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저놈들에게 복수해야지!”청룡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바로 통신 채널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명령이다! 리아성전에서 반경 10마일 이내를 목표로 전략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탄공을 열어서 발사한다!”싸움은 끝났지만 전신전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리아성전을 불바다로 만들면 전신 경지 아래 무술인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스스슥!“멈춰!”그때 멀리서 호통소리가 들리더니 수백 명 되는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났다.헤로드가 실력이 강한 무술인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청룡 일행은 바로 경계하면서 전신전의 부하들과 함께 헤로드 일행을 포위했다.그래도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하겠지만 말이다.극한 반보천인의 육체는 워낙 강해서 가만히 서서 공격을 당해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쌍방이 대치할 때 청룡은 국주의 명을 받고 격분했다.“구준이 죽으면 안 된다. 반드시 용하로 데리고 와. 내가 모든 무기의 사용 권한을 해제했어. 명심해. 구준은 평생 용하를 위해 싸워왔으니 이젠 용하가 도와줄 차례야!”“알겠습니다.”청룡은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으며 대답하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한참 흐느끼던 그가 뭔가 결심하듯 눈에 힘을 주었다.“비키세요! 우린 들어가서 주상을 찾을 겁니다. 계속 막는다면 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쳐들어갈 거예요.”“어디 감히!”헤로드가 버럭 화를 냈지만 청룡을 자극하지 못했다.쌍방은 서로 양보하지 않으며 또 대치 상황에 처했다.한편, 성조국의 국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군사들을 이끌고 전쟁터로 향하고 있었다.이번 싸움은 변수가 너무 많아 이미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비키세요!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습니다!”명령을 받은 청룡은 강적 앞에서 겁먹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국주가 이미 대단한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가했으니 협상할 명분이 생겼다.“네가 만약 무기를 사용한다면 난 성조국의 모든 무술인과 손을 잡아 너희들을 몰살할 거다!”헤로드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입으로만 협박했다.
“저희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주상만 찾으면 바로 떠날 겁니다.”청룡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에 대해 조금도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체면이 구겨진 성조국의 국주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내가 제안을 할게요. 다섯 번 대결하여 용하가 진다면 여기서 물러나고 이기면 마음대로 수색해도 됩니다. 워낙 상황이 촉박해서 이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네요.”“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지금 청룡은 성조국 전체를 상대해야 해서 압력이 배로 늘어났지만 공평한 제안이니 거절하지 않았다.만약 실력이 부족해서 패배하게 된다면 미련 없이 돌아설 것이다.“너희들이 불만을 품을까 봐 난 마지막에 나서겠다.”헤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이번 대결에서 자신을 위협할 상대가 없으니 용하는 반드시 패배할 거라 단정했다.그래도 앞에 네 번의 경기에서 세 번은 이겨야 하니 양측에서 적극적이고 실력이 가장 높은 다섯 명을 뽑았다.“첫 번째 대결은 내가 하겠습니다.”맨 먼저 공무적이 나서면서 성조국의 무술인들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둘러보았다.그는 반보천인 고수이자 극한 육신을 추구하는 길에서 먼 길을 걸어왔었다.헤로드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대결에서 아무도 그를 제압할 무술인이 없었다.“기권합니다.”성조국 측에서 명쾌하게 대답했다.이어서 용하는 연달아 2번 지고 사기가 바닥을 쳤다.네 번째 대결에서 청룡이 나섰는데 중상을 입었어도 간신히 승리했다.마지막 승부는 다섯 번째 대결에 있었다.그런데 용하 측은 벌써 절망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하하. 내 차례야. 누가 나와 겨룰 거야?”헤로드가 앞으로 한 발짝씩 내딛으며 용하 무술인들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들 중에는 적수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용하 측의 반보천인 고수들은 참 난감했다.앞에 나서서 얻어맞는 건 괜찮았지만 패배하는 싸움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누구도 나서지 않자 헤로드가 큰소리로 웃으면서 용하의 무술인들을 비난했다.“흥, 뭘 꾸물거려? 용하는 무술의 고향이라 자칭
