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앨리스는 자신이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족장은 이미 너무 놀라 바닥에 완전히 쓰러졌다.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그도 자신이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그는 신분이 폭로되었다.염구준처럼 흉악한 눈빛을 가지고 있고, 살기를 끊임없이 흘러내는 사람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몸 안의 생존본능은 족장의 안색을 변화시켰다.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염구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전주, 제발 기회를 줘서 이 목숨만 살려주게! 살려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하겠네!"청용은 손아귀에서 이미 죽은 잭슨을 뿌리치고 족장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하하. 이제야 용서를 비는 거예요? 방금 무기를 빼앗아 우리를 겨누던 사람 당신이잖아?""아!"족장도 방금 자신의 무모한 행동을 돌이켜보았다. 그는 이미 살려달라고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막연한 희망일지라도 그는 미친 듯이 잡고 싶었다.그는 염구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긴장되는 느낌에 그는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뭐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죠!"염구준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청용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은 그로 하여금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되리라는 것을 알게 했다."무엇이든 괜찮네. 흑풍 쪽에 잠복하라 해도 괜찮네. 늙은 이 몸 바쳐서라도 당신들이 준 임무를 완수할게!"절박한 상황에 부닥치자 족장의 말투도 오락가락했다.염구준이 이 사람을 남겨둘지 말지 고민하던 중 앨리스가 청용의 앞을 가로막았다."제발 죽이지 마! 어쨌든 가문의 족장이니 남겨 두면 엘 가문을 단결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네? 지금 같은 상황에 배신자 늙은이를 대신해 사정하는 거예요? 정말 너무 순진한 거 아니에요?"청용은 충격적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마 앨리스는 정말 가르칠 수 없는 사람인 건가?희망이 생기자, 족장은 허둥지둥 앨리스에게 기어가 미친 듯이 절을
"두렵네, 물론 두렵네. 하지만 그 상황에 직면했을 땐 나도 어쩔 수 없었네. 어차피 죽을 바에 당신 손에 죽는다면 더 할 말 없네!"염구준은 표정을 숨기고 손을 뻗어 바닥에 쓰러진 족장을 잡아당겼다."만약 양쪽 다 죽을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게요. 아니..."염구준이 말을 마치기도 전, 족장은 머리를 들지도 않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 아주 힘껏 꿇어 뼈가 부딪히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렸다."무슨 길인가?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네!""그래요. 앨리스의 체면을 봐서 살 수 있는 선택지를 줄게요. 앞으로 당신의 표현을 두고 볼게요!""그래. 하지만 무엇을 시키려는 건가?""흑풍 존주에게 소식을 전해요. 엘 가문이 뿔뿔이 흩어져 곧 해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요!"그 말을 하자 족장의 안색이 달라졌다. 만약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흑풍 존주가 알게 되면 그는 어떻게 죽을지 생각도 못 할 지경이다!그러나 지금도 이미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 그는 어쩔 수 없이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 승낙했다.자리에서 일어난 족장은 앨리스를 보고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마음속 양심의 가책과 존엄성 없는 모습에 족장은 단번에 평범한 100세 노인으로 보였다."됐어요. 이제 가세요. 앨리스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의 추궁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겠죠?"일이 끝나자 앨리스는 염구준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사람을 잘못 썼으니, 벌을 내려 주세요!""엘 가문 전체를 바로 인수하려 했지만,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자신을 구했어요!"앨리스는 염구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넋을 잃었다.그러나 청용과 염구준은 족장의 도움으로 엘 가문을 통일하는 일은 손쉬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앨리스는 손에 땀을 쥐었다. 염구준이 자신을 내쫓을 거라 생각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살려주었다니."설마 아직도 모르는 거예요? 방금 족장을 죽이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족장은 이미 한 구의 시체
