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현의 목소리를 들은 천현수는 괴로움을 견디며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비록 그는 민규현을 남겨두고 떠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반드시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수백 명의 암부원이 전부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날 따라와. 우린 나가야 해.”천현수는 항상 지니고 다니던 칼을 꺼낸 뒤 암부원들을 데리고 돌진했다.유명전의 흑백무상은 천현수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려 하자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놈들 도망치게 두지 마. 죽여버려!”곧이어 100여 명의 영문 고수들이 암부원과 싸우기 시작했다....서울 암부가 혼란에 빠졌을 때, 부성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이 화진 강성으로 날아가고 있었다.비즈니스석에서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윤구주 씨, 절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요. 윤구주 씨가 아니었다면 언제 귀국했을지 몰라요!”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예쁘장한 얼굴의 대학생 반서윤이 보였다.반서윤은 윤구주 덕분에 목숨을 건진 뒤 줄곧 하치카미 산 아래서 윤구주를 기다렸다. 부성국 군인들이 철수하고 나서도 그녀는 혼자 묵묵히 산 아래에 있었다.절망에 빠졌던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윤구주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현재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남다른 분위기를 띤 윤구주였다.체내의 기린화독을 없앤 뒤 윤구주는 완전히 달라진 듯했다.타고난 왕의 분위기도 더욱 강해졌고 강인한 외모도 더욱 잘생겼다.윤구주에게 반한 반서윤은 더더욱 마음이 설렜다. 그녀는 예쁜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 씨, 하치카미 산에서는 뭘 했던 거예요? 부성국 군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산에서 싸움이 벌어졌대요. 사람들도 많이 죽었대요. 그리고 전 하치카미 산꼭대기 위에 금빛용이 나타난 것도 봤어요! 윤구주 씨는 그 금빛 용을 보았나요?”반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며 윤구주에게 질문했다.윤구주는 당연히 그녀에게 진실을 얘기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윤구주는 TV를 보고 있지 않다가 곁눈질로 무심결에 그 건물을 본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TV 속 불길에 휩싸인 건물은 서울에 있는 암부 본부였다.화진의 왕이었던 윤구주는 과거 직접 암부를 설립했었다. 그 건물 또한 윤구주가 명령을 내려 세운 것이었기에 그는 그 건물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서울 본부 건물이 불길에 휩싸인 걸 본 그는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서울 암부 본부에 문제가 생긴 건가?”윤구주는 표정이 차가워졌고 눈빛도 사나워졌다.그의 살기 때문에 비즈니스석이 추워졌다.“암부 건물에 왜 문제가 생긴 거지? 설마 문아름 그 여자가 손을 쓴 걸까?”윤구주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그는 화진 암부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의 악랄한 여자, 문아름뿐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살아있는 걸 문아름이 안다면, 그녀는 곧바로 윤구주가 직접 설립했었던 암부를 없애려고 할 것이다. 암부의 3대 지휘사와 64명의 여단장 모두 윤구주의 형제였기 때문이다.TV 속에서 불길은 건물을 완전히 집어삼켰다.그 화면을 본 윤구주는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윤구주 씨, 뭐 봐요?”이때 옆에 있던 반서윤은 윤구주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고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 다가오던 승무원을 바라보았다.“강성 공항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나요?”승무원은 당황하더니 이내 대답했다.“곧 도착합니다. 예상대로라면 30분쯤 뒤에 강성 국제공항에 도착할 겁니다.”승무원이 30분쯤 남았다고 하자 윤구주는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너무 늦어요.”승무원은 윤구주가 갑자기 일어나자 서둘러 말했다.“고객님, 비행기는 곧 착륙할 겁니다. 안전벨트를 해주세요. 안전에 주의하셔야 해요!”그러나 윤구주는 승무원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금빛 눈동자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윤구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옆에 있던 반서윤은 어리둥절해졌다.“윤구주 씨, 뭐 하는 거예요?”그녀가 윤구