염구준도 그렇게 생각했다.싸우고 나서 또 시비도리를 따지거나 귀찮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성조국의 국주가 다시 설득하려고 입을 벌였지만 ‘목숨을 내놓을 각오’라는 말과 두 사람의 태도를 보고 말을 삼켜버렸다.생사를 건 일대일 싸움에서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만 같았다.두 고수가 기싸움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싸움에 휘말릴까 봐 멀리 피했다.“어제 이어서 오늘 결판을 냅시다.”염구준은 말하는 즉시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뭐야. 완전히 회복된 거야?’헤로드는 몹시 의아했지만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다.그는 염구준에게 구자검을 꺼내 보였다.“어제 네가 검을 버리고 도망쳤으니, 오늘은 내가 이 검으로 너의 숨통을 끊어줄게.”노인은 말끝마다 큰소리를 쳤다.본래 싸움이란 주먹으로 승패를 가리는 것이기에 염구준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쿵!그의 주변에 기운이 흐르더니 황금색 화염이 감돌았다.초절정 상태의 염구준은 정말 강했다.헤로드는 신중하게 검을 들더니 일련의 어색한 검법을 펼쳤다.그런데 염구준이 교묘하게 피하는 바람에 번마다 허공을 자르고 말았다.염구준은 재빨리 다가가 손끝의 검결로 헤로드의 손목을 찍고는 그의 손에 힘이 풀릴 때 구자검을 빼앗아왔다.검을 되찾은 염구준은 다시 최강 실력으로 돌아왔다.“구자검으로 나를 죽이겠다고요? 실망하겠는데요?”검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헤로드의 말은 생각할수록 우스웠다.“그깟 검이 뭐가 대단하다고, 거추장스럽기만 하지!”헤로드가 심드렁하게 말하면서 등에 메고 있는 둥근 방패를 꺼냈다.방패에 고대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은 보아 리아성전의 보물일 것이다.윙!염구준의 손에 돌아온 구자검은 이명 소리를 내며 일련의 공격을 펼쳐 단번에 우세를 차지했다.반면, 헤로드는 단단한 육체의 장점을 발휘하며 계속 맞기만 했더니 조금은 버티기 힘들었다.공격과 방어가 수없이 교차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팽팽해졌다.이번 싸움도 단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기
슈우웅!염구준은 여러 갈래 검기를 발사하여 그의 등에 명중시켰다.그래도 헤로드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역시 평범한 검초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뭐야?”그때 헤로드의 움직임을 보고 의아했다.먼지 않은 곳에 성조국의 국주가 서 있었는데 설마 저 사람을 내세워서 화해하려는 수작인지 알 수 없었다.“가까이 오지 마. 아니면 국주를 죽일 거야!”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헤로드는 경호원을 따돌리고 성조국의 국주 옆에 가더니 갑자기 목을 졸랐다.“…”자기 나라 주인의 목숨으로 협박하다니, 모든 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헤로드! 이게 무슨 짓입니까?”깜짝 놀란 국주가 질문했다.감히 자신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다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닥치고 있어!”솔직히 헤로드도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웠다.이런 행동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지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쫓기더라도 염구준의 검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윙!그런데 염구준은 이런 협박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이명 소리를 내는 검으로 강력한 검초식을 펼치려고 자세를 취했다.“염 전주님! 안 됩니다. 저희 국주님이 잡혀 있어요!”“맞습니다. 국주님이 죽는다면 용하와 성조국은 사이가 틀어지고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거예요.”“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저놈부터 막아!”헤로드가 국주를 납치해 협박하지 않나, 염구준이 두 사람 모두 죽이려고 하지 않나, 순식간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다 꺼져!”짜증이 밀려온 염구준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주변에 검기를 발사했다.“편안히 잠드세요. 헤로드가 국주님을 살해한다면 제가 대신 복수하겠습니다.”납치당한 사람이 용하의 국주가 아니니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여기서 무조건 헤로드를 죽여야 했다게다가 성조국의 국주는 원래 꼭두각시 신분으로 즉위한 것이니 죽어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염구… 전주님. 제발 멈추세요. 우리 양국은 동맹 국가입니다.”성조국의 국주는 죽을까 봐 두려
