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되어서도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딱 기다려, 이런 회사는 조만간 망할 테니까!"한 줄기 피가 뿜어져 나오며 영업부장이 바로 호흡을 멈췄다.앨리스는 결국 참다못해 물었다."왜 살려주지 않은 거죠?"염구준은 걸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어떤 사람은 놓아줄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절대 안 돼요!"말하고, 염구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앨리스는 멍하니 자리에 남아 서 있었다.청용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앨리스를 일깨워주었다."슬퍼하지 마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에요. 이렇게 횡령한 사람을 놓아주면 다시 같은 짓을 할 거예요. 살 기회를 주면 두 배로 은혜를 갚는 족장과는 달라요!""왜지?""이쪽에서 이미 들킨 이상 족장이 전력을 다해 우리를 대하지 않으면 다른 쪽에 가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어요!"앨리스는 확실하진 않지만 그래도 몇 가지 이치를 깨달았다. 그러나 염구준의 진정한 의도는 시종 이해할 수 없었다.앨리스는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손에 든 명단을 바라보았다.한참 일깨워준 후 청용은 떠났다.그는 아래층으로 향해 염구준과 만났다.청용이 다가오는 걸 본 염구준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의 말에 청용은 곧바로 생각에 잠긴 듯했다."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일 것 같아요. 이번에 교훈을 얻었으니 분명 모질게 마음을 먹었을 겁니다!""그래, 그게 바로 내가 걱정하는 거야. 만약 모두 해고하면 회사는 단시간 안에 회복할 수 없을 거야.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라."그날 저녁, 앨리스는 회사 전체 임원들과 회의를 열었다.회의실 전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꽉 찼다. 앉을 자리마저 부족해 어떤 이는 그냥 서 있었다.회의가 시작되자 앨리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침울하게 무대에 올랐다. 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소란을 멈추고 곧 조용해졌다.널찍한 홀 안에는 머리색이 각각 다른 사람들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급하게 회의를 통지한 데다 앨리스의 태도도 강압적이
50~60세의 중년이 일어나 한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말했다.앨리스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에 든 종이를 무대 아래로 내던졌다.멀리서 구경하던 염구준은 갑자기 당황했고 옆에 있던 청용도 소리를 질렀다."하지 마요!""이미 늦었어. 일단 몇 장 복제를 해두었기를 기도해야지. 증거를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청용은 탄식했다. 악의를 품은 사람이 증거를 없애면 앨리스는 설명할 방법도 없고 체면도 깎일 것이다.다들 명단을 돌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사람들은 당황했고 심지어 처음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안색이 달라진 사람들은 모두 각 부서에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다."허허. 앨리스 씨, 너무 과감한 거 아니에요? 이 종이 한 장으로 횡령을 단정 짓다니, 회사 전체를 날려 먹는 것이 걱정되지도 않아요?"앨리스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험악한지 똑똑히 보았으니 더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녀는 패기 있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진옥 씨, 이런 말로 소동을 일으키다니, 설마 명단 속에 당신의 이름도 있는 거 아닌가요?"진옥은 그녀의 말에 말문 막혔다. 앨리스를 비하하려는 말도 뱉으려다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다."인정할 수 없어요! 이것은 직원에 대한 침범이에요. 만약 아무나 직원이 횡령했다고 증언하면 원수가 일부러 말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원수가 일부러 그런 것인지는 데이터를 조사해보면 되잖아요?"이 말을 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일단 조사를 시작하면 횡령한 사람들이 저지른 더러운 짓들은 만천하에 밝혀질 것이다.심지어 일부 젊은 직원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회의실 안에서 통곡했다."흥, 쓸모없는 녀석!"30세 정도의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나섰다. 바로 회사의 재무 부서 부장으로 회사의 재무 지출과 수입 상황을 관리하는 사람이다.그는 앨리스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상관없다는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실례지만, 우리가 횡령했다는 증거가 있나요?"앨리스는 조금 짜증 났다.