소채은은 시독이 발작한 후 주세호의 윈워터힐스로 옮겨져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윈워터힐스라면 주세호가 국내 최고의 의료진들을 모셔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현재 병실 안에서 소채은은 여전히 혼수상태였다.소채은의 부모님은 그녀를 살뜰히 챙겼다.거실 안.노인 백경재, 주세호, 정태웅, 그리고 동산까지 전부 거실에 있었다.“정태웅 지휘사님, 암부가 정말로 국방부에 의해 수배된 겁니까?”질문한 사람은 백경재였다.정태웅은 주먹을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말도 안 됩니다. 국방부에서 왜 갑자기 암부를 겨냥하는 거죠? 암부는 화진의 최고 정보 부문인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죠?”백경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가 벌인 짓이 틀림없어요!”정태웅의 두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이황왕 문아름 말입니까?”“맞아요. 그 지독한 여자는 처음부터 우리 암부를 없애고 싶어 했어요. 그녀는 우리 암부가 저하께서 직접 설립한 곳이고 자신에게 굴복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죠.”백경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자기 편이 아닌 사람들을 다 없애 버려서 독재하려는 속셈이군요!”옆에 있던 주세호는 고개를 들어 정태웅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서울로 돌아가려고요?”정태웅이 말했다.“돌아가야죠. 당연히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소채은 씨가... 걱정이 되네요.”암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정태웅은 3대 지휘사로서 지금 당장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그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걱정되었고 서울에 있는 암부원들이 걱정되었다.하지만 소채은은 현재 시독이 발작한 상태였고 그 때문에 마음 놓고 떠날 수가 없었다.“소채은 씨는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잘 보살필게요. 정말로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라면 제가 비행기를 준비해 줄게요. 하지만 현재 서울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데 돌아갔다가... 위험해질까 봐 걱정이 되네요.”주세호는 솔직히 말했다.정태웅도 주세호의 마음을 알고
정태웅은 흥분해서 말하더니 바닥에 널브러진 검은 복면을 쓴 시체들을 가리켰다.“조금 전 이 겁 없는 놈들이 이 근처에 숨어있는 걸 보았어. 그래서 죽였어.”윤구주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사실 윤구주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뒤 곧바로 강성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용인 빌리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텅 비어 있었고 그래서 곧바로 주세호의 윈워터힐스로 왔다.윤구주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우연히도 주변에 매복하고 있던 검은 복면을 쓴 킬러들을 발견했다.윤구주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세 사람은 곧바로 깨달았다.“저하, 드디어 오셨군요. 저하가 정말 너무 보고 싶었다고요!”정태웅은 감격한 나머지 눈시울까지 빨개졌다.윤구주는 웃으며 정태웅의 어깨를 두드렸다.“채은이는?”소채은을 묻자 세 사람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들의 표정 변화를 본 윤구주는 서둘러 물었다.“왜 그래? 채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저하, 저하께서 떠나신 뒤 소채은 씨는 갑자기 발작하셨습니다... 지금은 혼수상태예요.”주세호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소채은의 시독이 발작했다는 말에 윤구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얼른 날 채은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네!”세 사람은 서둘러 윤구주를 데리고 소채은을 보러 갔다.병실 안.주세호 일행은 윤구주를 데려왔고 소청하는 윤구주를 발견했다.“구주야, 드디어 돌아왔구나!”소청하는 흥분해서 윤구주의 곁으로 달려갔다.“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채은이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 걱정 많으셨죠?”윤구주가 말했다.“아냐, 어떻게 네 탓을 하겠니? 그런데 그동안 어딜 갔었던 거야?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소청하는 윤구주가 부성국에 갔다는 걸 몰랐기에 궁금해서 물었다.윤구주는 그에게 설명해 줄 여유가 없어서 말했다.“아저씨, 그건 다음에 설명해 드릴게요. 지금은 채은이를 먼저 보고 싶어요!”“그래, 그래. 채은이 여기 있어!”소청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윤구주를 데리고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침대 위에는 창
