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진무석이 손씨 그룹 해외지사 빌딩 앞에서 아들 진서호를 거의 죽일듯이 팼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뒤로 염구준과 손가을을 만난 것 같은데, 문제는 이후였다. 둘은 마치 증발하듯, 사라졌다.도대체 이 둘은 어디로 갔을까?잠시 고민하던 안홍기가 입을 열었다.“납치사건 이후로 진무석은 곧바로 아들을 데리고 사과하러 갔었죠. 그 뒤러 봉황국을 떠났으니, 연관된 사건이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그러고 보니까, 손씨 그룹, 수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사건의 중점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이들도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없었다. “며칠만 더 기다려 봅시다. 앨리스 쪽에서도 뭔가 반응이 있을 겁니다.”같은 시각, 엘 가문, 봉황국 고성 별장.앨리스의 손엔 와인잔이 쥐어져 있었다. 빙글빙글 와인잔을 돌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점점 표정이 안 좋아졌다.진씨 가문이 염구준에게 거슬리는 존재가 된 이상,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급작스러웠다. 앨리스는 진씨 가문이 무너지는 틈을 타, 뒤통수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무석이 모든 자산을 팔고 봉황국에서 자취를 감춘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진씨 가문이 무너진 것은 그녀에게 기쁨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실질적인 이득은 얻지 못한 것이다.“아가씨, 진씨 부자가 떠날 때 제가 멀찍이 공항에서 지켜봤는데, 좀 이상했습니다.”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몸을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앨리스에게 보고했다.“무슨 이유인지, 패잔병처럼 침울해 있어야 할 진무석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처럼 비장해 보였습니다.”“그래?”앨리스가 흥미가 돋았는지 다시 되물었다.“잘못 본 건 아니겠지?”“절대로 아닙니다!”경호원이 몸을 숙이며 확신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진무석이 흥분한 모습이 아주 잘 보였습니다. 절대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앨리스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와 염구준 사이는 결코 남이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앨리스가 아무리 매력적이고 대단한 여자라도, 달라질 건 없었다.“앨리스 씨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구준 씨와 다시 얘기해 볼게요.”손가을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드러웠다.“그리고 제가 와이프인데, 비즈니스 자리일수록 더 함께 해야죠. 그럼 결정되는 대로 연락드릴게요.”아내이니까 당연하다는 말투, 앨리스는 속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저녁에 만나자는 문자가 왔다.그 즉시, 앨리스는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오늘 반드시 손가을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리라!당일 오후 6시, 손씨 그룹 해외 지사 빌딩 앞.“송 대표님도 같이 온다고 한 거 아니었나요?”앨리스가 한정판 람보르기니 안에서 캐주얼 복장을 한 채 혼자 서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예요? 생각 바뀌었대요? 저희가 단둘이 만나는 거, 허락한 거예요?”염구준은 뻔히 보이는 앨리스의 의도에 속으로 코웃음 치며 무심히 차에 올라탔다.“출발하세요.”람보르기니는 천천히 봉황국 중심 상업가에 있는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독착하자, 앨리스가 염구준에게 자랑스레 말했다.“여긴 봉황국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에요.”차에서 내린 앨리스는 곧바로 염구준 곁으로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구준 씨, 이 분위기엔 팔짱 정도는 당연히 끼게 해 줄거죠?”이름을 허락한적 없는데, 제멋대로 친근하게 부르다니, 염구준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앨리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한 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당신…!”앨리스는 그의 차가운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전용 VIP 좌석!두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차례로 자리에 착석했다. 앨리스는 자신의 모습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염구
앨리스는 조급해졌다. 그녀는 가식적인 모습을 집어 던진 채, 솔직하게 그에게 고백했다. “염 선생님,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저희 가문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려면, 진씨 가문의 자원을 확보해야 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희 노력은 헛되었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염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기만 한다면, 저희 가문의 자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또한 손씨 그룹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겁니다!”앨리스는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희망찬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봤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다. 그는 마치 의사를 표현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이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면, 뭘 드려야 마음을 움직이시겠어요?”그래도 앨리스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다시 염구준의 손을 붙잡으며 매달렸다.“무엇이든 말씀만 해주세요. 최선을 다해 반드시 충족해드릴게요.”그제야 반응이 돌아왔다. 염구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이거 놔요!”“제가 손가을 대표였어도 이렇게 차갑게 대했을까요?”앨리스가 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손을 뗐다. 얼굴엔 실망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는 메뉴를 보지도 않고 와인만 가득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병, 두 병, 세 병… 와인 병은 점점 늘어갔고, 앨리스는 취해 의식이 희미해졌다. 그녀는 결국 주변에 몰려든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왜 손가을은 되고, 전 안 되요? 취기가 오르면, 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은 제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 제 어디가….”앨리스는 어디에도 빠지는 여자가 아니었지만, 결코 손가을을 대신할 수 없었다. 염구준은 깊이 한숨을 내쉬며,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앨리스를 들어올려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이젠 진짜로 손가을에게 돌아갈 때였다. 염구준은 앨리스를 데리고 봉황 호텔로 향했다. “아… 머리야….”
