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길고 단단한 검은 창이 염구준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몸을 돌려 발차기로 창을 걷어찼고, 창은 순식간에 공격한 남자를 뚫고 뒤에 있는 나무에 뿌리깊게 박혔다. 독산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호위병 중 한 명이 제대로 된 공격 하나 막아내지 못하고 즉사해 버린 것이다. 상대의 무공 실력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약하군, 너무 약해.”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서히 독산 쪽으로 걸어갔다. “형님, 제가 고수를 몰라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상황이 불리해지자 독산은 곧바로 굴복했다.“늦었어. 처음부터 그랬어야지.”염구준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희망을 짓밟았다. 그런데 이때, 뽈록하고 연못 쪽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뭔가 나오려나?’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연못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에 적잖은 수의 생명체가 점점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스윽-이때, 갑자기 물속에서 작은 송아지만 한 크기의 형체가 튀어나왔다.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인, 더럽기 짝이 없는 독을 품은 개구리였다. 개구리는 첫 목표로 염구준을 노리며 길다랗고 끈적한 혀를 뻗었다. “흥, 어디 한 번 살아남아 보시지?”그 모습에 독산이 크게 기뻐하며 환희에 가득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이 짧은 거리에서, 그것도 갑작스레 일어난 습격을 피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죽고 싶구나?”염구준이 주먹을 뻗으며 강력한 펀치로 날아오는 독개구리의 혀를 날려 보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탄력 넘치던 혀는 갈갈이 찢어지며 바닥에 무참히 널브러졌다.개굴개굴!독개구리는 그 충격에 울부짖으며 다급히 연못 안으로 다시 피신했다. ‘인간이 맞아? 어떻게 저 상황에서 바로 반격할 수 있지?’독산은 경악한 얼굴로 염구준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제야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함께 삼색꽃을 찾으러 가는 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상대에게 모두 빼앗길 게 뻔했다. 그가 잠시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연못
조용히 묻어가려 했더니,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강자는 세상이 내버려 두지 않는 법이었다. “때가 됐군.”염구준이 독산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곧장 뒤쫓아갔다. 삼색꽃을 찾기 위해 안내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지금이 적기였다. “선생님, 저희 좀 구해주세요!”몇몇이 염구준을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했다.“바빠, 알아서 살아남아.”염구준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숲속으로 살아졌다. 흑주에게 위협받았을 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으면서 도움을 바라다니, 염치가 없었다. 연못가엔 끊임없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 이곳에서 살아나가기 그른 것 같았다.숲속엔 엷은 독안개가 퍼져 있었으며, 독충들이 사방에 돌아다녔다. 독산 일행은 확신 있는 발걸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돌진했다. “자기, 나 피곤해. 조금만 쉬자.”독산의 여자, 흑주가 지친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 “닥쳐, 얼른 삼색꽃을 찾아야 해.”그러나 이번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통만 돌아왔다. 삼색꽃을 얻는 것을 방해하는 자는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염구준이 등장한 뒤로, 묘한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여 있었다.“흥!”흑주가 토라진 얼굴을 한 채, 입을 다물었다. 반면, 염구준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심히 이들의 뒤를 미행했다. 수풀이 무성한 곳을 뚫고 지나가다 보니, 생각보다 흔적이 많이 남아 뒤쫓는 것이 쉬웠다. 그러나 앞선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에 실패한 독충들이 뒤늦게 따라온 그를 발견하곤 공격하기 시작했다. “성가시군.”염구준이 손을 휘두르며 손 쉽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벌레들을 처리했다. 그런데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저주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흑충곡 절명충 분지 중심, 단풍 무의가 수놓아져 있는 검은 로브를 쓴 한 무리가 서 있었다. “좋아. 모든 장비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확인했어?”흑풍존주가 축구장 열개 정도 정도 크