그 자리에 있던 정태웅을 제외하면 윤구주가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건 화진의 무적이었던 남자가 돌아왔다는 걸 의미했다.그리고 10개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살신이 드디어 돌아왔다는 걸 의미했다.하지만 백경재와 주세호는 이러한 것들을 몰랐다.그들은 그저 놀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볼 뿐이었다. 윤구주는 며칠 만에 사람이 달라진 듯했다.“됐어. 다들 나가보세요. 전 채은이 몸에 있는 시독을 없애야 해요!”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소채은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정태웅, 백경재, 주세호, 소채은의 부모님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방에서 나갔다.방에서 나갈 때 천희수는 답답한 심정으로 물었다.“여보, 구주가 우리 딸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구주가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할 수 있는 거야.”소청하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주 회장님이 데려온 그 많은 의료진도 우리 딸의 병을 치료하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윤구주가... 치료할 수 있겠어요?”천희수는 의심이 들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희 저하는 반드시 믿으셔야 합니다. 두고 보세요. 형수님은 곧 나을 겁니다!”정태웅은 가슴팍을 치면서 장담했다.천희수는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우선 그녀는 왜 그들이 윤구주를 저하라고 부르는지, 왜 소채은을 형수님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있어 윤구주는 그저 기억을 잃은 녀석일 뿐이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신분이 하나 더 많아진 것일까?하지만 정태웅은 당연히 그녀에게 이런 것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정태웅 지휘사님, 주 회장님. 저하께서... 부성국에 한 번 다녀오시더니 사람이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백경재가 갑자기 말했다.윤구주의 문기지인 백경재는 꽤 오랫동안 윤구주의 곁을 지켰다.갑자기 돌아온 윤구주는 외모도, 기운도 아주 많이 달라졌고 백경재는 그 점이 의아했다.“하하하하! 백경재 씨, 우리 저하께서는 전성기 실력을 회복하셨는데 달라지지 않을 수가
정태웅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바로 그 잡놈들이에요!”“영문의 사람들이 왜 여기 나타난 거죠? 게다가 저희를 감시하다뇨?”주세호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정태웅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영문 놈들이 국방부에 붙은 것 같아요!”“국방부요?”“네! 영문 놈들은 돈이라면 환장해요. 아마도 국방부에 매수되어 우리를 상대하려는 걸 수도 있어요.”그 말을 들은 주세호는 침묵했다....방 안, 윤구주는 정태웅 등 사람들을 내보낸 뒤 소채은의 시독을 없애기 시작했다.천시 고충은 군형의 가장 기이한 독이었다.사실 이 독에 당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마침 윤구주가 수련한 구양진용결로 이 시독을 억누를 수 있었다.전에 윤구주는 기린화독 때문에 순수한 혈액을 사용하여 소채은을 치료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윤구주는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고 체내의 기린화독까지 없앴기에 소채은을 치료할 수 있었다.병상 위 소채은을 본 윤구주는 부드럽게 소채은의 창백한 뺨을 쓰다듬었다.“채은아, 내가 곧 시독을 없애줄게. 조금만 기다려줘!”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곧바로 봉왕팔기 중 소생술을 시전했다.“소생술!”윤구주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자 녹색의 생명의 빛이 그의 손바닥에서 나왔다.이 소생술은 사람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다고 한다.녹색의 생명의 빛이 나타나는 순간 윤구주는 두 손으로 소채은의 등을 눌렀다. 에너지가 천천히 소채은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소생술로 치료하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렸다.약 한 시간 뒤, 소채은의 몸에 드디어 반응이 생겼다. 그녀의 창백하던 얼굴에는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사지에 생겼던 시반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시독이 이미 온몸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에 당장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오직 내 구양진용결만이 채은이를 치료할 수 있겠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결연한 눈빛을 해 보였다.그는 반드시 소채은을 치료할 생각이었다.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두렵지 않았다.그 순간 윤구주는 손가
