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웅은 욱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연규비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대스타 은설아만 이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생겼다.(정태웅은 왜 윤구주에게 저하라고 하는 거지?)그리고, 기린 화독?문 씨 세가?그녀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됐어! 채은이 일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윤구주가 말했다.사람들도 윤구주 외에 아무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조용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모두 자리를 떠난 뒤에야 방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소채은을 보살폈다.방 안에는 소채은이 침대에서 의식 없이 누워있었다.구양진용혈을 마신 뒤, 백지장처럼 하얗던 얼굴이 드디어 혈색이 조금 돌아왔다.하지만 보기에 여전히 창백했다.윤구주는 그렇게 그녀의 곁을 지켰다.날이 어두워질 때쯤이 되어서야 소채은의 의식이 돌아왔다.“채은아, 드디어 깼네!”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의식이 돌아오자, 윤구주는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구주야, 나 또 시독이 발작한 거야?”윤구주가 “응”하고 대답했다.“걱정시켜서 미안해!” 소채은이 말했다.“바보, 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내가 자꾸 너 걱정시키니까 그러지!” 소채은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윤구주는 마음이 아파서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바보, 그런 말 하지 마! 너는 내 여자야, 내가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걱정하는데?”소채은은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켜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구주야, 하나만 물어볼 게, 솔직하게 대답해 줄래?”“뭔데?” 윤구주가 물었다.“혹시, 내 시독은 나을 수 없는 거야?”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낫게 할거야!”하지만 소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구주야, 솔직하게 말해줘!”“난 사실대로 말했어!” 윤구주가 말했다.“아니! 넌 지금 날 속이고 있어!”“내 몸속에 있는 시독이 악화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소채은이 진짜 그렇게 어리숙할까?진짜 아무것도 몰랐을까?그 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강성에 나타난 주 회장, 민규현, 천하회, 그리고 창용 부대 박창용의 출현으로 소채은은 윤구주가 기억이 돌아왔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그렇지 않다면, 그의 형제들이 왜 하나같이 대단하겠는가?심지어 창용 부대 총사령관과 강성 갑부 주 회장님조차도 그에게 굽신거리다니?하지만 소채은은 이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윤구주가 누구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그녀가 원하는 건, 그저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었다.그녀는 윤구주의 신분에 관심이 없었다.그가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하나, 그가 그녀의 구주면 된다.소채은의 말을 듣고 있던 윤구주는 깊이 감동했다.그는 소채은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비록 소채은은 자기의 남자가 천하무적의 화진 제일 군왕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겠지만, 윤구주가 어떤 신분이든지 소채은은 신경 쓰지 않았다.“채은아,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윤구주는 눈앞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물었다.소채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말했잖아, 네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건, 네가 나의 구주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심장이 요동쳤다.“구주야, 나 좀 피곤해. 쉬고 싶어. 내 옆에 있을 필요 없어!”소채은이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그래!”“난 옆방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응!”그렇게 소채은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고 윤구주는 방에서 나왔다.윤구주가 방에서 나간 뒤, 소채은은 힘겹게 다시 일어나서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윤구주가 나간 걸 확인한 뒤, 겉옷을 입고 연규비의 방으로 향했다.똑똑똑!방에 있던 연규비는 갑작스러운 노크소리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누구세요?”“저예요, 규비 씨!”밖에서 소채은의 허약한 소리가 들려왔다.“채은 씨
