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부족했지만, 용기는 가상했다!염구준의 마음속으로 내린 평가였다.왜냐하면 이미 문밖에는 강한 기운을 뿜고 있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제만과 그 일행을 전멸시킬 수 있는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어라, 제만이네? 이제는 검을 빼 들고 사람을 베려 하는구나."한 남자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비꼬았다."흥, 대염무관 같은 이상한 생명체는 일찍 뿌리째 뽑아버렸어야 했어."그 남자 옆에는 마치 철탑처럼 큰 키를 자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사람의 힘줄을 끊는 자, 소지.사람을 분해하는 자, 게이츠.두 사람은 여기에서 강력한 실력을 가진 악인이었다. 소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사람 손발의 힘줄을 끊을 수 있었고, 엄청난 힘을 진 게이츠는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었다.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제만은 급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빨리, 무관 강자들에게 연락해!""이미 늦었어."소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제만의 목을 향해 손톱을 세웠다.전혀 징조가 없었던 공격이었다.제만도 빠르게 반응하며, 검을 휘둘러 소지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그를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경험이 풍부했던 소지는 몸을 살짝 젖히면서 손쉽게 피했다. 그리고는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가까이 붙으면 제만은 승산이 없었다.젠장!이 점을 알고 있었던 제만은 낮게 욕설을 뱉으며 장검을 버렸다. 단검으로 방어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소지의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단단하여, 병기와 맞부딪히고도 제만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기선 제압에 실패한 제만이라 패배는 시간문제였다."문주님!"함께 온 사람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도와주려 했으나, 게이츠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는 혼자서 모든 사람을 막아섰다.한쪽이 우세를 차지하자, 도규환이 더욱 거만해졌다."실력도 없으면서 영웅 행세나 하고 있으니 자살 행위밖에 더 돼?"슬그머니 도발하고 있는 그의 눈이 염구준을 향하고 있었다.염구준에 대한 것들은 전설일 뿐이라서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본
그는 이 도시에서 감히 자신들을 죽일 사람은 없다고 자신했다.염구준은 냉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번쩍 들어 두 개의 머리를 떨어뜨렸다."나쁜 놈의 앞잡이는 결코 호인이 아니다."거침없는 그의 행동에 모두가 놀랐다."보채성맹 사람들인데 당신이 어떻게 감히?” 겁에 질린 도규환은 뒷걸음질 쳤다.그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악마였고,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세상에 내가 못 할 일은 없지."폭력을 없애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니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다."가서 사람들을 구해야지 뭐 하고 있어!” 염구준은 멍하니 서 있는 제만을 일깨워주었다."아, 네!"고개를 끄덕인 제만은 여자의 안내를 받으며 지하실로 향했다. 그가 받은 충격은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았다.“거기 서......" 막으려던 도규환은 염구준의 눈빛을 보고 모든 말을 삼켰다.돈과 목숨 중에 목숨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더구나 눈앞에 있는 이 무시무시한 사람은 그들을 매우 싫어하는 것 같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었다.말은 적게 하는 게 상책이다!"사람들을 다 구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제만이 고문당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피해자들을 구출했다."드디어 우리가 구출되었어요.""집에 가고 싶고 가족도 보고 싶어요.""당신들이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거 맞죠?"그들은 매우 격양된 상태였지만 오랜 고문으로 인해 마음이 거의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이놈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동포들을 한 번 보던 염구준이 물었다."일단 대염무관으로 데려가고, 나중에 각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제만이 대답했다.무리안에서, 대염무관은 마지막 깨끗한 땅이었다.악이 넘치는 곳의 깨끗한 땅이니만큼 많은 고통을 겪었다."좋다!" 