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1화

“우리가 졌어.”

귀호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상황에 염구준에게 덤비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지금은 한발 물러날 때였다.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 양측 모두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염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정도가 다가와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세번째 경기도 잘 부탁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상대가 너무 약해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요, 뭐.”

염구준의 목소리엔 약간 실망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외로움, 그 말고 알 사람은 없었다.

이때, 옆에 있던 제욱이 앞으로 걸어 나와 염구준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까 무례했던 점, 정말 죄송합니다. 무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비록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그도 대염무관을 위해 한 일이었다.

무관 사람들은 평소 목숨보다 체면을 우선시하는 부문주가 이렇게까지 하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존경심이 더욱 치솟았다.

“부문주님, 이러실 필요 없어요. 다 지난 일 아닙니까?”

염구준이 그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다는 의사를 전했다. 남자란 자고로 사소한 것에 하지 않는 법, 시원스럽게 털어냈다.

“하하!”

그러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제정도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더 이상 이 일 때문에 부문주와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준비 다 됐어. 이제 그쪽도 마무리하지?”

귀호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불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도 다 됐어. 시작해.”

제정도가 대답했다.

양측 인원이 입장하고,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여러분은 저쪽 가서 쉬고 계세요. 여긴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

염구준이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염 선생님의 실력은 알지만, 그래도 저희가 없는 것보단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제욱이 조심스레 염구준에게 말을 꺼냈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황이 아니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