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염희주의 독을 치료할 방법이 생겼다. 이제 안심이었다.염구준이 안도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무지개 빛을 띄는 쌍두성사의 영단을 품에 넣었다. 반면, 영단을 빼앗긴 쌍두성사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바닥을 굴렀다. 영단은 영물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염구준, 이 개 자식!”현충이 크게 표효하며 사우와 함께 공격을 날리며 급히 쌍두성사에게 달려갔다. “아프다, 아파!”쌍두성사가 인간의 말을 내뱉으며 흐느꼈다. 영단이 뽑힌 곳에서부터 끊임없이 피와 함께 내력도 새어 나갔다. 동시에 몸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점점 작아졌다.“괜찮아,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해 줄게.”현충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쌍두성사를 바라보다 영단이 제거된 복부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몇 년만 있었다면 천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 생물인데, 네가 모든 것을 망쳤어!”이 말과 함께 그는 뱀의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남은 쌍두성사의 힘을 빌어 천인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의도였다.“주인님, 안 돼요!”영단을 빼앗길 때보다 더 한 고통을 느낀 쌍두성사가 애원했다.“닥쳐,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남는 게 있어야지.”하지만 현충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흡수해 나갔다. 쌍두성사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이미 약해지고 작아진 몸으로는 역부족었다. 한편, 현충의 기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비열한 자식, 뱀은 너를 부모처럼 따랐을 텐데, 이런 뒤통수를 치다니!”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수안이 분노의 목소리로 외쳤다. 주술사들은 보통 자신이 직접 키우게 된 벌레나 파충류를 자식처럼, 또는 가족처럼 여기곤 했다. 그랬기에 그녀는 도무지 현충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수안과 달리 염구준은 현충을 나름 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인간이 천인이 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강한 상대는 더욱 그를 즐겁게 한다.“후… 됐어! 이제 난 천
정통으로 맞은 공격, 염구준은 팔에 저릿한 고통과 함께 뒤로 몇 발자국 밀렸다.‘이제 천인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면 갖게 되는 힘인가? 하지만 천인지력은 쓸 줄 모르는군.’“하하, 한방도 못 견디는 놈이, 잘난 척은!”일격을 성공시킨 현충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검을 가져와!”염구준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주작에게 외쳤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검을 뽑아도 될 것 같았다.“전주님, 검 받으세요!”주작이 서둘러 검이 담긴 상자를 열더니, 안에 들어있던 검을 염구준 쪽으로 던졌다.“흥! 소용없다!”하지만 현충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검을 든다고 해서 천인의 경지에 이른 그의 힘을 감당해낼 수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공격 두어 번 막으면 부러질 쇳덩어리!’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염구준이 검을 받들어 꺼낸 순간, 갑자기 기세가 바뀌었다. 검에서 푸른 검기가 일어나며, 맨몸으로 공격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날카로움이 뿜어져 나왔다.우웅!염구준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현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현충은 피할 수 없어 재빨리 방어막을 둘렀으나, 이대로 계속된다면 뚫릴 게 분명했다.“말도 안 돼. 나는 천인이다. 무적이라고!”현충이 헝클어진 머리로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천인? 아니, 넌 어설픈 천인의 흉내를 내는 가짜일 뿐이야.”염구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힘은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천인지력을 다룰 줄 모르는 천인이라니, 있을 수 없었다.“아니야, 난 천인이야!”현충은 무시당하자, 분노하며 자신도 허리춤에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염구준이 들고 있던 것은 평범한 검이 아닌, 세상에 둘도 없는 구자검이었다. 결국 여러 번 부딪힌 끝에 현충의 검은 처참히 부러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현충은 쌍두성사에게 물려받은 비늘을 강화해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염구준은 이번에 검기에 천인지력의 힘까지 담아 불꽃을 피워냈다.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전투는 지속
검에서 빛이 번쩍였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현충의 어깨를 베어냈다.‘천인의 경지란 이런 건가?’그는 순간 자신이 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었다.역시 천인의 경지란, 이리 쉽게 도달할 리 없었다.“끄윽!”중상을 입은 현충이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저주한다! 평생 네가 불행하길 저주한다!”현충은 이 말을 끝으로 눈을 뒤집으며 숨을 다했다.무리안을 휘어잡았던 전설적인 인물이 그렇게 염구준의 손에 저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먼저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었으니까.“후….”염구준이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주님!”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달려왔다.“걱정할 것 없어. 좀 지친 것뿐이지, 잠깐 쉬면 괜찮아질 거야.”염구준이 그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며 다가오는 것을 제지했다. 지금 몸 주변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체가 명확해지기 전까진, 홀로 있는 편이 나았다. 처음 이 기운을 감지했던 게 현충이 죽기 직전 저주를 퍼부었을 때였으니까.“저주의 힘!”주술사였던 수안이 상황을 알아차리곤 먼저 입을 열었다.“음?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네. 설명해봐.”염구준은 흥미로웠다.“쌍두성사, 사실 이 뱀에겐 또다른 별칭이 있습니다. 불운의 뱀, 그래서 대부분 다가가는 것조차 꺼려합니다. 어쩌면 현충이 쌍두성사의 힘을 흡수하면서 이것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어요.”수안은 솔직하게 자신이 아는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염구준이 물었다.“불운이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덩달아 주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요.”수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저주의 힘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그녀도 정확히 알지