반보천인이 극한의 육체를 만들면 이처럼 공포스러웠다.쿵쿵!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둘 중에서 한 사람이 죽지 않는 이상 이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중상을 입은 헤로드가 발악하면서 저항했지만 이미 펄펄 끓는 물 속에 들어간 개구리 신세가 되었다.두 사람의 싸움은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그리고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졌다.가장 먼저 지친 사람은 헤로드였다.“이제 끝낼 때가 되었네.”염구준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련의 검초식으로 헤로드를 쓰러트렸다.드디어 고수들의 싸움이 막을 내렸다.그들 주변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었다.“그대로 죽으면 아까우니까 육체를 극한으로 단련하는 방법을 내놔요.”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비법을 요구했다.지금 동굴 내에 아직도 지수화정화가 많아서 극한 육체를 단련하기 좋은 기회였다.“콜록 콜록! 꿈… 깨.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을 거야.”헤로드는 격렬한 기침으로 피를 뱉고는 힘없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켰다.솔직히 말해서 극한의 육체로 중상을 입은 것이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아쉽네.”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 헤로드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단단한 육체에 검이 닿은 순간, 그 충격으로 팔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극한 육체의 방어력은 감탄할 정도로 강했지만 결국 염구준의 검초식을 감당하지 못했다.“전대 전주님! 안 됩니다!”현장에 있던 리아성전의 부하들이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다.불과 이틀 사이에 두 전주 모두 한 사람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지금 리아성전의 나머지 실력으로 예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이대로 명성을 잃게 될 것이다.그와 반대로 용하의 무술인들은 환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주상님, 또 강적을 물리치고 우리 나라를 지켰습니다.”“염 선생은 진정한 영웅이야. 무례한 놈들을 멋지게 죽이다니, 십년 묵은 체중이 다 가라앉는 느낌이야!”“염 선생의 실력은 천인 경지와 비슷할 겁니다.”모두가 칭찬을 늘어놓을
에빈을 구출해 내고, 리아성전도 소탕했으며, 흉악한 범죄자들까지 붙잡았으니 이번 임무는 원만하게 완수한 셈이었다.게다가 염구준은 이번 싸움을 통해 새로운 검식인 검삼을 깨닫고, 육체도 더 강해졌으니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었다.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헤로드한테 육체를 단련하는 비법을 끝내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비법을 손에 넣는다면 허튼 짓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염구준이 기력을 회복하고 있을 때, 사대 전존이 와서 보고를 올렸다.“주상, 항공모함 전투단 네 대 전부 보급을 마쳤으며, 언제든 출항할 수 있습니다.”“주상, 모든 인원이 이미 승선을 마쳤습니다.”...염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단을 둘러본 뒤, 힘차게 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출항한다! 집 가자!”‘드디어 가는 건가?’성조국의 국왕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릴 것 같았다.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한 이유는 드디어 마음 놓고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태 못 잔 잠까지 제대로 잘 생각이었다.염구준이 명령을 내리고 함대가 떠날 때까지 성조국의 국왕은 혹여나 상대방이 정말로 가지 않을까 봐 남아서 쉬고 가라는 형식적인 인사말도 하지 않았다.멀어져 가는 함대를 바라보며 성조국의 국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리아성전은 이제 사라졌으니 너는 수습 작업을 맡아라.”그는 이번 기회를 틈타 자신의 세력을 더욱 키웠다.최상위 권력층 사이의 싸움이란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물론 염구준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몰랐다. 관심도 없고 말이다.그는 지금 아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가을아, 이쪽 일은 다 마무리했으니까 이틀 후면 집에 도착할 거 같아.”“잘 마무리 했다니 다행이네. 다친 곳은 없지?”손가을은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하며 말했다. “다치긴, 누가 나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염구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대답했다.그는 리아성
