었다.과거 북빙안에서, 블런드는 세 명의 해적왕 중 한 명으로 군림하며 강대한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었다. “하하! 이름만 듣고 겁 먹은 거야?”하이샤는 염구준이 탄성을 내뱉은 걸 겁 먹은 거라고 오해하고 비웃었다. 전설적인 해적왕의 명성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두려움을 사기에 충분하니까 말이다.“쓸데없는 말 하지마.”짝!이때, 금방 배에 올라탄 전신전의 습격대 중 한 명이 이 말을 듣고는 바로 따귀를 후려쳤다. 염구준은 이런 하찮은 놈과는 입씨름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하고, 대신 겁에 질린 선원들을 위로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여러분. 저희는 용하국의 군인들입니다. 이제 모두 안전해요.”“곧 인원을 배치해 여러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전신전의 복장이 조금 달랐기 때문에 염구준은 친절하게 말을 덧붙여 해명했다.‘집에 보내준다고?’선원들은 집에 보내준다는
“늙은 것이 나대니까 젊은 것도 같이 나대네. 잡아서 내 물건 빼앗아.”정미숙은 계속 듣기 거북한 말을 하면서 지시를 내렸다.평소 염씨 가문의 세력을 고려해야 하기에 이 정도로 날뛰지 못했는데 지금은 염씨의 가세가 기울어졌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스스슥!“함부로 움직이지 마.”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열 명 넘는 무술인이 경호원들을 가볍게 제압했다.그들은 염구준이 미리 안배한 경호원들이었다.방금 은밀히 지켜보고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나타난 것이었다.“손 대표님, 전부 제압했습니다. 다른 지시는 없습니까?”경호원 대장인 호찬이 공손하게 물었다.이번 행차에 그도 따라왔지만 그동안 몰래 숨어서 미행했었다.“저 여자가 이모한테 무례하게 굴었어요. 뺨을 쳐주세요.”손가을은 약간의 벌을 주려고 지시를 내렸다.한설과 만난 이후로 그녀를 가족처럼 대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었다.“가을아, 고마워.”감동받은 한설은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은 것이 너무 기뻤다.착하고 사리 밝은 며느리가 점점 마음에 들었다.마구잡이로 날뛰던 정미숙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계속 소리를 질렀다.“건방진 것들! 염씨 가문이 무너지면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촤아악!호찬은 여자라고 봐주지 않고 그녀에게 뺨을 날려 바닥에 쓰러트렸다.반보천인에게 얻어맞는 일은 평생 가도 다시는 없을 것이니 영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물론 무술인의 기운을 썼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미숙아, 어떤 놈이 때렸어?”바로 그때 한 남자가 인파를 뚫고 나오면서 정미숙을 일으켜 세웠다.그는 한설의 남편 황건이었다.북쪽 변경에서 꽤 큰 패션 회사의 사장으로서 재산이 많았다.“여보, 간식을 사러 간다면서 길을 잃었어?”마침 염구준이 장난소리를 하면서 다가오더니 주변 상황을 대충 훑어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챘다.“염 회장, 당신 집 사람이 내 아내를 때렸어. 어떡할 거야?”황건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명령조로 말했다.예전 같으면 찍소리도 못했는데 지금 염씨 가문이
“영감탱이가 의심이 많아서 그 손에 죽은 경호원이 열 명이 넘어.”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나중에 고행관을 휘하에 두더라도 한동안 지켜볼 생각이었다.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워서 항상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염구준 부자는 다시 습지 공원으로 돌아가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멀지 않은 포장마차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한설, 염씨 가문이 망했는데 산책하러 나왔어? 정말 훌륭한 아내다.”“정미숙,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야? 헛소리하지 마!”나이 먹을 대로 먹은 두 여자는 서로 미워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말싸움을 했다.두 여자 모두 명문가 출신이라 어려서부터 고상한 기품을 기른 덕분이었다.사실은 두 사람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서로 마음이 안 맞고 언제부터 서로 비꼬기 시작했다.