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함성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뱀섬 대부대가 천무산 정상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언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뱀 지팡이 노파, 사우와 외적으로 굉장히 흡사한 외모를 한 또다른 노파의 등장이었다. 천무산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어느 쪽이 진짜이고 어느 쪽이 가짜이지?”현충 또한 처음 보는 광경에 혼란스러웠다.“가짜는 없어. 우리 명성은 한 사람이 쌓은 게 아니라, 함께 쌓은 거니까!”사우가 옆에 있는 동생 사묵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상황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뱀섬엔 반보천인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쌍둥성사가 완전해지지 않은 지금, 현충 혼자서 두 사람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언니, 같이 현충을 죽이고 천무산을 없애 버리자!”동생 사목이 사우와 같은 뱀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강한 기세를 내뿜었다. “서두를 거 없어. 먼저 저 잡배들부터 처리하자!”사우가 아직 남아 있는 동맹 쪽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자들의 싸움에서 엉뚱한 놈들이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도망쳐!”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옥패를 노리다 목숨을 잃게 생겼으니 말이다.뱀섬 강자들이 뭉쳐 공격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오합지졸들이 정리되었다.“진격하라! 천무산을 멸하자!”상황이 정리된 후, 사우가 소리 높여 외쳤고 그녀의 명령에 따라 뱀섬 부대는 다시 천무산 쪽으로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맞서 싸우자!”현충이 크게 외치자, 숲속에서 수많은 무사들이 뛰쳐나와 뱀섬 사람들과 맞섰다. 과연 무리안 최고의 세력답게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양측 모두 숨기고 있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자, 전투는 아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해졌다. 팽팽한 전력, 승부는 쉽사리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현충은 반보천인 두 명이 협공해오자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지금 그가 걸 수 있는 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목의 손에 들려 있던 뱀 지팡이가 휘어졌다. 그 여파로 사목도 견디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정말 놀랍도록 두려운 생물이었다. 두 사람은 급히 뒤로 물러서며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자매의 눈동자에 긴장감이 흘렀다.“하하하, 이게 다야? 이제 쌍두성사가 대성에 이르렀으니, 아무도 내 상대가 될 수 없다!”상태를 회복한 현충이 미친 듯이 웃으며 소리쳤다. 쌍두성사가 그의 편이 된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가자, 이제 끝낼 때다.”“….”수안이 어두운 얼굴로 발걸음을 머뭇거렸다. 반보천인이 넷이나 있는데 전투에 뛰어 드려 하다니,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쪽이 부상을 당한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수안은 속으로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진 못했다.“위험해질 것 같으면, 떠나도 좋아.”하지만 염구준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이건 언제까지나 내 개인 사정이니까, 굳이 너까지 엮을 생각 없어.”“아니에요!”수안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염구준이 말을 덧붙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더 늦게 움직이게 되면 내가 아니라 현충이 뱀의 영단을 노릴 수도 있어.”“설마요. 현충도 어렵게 쌍두성사를 키워냈을 텐데, 쉽사리 해를 끼치질 않을 거예요.”수안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래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해. 내 딸이 걸린 일이니까.”염구준은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의 추측이었다. 저번에 성충들을 죽이며 알게 된 사실들이 있었다. 천무산에서 성충을 길러낸 이유는 쌍두성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쌍두성사 또한 누군가의, 현충의 제물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외부인이다! 저놈부터 죽여라!”현충이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부하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이 와중에도 이득을 취하려 난입하려 드는 외부인이 있다니,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의 명령에 장로들이 곧바로 난입자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싫다면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염구준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슬며시 몸속에 담겨 있던 기운을 방출했다. 무시무시한 압력, 반보천인 중에서도 이 정도로 강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는 인물은 정말 흔치 않았다. “흥! 네가 아무리 강해도 내 옆엔 쌍두성사가 있다! 두렵지 않아!”현충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쌍두성사의 비늘을 자랑스러운 얼굴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발하듯 염구준을 바라봤다.“잠깐, 설마 영단을 원하는 이유, 딸의 독 때문이냐? 하긴 그걸 풀 주술사가 존재할 리 없지.”이미 부하들을 통해 염구준에 대해 보고를 받은 상태라 그는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말을 내뱉으며, 염구준이 고통스러워하길 바랐다.“말 다 했어?”하지만 염구준은 아픈 곳이 찔렸음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곧 적과 전투를 치러야 하는데, 약점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안 통하나?’현충은 상대가 반응하지 않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때, 염구준이 다짜고짜 기운을 폭발시키며 쌍두성사를 향해 돌진했다. “죽어라!”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쌍두성사, 저놈을 죽여라!”현충이 손가락으로 염구준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먹이다!”이 한마디와 함께 쌍두성사가 온몸을 비틀며 빠르게 염구준의 공격에 맞서러 나갔다.한편, 현충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쌍두성사가 크게 활약할 것을 기대하며 자신만만한 얼굴로 둘의 전투를 바라봤다. 쌍두성사가 새빨간 비늘이 뒤덮인 거대한 꼬리를 위협적으로 염구준을 향해 휘둘렀다. 거대한 존재가 주는 위압감과 함께 주변을 뒤흔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염구준은 몸에 불꽃을 끌어올리며 최대한 데미지를 줄일 수 있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힘, 과연 전설 속 생물다웠다. 그가 평범한 반보천인이었다면, 버티지 못하고 꼬리에 맞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염구준은 쌍두성사 못지않은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뱀의 공격을 버티는