“오라버니, 거긴 절대로 가면 안 됩니다. 삼색꽃은 무리안에서 성물이라 불리고 있긴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그 누구도 성공적으로 손에 넣었다는 기록이 없을 정도면 말 다했죠.”수안의 표정은 좀 전에 현충과 전투를 치를 때보다 더 긴장되어 보였다. 흑풍존주는 염구준을 함정에 빠뜨렸다. 알고서도 피할 수 없는 함정, 지금 그에겐 달리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색꽃이 저주를 풀 수 있긴 해?”염구준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정보의 신뢰성이었다. 잠시 갈등하던 수안이 표정을 굳히며 사실대로 말했다.“이론적으론 그렇죠. 저주를 푸는데 가장 효과적인 물건이라 알려져 있으니까요.”그녀는 염구준이 위험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고 싶었지만,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그렇다면 됐어. 흑충곡 지도 가지고 와봐.”염구준은 이미 결심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한번 결정한 일을 절대로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불운을 안고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또는 지인들 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청용, 이 두 상자, 이제마에게 전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야.”“알겠습니다, 전주님.”청용이 조심스레 상자를 받아들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상자 안엔 천형의 해독제와 쌍두성사의 영단이 들어 있었다. 이어서 염구준이 다시 지시를 내렸다. “백호, 일단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 죽이지 말고 데려가 치료해줘. 그리고 다 나으면 화장실 청소를 시키던, 나무를 가꾸게 하든, 알아서 잔일거리 시켜.”“네, 알겠습니다!”명령을 받은 백호는 곧바로 부하들을 데리고 남은 사람들을 수송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이들 대부분 전신전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한 터라 그 누구도 반항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죽어가는 쌍두성사 뿐이었는데, 염구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한테 맞겨주세요. 제가 치료할 수 있습니다.”옆에 있던 수안이 쌍두성사를 들어올리며 염구준을 향해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다. 사실 처음 쌍두성사를 본 순간부터 그녀는 이 생물이 마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염구준이었다. 저주의 여파는 대단했다. 겨우 하루만에 그는 거지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음식을 먹어도, 물을 마셔도, 목구멍에 뭔가를 넣기만 해도 사레가 걸렸으며, 화장실 근처에만 가도 변기가 폭발하는 등, 기상천외한 불행들이 따라붙었다. 반보천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진작에 어디 하나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지도 몰랐다. 저주는 정말 신비로웠다. 그 어떠한 힘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따라다녔다. 그러나 염구준은 차라리 다행으로 여겼다. 그가 만약 이 사실을 간과하고 청해시로 돌아갔다면, 가족들도 함께 피해를 봤을 게 아닌가?“선생님, 흑충곡으로 들어가실 건가요?”이때, 한 인물이 접근해왔다. 흑충곡은 굉장히 위험한 곳이었기에 팀을 이루어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맞아요.”염구준이 상대를 훑어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좀 전에도 남자와 같은 인물이 접근해 왔었다. 하지만 대부분 흑충곡 안에 사는 희귀한 벌레나 곤충이나 약초를 얻는 등 가벼운 목적뿐, 그 누구도 삼색꽃을 찾으러 가려 하지 않았다. 그의 시큰둥한 태도를 본 남자가 웃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저희는 삼색꽃을 찾으러 흑충곡에 가려 하는데, 혹시 함께 할 의향 있습니까?”그 말을 들은 염구준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역시 하늘이 나를 버렸을 리 없어!’“저, 선생님?”상대가 굳은 채 말이 없자, 남자가 다시 재촉하듯 물었다.“가야죠! 암, 가고 말고요!”처음으로 듣게 된 삼색꽃의 이름, 염구준은 흥분에 휩싸였다. 그는 얼른 이 지긋지긋한 불운을 떨쳐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좋아요, 그럼. 저희 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열 두시 정각까지 오세요.”남자가 환한 얼굴로 통보했다. 분명 꿍꿍이가 있는 듯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무엇이든 그는 목적을 이루면 그만이었으니, 과연 누가 이용당하고 이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이때, 갑자기 도로에서 한 차량이 그를 향해 돌진해 왔다. 염구준은 재빨리 손을