“참, 불쌍하네요….”손가을이 그녀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앨리스 씨, 이러지 마세요. 전 당신을 비난하지 않을 거예요. 애당초… 전 누군가를 비난해 본적도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저와 구준 씨 사이를 흔들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스스로 고통스러울 텐데, 저까지 거기에 보태고 싶지 않네요.”세상에 이런 관대한 여자가 있다니, 진심인 걸까? 남편을 유혹한 여자를 탓하기는커녕 위로하고 있었다. “하… 이제 알겠어요.”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앨리스가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관대함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염구준이 손가을에게 그랬듯이, 손가을도 염구준을 믿은 것이다. 그가 절대로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절대로 다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서로를 생각하는 둘의 마음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앨리스는 이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했다. 능력, 외모, 말투, 교양, 기품, 어느 면에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무시했다. 이건 죽음보다 더 한 수치심이었다!“제가 당신을 잘못 봤네요.”앨리스가 손가을이 건네준 주스 컵을 꽉 그러쥐며 말했다. “그동안 당신을 마냥 착하고 순수한 사람으로만 봤었는데, 아니었어요. 확실히 당신은 저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한 마음을 가진 여자이군요. 제가 졌네요. 하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염구준 선생님은 당신한테 과분해요!”그녀는 말하는 와중에도 답을 찾으려는 듯 손가을의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앨리스 씨가 이러는 이유, 엘 가문과 오샤나지 그룹 때문이죠?”손가을이 방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가 말고 뒤돌아서 앨리스에게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안심하세요. 저희 파트너잖아요. 오늘 일은 절대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것이며, 명성에도 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협력 파트너인 만큼,
홍준식이 불쾌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누군지 알고! 손가을 만나러 온 거니까, 얼른 연락해서 내려오라고 해. 내가 좀 할 얘기가 있어.”“그래! 얼른 내려오라고 해!”옆에 있던 안홍기도 말을 보탰다. “만약 빨리 내려오게 못 만든다면, 앞으로 해외 시장은 손도 못 댈 줄 알아!”두 사람의 태도는 매우 거칠고도 오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수십년 동안 봉황국 곳곳에 일궈 놓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손씨 그룹이 요즘 잘 난간다고 하더라도, 전력을 다한다면 결코 자신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분, 자중해 주세요. 안 그러면 저희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하지만 직원은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이 오히려 더 표정을 굳히며 그들에게 경고했다. 이곳에 일한 지 오래 된 것은 아니었지만, 직원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들처럼 소란 피운 사람들의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 비참하게 쫓겨날 뿐이었다. 그런데 이 당당함은 이 직원의 몸에서만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손씨 그룹에 일하는 모든 이들의 몸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회사가 창립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모두 비슷한 경험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보고 자중하라고? 네가 뭔데?”홍준식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히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요.”그러나 이번에도 직원은 굴하지 않았다. “제가 아는 건 여기가 손씨 그룹이라는 겁니다. 아무나 와서 난동 부릴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예의는 충분히 갖춰드린 것 같으니, 이 이상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웃기고 있네!”홍준식이 보란듯이 다리를 꼰 채 리셉션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움직이지 않겠다는데, 네가 뭘 할 수 있어? 쫓아낼 테면 어디 한 번 쫓아내 봐!”“뢰인 형님, 여기 진상 손님 두 명 있어요. 와서 좀 처리해주실 수 있나요?”뢰인, 그는 손씨 그룹 해외 지사가 창립되자마자 임명성이 직접 청해시 본
김웅신이 염구준한테 당한 거였다니, 과연 이 봉황국에 손씨 그룹과 맞설 자가 있을까?안홍기와 홍준식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길은 봉황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팔고 해외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염구준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안홍기와 홍준식마저 봉황국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봉황국 무역은 완전히 손씨 그룹의 장악속으로 들어갔다. 용하국 상인들은 손씨 그룹 선두 아래에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전례 없는 성장, 전례 없는 성과,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손씨 그룹은 과연 용하국 상인들의 대표로서 걸맞은 회사였다.“봉황국엔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으니, 이제 다시 청해시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어?”해외 업무가 마무리되자, 손가을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그녀가 염구준의 손을 부드럽게 붙잡으며 말했다.