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흑풍이 사라지자마자 염희주의 두 번째 인격은 사라졌다. 그녀는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아래로 추락했다."희주야!"염구준은 쏜살같이 달려가 공중에서 떨어진 딸을 안았다. 염희주의 안색은 창백했고, 호흡도 아주 미약했다."주작, 저 여자를 전신전으로 데려가. 내가 직접 심문할 거야!"염구준을 딸을 구하려 다급히 명령을 내린 뒤 염희주를 안고 한 걸음씩 아래층으로 향했다. 딸이 흑풍을 살려두겠다고 말을 한 이상, 그는 오늘 절대 흑풍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북쪽 변경에 있는 전신전.염구준은 무거운 마음으로 창밖에서 날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염희주는 지금 치료를 받고 있다. 그녀의 몸은 신비한 힘때문에 이미 심하게 허약해진 상황이었다.이영은 흑풍과 염희주에 의해 큰 상처를 입고 잠시 침대에 누워있었다.염구준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아무런 두서도 없었다. 그는 추위를 막기 위해 독한 술을 한 모금 마셨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싸늘했다."염 전주님, 청용 전주께서 뵈러 오셨습니다."한 친위가 들어와 염구준의 사고를 끊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 청용을 들이라는 뜻을 전했다."전주님, 국주께서 창용칠숙의 비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청용은 바로 이번에 온 뜻을 전했다. 그의 말투는 이전과 다름없었다. 청용의 마음속에서 염구준이야말로 진정한 전주였다."말해봐."염구준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용국이 믿는 것은 용신입니다. 창용칠숙은 황실의 비밀이에요..."청용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 국주가 그에게 말한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도 은둔 세가의 자료를 보고 알게 되었다."창용칠숙에 용국의 사활이 달린 거야? 아니면 보물 지도인 건가?"의문점이 너무 많아 염구준도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래된 비밀인 이상, 국주도 사실 알 수 없을 것이다."지금의 은둔 세가 중 이전 황실의 구성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집안을 지키기 위해 대가로, 대대로 창용칠숙의 비밀을 국주에게 알렸습니다."청용은 용
염구준이 그렇게 말할 수록 청용은 더욱 자신감을 잃었다. 사실 전신전의 장병들도 그에게 진정으로 복종하지 않고 있다."세력을 나누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이야. 국주의 생각이 맞아, 전폭적으로 지지할게!"염구준은 청용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용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전신전 모든 장병에게 모이라고 해. 마지막으로 중요한 일을 선포할 거야."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방을 나와 전신전 홀로 향했다.청용은 복잡한 표정으로 책상 위의 옥패를 한 번 보았다. 그는 가질 용기가 없었다. 그는 물론, 다른 사람도 가질 용기가 없을 것이다.염구준은 대전에 와서 자신의 옛 왕좌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느꼈다.그가 떠난 후 아무도 저 자리에 앉은 적 없었다. 현 전주인 청용도 감히 왕좌에는 오르지 못했다."전주를 뵙겠습니다!"염구준은 왕좌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뒤에서 갑자기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모든 장군이 자리에 도착했다. 염구준이 고개를 돌리자, 주작은 지존의 열에 없었다.8대 전왕은 이미 두 사람을 잃었고, 흑주에서 벌어진 혼전으로 인해 백팔전장도 적지 않은 손실을 보았다. 물론 대부분 염희주에게 살해되었다."전신전의 사명은 무엇입니까?"염구준이 큰 소리로 물었다."가족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자!"장병들의 목소리가 우레와 같이 울려 퍼졌고, 그들의 감정은 격앙되어 있었다."전신전의 군기는 무엇입니까?""절대적으로 국가와 전주에게 복종하며,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을 불사하는 것입니다!""좋아요!"염구준은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마음속으로 조금 아쉬운 감정이 생겼다. 다들 그와 생사를 함께 한 전우들이다."첫 번째 명령은, 빨리 수련하여 새로운 지존, 전왕을 선발할 것!""두 번째 명령은,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은 영원히 신분을 비밀로 할 것!""세 번째 명령은, 전신전 전체가 청용 전주의 명령을 따르는 것! 어기는 자는 바로 죽일 겁니다!"염구준이 세 개의 명령을 내리자, 전신전 전체가 조용해졌