용하국의 강자들도 함께 술잔을 들었다. 그들은 조금 부끄러웠다.술이 한 잔 들어간 뒤, 과거 염구준과 악연이 있던 공무적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저희 사이의 일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습니다.”“언제든 상대해 드리죠. 하지만 오늘만큼은 동료입니다.”염구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공동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용하국의 강자들 대부분이 손을 잡고 적을 상대하길 선택하긴 했지만 위기가 사라진 뒤에는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맞붙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공무적뿐만 아니라, 사대 전존을 제외한 다른 반보천인 강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이건 일종의 균형이었다. 아니, 어쩌면 무림계의 법칙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한 번 겨뤄 보고 싶습니다. 검을 쓰지 않고 순전히 힘만 써서 말이죠.”공무적은 술이 몇 잔 들어가 자신감이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그는 염구준이 그저 검술만 강하다고 생각했다.“좋습니다.”염구준은 흔쾌히 수락하고 공무적의 앞으로 걸어갔다.이윽고 두 사람은 동시에 오른손을 뻗어 진기와 육체의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주변의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환호성과 야유를 쏟아냈다.“주상, 힘내세요!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무적아, 버텨! 지금 이기면 평생 자랑할 거리가 생기는 거야!”...두 사람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었다. 두 명 다 실력이 약하지 않다는 거다. 처음에는 팽팽하게 맞서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무적은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압!”이를 본 염구준은 기세를 몰아 기운을 내뿜으며 공무적을 뒤로 밀어 승리를 거두었다.비록 안 본 사이에 공무적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염구준의 성장은 그보다 훨씬 빨랐다.시합이 끝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누구도 이 시합의 승패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들 처음부터 그저 파티의 흥을 돋구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서였다.축하연은 밤이 깊도록 계속되었고 술에 취해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이 속출되서야 파티가 막을 내렸다. 새벽이 되자,
전신전의 전력이 용하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데다, 누군가가 염구준이 사망했다는 소문을 퍼뜨린 덕에 그동안 숨어 지내던 불한당들이 거리낌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놈들을 전부 진압해드릴 테니까요.”염구준에게 이건 모두 사소한 문제였기 때문에 그는 자신있게 답했다.과거에 이 무리들의 본거지를 직접 쓸어버렸었기 때문에 지금 살아남은 자들은 그때 운 좋게 도망친 잔당에 불과했다.‘그 놈들이야 뭐, 아무것도 아니지.’통화를 마친 염구준은 전신전 내부 통신망을 통해 명령을 하달했다.“청룡, 너는 서북으로 가서 변경에 자리 잡은 서북 늑대를 처리해.”“백호, 너는 북방 설국으로 가서 한바탕 혼쭐 좀 내주고 협상하고.”...모두 어렵지 않은 명령들이었다.이번 상대들은 리아 성전 같은 강력한 세력이 아니었기에, 대대적인 작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명의 전존 씩만 보내도 충분하다는 거다.한편, 염구준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해적들을 처리하기 위해 항공모함 전투단을 이끌고 북빙안으로 향했고, 나머지 용하국의 반보천인들도 조급하게 내리지 않고 그와 함께 이동했다.북빙안 해역은 용하국이 대외 무역을 하는데 중요한 수상 통로로, 상선이 많은 편이었다.한때 해적들이 창궐했었던 적이 있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염구준에게 소탕 당하고 해적들의 왕이라고 불리우던 사이런조차 목숨을 잃었었다.‘요즘 조용하길래 사라진 줄 알았더니 숨어있었을 줄이야.’한편, 북빙안 해역에 있는 거대한 상선 위.선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었고, 해적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걸핏하면 선원들을 때리면서 건방을 떨었다.“다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바다에 던져서 상어 밥이 되게 해 줄 테니까.”선장은 깊게 베인 배를 움켜잡고 이를 악물고 외쳤다.“우리는 용하국의 상선이야. 어떻게 감히 우리를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풋, 해적이 나라 따지는 거 봤어? 그리고 여기 국제 해역인 거 몰라?”해적들의 두목인 하이샤는 선장의 뺨을
“계속 지어내 봐. 내가 가자마자 이 난리를 쳐? 아까 너무 봐줬지?”염구준이 계단 모퉁이에서 걸어 나와 염걸을 향해 다가갔다.사실 그는 원래 엘리베이터를 탈 생각이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냥 계단을 이용했다.“오, 오지 마. 지금 사람들 다 보고 있으니까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걸?”염걸은 겁 먹은 표정을 지으며 나약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염구준이 얼른 직원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해 그들이 완전히 실망하게 만들기를 바랐다. 그럼 그의 계획이 먹힐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미 염걸의 의도를 눈치 챈 염구준은 상대방의 의도에 걸려들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되물었다.