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이 적당히 선을 지켰다면, 나도 오늘 중요한 날이라 뱀섬의 명성을 봐서라도 적당히 했을 거야. 그런데 감히 대장로를 죽여? 할망구, 넌 반드시 고통스럽게 죽여주지.”현충은 오랫동안 무리안을 휩쓸며 악명을 쌓아온 인물이었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가 죽인 적의 숫자만 해도 거의 작은 산을 이뤘다.“하하, 현충. 개소리 하지 마. 겨우 실력 좀 있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어차피 진짜 실력자는 몇도 없지 않나? 우릴 막을 순 없을 거다.”노파는 천무산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이미 늙어 죽음을 코 앞에 둔 상황이었다. 옥패를 얻고자 하는 이유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오합지졸들, 너희야말로 자만하지 마.”현충은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노파와 함께 온 무리를 바라본 뒤, 부하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움직여!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죽여!”이 말을 끝으로 현충은 몸을 날려 곧바로 노파를 향해 돌진했다. 두 사람은 주술사로서 곧바로 제일 먼저 본명충부터 꺼내 싸우기 시작했다. 둘의 실력은 생각 외로 비등비등해 보였다. 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고쳐 들며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천무산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오직 제단 위 쌍두성사만이 아무렇지 않게 계속해서 독충들을 집어삼켰다. 이제 남은 독충의 숫자는 세 마리가 뿐이었다. 드디어 의식이 끝나가고 있었다. 곧 그 모습이 노파의 눈에도 들어왔다. 그녀는 불길한 기분을 느꼈다. “빨리 쌍두성사부터 공격해. 절대로 나머지 독충들을 삼키게 내버려두면 안 돼!”오백 년 한번 나오는 쌍두성사가 천무산에 있을 줄이야. 거기에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운은 결코 심상치 않았다. 만약 저 괴물이 남은 독충들을 모두 집어삼키고 자신들을 향해 공격한다면, 현충과 쌍두성사, 승산이 없었다.“예!”노파의 명령을 들은 리아가 부하들을 데리고 곧바로 쌍두성사를 향해 돌진했다
“그럼 우리도 움직여야 할까요?”수안이 결연한 얼굴로 물었다.“서두를 거 없어. 아직 숨겨진 카드를 내놓지 않은 사람이 있어.”염구준은 이 말과 함께 핸드폰을 꺼내며 전신전 본부 내부 통신망과 연결했다.“청용, 어디까지 왔어?”이번 작전에 염구준은 천무산을 한 번에 정리하기 위해 전신전과 미리 연락을 취해둔 상태였다.“저희는 지금 이동중입니다. 약 30분 뒤면 지정된 장소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전호 너머 천용의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그럼 계획대로 진행해.”염구준은 말을 마친 뒤 통화를 끊었다.그 후, 그는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계속해서 쌍두성사를 감시했다. “외부 지원을 부르셨어요?”수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응, 싸움이 끝나면 누군가는 정리하기 위해 나서야 하니까.”염구준이 무심히 답했다.“와!”수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자신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녀는 염구준의 정체가 분명 심상치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때, 싸움에 변화가 생겼다. 잔챙이들을 모두 처리한 천무산 강자들이 현충에게 힘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다. 그 여파로 노파는 큰 부상을 입으며 나가 떨어졌다.그 탓에 동맹의 사기는 급속도로 떨어졌고 부상자들과 사망자들이 속속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하하, 할망구, 마지막으로 남길 말 있나?”현충이 승리를 예감하고 후련한 얼굴로 웃었다. “커걱!”노파는 나이가 많은 데다가 부상까지 입어 격렬하게 기침했다. 하지만 그 입가엔 기묘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멍청하긴, 설마 내가 이정도로 끝날 거라 생각해나?”천무산을 공격하러 오는데 저 오합지졸 동맹만 믿고 올 리가 없었다.“설마, 아직 보여주지 않은 카드가 있는 거야?”현충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얼굴을 굳혔다.“알아 맞춰 봐.”이 말과 함께 노파가 몸을 일으키며 손에 들린 노란 신호탄을 하늘로 쏘아 보냈다. 밝은 빛이 하늘을 가르며 마치 뱀 같은 실루엣을 뽐냈다. 뱀섬