이 소녀는 겉으로 보기엔 매우 어려보였지만, 실제로는 스무살이 넘은 성인이었다. 이들이 대화하는 사이, 숲 속에서 인기척 여러 개가 느껴졌다. 바로 독산 일행이었다. 이들은 계속된 전투 상황에 많이 지쳐 있었다. 더군다나 불운을 불러오는 사내까지 뒤를 쫓고 있으니,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독매, 네가 왜 여기 있지?”독산은 좀 전까지 삼색꽃을 얻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절명충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독매 일행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상대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든, 절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이유는 아닐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뭘, 물어? 널 죽이러 왔지.”독매가 웃으며 대답했다.“동생아, 나 농담할 기분 아니다. 우리가 비록 같은 배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정이라는 게 있잖아.”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독산이 침착하게 독매를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 독매의 얼굴을 보니, 자신의 말이 별로 설득력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빠, 너도 나를 죽이려고 삼색꽃을 찾으려는 거잖아. 이제 와서 발뺌해도 의미 없다는 걸 알 텐데? 연기하려면 좀 그럴싸하게 해.”독매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흑충곡 같은 곳에 발을 들일 이유 없었다.“….”독산은 계획이 들통나자,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다물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 강경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가자, 먼저 삼색꽃을 찾아야 한다!”독산이 지시를 내리며 절벽 너머 우뚝 솟아 있는 절명충 분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아가씨, 저들을 막아야 하지 않나요?”독산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독매 옆에 있던 부하가 물었다. “그럴 필요 없어. 알아서 사지로 굴러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니까.”독매가 웃으며 조용히 독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삼색꽃을 채취한다는 것은 불나방이 불에 뛰어드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귀했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때, 수풀 사이에 또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절벽 꼭대기와 가까워질수록 독충도 점점 많아졌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더 커졌다. 동시에 연달아 폭발음이 들렸다. 염구준이 앞에서 날아오는 독충들을 모두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가 펼친 것은 바로 전신 영역이었다. 겨우 이 정도 공격에 반보천인의 힘은 사치였다. “전신 경지 강자다!”독산이 놀라 외쳤다. 그는 충격에 꽤 긴 시간 염구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그럼 좀 전에 전신 경지 강자랑 붙을 뻔한 거야? 죽을 뻔했는데?’소름이 전신에 돋았다. 녹독산장은 큰 세력에 속하지 않았다. 그만큼 인재들이 부족했고, 전신 경지 강자는 더더욱 만나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염구준은 순식간에 절벽 꼭대기에 도착해 삼색꽃을 채취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그런데 삼색꽃을 뜯은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모든 독충들이 빠르게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광경은 아무리 반보천인인 그에게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일이었다. 어쩌면 저주의 여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샘색꽃은 어떻게 복용하지?”염구준이 아득한 눈빛으로 곤충 무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때, 밑에서 외치는 독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먹으면…!”거리도 멀고 곤충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때문에 염구준은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삼색꽃은 아직 많았다. 방법이 무엇이든, 통할 때까지 시도하면 그만이었다. 그는 곧바로 삼색꽃을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이런, 독 있잖아?’삼색꽃을 입안에 넣고 씹자마자 그는 폭발적인 힘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며 모든 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염구준은 급히 기운을 끌어 모아 장기들을 보호하며 최대한 독충들을 피해 한쪽 구석으로 몸을 날렸다. “미쳤나 봐. 삼색꽃을 그냥 먹다니!”현장에서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그냥 먹지 말고 목욕물에 풀어 몸에 흡수시키라고 했는데, 못 들었나?”독매는 어이가 없었다. 분명 방
“음침한 놈이, 평소대로 쥐새끼처럼 숨어있기나 할 것이지, 왜 나타났어?”염구준이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흑풍존주를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상대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이 와중에 허세는! 이제 날 건드리지도 못할 놈이!”흑풍준주가 조롱하며 마음껏 지금 상황을 즐겼다. 그는 이 순간을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번져갔다.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비행선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염구준 머리 위에 멈춰섰다. 막 업그레이드된, 7세대 전투 비행기였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기다리던 지원군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전투기였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기엔 아직 숙련도가 부족했지만, 멈추고 세우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외부 지원?”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흑풍존주가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중얼거렸다.염구준은 다리에 힘을 주며 높이 뛰어올라 순식간에 비행기 조종석에 자리 잡았다. 