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염희주의 독을 치료할 방법이 생겼다. 이제 안심이었다.염구준이 안도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무지개 빛을 띄는 쌍두성사의 영단을 품에 넣었다. 반면, 영단을 빼앗긴 쌍두성사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바닥을 굴렀다. 영단은 영물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염구준, 이 개 자식!”현충이 크게 표효하며 사우와 함께 공격을 날리며 급히 쌍두성사에게 달려갔다. “아프다, 아파!”쌍두성사가 인간의 말을 내뱉으며 흐느꼈다. 영단이 뽑힌 곳에서부터 끊임없이 피와 함께 내력도 새어 나갔다. 동시에 몸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점점 작아졌다.“괜찮아,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해 줄게.”현충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쌍두성사를 바라보다 영단이 제거된 복부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몇 년만 있었다면 천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 생물인데, 네가 모든 것을 망쳤어!”이 말과 함께 그는 뱀의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남은 쌍두성사의 힘을 빌어 천인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의도였다.“주인님, 안 돼요!”영단을 빼앗길 때보다 더 한 고통을 느낀 쌍두성사가 애원했다.“닥쳐,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남는 게 있어야지.”하지만 현충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흡수해 나갔다. 쌍두성사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이미 약해지고 작아진 몸으로는 역부족었다. 한편, 현충의 기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비열한 자식, 뱀은 너를 부모처럼 따랐을 텐데, 이런 뒤통수를 치다니!”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수안이 분노의 목소리로 외쳤다. 주술사들은 보통 자신이 직접 키우게 된 벌레나 파충류를 자식처럼, 또는 가족처럼 여기곤 했다. 그랬기에 그녀는 도무지 현충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수안과 달리 염구준은 현충을 나름 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인간이 천인이 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강한 상대는 더욱 그를 즐겁게 한다.“후… 됐어! 이제 난 천
정통으로 맞은 공격, 염구준은 팔에 저릿한 고통과 함께 뒤로 몇 발자국 밀렸다.‘이제 천인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면 갖게 되는 힘인가? 하지만 천인지력은 쓸 줄 모르는군.’“하하, 한방도 못 견디는 놈이, 잘난 척은!”일격을 성공시킨 현충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검을 가져와!”염구준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주작에게 외쳤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검을 뽑아도 될 것 같았다.“전주님, 검 받으세요!”주작이 서둘러 검이 담긴 상자를 열더니, 안에 들어있던 검을 염구준 쪽으로 던졌다.“흥! 소용없다!”하지만 현충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검을 든다고 해서 천인의 경지에 이른 그의 힘을 감당해낼 수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공격 두어 번 막으면 부러질 쇳덩어리!’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염구준이 검을 받들어 꺼낸 순간, 갑자기 기세가 바뀌었다. 검에서 푸른 검기가 일어나며, 맨몸으로 공격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날카로움이 뿜어져 나왔다.우웅!염구준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현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현충은 피할 수 없어 재빨리 방어막을 둘렀으나, 이대로 계속된다면 뚫릴 게 분명했다.“말도 안 돼. 나는 천인이다. 무적이라고!”현충이 헝클어진 머리로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천인? 아니, 넌 어설픈 천인의 흉내를 내는 가짜일 뿐이야.”염구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힘은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천인지력을 다룰 줄 모르는 천인이라니, 있을 수 없었다.“아니야, 난 천인이야!”현충은 무시당하자, 분노하며 자신도 허리춤에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염구준이 들고 있던 것은 평범한 검이 아닌, 세상에 둘도 없는 구자검이었다. 결국 여러 번 부딪힌 끝에 현충의 검은 처참히 부러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현충은 쌍두성사에게 물려받은 비늘을 강화해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염구준은 이번에 검기에 천인지력의 힘까지 담아 불꽃을 피워냈다.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전투는 지속
검에서 빛이 번쩍였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현충의 어깨를 베어냈다.‘천인의 경지란 이런 건가?’그는 순간 자신이 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었다.역시 천인의 경지란, 이리 쉽게 도달할 리 없었다.“끄윽!”중상을 입은 현충이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저주한다! 평생 네가 불행하길 저주한다!”현충은 이 말을 끝으로 눈을 뒤집으며 숨을 다했다.무리안을 휘어잡았던 전설적인 인물이 그렇게 염구준의 손에 저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먼저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었으니까.“후….”염구준이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주님!”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달려왔다.“걱정할 것 없어. 좀 지친 것뿐이지, 잠깐 쉬면 괜찮아질 거야.”염구준이 그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며 다가오는 것을 제지했다. 지금 몸 주변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체가 명확해지기 전까진, 홀로 있는 편이 나았다. 처음 이 기운을 감지했던 게 현충이 죽기 직전 저주를 퍼부었을 때였으니까.“저주의 힘!”주술사였던 수안이 상황을 알아차리곤 먼저 입을 열었다.“음?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네. 설명해봐.”염구준은 흥미로웠다.“쌍두성사, 사실 이 뱀에겐 또다른 별칭이 있습니다. 불운의 뱀, 그래서 대부분 다가가는 것조차 꺼려합니다. 어쩌면 현충이 쌍두성사의 힘을 흡수하면서 이것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있어요.”수안은 솔직하게 자신이 아는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염구준이 물었다.“불운이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덩달아 주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요.”수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저주의 힘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그녀도 정확히 알지