잠시 뒤, 함성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뱀섬 대부대가 천무산 정상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언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뱀 지팡이 노파, 사우와 외적으로 굉장히 흡사한 외모를 한 또다른 노파의 등장이었다. 천무산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어느 쪽이 진짜이고 어느 쪽이 가짜이지?”현충 또한 처음 보는 광경에 혼란스러웠다.“가짜는 없어. 우리 명성은 한 사람이 쌓은 게 아니라, 함께 쌓은 거니까!”사우가 옆에 있는 동생 사묵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상황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뱀섬엔 반보천인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쌍둥성사가 완전해지지 않은 지금, 현충 혼자서 두 사람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언니, 같이 현충을 죽이고 천무산을 없애 버리자!”동생 사목이 사우와 같은 뱀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강한 기세를 내뿜었다. “서두를 거 없어. 먼저 저 잡배들부터 처리하자!”사우가 아직 남아 있는 동맹 쪽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자들의 싸움에서 엉뚱한 놈들이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도망쳐!”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옥패를 노리다 목숨을 잃게 생겼으니 말이다.뱀섬 강자들이 뭉쳐 공격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오합지졸들이 정리되었다.“진격하라! 천무산을 멸하자!”상황이 정리된 후, 사우가 소리 높여 외쳤고 그녀의 명령에 따라 뱀섬 부대는 다시 천무산 쪽으로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맞서 싸우자!”현충이 크게 외치자, 숲속에서 수많은 무사들이 뛰쳐나와 뱀섬 사람들과 맞섰다. 과연 무리안 최고의 세력답게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양측 모두 숨기고 있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자, 전투는 아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해졌다. 팽팽한 전력, 승부는 쉽사리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현충은 반보천인 두 명이 협공해오자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지금 그가 걸 수 있는 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목의 손에 들려 있던 뱀 지팡이가 휘어졌다. 그 여파로 사목도 견디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정말 놀랍도록 두려운 생물이었다. 두 사람은 급히 뒤로 물러서며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자매의 눈동자에 긴장감이 흘렀다.“하하하, 이게 다야? 이제 쌍두성사가 대성에 이르렀으니, 아무도 내 상대가 될 수 없다!”상태를 회복한 현충이 미친 듯이 웃으며 소리쳤다. 쌍두성사가 그의 편이 된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가자, 이제 끝낼 때다.”“….”수안이 어두운 얼굴로 발걸음을 머뭇거렸다. 반보천인이 넷이나 있는데 전투에 뛰어 드려 하다니,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쪽이 부상을 당한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수안은 속으로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진 못했다.“위험해질 것 같으면, 떠나도 좋아.”하지만 염구준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이건 언제까지나 내 개인 사정이니까, 굳이 너까지 엮을 생각 없어.”“아니에요!”수안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염구준이 말을 덧붙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더 늦게 움직이게 되면 내가 아니라 현충이 뱀의 영단을 노릴 수도 있어.”“설마요. 현충도 어렵게 쌍두성사를 키워냈을 텐데, 쉽사리 해를 끼치질 않을 거예요.”수안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래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해. 내 딸이 걸린 일이니까.”염구준은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의 추측이었다. 저번에 성충들을 죽이며 알게 된 사실들이 있었다. 천무산에서 성충을 길러낸 이유는 쌍두성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쌍두성사 또한 누군가의, 현충의 제물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외부인이다! 저놈부터 죽여라!”현충이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부하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이 와중에도 이득을 취하려 난입하려 드는 외부인이 있다니,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의 명령에 장로들이 곧바로 난입자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싫다면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염구준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슬며시 몸속에 담겨 있던 기운을 방출했다. 무시무시한 압력, 반보천인 중에서도 이 정도로 강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는 인물은 정말 흔치 않았다. “흥! 네가 아무리 강해도 내 옆엔 쌍두성사가 있다! 두렵지 않아!”