고개를 끄덕이던 염구준은 대염무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선생님, 그럼 우리 함께 대염무관으로 돌아가시죠."제만은 상대가 반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쾅!큰 폭발음와 함께 도규환은 재가 되었다.누군가에게 학대를 가할 때 오늘처럼 자신이 죽을 장소도 없이 끝장날 것을 생각했을까.보채성맹의 서쪽에 위치한 용하 특유의 사합원 건물.대염무관."사람을 구하는 건 그렇다 쳐도 어찌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 것입니까? 보채성맹을 완전히 적으로 돌린 셈이 되었으니 이걸 어찌하면 좋습니까?"말하고 있는 이는 백발노인으로, 대염무관의 둘째 문주 제욱이었다."이미 일어난 일이다. 이제는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자." 주좌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이름은 제정도, 제만의 아버지이자 현임 무장이다.방금 도규환, 소지, 게이츠가 죽어서 대염무관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모든 무관 고위층이 모여 한창 대책을 논의했다.제만은 무리의 중앙에서 무릎을 꿇고 벌을 기다리고 있었다."제가 저지른 일이니 스스로 책임지겠습니다. 저를 넘기세요."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아드님은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군요." 제욱이 화를 내며 비난했다."만아, 말 줄여라."제정도는 평온했고 전혀 비난하지 않았다.하지만 무장의 위치에서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했기에 갈등을 심화시킬 수 없었다.아들이 억울함을 당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이 억울해도 똑같이 참아야 했다.제정도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보채성맹이 반드시 복수하러 올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말해보자."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우리는 그 악마들과 맞설 수 없으니 반드시 사람을 넘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대염무관의 백 년의 역사를 우리가 망칠 수는 없으니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그들이 오면 차라리 다 죽여버립시다."의견이 갈렸다. 싸움을 지지하는 이도 있었고, 굴복하려는 이도 있었으며, 중립을 지키려는 이도 있었다.대염무관은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염구준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굳이 참견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그저 한켠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
"막아라!"제욱은 요란하게 외치며, 공격을 방어로 삼아 전력을 다해 손바닥으로 막았다.고수는 한 번의 동작으로도 그 실력을 알 수 있다!염구준의 강력한 힘에 상대할 수 없는 자임을 그제야 깨달았다."푸웁!"충격에 뒷걸음질 친 제욱은 기혈이 뒤엉켰다. 그는 피를 한가득 토하고 나서야 몸을 멈출 수 있었다.이번 대결에서 제욱은 완패했다!"감히 대염무관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겁대가리를 상실했군."제욱의 사람들이 재빨리 다가와 그를 보호하며 염구준을 경계했다."하, 내가 마음먹었다면 당신들은 벌써 저 늙은이의 장례를 치르고 있었을 것이야."다소 거만한 말투였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당신......"분노한 그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도 방금 전의 강력한 힘에 겁을 먹어 감히 손을 쓰지는 못했다."그만해라. 멀리서 온 손님을 이렇게 시끄럽게 맞이하면 쓰냐?"제정도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염구준을 지켜보고 있었던 터라 정확한 실력은 알 수 없었지만, 자신과 못지않은 실력임은 확실했다.쾅!"제정도를 봐야겠다. 오늘은 반드시 보채성맹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정문에서 갑자기 잔뜩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결코 호인은 아니었다!"무장님, 큰일 났습니다!""보채성맹 36개 회관 사람들이 모두 왔습니다. 지금 문밖에서 소란을 피우며 무관의 대문까지 부쉈습니다."뛰어 들어와 보고하는 이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얼굴이 창백해지다 급기야 푸르게 변했다.보채성맹의 모든 세력이 총출동했다. 염무관은 그들에게 맞설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아까 대응하겠다던 사람은 왜 입을 다물고 있지?"제욱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염구준을 힐끗 쳐다보았다.둘째 무장인 그는 결코 소심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하늘을 찌를 정도의 전투력을 지닌 염구준이 나서주길 바랐다.하지만 이런 저급한 도발이 염구준에게 통할 리 없었다."당신들 중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나설 수는 있다."제욱의 도발보다 훨씬 자극적인 말이었다.