"가지 마. 스스로 저지른 일이야. 이런 작은 상황도 수습할 수 없다면 이 회사의 관리를 맡길 수 없지!"염구준의 말투는 싸늘한 정도가 아니었다. 앨리스를 보는 그의 눈빛에는 심지어 살기가 드러났다.염구준의 실력은 아주 강하지만 평소 청용 등이 살기를 강하다고 느끼게 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염구준은 마치 사냥감을 보는 듯 날렵하게 앨리스를 보고 있다.앨리스가 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앨리스라는 사람은 바로 염구준에 의해 버려질 것이다."그래요. 합리적인 설명을 해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순간 항의 무리를 결성했고 횡령하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참여하였다.그들은 회장님을 무너뜨리면 어느 정도 이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조용히 해요!"소리를 지르는 앨리스의 목소리에 마이크 확성기 기능까지 더해져 날카로운 음파가 회사 전체 직원의 고막을 터뜨릴 뻔했다."어이구, 소리만 지를 줄 아는 거예요? 마음대로 안 되니까 화내는 거예요?""맞아요. 능력이 있으면 증거를 갖고 오고 능력 없으면 물러나요. 내가 회장을 해도 아주 잘 관리할 수 있을 테니!""그때가 되면 앨리스 씨는 와서 비서나 해요. 나의 업무에 약간의 즐거움을 더해 줄 수 있으니까, 하하!"앨리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듯 웃음을 지었다. 횡령을 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그들을 방임할수록 더욱 건방지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한숨을 내쉬자, 아래 사람들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재무부장은 아예 무대 위로 올라왔다."우리 회사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해요. 내가 이 자리에 오르는 것에 다들 의견 없죠?"재무부장은 횡령을 가장 많이 한 인물이다. 회사 내의 많은 직원들도 그의 뇌물을 받은 적 있어 그의 말에 많은 직원들이 찬성했다."자, 봤죠? 회사 직원들은 모두 날 인정했어요. 눈치 있으면 빨리 물러나서 사무실에서 기다려요!"그리고 그는 요염한 동작을 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앨리스는 침을
증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아래 사람들은 다시 떠들썩해졌다.그들은 앨리스의 수단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을 궁지에 몰면 무슨 짓을 못 할까? 게다가 체면도 있고 자존심도 있는 사람이다.일이 이미 알려졌으니, 그들은 계속 날뛰지 않았다. 비록 인정하진 않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재무부장은 다른 명단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고 숨넘어갈 뻔했다."당신, 이렇게 독하다니. 나를 공격했다고 고소할 거예요!""공격이요? 내가 공격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 어디 물어봐요. 추행하려 하자 정당방위를 했다고 하겠죠."재무부장은 아래를 힐긋 쳐다보았다. 다들 누가 나서면 큰일 날것을 똑똑히 알고 있다.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재무부장도 그냥 끝낼 수밖에 없었다.앨리스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마이크 앞에서 정중하게 말했다."당신들 중 누가 횡령에 가담했든 상관없어요. 지금 회사에서 물러나 법정으로 갈지, 아니면 이후에 횡령을 그만둘지 기회를 드릴게요. 더 이상 횡령과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잘못은 따지지 않겠습니다!"그들의 눈에는 희망이 빛났다. 앨리스가 그들을 용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따뜻한 느낌이 그들의 마음을 감쌌다.아래 사람들은 바로 떠들썩해졌고 다들 앨리스의 결정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두 앨리스의 의견을 따랐다.재무부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염치도 없이 손을 흔들며 고함을 질렀다."앨리스 회장님을 따라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습니다!"청용은 그 광경에 넋을 잃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뻔뻔스러운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기회를 엿보는 능력이 너무 강하네요. 앨리스 씨가 정말 용서하진 않겠죠?"미소를 짓던 앨리스의 표정은 간사한 웃음으로 바뀌었다."당신은 제외에요!"재무부장은 표정이 변했고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뜻이에요?""당신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당신의 죄를 하나하나 다 조사해 낼 겁니다!"무대에서 고함을 지르고 있던 부장은 다소 난처했다."회장님, 농담하지 마세요.