지금은 염씨 가문의 사업비밀이 유출된 사건이 동네방네 소문이 났으니 정미숙의 성격에 이 기회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사장님, 저희 생선구이 다 됐어요?”한설의 팔짱을 낀 손가을이 멍하니 싸움구경을 하는 사장에게 말했다.그녀는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빨리 물건을 갖고 떠날 생각이었다.일부러 생트집을 잡는 막돼먹은 여자와 시끄럽게 싸울 필요가 없었다.“아, 네. 2만 원입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장은 손을 뻗어 음식을 건넸다.사장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저 여자한테 팔지 마세요. 여기 물건 내가 다 살게요.”정미숙은 입꼬리를 올리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그녀는 한설과 같은 가정주부와 달리 손에 실권과 큰돈을 쥐고 있었다.“미친년, 어디서 돈지랄이야!”오늘은 며느리가 있어서 그런지 한설은 유난히 신경질적으로 굴었다.여기 특산물을 사주기로 했는데 하나도 사지 못하게 되어서 몹시 짜증났다.“나 돈이 있어. 어쩔 건데?”정미숙은 욕을 먹어도 속이 시원했다.왜냐면 한설을 모든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주세요.
고행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자신이 곧 죽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안씨 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못 믿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난 그냥 대단한 고수가 변경에 왔다길래 대결하고 싶어서 온 거야.”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어 안씨 가문에 피해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안씨 가문을 멸망시킬까 걱정되었다.“하, 대결하고 싶으면 당당하게 요구하면 되지, 뭐 하러 몰래 미행했어?”염구준은 그런 말을 절대 믿을 사람이 아니었다.말 속에 빈틈이 가득해서 애써서 은폐하려고 해도 헛수고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나를 죽이든 땅에 묻든 마음대로 해.”고행관은 설명을 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흘리는 것 같아 아예 입을 다물었다.정말 성실하고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충직한 부하였다.“알았어. 그렇게 해줄게.”상대방의 신분을 알아챈 염구준은 바로 손을 들어 그의 숨통을 끊어버렸다.적대 관계인 이상 아무리 충직한 부하라도 살려줄 이유는 없었다.“구준아, 잠시만!”고행관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염진이 나서서 말렸다.염구준이 손동작을 멈추고 물었다.“아버지, 더 물어볼 게 있어요?”그는 고행관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풀어줘. 안씨 가문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뿐이야.”염진은 적을 위해 사정했다.전에 말했듯이 전통적인 영향을 받아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가장 존경했었다.“알았어요. 아버지 말대로 풀어 줄게요. 어차피 죽든 살든 중요하지 않으니까요.”염구준은 팔을 홱 휘둘러 고행관을 아무 곳에나 던져버렸다.전신경 고수는 그에게 어떤 위협도 되지 않으니 괜히 이런 인간 때문에 기분을 더럽힐 일도 없었다.“콜록콜록!”고행관은 바닥에 엎드려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순간 마음이 복잡했다.동료들은 그를 버리고 떠났는데 오히려 적이 그를 살려달라고 사정했다.쿵!고행관은 가까스로 일어나더니 쿵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염진에게 큰절을 올렸다.“염 회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두 주인을 섬길 수
