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본웅이 허리에 찬 칼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대며 경상철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저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인데, 그냥 지켜보는 건 군자로서 할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지원, 양리!”그러자 어디선가 경상지원과 경상양리가 나타나 경상철석 앞에 동시에 몸을 숙였다.“아버지!”“경상 가문, 저희의 오랜 숙적! 염 선생님이 그들과 생사를 다투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저희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습니까!”경상철석이 서북쪽 저 멀리를 바라보며 전투의지를 불태웠다.“모든 일원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전해라. 오늘 우리는 반드시 송본 가문 뿌리를 뽑는다!”그의 명령에 경상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명령을 전달했다. 잠시 뒤, 통화를 마친 경상지원을 보고 경상철석이 눈을 번뜩이며 명령했다.“차 준비해. 가장 빠른 속도로 온천 누각으로 가 염 선생을 도와 송본홍봉을 처치한다!”몇 분 지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준비를 마쳤고 빠르게 송본 가문으로 향했다.한쳔, 송본 가문, 온천 누각.“강해도, 너무 강해….”송본홍봉은 몇 번이나 공격했지만, 모두 염구준에게 먹혀 들지 않았다.그는 궁본웅과도 싸워보고, 몇몇 반보천인들과도 전투를 치러봤으나, 이정도로 두려움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송본홍봉을 제외하고도 암영시를 익힌 두 암살자도 함께 공격을 넣었으나, 염구준은 밀리지 않고 각종 용하국 고무학을 구현해 모두 막았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은신술조차 처음만큼 통하지 않았다. 얼마나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이제는 종종 티를 내지 않아도 위치가 발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사대일, 승부는 팽팽했다. “염 선생!”이때, 어디서 낯설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상철석이였다!경상철석을 선두로, 궁본웅, 경상 남매가 줄줄이 나타났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송본홍봉과 송본경목, 그리고 기세등등하게 허공을 향해 공격을 날리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누구와 싸우고 계신 겁니까?”그들
비록 구자검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천인의 힘을 담는다면 다른 검이라도 비슷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이런!”염구준이 검을 잡는 모습을 보자, 송본홍봉과 두 암살자는 큰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도망치기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검이 진동하며 폭음이 울려퍼졌다. 동시에 사방으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염구준은 그 검을 들고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힘껏 아래로 내리쳤다!용하국의 고무학, 피공참!천인의 힘이 가득 담긴 일격이었다. 염구준은 송본홍봉을 비롯해 은신하고 있는 두 암살자들의 위치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웅장한 불꽃을 담은 검이 하늘을 가르며 닿는 곳마다 초토화시키며 붉게 물들었다. 동시에 네 명의 허리에 생긴 깊은 잔상, 염구준은 단 일격에 이 넷을 모두 베었다.어떤 반항도, 술법도 통하지 않는, 강한 신념이 그들을 얽매었다. 갈라진 그들의 허리는 새까맣게 탔고, 동시에 생명의 불꽃도 영원히 꺼졌다.“훌륭한 검술이군!”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본 경상철석이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얼굴색이 급속도로 변했다.“큰일이군!”정말 큰일이었다. 이제 송본홍봉이 죽었으니, 더 이상 신무 옥패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졌다. 만약 이걸 빌미로 염구준이 그들을 핍박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아깝게 됐군.”염구준이 치켜들고 있던 칼을 거두며 땅에 착지했다. 궁본웅의 칼은 그의 힘에 못 이겨 이미 엉망으로 망가진 상태였다. 염구준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궁본웅에게 말했다.“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칼이 망가졌습니다.”궁본웅은 그 모습을 보고 식은 땀을 흘렸다.그의 검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금속 제련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단 일격만에 이렇게 망가지다니, 궁본웅은 다시 한번 염구준의 실력에 충격받았다.그도 반보천인이긴 했지만, 염구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송본홍봉이 죽은 이상 신무 옥패 모조품에 대한 단서도 물 건너 갔네.”잠시 생각하던 염구준이
얼마 전, 진무석이 손씨 그룹 해외지사 빌딩 앞에서 아들 진서호를 거의 죽일듯이 팼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뒤로 염구준과 손가을을 만난 것 같은데, 문제는 이후였다. 둘은 마치 증발하듯, 사라졌다.도대체 이 둘은 어디로 갔을까?잠시 고민하던 안홍기가 입을 열었다.“납치사건 이후로 진무석은 곧바로 아들을 데리고 사과하러 갔었죠. 그 뒤러 봉황국을 떠났으니, 연관된 사건이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그러고 보니까, 손씨 그룹, 수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사건의 중점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이들도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없었다. “며칠만 더 기다려 봅시다. 앨리스 쪽에서도 뭔가 반응이 있을 겁니다.”같은 시각, 엘 가문, 봉황국 고성 별장.앨리스의 손엔 와인잔이 쥐어져 있었다. 빙글빙글 와인잔을 돌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점점 표정이 안 좋아졌다.진씨 가문이 염구준에게 거슬리는 존재가 된 이상,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급작스러웠다. 