무대 아래의 사람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더 말하지 않았다.재무부장은 화가 치솟아 올라, 그에게 반항하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일단 물어뜯고 봤다.앨리스는 귀찮아져서 손을 흔들어 그를 끌고 나가라 명했다.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그도 더 이상 날뛰지 못하고 그렇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흐릿했다.재무부장의 결과는 짐작할 수 있었다.이 일을 처리한 후, 앨리스는 회의가 끝나기 전에 무대 위에서 종이를 찢었다.그럼에도 불과하고 무대 아래 사람들은 흥분하지 않았다. 한 부를 복사할 수 있으면 두 부를 복사할 수 있는 법이다.앨리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이 일을 추궁할 수 있다."다들 무엇을 고려하는지 알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마지막 서류에요. 회장의 신분으로 장담하죠, 앞으로 회사에 충성하기만 하면 과거의 잘못은 묻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표현이 좋다면 심지어 보상도 있어요!"이득을 본 직원들은 하나같이 흥분해 들썩거렸다. 방금까지 고요하던 회의실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이 일이 있고 난 뒤, 오후 내내 회사는 아주 조용했다. 모두 일에 몰두했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회의가 끝난 후 염구준은 앨리스를 불렀다.앨리스를 보자 염구준은 한마디만 했다."잘했어요!""하하. 정말 잘했어요. 그 재무부장을 처리할 때 얼마나 패기 넘쳤는지 몰라요. 반할 뻔했다니까요?"청용은 즐거운 표정을 하고 빠르게 걸어왔다. 앨리스의 이번 결정이 두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은 게 분명했다.염구준조차도 생각지 못했다. 이미 망했다고 느꼈는데 앨리스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앨리스는 얼굴을 조금 붉히고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날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재무부장을 이용해 본때를 보여준 거예요."염구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앨리스가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잘했어요. 가
나아언은 상황을 알아차리고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정말 가관이구나! 너처럼 쓸모없는 녀석이랑 합작하는 것을 결정한 내 잘못이야. 보아하니 복수를 하고 싶지 않나 봐? 이 정도 일도 제대로 못 하는 거야?"흑풍 존주는 고함을 지르며 나아언의 핸드폰을 박살 냈다.나아언도 넋을 잃었다. 하룻밤 사이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회사 내에 있는 열 명에서 20여 명이 되는 스파이는 모두 한순간에 연락을 끊었다. 엘 가문에 큰일이 일어난 게 아니라면 모두 잡힌 것이다."혹시 필요로 의해서, 그러니까...""그만해. 네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어. 보아하니 네 아들이 너의 자리를 차지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네!""존주, 저를 존중해 주십시오. 당신과 합작했다는 건 저도 모든 능력을 동원했다는 뜻입니다. 스파이들이 모두 잡히는 것도 가능성 있는 일이에요!""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네가 찾은 스파이들은 이미 그쪽으로 갈아탔다고! 내가 염구준은 너무 얕봤어!"나아언은 아주 당황했다. 그는 이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존주, 저를 믿으세요. 사람을 더 보내겠습니다!"흑풍 존주도 이성을 회복했고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파이를 파견하는 일은 아마 소용없을 것이다."그래. 다시 한번 믿을게. 하지만 더 이상 스파이는 보낼 필요 없어. 이미 간파된 일이야,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일은..."흑풍 존주는 나아언에게 가까이 가 계획을 속삭였다.나아언은 존주의 명령을 받은 후 반짝거리는 눈빛을 한 채 흑풍 존주에게 공수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역시 존주님이십니다. 이 계획은 아주 완벽해요. 반드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엘 가문은 이튿날 조회를 진행했다. 앨리스는 뛰어난 능력으로 모든 성원의 인정을 받았고 회사는 빠르게 정상 운행되었다.그러나 모든 사람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할 때 사람들이 밖에서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들은 하나같이 몸에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검은 마스크를 썼다.그 모