이영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낙성용을 언급할 때 그녀의 눈가에 분노가 이글거렸다.“전신전은 용국의 내정에 간섭한 적이 없어. 너희들이 전신전을 건드리고 싶은 건 아니고?”염구준이 알기로 낙성용은 자본 통치자로 욕심을 부리면 부렸지 절대 먼저 은세집안은 건드릴 위인은 아니었다.“은세집안이 없었다면 쥐뿔도 없는 용국에서 뭘로 전신전을 키웠을까?”이영이 퉁명스럽게 되묻자 염구준이 웃음을 터트렸다.“너희들은 정말 오만하고 이기적인데다 멍청해! 전신전이 없었다면 너희들은 지금쯤 사쿠라국의 노예로 살았을 거야.”전신전의 전사들이 목숨으로 바꾼 평화가 자본의 눈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누가 장악하든 은세집안은 이 국가의 부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이영의 눈빛과 말투는 여우처럼 얄밉고 반감이 들었다.“그 해에 멧돼지 일족에게 서북나라 문을 열어준 것도 너희들이지? 잘 들어. 은세집안은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어.”염구준이 싸늘하게 내뱉었다.기업에서 마땅히 이윤을 따져야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삼가해야 했다.“사기를 칠 줄 알아야 장사한다는 본의는 이젠 잊혔고 장사치는 모두 사기꾼이라는 오해만 남겼어.”염구준은 최근 백화점에서 겪은 일들을 회상했다.요즘 사람들은 모두 후자를 신조로 여겼다.“염구준, 전신전 능력으로 용국에서 홀로 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이영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겼다. 왜냐면 용국 국주는 전신전의 세력이 커지기 전에 반드시 은세집안과 손을 잡고 대항할 테니까.“만약 내가 전신전을 국주한테 넘긴다면? 상인들은 왜 타인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의 이익을 챙기는 각도로만 문제를 생각하지?”염구준은 이런 생각을 엄청 혐오했다. 용국은 염구준의 것도 심지어 국주의 것도 아니니 권력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흑풍에 대해 얘기해 봐. 그자는 무술을 어디서 배웠고, 너희들이 그 섬에서 가르침을 받는 목적이 뭐야?”염구준은 딴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오로지 창용칠숙과 흑풍의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내
이영은 마지막 생명줄이라도 잡은 듯 말하더니 이내 오만했던 표정으로 돌아갔다.“이영, 하찮은 것을 중히 여기지 마. 난 가문 간의 싸움에 관심이 없어. 거래할 수 있는지만 말해.”염구준은 국주가 일부러 난처하게 굴지 않으면 황가의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그도 결코 만만한 사람은 아니니, 전신으로도 이 세상의 상황을 뒤바꿀 수 있었다.“염 전주께서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시면 어르신을 청해에 모시고 올게.”조건을 내거는 이영의 말투에 염구준은 몹시 불쾌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정말 살아있는 거야? 지금쯤 여우가 너희 본거지를 습격했을 텐데.”하지만 그도 반격할 줄 알았다.손중천이 아무리 무술이 대단해도 인간이고 여우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죽어도 어르신은 아니야.”이영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손중천은 그녀에게 신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분이 청해에 오시기 전에 낙 전주 사인을 확실하게 말해줘.”이것이 염구준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눈에 차지 않는 고용병사 트랑과 제니든, 여우든 모두 낙성용에 대해 언급했으니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어르신이 모든 걸 말씀하실 거야.”이영은 본인의 입으로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거나 숨기려는 의도가 뻔했다.“이영, 난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싫어. 너희 어르신을 찾는 것과 낙성용 전주의 사인을 알아내는 건 별개의 일이야.”염구준은 잡담을 나눌 인내심이 없었다.오로지 무슨 속셈으로 낙성용까지 끌어들였는지 알고 싶었다.“낙성용도 어르신의 제자지만 은세집안이나 황가의 사람이 아니야. 그냥 고아지.”낙성용 전주가 여우와 같은 동문이라니 염구준이 놀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하지만 어르신과 의견이 맞지 않았어. 낙성용은 국가를 지키려고 매의 둥지를 떠났거든.”이영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나머지 일은 염구준이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살해할 이유가 되지 않아. 만약 그것 때문에 너희들이 선배를 죽였다면 매의 둥지 놈