윤구주가 구양진용결을 시전한 순간, 윈워터힐스 전체에 금빛이 감돌았다.소채은의 방 위쪽에는 9개의 금색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세상에, 뭔 일이래요? 여보, 저것 좀 봐요...”마당에 있던 천희수는 소채은의 방에서 9개의 금색 빛기둥이 치솟는 순간 겁을 먹고 비명을 질렀다.소청하도 금색 빛줄기를 보고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다들 놀라워하고 있을 때 정태웅이 갑자기 흥분해서 9개의 빛줄기를 바라보았다.“저하께서 구양진용결을 시전하셨어! 소채은 씨 살 수 있겠어!”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들었고, 주세호가 가장 처음 반응했다.“구양진용결이요?”“맞아요. 이 세상에 천시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저하의 구양진용결뿐이에요!”정태웅이 다시 말했다.크엉!이따금 용의 울음소리가 소채은의 방 안에서 들려왔다.하늘 높이 치솟은 9개의 금색 빛기둥과 금빛에 둘러싸인 윈워터힐스를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금빛으로 뒤덮인 방 안에서, 윤구주와 소채은 두 사람 또한 금빛에 둘러싸여 있었다.이때 윤구주는 구양진용결을 사용해 소채은의 시독을 없애고 있었다.한 시간이 지났고, 두 시간이 지났다.치료는 밤 11시까지 이어졌다.거의 밤 12시가 되어서야 검은색의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는 피가 소채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것은 시독이었다.검은 시독이 입에서 뿜어져 나와 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이 치직 소리를 내면서 부식되었다.마치 황산처럼 말이다.연달아 10번 넘게 독을 토한 소채은은 드디어 안색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시독을 뱉은 뒤 그녀의 몸에 생겼던 시반은 전부 사라졌고, 감각이 없던 사지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같은 시각, 윤구주의 금빛 눈동자에서 신념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소채은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는 신념을 이용해 소채은의 몸을 엑스레이 검사를 한 것처럼 똑똑히 보았다.소채은의 몸을 확인해 본 윤구주는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드디어 시독을 다
소청하 부부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 정태웅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하의 치료가 끝난 게 틀림없어요!”“우리 딸이 나았다는 말인가요?”소청하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정태웅에게 물었다.정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제 예상대로라면 그럴 겁니다.”소청하 부부는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소채은의 방으로 달려갔다.그들은 달리는 와중에 소채은의 이름을 불렀다.소청하 부부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을 때 소채은은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곁에는 윤구주가 그녀를 보살피고 있었다.“구주야, 우리 딸 어때?”안으로 달려 들어온 소청하가 곧바로 물었다.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채은이 체내의 시독은 깨끗이 처리했습니다.”“정말? 그렇다면 채은이 이제 괜찮은 거야?”천희수가 흥분해서 물었다.“네!”윤구주의 말을 들은 소청하 부부는 더는 참지 못하고 서둘러 소채은의 곁으로 달려갔다.병상 위 소채은은 완전히 회복된 건지 혈색도 좋고 상태도 좋아 보였다. 멀쩡한 사람 같아 보였다.게다가 몸에 있던 시반까지 완전히 사라졌다.딸의 무사한 듯한 모습에 천희수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그녀는 소채은의 이름을 작게 부르면서 소채은의 손을 꽉 잡았다.“아버님, 어머님. 채은이 체내의 시독을 이제 막 없애서 지금은 푹 쉬어야 해요.”윤구주가 말했다.“그래,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우리는 그냥 옆에 있기만 할 거야. 절대 채은이를 방해하지 않을 거야.”소청하가 말했다.윤구주는 소채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채은을 본 뒤 정태웅 등 사람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방에서 나오자마자 정태웅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하,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형수님을 치료하셨군요!”“축하드립니다, 저하!”옆에 있던 백경재와 주세호도 기쁜 얼굴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윤구주는 길게 탁한 숨을 내뱉었다.소채은의 시독을 드디어 치료했다.윤구주를 오랫동안 힘들게 했던 문제 중 하나가 드디어 해결되었다.“저하, 형수님께서는 언제쯤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