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흑풍을 상대하고 싶어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제가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염구준을 바라보며 나아언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없어도 나는 흑풍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앨리스는 제 동료입니다. 제가 동의할 것 같습니까?"염구준은 그의 호의를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쁜 놈일 뿐인데 제가 뭘 더 신경 써야 합니까? 그리고, 제 동생은 어떻게 됐습니까?"그는 조롱하듯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매우 깊었으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없었다."당신 친 동생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도 그렇게 관심을 갖고 계시다니, 참 보기 좋군요."그의 조롱에 나아언의 얼굴은 붉어졌다. 그는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었으나 속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배신자의 말을 믿으시는 군요. 저 역시 그가 내 동생이라고 믿습니다." "가식 떨지 마세요. 당신이 들어왔을 때부터 나는 당신이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나와 육원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천천히 처리하려는 것 아닙니까?"그의 부족한 연기력에 염구준은 매우 경멸적인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사실이 들통나자 나아언의 태도가 바뀌었다."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너무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그는 처음부터 염구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염구준이 공격력뿐만 아니라 지능까지 높을 줄은 몰랐다. "연기력이 너무 형편없으십니다. 흑풍 존주에 그렇게 의지하셨으면서 어떻게 그를 배신할 수 있습니까? 그 사람이 없다면 그저 독불장군 신세일 겁니다."그의 말을 듣고서 나아언은 심기가 불편해져 주먹을 꽉 쥐고 화를 내며 말했다. "오늘의 저를 만든 게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당신들이 그 사람과 손을 잡지 않았다면 제가 다른 사람 시종 노릇을 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이는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회장 아들에서 시종이 될 때까지,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껴왔다."모두 당신 잘못입니다. 스스로 올바른 길로 가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막는 건 용납
"너무 여린 사람 같다고 했어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다른 회사 상사들처럼 좀 더 엄중하고 강하게 나가셔야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요."앨리스가 화를 내지 않은 것을 본 비서는 순식간에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냈다. "염 전주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책임을 져야 하고, 일에 있어서는 결단력이 있어야 해요."이 말을 들은 앨리스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들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제가 맡을 수 있는 건 사생아뿐입니다. 지금 그 사생아가 이틀 동안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육원은 도저히 손쓸 수가 없었다. 그의 피곤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슬슬 이간질에 나서겠습니다. 흑풍 존주는 저에게 맡기세요. 당신은 그 사생아만 처리하면 됩니다."그의 피곤해하는 모습에 염구준은 조금 미안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정말이지 그 놈은 미친 것 같아요."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이틀 전에 그가 저를 찾아와 당신을 상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했지만 제가 거절했습니다."원래는 그에게 이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염구준은 잠시 고민하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겠죠. 그 사람은 당신을 찾아 갈 수밖에 없습니다. 됐어요, 일단 그 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흑풍 존주가 우리와 맞서기 위해 몇몇 회사에 연락했다고 들었습니다."이 소식을 들은 염구준은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 회사 말입니까? 저에게 보내주세요."염구준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가 휴대폰에 적혀진 명칭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청용, 술자리를 마련해서 이 사람들을 전부 초대해."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가 직접 나서야 했다. 흑풍 존주가 그에게 어떤 이익을 줄지 모르겠지만, 그 대가에 상관없이 그는 맞서야 했다."알겠습니다."청용은 더 묻지 않고 명령에 따랐다.잠시 후 청용은 고개를 숙이고 인상을 찌푸린 채 걸어 나갔다.
"염구준 씨, 정말 뻔뻔하군요. 우리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이렇게 묶어 버리다니. ""내가 나가면 이 문제를 반드시 언론에 알릴 겁니다. 그때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두고 보시죠!"여러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를 냈다. "사장님, 진정하세요. 제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오시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무심하게 말했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여러분이 흑풍 존주를 따라 저와 척을 지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보아하니 여러분이 아직 저의 일하는 방식을 모르시는 것 같군요."그는 주머니에 있던 담배 한 갑을 꺼내 담배를 입에 물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뭐 별다를 것 있겠습니까? 어쨌든 흑풍 존주와는 비교할 수 없겠죠."이전처럼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염구준은 폭소를 터트렸다. "조씨, 이씨, 왕씨 가문 여러분, 여러분들의 평균 회사 가치는 몇 천만원 정도입니다. 당신들 회사가 한 시간만에 어느정도로 망할 수 있는지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청용은 노트북을 꺼내 그들 앞에 놓았다. 세 가문의 회사 상장 가치는 단 몇 분 만에 곤두박질 쳤다."계속 보고 싶으십니까?"그는 청용에게 노트북을 치우라 손짓하였고 그들은 당황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당장 멈추세요, 당장!"가장 먼저 분노하여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것은 이씨 가문이었다."맞습니다!"나머지 사람들 모두 일어나 염구준의 앞으로 향하며 항의했다."이건 별것도 아닙니다."염구준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고 연기를 뿜으며 손을 흔들었다. "흑풍 존주의 다음 계획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그는 채찍을 들고 테이블을 내리쳐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아뇨, 말하게 될 겁니다."그는 부하의 손에 채찍을 건네주고 등을 돌렸다. "아! 아!"이어 뒤에서는 돼지 멱을 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몸에는 채찍 자국이 선명했다. "말할게요, 말할게요!"