“제가 바로 당신들이 말하던 염 회장님의 자제입니다. 회사를 떠나고 싶어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이에 직원들은 할 말을 잃었으나 염걸의 심복들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높였다.“도련님, 저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회사 내부 정보가 이미 유출된 판이라 직원들 불안이 큽니다.”“임금을 좀 더 올려 주셔야 안심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그들은 기밀이 유출된 걸 빌미로 삼아 이참에 돈을 더 받아내고 염구준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월급을 인상하는 문제는 염진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었다.“그럼 얼마를 올려주길 원하시는데요?”염구준은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타이밍에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염걸과 한패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멀찍이 서 있던 염걸은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이제 점점 더 요구를 높여 직원들에게 염구준이 얼마나 무능한지 보여준 뒤, 그가 나서서 사람들의 화를 가라앉히고 위엄을 세우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염씨 가문의 산업을 물려받을 수 있을 테니.생각을 하면서 그는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50% 더 인상해주세요!”“풉!”협박하던 이의 말이 나오자 직원들은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멀리서 물을 마시고 있던
염구준은 먼저 손중석이 새로운 대체 원료를 개발했다는 소문을 퍼뜨려 천맹 그룹이 의심하도록 만든 뒤, 일부러 혼란스럽게 행동해 그들이 정말 소문을 믿고 손씨 그룹을 떠보게 만들었었다.그리고 지금, 염구준의 마지막 계획대로 완전히 속은 상대방은 원재료를 시장에 대량으로 풀었다.계획이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판단한 염구준은 분부했다.“기회를 잘 보고, 동시에 원재료를 최대한 사들여. 얼마가 됐든 다 매입해야 해.”“하지만 절대 천맹 그룹이 우리 쪽에서 사들인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 최대한 신속하게 원재료를 선점하는 것도 잊지말고.”그간 쌓아둔 물량이 갑자기 한꺼번에 풀렸으니 시장이 감당하지 못해서 원재료의 가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천맹 그룹은 이 자원들이 손에서 썩어갈까 봐 급히 처분하느라 가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 뻔했다. 이 원재료들은 용하국 전역에서 동일하게 사용되는 고급 원료였고,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들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상대방은 재빨리 대답했다.그 후의 상황은 뻔했다.시장에 풀린 원재료는 순식간에 누군가에 의해 독점적으로 매입되었다.나중에서야 천맹 그룹은 그 바이어가 손씨 그룹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구매금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10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겠다고 했다는 걸 발견했다.멀리에서 이 소식을 전해받은 황계웅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욕을 내뱉었다. 적지 않은 돈을 피해본 것도 모자라 염구준의 계략에 넘어갔다는 게 너무 수치스러워서였다.이번에 대량의 원재료를 획득했기 때문에 천망 그룹에서 원료를 내놓지 않는다고 해도 손씨 그룹은 당분간 무서워할 게 없었다.“아... 드디어 끝났다!”두 시간 반 후, 손가을이 컴퓨터를 닫으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다 끝냈다고?’바쁜 손가락을 놀리던 비서들은 깜짝 놀라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손가을을 쳐다보았다. 그들도 손가을이 처리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염진이 직접 처리
“염 회장님의 컴퓨터를 쓰겠다고?”조춘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큰 소리로 되물었다. 조춘희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염구준 부부에게 쏠렸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얼마 전, 김 비서가 염진의 컴퓨터에서 기업 기밀을 유출한 사건이 발생한 후, 회사 전체가 컴퓨터만 보겠다고 하면 잔뜩 경계 태세를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응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아, 이건 우리 아버지 직원증이야.”염구준은 그들의 경계를 눈치채고는 염진의 직원증을 꺼내 보였으나 조춘희를 비롯한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구준아, 우선 앉아서 물 좀 마시고 있어. 컴퓨터는 내가 킬게.”그녀는 말하며, 옆에 있던 직원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염진에게 직접 연락해 허락을 구하려는 것이었다. 