“그렇게 생각하면 너희들 더더욱 가만둘 수 없어! 구시대의 잔당은 용국을 나락으로 빠지게 할 테니까!”이영의 말에 염구준은 살의를 일으켰다.‘심성이 곱지 못한 것들은 역시 이기적이고 견식이 좁아.’그러다 보니 손중천에게도 흥미를 잃었다. 흑풍과 여우 같은 패륜아를 키웠으니 반역자로 엄벌을 내릴 것이다.“염구준, 낙성용도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해서 은세집안의 손에 죽임을 당했어!”이영은 자신의 신념이 부정당하자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 은세집안은 너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내 손에 멸망한 거야!”코웃음을 치던 염구준은 부하에게 이영을 밀실에 가두라고 명했다.지금은 용국에 소란을 피우러 오는 여우를 죽여야 했다.“명을 받들라! 모든 장병들은 용국에서 은밀한 해역을 전력으로 수색하고 조립된 함정을 발견하는 즉시 보고하라!”그는 대략적으로 매의 둥지 위치를 추측했다.용국과 공해의 경계 지대에 일년 내내 안개가 짙고 아무도 살지 않는 섬들이 있다.만약 매의 둥지가 내해에 있다면 여우는 담이 백 개라도 함정을 타고 오지 못할 것이다.부하가 명을 받들고 나간 뒤, 염구준은 주작에게 연락해 흑풍을 수색하라 명을 내렸다.염희주가 옥패의 힘을 봉인하여 흑풍의 내공이 대폭 줄었기에 청해성에서 도망치는 건 무리었다. “전주님, 황가 위대가 청해성에 나타났습니다. 저들이 흑풍을 체포하는 임무를 인계받았습니다.”30분 뒤, 주작의 메시지를 받았다.국주가 직접 나섰으니 흑풍을 추적하기 어려워졌다. 국주가 협조하자고 부탁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전주님, 이거 함정입니다. 실은 국주도 전주님을 떠보고 계세요.”주작은 이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어쩌면 국주는 흑풍의 존재를 알지도 모른다.“전주님이 어떻게 하든 국회는 전주님을 공격할 이유가 많을 겁니다.”주작이 계속 분석하며 설명했다.염구준도 똑똑한 사람이니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었다.“혹시 흑풍이 국주를 지지하는 걸까, 아니면 측근으로 만들 생각일까?”지금은 진퇴양난이니 더 이상
염구준은 은세집안의 살수들을 키우는 매의 둥지가 여기에 있다고 확신했다.그때 안개 속에 흐릿한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는 부하들에게 흩어지라 명하고 본인은 신속하게 섬으로 올라가 기척도 없이 몇몇 경호원을 해치웠다.그리고 소부대를 이끌고 저들의 은신처로 향했다.가는 길에 꽤 많은 보초병을 제거해서야 등대가 세워진 섬에 도착했다.“전주님, 누가 다녀갔어요.”한 병사가 바닥에 누운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그 시체는 용국인이었다.“대열을 유지하고 각자 행동한다!”지시를 받은 소부대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염구준은 단독으로 움직였다.100미터도 가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영감, 30년이 지났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았어!”여우와 노인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여우, 네놈의 가장 큰 약점은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거야. 너야말로 30년이 지났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았구나!”노인은 중상을 입었는지 가까스로 기침을 참으며 말했다.“옥패의 힘이 없고 원소화가 되지 않아도 영감을 죽일 수 있어.”여우가 음험하게 웃었다.저들은 저런 말투와 태도가 이미 습관이 된 모양이었다.“팔황옥의 힘이 폭발하면 천신이 탄생한다고 내가 그랬지.”노인의 말이 염구준의 주의를 끌었다.천신이란 그의 딸 염희주를 말하는 것 같았다.“천신은 이미 각성했어. 바로 전신전 염구준의 딸내미야. 세상 일이란 참 모를 일이야. 영감.”여우는 태연하게 말했다.하마터면 천신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여우, 내 평생 후회하는 일은 그때 네놈들을 놓아준 것이다.”“낙성용을 죽인 것을 후회해야지. 영감이 감정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우린 그자를 죽이지 못했어.”말을 마친 여우가 섬뜩하게 웃었다.낙성용을 제거하는 건 원래 계획 중의 일부분이었다.“낙성용이 죽지 않으면 천하는 세 갈래로 나뉘지 않고 오로지 용국만 성장했을 거다.”노인의 안타까운 말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 그는 천하무적이지만 낙성용의 전성
노인이 도망치려 하자 여우가 불렀다.“한 놈도 도망칠 생각하지 마!”워낙 염구준에 비해 실력이 나약한데 그가 공격 속도를 가하니 여우는 힘이 달렸다.“어르신, 몇 가지 질문만 대답해 주시면 한 번에 보내드리죠.”염구준은 한 발로 여우의 무릎을 차고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 틈을 타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여우를 가볍게 쓰러트린 염구준이 빠른 걸음으로 노인에게 다가가 앞길을 막았다.비록 노인도 전신 이상의 고수지만 염구준은 어르신을 공격하는 습관이 없었다.“어르신, 이영은 내 손에 있어요. 진실을 말해준다면 살길을 드릴 수 있어요.”노인에 대한 말투는 훨씬 부드러웠다.지금은 진실만 알고 싶지 죽인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염구준, 넌 이미 은퇴해서 황가와 은세집안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게 좋아.”노인은 의미심장하게 말할 뿐 전혀 피할 마음이 없었다.“낙성용을 죽인 이유만 알고 싶어요. 그 외에 창용칠숙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주시면 됩니다.”염구준이 솔직하게 말했다.비록 원한이 깊지 않지만 낙성용은 아무런 죄명이 없이 죽어서는 안되었다.“염구준, 보잘것없는 가문 출신인 녀석이 그 비밀을 알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여우가 냉소를 짓더니 말을 끝내자마자 피를 토하며 바닥에 엎어졌다.