네?그녀의 질문에 연규비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연규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소채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채은 씨, 저와 구주 씨는 사실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생각하시는 그런 관계 아니에요!”그러자 소채은이 대답했다. “규비 씨,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저는 그저 가볍게 물어본 거예요.”“사실, 같은 여자로서 규비 씨가 우리 구주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그러자 연규비가 다급히 말했다. “저는...”하지만 소채은이 먼저 연규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규비 씨, 숨길 필요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사실 전 규비 씨가 우리 구주를 좋아하기를 바라요.”“규비 씨, 내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알아요?” 소채은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연규비를 보며 말했다.연규비가 고개를 저었다.“왜냐하면... 규비 씨가 저를 대신해서 우리 구주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하려고요.”뭐?보살핀다고?이 말을 들은 연규비는 어리둥절했다.“네! 구주를 보살펴달라고요!”“규비 씨한테는 숨기지 않고 말할게요. 제 시독은 나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 팔다리는 점점 더 저려오기 시작했어요. 감각이 없어요! 제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언제 갑자기 세상을 떠날지도 몰라요. 그래서 떠나기 전에 규비 씨한테 우리 구주 부탁하려고요!”이 말을 들은 연규비는 순간 감동했다.그녀는 그제야 소채은이 갑자기 자기를 찾아온 이유를 깨달았다.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자기가 중독된 시독이 점점 심각해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비록 전 옛날의 구주에 대해 모르지만, 분명 많이 힘들었고 큰 상처를 받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원래는 제가 평생 구주 옆에서 보살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시독에 중독될 줄은 생각지 못했어요...”소채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하지만 곧 그녀는 다 내려놓았다.“그래도 구주 옆에 이렇게 좋은 형제들이 있고 규비 씨 같은 여사친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소채은은 계속 눈을 깜빡이며 연규비를 쳐다봤다. “규비
윤구주는 방에 잠깐 있다가 소채은이 걱정되어서 다시 그녀를 돌보러 방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소채은의 방에 와보니, 그녀는 방에 없었다.“채은이는?”윤구주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찾으러 나갔다.막 방문을 나서던 그때, 허약한 소채은을 부축한 채 걸어오는 연규비가 보였다.“채은아?”“너 왜 나왔어?”윤구주가 소채은을 보고 얼른 뛰어왔다.소채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깐 규비 씨랑 얘기 좀 나눴어.”“얘기?”윤구주는 의아한 눈으로 연규비를 바라봤다.연규비는 감히 윤구주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응, 방금 채은 씨랑 얘기 좀 나눴어!”말을 마친 연규비가 소채은을 보며 말했다. “채은 씨, 어서 가서 쉬어요. 그럼 난 먼저 들어갈게요.”연규비가 자리를 뜨자, 윤구주는 그제야 소채은을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갔다.몸이 너무 허약한 탓에 소채은의 행동이 좀 불편했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에 누웠다.윤구주는 소채은의 옆에 앉아서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채은아, 넌 이제 막 깨어났으니 무조건 푹 쉬어야 해. 막 다니지 말고, 알겠지?”“응!”소채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윤구주는 그녀의 옆을 지켰다.그녀가 잠이 든 뒤에야 윤구주는 아쉬워하며 그녀의 방을 나왔다.방 입구 쪽.윤구주는 나오자마자 정태웅과 백경재를 보았다.“저하, 형수님이 깨어났다던데요?”“응, 채은이가 깨어났어.” 윤구주가 대답했다.“잘됐네요! 형수님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니 하늘이 도왔네요.” 정태웅이 기뻐하며 말했다.“가, 나랑 같이 규비한테 가자.”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네?“갑자기 왜 규비 여신님을 만나러 가시는 거죠?” 정태웅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방금 채은이가 깨어나자마자 규비랑 얘기를 나눴어. 그리고 두 사람 눈빛을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윤구주가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네? 그런 일이 있었어요?”정태웅은 혼잣말하며 재빨리 뒤따라갔다.잠시 후, 윤구주는 정태웅을 데리고 연규비를 찾아왔
연규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채은 씨가 자기는 낫지 못할 거라고 그러더라. 혹시라도 자기한테 문제가 생긴다면 나한테 널 부탁하고 싶다면서...”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옆에 있던 정태웅도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아팠다.“소채은 씨... 정말 너무 착하신 거 아닌가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죠?”연규비가 말했다.“채은 씨는 꼭 나을 거라고 그렇게 설득해 봤는데 채은 씨는...”연규비는 거기까지 말한 뒤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자 바보 같은 소채은이 더 애틋해졌다.그녀가 한 모든 일을 그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바보 같긴.”