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용하국 사람들을 도운 너희들 때문에 우리 사업이 손해를 봐도 그냥 넘어갔어.""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사람이 죽었어. 설명 좀 해 봐."잠시 생각하던 제정도가 물었다. "어떤 설명을 원하지?"그는 이 개자식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사람을 내놔. 네 아들과 그 외부인을 넘겨." 귀호는 이미 조건을 생각해 두었다."절대 그럴 수 없다!"제정도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그는 귀호의 깊은 속셈을 알아차렸다. 누구를 넘기든 대염무관의 명성은 무너질 것이다.제만을 넘기면, 가족을 배신했다고 손가락질할 것이고, 이는 불의다.염구준을 넘기면, 대염문이 용하국 사람들을 돕겠다던 조상들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니, 이는 불효이다."여전히 건방지군""넌 전신 초기여서 일대일로 싸우면 우리 중 아무도 너를 이길 수 없겠지.""하지만 죽을 각오로 함께 덤빈다면 충분히 네 대염무관을 멸망시킬 수 있어."위협이 가득한 귀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서로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미묘한 균형이 유지되었다."빙빙 돌리지 말고, 어떻게 우위를 가릴지 말해 봐." 제정도는 참을성이 많지 않았다."대결, 어때?"귀호는 오랫동안 기다림 끝에 지금 이 순간을 맞이했다.그가 진짜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구체적으로 말해봐. 어떻게 대결을 할 건가?" 제정도는 뭐든지 확실한 것을 추구했기에 모든 것을 분명히 하려고 했다.대장들의 발언은 무게가 있는 것임으로 약속을 번복하면 곤란해진다.귀호는 미리 생각해 둔 계획을 밝혔다."경기는 세 번 치른다. 첫 번째는 각자 5명을 내세워 싸우고, 두 번째는 대결을 통해 최종 승리를 가리는 방식. 그리고 세 번째는 각자 10명을 내세워 혼전을 벌이자고.""경기는 3판 2선승제로 진행하고, 내기는 보채성의 절반 자산이다.""조건이 하나 있는데, 너와 나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때?"겉보기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속임수가 있었다.제정도가 나서지 않으면 대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염구준으로 한 경기를 이길 수 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출전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로 남겨두는 것이 나았다.귀호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러면 나야 고맙지!""시간 낭비 말고, 두 번째 경기를 시작해" 제정도가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한 경기를 졌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의 정서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곧 두 번째 경기 격투가 시작되었다.패한 사람은 퇴장하고 승리한 사람은 계속 도전을 받으며 마지막에 남은 자가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염구준의 출전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다."쾅!"첫 번째 라운드에서 대염무관의 사람이 세 번의 펀치 만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승부는 그렇게 빠르게 결정되었다!두 번째 라운드는 대염무관의 사람이 죽임을 당하며 끝났다.세 번째 라운드에서는 대염무관의 강자가 중상을 입고 갈비뼈까지 부러졌다.대염무관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이길 수 없는 경기를 왜 받아들였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끝났어. 절반의 자산을 잃으면 무관도 망한 셈이야.""한 라운드도 이기지 못하는 우리는 모두 쓸모없는 사람들인가?”"그 외부인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엄청난 실력 차이로 인해 도무지 어쩔 바를 몰라 했다."흥, 내가 상대해 주지!"제욱은 부상을 입고도 경기장에 뛰어들며 상대와 겨루려 했다.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제정도를 제외하고는 제욱만이 간신히 맞설 수 있다.제욱은 전투 의지가 강했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큰 탓에 1분도 안 돼서 내쳐졌다.대결의 네 번째 라운드에서 대염무관은 또다시 패배했다.이제 남은 것은 염구준 한 명 뿐이었다. 그는 반드시 한 번에 다섯 명을 이겨야만 승리할 수 있었다."형님, 힘내세요. 꼭 이겨야 합니다.""저놈들을 때려죽이세요!""대염무관의 미래는 형님께 달렸습니다."기대 어린 시선 속에서 염구준이 무대에 올랐다. 그의 강력한 기운에 사람들은 두려움에
염구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한 명씩 상대하기 귀찮으니까 전부 다 같이 덤벼라."그가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염구준에게는 그들이 너무 하찮았다."네가 얼마나 강한지 내가 한번 봐야겠다." 보채성맹의 한 거인이 은빛이 도는 긴 막대기를 들고 나섰다.악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떼로 몰려가 싸우는 방식으로 이기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시간 낭비다!"염구준은 재빨리 움직여 긴 막대기를 든 거인에게 달려들었다.‘어디 갔지?’속도가 너무 빨라서 거인은 염구준을 보지 못했다."아......"그는 크게 소리치며 손에 든 긴 막대기를 휘둘렀다. 최대한 염구준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그는 완벽한 방어를 하고 있었다."후, 후!"10분 동안 막대를 휘두른 거인은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이것은 쇠막대기였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막대기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며, 여기저기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이런 방식이라면 나도 지치겠다."뒤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한 손으로 내려쳤다.큰일 났다!당황한 거인은 급히 몸을 돌려 막대기를 가로 들어 머리 위로 올렸다. 그렇게 공격을 막으려 했다.막았다!막대기에 닿을 줄 알았던 염구준의 손이 예사롭지 않다.그의 얼굴은 굳어졌다. 눈이 커졌지만, 동공은 축소되었다.쨍그랑!염구준의 손에 금속 막대기가 두 동강 났다.그리고 거한의 머리 위에 닿으며, 정수리로 기운이 파고들면서 전신의 경맥을 끊었다.거한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일어났다.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들어내, 다음!"염구준의 말에 사람들은 비로소 상황을 알아차렸다."감히 사람을 죽여? 내가 복수하겠다."귀호가 막으려 하는데 한 사람이 이미 나섰다. 그의 어깨에는 큰 털 거미가 있었다.이 사람은 주술사로, 자신의 능력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웃기지 마라. 너희도 대염무관 사람들을 죽이려 하지 않았어?" 염구준은 우스꽝스럽다고
