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검은 유령처럼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매복작전에 실패하니까 바로 도망치려고 하다니. 나를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아악, 싫어!"곧 어둠 속에서 처량한 비명소리가 울렸다. 듣는 사람이 소름 돋을 정도였다. 그들은 순식간에 아주 깨끗이 제거되었다.염구준이 그들을 처리하는 소리에 불쌍한 주변의 촌민들만 크게 놀랐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그 밤을 언급하면 촌민들은 그 날 귀신이 나타난 게 틀림없다며 몸을 떨었다.모든 일을 처리한 후 염구준은 교통수단이 없어 걸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염씨 가문까지 아직 몇 백 킬로미터가 남은 상태였다.한편, 염씨 가문 저택.현재 모든 염씨 가문 사람들이 한데 묶여 거실에 던져진 상태였다."대영아, 우리는 어쨌든 친척이잖니. 유란이를 봐서라도 다른 사람들을 풀어줄 수 없겠니?"염진은 다른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며 차마 참지 못하고 애걸복걸했다."안 됩니다. 물건을 못 가지면 아무도 안 보낼 거예요." 고대영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더었다.어떤 일은 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일단 했으면 마음이 약해지지 말아야 했다.심한 부상을 입은 북궁야가 계속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서 피를 흘렸다."가주님, 저희 할아버지가..."한 소년이 소리 없이 슬피 울었다."북궁야 형님!"염진이 큰소리로 외쳤다. 비록 그가 고용주였지만 그의 눈에 북궁야는 친형제보다 더 형제 같았다."대영아, 제발 형님을 병원에 모셔다 줘."지금 북궁야의 상태로는 더 지체했다가 병원이 아닌 영안실에 가게될 것이 뻔했다."제가 말했잖습니까. 물건을 가지지 못한다면 누구도 보내드리지 못한다고요."고대영은 손목시계를 보고 또 바깥을 보며 얼굴이 어두워졌다.규정된 6시간이 곧 다가오는데 좀처럼 염구준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뚜뚜...""고객님께서 거신 전화는 서비스 지역에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 주십시오."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니 고대영은 조금 불안했다.'만약 염구준이 오지 않는다면 염진은 어떡하지?'"삼촌
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물건은 가져왔지만, 먼저 사람을 구해야겠어."그의 말투는 감정의 기복이 조금도 없이 매우 싸늘했다."사람을 구하겠다고? 먼저 물건을 내놓고 얘기 해."한쪽에 서 있던 고황호는 자신들이 염구준의 약점을 쥐고 있으니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바로 협박했다. "조심해!"염구준이 몸을 돌리는 것을 본 고대영은 일이 잘못됐음을 감지하고 일깨워 주었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었다. 방금 전까지 까불던 고황호는 염구준에게 목이 잡힌 채 공중에 떠올랐다.고황호는 평소였다면 이렇게 빨리 당하지 않았겠지만 방심한 탓에 손 쓸 틈도 없이 없었다."둘로 바꿔."지금 염구준의 손에 카드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더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었다."그래."염구준의 살기를 느끼고 그의 무서운 눈빛을 보며 고대영은 결국 타협했다.중상을 입은 북궁야를 남겨놓은 건 염구준이 질질 끌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거래를 끝낼 거라고 생각해서였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못난 후배 둘이 그의 계획을 망칠 줄은."너희 둘, 북궁야 님을 병원에 데려가." 염구준이 그의 아들 둘을 보며 말했다."네!"두 사람은 대답한 뒤 북궁야를 등에 업고 밖으로 뛰어나갔다.고황호는 목이 잡혀있었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둘로 한 명 바꾼다며? 왜 세 명을 바꾼 거야?"그렇다. 고황호는 요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이 말만으로 이미 그가 얼마나 우기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하, 씨발. 내 눈엔 한 사람만 보였어. 왜 그럼 안 돼?" 염구준이 윽박질렀다. 이미 충분히 짜증나 죽겠는데 도움 안 되는 말만 하니 화가 나서였다.건너편 있던 고대영은 멀어진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제 그들을 놓아줘도 되겠지?" 팍!염구준이 손을 놓자 두 사람은 땅에 떨어졌다.이미 약속한 이상 그는 당연히 무를 생각이 없었다."좋아. 그럼 이제 그 보물들을 어떻게 거래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지."고대영에게는 아직 카드가
"그게..."고대영은 손을 놓지 않고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사람을 풀어주면 염구준이 바로 번복할까 봐서였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어떤 사람이면 상대방도 그럴 거라고 여기곤 했다."왜, 또 무슨 문제 있나?" 염구준의 말투는 이미 좋지 않았다."우리가 안전하게 떠난 후에야 사람들을 풀어줄 수 있어."고대영은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체면 따위는 버리고 조건을 내걸었다.한때 그는 가족으로 협박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지만 결국엔 자신이 싫어하던 모습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휙."나와 흥정하지 마. 사람을 풀어주면 떠나게 할 테니까."염구준은 화가 치밀어 올라 옆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고황호를 들어올렸다. '왜 또 나야?'고황호는 울먹이며 반항하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고대영은 자신이 걱정하던 점을 말했다."지금 네가 나를 믿게 할 수는 없지만, 너한테는 나를 믿든지, 죽든지 하는 선택지 밖에 없어."지금 당장 사람들을 풀어주는 게 염구준이 참을 수 있는 한계였기에 바로 단호하게 말했다.협상할 때 고려하는 게 많은 탓에 상대방에게 약점을 보여준다면 줄곧 당하고만 있어야 했다.염구준이 지금 매우 진지하다는 걸 보아낸 고대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염진을 잡든 죽이든 모두 그의 목적이 아니었다.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고씨 가문의 보물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좋아, 한 번만 믿어줄게."고대영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구준이 넌 너무 멍청한 선택을 했어."염진은 화가 났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도와 묶인 걸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아들이 이미 커서 통제할 수도 없으니 따르는 수밖에.사람을 풀어준 후, 고대영은 염구준이 갑자기 공격할까 봐 줄곧 그를 주시하며 천천히 문 쪽으로 기댔다."허, 보내준다고 한 이상 그냥 보내줄 거니까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담담하게 말하며 기운을 내보내지 않았다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지금… 뭐 하자는 거야?”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말해! 왜 나를 속였어?”“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다 알고 왔어?”알고 왔다니?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역시 그런 거였어!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혜린아.”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