"이번 회의에서 몇 가지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회사는 내일부터 단계별 구조화 관리를 진행하고, 크고 작은 일들을 구분하여 각 계층 사람이 각개 관리할 예정입니다.""목적은 효율 제고입니다!"앨리스는 한참 동안 얘기를 멈추지 않았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들을수록 깜짝 놀랐다.원래 앨리스는 기업의 일에 별로 소질이 없었고 내린 결정도 모두 애매모호하고 결단력 없었다.그러나 오늘의 앨리스는 아주 과감하고 말하는 의견도 모두 회사에 부합되었다.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여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족장은 이를 보고 책상을 내리치며 앞에 있는 사람에게 호통쳤다."다들 귀가 먹은 건가? 가주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 건가?"족장의 확 바뀐 태도로 인해, 자리에 있던 사람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족장마저 앨리스의 말을 철석같이 믿다니.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찬성하며 만장일치로 이번 회의 결정을 통과시켰다.회의가 시작되기 전 족장은 직접 앨리스의 사무실로 찾아와 수단을 써서 얻은 회사의 주식을 모두 돌려주었다. 앨리스는 다시 회사 전체를 장악하게 되었다.이렇게 강한 각오는 결코 작은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사를 겪어야 한다.족장은 더 이상 돈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고 느꼈다.그럼,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회의가 끝난 후 가족 성원들은 하나같이 앨리스를 칭찬했다. 뒤에서 앨리스를 인정하지 않던 사람들도 모두 앨리스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오늘 회의에서 봤는가? 앨리스가 제의한 의견이 족장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네!""앨리스도 순전히 가문의 부흥을 도우려는 것이니, 우리도 더 이상 의심하지 말자고!"뭉친 엘 가문은 회사의 일에서 이상하리만치 단합하였다.이에 따라 염구준도 모르는 내부 스파이들이 많이 수렴되었다.흑풍 존주는 화가 치솟았다. 그는 손에 든 보고서를 책상 위로 내던졌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뒤에서 수를 쓰라 했더니 왜 엘 가문이 점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자 많은 일을 겪은 흑풍 존주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앨리스 회사의 다른 스파이한테 연락해 이 일이 사실인지 알아봐!""네!"조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한편 앨리스는 비밀스러운 사무실에서 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염구준이었다."급하게 이리로 부른 이유가 있어요?"앨리스의 말투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회사에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여 많은 번거로움을 겪었기에 앨리스는 그룹 주주들 앞에서 화를 낼 뻔했다.그러나 염구준 앞에서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 많이 침착해지고 배웠으니 결국 참아냈다."하하. 이렇게 귀찮아하는 걸로 보아 무슨 어려움에 부딪혔나 보죠?"염구준은 재빨리 알아차렸다. 큰 변화도 자연히 염구준의 관찰을 피해 갈 수 없다.앨리스는 한숨을 쉬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거두었다."네. 새로운 정책을 추진했는데 셀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힌 것처럼 전혀 진행이 안 돼요!"염구준은 사무실로 들어온 후 줄곧 앨리스를 등지고 앨리스와 마주 보지 않았다.그래서 앨리스는 염구준이 굳은 얼굴에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모른다.만약 이 장면을 앨리스가 봤다면 틀림없이 놀랄 것이다."가문의 관리인으로서 이 안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못 알아차렸어요? 이런 일도 내가 다시 가르쳐야 합니까?"앨리스는 배후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기에 정책을 빨리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나 이 방면에서 앨리스는 재능이 없었다.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죄책감을 제외하고 앨리스의 마음속에 다른 경멸의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염구준이 자신을 이렇게 무시하는 것을 경멸했다.성장하고 있는 앨리스에게 더 필요한 것은 격려이지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됐어요. 이 일은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어요!"앨리스는 이를 악물었고 눈빛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이 손가락을 휙 흔들자, 청용이 꽁꽁 묶인 사람을 끌고 다른 방에서 나왔다."이건..."앨리스는 충격에 휩싸