"믿어줘서 가주 자리를 맡겨 놨더니 이렇게 집안에 피해만 끼치고,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일어선 남자는 화를 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흩뿌리고 앨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네가 가주가 된 이후로 우리 배당금이 절반 이상 줄었어. 네 놈은 우리 집안을 말아먹으려고 그 자리에 있는 거냐?"모두들 서류를 집어들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제 잘못입니다. 삼촌, 용서해 주세요. 최근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앨리스는 서류를 내려놓고 옆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집안 어르신들, 저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앨리스의 둘째 삼촌인 잭슨이 코웃음을 치고는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기회를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가주로서 어떤 일이든 해결할 줄 알아야 해." "그리고 네가 지금 염구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사람은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잖아." "이렇게 하시죠. 가주는 다른 사람이 맡읍시다."마지막 말에 모두 놀란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둘째 삼촌, 가주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가주가 바뀌면 아래 사람들 모두 불안해질 겁니다."앨리스는 이 말에 걱정스러운 듯 다급하게 말했다.옆에 있는 족장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금 불안정하더라도 가문이 망하는 것보다는 나아!"잭슨이 앨리를 가리키며 호통을 치고는 기세등등한 태도로 그녀를 한쪽으로 몰았다."네가 염구준을 따라다녔는데도 그 놈은 조금도 도움을 주지 않았어. 오히려 이렇게 너를 곤경에 빠뜨렸지. 내가 가주의 자리를 맡게 된다면 반드시 모두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거야."잭슨이 가주 자리에 앉아 권력을 느끼며 만족해하였다.앨리스는 옆에 서서 주먹으로 꽉 쥐고 분노의 눈빛을 보였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가주가 되시겠다고요? 그렇다면 제 동의가 있어야 할 겁니다!"이때 염구준이 들어왔고
옆에 있는 족장이 아무 말 없자, 이를 본 잭슨은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며 염구준을 노려보았다."저 자는 이미 엘 가문의 일원이네. 이 계약서도 내가 저 자에게 준 것이야."이 짧은 말에 모두가 충격을 받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족장을 바라보았다. "족장님, 지금 하시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십니까?"잭슨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족장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는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염구준, 이 뱀 같은 자식. 나이 많은 족장님을 상대로 협박을 하다니! 파렴치한 놈!’이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요한 듯 더욱 분노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내가 그 정도로 약해 보여?"족장은 그를 노려보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사람들 한가운데에 섰다. "내가 비록 늙었지만 바보는 아니네. 나는 저 자가 엘 가문을 지켜주기를 바래서 이 계약을 한 걸세." 그는 계약서의 원본을 꺼내 모두가 돌려보며 읽게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모두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 알고 있을게다. 이 몹쓸 자식 놈이 적에게 빌붙는 바람에 앨리스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주가 되었지.""그래서 특별히 염구준에게 부탁해 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 걸세."이 말을 들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하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족장은 잭슨에게 다가가 그를 지팡이로 때렸다."아! 족장님, 왜 이러세요!"그는 한 대 맞고는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뒹굴었다."불효자 같으니라고, 어찌 감히 적에게 빌붙을 생각을 하는게냐? 우리 엘 가문은 전적으로 염구준의 손에 달렸다. 네놈이 뭐라고 나서느냐?"그가 연달아 맞자 염구준은 콧방귀를 뀌며 입꼬리를 올렸다."족장님, 그만 하시지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청용은 조금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족장이 앉도록 부축하였다. "당장 염 전주에게 감사를 표하거라."족장이 다시 그를 지팡이로 내치자, 잭슨이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됐습니
장로들은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맞아, 네가 엘 가문을 배신했는데도 염 가주가 넘어가 주시잖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사람들이 차례로 그를 비난하는 말에 잭슨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들지 않았다.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실수를 만회하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이 말이 잭슨의 귀에 꽂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염구준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단지 그가 보낸 스파이일 뿐이야. 엘 가문을 배신한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는 나도 알 수 없어." "그저 그가 기밀 문서를 훔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만 알아."잭슨이 이 말을 하자마자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테이블을 두드리며 그를 비난했다. "그런 일에 동참하다니, 네놈이 엘 가문의 사람임을 잊은 게로구나!"잭슨은 더욱 고개를 숙였고, 족장은 옆에서 아무 말없이 입을 다문 채 실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무 비난하지는 마세요. 흑풍 존주의 유혹을 거절하기 어려우셨을 겁니다."염구준이 비꼬는 말투와 가식적인 함께 미소를 지었다."오늘부터 모든 기밀 문서는 제가 관리하겠습니다. 