두 사람은 제만과 함께 정문으로 향했다.가는 동안 염구준은 제정도 부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염무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백여 년 전, 제만의 조상은 원수의 추격을 피해 가족과 함께 용하국으로부터 도망쳐 여기로 왔다.그는 용하국 고대 무술을 익힌 몸이었다. 실력도 나쁘지 않아 빠르게 기반을 세웠고 그것이 대염무관이었다.임종까지도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는 용하 사람들을 돕는다는 규칙을 세웠다.최근 몇 년 동안, 현지 사람들은 많은 용하 사람들에게 사기를 쳤다. 대염무관이 나서서 그들을 구출했기에 현지 세력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최근에 갈등이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고 있었고 언젠가 한 번 크게 싸울 날이 올 것이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쾅!"거의 정문에 도착할 때쯤, 밖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했다.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대염무관에는 제 정도일뿐이니 괜한 힘 빼지 마라.""다른 사람들은 모두 쓸모없다."제욱과 싸우고 있는 보채성맹은 가볍게 움직이며 여유가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너무 컸기에 그들이 전력을 다했다면 제욱은 이미 패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설렁설렁 움직이며 제욱을 농락했다."이 자식!"상대의 의도를 알고 있는 제욱은 화가 나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그저 힘없는 외침일 뿐이었다!이곳은 무관 내부가 아니었기에 아무도 그에게 관대하지 않았다."하하, 탐탁치 않아 하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 좋구나."보채성맹은 크게 웃으며 계속 도발했다.대염무관 사람들은 이 광경이 너무 답답하기만 했다.둘째 무장이 마치 개처럼 끌려다니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그때 도착한 염구준 일행이 상황을 파악했다.이미 사람들로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보채성맹의 36개 회관의 사람은 수백 명에 달했고 많은 관리자들도 함께 있었다.이 정도의 세력이라면 대염무관을 충분히 멸망시킬 수 있었다.아직 공격을 시작하지 않은 것은 제정도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용하국 사람들을 도운 너희들 때문에 우리 사업이 손해를 봐도 그냥 넘어갔어.""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사람이 죽었어. 설명 좀 해 봐."잠시 생각하던 제정도가 물었다. "어떤 설명을 원하지?"그는 이 개자식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사람을 내놔. 네 아들과 그 외부인을 넘겨." 귀호는 이미 조건을 생각해 두었다."절대 그럴 수 없다!"제정도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그는 귀호의 깊은 속셈을 알아차렸다. 누구를 넘기든 대염무관의 명성은 무너질 것이다.제만을 넘기면, 가족을 배신했다고 손가락질할 것이고, 이는 불의다.염구준을 넘기면, 대염문이 용하국 사람들을 돕겠다던 조상들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니, 이는 불효이다."여전히 건방지군""넌 전신 초기여서 일대일로 싸우면 우리 중 아무도 너를 이길 수 없겠지.""하지만 죽을 각오로 함께 덤빈다면 충분히 네 대염무관을 멸망시킬 수 있어."위협이 가득한 귀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서로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미묘한 균형이 유지되었다."빙빙 돌리지 말고, 어떻게 우위를 가릴지 말해 봐." 제정도는 참을성이 많지 않았다."대결, 어때?"귀호는 오랫동안 기다림 끝에 지금 이 순간을 맞이했다.그가 진짜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구체적으로 말해봐. 어떻게 대결을 할 건가?" 제정도는 뭐든지 확실한 것을 추구했기에 모든 것을 분명히 하려고 했다.대장들의 발언은 무게가 있는 것임으로 약속을 번복하면 곤란해진다.귀호는 미리 생각해 둔 계획을 밝혔다."경기는 세 번 치른다. 첫 번째는 각자 5명을 내세워 싸우고, 두 번째는 대결을 통해 최종 승리를 가리는 방식. 그리고 세 번째는 각자 10명을 내세워 혼전을 벌이자고.""경기는 3판 2선승제로 진행하고, 내기는 보채성의 절반 자산이다.""조건이 하나 있는데, 너와 나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때?"겉보기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속임수가 있었다.제정도가 나서지 않으면 대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염구준으로 한 경기를 이길 수 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출전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로 남겨두는 것이 나았다.귀호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러면 나야 고맙지!""시간 낭비 말고, 두 번째 경기를 시작해" 제정도가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한 경기를 졌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의 정서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곧 두 번째 경기 격투가 시작되었다.패한 사람은 퇴장하고 승리한 사람은 계속 도전을 받으며 마지막에 남은 자가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염구준의 출전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다."쾅!"첫 번째 라운드에서 대염무관의 사람이 세 번의 펀치 만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승부는 그렇게 빠르게 결정되었다!두 번째 라운드는 대염무관의 사람이 죽임을 당하며 끝났다.세 번째 라운드에서는 대염무관의 강자가 중상을 입고 갈비뼈까지 부러졌다.대염무관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이길 수 없는 경기를 왜 받아들였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끝났어. 절반의 자산을 잃으면 무관도 망한 셈이야.""한 라운드도 이기지 못하는 우리는 모두 쓸모없는 사람들인가?”"그 외부인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엄청난 실력 차이로 인해 도무지 어쩔 바를 몰라 했다."흥, 내가 상대해 주지!"제욱은 부상을 입고도 경기장에 뛰어들며 상대와 겨루려 했다.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제정도를 제외하고는 제욱만이 간신히 맞설 수 있다.제욱은 전투 의지가 강했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큰 탓에 1분도 안 돼서 내쳐졌다.대결의 네 번째 라운드에서 대염무관은 또다시 패배했다.이제 남은 것은 염구준 한 명 뿐이었다. 그는 반드시 한 번에 다섯 명을 이겨야만 승리할 수 있었다."형님, 힘내세요. 꼭 이겨야 합니다.""저놈들을 때려죽이세요!""대염무관의 미래는 형님께 달렸습니다."기대 어린 시선 속에서 염구준이 무대에 올랐다. 그의 강력한 기운에 사람들은 두려움에