그러자 목표물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독충들이 일제히 비행기를 향해 돌진했다. ‘멍청한 벌레들!’비행기에서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발생하더니, 도무지 벌레로는 쫓아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내며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 여파로 공격하던 벌레들 모두 튕겨져나갔다.“존주님, 놈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흑풍존주의 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흑풍존주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이 전투기에 탑승한 순간, 이미 도망친 것이다. 과연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전투기에 탑승한 염구준은 열감지 장치를 이용해 적을 감지한 뒤, 곧바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몇몇 사람들이 저세상으로 갔다. 이후, 염구준은 전투기를 조정해 달아나고 있는 흑풍존주를 추격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비행기 소리를 들으며 흑풍존주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어떻게든 염구준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눈앞이 흐
한 달 뒤, 5성급 호텔 최상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주인님, 찾으셨습니까?”선풍은 겉 보기에는 존경의 눈빛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사실 원망이 가득했다.“이제 돌아가셔야 합니다!”흑풍 존주는 그의 깍듯한 모습을 비웃듯 웃어 보였다. 그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 아는 듯하였다.그는 지난번 염구준에게 패한 이후 약 한 달간 훈련을 하며 마침내 부상에서 회복됐다.지금 흑풍 존주는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그의 목표는 엘 가문이었다!“내가 기필코 되돌려주마, 염구준은 손도 쓰지 못할 거야!”흑풍 존주는 입가에 냉소를 띄우며 선풍의 앞으로 서류를 던졌다. “네 다음 임무는 엘 가문을 공격하는 거다!”그 위에는 최근 엘 가문의 약점과 내부 스파이까지 적혀 있었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선풍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예!”선풍의 마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서류를 집어든 그는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겨 다음 단계에 착수했다. “주인님, 저 자를 믿으십니까?”옆에 서 있던 남자는 조금 놀라며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흑풍 존주는 차갑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뒤, 엘 가문이 파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주님, 이제 어떡하죠? 벌써 문 앞에 돈 내놓으라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저희의 최저 입찰가도 알려졌습니다!"임원들이 앨리스의 앞으로 달려와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앨리스는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두려움이 커져갔다.앨리스는 잠시 생각을 하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무슨 일이시죠?”염구준은 하품을 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피곤해했다.“염 선생,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엘 가문은 지난 이틀 동안 악의적인 공격을 받아 현재 파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두 개의 간단한 문장으로 현재 엘 가문의 모든 상황이 설명되었다. 염구준은 믿기 힘들다는 듯 눈을 크게 떴
그는 이 일을 무사히 넘긴다 하여도 자신에게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염구준이 직접 앨리스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무슨 일입니까?"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눈 밑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으며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일단 좀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앨리스는 맞은편에 앉아 그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인지 말하세요!”염구준은 그런 그의 걱정을 무시한 채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지금까지 주식시장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온 것 같습니다.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저희 입찰가도 함께 유출됐는데, 벌써 대금을 치른 사람들도 있습니다.”앨리스가 지금까지의 일들을 하나하나 염구준에게 말해주었다.“회장이라는 사람이 참 잘하고 계셨네요, 하!”얘기를 듣던 염구준은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기 사람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그는 말과 함께 청룡으로부터 서류를 건네 받아 앨리스의 앞에 던졌다. “주식을 판 이사입니다. 처음부터 주식을 하고 있던 모양인데 설마 취임하기 전에 확인하지 않으신 겁니까?”청룡이 어젯밤 밤새 조사하여 알아낸 내용이었다. 앨리스는 범인의 정체를 알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대금 관련해서도 초기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셨습니까? 계약서를 보지도 않은 거라면 도대체 언제부터 대금이 시작된 겁니까?"염구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저도 확인했습니다. 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술을 마시면서 계약서에 서명을 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앨리스는 누군가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누군가 그녀에게 계약서에 서명해 달라고 부탁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됐습니다.”그녀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조롱의 눈빛과 함께 차갑게 웃었다. "내일부터 엘 가문의 모든 활동은 물론 계