윤구주는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정태웅, 구주령을 전해.”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정태웅은 윤구주가 갑자기 구주령이라고 하자 표정이 확 돌변하더니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저하의 구주령을 받들겠습니다!”“암부의 모든 구성원, 그리고 창용 부대, 천하회의 모든 사람에게 천년초를 찾으라고 해! 이제 하나만 더 있으면 난 다시 전성기 때로 돌아갈 수 있어. 내 실력이 전성기 때로 돌아간다면 채은이 체내의 독도 해결할 수 있어!”윤구주의 명령을 들은 정태웅은 곧바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명령을 전하겠습니다!”그 순간부터 윤구주는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세 번째 천년초를 찾을 생각이었다.예전에는 세 번째 천년초를 찾기 위해 큰 소동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소채은이 나을 수만 있다면, 그녀가 마음을 놓을 수만 있다면 윤구주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었다.그 뒤 이틀 동안 소채은의 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이젠 걸을 수도 있게 되었으나 두 손과 두 다리가 종종 저렸다.그리고 그동안 윤구주는 소채은의 옆에 꼭 붙어 있었다.셋째 날이 되자 소채은은 집에 돌아가고 싶었고, 윤구주는 예전에 소채은과 약속한 적이 있었기에 곧바로 승낙했다.백화궁.커다란 대전 안에는 연
그렇게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윤구주는 사람들을 데리고 백화궁을 떠났다.그들은 암부 쪽에서 마련해준 전용기를 타고 강성으로 돌아갔다.크고 럭셔리한 전용기 안.윤구주와 정태웅, 소채은, 백경재, 시괴 동산, 그리고 은설아까지 모두 전용기를 타고 있었다.천음 엔터는 원래 은설아를 겨냥했었는데 탁천수가 죽은 뒤로 몇몇 엔터테인먼트에서 곧바로 그녀에게 손길을 내밀었다.게다가 광고 등 각종 수익이 천음 엔터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높았다.그 말은 곧 은설아가 완벽히 복귀했다는 걸 의미했다.그러나 그녀는 소채은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 우선 소채은과 함께 강성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게다가 엔터에서 결정한 스케줄 가운데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 콘서트가 바로 강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그래서 은설아는 윤구주, 소채은과 강성으로 향했다.비행기 안에서 윤구주는 허약한 소채은의 옆에 있었다.이제 곧 강성에, 집에 도착할 거라는 생각에 소채은은 무척 행복했다. 그래서 혈색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다른 한편, 정태웅은 비행기에 오른 뒤 돼지처럼 쿨쿨 잤다.백경재는 윤구주가 준 춘신도를 두 손으로 꼭 쥔 채로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그것은 태현문의 상급 법기였다.백경재의 내공으로는 전력을 다한다 해도 겨우 두 번 정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마저도 내공 자질이 뒤떨어지는 그와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충분했다.백경재는 춘신도를 얻고 아주 기뻤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춘신도를 꼭 쥐고 잤다.다들 각자의 일로 바쁠 때 윤구주는 고민하고 있었다.그에게는 이미 천년초가 두 뿌리 있었고 이제 딱 하나만 필요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천년초는 아주 보기 드문 것이었다.하지만 소채은의 몸 상태를 위해서 윤구주는 어쩔 수 없이 구주령을 사용하여 암부, 천하회, DH 그룹, 창용 부대에게 최선을 다해 천년초를 찾으라고 했다.그 명령은 비밀리에 전달되었다.윤구주는 아직 자신의 정체를 외부에 밝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화진 국방부에서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할아버지, 그렇다면 제게 그를 이길 기회가 생긴 건가요?”문아름은 고개를 돌려 들뜬 눈빛으로 허상을 바라보며 말했다.문아름이 말한 ‘그’는 다름 아닌 화진의 예전 왕 윤구주였다.허상이 말했다.“아직은 부족해. 네 혈맥의 힘은 이제야 각성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네가 우리 문씨 일가 혈맥의 힘을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그를 직접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 잊지 마. 그의 몸에는 여전히 우리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이 있다는걸!”“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저 꼭 열심히 수련해서 우리 문씨 일가 혈맥의 힘을 제 것으로 만들게요!”문아름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그녀가 윤구주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아무도 몰랐다.문아름은 윤구주가 죽기를 바랐다.특히 윤구주가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문아름은 그가 미워 죽을 것 같았다.그녀는 윤구주도 미웠지만 소채은이 더 미웠다.“아름아, 네가 그를 계속 미워했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는 우리 화진의 왕이었어.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돼! 게다가 현재 암부는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어. 예상대로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소식이 전국에 알려질 거야.”허상이 말했다.