염구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한 명씩 상대하기 귀찮으니까 전부 다 같이 덤벼라."그가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염구준에게는 그들이 너무 하찮았다."네가 얼마나 강한지 내가 한번 봐야겠다." 보채성맹의 한 거인이 은빛이 도는 긴 막대기를 들고 나섰다.악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떼로 몰려가 싸우는 방식으로 이기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시간 낭비다!"염구준은 재빨리 움직여 긴 막대기를 든 거인에게 달려들었다.‘어디 갔지?’속도가 너무 빨라서 거인은 염구준을 보지 못했다."아......"그는 크게 소리치며 손에 든 긴 막대기를 휘둘렀다. 최대한 염구준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그는 완벽한 방어를 하고 있었다."후, 후!"10분 동안 막대를 휘두른 거인은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이것은 쇠막대기였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막대기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며, 여기저기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이런 방식이라면 나도 지치겠다."뒤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한 손으로 내려쳤다.큰일 났다!당황한 거인은 급히 몸을 돌려 막대기를 가로 들어 머리 위로 올렸다. 그렇게 공격을 막으려 했다.막았다!막대기에 닿을 줄 알았던 염구준의 손이 예사롭지 않다.그의 얼굴은 굳어졌다. 눈이 커졌지만, 동공은 축소되었다.쨍그랑!염구준의 손에 금속 막대기가 두 동강 났다.그리고 거한의 머리 위에 닿으며, 정수리로 기운이 파고들면서 전신의 경맥을 끊었다.거한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일어났다.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들어내, 다음!"염구준의 말에 사람들은 비로소 상황을 알아차렸다."감히 사람을 죽여? 내가 복수하겠다."귀호가 막으려 하는데 한 사람이 이미 나섰다. 그의 어깨에는 큰 털 거미가 있었다.이 사람은 주술사로, 자신의 능력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웃기지 마라. 너희도 대염무관 사람들을 죽이려 하지 않았어?" 염구준은 우스꽝스럽다고
예상대로 전력을 다한 염구준은 두 사람 따위는 쉽게 짓눌렀다. 두 사람은 반격을 하려 했지만 방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쾅!격렬한 싸움 끝에, 염구준에 의해 지하 통로 밖으로 내쳐진 두 명은 부상을 당했고, 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바로 만옥루가 도망친 방향을 따라 달려갔다.그야말로 염구준의 진정한 타겟이었으니까 말이다.두 반보천인에게 부상을 입히고도 계속 맞붙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느라 숨겨둔 비장의 카드까지 사용한다면 짧은 시간내에 처리하기 힘들어서도 있었다.구자검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도 하고, 오른팔로 칠권합일을 두 번이나 써 무리가 가기도 했기에 염구준은 현재 필살기를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칠권합일을 한 번 더 쓸 필요는 없지.’“가자!”눈을 마주친 두 반보천인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쳤다. 한편, 밀림속에서 만옥루는 이미 아주 멀리 도망친 상태였는데,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고서야 나무에 기대어 한숨을 돌렸다.“후...”“이번에는 실패했네. 저렇게 강할 줄이야. 몇 명의 탑 반보천인들만이 저 녀석을 한 번 상대해 볼 수 있겠어.”오랫동안 강호를 떠돌면서 그가 만났던 강한 반보천인들은 적지 않았는데, 염구준도 그 중 하나였다.그는 지금 마음이 매우 아팠다. 용하국에서 만능 전당포를 순리롭게 운행하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였다.바스락.바로 이때, 미세한 소리가 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곧 눈을 크게 뜨며 식은땀을 흘렸다.염구준이 시야에 나타나서였다.‘도망쳐야 해!’만옥루는 쉬고 있던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다시 앞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기를 빌면서 말이다.“도망치지 말고 그냥 죽음을 받아 들여.”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의 목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육체의 차이 때문에 만옥루의 속도는 염구준보다 조금 많이 느렸다.‘망했어. 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저희 삼촌은 천하무적이니까요. 죽는 건 그쪽이야, 아니, 그쪽 가족들이야!”제이든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허, 너는 값이 적지 않게 나가니 죽이긴 아까워.”만옥루는 화를 내지 않고 사타와 음양쌍살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너희들은 만능 전당포에서 일하면서 전당포를 배신했으니 죽어 마땅해.”이 말을 들은 그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큰 일이야.’‘도망쳐야 해!’그러나 비록 두 명이 중상을 입긴 했으나 네 명의 반보천인이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이었다.그들은 곧 상대방이 날린 진기에 맞아 날아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염구준,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음양쌍살 중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는 이런 분쟁은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끼어들면 발을 쉽게 빼지 못하니까 말이다.“울지 마, 너희들도 곧 그 녀석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말하자면 너희들에게도 고마워해야 해.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염구준도 단서를 찾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안타깝게도 너희들은 앞으로 만능 전당포가 강해지는 걸 못 보겠군.”