말을 마친 염구준은 주작이 엘 가문에 들어온 뒤 모든 행적들이 적힌 문서를 던졌다."이 문서에 따르면 주작을 일찍이 해외로 보내셨더군요."염구준은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맞습니다.”앨리스는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옷깃을 붙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도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제가 자리를 빼앗을까 봐 겁나십니까?”연속된 질문에 앨리스는 고개를 들기가 더욱 두려웠다. 그녀는 매우 불안했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아닙니다.”애써 내뱉은 네 글자에 염구준은 피식 웃으며 비서에게로 향했다."재무 부서 부장 불러오세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제가 당신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지 없을지 오늘 확인해 드리죠.”앨리스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재무부장은 회장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약간의 비웃음을 보였다."지금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말해 보세요."염구준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재무부장을 바라보았다. “백만 원가량 남아있습니다만 이 역시 유동자금입니다.”염구준은 보고서를 탁자 위에 올려두며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한번 보시죠. 고작 돈 몇 푼가지고 저를 속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그는 보고서를 앨리스 앞에 던졌고, 경멸적인 눈빛으로 앨리스에게 다가갔다. "직접 당신을 승진시켜줬는데 이렇게 내 앞길을 막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약간의 떨림이 있긴 했지만 염구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그렇다면 왜 주작을 보내 저를 감시하게 한 겁니까? 내가 당신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아닙니까!" 계속되는 질문에 앨리스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이내 옷깃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얼굴이 붉어져 마치 화를 참는 어린아이 같았다."난 당신을 가르치려고 그를 보낸 겁니다. 당신이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내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망기술의 역할을 알고 있는 염구준은 문제점을 말했다.“진씨 가문은 어디 있어? 거록이 혹시 거기에 있나?”고대영은 숨기지 않고 염구준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진씨 가문은 해외로 쫓겨나서 국경에 있는 귀울진에 있어. 거록이 거기 있는지는 나도 몰라.”염구준은 용하의 은세가문이 왜 해외로 쫓겨났는지 알 수 없었다.이런 상황은 정말 흔치 않았다.“수고했어. 약속대로 내가 수고비는 보내줄게.”염구준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그가 원하는 정보는 이것밖에 없었다.“돈은 됐어. 우리 고씨 가문의 외가 가주 자리가…”고대영은 돈을 받는 대신 다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염구준이 끊어버렸다.“됐어. 이따가 계좌로 이체할게. 시간 되면 청해에 놀러와.”염구준은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계속 통화를 했다면 고대영이 또 이 말을 꺼낼 게 뻔했다.“모두 같은 핏줄이니 네가 고씨 외가의 가주가 되어라.”비록 염구준의 생모 고유란이 고씨 외가의 가주였지만 지금 그와 관련이 없으니 이어받을 의무도 없었다.지금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염구준은 집으로 나가 주차장으로 갔다.손가을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고 귀울진에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주자창에 갔을 때 살기를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아직 싸우기 전에 살기부터 흘리다니 정말 모자란 놈들이었다.스스슥!갑자기 나무 위, 관목 안, 하수도 뚜껑 아래서 그림자들이 뛰쳐나왔다.모두 복면을 써서 진짜 얼굴은 볼 수 없었다.“하, 실력이 제일 강한 놈이 정진왕자라니, 죽으러 왔어?”염구준이 그들을 훑어보았다.“거록 존주께서 말씀을 전달하라 하셨다. 청해에만 있어라. 밖으로 나가면 바로 죽는다!”일행은 먼저 협박 어린 말을 전달했다.“청해에서 나가겠다면 어떡할 건데?”염구준이 껄껄 웃으면서 되물었다.“그럼 죽인다!”한 사람이 싸늘하게 말하더니 일행이 동시에 염구준을 공격했다.아마도 그의 실력을 모르는 것 같았다.촤아악!염구준이 몸을 번쩍
“필요 없어. 겁 먹고 외국에 도망친 너랑 달라. 정말 창피해. 우리 떠돌이 7인조의 명성에 먹칠했어. 염구준 따위가 감히 내 대업에 끼어들었으니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역시 자극을 받은 거록 존주는 흑풍을 경멸하면서 말했다.지금 흑풍은 그가 말한 것처럼 염구준이 무서워서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다.지난번 윤씨 가문에서 염구준과 맞붙었을 때 한 손을 잃어버려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았다.“넷째 형, 잘 생각해 봐. 그러다 훅 가는 수가 있어.”흑풍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 여전히 걱정하는 것처럼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늘어놓지 마. 그보다 네가 준 사술법으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냐?”지금 거록의 관심사는 염구준보다 사술법이었다.천인 경지는 꿈에서도 도달하고 싶은 것이라 매우 유혹적이었다.