영업부장의 말투가 너무 강경하여 앨리스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다들 반응하지 않자, 부장은 더욱 건방진 표정으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했다."하하. 내가 충고하는데, 지금 난 손에 회사 60%의 고객 자원을 장악하고 있어. 만약 나한테 문제가 생기면 회사는 망할 준비해!"앨리스는 참지 못하고 달려가 부장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그래.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나도 가만히 못 있지.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 고객들도 회사와 연락을 끊을 거야. 그때가 되면 돈 벌 생각 하지 마!"영업부장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앨리스는 오히려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상대를 묶은 밧줄을 풀었다."너! 이게 무슨 뜻이야?"영업부장은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자리에 서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앨리스는 한숨을 쉬고 이내 입구의 방향을 가리켰다."가요. 앞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으면 지난 일을 탓하지 않을게요. 이득은 당신을 부추긴 사람보다 더 많이 줄 테니!"영업부장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윗사람의 임무는 앨리스의 회사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그러나 앨리스가 이렇게 침착하다니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정말, 날 용서한 거야?"영업부장의 말투는 무기력해보였다. "네!"영업 부정은 크게 기뻐했고 눈웃음을 지으며 순수한 모습을 했다.그가 가려는 찰나 염구준이 움직였다!"가려고?"염구준의 목소리는 붕 떠 있는 것 같았고 좁은 사무실 안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쳤다.순식간에 영업부장의 안색이 변했다.영업부장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고 넘쳐흐르던 웃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몸을 돌려 싸늘하게 염구준을 바라보았다."왜? 트집 잡으려고? 이 일 아직 넘어가지 않았어. 날 납치한 건 범법행위야, 반드시 고발할 거니까 눈치 있으면 잘 보여야지. 기분 좋으면 용서해 줄 수도 있어!""하하.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한 거 같네?""현실은 내가 널 경찰서로 보내고 싶으면 바로 보낼 수 있다는
"너!"강한 카리스마에 부장도 참을 수 없이 공포에 떨었다. 그는 저도 몰래 한걸음 뒤로 나아갔다."충고하는데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잘 알 거야!"짝-염구준은 부장의 뺨을 내리쳤다. 다섯개의 선명한 손가락 자국은 부장의 날뛰는 기염을 가라앉히긴커녕 오히려 불을 붙였다.그는 염구준의 옷깃을 잡고 손을 뻗어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동작은 천인인 염구준에게 있어 너무 느렸다.염구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을 뿌리쳐 상대의 팔을 쳤다. 부장은 경악하며 염구준을 바라보았다.손에서 전해진 통증은 마치 돌에 세게 부딪힌 것처럼 아파왔고 손바닥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너!"퍽염구준은 또다시 손바닥을 날렸고 부장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이미 그의 신발을 한 발로 밟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리지 못하고 바로 바닥에 넘어졌다."아!""충고할게! 넌 끝났어. 이곳에서 나가면 반드시 널 산산조각 낼 거야! 나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네 조상님 무덤까지 다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염구준은 무표정을 지었다. 그는 싸늘한 기운을 풍겼고 살을 에는 서늘한 기운이 방에 가득했다.본능적으로 영업부장은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염구준에게 맞은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고 코피가 턱을 타고 명치까지 흘러내렸다. 하얀 셔츠는 이미 핏빛으로 물들었다.염구준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의 앞에서 비틀었다. 그의 팔은 바로 빠졌고 몸을 연결하는 뼈는 스펀지처럼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앨리스도 당황했다. 그녀는 염구준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 없었다. 그도 회사 일을 매우 신경 쓰는 것 같았다.비록 염구준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지만, 상황을 보니 영업부장은 끝난 듯하다.청용이 다가와 상대방의 목을 졸랐다."이 자식아, 네 앞에 있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숨 막히는 느낌이 가슴에 와닿았고 그는 맞은편 사람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었다. 그는 청용의 손에서 벗