만옥루는 그의 계획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각했다. ‘공무적에게 중상을 입힌 반보천인이면 뭐 어때? 머리에서 졌잖아.’“맞아, 왜 울어? 내가 왔잖아.”‘염구준?’이때, 지하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누군가 나와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처리를 확실히 하는 건 좋은 습관이었다.“빨리 막아!”불바다에 묻혀야 할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사람들은 무척이나 당황해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순식간에 열몇 대의 주먹을 날려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의 목숨을 앗아갔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임무를 통해 받은 거액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었던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나머지 몇 명은 빠르게 범위를 줄이며 방어진형을 만들어 염구준을 주시하면서 꾸짖었다.“만옥루, 염구
“조심해!”누군가가 일깨워 주었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재차 최강의 권법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때렸고, 이 주먹에 맞은 사람은 피를 토하면서 후퇴하더니 결국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비록 오른팔이 백년산 붉은 영지를 복용한 탓에 강화되고, 육체도 강해지긴 했지만, 짧은 시간내에 강력한 필살기를 두 번이나 쓴 탓에 팔이 조금씩 아파왔다.이런 싸움 방식은 오른팔에게 부담이 너무 컸다.이 모습을 본 다른 두 사람은 당황하며 더 이상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방어만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또 그들을 무시하고는 이미 부상을 입은 만옥루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슉.그러나 만옥루는 염구준이 몸을 돌리는 틈을 잡아 재빨리 후퇴하여 별장밖으로 돌진했다.그는 다시 싸울 용기가 없었기에 결국 도망치기로 결심했다.이를 본 염구준은 두 발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돌진하며 만옥루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는 이대로 상대방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쿵쿵.만옥루가 별장을 뛰쳐나오는 순간, 기관이 가동되며 두꺼운 철판이 솟아올라 문을 막았고, 곧이어 창문, 베란다 등도 전부 봉쇄되었다.나머지 세 사람 역시 어느새 모두 별장에서 나가버렸다.‘이것도 만옥루가 짠 플랜인 것 같네.’염구준은 그가 제이든을 미끼로 썼을 때부터, 상대방의 계산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별장 전체의 배치가 바로 그를 겨냥한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하하, 안에서 죽기를 기다리시죠.”만옥루는 크게 웃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거래소로 가버렸다.‘이곳을 폭발 시켜서 날 죽일 셈인가 보군. 미친 영감 같으니.’쾅!염구준은 생각을 마친 뒤, 벽 쪽으로 가서 힘껏 주먹을 날렸고, 곧 블록이 떨어지며 변형된 금속판이 모습을 드러냈다.이건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깨려면 칠권합일을 써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오른손으로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죽을 때까지 가둬놓을 셈이야?”철수한 네 사람 중 한 명이
이 대화를 들은 염구준은 우스워서 그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벌써부터 나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네?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기운이 폭등하며 진기가 사납게 소용돌이쳤다.방금 전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굉장한 광경이었다.“공격해!”만옥루가 소리치자 네 명이 동시에 염구준을 향해 덤벼들었다. 진기와 함께 느껴지는 원소의 힘으로 보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에서 두 명은 목이고 한 명은 금,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물이었다.“어이, 영감, 내 주먹 맛 좀 보시지!”염구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강렬한 기세로 만옥루를 향해 돌진했다.지금 네 사람이 전부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 한꺼번에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먼저 타겟을 정하고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막을 테니 너희들은 공격해!”그러나 만옥루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도 약하지 않은 반보천인이기에 잠시 버티는 것 쯤이야 쉬울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자신과 염구준 사이의 격차를 알게 되었다. “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이 외치는 동시에 대량의 진기가 그의 오른손에 모였는데, 기세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 강했다. 쾅!!!만옥루는 두 손을 교차해 방어했지만, 온전히 받아낼 수 없어 뒤로 후퇴하면서 힘을 흘렸다.강대한 충격에 내장까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염구준의 제일 강한 한 수는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세 명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곧장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염구준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죽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겁 먹지 마! 매번 저 위력으로 공격할 건 아닐 게 아니야? 어서 덤벼!”이 모습을 본 만옥루는 답답해서 이를 악물고 소리쳤고, 다른 세 사람도 반응이 왔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당장 공격을 하진 않았다.염구준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만옥루를 향해 공격