염구준이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현충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정성스레 키운 애완동물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네? 그냥 직접 나서지 그래?”“이 쓸모없는 것!”현충이 분노하며 쌍두성사를 걷어찼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쌍두성사에게 어떠한 아픔도 주지 못했다. 뱀은 오히려 토라진 듯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이때, 뱀 지팡이 자매 중 동생 사목이 입을 열었다. “현충, 차라리 우리와 손잡고 저 놈을 해치우는 게 어때?”“손잡자고? 그럼 저놈 손에 있는 옥패를 어떻게 나눌 건데?”현충은 흔들렸지만, 득과 실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움직일 수는 없었다.“저놈을 죽이고 나서 다시 각자 실력대로 가져가면 되지, 안 그래?”사목이 능숙하게 그를 설득했다. 반대편에 당당히 서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던 현충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받아들이지.”얼마 전까지 치열하게 서로의 목숨을 노리며 싸우던 적이 한순간에 아군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익 앞에선 역시나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었다.뱀섬과 천무산이 임시 동맹을 맺었다. 거기에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갖춘 쌍두성사까지, 염구준은 이들 모두를 홀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놈을 죽여라!”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현충과 자매가 동시에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선 직접적으로 맞붙기 전에 힘을 빼놓을 생각이었다.“죽이자!”양쪽 세력 모두 전투의 열기가 가시기 전이었고, 살기등등한 기세를 내뿜으며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그 전력이 족히 천 명 가까이 되었다. 이들은 결코 오합지졸들이 아니었다. 모두 각 세력의 실력자들만 모은 정예 부대였다. “흥, 숫자로 몰아붙이려 들다니, 날 너무 무르게 봤군.”하지만 염구준은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당당히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쿠웅!그런데 이때, 파도처럼 밀려오던 인원들과 염구준 사이에 폭발음이 들리면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그 여파에 모두 놀라 자리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휘이잉!모두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 전투기 두 대가 아주 낮
“하, 그 과정에 환자가 겪을 고통은 어쩌려고?”염구준이 냉소를 지으며 현충이 일부러 말하지 않은 부분을 콕 집었다. “하하, 상상하시는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을 겁니다.”현충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론 매우 놀란 상태였다. 아직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시간을 끌면 치료 과정이 고통스러워진다는 걸 상대는 어떻게 알았을까?“헛소리 집어치워. 길게 시간을 들여 이 독을 해결할 거였으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어. 당장 영단을 내놔.”염구준이 현충의 기대를 확실히 끊어내며 못을 박았다.“정말로 협상할 여지 조금도 없습니까?”현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협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염구준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고, 더 이상 말씨름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장 고개를 돌려 청용에게 명령했다. “목표는 천무산 정상, 나를 중심으로 십 미터 밖, 모두 폭파하라고 알려.”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었고,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쌍두성사의 영단을 빼앗을 것이다. 그는 행동으로 현충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바로 앞에 있던 현충도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돌격하라!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자는 전부 몰살한다!”영단은 절대로 넘길 수 없었다. “몰살이다!”약 천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다시 염구준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전주님께 아룁니다. 공중 전투 1팀, 2팀, 준비 완료했습니다. 언제든지 명령하시면 바로 공격하겠습니다.”청용은 명령을 전달한 뒤, 곧바로 염구준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럼 공격해!”염구준이 구름 떼처럼 몰려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나를 죽이려 한다면, 본인들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거야!’쿠구구궁!전투기 두 대가 급하강하며 수많은 폭탄을 인간 구름 떼 위로 떨어뜨렸다. 오직 염구준과 그 주변만 제외한 채, 천무산 정상은 순식간에 연기와 화약 냄새로 뒤덮였다. “하하, 전신전과 맞서려 하다니, 꼴 좋다, 이 잡것들아!”청용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
오랜만에 만나는 강력한 적이었다. “쌍두성사, 넌 정면으로 공격해! 우리 셋은 측면에서 공격할 테니!”현충이 빠르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쌍두성사는 정면으로 공격을 몸으로 막고 나머지는 측면에서 공격하는 전술, 과연 전투 경험이 많은 베테랑다웠다. “쉑쉑!”쌍두성사가 서툰 목소리로 대답하며 거대한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반보천인이 넷이 동시에 공격하는 상황에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약점이 생기기 마련일 테니까, 현충은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펑, 퍼벙!염구준의 무자비하게 주먹으로 쌍두성사를 두들겨 팼다. 그러나 쌍두성사는 뒤로 밀리긴 했지만, 몸이 너무 단단해 비늘이 좀 긁혔을 뿐이었다.“이익, 내 비늘이!”쌍두성사의 말은 서툴렀으나, 그 안에 담긴 분노는 확실했다.뱀은 자기 외모를 꽤 신경 쓰는 편인지, 비늘에 긁힌 자국이 난 것을 못 참는 듯했다. 하지만 염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쌍두성사가 주춤대는 틈을 타, 현충과 자매의 공격에 맞섰다. 이들의 나이를 모두 합치면 못해도 300세, 쌓아온 세월이 세월인 만큼 무식하게 힘만 센 쌍두성사와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염구준이 일반 반보천인과 다르지만, 주먹 두 개로 여섯을 상대하기는 벅찼다. 그는 점점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 공격 유지해. 놈을 지치게 해야 해!”전술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현충이 기뻐하며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전주님!”“오라버니!”상황이 염구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수안과 전신전 사람들이 손을 보태고자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반보천인들의 결투, 결코 범인이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결국 이들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타격을 입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물어뜯는다!”쌍두성사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분노를 담아 염구준에게 달려들려던 찰나였다. 비늘이 손상 입은 것이 상당이 화가 난 듯했다. 그러나 현충이 앞으로 나서 쌍두성사의 행동을 저지했다. “넌 물러서. 굳이 여기서 너까지 나설 필요 없어.”