앨리스는 진씨 가문이 무너지는 틈을 타, 뒤통수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무석이 모든 자산을 팔고 봉황국에서 자취를 감춘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진씨 가문이 무너진 것은 그녀에게 기쁨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실질적인 이득은 얻지 못한 것이다.“아가씨, 진씨 부자가 떠날 때 제가 멀찍이 공항에서 지켜봤는데, 좀 이상했습니다.”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몸을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앨리스에게 보고했다.“무슨 이유인지, 패잔병처럼 침울해 있어야 할 진무석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처럼 비장해 보였습니다.”“그래?”앨리스가 흥미가 돋았는지 다시 되물었다.“잘못 본 건 아니겠지?”“절대로 아닙니다!”경호원이 몸을 숙이며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진무석이 흥분한 모습이 아주 잘 보였습니다. 절대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앨리스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와 염구준 사이는 결코 남이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앨리스가 아무리 매력적이고 대단한 여자라도, 달라질 건 없었다.“앨리스 씨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구준 씨와 다시 얘기해 볼게요.”손가을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드러웠다.“그리고 제가 와이프인데, 비즈니스 자리일수록 더 함께 해야죠. 그럼 결정되는 대로 연락드릴게요.”아내이니까 당연하다는 말투, 앨리스는 속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저녁에 만나자는 문자가 왔다.그 즉시, 앨리스는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오늘 반드시 손가을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리라!당일 오후 6시, 손씨 그룹 해외 지사 빌딩 앞.“송 대표님도 같이 온다고 한 거 아니었나요?”앨리스가 한정판 람보르기니 안에서 캐주얼 복장을 한 채 혼자 서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예요? 생각 바뀌었대요? 저희가 단둘이 만나는 거, 허락한 거예요?”염구준은 뻔히 보이는 앨리스의 의도에 속으로 코웃음 치며 무심히 차에 올라탔다.“출발하세요.”람보르기니는 천천히 봉황국 중심 상업가에 있는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독착하자, 앨리스가 염구준에게 자랑스레 말했다.“여긴 봉황국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에요.”차에서 내린 앨리스는 곧바로 염구준 곁으로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구준 씨, 이 분위기엔 팔짱 정도는 당연히 끼게 해 줄거죠?”이름을 허락한적 없는데, 제멋대로 친근하게 부르다니, 염구준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앨리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한 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당신…!”앨리스는 그의 차가운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전용 VIP 좌석!두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차례로 자리에 착석했다. 앨리스는 자신의 모습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염구
앨리스는 조급해졌다. 그녀는 가식적인 모습을 집어 던진 채, 솔직하게 그에게 고백했다. “염 선생님,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저희 가문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려면, 진씨 가문의 자원을 확보해야 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희 노력은 헛되었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염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기만 한다면, 저희 가문의 자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또한 손씨 그룹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겁니다!”앨리스는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희망찬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다. 그는 마치 의사를 표현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이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면, 뭘 드려야 마음을 움직이시겠어요?”그래도 앨리스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다시 염구준의 손을 붙잡으며 매달렸다.“무엇이든 말씀만 해주세요. 최선을 다해 반드시 충족해드릴게요.”그제야 반응이 돌아왔다. 염구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이거 놔요!”“제가 손가을 대표였어도 이렇게 차갑게 대했을까요?”앨리스가 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손을 뗐다. 얼굴엔 실망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는 메뉴를 보지도 않고 와인만 가득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병, 두 병, 세 병… 와인 병은 점점 늘어갔고, 앨리스는 취해 의식이 희미해졌다. 그녀는 결국 주변에 몰려든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왜 손가을은 되고, 전 안 되요? 취기가 오르면, 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은 제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 제 어디가….”앨리스는 어디에도 빠지는 여자가 아니었지만, 결코 손가을을 대신할 수 없었다. 염구준은 깊이 한숨을 내쉬며,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앨리스를 들어올려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이젠 진짜로 손가을에게 돌아갈 때였다. 염구준은 앨리스를 데리고 봉황 호텔로 향했다. “아… 머리야….”