만옥루는 당황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 무지하네요.”“제가 짠 이 판은 빈틈이 없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는 안 멈춘단 얘기죠.”그 순간, 저택 밖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날아들오며 철창 속에 있는 염구준을 둘러싸고 만옥루와 함께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부었다.곧이어 우뢰소리와 같은 소리와 함께 각양각색의 진기가 날아들며 염구준을 한순간에 휩쓸었다.그러나 염구준은 철창에 갇힌터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어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네 명의 반보천인들은 무척 기뻐했다. 다른 건 고려하지 않고 그저 죽어라 공격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잠시 후, 몇몇이 공격을 멈추려고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되지 않았어? 나 같았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거야.”그러나 만옥루는 동의하지 않고 상대방을 재촉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 밀어붙여! 필살기까지 쓰면 더 좋고.”이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만옥루를 흘겨보았다.정작 본인은 필살기를 안 쓰면서 자신들한테만 강요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필살기란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남겨두는 것이었다.“후우.”“됐어. 이쯤이면 가루가 되었겠지.”마침내 8분 정도가 지나고, 만옥루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는 이미 상당한 진기를 소모한 상태였다.나머지 세 사람도 이 말을 듣자마자 공격을 멈추며 더 이상 진기를 쓰지 않았다. 만옥루는 먼지가 흩날리는 곳을 바라보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었다. 오늘 염구준을 죽인다면, 40억의 현상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하국의 강호 전체에 만능 전당포의 위세를 떨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상대방을 죽임으로 하여 그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도 숨이 남아있네?’흙먼지가 가라앉고 얽혀있던 진기가 사라지자 염구준의 기운을 느낀 만옥루는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퉷. 이건 뭐, 그냥 살살 긁는 수준이잖아?”이윽고 피를 뱉어내며 말을
쾅!염구준이 손을 들어 책상을 내리치자,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산산조각 났다.“네놈은 내가 돈 때문에 너희와 한패가 되어, 그런 패악질을 저지를 거라 생각했나?”대화를 나누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끝까지 이 길을 갈 생각이며 자신까지 끌어들일 생각이란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용하국의 백성들을 해치는 일을 가장 증오하는 그가 상대방과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 만옥루는 표정을 굳히며 협박하듯이 물었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손 잡을 겁니까, 잡지 않을 겁니까?”상대방의 크게 변한 태도에 염구준은 그가 더 이상 좋게 말하지 않을 것이며 믿는 구석도 있다는 걸 눈치 챘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헛된 꿈을 꾸는군. 똑똑히 들어, 나는 만능 전당포 같은 조직을 절대로 남겨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봐주지도 않을 거고.”이 말이 나온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얇았던 가림막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이제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거다.염구준의 대답을 들은 만옥루는 좋게 말해도 듣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 죽어도 원망하지 마세요!”‘독이다.’“차 안에 독을 섞을 줄이야. 비열하기는.”염구준은 자신이 중독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크게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아니, 이건 반독이군. 다른 독과 결합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처음부터 날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그럴 생각이 없었으면 독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쓰지도 않았겠지.’‘그럼 방금 전엔 진심으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있었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 것도 있겠군.’“하하,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이곳으로 올 때 지나온 지하 통로에는 무색무취의 반독이 가득했거든요.”“당신을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40억도 포기하려 했지만 기어코 거부했으니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만옥루는 미친듯이 웃으며 이미 이긴듯한 태도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 독, 꽤나 강하네.”염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뭘 새삼스럽게. 내 현상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잖아.”꿈에서도 염구준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죽이기 위해 돈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오랜 시간 누적된 그의 현상금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로 불어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무려 40억이에요.”만옥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금액을 알렸다.‘40억?’염구준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목숨값이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일부러 이렇게까지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높은 현상금에 눈이 멀 거라는 걸 아는 거지.’“그 말인 즉슨 날 잡아서 돈을 바꾸겠다는 건가?”염구준은 만옥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옥루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장계를 맡고 있는 인물이 착할 리가 없었다.