염구준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지만 굳이 막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고,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회사 기밀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이했었기 때문에 그들이 신중한 것도 이해가 되어서였다.“도련님, 손 대표님, 물... 드세요.”그들을 접대하는 비서는 긴장해하며 약간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건넸다.그도 염진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손가을 같은 거물급 인물을 직접 마주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염구준은 혹시라도 물을 쏟을까 싶어 두 잔을 직접 받아 들었다.한편, 손가을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 서류를 넘겨보며, 곧 진행해야 할 업무를 정리했다.손가을에게 있어서 새로운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보통 때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에 불과했다.그녀가 서류를 절반쯤 읽었을 때,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손가을은 이 전화를 반가워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복잡한 심경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들려온 목소
남편의 생각을 알아챈 손가을은 빙그레 웃으면서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염구준이 경비원을 보며 화제를 돌렸다.“빌딩 내부를 안내하지 말고 바로 회장 사무실로 가시죠.”“알겠습니다. 도련님.”경비원은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누르고 다른 층의 버튼은 전부 취소했다.염진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꼭대기 층에 일곱여덟 명의 비서가 바쁘게 움직였다.넓은 사무실에 비해 인테리어는 염진의 성격에 맞게 간결하고 필요한 물건만 들여놓았다.세 사람이 꼭대기 층에 도달하자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 여자가 경비원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손 경비, 이분들은 누구야? 회장님 사무실에 함부로 들이면 안 돼.”요 며칠 김 비서의 일로 회사 분위기가 살벌해서 다들 신경이 예민했다.다른 부서에서 김 비서를 배신자라고 불렀다.그리고 이 여자는 비서팀의 팀장 조춘희였다.주로 회계를 담당하며 염씨 가문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었다.“이분은…”경비원이 폼을 잡고 소개하려고 할 때 염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춘희 누나, 날 모르겠어?”“너는… 구준이니?”조춘희는 한참을 살펴보다가 염구준을 알아보고 해맑게 웃었다.염구준이 강제로 집에서 쫓겨난 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시간이 수십 년이 지났으니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그래, 나야. 누나는 여전히 예쁘네.”염구준은 오랜 지인을 만나 기분이 너무 좋았다.순식간에 기분 나쁜 일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예전에 조춘희는 그에게 잘해주었다.“녀석, 네 소식을 들었어. 여기 왔으면서 이 누나 보러 오지 않았어?”조춘희는 농담으로 욕하면서 그의 귀를 잡으려고 했다.그러다 이젠 다 큰 어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손을 내려놓았다.염구준이 북쪽 변경을 떠난 후로 몇 년이나 소식이 끊겨서 그 당시 사람들은 죽은 줄 알았다.그런데 오늘 진짜 사람을 보니 그녀도 마음이 놓였다.“내 잘못이야. 이따가 맛있는 거 사 줄게.”염구준은 먼저 잘못을 인정할 뿐,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그동안 일은 한두마디로 설명
경비원들이 구경꾼들을 물리치자 현장은 드디어 조용해졌다.염구준은 대놓고 노려보면서 무시했다.“그깟 돈은 필요 없으니까 설득하지 마세요. 당신 말은 듣지 않아요.”단호하게 염걸의 희망을 단번에 잘라버렸다.“염구준, 좋게 말할 때 들어. 여기는 북쪽 변경이고 북염빌딩이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폭주한 염걸은 온갖 협박을 해대며 추악한 모습을 드러냈다.다른 사람이 본다면 그가 북염빌딩의 주인인 줄 알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염진이 회사 일을 거의 염걸에게 맡기면서 그의 위세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하, 당신이 여기 주인이에요? 그냥 우리 가문을 위해서 일하는 직원일 뿐이에요.”염구준도 기에 눌리지 않고 염걸의 신분을 확실하게 언급했다.“좋다. 건방진 놈. 넌 어른도 안중에 없지? 오늘 내가 네 아비 대신 제대로 가르쳐야겠어.”염걸은 대노하며 옆에 있는 경호원 대장을 힐끗 쳐다보았다.말로 안 되니 주먹을 쓰겠다는 뜻이었다.어쨌든 오늘 무조건 황건의 돈을 가지려고 마음먹었다.돈을 챙기고 염구준이 방심한 사이에 튀면 그만이었다.그 뒤로 어떤 결말을 초래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옆에서 그 장면을 보던 황건 부부는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갈등을 해결해주기로 했는데 점점 분위기가 심각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당신이 뭐라고 여기서 큰 소리야?”