“참, 불쌍하네요….”손가을이 그녀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앨리스 씨, 이러지 마세요. 전 당신을 비난하지 않을 거예요. 애당초… 전 누군가를 비난해 본적도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저와 구준 씨 사이를 흔들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스스로 고통스러울 텐데, 저까지 거기에 보태고 싶지 않네요.”세상에 이런 관대한 여자가 있다니, 진심인 걸까? 남편을 유혹한 여자를 탓하기는커녕 위로하고 있었다. “하… 이제 알겠어요.”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앨리스가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관대함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염구준이 손가을에게 그랬듯이, 손가을도 염구준을 믿은 것이다. 그가 절대로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절대로 다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서로를 생각하는 둘의 마음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앨리스는 이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했다. 능력, 외모, 말투, 교양, 기품, 어느 면에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무시했다. 이건 죽음보다 더 한 수치심이었다!“제가 당신을 잘못 봤네요.”앨리스가 손가을이 건네준 주스 컵을 꽉 그러쥐며 말했다. “그동안 당신을 마냥 착하고 순수한 사람으로만 봤었는데, 아니었어요. 확실히 당신은 저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한 마음을 가진 여자이군요. 제가 졌네요. 하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염구준 선생님은 당신한테 과분해요!”그녀는 말하는 와중에도 답을 찾으려는 듯 손가을의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앨리스 씨가 이러는 이유, 엘 가문과 오샤나지 그룹 때문이죠?”손가을이 방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가 말고 뒤돌아서 앨리스에게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안심하세요. 저희 파트너잖아요. 오늘 일은 절대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것이며, 명성에도 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협력 파트너인 만큼,
홍준식이 불쾌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누군지 알고! 손가을 만나러 온 거니까, 얼른 연락해서 내려오라고 해. 내가 좀 할 얘기가 있어.”“그래! 얼른 내려오라고 해!”옆에 있던 안홍기도 말을 보탰다. “만약 빨리 내려오게 못 만든다면, 앞으로 해외 시장은 손도 못 댈 줄 알아!”두 사람의 태도는 매우 거칠고도 오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수십년 동안 봉황국 곳곳에 일궈 놓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손씨 그룹이 요즘 잘 난간다고 하더라도, 전력을 다한다면 결코 자신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분, 자중해 주세요. 안 그러면 저희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하지만 직원은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이 오히려 더 표정을 굳히며 그들에게 경고했다. 이곳에 일한 지 오래 된 것은 아니었지만, 직원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들처럼 소란 피운 사람들의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 비참하게 쫓겨날 뿐이었다. 그런데 이 당당함은 이 직원의 몸에서만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손씨 그룹에 일하는 모든 이들의 몸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회사가 창립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모두 비슷한 경험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보고 자중하라고? 네가 뭔데?”홍준식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히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요.”그러나 이번에도 직원은 굴하지 않았다. “제가 아는 건 여기가 손씨 그룹이라는 겁니다. 아무나 와서 난동 부릴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예의는 충분히 갖춰드린 것 같으니, 이 이상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웃기고 있네!”홍준식이 보란듯이 다리를 꼰 채 리셉션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움직이지 않겠다는데, 네가 뭘 할 수 있어? 쫓아낼 테면 어디 한 번 쫓아내 봐!”“뢰인 형님, 여기 진상 손님 두 명 있어요. 와서 좀 처리해주실 수 있나요?”뢰인, 그는 손씨 그룹 해외 지사가 창립되자마자 임명성이 직접 청해시 본
김웅신이 염구준한테 당한 거였다니, 과연 이 봉황국에 손씨 그룹과 맞설 자가 있을까?안홍기와 홍준식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길은 봉황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팔고 해외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염구준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안홍기와 홍준식마저 봉황국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봉황국 무역은 완전히 손씨 그룹의 장악속으로 들어갔다. 용하국 상인들은 손씨 그룹 선두 아래에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전례 없는 성장, 전례 없는 성과,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손씨 그룹은 과연 용하국 상인들의 대표로서 걸맞은 회사였다.“봉황국엔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으니, 이제 다시 청해시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어?”해외 업무가 마무리되자, 손가을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그녀가 염구준의 손을 부드럽게 붙잡으며 말했다.“함께 돌아갈 거지? 그런데 가기 전에 앨리스한테 미리 얘기해 줘야 할까?”염구준은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손가을을 품에 끌어안았다.“아니, 바로 떠나자.”청해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손가을은 지체없이 곧바로 손씨 그룹 본사로 돌아가 봉황국에 있었던 성과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별장으로 돌아와 염구준과 함께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염희주는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염구준과 손가을 없이도 아이는 학교도 잘 다녔으며, 안전에도 문제없었다. 왜냐면 청해시에는 신위무관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종과 정경림은 서로 번갈아 무관 제자들과 손씨 집안 사람들을 돌봐 왔다. 이들은 한 명씩 꼭 붙어 손태석 부부와 염희주를 지켰다. 염구준은 관주이긴 했지만, 개관식 후로 거의 방문하지 않아 실직적으로는 원종과 정경림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 생활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었다. 특이 원종이 그러했다. 염구준의 도움이 없었다면, 신원통배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분위기가 좀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