“하긴, 그때 은세집안에서 전신전을 끌어들여 해영국의 환심을 사려할 때, 성용 그 녀석은 애국심이 강해서 은세집안을 간첩이라…”낙성용을 언급하니 노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난 황가 제일 대가의 호위로서 흑풍과 운명이 비슷하여 가문에서 추방당했다.”“그래도 계속 은세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따르지 않았습니까?”염구준은 노인의 말에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했다.가문에서 추방당했는데 은세집안을 위해 살수를 키워줄 이유가 무엇인가?“황가와 적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 가문은 없다. 추방은 그저 속임수에 불과하지. 근데 흑풍은…”말끝을 흐린 노인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흑풍은 은세집안의 살수가 되라는 제안을 거부했을 것이다.
염구준이 공격하려던 찰나, 인기척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그림자가 안개 속에서 뛰쳐나와 그를 막았다.“암영당 4대 전신 늦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네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그들은 얼굴색만 다를 뿐, 갑옷은 전신전의 4대 지존의 모습과 똑같았다.“흥, 짝퉁 전신전도 있었냐? 너희들 찾아갈 시간을 절약했구나.”염구준은 도적놈들이 전신이라 자칭하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이것은 전신전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모욕이었다.“하하하. 영감은 살려두고 염구준은 죽여!”암영당 4대 전신이 나타나자 여우에게 역전승할 기회가 생겼다.“몇몇 애송이들이 나를 죽이겠다고?”염구준은 바로 암영당의 청룡과 백호를 쓰러트렸다.남은 두 전신은 노인을 잡으러 갔다.암영 전신도 전신 이상이라 실력을 따지면 흑풍보다 강할 뿐만 아니라 전신전의 4대 지존보다 한 단계 높았다.저들의 수법은 여우와 비슷하여 매우 민첩하기 때문에 염구준이 혼자서 두 전신을 상대하자니 조금 신중해졌다. 얼마 안 되어 노인이 잡혔다.여우는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바로 노인의 견갑골을 찔렀다.두 전신이 돌아와 염구준과 싸우는 데 합류했다.전신 4명을 상대하자니 염구준은 너무나 버거웠다.“영감, 나랑 흑주에 가자. 가서 창용칠숙의 비밀이 뭔지 천천히 얘기해 보자고!”섬뜩한 미소를 짓던 여우는 바닥난 체력으로 노인을 끌고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사상진법?”염구준은 그제야 4대 전신이 사용한 사상진법은 최고 고수한테만 적용하는 진법이라는 걸 깨달았다.“염구준, 너도 그때 사용한 적이 있었지!”암영청룡이 복화술로 말했다.왠지 염구준의 과거를 잘 아는 것 같았다.“여우, 네가 아는 비밀이 나보다 더 많을까?”염구준이 물어보려고 할 때 안개 속에서 허스키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영감, 허세 부리지 마. 최후의 발악에 불과해.”여우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이미 폐인이 된 노인은 비밀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네 마리 짐승을 제물로 바치오니, 진정한 용을
똑똑!두 사람이 재산을 나눌 음모를 꾀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수호는 경각심을 높여 채나에게 눈짓을 주었다.그러자 손발이 맞게 매트리스를 들어 침대 프레임에 가방 두 개를 집어넣었다.“누구야? 설마 바이어가 왔나?”채나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그럴 수도 있어. 근데 너무 이른 시간이야.”수호는 문을 열어줄지 말지 생각에 잠겼다.그런데 계속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죄를 지었으니 발견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은 당연했다.만약 경찰이 들이닥친다면 정말 모든 것이 끝장이다.“누구야? 젠장, 그만 두드려!”수호가 짜증을 내며 언성을 높였다.쿵!그 순간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바로 염구준이었다.“목소리를 들으니까 제대로 찾아왔네.”두 사람은 가짜 신분증과 가짜 이름으로 사용했기에 잘못 찾아왔을까 봐 계속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염구준이 나타나자 수호와 채나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몸을 떨었다.그의 막강한 힘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너… 너 어떻게 여기 왔어?”수호는 이까지 떨면서 겨우 물었다.“노교수가 알려줘서 찾아왔지.”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의자에 앉았다.“노교수?”수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지하에서 노교수의 몸을 몇 번이나 찔렀는데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교수는 어디 있어? 나 만나서 오해를 풀 거야.”이런 비열한 작전에 넘어갈 염구준이 아니었다.“교수님은 하늘에 있어. 너희들을 교수님한테 보내려고 내가 왔어.”염구준은 손가락을 펴서 위로 올렸다.그 말 뜻은 모두 알고 있었다.노교수가 죽었으니 수호도 죽을 거라는 말이었다.“아니야.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채나가 교수를 죽였어. 저년이 나를 꼬셨다고!”수호는 옆에 서 있는 채나를 가리켰다.“웃기지 마. 분명 네가 죽였잖아. 나까지 잡아서 인질로 데리고 온 주제에!”채나가 나서서 반격했다.순식간에 두 사람은 서로 물어뜯으며 케케묵은 옛날 일까지 거들먹거렸다.“닥쳐!”염구준은 그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너희들이 갖고