그들은 북쪽 변경 출신이라 남쪽 청해 지대의 강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붙어볼 것도 없어. 넌 내 상대가 될 자격도 없거든.”염구준은 아주 명쾌하게 거절했다.상대방 실력이 너무 약해서 싸울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그래도 이 사람들의 정체는 궁금했다.“너희들 만능 전당포의 사냥꾼이야, 아니면 천맹그룹의 장기말들이야? 아니면 흑풍의 사람인가?”염구준은 이 사람들의 배후가 세 개 중에 있다고 생각했다.“떠보지 마. 우린 말하지 않을 거야. 내 공격을 받아라!”자존심이 상한 우두머리는 바로 칼을 꺼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울 기세였다.“빨리 염진을 잡아!”나머지 일행도 가만 있지 않고 빠른 속도로 염진에게 돌진했다.그들의 실력으로는 애송이들이나 잡을 수 있을 것이다.쿵!바로 그때 강력한 기운이 그들 앞을 공격하자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나타났다.일행이 정신을 차리고 보았을 때 대장은 이미 염구준의 손에 멱살을 잡히고 있었다.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전신 경지에 도달한 대장은 꼴 좋게 패배했다.단번에 패배한 것만 봐도 상대방의 실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살고 싶으면 배후를 말해.”염구준은 대장의 멱살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놈들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면 그도 봐줄 것도 없었다.“이놈은 강적이야. 하지만 사장은 우리한테 은혜를 베풀었다. 너희들 절대 말하면 안 돼.”대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부하들에게 경고했다.방금 공격했을 때 염구준이 어떻게 반격했는지도 보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상대방의 실력은 그보다 한참이나 위라는 것을 설명했다.“충성심이 강하네. 안타깝게도 우린 적이라서 말이야.”염구준은 난폭하는 기운을 그의 몸속에 주입하여 장기를 파괴했다.적대 관계라면 잔인하게 나와도 탓할 자격이 없었다.만약 오늘 실력이 약한 사람이 염구준이라면 이 사람들도 똑같이 사정을 봐주지 않았을 것이다.“아아악!”대장은 장기가 비틀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마지막까지 입을 열지 않았
저녁 무렵, 가족들은 모두 휴대폰 전원을 끄고 북룡강 습지 공원에 산책하러 떠났다.염진은 어차피 단기간에 회사 일을 해결하지 못하니 잠시 뒤로 하고 아들과 며느리와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집에 온 지 이틀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나가서 논 적이 없었다.북룡강 습지 공원에 어둠이 드리자 강물과 푸른 나무들이 등불 아래에서 강렬한 색채를 띄우며 장관을 이루었다.다른 사람들도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날렸다.“가을아, 저기 특산품 간식이 있는데 같이 사러 가자.”가로수 도로에서 한설은 손가을의 팔짱을 끼고 대기줄이 긴 포장마차 쪽으로 걸어갔다.“이모, 고마워요.”손가을은 염구준이 부르는 호칭을 따라 순진한 며느리처럼 행동했다.두 사람이 떠난 후, 염진은 한참 생각하더니 속심말을 꺼냈다.“구준아, 너는 우리 회사를 어떻게 하면 좋겠어?”올 것이 드디어 왔다.자식이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재산을 물려받는 일에 염구준도 피할 수 없어서 몹시 짜증났다.“아버지, 난 사업하는 게 싫어요. 사업에 재주도 없어요.”염구준은 물려받고 싶지 않아 바로 거절했다.가끔씩 아내를 도와 회사 업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회사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그의 우세가 아니었다.“가을이… 됐다. 지금도 충분히 바쁜 사람이지.”염진은 말하려다 스스로 부정하고 말았다.며느리가 결정을 하는 데는 반드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했다.“아버지, 왜 갑자기 그러세요?”염구준은 이상해서 되물었다.“언젠가는 너한테 말할 일이야. 지금 시간이 있으니까 얘기 좀 해보자.”염진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지 않는다고 해서 핍박할 생각은 없었다.어쨌든 지금 아들이 잘 지내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다.“아버지, 화… 나지 않아요?”염구준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고집이 센 아버지의 성격으로 바로 수긍하는 게 이상했다.“하하하, 내 똥고집으로 너한테