“예전에 잘나갈 때 나도 잘해준다고 선물도 종종 가져다 주고 그랬는데 저 여자 나한테 시선 한번 안 주더라?”서석호는 두툼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도도하게 굴어도 어쩔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거기, 여기 와서 앉아! 오늘은 오빠가 예뻐해 줄게!”피아노 박자가 다소 빨라지더니 손가을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휴게실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서석호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으로 의사를 표현했다.5년 전 사고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뜨거운 일산화탄소에 성대가 손상되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그 뒤로 그녀는 수화를 몸에 익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야 해서요. 재밌게 놀다 가세요.]수화로 의사를 전달한 그녀는 다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그녀가 서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가 그녀의 옷자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애 보러 가는 거야?”그는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아,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딸 희주 있잖아? 손혜린이 걔를 우리 조카한테 보내주기로 했어!”“우리 조카 알지? 우리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왕자님이잖아. 애가 좀 멍청하기는 해도 예쁜 여자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 지난번에 걔랑 같이 놀라고 데려온 여자애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즉사했다지?”손가을은 움찔하며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석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소리 없이 흐느꼈다.서석호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혜린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였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딸 희주는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왜? 마음 아파?”서석호가 입술을 감빨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딸 살리고 싶어? 간단해! 내가 평소에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 거야! 여기 사람
“내가 잘못했어.”염구준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손혜린한테 속아서 5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어. 내가 속지만 않았어도….”“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서석호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염구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염구준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개 같은 자식,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손가네 데릴사위, 염구준?”“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하다니! 죽고 싶어? 내 이놈을 당장!”고래고래 떠들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아귀를 뻗어 서석호의 턱을 잡고 비틀었다.우드득!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하 치아가 순식간에 맞물리며 서석호의 혀를 잘랐다!그 뒤에 이어진 발차기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던 서석호가 끈 떨어진 연처럼 공중을 날아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에 있던 호화 안마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석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손가을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염구준의 품에 안긴 염희주마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190cm를 자랑하는 장신 서석호가 가볍게 나가 떨어져서 피를 토하는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으… 윽….”놀란 손가을도 다급한 마음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염구준의 팔을 밀쳤다.‘도망가. 빨리 도망가. 여긴 서가네 아지트야. 온통 서가네 사람들 뿐이라고!’“두려워하지 마.”염구준은 시선을 돌려 담담한 표정으로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만 원한다면 저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릴 수 있어. 내 딸과 처를 괴롭힌 놈들은 죽어도 싸!”그냥 겁주기 위한 멘트가 아닌, 전신전 전주의 선전포고였다.어차피 사회의 암 같은 존재들뿐인데 좀 죽이면 어때서?"………" 손가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흘렸다.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당신이 군인이었다 하더라도, 무공이 뛰어나고, 서석호를 죽일 수 있고, 이곳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