브레인은 자폭할 기세로 체내의 기운을 끌어올리더니 이내 포기했다.그처럼 목숨을 아끼는 사람이 자살할 리가 없다.심지어 그럴 용기마저도 없을 것이다.“묶어서 리아성전에 연락해!”미카엘은 쌍방의 관계를 눈치채고 지시를 내렸다.“어흑…”브레인은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바람에 기절해버렸다.그를 잡아서 몸값을 받아내는 것은 세상 치욕스러운 일이었다.염구준은 다시 광휘에게 다가가 애도를 표시했다.그리고 두 개의 화염을 일으켜 노교수와 여자를 화장했다.이미 하얗게 타버린 유골을 함에 잘 담아서 광휘에게 건넸다.이곳은 날씨가 따뜻해서 시신이 빠르게 부패하니 용하까지 데리고 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일이 거의 마무리되었다.임시 작전팀은 모두 염구준을 쳐다보며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비록 팀장은 아니지만 어느새 그를 팀장으로 인정했다.“용하에 돌아갈 건데 당신들도 갈 겁니까?”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당연하죠!”“그럼요. 이곳에 공항도 없는데 용하에 돌아간 후에 귀국하는 수밖에요.”모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문제는 염구준이 떠난 뒤에 고국의 후예들이 따지고 들까 봐 걱정되었다.“용하로 돌아갑시다!”염구준이 차에 앉아 길을 안내하고 뒤에서 일행의 차량들이 따랐다.드디어 차 대열이 용하로 향했다.이번 행차에서 임시 작전팀은 지휘관을 잃고 참담한 손실을 입었다.올 때 200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명도 남지 않았다.반대로 염구준은 꽤 수확이 많았다.비록 4000억을 상대방에게 주었지만 연갑과 혈자보제를 얻었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차 대열이 이동하는 속도를 보아 저녁이면 만성시에 도착할 것 같았다.이번 연합 작전에서 거록 존주가 죽었으니 임무를 완성한 셈이다.하지만 염구준이 말한 것처럼 그는 작전팀에서 탈퇴했고 거록 존주는 그가 죽였으니 다른 세력과는 관련이 없었다.만성시에 돌아온 작전팀은 축하 파티를 열지 않고 황급히 조국으로 떠났다.오히려 염구준은 급하게 돌아가지 않고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했다.윙윙!호텔에서 식사
“난 아직 볼일이 있어서, 조용한 곳을 찾아 몇 가지 질문만 할게요.”염구준은 빨리 돌아가고 싶어서 거절했다.노교수가 임종 전에 남긴 유언 때문에 할 일이 또 생겼다.“선배님이 편한 대로 하세요.”미카엘은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차를 가리키며 걸어갔다.염구준의 태도로 보아 다른 사람들이 대화 내용을 듣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차에 올라타자 염구준이 휴대폰을 꺼내 옥패 사진을 보여주었다.“이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고대 옥패인데 모두 8개 있다고 하더군요.”미카엘은 힐끗 봐도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아는 것을 알려주세요. 조건은 얼마든지 말해도 좋습니다.”염구준이 성의를 담아 요청했다.고국의 지하에서 옥패 그림을 본 이후로 고국이 옥패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물어볼 상대를 정확히 찾은 것 같았다.그러자 미카엘이 손을 휘저으며 웃었다.“선배님, 이미 큰 돈을 받았는데 더는 받을 수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죠. 오래 전에 굴운 고국에도 이런 옥패가 있었어요. 전대 국왕은 워낙 보물로 애지중지해서 고국은 이로 인해 강대해 졌어요.”“그런데 어느 날, 나쁜 마음을 품은 자들이 옥패를 노리고 전대 국왕을 독살했습니다. 이어서 수많은 세력들이 고국에 쳐들어와서 저희 선조들을 학살했지요. 나중에 옥패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고국에 남은 선조들은 이곳을 떠났어요.”“가문의 전적에서 봤는데 옥패 8개를 모으면 특수한 방법으로 오묘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미카엘이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에게 쓸만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결국은 옥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그게 끝입니까?”“제가 아는 것은 이게 다예요. 필경… 옥패에 대한 기록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미카엘의 표정을 보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굴운 고국은 옥패로 인해 멸망했다.고대에는 봉건사상이 강하니 불길한 물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았다.“그럼 이런 문자는 본 적이 있어요?”염구준은 다른 사진을 보여주었다.바로 민씨