달무는 상대방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저희 모두 안에 있는 보물을 위해 온 것 같으니 손을 잡는 게 어때요? 보물을 가진 뒤 절반씩 나누는 걸로 하죠."'보물?'설씨 가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얼음에 봉인된 사람을 깨우려고 왔다고 들었는데 상대방이 보물 이야기를 꺼내니까 말이다."보물에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는 한 물건만 가지러 온 거라서요."설구는 과감하게 거절했다.'신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손을 잡기는 개뿔.'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이 뒷통수를 때리면 어떡하나. 그땐 후회를 해도, 울어도 소용없을 게 뻔한데 말이다."늙은이, 좋게 말할 때 듣지 그래?" 브루언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하며 상대방을 손 봐주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달무는 그를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맡기는 걸로 하죠."말을 마친 후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입구로 걸어갔다.달무가 만만한 사람이라 브루언을 말린 것이 아니라 보물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게 수지에 맞지 않다고 여겨서 그렇게 행동한 것 뿐이었다."우리도 가자!"설구는 늦게 가면 계획에 영향을 미칠까봐 얼른 앞으로 가려고 했다."잠시만요, 우선 저 펭귄들의 반응을 보죠."이에 염구준은 재빨리 제지했다. 이 말을 들은 설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그인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니 말이다. 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설웅이 서둘러 나섰다."저도 이 분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도 없으니 한 번 기다려보죠."미래 가주이자 족장이 하는 말이니 설구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제자리에 서서 달무 등이 펭귄 무리에게 점점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길 막지 말고 저리 꺼져!" 브루언은 펭귄 한 마리를 발로 차면서 방금 전의 불만을 털어놓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방금 전
출발하기 전에 달무 등을 한 눈 더 쳐다본 염구준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들이 일반인도, 탐험가도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챘다.달무는 기름을 들고 돌아가며 웃으면서 말했다."운이 좋네. 기름 몇 통을 챙겼으니까 말이야."사실은 아직 기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이유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기회를 틈타 물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굳이 이렇게 귀찮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다 죽이고 빼앗아 오면 되잖아."브루언은 독한 술을 마시며 대부분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말했다.이에 달무는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안 돼, 방금 전 일행은 인원수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랑 챙긴 장비만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게다가 우리가 이번에 여기까지 온 건 임무가 있어서야. 겨우 이딴 일로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고 노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대장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나머지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자, 다들 충분히 쉰 것 같으니까 계속 전진하자."달무의 명령에 20여 명의 일행들이 스노모빌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눈길로 향했다.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바로 설구 등이 떠난 방향이었다.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던 설구 등은 곧바로 뒤에서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장로님, 누군가가 따라옵니다. 방금 전에 만난 달무 일행이에요."설웅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비록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의 방한복을 보면 달무임이 틀림없었다.'음?'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설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멈추고 휴식하자. 다들 경계태세에 돌입해. 저들이 뭘 하려는 건지 잘 지켜보고."누군가가 뒤를 따라잡은 이상,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곧바로 멈추었고, 뒤에 있던 달무 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따라
고수들을 데리고 가문의 주둔지로 와 적들을 물리친 그는 지금 현재 암묵적인 가주였기 때문에 설구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어 동의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하지만 저희는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합니다.""괜찮습니다. 저희의 몸은 저희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염구준은 웃으며 대답했다.'가는 도중에 날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이번에 임무를 맡은 정예 부대는 가장 약한 사람도 전신경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장비를 점검하고는 스노모빌을 타고 설구의 인솔하에 그 신비한 곳으로 출발했다."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그들의 뒤에서 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이번 임무에서 흑풍과 청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구준은 큰 가방 안에 구자검을 넣고 출발했다.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는 반보 천인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청목존주의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미끼는 이미 던졌으니 상대방이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낚시를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넓은 눈밭에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최대시속으로 스노모빌을 탔다.제일 앞에서 달리는 설구가 마음이 급해서 빠르게 몰아서였다.그들이 달리던 중 대오에서 눈이 가장 좋은 염구준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앞에 사람이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설구는 집중해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보았고 정말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신 차려. 일 벌이지 말고."이 지역은 무인 구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설구는 먼저 방향을 약간 바꿔서 돌아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가로막혔다."안녕하세요,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의 길을 막은 사람이 말했다.염구준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금발에 푸른 눈, 그리고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는 걸 보아 서양인 같아 보였다.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전에 천랑성호에서 한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