현충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쌍두성사의 비늘을 자랑스러운 얼굴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발하듯 염구준을 바라봤다.“잠깐, 설마 영단을 원하는 이유, 딸의 독 때문이냐? 하긴 그걸 풀 주술사가 존재할 리 없지.”이미 부하들을 통해 염구준에 대해 보고를 받은 상태라 그는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말을 내뱉으며, 염구준이 고통스러워하길 바랐다.“말 다 했어?”하지만 염구준은 아픈 곳이 찔렸음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곧 적과 전투를 치러야 하는데, 약점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안 통하나?’현충은 상대가 반응하지 않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때, 염구준이 다짜고짜 기운을 폭발시키며 쌍두성사를 향해 돌진했다. “죽어라!”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쌍두성사, 저놈을 죽여라!”현충이 손가락으로 염구준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먹이다!”이 한마디와 함께 쌍두성사가 온몸을 비틀며 빠르게 염구준의 공격에 맞서러 나갔다.한편, 현충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쌍두성사가 크게 활약할 것을 기대하며 자신만만한 얼굴로 둘의 전투를 바라봤다. 쌍두성사가 새빨간 비늘이 뒤덮인 거대한 꼬리를 위협적으로 염구준을 향해 휘둘렀다. 거대한 존재가 주는 위압감과 함께 주변을 뒤흔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염구준은 몸에 불꽃을 끌어올리며 최대한 데미지를 줄일 수 있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힘, 과연 전설 속 생물다웠다. 그가 평범한 반보천인이었다면, 버티지 못하고 꼬리에 맞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염구준은 쌍두성사 못지않은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뱀의 공격을 버티는
염구준이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현충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정성스레 키운 애완동물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네? 그냥 직접 나서지 그래?”“이 쓸모없는 것!”현충이 분노하며 쌍두성사를 걷어찼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쌍두성사에게 어떠한 아픔도 주지 못했다. 뱀은 오히려 토라진 듯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이때, 뱀 지팡이 자매 중 동생 사목이 입을 열었다. “현충, 차라리 우리와 손잡고 저 놈을 해치우는 게 어때?”“손잡자고? 그럼 저놈 손에 있는 옥패를 어떻게 나눌 건데?”현충은 흔들렸지만, 득과 실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움직일 수는 없었다.“저놈을 죽이고 나서 다시 각자 실력대로 가져가면 되지, 안 그래?”사목이 능숙하게 그를 설득했다. 반대편에 당당히 서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던 현충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받아들이지.”얼마 전까지 치열하게 서로의 목숨을 노리며 싸우던 적이 한순간에 아군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익 앞에선 역시나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었다.뱀섬과 천무산이 임시 동맹을 맺었다. 거기에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갖춘 쌍두성사까지, 염구준은 이들 모두를 홀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놈을 죽여라!”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현충과 자매가 동시에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선 직접적으로 맞붙기 전에 힘을 빼놓을 생각이었다.“죽이자!”양쪽 세력 모두 전투의 열기가 가시기 전이었고, 살기등등한 기세를 내뿜으며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그 전력이 족히 천 명 가까이 되었다. 이들은 결코 오합지졸들이 아니었다. 모두 각 세력의 실력자들만 모은 정예 부대였다. “흥, 숫자로 몰아붙이려 들다니, 날 너무 무르게 봤군.”하지만 염구준은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당당히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쿠웅!그런데 이때, 파도처럼 밀려오던 인원들과 염구준 사이에 폭발음이 들리면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그 여파에 모두 놀라 자리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휘이잉!모두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 전투기 두 대가 아주 낮