“우리가 졌어.”귀호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상황에 염구준에게 덤비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였다.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 양측 모두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염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제정도가 다가와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세번째 경기도 잘 부탁드립니다.”“별 말씀을요. 상대가 너무 약해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요, 뭐.”염구준의 목소리엔 약간 실망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외로움, 그 말고 알 사람은 없었다.이때, 옆에 있던 제욱이 앞으로 걸어 나와 염구준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아까 무례했던 점, 정말 죄송합니다. 무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비록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그도 대염무관을 위해 한 일이었다. 무관 사람들은 평소 목숨보다 체면을 우선시하는 부문주가 이렇게까지 하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존경심이 더욱 치솟았다.“부문주님, 이러실 필요 없어요. 다 지난 일 아닙니까?”염구준이 그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다는 의사를 전했다. 남자란 자고로 사소한 것에 하지 않는 법, 시원스럽게 털어냈다. “하하!”그러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제정도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더 이상 이 일 때문에 부문주와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우리는 준비 다 됐어. 이제 그쪽도 마무리하지?”귀호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불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도 다 됐어. 시작해.”제정도가 대답했다. 양측 인원이 입장하고,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여러분은 저쪽 가서 쉬고 계세요. 여긴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염구준이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염 선생님의 실력은 알지만, 그래도 저희가 없는 것보단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제욱이 조심스레 염구준에게 말을 꺼냈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때, 가만히 있던 염구준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상대가 그의 공격범위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온 몸에서 강한 기류가 퍼지며 적은 물론 경기를 구경하고 있던 구경꾼들마저 압도했다. 거센 파도 같은 에너지가 온 공간에 퍼져 나가며, 적들에겐 충격은 아군과 구경꾼들에겐 놀라움을 선사했다. “아!”적들이 피를 토하며 순식간에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기운을 흘린 것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한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염무관 사람들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어어? 이긴 건가?”“그런 것 같아요!”“그래도 무성 강자인데, 이렇게 쉽게?”너무나도 쉽게 정리된 상황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무성 강자의 경지가 잘못된 건지 순간 헷갈렸다. 그만큼 너무나도 손쉽게 경기가 끝나버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표정의 변화가 컸던 것은 귀호였다. 그는 피토하고 쓰러져 있는 아군들을 한번, 염구준을 한번, 연신 번갈아 보면서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일분 전까지만 해도 비웃는 입장이었는데, 손바닥 뒤집듯 상황이 역전되었다.“어떻게 이럴 순가… 아무리 전신 경지라고 해도, 무성 경지 열명을 이토록 쉽게 상대한다고?”일생에 한 번도 반보천인을 직접 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모두가 놀라 굳어있는 사이, 염구준은 유유히 걸어가 계약서가 들어가 있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 이 계약서만 있다면 대염무관은 이 도시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터였다. 그건 용하국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잠깐!”귀호가 다급히 입을 열며 염구준을 붙잡았다. 이 계약서를 잃게 되면 그는 이 도시 절반 되는 사업장들을 잃게 된다. “또 왜?”염구준이 몸을 돌리며 차갑게 귀호를 쏘아붙였다. 그 시선에 귀로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전장을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찔한 살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귀호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얼른 하려던 말을 바꾸었다. “아, 그쪽이 아니라 제정
그는 오랫동안 보채성맹을 물리치고 이 도시 사업 주도권을 돌려받는 꿈을 꾸었다. 그는 항상 이 도시가 지금보다 좀 너 나은, 좀 더 평화로운 곳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늘 힘이 부족했기에 자신의 생각을 실천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 절대로 이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이따가 후회하지 말아. 가자!”귀호가 경고하며 남은 부하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당장이라도 대염무관을 쓰러뜰이고 제정도와 느닷없이 끼어든 외부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제정도는 전신초기 경지였고, 외부자는 어쩌면 그보다 더 강했다. 지금 부하들이 모두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덤볐다가는 전멸당하는 건 본인이 될 터였다. 