쿵!경비원이 나서기 전에 염구준이 먼저 강력한 기운으로 염걸을 제압했다.일반인은 주변에 흐르는 기운을 포착할 수 없기에 염걸이 바닥에 엎드린 장면을 보고 마냥 신기하게 쳐다봤다.‘강하다.’이제 종사 경지에 도달한 염걸은 강력한 기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염구준의 경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자신보다 위라는 것은 확실했다.“내가… 잘못했어. 방금 너무 화가 나서 정신이 나갔나 봐. 구준아, 이걸 놔줘.”염걸은 살기 위해 바로 패배를 인정했다.퍽!염구준은 손에 살짝 힘을 주어 염걸의 몸에 충격을 주었다.“그동안 우리 가문을 위해 애쓴 것을 생각해서 봐 줄게요. 다음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 초라해서 고귀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엊저녁에 경고했었죠. 그런데 당신은 계속 한설 이모를 욕보였어요. 이것이 업보에요.”손가을은 성모 마리아가 아닌 이상 그들을 가엽게 여기지 않았다.두 사람은 자업자득으로 원래 없던 일을 크게 만들어서 이 지경에 이르렀다.그들 회사를 무너뜨리는 것도 손가을의 한마디면 끝이었다.“손 대표님, 제가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촤아악!정미숙은 스스로 뺨을 때리며 연신 사과했다.창백한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손가을이 화를 푼다면 자신의 뺨을 얼마든지 때려도 괜찮았다.지금처럼 여러 회사에서 압박을 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집안이 망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수작 부리지 마세요. 경고했을 때 멈췄어야죠.”손가을은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회사를 경영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봤었다.지금 황건 부부는 울고불고 죽을 것처럼 행동하지만 저들이 재기하는 순간 미친듯이 반격하고 복수할 것이다.“으어어엉.”“흑흑…”노부부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설에게 모질게 군 것을 후회하며 통곡했다.옆에서 그 장면을 보던 염걸은 어안이 벙벙했다.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모르는 그는 양쪽을 번갈아 보기만 했다.북쪽 변경에서 황건과 정미숙이 상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부대표인 그보다 훨씬 컸다.“아니, 황 대표님, 왜 이러십니까?”염걸이 의아해서 물었다.그제야 염구준 부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염걸, 네가 나서서 나와 염 선생의 모순을 해결해주면 내가 절반 재산을 줄게.”황건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거절할 수 없는 거액의 사례금을 제기했다.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평범한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얻을 수 없었다.“황 대표님, 정말입니까?”염걸은 두 눈을 번쩍 뜨며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이 돈만 있다면 부대표고 나발이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일하지 않고도 평생 늙어 죽을 때까지 여유롭게 살 수 있었다.“그럼. 진
오늘도 조용히 지내기는 글렀다.두 사람은 구경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먼저 서류를 건네고 이 일을 처리하려고 생각했다.집 앞에서 일이 벌어졌으니, 못 본 것처럼 지나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저기요. 여기는 염씨네 사무실이에요. 사원증을 보여주시겠어요?”그때 젊은 경비원이 염구준 부부의 앞을 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이것은 상대방의 직책이니 염구준도 난처하게 굴지 않고 사원증을 보여주었다.“이건…”사원증을 보던 경비원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이것은 염진의 사원증, 북염빌딩 주인의 것이었다.“들어가도 됩니까?”염구준은 경비원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먼저 물었다.순간 경비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서 사원증의 주인이라고 보기 힘들었다.사원증 같은 것은 얼마든지 주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염 부대표님, 이쪽에 문제가 생겼는데 잠시 오셔서 확인해 보시겠어요?”경비원은 뭔가 떠올랐는지 옆을 보며 도움을 청했다.스스로 결정하지 못해서 상사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뭐 하는 거야? 경비도 제대로 못 서?”염걸이 못마땅해하며 짜증을 부렸다.그는 황건 부부를 설득하지 않고 입구로 다가왔다.두 사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경비원에게 화풀이하는 격이었다.자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는 경비원은 상사가 욕을 해도 고개만 푹 숙였다.“염걸 삼촌.”염구준이 그를 보자마자 다정하게 불렀다.“구준이구나. 무슨 일로 여기 왔어?”염걸의 표정은 무뚝뚝하고 목소리는 싸늘했다.그 표정으로 보아 염구준을 싫어하고 적대시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평소 염구준이 청해에 있고 염씨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염진이 물러나게 되면 몇몇 부대표 중에서 대표를 선발할 가능성이 높았다.그런데 지금 염구준이 돌아온 것이었다.게다가 염진의 사원증까지 들고 나타나서 은근 짜증이 났다.염구준은 상대방의 태도를 보고 대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다.“누군가 염씨 가문의 산업에 눈독을 들여서