오합지졸들을 이렇게 많이 모으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 보였다.‘고기 방패로 사용하려는 거겠지.’염구준은 의도를 간파하고도 밝히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섞였다. 잠시 뒤, 녹독산장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선두에서 사람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이번 흑충곡 진입을 위해 저희 녹독산장이 특별히 미리 안전한 길을 물색했으니, 여러분들에게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하지만 대표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디선가 곤충의 날개짓 소리와 함께 검은 구름이 나타났다.독침벌!윙윙거리는 날개짓 소리와 함께 검은 무리 떼를 본 순간 사람들은 직감했다. 한 번 움직이면 최소 천 마리, 공격도 굉장히 조직적이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깨닫곤 사방으로 흩어졌다. 쏘이면 즉사였다. 하지만 염구준은 태연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반보천인으로서 겨우 벌 따위에 겁을 먹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지금 저주받은 상태라는 것을.“여러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우리 녹독산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가지고 있습니다.”독산이 크게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녹독산장의 위세를 보여줄 순간이었다. 부하들을 향해 손짓하는 독산, 곧 녹독산장의 사람들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하늘을 나는 벌들을 향해 뿜었다. 불꽃은 벌들의 천적이었고, 화염방사기로 인해 대부분의 벌들이 소탕되었다. “하하, 보셨습니까? 저희 녹독산장이 함께인 이상, 두려워하실 거 아무것도 없습니다.”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역시 녹독산장, 생각보다 믿음직스러웠다. 그런데 이때, 잠시 숨돌리는 사이 멀리서 아까보다 더 웅장한 날개짓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염구준은 남들보다 뛰어난 오감을 가지고 있어 진작에 이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최소 십만 마리, 제대로 벌집이 터져 나온 것 같았다.“계속 불태워라!”독산이 어두워진 얼굴로 명령했다. 매우 강하고 큰 불꽃이 독벌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염구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흑충곡으로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인원중 3분의 1이 죽었다. “음?”가까운 곳에 연못이 있었다. 염구준의 시선이 이상하게 자꾸만 그쪽으로 향했다.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독벌이 물러간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그는 허리에 매달려 있는 물병을 꺼내 한 모금 수분을 보충한 뒤, 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그런데 저주에 걸린 뒤, 처음으로 사례에 걸리지 않고 물을 마셨다. 그는 의아했다. “야, 물병 좀 넘겨.”평범하게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하던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무례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염구준은 못 들은 척, 상대를 무시했다. “귀먹었어?”하지만 여자는 포기하지 않고 느닷없이 가루 한 웅큼 염구준을 향해 뿌렸다. 일반인이었다면 바로 즉사할 수도 있는 독 가루였다. 그러나 염구준이 아무렇지도 않고 몸을 비틀어 피해 버리는 바람에 뒤에 있던 사람만 봉변을 당하게 되었다. 흙가루를 맞게 된 남자는 온 몸이 부식되며 죽음을 맞이했다. 이 가루는 강한 부식성을 가진 황산과 맞먹었다. 갑작스러운 상황,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와 독을 뿌린 여자를 향했다. 여자의 정체는 독산의 여자, 흑주였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여자였다. “계속 쳐다보면 눈알 뽑아버릴 줄 알아!”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었음에도 흑주는 아주 당당했다. 독산의 여자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본 척, 얼른 고개를 돌렸다. “죽고 싶어?”하지만 염구준은 달랐다. 그는 냉랭하게 여자에게 물었다. 누군가를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흑주는 그가 원하던 대로 숙이지 않자, 곧바로 옆에 있던 독산을 향해 애교를 부렸다. “자기, 저 남자가 나를 죽이려고 해. 도와줘!”독산이 있는 앞에서 이런 험한 대우는 그녀도 처음이었다. 반면, 독산은 안 그래도 순탄치 못했던 출발을 한 터라 기분이 안 좋았는데, 또 일이 발생하자 짜증이 치밀었다. “형씨, 내 여자가
퍽! 길고 단단한 검은 창이 염구준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몸을 돌려 발차기로 창을 걷어찼고, 창은 순식간에 공격한 남자를 뚫고 뒤에 있는 나무에 뿌리깊게 박혔다. 독산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호위병 중 한 명이 제대로 된 공격 하나 막아내지 못하고 즉사해 버린 것이다. 상대의 무공 실력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약하군, 너무 약해.”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서히 독산 쪽으로 걸어갔다. “형님, 제가 고수를 몰라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상황이 불리해지자 독산은 곧바로 굴복했다.“늦었어. 처음부터 그랬어야지.”염구준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희망을 짓밟았다. 그런데 이때, 뽈록하고 연못 쪽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뭔가 나오려나?’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연못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에 적잖은 수의 생명체가 점점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스윽-이때, 갑자기 물속에서 작은 송아지만 한 크기의 형체가 튀어나왔다.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인, 더럽기 짝이 없는 독을 품은 개구리였다. 개구리는 첫 목표로 염구준을 노리며 길다랗고 끈적한 혀를 뻗었다. “흥, 어디 한 번 살아남아 보시지?”그 모습에 독산이 크게 기뻐하며 환희에 가득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이 짧은 거리에서, 그것도 갑작스레 일어난 습격을 피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죽고 싶구나?”염구준이 주먹을 뻗으며 강력한 펀치로 날아오는 독개구리의 혀를 날려 보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탄력 넘치던 혀는 갈갈이 찢어지며 바닥에 무참히 널브러졌다.개굴개굴!독개구리는 그 충격에 울부짖으며 다급히 연못 안으로 다시 피신했다. ‘인간이 맞아? 어떻게 저 상황에서 바로 반격할 수 있지?’독산은 경악한 얼굴로 염구준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제야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함께 삼색꽃을 찾으러 가는 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상대에게 모두 빼앗길 게 뻔했다. 그가 잠시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