귀호는 오늘은 일단 한발자국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보채성맹 사람들이 떠난 후, 제정도는 다시 한번 염구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대염무관을 대표하여 염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염 선생님, 감사합니다!”다른 사람들도 함께 염구준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 와중에 갑자가 한 소녀가 다급한 모습으로 뛰어왔다.“아버지, 도와주세요! 주아가… 주아가…!”소녀의 이름은 제세라, 이제 막 스무살이 넘은 제정도의 둘째 딸이었다.“막내가 왜?”말을 꺼낸 것은 제정도 아닌 첫째 제만이었다.제만의 어머니는 막내 제주아를 낳은 뒤, 곧 세상을 떠났다. 제정도는 항상 무관 일로 항상 바빴기에 막내는 거의 그가 키우다시피 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남매 사이도 다른 집보다 훨씬 돈독했다.“막내랑 놀이공원에 갔는데, 갑자기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함께 있던 삼촌들을 다 죽이고… 막내를… 막내를 납치해갔어요! 흑!”제세라가 눈물 범벅된 얼굴로 말했다.“울지 마, 상대가 누군지 알아?”제만이 황급히 물었다.“잘 모르겠어요….”제세라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큰 일이었다. 막내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이 대혼란의 지역, 무리안에서 어린아이가 사라졌다. 아이가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저 호로 잡놈들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처음부터 계약서를 넘길 생각이 없었던 거야. 감히 이런 더러운 술수를 쓰다니!”“저 귀호 놈을 그냥 보냈으면 안 됐는데, 이제 어떡하지?”사람들은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쪽지에 적힌 내용은 간단했다. 딸을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계약서를 챙겨 보채성맹 빌딩에 오라고 적혀 있었다. 수신인은 역시나 귀호였다.“지금 당장 주아를 구해야 해요!”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자 제만이 등 뒤에서 무기를 뽑아내며 밖으로 향했다.“멈춰!”그런데 이때, 제정도가 그를 붙잡아 세웠다. 제만의 실력으로 보채성맹에게 덤비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어요. 막내는 어떻게든 제가 구해 올게요.”“저도 같이 갈래요!”“저희도요!”제만은 대염무관에서 꽤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금세 몇몇 그를 따라 나서려 움직였다. 하지만 제정도는 허락할 수 없었다.“시끄럽다. 이 녀석들 움직이지 못하게 다 방에다가 가둬!”딸이 납치된 건 큰 일이었지만, 문주는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움직이는 건 엄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도 모자라 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문주님….”제욱이 설득하려 입을 열었지만, 제정도가 먼저 말을 끊었다.“문주는 나다! 명령에 따라!”제정도가 엄포를 하니, 사람들은 감히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제만 등을 잡으려 나섰다.“오늘 저를 막으면 그게 누구라도 가차없이 벨 것입니다.”하지만 그럼에도 제만은 물러서지 않고 완고히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전투를 치를 듯 검에 힘을 실었다.“어디서 감히 대들어!”제정도가 몸에서 기력을 개방하며 순식간에 제만 등을 찍어 눌렀다. 이틈을 타 다른 사람들이 제만을 제압하며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거 놔! 당장 놓으라고!”제정도는 발버둥치는 아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로서 자식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희생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다. 아들
염구준이 제정도 옆으로 다가오며 덤덤히 말했다.“제가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제정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따님 구하러 가는 거 아니에요?”염구준은 이미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제정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낮에 딸을 구하러 가지 못하게 한 것은, 그들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적을 상대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면 오직 아버지인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하, 무관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걸 염 선생님이 간파하고 있을 줄이야, 놀랍네요.”제정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불어왔다. 사람 일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것일까?“저도 같은 입장이 되어 본적 있어서 알아챌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그 말과 함께 염구준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지금만큼 강하지 않을 때였다. 부하가 함정에 빠져 포로로 잡혔던 순간이 있었다. 그는 구하려 나서려는 사람들을 만류하고 홀로 몰래 부하를 구하러 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 또한 지금의 제정도처럼 모두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염 선생님, 손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제정도가 고마웠지만, 염구준에게 분명히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모험 함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밤, 결코 쉬운 전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재촉하고 나섰다.“됐어요. 얼른 가요!”제정도는 그제야 마음을 굳히고 길을 앞장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둠속에 모습을 감추며 빠르게 보채성맹을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 염구준이 문득 떠오른 듯 말을 꺼냈다.“문주님, 저랑 거래 하나 할까요?”“거래요? 말씀하세요.”제정도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염구준과 만난 뒤로 그는 항상 신세 지기만 했는데,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거래를 원하다니 의문스러웠다.“별거 아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