“가주님, 기현 도련님이 안령산에서 반나절이나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사람을 보내서 데려올까요?”지금 안령산에 주작이 백 명이 넘는 정예병을 이끌고 안령산을 지키고 있었다.반보천인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 일반인이 가도 헛수고였다.“됐어.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놈은 둬도 쓸모없어.”안성휘는 방금 흑풍에게 한방 먹어서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게다가 그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하고 북쪽 변경을 독점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 누가 죽든 말든 알 바가 아니었다.아무리 친자식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안기현은 그저 장기말일 뿐, 예전부터 자신의 계획이 들통나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곁에 두었다.이른 아침, 염씨 저택.“이모, 아버지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어요?”염구준은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한설을 보자마자 물었다.“어젯밤에 감기 걸려서 방금 약 먹고 잠들었어. 너한테 이걸 주면서 회사에 가져가라고 하더라.”한설은 서류 봉투를 내밀며 염진의 말을 전달했다.역시 염구준은 가족 산업을 처리할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알았어요. 아버지는 잘 돌봐주세요.”염구준은 별 생각 없이 서류 봉투를 받았다.그리고 손가을과 아침을 먹고 북염빌딩으로 향했다.기억하기론 아주 어렸을 때 몇 번을 가보고, 그 이후로는 어떤 이유 때문에 가지 않았다.“가을아, 무슨 걱정이 있어?”차에서 아내가 오늘따라 수상하다는 것을 느낀 염구준이 다정하게 물었다.“회사 일 때문에 그래. 아래에서 재촉하고 있는데 아직도 대체 원재료를 해결하지 못했어.”손가을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전에 남편이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원망하지 않았다.그녀는 어려운 문제를 두고 함께 직면하고 싶지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걱정 마. 곧 상황이 바뀔 거야.”사실 염구준도 그 일을 잊지 않았다.“알았어.”손가을도 그의 능력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어느덧 두 사람은 북염빌딩에 도착했다.여기가 바로 염씨
“존주님 오셨으면 나오시지요.”안성휘는 옷맵시를 정리하더니 위선적인 미소를 지으며 문 쪽으로 달려갔다.스스슥!그때 검은 그림자가 스치면서 앞에 나타났다.바로 흑풍이었다.“엊저녁에 왜 염구준을 공격했어요?”첫마디가 책망이었다.방금 안씨 가문이 염구준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본인의 행적이 폭로될까 봐 달려온 것이었다.그 탓에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안성휘는 흑풍의 태도를 보고 안색이 굳어졌다.“흥, 흑풍. 내가 봐준다고 해서 기어오르지 마. 여기는 안씨 가문이야. 내가 무엇을 하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지금까지 이 가문에서 이런 태도로 그에게 말한 사람은 없고 하물며 외부인도 없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태도로 말했다면 바로 죽였을 것이다.하지만 흑풍의 실력도 만만하지 않으니 안성휘의 앞에서 기죽지 않았다.“천맹그룹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가져갔어요. 당신의 신분을 잘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다시 멋대로 나서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요.”두 사람은 더는 설득하지 못하고 갈등만 심해졌다.이대로 가다가 언제든 싸울 것 같았다.이렇게 강자들은 모두 오만함을 갖고 있었다.“널 두려워할 줄 알아? 황계웅도 아무 말이 없는데, 네가 뭐라고 지껄여?”쿵!급기야 안성휘는 일어서서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며 먼저 제압하려 했다.그도 반보천인 고수였다.흑풍은 강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제 반보천인에 도달했으면서 내 앞에서 나댈 자격이 없어요.”그도 똑같이 기운을 발사하면서 순식간에 안성휘를 제압했다.진정한 최강 반보천인 고수인 흑풍은 지금 부상을 입었지만 평범한 반보천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그러니 이제 막 반보천인에 도달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응?”안성휘은 예상이 빗나간 것을 알고 안색이 굳어졌다.흑풍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까지 그가 얻은 소식은 흑풍이 염구준에게 계속 쫓기고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그렇다면 염구준은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