“하, 그 과정에 환자가 겪을 고통은 어쩌려고?”염구준이 냉소를 지으며 현충이 일부러 말하지 않은 부분을 콕 집었다. “하하, 상상하시는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을 겁니다.”현충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론 매우 놀란 상태였다. 아직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시간을 끌면 치료 과정이 고통스러워진다는 걸 상대는 어떻게 알았을까?“헛소리 집어치워. 길게 시간을 들여 이 독을 해결할 거였으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어. 당장 영단을 내놔.”염구준이 현충의 기대를 확실히 끊어내며 못을 박았다.“정말로 협상할 여지 조금도 없습니까?”현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협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염구준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고, 더 이상 말씨름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장 고개를 돌려 청용에게 명령했다. “목표는 천무산 정상, 나를 중심으로 십 미터 밖, 모두 폭파하라고 알려.”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었고,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쌍두성사의 영단을 빼앗을 것이다. 그는 행동으로 현충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바로 앞에 있던 현충도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돌격하라!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자는 전부 몰살한다!”영단은 절대로 넘길 수 없었다. “몰살이다!”약 천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다시 염구준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전주님께 아룁니다. 공중 전투 1팀, 2팀, 준비 완료했습니다. 언제든지 명령하시면 바로 공격하겠습니다.”청용은 명령을 전달한 뒤, 곧바로 염구준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럼 공격해!”염구준이 구름 떼처럼 몰려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나를 죽이려 한다면, 본인들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거야!’쿠구구궁!전투기 두 대가 급하강하며 수많은 폭탄을 인간 구름 떼 위로 떨어뜨렸다. 오직 염구준과 그 주변만 제외한 채, 천무산 정상은 순식간에 연기와 화약 냄새로 뒤덮였다. “하하, 전신전과 맞서려 하다니, 꼴 좋다, 이 잡것들아!”청용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
오랜만에 만나는 강력한 적이었다. “쌍두성사, 넌 정면으로 공격해! 우리 셋은 측면에서 공격할 테니!”현충이 빠르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쌍두성사는 정면으로 공격을 몸으로 막고 나머지는 측면에서 공격하는 전술, 과연 전투 경험이 많은 베테랑다웠다. “쉑쉑!”쌍두성사가 서툰 목소리로 대답하며 거대한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반보천인이 넷이 동시에 공격하는 상황에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약점이 생기기 마련일 테니까, 현충은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펑, 퍼벙!염구준의 무자비하게 주먹으로 쌍두성사를 두들겨 팼다. 그러나 쌍두성사는 뒤로 밀리긴 했지만, 몸이 너무 단단해 비늘이 좀 긁혔을 뿐이었다.“이익, 내 비늘이!”쌍두성사의 말은 서툴렀으나, 그 안에 담긴 분노는 확실했다.뱀은 자기 외모를 꽤 신경 쓰는 편인지, 비늘에 긁힌 자국이 난 것을 못 참는 듯했다. 하지만 염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쌍두성사가 주춤대는 틈을 타, 현충과 자매의 공격에 맞섰다. 이들의 나이를 모두 합치면 못해도 300세, 쌓아온 세월이 세월인 만큼 무식하게 힘만 센 쌍두성사와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염구준이 일반 반보천인과 다르지만, 주먹 두 개로 여섯을 상대하기는 벅찼다. 그는 점점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 공격 유지해. 놈을 지치게 해야 해!”전술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현충이 기뻐하며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전주님!”“오라버니!”상황이 염구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수안과 전신전 사람들이 손을 보태고자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반보천인들의 결투, 결코 범인이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결국 이들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타격을 입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물어뜯는다!”쌍두성사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분노를 담아 염구준에게 달려들려던 찰나였다. 비늘이 손상 입은 것이 상당이 화가 난 듯했다. 그러나 현충이 앞으로 나서 쌍두성사의 행동을 저지했다. “넌 물러서. 굳이 여기서 너까지 나설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