문아름은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전 절대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거예요! 암부라고 하셨죠? 절 믿으세요. 전 그들에게 제게 미움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가르쳐 줄 거예요!”그 말을 들은 허상이 말했다.“암부를 상대할 생각이라면 유명전을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암부의 3대 지휘사는 전부 신급 강자니까!”“유명전이요? 할아버지, 겨우 암부 때문에 우리 문씨 일가의 히든카드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문아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허상이 말했다.“암부를 얕보지 마. 당시 암부는 윤구주가 직접 창립한 조직이었어. 3대 신급 강자가 지휘사가 됐을 뿐만 아니라 대가 5품 이상의 여단장 64명이 있으니까. 그 외에도 그들은 각지에 수십만 명의 정예 부대
“야나가와 류이치? 부성국의 신검이라 불리는 그 늙은이 말이야?”허상이 물었다.“네!”문아름이 대답했다.“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야나가와의 스승은 우리 화진 땅에서 목숨을 잃었었지. 그런데 그 늙은이가 다시 우리 화진으로 온다고?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봐!”허상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전 야나가와 류이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야나가와 류이치가 상대하려는 건 윤구주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야나가와 류이치를 제외하고 향문 태현문에서도 고수를 파견해서 윤구주를 상대한대요!”‘음?’허상은 그 말을 듣자 살짝 당황했다.“윤구주 그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향문의 태현문에서도 사람을 보냈다고?”문아름이 말했다.“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며칠 전 연예계의 한 거물이 동경에서 죽었대요. 그 범인이 바로 윤구주인 것 같아요!”허상은 그 말을 듣더니 호탕하게 웃었다.“이 자식 정말 사고뭉치네. 향문의 태현문까지 건드리다니 말이야.”문아름이 대답했다.“할아버지, 향문의 태현문이 그렇게 강한가요?”“강하지, 그럼. 강하고말고!”허상은 말을 마친 뒤 한마디 보탰다.“태현문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대종이야. 내가 알기엔 창립된 지 천 년은 됐어. 태현문은 주요하게 주술과 진법을 수련하지. 태현문은 동남아에 수많은 분파를 두고 있어. 심지어 강두술과 귀무술 모두 태현문에서 진화된 거야. 수십 년 전, 우리 문씨 일가는 태현문과 접촉한 적이 있어. 하지만 태현문은 당시 국내와는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냥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어.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태현문이 다시 나타날 줄이야.”그 말을 들은 문아름의 입가에 지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할아버지 말씀은 태현문이 나선다면 윤구주가 죽을 거란 뜻인가요?”허상이 말했다.“그건 잘 모르겠어. 태현문의 실력은 나도 아는 바가 거의 없거든. 내가 알기엔 태현문에 전씨 성을 가진 괴물이 한 명이 있어. 당시 곤륜전쟁에서 팔문음양진으로 두 명의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
“구주왕, 당신은 우리 국주를 죽였어요. 게다가 우리 설국의 금전까지 점유했죠. 대체 뭘 어쩔 생각입니까?”이때 유니스 대학사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난 설국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어.”“정상으로요?”대신들은 놀랐다.“맞아.”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난 죽어 마땅한 설국인들에게 다 벌을 주었어. 지금 설국은 국주의 자리가 비었지. 그래서 나는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할 생각이야. 그래야만 설국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뭐라고?’“우리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하겠다고 한 겁니까?”“그... 그럴 수 있나요?”윤구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이곳을 설국이고 윤구주는 심지어 설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구주가 무슨 자격으로 설국을 대신하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단 말인가?“구주왕! 우리 설국의 일에 화진인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설국의 국주는 당연히 설국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다는 거죠?”유니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윤구주니까. 난 설국의 존망을 정할 수 있어. 내가 설국의 존재를 허락한다면 설국은 존재할 수 있고 내가 설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라면 설국은 망할 거야.”패기 넘치는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이 한 나라의 존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얼마나 놀라운가?“이... 이... 정말 너무 하는군요!”유니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씩씩댔다.윤구주는 그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내가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지?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린다면 화진의 병사 수십만 명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설국을 공격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화진의 병사들 수십만 명이 낙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곧바로 설국을 평정할 수