청용 외에는 누구도 제 방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대표님, 정말 여기서 사실 겁니까?"청용이 그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그래, 무슨 문제 있나?" 염구준이 조금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자, 청용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아닙니다. 사람들이 대표님을 믿지 않는 것 같아서요. 여기에 머물면서 뭘 하실 계획입니까?" 청용은 앞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은 약간 화가 난 듯 흥분돼 보였다."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없어. 난 그저 돕는 것뿐이야." 염구준은 한숨을 쉬며 피식 웃었다. "족장님, 우리 가문을 외부인의 손에 맡겨도 정말 괜찮을까요?" 염구준이 떠난 후,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 자가 아니면 어쩔 도리가 있겠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앨리스는 무심결에 물었다. 염구준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그녀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온화해졌다."그건 당신이 직접 생각해보세요. 모든 것을 저에게 물어보시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겠다는 겁니까?"서류를 내리치며 염구준은 머리를 싸맸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생각해 보겠습니다."앨리스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5분이 지나도 말이 없자 염구준은 눈을 뜨고 물었다.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확신이 서지 않아 염구준의 눈을 바라보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말해 보세요." 염구준은 별 기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고요. 저희쪽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는 문서를 넘기는 겁니다. 물론 직접 와서 가져가도록 말이죠."그녀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순간 눈이 번쩍 뜨였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의 눈빛을 보였다. "괜찮은 방법이네요."‘독 안에 든 쥐’라는 말에 염구준은 크게 만족했다."이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잘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그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류를 앨리스에게 건네주었다. "이 서류를 기밀 문서인 척 속이세요."앨리스는 크게 기뻐하면서도 부담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은 자리에 앉아 서류를 검토했고, 앨리스가 계획을 준비히러 나갔다. "청용, 네가 도울 일이 있어."밖으로 나오자마자 청용을 본 앨리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무슨 일이십니까?"청용도 의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앨리스가 곤란한 걸 보고는 바로 대답했다."가서 이걸 전해줘..."두 사람은 오랫동안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 청용은 앨리스의 계획을 듣고는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일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습니다."청용은 염구준의 곁에서 일해왔기에 그의 기대가 얼마나 높을지 알고
앨리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계획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염구준 역시 지난 이틀 간의 소식을 듣고는 별다른 말없이 가볍게 웃었다.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청용은 가볍게 말하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돌아서 나갔다.저녁이 되자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자가 천천히 대표 사무실로 다가왔다.그는 주머니에서 철사를 꺼내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었다.그는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고 주위를 둘러보다 상자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기밀 문서를 여기에 두다니, 이러니 내가 찾을 수 없었지."그는 비꼬듯 중얼거리며 능숙하게 자물쇠를 열었다. 탁.불이 켜졌다. 염구준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문 앞에 서서 그가 서류를 들고 떠나려는 것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방법이 먹힐 거라고 했지? 아직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앨리스는 청용을 툭툭 치며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염구준은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누구십니까?"남자의 얼굴은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었고, 눈만 봐서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알 필요 없어."그의 대답은 무척 짧았다. 그러나 앨리스는 그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익숙한 목소리입니다."앨리스가 앞으로 나서서 남자의 가면을 움켜쥐고 세게 잡아당겼다. "당신은?"남자의 정체를 본 앨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관리부 부장이잖아."앨리스가 잠시 넋을 잃고있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내부 스파이가 당신이었다니."청용은 단숨에 스파이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당신은 내가 직접 승진시킨 사람이야. 흑풍 존주가 뭘 제안했길래 나를 배신한 거지?"앨리스는 화가 난 채 그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쥐고 앞뒤로 흔들었다."당신 18살 때 어머니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나한테 부탁했던 일을 벌써 까먹은 거야?"이 일을 언급하며 앨리스는 씁쓸하게 말했지만 그는 오히려 비꼬듯 웃었다. "당신 같은 바보나 늙은 어머니 이야기를 믿는 거야. 나에게 어머니가 없다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