죽기를 기다리는 건가?‘내가 얼마나 많은 수단을 가졌는지 모르나 보네.’염구준은 생각했다."말 안 해?"청용은 주먹으로 상대의 신장을 내리쳤다. 겪어본 적 없는 아픔으로 인해 영업부장은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아!"갑자기 그는 기본적인 호흡조차 하기 어려웠고 온몸의 위아래 기혈이 균형을 잃고 혼란에 빠지는 것 같았다.이런 느낌은 불에 타는 작열도 아니고 바늘로 찌르는 따끔한 통증도, 얻어맞은 듯한 순수한 통증도 아니었다.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고 몸 전체가 전무후무한 상태에 빠지는 것 같았다.마치 물속에 있는 물고기가 숨을 쉬지 못하고 음식을 먹었지만 계속 배가 고픈 것 같았다.분명히 숨을 크게 쉬고 있지만 폐는 산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바닥에서 몇 차례 경련을 일으킨 뒤 청용은 다시 그를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말하지 않으면 수천 가지의 가혹한 형별을 맛보게 할 거야. 매번 극심한 고통을 겪지만 죽진 않을 거야!"영업부장은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의 바지는 젖었고 두 다리도 계속 떨렸다.피눈물이 계속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잘못했어요. 뭐든지 다 말할게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제발.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요!"청용은 대답 대신 콧방귀를 뀌었다."협조할 거면서 애초에 왜 그랬어?"그까짓 영업부장이 왜 이 지경까지 날뛴 걸까?이어 영업부장의 진술에 앨리스는 깜짝 놀랐다.전 회사에서 절반이 넘는 사람이 횡령에 참여했고 심지어 회사의 40% 이윤을 차지했다!액수를 나열하자 앨리스는 보고 넋을 잃었다. 그녀는 그녀가 관리하는 회사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곧이어 앨리스는 종이를 꺼내 부장에게 사인을 하게 했다."그리고, 횡령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야 해!""그건..."영업부장은 난처했다. 이 일을 폭로하면 죽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복수를 당할 것이다. 자신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것과 다름없었다!"쓸거야 말거야?"청용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옆에 있는 의자를 들어 내리
"귀신이 되어서도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딱 기다려, 이런 회사는 조만간 망할 테니까!"한 줄기 피가 뿜어져 나오며 영업부장이 바로 호흡을 멈췄다.앨리스는 결국 참다못해 물었다."왜 살려주지 않은 거죠?"염구준은 걸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어떤 사람은 놓아줄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절대 안 돼요!"말하고, 염구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앨리스는 멍하니 자리에 남아 서 있었다.청용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앨리스를 일깨워주었다."슬퍼하지 마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에요. 이렇게 횡령한 사람을 놓아주면 다시 같은 짓을 할 거예요. 살 기회를 주면 두 배로 은혜를 갚는 족장과는 달라요!""왜지?""이쪽에서 이미 들킨 이상 족장이 전력을 다해 우리를 대하지 않으면 다른 쪽에 가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어요!"앨리스는 확실하진 않지만 그래도 몇 가지 이치를 깨달았다. 그러나 염구준의 진정한 의도는 시종 이해할 수 없었다.앨리스는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손에 든 명단을 바라보았다.한참 일깨워준 후 청용은 떠났다.그는 아래층으로 향해 염구준과 만났다.청용이 다가오는 걸 본 염구준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의 말에 청용은 곧바로 생각에 잠긴 듯했다."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일 것 같아요. 이번에 교훈을 얻었으니 분명 모질게 마음을 먹었을 겁니다!""그래, 그게 바로 내가 걱정하는 거야. 만약 모두 해고하면 회사는 단시간 안에 회복할 수 없을 거야.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라."그날 저녁, 앨리스는 회사 전체 임원들과 회의를 열었다.회의실 전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꽉 찼다. 앉을 자리마저 부족해 어떤 이는 그냥 서 있었다.회의가 시작되자 앨리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침울하게 무대에 올랐다. 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소란을 멈추고 곧 조용해졌다.널찍한 홀 안에는 머리색이 각각 다른 사람들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급하게 회의를 통지한 데다 앨리스의 태도도 강압적이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