쿵!염구준은 바로 돌아서 검으로 막고 상대방을 날려버렸다.7명 중에서 한 명이 빠져 진법이 무너졌다.“철수다!”전투 경험이 많은 미카엘이 즉시 결단을 내려 철수하고 다시 진법을 세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7명이서 염구준 한 명을 어쩌지 못하는데 6명이라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눈앞의 반보천인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는 아직도 강력한 초식을 위해 검기를 축적하고 있었다.이렇게 해야만 단번에 승부할 수 있으니까.“칠합일체. 전력으로 싸운다!”미카엘이 명령을 내리자 대열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거대하게 변했다.기운은 하나밖에 느껴지지 않았다.7명의 기운을 한 곳에 집중시킨 것이었다.“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검기를 축적하고는 번쩍 뛰어 맹렬하게 앞으로 돌진했다.검이능공 초식이 더 강했지만 얼마전에 사용했기에 짧은 시간에 다시 사용하는 거은 무리였다.“석운칠성멸!”미카엘도 검법을 가동하여 폭발적인 기세를 보였다.강력한 두 힘이 부딪치며 격전을 벌였다.주변에서 지켜보던 무술인들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승부가 나길 기다렸다.쿵!염구준은 미카엘을 잠시 뒤로 하고 뒤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공격했다.승부가 벌써 갈렸다.싸우는 과정에서 염구준은 몸이 강해진 이후, 점점 강력한 검기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공무적, 거록 존주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었다.혈자보제는 정말 귀한 보물이었다.“어서 수장들을 지켜라!”상황이 심각해자자 상대방 부하들은 우르르 몰려서 본인의 수장을 지키려고 했다.어찌 되었든 그들은 백 명이 되니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저희는 장식품입니까? 저도 염 선생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붉은 장미가 먼저 나서자 다른 무술인들도 잇따라 염구준의 주변에 다가왔다.예전에 그들의 뒷배가 성조국과 개떡 같은 협상을 체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브레인의 지휘에 따랐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었으니 그런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어쩐지 염구준만 따르
”도와줘!”브레인의 고함소리에 리아성전에서 열 명 남은 부하들이 전부 지원하러 나섰지만 여전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이 고대 진법은 생각보다 강했다.나머지 세력들도 당연히 나서서 도와줘야 하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않았다.솔직히 브레인이 일방적으로 맞고 있으니 속으로 통쾌해서 나서고 싶지 않았다.그들이 나서지 않으니 7명의 부하들도 나서지 않고 관전했다.“염 선생님, 저들이 싸우고 있을 때 우리 떠나죠.”붉은 장미가 나서서 상의하려는 투로 말을 건넸다.타이밍은 좋지만 염구준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급하지 않아요. 진법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어쩌지 못해요. 일단 지켜보고 얘기하죠.”그는 거드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이 나라의 후예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전쟁터에서 격렬한 싸움이 계속 진행되었다.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리아성전에 반보천인 2명밖에 남지 않았다.두 사람은 포위되어 반격하지도 못하고 가까스로 버텼다.“이제 때가 되었네.”정확히 30분 후, 관전하던 염구준이 한마디 했다.쿵!그 순간 7명은 가장 약한 반보천인을 공격해 쓰러트렸다.혼자 남은 브레인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중상을 입었다.리아성전은 이번 작전에도 전멸한 셈이었다.“저들은 리아성전에서 왔어요. 돈이 많으니까 잡아다 몸값이라도 받아요.”염구준이 불쑥 튀어나와서 말하자 브레인은 하마터면 혈압이 올라 쓰러질 뻔했다.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잡아다 몸값을 받는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앞으로 리아성전에서 고개도 쳐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알려줘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당신들 전부 잡아야겠는데요.”미카엘은 돌아서서 염구준을 노려봤다.발차기로 본인의 형제인 반보천인 고수를 물리쳤으니 절대 우습게 볼 수가 없었다.“염 선생님, 제가 도와줄게요.”마지막 남은 반보천인이 염구준의 곁으로 다가갔다.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었다.게다가 그들 사이에 얼굴을 붉힌 적도 없었다.“괜찮아요. 나 염구준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아요.”