“물론이지. 심혈주를 만들어서 삼키면 바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흑풍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확실하게 대답했다.거록이 단호하게 나오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됐다. 내가 천인 경지를 돌파하면 너 대신 염구준 그놈을 죽여줄게.”거록은 자신있게 말했다.그 단계에 도달하는 순간, 그는 세상에서 최고 고수로 거듭나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마워, 형.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염구준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챙겨줘.”흑풍은 공수하며 인사를 올렸다.그의 목표는 지금도 옥패였으니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사술법에 관심이 없었다.어쩌면 다른 방법을 알기에 사술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걱정 마. 난 옥패에 관심이 없어. 만약 손에 넣으면 너한테 줄게.”거록도 승낙했다.옥패 8개에 심도 깊은 무학이 있어서 보물이라는 것은 다들 알지만 더 깊은 의미는 알지 못했다.“그럼 이만 끊을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흑풍은 말을 끝내고 통화를 끊어버렸다.지금 그가 있는 곳은 어두운 지하였다.그곳에 허약한 몸의 사내가 견갑골을 입고 있었다.“젠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사술법을 알려주면 날 풀어준다고 했잖아.”사내는
염구준은 초상비 일행에게 철창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물론 치료비는 모두 그가 부담할 것이다.광대와 서커스단 관련자들은 경찰에 보내서 법으로 다스리도록 안배했다.서커스단의 동물들은 청해 동물원에 보내져서 적절하게 배치했다.그 바람에 동물원에서 땡잡았다.더는 허스키를 늑대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호랑이로 분장할 필요도 없었다.모든 후사를 처리한 후, 염구준은 공연장에서 나와 모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날 저녁, 염구준에게 전화가 왔었다.“염구준 씨.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서커스단은 원래 합법이었는데 단장이 살해된 후 나쁜 놈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파렴치한 짓을 했더군요.”“이들 우두머리는 코브라라 부르고 거대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유사한 패거리가 더 있는 걸로 추측합니다. 구제척인 것은 아직 자백받지 못했어요.”경찰 측에서 조사한 것을 모두 염구준에게 알려줬다.“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경찰에게 맡기면 되니 그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어서 초상비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구출한 사람들이 모두 고비를 넘겼지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치료비는 염구준이 모두 낼 테니 이 일에 대한 모든 권한을 초상비에게 맡겨서 처리하게끔 안배했다.심혈을 뽑으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아무리 치료를 해도 수명이 최소한 10년은 줄어들 것이다.떠돌이 7인조에서 하는 짓들은 어느 하나 정당한 것이 없었다.이런 독종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염구준은 거록 존주의 소식을 얻지 못했지만 다른 방면으로 단서를 찾았다.망기술이라는 독특한 방법은 용하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는 은세가족의 윤대약, 고대영에게 연락해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동시에 직접 얼음 인간 즉 봉유곡의 초상화를 그려 전신전에서 행방을 찾으라 지시했다.모든 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거록 존주가 사람의 심혈을 뽑았던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
“잠깐만, 당신 이름이 뭐야?”이런 실력이라면 아무리 부하들이 많아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이다.”이름일 뿐 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그가 정체를 밝히자 코브라는 겁에 질려 목소리까지 떨렸다.속으로 망했다고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싶었다.“염 선생님, 오해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이 사람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었다.“그럼 저 사람들은?”염구준이 주변 철창을 둘러보며 말했다.“그게…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코브라는 살짝 망설이다가 웃으면서 타협했다.“아니, 내 뜻을 오해했어. 내 말은 저 사람들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지?”염구준이 엄하게 질문했다.용하에서 국민들을 해쳤으니 여기서 쉽게 끝내면 안 되었다.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코브라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어떻게 하고 싶습니까?”“무슨 상황인지 전부 말하고 너희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 그러면 살려 줄게.”염구준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상대방은 올 게 왔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상의할 여지는 없습니까?”코브라가 질문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기운을 움직이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하, 저 사람들의 피를 뽑을 때 상의하고 했나?”염구준이 비웃으면서 되물었다.어떤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이러나 저러나 죽게 생겼는데 한번 붙어보자.”코브라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명령을 내렸다.스스슥!한 무리 그림자가 한 사람을 향해 전신 경지 실력을 펼치며 공격했다.그 반면, 코브라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고 했다.“뭘 그렇게 급하게 도망쳐?”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공격하러 온 부하들은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었다.“겨우 이 정도로 앞길을 막다니 너무 자신만만하지 않나?”“날 죽이면 안 됩니다. 저는 거록 존주의 사람이에요.”코브라는 도망칠 수 없게 되자 뒷배를 내세웠다.“거록 존주?”염구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정보를 떠올렸다.흑풍, 여우, 청목과 맞