밀실 벽에 걸린 각종 의뢰 목록만 봐도,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하, 염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곳에 초대한 이유는 그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만옥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염구준은 만옥루의 의도가 그가 말한 것처럼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볼 생각이었다.“듣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해.”말 정도를 들어줄 시간은 있으니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눈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기도 하고.’이윽고 만옥루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염 선생님께선 만능 전당포의 존재가 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 질문은 명백히 염구준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은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자신들도 휘말릴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을 들은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희도 더 이상 요염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웬만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저 사람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누가 내린 거지?”염구준은 제이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이번 방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제이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 둘 생각이었다.그리고 보아하니, 만옥루의 주인도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굳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진희는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제이든을 한 눈 보고는 안내하는 손짓을 해보였다.제이든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를 잡으라는 임무가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점이었다.염구준은 곁에 서 있는 사타를 보며 명령했다.“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제이든을 잘 보호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상대가 초대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화해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한 건 같았다.“알겠습니다!”“절대로 허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세 사람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약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이미 염구준과 함께 이곳까지 온 이상, 그와 한 배에 탄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염구준과 진희는 후문을 통해 비밀 통로로 나와 양마을 밖으로 걸어갔다.길을 가는 동안 진희는 별다른 술수를 쓰지 않았다.한편, 같은 시각에 양마을에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녹화된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희 저 아이가 실패하다니. 다들 저 강한 반보천인
“그럼 이런 곳엔 처음 와 본 거야?”염구준이 계속 질문했다.“처음입니다! 두 번밖에 임무를 수행한 적 없는데, 두 번 다 황량한 야외에서 거래했어요.”사타가 급히 설명했다.“저희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이든을 데리고 오는 것도 본래는 저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만 플랫폼에서 저희더러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음양쌍살 역시 얼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이들도 나름 실력있는 무인들이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핵심 사냥꾼엔 속하지 않는듯 했다.오프라인에서 임무를 받으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이미 계획이 어느정도 들켰기 때문에 염구준은 제이든의 몸에 기를 주입해 천천히 정신 차리게 했다.‘다음에 임무에 나설 때는 역용술로 변장부터 해야겠어. 소봉산에서 공무적과 싸운 것 때문에 얼굴이랑 이름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강호 사람들 중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염구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생각대로 여러 무림인들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염 선생님, 찾으시는 임무라도 있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게요.”“염 선생님, 당신이라면 임무를 받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마음껏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을 자신들과 한통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했다.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전부 손 봐줄만큼 말이다.무공을 익힌 자로서, 의협심을 발휘해서 이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 해를 끼치는, 용하국에 피해를 주는 임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는다는 것에, 염구준은 너무 화가 났다.결국 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크게 포효했다. “난 이런 임무 같은 거 안 하니까 꺼져!”이 말을 들은 후 아부하던 사람들은 감히 불평 하지 못하고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사실 그들은 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염구준은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