우르릉쾅!한창 격전을 치를 때, 지하가 심하게 진동하면서 위에서 자갈과 모래들이 떨어졌다.지하가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다.이곳은 지면과 거리가 있어서 묻히게 되면 아무도 살아서 도망칠 수 없다.“도망쳐! 지진이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양쪽 세력은 싸움을 멈추고 지하 입구로 도망쳤다.그들은 내려올 때, 나중에 올라가기 쉽게 밧줄을 묶어 사다리처럼 연결해 놓았다.이미 지하 입구 아래에 도착한 염구준은 사다리를 잡고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임시 작전팀에서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지하를 나가면 바로 석굴암이었다.평소 풀도 자라지 않고 한산하기 그지없던 곳에 오늘따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딱 봐도 7인조 패거리는 보통 무술인 같지 않았다.“미카엘, 실은 자폭 기관을 가동할 필요 없어. 내려가서 저놈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한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조심해야 해. 저들 중에 고수들이 있다고 들었어.”미카엘이라는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엄숙하게 말했다.그런데 불복하는 일행이 나서서 반격했다.“뭐가 무서워? 우리 7명이 모이면 저놈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 감히 조상들의 물건에 눈독을 들여?”“맞아. 난 수년 전에 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해서 아무도 안 무서워.”미카엘이 다시 나서서 말렸다.“큰소리하지 마. 기관이 작동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어. 일단 보초군부터 해결하자.”“나 혼자면 충분해!”한 그림자가 브레인이 지시한 부하들에게 돌진했다.“너희들 누구야?”반보천인 고수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리아성전의 부하들은 반격할 기회도 없이 참살당했다.이어서 남자는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며 지하로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려고 했다.스스슥!그때 마침 염구준이 지하에서 올라오며 남자의 얼굴을 향해 발을 힘껏 날렸다.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남자는 두 팔로 얼굴을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강하다!’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했지만 상대의 발차기에 팔이 저리고 아팠다.“당신은 현지 무술인입니까?”염구준이 두 사람을 내려
브레인이 말을 번복하니 여러 세력들은 불만을 품고 논쟁을 벌이다 결국 싸움이 일어났다.손전등이 비추는 곳 외에 어두워서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누가 죽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임시 작전팀의 철석 같은 동맹이 며칠 사이에 원수가 되어버렸다.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함께 공격하라! 브레인을 죽여라. 리아성전의 횡포가 하늘을 찌른다!”“맞아. 저 영감을 죽여야 해.”“감히 리아성전의 위엄에 도전하다니 죽고 싶어?”브레인이 모두의 분노를 사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이젠 리아성전에 반보천인 고수 2명이 있어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구석에서 몇몇 사람들은 혼전에 참가하지 않았다.“장미 대장, 정말 도와주지 않을 겁니까?”호전적인 누군가는 벌써 손이 근질근질했다.“죽고 싶으면 막지 않을게.”붉은 장미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한 켠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여기 시끌벅적하네.”바로 염구준이었다.그 목소리를 들은 임시 작전팀은 바로 동작을 멈추고 물러섰다.변수가 나타났으니 계속 싸운다면 오히려 남에게 좋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형님 맞습니까?”그때 어느 바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약하게 들렸다.염구준의 기억이 맞다면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 노교수의 제자 광휘일 것이다.그가 재빨리 다가가자 피바다에 쓰러진 노교수가 보였다.호흡이 미약하게 들리는 것이 이미 가망이 없었다.그리고 수호와 채나는 보이지 않고 다른 여제자도 죽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염구준이 광휘의 상처를 살펴보며 물었다.“수호와 채나가 돈에 눈이 멀어서 우리를 음해하고 보물을 챙기고 도망갔어요.”온몸이 피투성이인 광휘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노교수의 팀은 설립된 지 오래되어서 다들 정이 깊었다.그런데 재물 앞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에휴, 내… 내가 어리석었어.”노교수가 가까스로 말을 하면서 자신을 책망했다.염구준은 두 사람의 상처를 살펴봤다.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광휘는 앞으로 휠체어에 앉아