“오라버니, 거긴 절대로 가면 안 됩니다. 삼색꽃은 무리안에서 성물이라 불리고 있긴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그 누구도 성공적으로 손에 넣었다는 기록이 없을 정도면 말 다했죠.”수안의 표정은 좀 전에 현충과 전투를 치를 때보다 더 긴장되어 보였다. 흑풍존주는 염구준을 함정에 빠뜨렸다. 알고서도 피할 수 없는 함정, 지금 그에겐 달리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색꽃이 저주를 풀 수 있긴 해?”염구준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정보의 신뢰성이었다. 잠시 갈등하던 수안이 표정을 굳히며 사실대로 말했다.“이론적으론 그렇죠. 저주를 푸는데 가장 효과적인 물건이라 알려져 있으니까요.”그녀는 염구준이 위험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고 싶었지만,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그렇다면 됐어. 흑충곡 지도 가지고 와봐.”염구준은 이미 결심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한번 결정한 일을 절대로 번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불운을 안고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또는 지인들 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청용, 이 두 상자, 이제마에게 전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야.”“알겠습니다, 전주님.”청용이 조심스레 상자를 받아들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상자 안엔 천형의 해독제와 쌍두성사의 영단이 들어 있었다. 이어서 염구준이 다시 지시를 내렸다. “백호, 일단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 죽이지 말고 데려가 치료해줘. 그리고 다 나으면 화장실 청소를 시키던, 나무를 가꾸게 하든, 알아서 잔일거리 시켜.”“네, 알겠습니다!”명령을 받은 백호는 곧바로 부하들을 데리고 남은 사람들을 수송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이들 대부분 전신전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한 터라 그 누구도 반항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죽어가는 쌍두성사 뿐이었는데, 염구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한테 맞겨주세요. 제가 치료할 수 있습니다.”옆에 있던 수안이 쌍두성사를 들어올리며 염구준을 향해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다. 사실 처음 쌍두성사를 본 순간부터 그녀는 이 생물이 마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염구준이었다. 저주의 여파는 대단했다. 겨우 하루만에 그는 거지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음식을 먹어도, 물을 마셔도, 목구멍에 뭔가를 넣기만 해도 사레가 걸렸으며, 화장실 근처에만 가도 변기가 폭발하는 등, 기상천외한 불행들이 따라붙었다. 반보천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진작에 어디 하나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지도 몰랐다. 저주는 정말 신비로웠다. 그 어떠한 힘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따라다녔다. 그러나 염구준은 차라리 다행으로 여겼다. 그가 만약 이 사실을 간과하고 청해시로 돌아갔다면, 가족들도 함께 피해를 봤을 게 아닌가?“선생님, 흑충곡으로 들어가실 건가요?”이때, 한 인물이 접근해왔다. 흑충곡은 굉장히 위험한 곳이었기에 팀을 이루어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맞아요.”염구준이 상대를 훑어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좀 전에도 남자와 같은 인물이 접근해 왔었다. 하지만 대부분 흑충곡 안에 사는 희귀한 벌레나 곤충이나 약초를 얻는 등 가벼운 목적뿐, 그 누구도 삼색꽃을 찾으러 가려 하지 않았다. 그의 시큰둥한 태도를 본 남자가 웃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저희는 삼색꽃을 찾으러 흑충곡에 가려 하는데, 혹시 함께 할 의향 있습니까?”그 말을 들은 염구준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역시 하늘이 나를 버렸을 리 없어!’“저, 선생님?”상대가 굳은 채 말이 없자, 남자가 다시 재촉하듯 물었다.“가야죠! 암, 가고 말고요!”처음으로 듣게 된 삼색꽃의 이름, 염구준은 흥분에 휩싸였다. 그는 얼른 이 지긋지긋한 불운을 떨쳐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좋아요, 그럼. 저희 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열 두시 정각까지 오세요.”남자가 환한 얼굴로 통보했다. 분명 꿍꿍이가 있는 듯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무엇이든 그는 목적을 이루면 그만이었으니, 과연 누가 이용당하고 이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이때, 갑자기 도로에서 한 차량이 그를 향해 돌진해 왔다. 염구준은 재빨리 손을