다른 사람을 추앙하게 만들고 또 기꺼이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절대적인 권력이었다.염구준이 아버지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권세에 빌붙어 아부하는 인간들을 진작에 내쫓았을 것이다.사장들은 손가을의 초기 방안으로 계속 상의하더니 드디어 해결책을 내놓았다.그리고 다시 철저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그 과정에서 염구준은 대충 몇 마디만 던지는 게 다였다.옆에서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북쪽 변경의 상업 수준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 외에 정말 형편없다는 것을 알았다.놈들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똥을 싸고 있는데 반격할 때마저 인의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적들의 인자함에 있어 이것은 자살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염진은 말을 아끼고 자꾸 염구준을 쳐다보았다.왠지 아들이 속으로 뭔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자신의 통찰력으로 그들을 모두 꿰뚫어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마 대표가 치열한 토론에 변화를 가져왔다.“이번 위기를 해결하려면 백씨 가문을 멸망시켜야 합니다.”그 말에 다들 침묵했다.백씨 가문은 북쪽 변경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문으로서 오래된 전통을 이어받아 모든 산업에 손을 뻗고 있었다.지금 염씨 가문이 박차를 가하여 발전해도 그 가문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그러니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은 아버지가 괜히 잘못된 길에 들어설까 봐 몇 가지 정보를 흘렸다.“백씨 가문을 제거해도 소용없어요. 배후에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천맹그룹이에요.”사장들은 최근에 이런 그룹이 있다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무슨 근거가 있어?”마 대표가 겸손하게 물었다.아무리 염구준을 우습게 봐도 손가을의 체면을 봐서 무례하게 대하지 못했다.“지금 안기현이 안령산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요.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세요. 말하지 않으면 한 대 때리면 말할 겁니다. 겁쟁이거든요.”염구준은 따로 설명하지 않고 더 많은 정보도 말하지 않았다.아내가 했던 말처럼
에피소드가 끝난 후, 염진 일행은 한참이나 상의해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니 안씨 가문을 두고 보겠다는 말만 늘어놓았다.사업비밀을 도난당한 것은 아주 큰 문제라, 일반 기업과 가문에서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한참을 얘기하던 염진이 옆을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가을아, 너라면 우리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그 말에 몇몇 꼰대들은 깜짝 놀라며 속으로 미쳤다고 욕했다.이렇게 큰 일을 본인들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후배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염진이 오늘 태도가 이상해서 아무도 나서서 불평하지 않았다.“아버님이 물으시니 그럼 말해보겠습니다. 첫 단계로 손실을 확인하고 유출된 문서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면서 중요한 문서의 등급을 통계하고 나누는 겁니다. 두번째는 회장님 권한으로 문서 정보를 수정하여 저들의 손에 있는 문서를 전부 폐기하는 겁니다. 워낙 상대방이 기세 등등하게 나와서 이 과정에서 손해는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거예요.”짧은 몇 마디지만 간단명료한 것이 손씨 그룹의 대표다운 소질을 낱낱이 보여줬다.그 말을 들은 꼰대들은 왜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제야 염진의 며느리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혹시 청해에서 이름이 자자한 손가을 대표 맞아요?”드디어 누군가 앞치마를 두르고 옅은 화장을 한 여자의 신분을 알아보았다.손가을은 청해 상업계의 여왕으로서 용하 전체를 통틀어도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대표는 흔치 않았다.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장들의 재산을 전부 합쳐도 손씨 그룹과 비교할 수 없었다.문제는 염진에게서 한 번도 며느리가 상업계의 인재인 손가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마 대표의 안색이 제일 험상궂게 어두워졌다.“맞습니다. 내 며느리가 청해의 손가을이고 손씨 그룹의 대표입니다. 오늘 집에서는 내 며느리이자 여러분의 후배이니 편하게 대하세요.”염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겠지만 실은 방금 일을 빗댄 것이었다.청해 상업계의 여왕이 차