한 차례 격전은 30분 정도 지속되어서야 끝났다.반보천인 고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전부 이곳에서 구렁이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전신 경지 이하는 빨리 열매를 따고 나머지는 구렁이가 나타나는 것을 대비해 방어한다.”브레인은 또다시 변고가 생길까 봐 인상을 찌푸리며 현장을 지휘했다.방금 거대 구렁이의 방어력이 엄청나서 속으로 꽤 놀았었다.윙!그때 갑자기 이명소리가 들리더니 검 하나가 구석에서 날아와 석벽에 꽂혔다.“혈자보제는 내 거야. 너희들은 꺼져.”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염구준이었다.그는 모습을 드러내며 구자검을 회수했다.염구준을 본 브레인은 안색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염구준, 덩굴에 열매가 빈 것을 보아 네가 많이 딴 모양이구나. 그것으로 만족해!”이런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섭섭하게 무슨 말씀이세요. 혈자보제는 기이한 열매라 아무리 많아도 성이 차지 않네요.”염구준이 석벽으로 걸어가더니 열매를 따기 시작했다.리아성전의 부하들은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눈길을 브레인에게 돌렸다.그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전에 싸우면서 염구준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전투력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절반씩 나누자. 나도 많이 양보했어.”브레인은 어쩔 수 없이 양보하기로 했다.“벌써 귀가 먹었어요? 꺼지라고 했잖아!”염구준은 브레인을 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예로부터 보물은 능력이 있는 자만이 차지했으니 브레인은 공유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염구준, 말이 너무 심하네. 우리 리아성전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브레인이 뒷배를 내세웠다.“잔말 말고 물건은 여기 있으니까 능력이 있으면 빼앗아 보시든지.”염구준은 말하면서도 계속 열매를 따고 있었다.그 태도를 보아 브레인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끄드득!열받은 브레인은 손가락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다.“염구준, 너 몇 시간 전에 결투를 벌였으면서 나를 상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거다.”이번에 다른 반보천인
혈자보제는 아주 귀한 보물이다.하지만 보관하기 어려워서 열매를 딴 후 바로 복용해야 했다.아니면 약효야 떨어지고 며칠 뒤에 아예 썩어버린다.모든 약효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염구준은 제자리에 앉아 꼼작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는지, 통로에서 다시 인기척이 전해지면서 일행의 말소리가 들렸다.“대장, 밖에 보물 정말 챙기지 않을 겁니까?”“이 바보야, 그렇게 무거운 걸 얼마나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그보다 더 가치가 있고 가벼운 것을 챙겨야지.”“역시 대장은 똑똑해요.”두 남자의 대화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다.염구준은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혈자보제를 흡수하고 있기에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잠시 후, 두 사람은 혈자보제가 자란 곳까지 다가왔다.그들 반응도 염구준과 똑같았다.“대장, 여기 방울토마토 있어요.”대장은 얼떨떨했다. 햇빛도 없는 곳에 어떻게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 말이다.퍽!“이 무식한 자식아, 방울토마토가 이렇게 생겼어?”대장은 부하의 뒤통수를 갈기며 물었다.“그럼 이건 뭡니까?”부하는 맞은 곳을 슥슥 문지르며 물었다.“이것은…”한참을 살피던 대장도 무엇인지 몰라 대답하지 못했다.이런 식물은 본 적도 없었지만 동글동글한 것이 참 탐스럽게 생겼다.“혈자보제다. 하하하.”바로 그때 다른 통로에서 브레인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강력한 고수들은 더 귀한 물건을 원했기에 금은보화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브레인 팀장님도 여기에 오셨군요.”대장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로 짜증을 냈다.한 사람이 더 나타나면 어떤 귀한 물건이라도 모두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특히 브레인 같은 고수와 동행하면 국물도 얻어먹지 못할 것이다.“그래. 너희들 모두 나가. 여기는 리아성전의 귀속이고 밖에 재물들이나 가져.”브레인은 혈자보제를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브레인 전주님, 그건 아니죠. 혈자보제는 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