오합지졸들을 이렇게 많이 모으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 보였다.‘고기 방패로 사용하려는 거겠지.’염구준은 의도를 간파하고도 밝히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섞였다. 잠시 뒤, 녹독산장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선두에서 사람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이번 흑충곡 진입을 위해 저희 녹독산장이 특별히 미리 안전한 길을 물색했으니, 여러분들에게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하지만 대표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디선가 곤충의 날개짓 소리와 함께 검은 구름이 나타났다.독침벌!윙윙거리는 날개짓 소리와 함께 검은 무리 떼를 본 순간 사람들은 직감했다. 한 번 움직이면 최소 천 마리, 공격도 굉장히 조직적이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깨닫곤 사방으로 흩어졌다. 쏘이면 즉사였다. 하지만 염구준은 태연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반보천인으로서 겨우 벌 따위에 겁을 먹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지금 저주받은 상태라는 것을.“여러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우리 녹독산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가지고 있습니다.”독산이 크게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녹독산장의 위세를 보여줄 순간이었다. 부하들을 향해 손짓하는 독산, 곧 녹독산장의 사람들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하늘을 나는 벌들을 향해 뿜었다. 불꽃은 벌들의 천적이었고, 화염방사기로 인해 대부분의 벌들이 소탕되었다. “하하, 보셨습니까? 저희 녹독산장이 함께인 이상, 두려워하실 거 아무것도 없습니다.”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역시 녹독산장, 생각보다 믿음직스러웠다. 그런데 이때, 잠시 숨돌리는 사이 멀리서 아까보다 더 웅장한 날개짓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염구준은 남들보다 뛰어난 오감을 가지고 있어 진작에 이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최소 십만 마리, 제대로 벌집이 터져 나온 것 같았다.“계속 불태워라!”독산이 어두워진 얼굴로 명령했다. 매우 강하고 큰 불꽃이 독벌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염구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흑충곡으로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인원중 3분의 1이 죽었다. “음?”가까운 곳에 연못이 있었다. 염구준의 시선이 이상하게 자꾸만 그쪽으로 향했다.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독벌이 물러간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그는 허리에 매달려 있는 물병을 꺼내 한 모금 수분을 보충한 뒤, 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그런데 저주에 걸린 뒤, 처음으로 사례에 걸리지 않고 물을 마셨다. 그는 의아했다. “야, 물병 좀 넘겨.”평범하게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하던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무례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염구준은 못 들은 척, 상대를 무시했다. “귀먹었어?”하지만 여자는 포기하지 않고 느닷없이 가루 한 웅큼 염구준을 향해 뿌렸다. 일반인이었다면 바로 즉사할 수도 있는 독 가루였다. 그러나 염구준이 아무렇지도 않고 몸을 비틀어 피해 버리는 바람에 뒤에 있던 사람만 봉변을 당하게 되었다. 흙가루를 맞게 된 남자는 온 몸이 부식되며 죽음을 맞이했다. 이 가루는 강한 부식성을 가진 황산과 맞먹었다. 갑작스러운 상황,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와 독을 뿌린 여자를 향했다. 여자의 정체는 독산의 여자, 흑주였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여자였다. “계속 쳐다보면 눈알 뽑아버릴 줄 알아!”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었음에도 흑주는 아주 당당했다. 독산의 여자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본 척, 얼른 고개를 돌렸다. “죽고 싶어?”하지만 염구준은 달랐다. 그는 냉랭하게 여자에게 물었다. 누군가를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흑주는 그가 원하던 대로 숙이지 않자, 곧바로 옆에 있던 독산을 향해 애교를 부렸다. “자기, 저 남자가 나를 죽이려고 해. 도와줘!”독산이 있는 앞에서 이런 험한 대우는 그녀도 처음이었다. 반면, 독산은 안 그래도 순탄치 못했던 출발을 한 터라 기분이 안 좋았는데, 또 일이 발생하자 짜증이 치밀었다. “형씨, 내 여자가
퍽! 길고 단단한 검은 창이 염구준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몸을 돌려 발차기로 창을 걷어찼고, 창은 순식간에 공격한 남자를 뚫고 뒤에 있는 나무에 뿌리깊게 박혔다. 독산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호위병 중 한 명이 제대로 된 공격 하나 막아내지 못하고 즉사해 버린 것이다. 상대의 무공 실력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약하군, 너무 약해.”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서히 독산 쪽으로 걸어갔다. “형님, 제가 고수를 몰라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상황이 불리해지자 독산은 곧바로 굴복했다.“늦었어. 처음부터 그랬어야지.”염구준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희망을 짓밟았다. 그런데 이때, 뽈록하고 연못 쪽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뭔가 나오려나?’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연못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에 적잖은 수의 생명체가 점점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스윽-이때, 갑자기 물속에서 작은 송아지만 한 크기의 형체가 튀어나왔다.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인, 더럽기 짝이 없는 독을 품은 개구리였다. 개구리는 첫 목표로 염구준을 노리며 길다랗고 끈적한 혀를 뻗었다. “흥, 어디 한 번 살아남아 보시지?”그 모습에 독산이 크게 기뻐하며 환희에 가득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이 짧은 거리에서, 그것도 갑작스레 일어난 습격을 피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죽고 싶구나?”염구준이 주먹을 뻗으며 강력한 펀치로 날아오는 독개구리의 혀를 날려 보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탄력 넘치던 혀는 갈갈이 찢어지며 바닥에 무참히 널브러졌다.개굴개굴!독개구리는 그 충격에 울부짖으며 다급히 연못 안으로 다시 피신했다. ‘인간이 맞아? 어떻게 저 상황에서 바로 반격할 수 있지?’독산은 경악한 얼굴로 염구준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제야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함께 삼색꽃을 찾으러 가는 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상대에게 모두 빼앗길 게 뻔했다. 그가 잠시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연못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