집에 돌아온 염진은 낯익은 얼굴을 보고 마음이 초조했다.“형님, 드디어 오셨네. 지금 발칵 뒤집혔어요.”“염진, 안기현이 의리도 없이 여러 회사의 사업비밀을 훔치고 우리들을 공격했어.”“안씨 가문에서 그 녀석을 감싸다니 정말 파렴치한 놈들이야.”다들 격분하여 안기현의 비열한 짓에 욕설을 아끼지 않았다.이렇게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이 사람들의 신분은 북쪽 변경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인물들이었다.“여러분, 진정하시고 이 문제에 대해 천천히 얘기하시죠.”염진은 머리가 복잡해서 집에 오면 쉴 줄 알았는데,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정신이 사나웠다.게다가 그를 북쪽 변경의 수령이자 상업계의 선두자라는 말까지 하면서 추켜세웠다.“여러분, 일단 들어오세요.”어떻게 보면 다들 오랜 지인들이니 보낼 수도 없어서 집안으로 초대했다.지금 공동의 적이 안기현이자 안씨 가문이니 그들과 맞서려면 이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했다.“차를 드세요.”손가을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열정적으로 주방에 들어가 각자 마실 차를 내왔다.그리고 염구준의 곁에 서서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염구준도 대략 설명을 해주다가 누군가 보이지 않아 아내에게 물었다.“희주는 왜 이렇게 조용해?”“내일 학교에 가야 해서 엄마 아빠랑 먼저 청해로 돌아갔어.”손가을이 대답했다.딸이 두 노인과 함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손씨 그룹의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크게 처리할 일도 없으니 비서가 나서서 처리하면 되었다.염구준은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아내가 남은 것도 어쩌면 며느리의 효도를 하려는 것임을 알아챘다.거리가 멀어서 평소 만나기 힘드니 지금처럼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이봐, 아줌마. 차를 더 내와요.”마씨그룹 대표가 차를 마시고는 뻔뻔하게 요구했다.자기 집처럼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 부탁하는 태도로 보이지 않았다.“알아서 떠 마셔요.”염구준은 전혀 체면을 주
“하하하하.”문필은 드디어 미쳤는지 아니면 자신을 비웃는지 실성하고 말았다.당시 해외 감옥에서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어려운 무공을 극복한 덕에 전신경에 돌파하여 탈옥할 수 있었다.그런데 용하에 돌아오자마자 복수를 하기 전에 폐인이 되어버렸다.기구한 팔자에 웃음만 나왔다.그의 입장에서 자신이 한 일들이 별것도 아니라고 여겼다.“주상, 저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주작은 실성한 문필을 보고서야 그의 존재를 알았다.“극악무도한 놈이야. 네가 알아서 처리해. 멀리…”“퍼억!”염구준이 말을 끝내기 전에 주작이 손 빠르게 문필의 목을 따버렸다.그녀는 항상 손을 들었다 하면 결단력 있게 처리했다.“됐어. 관두자.”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주작은 워낙 성격이 급해서 4대 전존에서도 제일 속을 썩였다.이어서 나머지 깡패들을 체포하고 남은 시공팀은 서로 눈치만 살피다 하청업체에 의해 끌려갔다.그들은 합법적인 시공팀인데 입찰에 성공하여 일하러 온 것이었다.그제야 무덤을 청소하러 온 담당자가 환호하며 염진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어르신, 악한 세력 앞에서 용감하게 싸우다니 정말 저희들의 영웅입니다.”“회장님이 악당들을 물리쳐 저희 무덤을 지켜주셨습니다. 큰절을 받아주세요.”“염 회장님은 우리들의 행운입니다.”이 사람들은 방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다.그래서 모두 염진이 악당들을 물리쳤다고 생각했다.북쪽 번경에서 염구준보다 염진의 명성이 더 컸다.모든 일은 염구준이 처리했으니 염진은 아들의 공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은 듯 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난 귀찮은 거 딱 질색이에요.”어차피 부자 관계라 누가 했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알았다.”염진은 설명하려고 해도 꽤 번거로워서 포기하고 대충 둘러댔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북쪽 변경의 토박이로서 고향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있는 한 안령산은 무사할 겁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