설국 금전.천 년 가까이의 역사가 있는 대전은 엉망이었다.게다가 금전의 지반은 땅 밑으로 우묵하게 내려앉았다.백옥이 깔린 금전의 지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열과 틈이 생겼다.이 순간, 유니스 대학사는 설국의 문무백관을 이끌고 금전 밖에 도착했다.커다란 금전을 바라보면서 유니스는 갑자기 눈빛이 혼탁해지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군요.”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백옥 계단으로 올라갔다.대신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댕.댕.댕우렁찬 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유니스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을 이끌고 금전을 올랐고 곧 그들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세나미였다.“세나미 아가씨야...”“세나미 아가씨께서 살아계셨어!”세나미를 본 대신들은 모두 흥분했다.세나미는 이때 유니스가 문무 대신들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드디어 오셨군요!”유니스는 서둘러 말했다.“세나미 씨, 다치지는 않았습니까?”“네, 괜찮아요.”세나미가 말했다.“그런데 세나미 씨께서는 그 악마에게 납치당한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가 그냥 풀어준 거죠?”일부 대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나미가 말했다.“절 풀어준 이유는... 그가 우리 설국에 아주 중요한 일을 전하기 위해서예요.”“아주 중요한 일이요?”“그 악마는 우리 설국인들을 수도 없이 죽였어요. 심지어 국주님의 목까지 베었죠. 그런데 또 뭘 하려는 거죠?”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가 말했다.“여러분도 아시죠? 화진의 구주왕 말입니다.”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은 모두 침묵했다.구주왕.설국에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지금 때문만이 아니라 6년 전 구주왕이 설국을 항복시켰기 때문이다.“그가 천하무적의 구주왕이면 뭐 어떤가요? 이 세상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유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스 대학사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윤구주가 설태현의 목을 벤 뒤로 설국의 종은 계속해 울었다.그렇게 종은 1박 2일을 울렸고 그러다 이 순간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대신에 힘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그 종소리는 설국 금전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함을 의미하는 종소리였다.설국 수도의 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 종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울려 퍼졌을 때 백성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금전을 바라보며 의논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금전의 종소리가 멈췄어. 대신에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의미를 종소리가 울리는데?”“설마 우리 화진을 침략했던 그 악마가 떠난 걸까?”“모르겠어.”백성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황성의 한 대학사부 밖에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눈앞의 대학사부는 화진의 재상부와 비슷했다.설국의 대학사는 유니스라고 불렸다.유니스는 설국 백관의 우두머리이자 세 명의 국주의 중용을 받았던 원로로서 설국에서의 지위가 높았다.이때 금전에서 우렁찬 소리가 대학사부에 울려 퍼졌다.“대학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바로 설국의 원로 유니스였다.유니스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문무 대신들 모두 예를 갖추었다.“대학사님을 뵙습니다.”유니스는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을 쓱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다들 왔습니까?”“네, 대학사님.”“대학사님,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습니다. 더욱 괘씸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지원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이때 군복을 입은 설국의 장군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리고 그 밖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판인국과 연국에서는 우리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유니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면서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설국은 아주 작은 나라였다.게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