"날 잡아가려는 거예요?""에이, 그렇게 거칠게 말하지 마요. 청하는 겁니다!""흥,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요?"나아언은 과장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설마 앨리스 씨가 이렇게 주제를 모를까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 파악 안 돼요?""가!"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우르를 몰려들어 앨리스를 빼앗으려 했다.그때 가문의 모든 사람이 나서서 앨리스의 앞을 막아섰다."하하, 다 죽고 싶나 보네요? 다 때려죽여! 나이 든 늙은이들이 뭘 할 수 있겠어?"양쪽에서 싸우기 시작하면 엘 가문 사람들은 상대의 적수가 아니다. 제대로 붙기도 전에 엘 가문 사람은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 두면 가문 사람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이다.그들이 앞을 막아서는 모습에 앨리스가 감동을 먹었다.도무지 그들의 목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그만해요!"앨리스는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우유컵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 소리에 싸움은 드디어 멈추었다."왜요? 상황 파악됐어요? 싫어도 상관없어요. 이따가 한 사람씩 다 죽일 테니까. 가문의 멸망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해줄게요!"앨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염구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이내 앨리스가 무기력하게 답했다."같이 갈게요!"그때 방 밖에서 낮은 소리가 울렸다."그럴 순 없어요!""누구야? 죽고 싶어?"나아언과 싸움꾼들이 모두 문밖을 바라보았다."내가 있는 한 앨리스 씨를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요!"말을 하는 사람은 여자였다. 앨리스는 갈피를 못 잡았다.앨리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반짝였고 시선을 문밖으로 옮긴 채 중얼거렸다."주작 씨?""왜 그렇게 인상 써요? 내가 왔는데 기분 별로예요?"앨리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염구준은 비록 도도한 모습이지만 뒤에서는 결국 앨리스를 걱정해줬다.앨리스는 따뜻함을 느끼면서도 죄책감을 느꼈다."고작 너야? 어디서 계집애가 건방진 소리
그들은 바로 손을 잡고 주작을 더 좁게 에워쌌다.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것을 보고 주작은 씩 웃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돌진했다.그리고 한 명의 칼을 빼앗아 상대의 몸에 꽂았다."아!"가녀려 보이는 체구에서 믿을 수 없는 강한 힘이 솟구쳤고, 그 칼은 몸을 뚫고 신장까지 찔렀다.순간 그자는 행동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주작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 것을 보고 그들도 음탕한 생각을 접은 채 공격 태세를 취했다."그래. 내가 널 얕봤네. 절대 날 실망하게 하지 마!"검은 옷을 입은 사람 여럿이 동시에 칼을 꺼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주작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찌르는 공격을 피했다."하하, 쓸데없는 저항이야."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실력이 있는 편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주작이 날아오른 곳을 향해 칼을 들어 올렸다.주작의 몸은 최고점에 도달한 뒤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걱정되어 바로 소리 질렀다."조심해요!"주작은 당황하지 않고 자기 몸을 강제로 돌려 공중에서 180도 회전하였다. 그리고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돌진했다.나아언의 안색이 아주 좋아졌다."하하. 도망칠 수 있는지 볼까?"주작의 속도가 그들보다 빨랐다. 그녀는 손에 쥔 칼로 원을 그렸고 상대 사람들의 칼은 모두 부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또 어디선가 칼을 한 자루 더 꺼냈다. 이 칼은 더욱 날카로웠다.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냉기를 들이마시게 하기에 충분했다.스윽!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났고 주작은 화려한 자세로 착지했다. 주작을 포위했던 사람 중 네 명은 전례 없는 공포를 느꼈다.그것은 바로 죽음의 느낌이다!예리한 칼날이 목을 가르자 음산한 기운이 퍼져갔다.네 사람은 잇달아 바닥에 쓰러져 참혹히 죽음을 맞이했다.이 모습을 보고 나머지 사람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방금 그녀의 동작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동료들이 살해되었다.검은 옷을 입은 나머지 사람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주작이 뛰어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