방심했었다.우두머리는 제자리에 서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스가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으니 어떤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벙어리야?”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공격했다.몇 차례 공격을 퍼부어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했다.“잘 생각하고 말해. 한 번만 기회를 줄게.”염구준이 마지막으로 통보했다.“할 말 없어!”그드득!우두머리가 말하는 동시에 염구준은 목을 부러트렸다.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든 것이 순식간에 발생했다.염구준은 죽은 사람을 옆에 던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보스는 뒤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이제 보니 정보가 틀렸군. 하지만 무성의 실력이라면 통제할 수 있어.”그가 신경 쓰는 것은 염구준일 뿐 부하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마술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감시실에서 나왔다.염구준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했으니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한편, 염구준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것은 함정이었다.“살려줘…”그가 한참 걸어갔을 때 앞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목소리를 들으니 곧 죽을 것 같았다.염구준은 걸음을 재촉하여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희미한 불빛을 빌어 상황을 살펴보다 조금은 경악했다.이곳에 철창 10개 정도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었다.남자, 여자할 것 없이 노인과 아이들도 있었다.그 사람들 상태는 몹시 허약했다.방금 관중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마술쇼를 하면서 사라진 사람들 같았다.염구준처럼 말이다.이 사람들은 가슴에 감은 붕대에 핏자국이 묻어 있고 공기에도 피비린내가 풍겼다.‘설마 심혈?’이 사람들 심장에서 피를 뽑은 것 같았다.전에 고전 서적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이런 수법은 이미 사라진 고대 사술에서만 사용했고 보통 무술인의 실력을 제고할 때 사용했다.그러나 선정된
마술사는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갑자기 문을 열어서 상자 안을 보여줬다.사람은 사라지고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아빠 사라졌나 봐요.”그 장면을 본 염희주가 얼떨떨해졌다.관중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염구준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인근 도시에서 전해진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한편, 염구준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그곳의 불빛은 희미하고 주변은 어두컴컴했다.무대 아래였다.그는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면서 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었다.무대에 장치가 있었다. 이것이 서커스단의 속임수였다.무대가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선반 위에 무대가 있고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서커스단에서 왜 염구준을 죽이려고 하는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했다.“일단 지켜보자.”그는 전방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이곳에 통로는 하나였다.방음은 엄청 잘 처리되어서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하하하.”갑자기 몸통 절반이 나타나면서 음침한 웃음소리를 냈다.도구였다.그는 힐끗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바로 지나갔다.기운도 없고 위기감도 없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귀신집에서 염구준 같은 손님을 만난다면 바로 문을 닫을 것이다.이어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지만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CCTV를 통해서 그를 지켜보면 누구는 속이 바짝 탔다.이런 식으로 염구준이 공격하도록 유도해서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한 팀을 데리고 내려가서 실력을 테스트해 봐.”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을 열었다.“네.”옆에 있던 사람은 공수하며 대여섯 명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 사람들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였다.통로에서 한참을 걷던 염구준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움직였다.‘누가 오고 있어.’발자국 소리가 아무리 조용해도 그의 예민한 귀를 피하지 못했다.그는 어떤 경지의 힘을 사용할지 고민했다.만약 제대로 싸우면 배후가 실력을 알고 도망칠 수 있으니까.스스슥!그때 몇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