세 사람은 염구준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궁지에 몰리니 잠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때, 염구준의 몸이 진동하듯이 떨려오더니, 무시무시한 기운을 사목을 향해 내뿜었다. 그는 차례차례 한 명씩 제거해 나갈 생각이었다. 이 전술은 염구준이 전투를 시작하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었다.“빨리, 저 놈을 막아!”몸이 저렇게 엉망이 된 상황에도 아직 이런 폭발적인 기운을 내뿜다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뒤늦게 막으려 했지만, 에너지만 소모하고 별다른 소득을 보지 못했다. “이 비열한 놈!”상황이 역전되자 현충은 비장의 카드를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쌍두성사, 너도 와서 도와!”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뱀은 빠르게 전투 현장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청용과 다른 일행들도 앞으로 나서며 뱀의 움직임을 저지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소용없었다. ‘빠르게, 더 빠르게!’염구준은 가까이 오는 쌍두성사의 모습을 보고 점점 공격에 속력을 올렸다. 생사를 가르는 싸움에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어렵게 얻어낸 방심, 그는 반드시 이번 공격을 성공시켜야 했다. 곧이어 텅, 텅… 맑은 금속이 두 동강 나,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매 중, 동생 사목이 결국 염구준의 맹렬한 주먹 공격에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나가 떨어졌다.드디어 넷 중 한 명이 제거되는 순간이었다. 쌍두성사가 뒤늦게 염구준에게 공격을 날렸지만, 염구준이 몸을 비틀며 피해 버리는 바람에 현충과 사우만 움직임이 꼬이고 말았다. “멍청한 놈!”결국 현충이 참지 못하고 쌍두성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자신이 기른 생물이긴 하지만, 몸만 키우고 머리를 키우지 못한 것이 뼈저리게 후회됐다. 쌍두성사도 실수를 알아차리고 조용히 몸을 움츠렸다. “다시 덤벼!”반면, 염구준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혼란한 틈을 타 다시 공격을 넣기 시작했다. 오늘 웃을 수 있는
드디어 염희주의 독을 치료할 방법이 생겼다. 이제 안심이었다.염구준이 안도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무지개 빛을 띄는 쌍두성사의 영단을 품에 넣었다. 반면, 영단을 빼앗긴 쌍두성사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바닥을 굴렀다. 영단은 영물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염구준, 이 개 자식!”현충이 크게 표효하며 사우와 함께 공격을 날리며 급히 쌍두성사에게 달려갔다. “아프다, 아파!”쌍두성사가 인간의 말을 내뱉으며 흐느꼈다. 영단이 뽑힌 곳에서부터 끊임없이 피와 함께 내력도 새어 나갔다. 동시에 몸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점점 작아졌다.“괜찮아,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해 줄게.”현충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쌍두성사를 바라보다 영단이 제거된 복부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몇 년만 있었다면 천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 생물인데, 네가 모든 것을 망쳤어!”이 말과 함께 그는 뱀의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남은 쌍두성사의 힘을 빌어 천인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의도였다.“주인님, 안 돼요!”영단을 빼앗길 때보다 더 한 고통을 느낀 쌍두성사가 애원했다.“닥쳐,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남는 게 있어야지.”하지만 현충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흡수해 나갔다. 쌍두성사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이미 약해지고 작아진 몸으로는 역부족었다. 한편, 현충의 기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비열한 자식, 뱀은 너를 부모처럼 따랐을 텐데, 이런 뒤통수를 치다니!”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수안이 분노의 목소리로 외쳤다. 주술사들은 보통 자신이 직접 키우게 된 벌레나 파충류를 자식처럼, 또는 가족처럼 여기곤 했다. 그랬기에 그녀는 도무지 현충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수안과 달리 염구준은 현충을 나름 기대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인간이 천인이 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강한 상대는 더욱 그를 즐겁게 한다.“후… 됐어! 이제 난 천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