“함께 돌아갈 거지? 그런데 가기 전에 앨리스한테 미리 얘기해 줘야 할까?”염구준은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손가을을 품에 끌어안았다.“아니, 바로 떠나자.”청해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손가을은 지체없이 곧바로 손씨 그룹 본사로 돌아가 봉황국에 있었던 성과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별장으로 돌아와 염구준과 함께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염희주는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염구준과 손가을 없이도 아이는 학교도 잘 다녔으며, 안전에도 문제없었다. 왜냐면 청해시에는 신위무관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종과 정경림은 서로 번갈아 무관 제자들과 손씨 집안 사람들을 돌봐 왔다. 이들은 한 명씩 꼭 붙어 손태석 부부와 염희주를 지켰다. 염구준은 관주이긴 했지만, 개관식 후로 거의 방문하지 않아 실직적으로는 원종과 정경림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 생활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었다. 특이 원종이 그러했다. 염구준의 도움이 없었다면, 신원통배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분위기가 좀
이장공도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처럼 일격에 무너지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 날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이 찾아왔다.게다가 무관 제자들이 모두 그를 대사형이라 부르는 목소리가 더 그를 분노케 했다. 그럼에도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장공은 은둔 이가에서 몰래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차마 스스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또한 어느새 이곳 제자들과 밤낮 함께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어버렸다. “설마 이번에 온 이유, 이장공 때문인가요?”무관 입구에서 원종이 염구준을 맞이하며 조용히 말했다. “아직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어쩌면 이장공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있어요. 계속 추적하시던 흑풍존주, 그의 성이… 어쩌면 이씨 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어요.”이씨였다고?염구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장공을 힐끔 쳐다본 다음, 다시 몸을 돌려 원종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건 절대로 우연일 수가 없었다!“중대 사한이니, 괜히 억울한 사람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해요.”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염구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서 나온 정보인가요? 확실히 신뢰할만해요?”확실한 정보가 아니었다면,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장공이 흑풍존주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니, 잘 믿기지 않았다.“신뢰성이 있는 정보이긴 하지만, 바로 확답하기는 어렵죠.”염구준의 표정을 잠시 살피던 원종이 손가락을 들어 찻물로 테이블 위에 글을 썼다. 왕근!“왕 교수?”염구준의 눈가가 좁혀졌다. 왕근은 가을의 스승이자 용하국 심쿵연구소의 책임자였다. 그리고 동시에 고대 문명과 외계 문명을 연구하는 권위자였다.얼마 전, 염구준은 그에게 약 1조 정도 되는 연구비를 지원해 신무옥패와 청석판에 새겨져 있던 단풍잎 모양을 연구하도록 했다. 신무옥패와 관련된 단서를 찾을 사람으로
흑풍존주는 분명 신무 옥패를 미끼로 사용했을 것이다. 이미 음지에서 오랫동안 강한 무공을 갈망해왔을 무인들이니, 당연히 이 소식을 듣고 스스로 자초해서 흑풍존주의 앞잡이가 되었을 터. 이건 무도에 미쳐 있는 무도인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더군다나 염구준에겐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신무 옥패가 세 개나 있었다. “제 직감, 맞을 거예요.”원종이 이마를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청해시는 예전만큼 평온하지 않아요. 어디서 누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어요. 제 실력으로는 한 두 명은 상대할 수 있지만, 그 괴물들이 동시에 덤벼든다면….”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청해 금지구역, 이걸 의미하는 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염구준이 원종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 선배가 전력을 다해 신원통배권 최고에 경지에 펼쳐도 과연 그럴까요? 자 다 알고 있어요.”그 말에 원종의 몸이 약간 떨렸다. 어느덧 염구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신원통배권 최고 경지!속담에 이르길, 사람이 아무리 열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곱개만 사용하고 나머지 세개는 후손에게 남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전대가 지나치게 뛰어나면, 후대가 고생한다. 원종과 같은 무도인들은 자신의 비장의 기술을 절대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의 비장의 카드까지 다 알고 있었다!“저희는 양지에, 그들은 음지에 있어요. 아무리 경계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어요.”염구준 얼굴에 맺혀 있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는 신원통배권에 대한 얘기를 멈추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방어만 하면서 마냥 기다리는 건 제 성미에 안 맞아요. 흑풍존주가 미끼로 신무 옥패를썼다면, 저희도 반박할 거리를 만들어야죠.”“네?”원종이 당황하며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 뜻은….”“신무 대회를 개최하는 거예요.”염구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